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전략과 젠더 규범을 넘어 안전한 일터로
『일하다 아픈 여자들』

『일하다 아픈 여자들: 왜 여성의 산재는 잘 드러나지 않은가?』
지은이: 이나래 외,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
출판사: 빨간소금
출간일: 2023.12.26.
1. 산업재해, 엄벌주의로 해결 가능할까?
2025년 포스코이앤씨와 디엘건설을 비롯한 건설사 현장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해 노동자 다수가 사망했다. 7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규정하며 산업재해 근절 대책을 언급했다. 고강도 처벌, 공공부문 입찰 자격 박탈, 징벌적 손해배상, 과징금, 금융 제재 등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처벌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을 강하게 처벌해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보는 엄벌주의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일터에서의 사고가 산업재해로 공식화되기까지는 권력 관계가 작동하며, 이 과정에서 중대 재해가 아닌 산업재해는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2024년 한국의 산재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비율)은 0.39명으로 OECD 국가 평균 산재 사망만인율인 0.29명을 훌쩍 상회한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는 국정과제로 한국의 산재 사망만인율을 OECD 평균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는데, 사실 0.39명은 산업재해 사망자 중 사고성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만 집계한 수치다. 질병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까지 집계할 경우, 2024년 기준 한국의 산재 사망만인율은 0.98명이다. OECD 국가별로 사망만인율의 세부적인 집계 방식은 저마다 달라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한국의 산재 사망만인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에 비해 산업재해율(산재 적용 대상 노동자 중 재해근로자의 비율)은 0.67%로 주요 선진국 평균 산업재해율인 1~3%(EU 데이터로 추정)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는 사업주가 산업재해를 은폐하거나 노동자 본인이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하는 대신 건강보험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산재보험료는 개별실적요율제에 따라 기업에 부과된다. 산재 유형 중 업무상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이 보험료를 더 내고, 사고가 덜 일어나는 사업장은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책 256쪽). 이는 기업이 산업재해를 은폐하고,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하지 않도록 회유,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구조에서, 산업재해 발생 시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은 의도와 달리 사업주가 산업재해를 은폐하거나 위험을 외주화할 유인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산재 발생 이후의 처벌과 불이익보다, 비가시화된 사업장의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는 제도와 사회적 역량이 필요한 게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일터의 위험이 드러나지 않는 사회에서, 진정으로 안전한 일터는 어떻게 가능할까?
2. 드러나지 않는 일터의 위험, 소수자의 관점으로 밝혀내자
『일하다 아픈 여자들』은 여성과 소수자의 관점에서, 일터의 ‘위험’을 재구성하자고 제안한다. 책 1부는 표준적인 남성의 몸과 다른 몸을 가진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가 일터에서 배제되는 양상과 이들이 일터에서 겪는 위험을 다룬다. 2부는 산재를 당한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하고, 요양하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살펴본다.
1부는 먼저, 여성 노동자를 비롯한 소수자가 일터에서 겪는 위험을 묘사하고, 그 위험을 비가시화하는 원인으로 자본의 생산 전략과 결합된 젠더 규범을 지목한다. 과도하게 이상화된 남성의 몸을 기준으로 한 생산 목표와 노동 환경 탓에, 여성 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에 걸리거나 적절한 보호구와 휴식 공간을 제공 받기 어려운 사례들이 소개된다. 예컨대, 건설 회사에서 지급하는 보호구가 여성의 신체적 규격과 특징에 맞지 않아 형틀목수 여성 노동자는 일터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건설 현장에는 소수인 여성 노동자를 위한 화장실이나 휴게 공간이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아, 여성 노동자들이 제때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생식기계 질환을 앓거나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터의 남성중심적 젠더 규범에서 보면 여성은 열등한 노동자이고 남성은 항상 강인하고 생산적이어야 하는 노동자다. 이런 규범은 여성과 남성 모두의 건강권 요구를 억압한다. 여성 노동자는 일터에서 예외적이고 남성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노동자로 인식되기에, 여성의 신체적 특성에 맞는 보호 장치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여겨진다. 반면 남성 노동자는 자본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고자 과도한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생계 부양자라는 이유로 부과되는 책임감과 남성의 약함에 둔감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기 어렵다.
