사회진보연대


2025 여름. 1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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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쟁점과 전망

누가 정치권력의 견제자가 될 것인가

임필수(정책교육실장) |

필자는 과거 문재인 정부를 보며 그 위험스러운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검찰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명분으로 독립성을 위협하고 그럼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을 통한 법의 지배의 실현’이라는 현대 정치의 원리를 부정했다. 둘째, ‘부두 경제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경제학적 근거가 없는 경제정책을 도입하고자 했다. 이 역시 정부의 경제정책은 확립된 경제이론을 전제로 한다는 현대 경제정책의 원리를 부정하는 행동었다. 셋째, 반일민족주의를 선동하면서 외교사안까지 정치화하는 극히 위험스러운 시도를 밀어붙였다. 필자는 이를 포퓰리즘(인민주의)의 위험으로 규정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특징을 공유하면서도 한층 더 나쁜 방향으로 밀고 나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정치권력을 내부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사법부의 권위와 역량을 해체 또는 축소하려 한다. 또한 대통령의 정책 의지에 반기를 들 수 있는 국가의 경제장치 중에서 핵심부문인 예산기능을 떼어내 대통령 직속으로 두려고 한다. 이는 마치 문재인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내 야당’ 역할을 했던 악몽을 이번에는 완전히 봉쇄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기도 한다. 필자는 견제와 균형을 파괴하고, 법치나 경제정책의 원리를 무시한다면 이는 사실 현대국가라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없었고, 아직 워낙 정부 초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추진될 정부 정책의 전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현재까지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핵심 쟁점과 전망과 정리해보고자 한다. 앞의 특집 글에서도 이 주제를 다루므로, 추가 설명인 셈이다.

 

 

1. ‘내란청산’과 3대 특검

 

1) 내란죄 재판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우두머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또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다수의 군인, 경찰이 구속 또는 불구속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중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일정이 12월 말 30차 공판까지 확정됐다. (5월 3회, 6월 3회, 7월 4회, 8월 3회, 9월 4회, 10월 4회, 11월 4회, 12월 3회.) 지귀연 재판부는 열 차례 정도 공판을 더 할 수도 있다고 했다. 1심 선고는 올해를 훌쩍 넘기게 됐는데, 기소 시점(1월26일)부터 따지면 1심에만 1년 넘게 걸리는 셈이다.

 

계엄 선포 모의·기획, 선관위원 불법구금 시도로 김용현(국방부장관), 노상원(민간인, 소장 전역), 김용군(민간인, 대령 전역)이 기소되었다. 또 국회·선관위 계엄군 투입으로 박안수(육군참모총장, 계엄사령관), 곽종근(육군특수전사령관)이 기소되었다. 주요인사 체포·구금시도로 여인형(방첩사령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 이진우(수도방위사령관)가 기소되었다. 선관위 점거·체포시도로 문상호(정보사령관)가 기소되었다. 국회·선관위 경찰 투입, 국회 봉쇄·침투로 조지호(경찰청장), 김봉식(서울경찰청장), 목현태(국회경비대장), 윤승영(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이 기소되었다. 이외에도 폭동가담으로 박헌수(국방부 조사본부장), 김대우(국군방첩사령부 방첩수사단장), 이상현(제1공수특전여단장), 김현태(제707특수임무단장), 고동희(정보사령부 계획처장), 김봉규(정보사령부 신문단장), 정성욱(합동참모본부 정보운영실장)이 기소되었다. (그림 출처: 《시사인》)

 

5월에 열린 재판만 보더라도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이 다수 나왔다. 예를 들어 5월 3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직속 부하인 오상배 전 수도방위사령관 부관은 “(윤 전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아직도 못 들어갔냐는 취지로 말씀하셨고, 이 전 사령관이 ‘사람이 너무 많아 접근할 수 없다’고 하니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앞서 군검찰의 1차 조사에선 해당 통화 내용을 진술하지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체포의 ‘체’ 자도 꺼낸 적이 없다”는 내용의 윤 전 대통령 측 기자회견을 보고 “생각과 많이 달라서 당황했고, 일종의 배신감 같은 걸 느꼈다”며 2차 조사에서 통화 내용을 진술하기로 한 이유를 밝혔다.

 

아직 예단하기 이르지만,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파면결정과 같은 맥락에서 높은 수준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윤 전 대통령은 한때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듯하기도 했으나,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2) 3대 특검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6월 5일 ‘내란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의 완전한 명칭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재석 198명에 찬성 194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반대했으나, 조경태·안철수·김예지·김재섭·한지아 의원 등 5명이 찬성했고, 김소희 의원은 기권했다.

 

이번에 통과된 특검법의 수사 대상에는 두 번째 특검법에는 빠졌던 ‘외환유치 혐의’가 다시 들어왔다. (“무인기 평양 침투 등의 방법으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여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하였다는 범죄 혐의 및 이를 통하여 비상계엄 선포를 하는 방법으로 내란, 군사반란을 시도하였다는 범죄 혐의 사건.”) 또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방해를 시도한 행위도 새로 넣었다. (“기타 그 외의 방법으로 표결 방해 시도 행위를 하였다는 범죄 혐의 사건.”) 그리고 국민의힘 측에서 계속 반발했던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포함되었다. 가장 강도 높은 내란 특검법이 통과된 셈이다.