저자들은 자본의 요구에 따라 현실과 맞지 않는 이상적 남성의 몸을 표준으로 삼는 노동 환경을, 여성·장애인·성 소수자 등 다양한 몸을 고려하도록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가 옮기는 시멘트 포대는 보통 1개당 40kg이다. 그런데 국제노동기구(ILO)는 인력으로 들 수 있는 중량물의 최대 무게를 25kg 미만(여자는 15kg)으로 제한하고 있다. 즉 시멘트 포대 1개는 여성 노동자는 물론 일반적인 남성 노동자에게도 신체적 과부하를 준다. 이처럼 국제 표준보다 시멘트 포대가 훨씬 무거운 이유는, 포장 비용과 운반 인건비를 줄이고 작업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한 자본의 요구 때문이다. (「건설현장 시멘트 포대는 왜 40킬로그램일까」, 《매일노동뉴스》, 2020년 11월 24일)
한편 여성 노동자 비율이 높은 서비스·돌봄 직군에서도 젠더 규범은 일터의 위험을 은폐한다. 여성 비율이 높은 서비스직은 쉽고, 깔끔하고, 안전한 노동을 하는 직군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존재한다. 그러나 서비스직 여성 노동자들은 감정노동과 성폭력, 유해물질로 인한 암 발병 위험(급식노동자, 비행기 승무원), 오래 서서 일하는 노동으로 인한 유산 위험(제빵 기사)에 노출된다.
그럼에도 서비스직 노동자의 아픔은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렵다. 사회적으로나 산재를 당한 노동자 자신도, 건설 현장의 육체노동 중 발생한 물리적 사고만이 산업재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비스 노동의 위험이 비가시화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여성이 주로 담당하는 서비스·돌봄 노동에 대한 저평가다. 흔히 서비스 노동은 육체적 부담이 적다고 인식된다. 이는 서비스 노동을 육체적으로 약한 여성이 가족 내에서 무급으로 수행해 온 돌봄 노동의 연장선상에서 인식하는 통념 탓이다. 그러나 서비스 노동 역시 무거운 짐을 옮기는 작업으로 근골격계 질환을 야기할 수 있으며, 그 외의 다양한 정신적·육체적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
둘째, 여성의 신체적 특성에 걸맞은 건강권 보장이 제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결여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임신을 한 여성 제빵기사가 ‘임신한 티를 내지 않으려’ 장시간 서서 일하다 유산한 사례가 그렇다. 임신·출산을 거치는 여성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은 권리로 인정받지 못하고, 당사자들은 생산 목표의 장애물이 되지 않으려 일터의 위험을 감수한다. 임신·출산에 따른 특수성뿐만 아니라, 여성은 남성과 신체 조건이 전반적으로 다르므로 이를 고려한 노동 안전보건 표준이 필요하다. 예컨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근골격계 부담 작업의 기준은 “하루에 25회 이상 10kg 이상의 물체를 무릎 아래에서 들거나 어깨 위에서 들거나 팔을 뻗은 상태에서 드는 작업”이다. 그런데 책의 사례에서, 산재를 당한 여성 노동자들이 옮긴 중량물은 대부분 10kg 이하여서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셋째, 서비스직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 건강권 보장을 요구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다. 여성 노동자 상당수는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예컨대 특수고용노동자거나 하청회사 혹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따라서 해고의 위험을 피하려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대신 위험과 고통을 감수하거나, 사용주와 고용주가 분리된 경우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할 대상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어서 책 2부는 이런 요인들이 산업재해 보상제도의 젠더 공백과 맞물리며, 여성 노동자가 산재 신청-요양-복귀 각 단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설명한다.
산재 신청 단계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오해’와 ‘통제’다. 노동자들은 중대재해나 사고만 산재로 승인받고 질병은 인정받기 어렵다거나, 퇴직 뒤나 요양 기간이 지나면 보상을 못 받는다고 오해하여 산재 신청을 선택지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산재 신청 후 받을 불이익이 두려워 신청하지 않거나, 애초에 산재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거나 가입 가능하더라도 보험료를 노동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직종인 경우 신청 자체가 어렵다.