 

특별검사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중 의석수가 가장 많은 단체, 즉 조국혁신당이 각각 한 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가운데 한 명을 임명한다. 특별검사보는 특검이 6명을 추천해 이 대통령이 임명한다. 파견 검사는 60명, 파견 공무원과 특별수사관은 100명이다.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제외하면 최장 150일이다. 특별검사는 검사 또는 군검사가 기소하여 공소유지 중인 사건에 대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검사 또는 군검사가 계속 공소를 수행할 수 있으나 특별검사에 파견된 것으로 간주한다.) 또 특별검사가 공소제기한 사건의 재판의 경우, 1심은 6개월 이내에, 2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하며, 중계를 허가해야 한다.

 

한편 같은 날 김건희 특검(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통과되었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특별검사는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가운데 의석수가 가장 많은 조국혁신당이 각각 1명씩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 가운데 1명을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다. 특검보는 특검이 4명을 추천해 이 대통령이 임명한다. 파견 검사는 40명, 특별수사관과 파견 공무원은 각각 80명이고,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20일)을 빼면 최장 150일이다. 채상병 특검은 해병대 특검은 파견검사 최대 20명으로 꾸려지며, 준비기간 포함 80일, 연장 시 최장 140일간 수사한다.

 

3대 특검이 출범하면 투입되는 파견검사만 120명에 이른다. 올 2월말 기준으로 검사 현원은 2004명이고, 평검사는 1251명이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는 210명이다. 따라서 파견검사 120명은 평검사의 10%에 이르고, 서울중앙지검의 절반을 넘어 수도권 지방검찰청을 웃도는 수준이다. 과거 2016년 ‘국정농단 특검’의 파견검사는 20명, 2018년 ‘드루킹댓글 특검’의 파견검사는 13명이었다. 이와 비교할 때 3대 특검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전담하는 검찰청이 신설되는 셈”이라며 “초대형 사정당국을 예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내란특검 수사 어디까지…“국힘 의원-조희대도 사정권” 관측」, 《동아일보》, 2025년 6월 6일.)

 

반면 이재명 대통령 재판에 관여했던 어떤 변호사는 “이 대통령 사건에만 (검찰이) 연간 150여 명이 투입됐다. 그것도 거의 3년 내내 투입된 것”이라면서 “그런데 지금의 특검은 반년도 안 된다. 이 정도는 검찰에 별 타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도 “원래로 치면 과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지만 이미 윤석열 검찰 정권이 보여주지 않았냐”며 “과거(윤 정권)와 비교하면 전혀 과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특검’ 파견 검사 120명, 과하다? “이재명 수사검사는 150명이었다”」, 《오마이뉴스》, 2025년 6월 7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 3대 특검법이 가장 먼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원래 특검은 야당의 ‘무기’다. 정부가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등 이른바 ‘사정기관’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이 마지막으로 호소할 수 있는 수단이 특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은 여당으로 위치가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특검을 밀어붙였을까. 필자는 《오마이뉴스》에 실린 이재명·이화영 변호인의 인터뷰에 약간의 힌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대규모의 검찰을 동원할 수 있는 명분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민주당은 윤 정부가 검수완박, 즉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방해하고, 검찰을 동원해서 야당을 표적 수사하는 검찰공화국이었다고 연일 비난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어서 이제는 민주당이 여당이 되어 검찰을 동원해 전 정부 인사들과 야당을 수사하면서도 ‘검찰공화국’이란 비난을 피할 가림막이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다만 검찰 내부인사가 총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미 전 대통령과 관련 군인, 경찰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내란특검의 수사는 주로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고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을까. 《동아일보》의 기사제목처럼 “국힘 의원-조희대(대법원장)도 사정권”이 현실이 된다면, 정권 초기부터 격렬한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3) 검찰청 해체

나아가 현재 민주당은 내친김에 검찰청의 ‘해체 수준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즉 검찰청을 중대범죄수사청과 기소청으로 분리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은 새로 신설될 국가수사위원회의 통제를 받게 된다. 장경태·김용민 등 민주당 의원들이 6월 11일 발의한 ‘국가수사위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국수위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되고, 검찰청 폐지와 함께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청 등 수사기관에 대한 감사와 감찰, 수사 심의, 수사권 조정 등 막대한 권한을 행사한다. 국수위원 11명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판검사와 변호사 외에 대학교수, 시민단체 추천 인사 등 비법조인도 위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국수위의 수사통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법안을 두고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통해 수사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현재 검찰청법상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없어지는 효과가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민주당 안은 기존 검찰청의 해체를 통해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검찰의 권위와 역량을 약화시키는 한편, 핵심적인 수사부문을 정치권력의 직접적인 통제영역에 두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2.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사법부 약화·장악

 

1)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형사소송법, 공직선거법 개정안

이재명 대통령이 받고 있는 재판은 △ 공직선거법 위반, △ 위증교사혐의 항소심, △ 대장동·위례 개발특혜 의혹, 성남FC 사건, △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 법인카드 유용 등 모두 다섯 가지다. 이 중에서 5월 1일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차 공판기일은 6월 18일로 잡혀있었다. 대장동·위례 개발특혜의혹·성남FC사건은 6월 24일, 대북 송금과 법인카드 유용 사건은 7월 중 공판준비기일이 잡혀 있었다.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은 기일이 잡혀 있지 않았다.