산재를 신청하더라도 여성 노동자의 질환과 업무의 연관성을 판단하기 위한 제도적 기준과 근거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여성의 근골격계 질환은 노동이 아닌 노화로 인한 퇴행성 질환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하다. 98.1%가 근골격계 질환 증상을 호소하는 요양보호사는 대다수가 50~60대 여성이고, 근골격계 질환 발병 이전 근무 기간이 5년을 넘지 않아 직업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여성 노동자의 유산 역시 그렇다. 해마다 5만 명의 여성 노동자가 유산을 경험하지만, 10년 동안 유산을 산재로 신청한 사람은 19명뿐이고 승인 받은 사람은 8명에 불과하다. 직장 여성의 유산율은 1.03%, 여성 피부양자 유산율은 0.53%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지만, 유산은 개인의 신체적 문제라거나 임신 초기의 흔한 현상으로 치부되어 업무 연관성이 부정된다. 노동 환경과 여성 질환 간의 상관성을 반영해 제도적 기준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 특히 여성 노동자들은 산재 신청도 어렵지만, 승인받더라도 요양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해 건강한 상태로 복귀하기도 쉽지 않다. 2006년 산재보험 요양급여 지급액은 남성 3281억 6800만 원, 여성은 440억 4900만 원으로 남성이 여성의 7.5배다. 그런데 남성의 산재 발생 건수는 여성의 산재 발생 건수에 비해 4.8배이므로 건수 당 지급액은 남성이 더 많다. 즉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요양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성 노동자들이 요양이 어려운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통계적 근거는 없으나, 책에서 소개된 여성 노동자들은 산재 요양 제도를 제대로 알고 활용하기 어려웠으며, 요건이 까다로웠다고 한다. 산재보험 보상은 처음 승인된 요양 기간으로 완치되지 않으면 기간 연장이 가능하지만, 의사가 요양 기간 연장을 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업무로 인해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면 추가 상병 신청도 가능하지만, 재요양, 추가 상병의 제도적 요건이 까다로워 충분한 요양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책의 저자들은 의사의 소견이나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은 산재를 당한 노동자가 원래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치료됐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서 책은 노동조합의 투쟁이 여성 노동자의 산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하며, 다양한 노동조합의 안전보건 투쟁 사례들을 소개한다. 대표적으로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산재 인정 투쟁이 있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으로 인해 폐암 발생률이 평균보다 높다. 2018년 학교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했고, 2021년 4월 학교 급식노동자의 폐암이 최초로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사진] 폐암 산재 사망 학교급식노동자 순직 인정
2024년 폐암으로 사망한 故 이영미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이 순직을 인정받았다. 학교급식실이 산업적 위험이 존재하는 노동 현장임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사진 출처: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와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등 노동조합은 2018년부터 노동안전보건 단체들과 연계하여 ▲ 교육부에 환기설비 개선·유해 요인 조사·정기 건강검진을 요구하고, ▲ 산재 인정 확대·환기 개선·정기검진 제도화를 요구하는 투쟁을 조직했으며, ▲ 2022년부터 집단 산재 신청 및 전국 건강검진(폐 CT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폐 CT 검사를 받은 약 4만 2천명 중 31명이 폐암 확진을 받았고 341명이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다. 또한 2021년 첫 산재 승인 이후 2025년 4월까지 175명이 산재 승인을 받았다. 노동조합은 경상남도교육청과 2023년 조리실 환기시설 개선 시범사업을 하고, 2026년까지 경남도 내 모든 학교 급식실의 환기시설을 개선하도록 단체협약도 체결했다. 시범사업 결과 환기 성능이 3배 정도 향상되고 유해 인자 발생량은 3분의 2 정도 줄어들었다.
3. 노동조합, 건강권과 이를 위협하는 자본의 통제에 더 민감해져야
필자는 책을 읽고, 젠더 관점에서 여성 노동자가 일터에서 겪는 위험을 보는 관점을 넓히는 데 책의 내용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노동조합 대부분이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에 주요하게 관심을 두고, 건강권을 인식하는 관점은 협소해지기 쉬운 조건에서 책의 내용을 알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일하다 아픈 여자들』 북콘서트
민주노총 서울본부 여성위원회는 2024년 4월 19일, 산재 추방의 날을 맞아 『일하다 아픈 여자들』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여성 사업으로 『일하다 아픈 여자들』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북콘서트는 책 내용 발표에 이어서 서울지역 여성 노동자들이 산재 경험과 노동조합 활동을 소개하는 패널 토크 순으로 진행됐다. 들어가기에 앞서 오프닝 퀴즈도 있었다. 독자들도 시험 삼아 함께 답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1. 여성의 산업재해는 남성과 비교하면 육체적 질환이 적지 않다. (O/X)
2. 책에 등장한 다음 사례 중,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는 몇 개일까?
① 미주/유럽 항로를 주로 다니는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유방암
② 임신 초기에 하루 10시간씩 서서 근무하다 유산을 두 번 한 제빵 매장 카페 기사
③ 관리자의 지속적인 성추행에 시달린 현대차 하청업체 여성 노동자가 걸린 우울증
④ 좁은 공간에서 비틀린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염좌에 걸린 가사관리사
⑤ 매일 무거운 솥과 조리 도구를 옮기다 어깨가 파열된 중학교 급식조리사
3. 노동조합은 산업재해의 은폐를 감소시키지만, 산업재해 발생 그 자체를 줄이지는 못한다. (O/X)
다음은 퀴즈의 답과 해설이다.
1. 여성의 산업재해는 남성과 비교하면 육체적 질환이 적지 않다. (O)
2021년 기준 여성과 남성 모두 산재로 신청한 질병 1순위가 근골격계 질환이다. 다만 2019년 이후 정신 건강 질환이 여성의 경우 신청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졌다(2019년 남성 123건, 여성 120건 → 2020년 남성 215건, 여성 257건).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정신 질환 산재가 드러나고 있다.