 

대선 전, 법원은 각 재판부의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4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헌법 84조(“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에 대한 질의를 받고 “대법원이 재판부에 재판 중지나 진행 여부를 지시할 수 없다”며 “각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6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의 경우 형사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은 헌법 84조를 두고 “우리는 소추에 기소와 재판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재판을 강행할 경우 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칼럼 「판검사가 나라 전체를 인질로 잡을 순 없다」(2025년 6월 5일)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우리 헌법의 취지를 재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법 앞의 평등’을 해치는 양 호들갑을 떤다. 다시 말하지만, 불소추 특권은 대통령의 형사책임을 면제시키지 않는다. 재판은 중지될 뿐 임기 뒤 재개된다.”

 

그런데 칼럼은 애초 민주당 안에는 “무죄, 면소, 형의 면제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때 재판을 정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던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무죄일 때는 재판하고 유죄일 때는 재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떤 법리로 합리화할 수 있나.

 

또, 민주당이 형사소송법과 함께 공직선거법 개정도 추진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연설·방송·통신 등의 방법으로 후보자 본인이나 타인의 출생지, 가족관계, 직업, 경력, 재산, 행위 등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할 경우” 처벌하도록 되어 있는데, 민주당 개정안은 이 중에서 행위를 삭제하려는 것이다. 대법원이 당시 이재명 후보의 ‘골프’, ‘백현동’ 관련 발언을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야말로 ‘한 사람을 위한 법’, ‘이재명 구하기 법’이라 칭할 만하지 않은가.

 

필자는 특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재판이 중단되어야 한다, 즉 소추도 되지 않는 마당에 재판도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해석에 동의한다. 사실 이는 중대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사람이라면 국민이 투표과정에서 적절히 걸러내리라는 믿음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에 당선도 되기 전에 재판이 중단되어야 한다고는 보지 않으며, 더군다나 그 재판을 진행한 사법부를 공격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한다.

 

2) 대법관 증원과 헌법재판소의 재판소원 허용

5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파기환송 후, 민주당은 5월 14일 ‘조희대 특검법’(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 남용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해 법안소위에 회부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후보 상고심 과정에서 대법관 재판연구관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12·3 내란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수사 대상으로 하였다.

 

또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대법관 정원을 30명으로 늘리고 비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는 법안을, 장경태 의원은 대법관을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렇지만 이 역시 무리수라는 비판이 일자, 민주당 중앙선대위는 5월 26일 ‘대법관 100명’과 ‘비법조인 임용’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대법원 파기환송을 계기로 민주당의 사법부 특히 대법원에 대한 공세가 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두 축으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6월 4일 국회 법사위는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대법원장 포함)에서 30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시행은 공포 후 1년 뒤이며 1년에 4명씩 4년간 총 16명을 늘리는 내용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5월 14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마비돼버리기 때문에 전합의 충실한 심리를 통한 권리구제 기능도 마비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점점 더 과중해지는 대법원의 업무를 고려할 때 대법관의 증원이나 사법체계의 변화는 필요할 수 있지만, 아무런 후속대책도 없이 대법관 증원부터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당이 대법원을 장악하기 위한 의도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새로 충원될 대법관 16명이 모두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 임명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 축으로 5월 8일 정진욱 의원은 대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으로 다퉈볼 수 있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5월 15일 헌법재판소는 국회 법사위에 “재판소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여기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란 문구를 삭제하는 게 민주당 추진 법안의 요지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소원에 대해서도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현행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헌법 규정에 반한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달리 표현하면, 대법원은 헌재가 대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다고 보고 반대하고 있다. 또한 판례를 변경하고 재판 결과를 확정하는 최고 법원의 역할이 헌재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재판소원 도입으로 헌재가 재판 결과를 최종 심사하면 대법원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위를 분할하는 것은 사실 권위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헌법재판소의 재판소원 도입은 대법원의 권위 약화로 이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검찰을 수사청과 기소청으로 분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권한은 집중하면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검찰, 사법부의 권위는 분할하여 약화시키는 것이 민주당의 노림수라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중대한 변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어질지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 지난 5월 22일, 민주당 중앙선대위 산하에 ‘국제기준사법정의실현위원회’를 설치하고 과거 사노맹 출신의 백태웅 하와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통령 직속으로 사법제도개혁추진위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신문》과 인터뷰에서 수사·기소 분리, 대법관 증원, 헌법재판소의 재판소원 도입 문제에서 민주당과 대동소이한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의 사법부 개혁이 사법부 약화·장악을 위한 시도라는 반발이 정권 초기 너무 거셀 것이라고 예상될 경우, 민주당 외부 인사를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유지될 경우, 눈치 볼 것 없이 밀어붙이자고 판단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선투표 출구조사에서 63.9%, 즉 유권자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이 대선이 끝나도 이재명 후보에 대한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재명 후보 지지자 중에서도 42.0%가 재판을 지속해야 한다고 답해서,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한 43.7%에 비해 1.7% 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 조사 결과의 의미, 특히나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42%가 재판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명 후보가 무죄라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10년이 지나기 전에 두 명의 대통령이나 탄핵으로 파면시킨 마당에, 새 대통령도 유죄면 물러나게 하고 두 달 내로 새로 뽑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어쨌든 간에 대통령과 정치인의 불소추특권을 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예상컨대,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재판을 중단하든 민주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든 간에 이재명 대통령 사건 재판은 곧 멈출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 지지도가 당장에 급락하지는 않을 듯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도덕성을 검증하려는 여론을 임기 내내 의식해야 할 것이다.

 

 

3. 대통령 직속 예산처와 상법개정

 

1) 대통령 직속 예산처

6월 5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을 국정기획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강유정 대변인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인사 검증을 제외한 정부 조직 개편, 국정과제 정리를 하는 인수위 개념의 조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한주 민주연구원장과 오랜 기간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대통령실로 가져오는 방안을 논의했고, 이미 2022년 대선 때도 미국 백악관 직속 관리예산처(OMB)의 사례를 들어 “기획·예산 기능을 청와대로 옮기겠다”고 공약했다.

 

6월 6일 강훈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석급 재정기획보좌관을 신설해 국정과제 실천을 위한 재정 전략을 담당함으로써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현장에서 완결성 있게 실현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재정기획보좌관으로는 류덕현 중앙대 교수가 임명됐다. 《한겨레》는 “이재명 대통령이 기재부의 예산 편성 기능 분리를 강조한 만큼, 정부 조직 개편 이후 대통령실 주도의 예산 편성에 재정기획보좌관이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수석급으로 격상해 경제성장수석과 같은 위상을 갖춘 만큼, 기재부에서 분리된 재정 라인의 정책 현안에 대해서는 아예 보고 라인을 재정기획보좌관 쪽으로 일원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4월 대표 발의안 정부조직 개편안은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국무총리 산하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5월 20일 국회예산정책처는 오기형 의원 안대로 개편이 이뤄질 경우 장·차관, 행정지원조직이 늘어나 2026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476여억 원의 추가재정이 필요하다고 추계하기도 했다. 6월 9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예산처를 신설해 기재부 예산기능을 예산처로 이관하고, 기획재정부 명칭을 재무부로 변경해 국내금융정책까지 다루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가 예산편성권을 대통령실로 가져오는 문제에 이토록 열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획재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달성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강조하고, 나아가 이를 입법화하려는 노력을 이어오기 때문이 아닐까. 그 흐름을 간단히 살펴보자.

 

(1) 기획재정부와 재정준칙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준칙 문제가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1년부터 기획재정부는 예산안을 짤 때 ‘균형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1∼2%포인트 낮게 유지한다’는 재정준칙을 세우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4년 3월에는 국회법을 개정해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의안을 발의하는 경우, 예상되는 비용과 재원조달방안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페이고’(PAYGO, pay-as-you-go) 원칙, 즉 외상을 하지 않고 현금으로 지불한다, 또는 지출을 수입 이내로 억제하다는 원칙이라고 부른다. 재정건전화법이 최초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0월 25일이다. 이 법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5% 이하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유지하도록 재정 준칙을 설정했다. (관리재정수지란 중앙정부의 총수입과 총지출 차이인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뺀 것이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송영길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재정건전화법을 대표 발의했다. 2015년 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40%가 깨졌다”며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파면된 후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민주당과 기획재정부가 입장을 바꾸면서 송영길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주당의 법안도 사실상 폐기되었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 10월 5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의 3% 이내로 관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재부는 당초 8월 중 재정준칙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여당 반대에 직면했다. 예를 들어 박홍근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이 시점에 재정준칙을 만들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생긴다”, “국가재정 운용의 발목을 스스로 잡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발표 시기도 계속 뒤로 미뤄졌고, 내용도 초안보다 대폭 후퇴했다.

 

민주당과 반대의 입장에서, 즉 더 엄격한 재정준칙을 요구하는 관점에서 홍 장관 안에 대해 제기된 비판은 다음과 같았다. △ 통합재정수지 –3% 한도는 관리재정수지로 환산하면 대략 –5%까지 허용한다는 뜻이다, △ ‘경기둔화 판단시’ 통합재정수지 기준을 완화한다고 했는데, 판단 기준과 주체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 2025년부터 적용한다고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 임기(2022년)까지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 국가채무 구체한도는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5년마다 재검토한다고 했는데, 정부와 여당이 자의적으로 너무 쉽게 변경할 수 있다 등등.