2.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는 2번과 4번
모두 산재보상법 시행령 상 산업재해에 해당하여 산재로 인정 받았다.
그러나 ②번 유산의 경우 업무 연관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신청 건마다 승인/불승인 근거가 일관적이지 않다. 또한, ④번 가정 방문 노동자의 경우 나이가 들며 생기는 퇴행성 질환으로 본다. 단적으로 요양보호사의 98.1%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지만 추정의 원칙에 들어가지 않는다. 추정의 원칙이란 근골격계 질환별로 어떤 특정 직종의 발생률이 너무 높아, 산재 신청을 하면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급식조리사들의 무릎, 어깨 근골격계 질환은 산재 신청 투쟁으로 추정의 원칙에 포함되어 있다.
한편, ①의 경우 대한항공은 미국 동부 등의 노선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주로 북극항공로를 이용한다. 그런데 북극항공로는 우주 방사선이 가장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있다. 우주 방사선이란 태양 또는 우주로부터 지구 대기권으로 입사되는 방사선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2020년 <생활 주변 방사선 안전 관리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의 우주 방사선 평균 피폭선량은 점점 늘어나 2019년 평균 피폭선량은 일반인 기준 연간 피폭선량 한도의 3배에 이른다. 지속적인 누적 피폭선량은 주로 노년기의 암 발생 빈도에 영향을 미친다. (책 101~103쪽)
3. 노동조합은 산업재해의 은폐를 감소시키지만 산업재해 발생 그 자체를 줄이지는 못한다. (X)
노동자 1인당 발생하는 산업 재해의 2/3은 은폐된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노조가 노동 안전 보건 활동에 참여할수록 일터에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수준을 지킬 수 있는 설비투자나 교육 훈련을 실시하도록 사용주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고, 산재가 공상 처리로 은폐되지 않도록 산재 보고를 강제하는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작업 환경과 건강 실태에 대한 노동조합의 조사와 활동으로 산안법 적용 제외 대상이었던 급식실이 2017년부터 적용 대상이 되었다.
퀴즈의 목표는 세 가지를 참가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첫째, 여성의 노동과 산업재해의 특징과 종류가 통념과 다를 뿐, 여성 역시 위험한 일터에서 일하고 있다. 둘째, 산업재해 보상 제도, 특히 산업재해를 승인하는 매커니즘에는 젠더 공백이 있으며, 이는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로 채워질 수 있다. 셋째, 노동조합은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노동 환경과 산재 보상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
이어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송윤정 회원, 조건희 상임 활동가가 책 내용을 강의로 소개했다. 그리고 서울지역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다산콜센터지부, 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들이 여성 노동자가 겪는 일터의 위험을 전하는 패널 토크를 진행했다. 패널들은 ▲ 방문형 돌봄의 업무 범위의 모호함에 따른 이용자의 부당한 요구와 감정노동, ▲ 콜센터 노동자의 폭언·성희롱 위험 및 장시간 좌식 노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 여성 건설노동자의 화장실 사용의 어려움, ▲ 화상과 베임 등 부상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급식 노동자의 업무 환경을 설명해주었다.
북콘서트에 함께한 한 참가자는 업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을 산업 재해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또한 학습지노조 소속의 한 참가자는 북콘서트의 내용에 영감을 받아, 노조에서 노동 안전 실태 조사를 진행해 많은 학습지교사가 앓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 생식기계 질환 등 실태를 밝혀내기도 했다.
4. 노동조합, 젠더 규범을 넘어서 노동자 건강권에 예민해져야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기업을 엄벌로 다스려 산업재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은 이재명 정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사업주 때문에 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전제한다.
그렇지만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산업재해 발생 시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은, 현재 구조상 의도와 달리 사업주가 산업재해를 은폐하거나 위험을 외주화할 유인을 높일 수 있다. 결국 위계의 아래에 있는 노동자가 이런 위험을 궁극적으로 감당하게 될 위험이 상존한다. 따라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런 위험을 어떻게 가시화하고 해결할 것인지, 그 체계와 역량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다.
한국에서는 일터의 위험이 위계화되고, 위계에 따라 비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그 위계를 만들어내는 젠더 고정관념이 제도적 지원의 공백을 낳고, 노동자 스스로 건강권을 권리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결국 일터의 안전을 실현하려면 노동자가 건강권을 자신의 권리로 인식할 수 있게 하고, 자본의 전략이 조성한 일터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이 젠더 규범을 넘어서서, 일터의 모든 노동자의 건강권에 예민해져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