 

그러나 이 개정안조차 민주당 의원들은 “코로나가 진정될 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지하는 게 좋다”, “지금 시점에서 재정준칙이 강조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계속 강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 후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 소위에 계류된 채 제대로 심의된 적도 없었다.

 

[표] 문재인 정부 재정준칙안(2020년)과 윤석열 정부 재정준칙안(2022년) 비교

윤석열 정부 초기에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재정준칙을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제시했던 것보다 단순하고 엄격하게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을 보라. (자료출처: 2022년 7월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 자료)

 

윤석열 정부로 넘어와서 2022년 7월 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2020년 정부가 제시한 것보다 “단순하고 엄격한 재정준칙”으로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 (복잡한 곱셈식 방식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며 이해하기 쉬운 수지·채무준칙 기준을 설정하며, △ (통합재정수지가 아니라) 재정건전화 관리지표로 일관되게 활용해 온 관리재정수지를 활용하며, △ 준칙 한도를 법률에 명시하여 높은 수준의 구속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또 국가재정법 개정 이전이라도 재정준칙을 감안하여 2023년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동안 기획재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한국과 튀르키예만 재정준칙 도입 경험이 없다”며 재정준칙의 조속한 법제화를 강조했으나,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국회에서 기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제 다시 정부의 주인이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민주당으로서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빚었던 숱한 갈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홍남기 장관의 재정준칙은 구멍투성이라는 비판을 외부로부터 받았지만, 민주당은 홍남기 장관의 안조차 수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는 이런 일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예산기능을 대통령실 산하로 재편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기획재정부라는 ‘국가의 경제장치’는 경제학의 원리에 따라 정책을 추진한다는 현대국가의 원칙을 존중하지 않고, 정치의 논리로 제압하려는 것이다.

 

(2) 대통령과 의회의 예산권한

덧붙여 대통령의 예산편성권과 의회의 관계를 검토해보자.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미국 백악관 직속 관리예산처의 사례를 들었기에, 실제 미국의 예산편성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대해 이미 다양한 언론이 팩트체크를 했다. 간단하게만 말하면 미국은 예산에 관한 의회의 권한이 막강하다.

 

대통령은 매년 2월 첫째 월요일까지 다음 회계연도에 행정부가 필요로 하는 예산안을 연방의회에 제출하지만, 이것은 본질적으로 의회가 ‘참고’하는 안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의회의 뜻에 따라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 짤 수도 있다. 실제로는 대통령실 산하 관리예산처(OMB)와 의회예산국(CBO)이 긴밀한 협업과 조정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 후 상하원 예산위원회가 예산결의안을 짜서 4월 15일까지 통과시켜야 한다. 그러면 세출위원회가 상하원 각각 12개씩 존재하는 소위원회에 예산을 분배하고, 각 소위원회는 지출승인법안(세출법안)을 마련하여, 최종적으로 연방의회는 12개의 지출승인법안을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날인 9월 20일까지 통과시켜야 한다. 예산은 법률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예산법률주의’라고 부른다), 대통령은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어도 법안 중 일부는 수용하고 일부는 수용하지 않는 식으로 취사선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안 전체를 거부하면 예산이 없어 행정부가 마비되므로 거부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 즉 구조적으로 의회가 우세한 입장에 서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2014년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국회가 예산심사 기한인 매년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정부 원안과 세입부수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도록 했다. 게다가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헌법 57조는 프랑스 제3공화국에 증액제한 규정이 없어 지역구예산 끼워 넣기로 재정파탄이 초래됐던 전례를 방지하려고, 4공화국이 채택한 헌법 규정을 본받아 제헌헌법에서 도입되었다고 한다) 즉 구조적으로 행정부가 우세한 입장에 서있다.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 수단이 인사권과 예산권인데, 한국의 경우 의회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 관해 말한 것은 좋게 말해봐야 ‘절반의 진실’이다. 미국의 사례를 든다면, ‘예산 법률주의’나 ‘정부의 증액 동의권 폐지’를 함께 말해야 온당하다. 즉, 대통령의 권한집중을 막을 견제장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3) 의회는 어떤 원리와 규칙으로 재정을 규율할 것인가

그렇지만, 설사 미국식 모델의 겉모습을 그대로 들여온다고 하더라도 남아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의회는 어떤 원리, 규칙에 따라 예산을 편성할 것인가, 여야 정당은 그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이는 왜 중요한가. 의회 역시 재정포퓰리즘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미국의 사례로 돌아가보면, 미 의회는 1980년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 문제가 심각해진 1980년대나, 글로벌 금융위기 다시금 재정건전성 문제가 불거진 2010년대에 의회 양당과 행정부가 협력하여 재정준칙을 확립하고자 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첫째는 1985년 예산균형과 긴급적자통제법(그램-루드만-홀링스법)이다. 이는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매년 누진적으로 적자를 축소해 1991년에는 균형예산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각 회계연도에 재정적자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부지출의 일률적 강제삭감을 단행하도록 했다.

 

이 법은 발의자인 공화당 상원의원 필 그램과 워렌 루드만, 민주당 상원의원 프리츠 홀링스이름으로 불리기 한다. 즉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이 함께 발의했다. 당시 행정부는 공화당(레이건 대통령), 상원 다수당은 공화당, 하원 다수당은 민주당이었다. 하원은 271 대 154로, 상원은 61 대 31로 통과되었는데, 이는 즉 양당으로부터 찬성투표가 나와 ‘초당적’ 지지가 있었다는 뜻이다. (초당적 지지라는 게 만장일치라는 뜻은 아니다. 미국 정치의 맥락에서는 당적을 ‘초월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1990년 예산집행법이다. 이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지출삭감과 세수증대를 통해 5년간 4960억 달러의 재정적자 축소를 목표로 삼았다. 이 법은 연방정부의 지출을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구분했다. 의무지출의 경우, 페이고 준칙을 도입하여 신규사업으로 증가분이 발생하면 타 의무지출 축소나 조세수입 증가조치를 의무화했다. 재량지출의 경우 분야별로 향후 5년간 지출상한을 설정하고 위반 시 해당분야 지출을 일률적으로 삭감하기로 했다. 예산집행법은 두 번 연장되어 2002년까지 실행되었다. (2002년에 이르면 재정적자 문제가 호전되어 법안이 더 연장되지 않았다. [그림]을 보라.)

 

1990년 당시 행정부는 공화당 (아버지) 부시 대통령, 상원 다수당은 민주당, 하원 다수당도 민주당이었다. 하원에서는 228 대 200, 상원에서는 54 대 45로 통과되었고 부시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되었다. 즉 초당적 합의가 있었다.

 

셋째는 2010년 페이고법이다. 의역하면 ‘페이고’를 법으로 영구적으로 명시화하는 법이다. 방금 언급한 1985년이나 1990년 법의 경우 기한이 정해진 한시법이었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페이고법은 만료일이 없다. 이제 페이고는 다른 법안(예컨대 예산집행법)에 포함된 준칙이 아니라, 별도 법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당시 행정부는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 상원 다수당은 공화당, 하원 다수당은 민주당이었다. 최종적으로 상원에서는 60 대 40, 하원에서는 233 대 187로 통과되었다. 역시 초당적 합의가 있었다.

 

[그림] 미국 GDP 대비 총공공부채 비율

그림을 보면 1980년대 초중반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램-루드만-홀링스법이 도입된 1985년 즈음에 그 비율이 대략 4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법 도입 후로도 비율은 계속 상승했고 예산집행법이 도입된 1990년에는 거의 60%에 가까워졌다. 예산집행법이 계속 연장되는 가운데 1990년대 중후반부터 비율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2002년에 예산집행법이 종료되었다. 예산집행법 종료 후 총공공부채 비율이 다시금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2010년 페이고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급상승을 보여 100%대를 돌파하더니, 가라앉을 틈도 없이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다시금 급상승해 120%를 돌파했다. (자료출처: FRED)

[그림] 한국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미국의 총공공부채가 연방정부의 부채에 한정된다면, 한국의 국가채무는 지방정부의 부채도 포함한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2004년에 20%를 넘어섰고, 2013년에 30%, 2020년에 40%를 넘어섰다. (자료출처: 지표누리)

 

미국 의회가 최초로 재정준칙을 도입하려 했던 1985년은 미국 연방정부의 GDP 대비 총공공부채 비율이 40%를 넘어서려 하던 때였다. 한국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넘어서던 때는 2020년이다. 공교롭게도, 이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재정준칙을 도입하려 하자 여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막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되던 때였다. 그런데 세계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 발권이익을 누리는 미국이 감당할 수 있는 국가채무 수준과 한국의 수준을 단순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모든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는 상식이므로, GDP 대비 40%인 2020년 시점에서야 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도 심지어 늦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 그림이 말해주듯이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공공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미국 의회가 재정준칙을 도입한 게 무슨 의미가 있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2011년 예산통제법에서는 연방정부의 부채상한을 그 전보다 1.9조 달러 늘려 14.2조여 달러로 제한했으나, 그 후 부채상한 적용을 정지하거나, 기준을 상향하거나를 반복해, 2025년 현재에 이르러 부채한도는 36.2억여 달러까지 늘었다.

 

그렇지만, 달러를 발권할 수 있는 미국과 그렇지 못한 한국을 단순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해야 한다. 또 미국 의회나 행정부는 여전히 재정적자, 공공부채 감축 문제를 빠지지 않고 언급한다.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의 베센트 재무장관도 바이든 행정부 말기 GDP 대비 6.2%에 이르렀던 재정적자 비율을 매년 1%p 줄여 2028년까지 3%를 달성하겠다고 최소한 ‘말로는’ 약속한다. (주류경제학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관세인상과 감세로 이를 달성하겠다는 게 과연 가능하냐는 숱한 논란이 있지만 말이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트럼프의 등장은 기존 재정준칙에 관한 초당적 합의의 파괴인 것은 분명하다.)

 

2) 주식시장 활성화 TF와 상법개정: “개미와 한 배 탔어요”

3대 특검법 외에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속도를 낼 법안으로는 상법 개정안이 꼽힌다. 특검법이 통과된 6월 5일,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는 “이 대통령이 공약한 코스피 5000포인트 시대와 관련, 시장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첫발로 상법 개정안을 재발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왜 상법 개정과 주식시장 부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첫 번째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했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1400만 개미와 한 배 탔어요”를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5월 24일 “민주당이 이기면 그냥 놔둬도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며 (공직자윤리법상) “주식 사는 건 금지돼 있어서 상장지수 펀드를 구매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또 5월 28일에는 K-이니셔TV ‘1400만 개미와 한 배 탔어요’ 유튜브 생방송에 나와서 코스피200 상장지수펀드(ETF)에 2000여만 원, 코스피150 ETF에 2000여만 원, 적립식 코스피200 ETF에 100여만 원 등 총 4100여만 원을 투자한 주식 계좌를 공개했다. 또 향후 5년간 적립식에 매월 100만 원씩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올해 3월 17일에 발표한 ‘2024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에 따르면 소유자는 (법인포함) 1423만 명이고, 이 중에서 개인투자자는 1410만 명으로 전체의 99.1%에 달했다. 이로부터 ‘1400만 개미’라는 표현이 도출된다. 소유 주식 수를 보면 개인이 580억 주(49.6%)를 보유했고 국내 법인 443억 주(37.9%), 외국인 139억 주(11.9%) 순이었다. 즉 개인투자자가 소유자 수 중에서는 99.1%, 소유 주식 수 중에서는 49.6%의 비중을 차지한다. 연령별 보유 주식 수를 보면 역시 50대가 201억 주(34.6%)로 ‘최대 큰손’이었다. 2∼4위는 60대(25.1%), 40대(20.0%), 70대(8.6%)였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를 연령별로 나누면 50대가 316만 명(22.4%)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40대(312만 명)와 30대(265만 명)가 그 뒤를 이었다. 즉 30대가 보유 주식 수는 많지 않지만, 보유자 수로 보면 그에 비해 매우 많다는 뜻이다.

 

정리해보면, 이른바 86세대는 주식시장의 큰손이다. 게다가 20~30세대는 40~50세대나 60~70세대에 비해 투표성향이 시시때때로 변한다. 그런데 바로 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더 주식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정책의 정합성보다는, 바로 이들에게 자신이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정책에 앞서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가 내놓은 정책을 가장 먼저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앞선 금융투자소득세 논란을 평가하며 이러한 경향을 ‘금융 포퓰리즘’이라고 부른 바 있고,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이러한 경향으로 경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표] 민주당 상법개정안 주요 내용과 재계 반대 입장

 

한편 작년 11월 13일 한국경제인협회는 ‘기업지배구조 도입 보고서’를 발표해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30대 상장기업 중 8곳의 이사회가 외국 국적 자산운용사·사모펀드·국부펀드 등으로 이뤄진 ‘외국 기관투자자 연합’에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10대 기업으로 좁히면 4곳, 100대 기업으로 넓히면 16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과장이라는 반박도 있다. “외국계 펀드는 대부분 이사 선임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며, 일부 이사 선임을 시도하는 경우라도 이사회 7~8명 중 감사위원 1명 정도 선출하는 것이 목표고, 설사 감사위원 선출에 성공해도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기 굉장히 어렵다”, “최대주주 지분에 근접한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가 있는 회사라면 외국계 헤지펀드와 결탁할 수 있겠지만, 그런 회사는 매우 드물다” 등등. (「상법 개정하면 해외 투기자본 기승? “기껏해야 견제 역할”」, 《경향신문》, 2024년 11월 27일.)

 

어쨌든 상법 개정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자문을 맡는 대형로펌이 분주해졌다는 보도가 있다. 로펌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적용 범위, 형사책임과의 관계 등에 대한 해석상의 불확실성으로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든가, “구조조정, 합병, 계열사간의 거래, 배당 등 기업 또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익이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성을 평가하는 내부 절차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적 분할 후 분할 자회사 상장 사례, 합병비율 불공정 주장 사례,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 사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상법개정안 더 세게 간다”...이재명 당선에 재계 ‘촉각’」, 《디지털경제》, 2025년 6월 4일.)

 

재벌 주장이 과장된 것은 사실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상법 개정이 주가부양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수단이 될 것이냐는 질문이 우선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질문을 던진다면, 상법 개정이 재벌체제, 달리 말해 피라미딩 기업집단이 지닌 근본적 모순, 즉 재벌총수 가족집단의 지배, 혁신능력의 감퇴 등등에 근본적 변화를 낳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사실 거대 로펌이 분주해졌다는 사실은 그 영향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마땅할 것이지만, 앞으로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4. 다루지 못한 문제들

 

이 글에서 다루지 못했지만,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 주목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1) 남북관계와 외교

첫째, 이재명 정부에서 남북관계, 외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6월 4일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와 위성락 안보실장 임명을 직접 발표했다. 또 언론은 통일부 장관으로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 외교부 장관으로는 조현 전 유엔대사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정동영 의원과 이종석 후보자는 각각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과 사무차장을 맡았다. 《한겨레》는 이재명 대통령이 “정동영-이종석 짝을 선택하며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대북 돌파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 초기 때와 지금은 정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었다. 또 문재인 정부 초기 때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탓에 중국과 러시아도 동의한 유엔 제재로 고립되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하며 한국을 ‘적대적 국가’(적대적 불변의 주적)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북한의 관심을 끌려면 아마도 러시아가 줄 수 없는 것을 한국이 줄 수 있다고 약속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제재 해제를 동반하는 경제지원이나, 특히 최근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별개의 국가 간의’ (해상국경선을 포함하는) 국경선 확정 요구 말이다.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룰 수는 없지만, 경제제재나 해상국경선 문제는 엄청난 논란을 몰고 다닐 쟁점이라는 사실은 아주 분명하다.

 

한편, 위성락 안보실장은 대통령 당선 전인 5월 4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시기에 이뤄진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이미 진행된 것을 크게 바꾸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그동안의 틀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한때 파기 의사를 보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서도 “안보협력의 중요한 수단”이라며 “문 정부와는 (생각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6월 4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언론의 질문에 “국가 간 관계는 정책의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며 “국가 간 신뢰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불과 몇 년 전인 2023년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이 제3자 변제 해법을 두고 ‘반민족적 반역사적’이라고 연일 비난했던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180도 입장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국내정치 상황에 따라 외교 외슈를 언제라도 동원할 수 있고, 반일민족주의와 관련된 이슈는 가장 활용하기 손쉬운 이슈라는 사실은 우리가 이미 경험했다. 따라서 이 문제도 앞으로 계속 주의할 필요가 있다.

 

2) 개헌

둘째로, 개헌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다뤄질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개헌안을 발표한 적이 있고, 5월 27일 정치분야 TV 토론에서도 이를 다시 언급했다. 5.18 정신 전문 수록, 책임정치 실현을 위한 4년 연임제 도입, 대통령 결선투표 도입, 계엄요건 엄격화, 대통령 거부권 제한, 국민 기본권 강화,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 그런데 《사회운동포커스》에서도 언급했듯, 공교롭게도 TV 토론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그 전에 발표했던 내용 중에 ‘총리 국회추천제’가 빠져 있었다.

 

총리 국회추천은 현행 대통령제를 다른 무엇으로 변경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회의 다수당이 대통령과 다른 당인 경우, 그래서 야당이 총리를 맡게 되는 경우 (우리는 국회 다수당이더라도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당을 ‘야당’이라고 부른다), 또 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는 경우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어떻게 조정되는가에 관해 우리가 확실한 그림을 품고 있는가.

 

따라서 이러한 변화는 굉장히 중대한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우리는 그 다른 무엇을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준대통령제’ 등등으로 부른다. 즉 이는 대통령의 권한 분산을 위한 핵심방안으로 언급되는 내용이다. 따라서 개헌 방향에 대해 논한다면 이는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항이다. (사실 총리 국회추천제가 빠진다면, 그 개헌안은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이 발표했다가 유야무야된 대통령 개헌 발의안과 대동소이해진다.) 과연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국무총리 국회추천제를 포함해 진지하게 개헌안을 추진할지, 또 야당이 적극적으로 개헌 논의에 임할지 계속 주목해야 한다.

 

3) 특별감찰관 임명

셋째, 전 정부들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특별감찰관’ 임명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포함해 모든 후보가 취임 즉시 임명하겠다고 공약했다. 임기 3년의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상시감찰하는 역할을 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3월, 처음으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었으나, 1년 6개월 만에 사퇴, 사실상 해임된 후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때도 임명되지 않아 9년째 공석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박 대통령 동생 박근령 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대통령 측근인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권남용과 탈세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최순실 게이트 관련 혐의로 당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내사한 일이 드러난 뒤 사퇴했다.)

 

《경향신문》의 ‘이대근 칼럼’은 「이재명 앞 경고 신호」(2025년 6월 16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보이지 않는 견제·균형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 바람직하기로는 민주당이 그런 조직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게 안 된다면 정부 내 중립적 기관들을 활성화하는 방법이 있다. 대통령실 특별감찰관을 공약대로 임명하고 법무부,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검찰, 경찰에 충성파 아닌 중립 정신을 지킬 인물을 임명하는 것이다.” 과연 새 정부가 전 정부를 수사하는 특별검사 임명에 속도를 냈던 만큼, 특별감찰관 임명에도 속도를 내는지 지켜봐야 한다.

 

필자가 마지막으로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를 언급한 이유가 있다. 인용한 칼럼에서 지적하듯이 지금 이재명 정부를 견제할 세력은 전무해보인다. 건강한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 내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매우 위태로워 보이며, 시민사회도 당파화되어 있다. 우리는 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해야 하는지 자문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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