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6 여름. 195호

여당발 검찰개혁을 바라보며

김훈녕 | 회원,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무사

1. 들어가며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비록 글을 쓰는 시점(5월 말)에는 지방선거로 인해 잠깐 뒷전으로 밀리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정치권과 학계, 전문가, 시민운동 등이 모두 ‘참전’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한겨레》에는 같은 지면에 강경한 검찰개혁 방안에 찬성하는 견해(논설위원의 글)와 우려를 표명하는 견해(외부 필진의 글)가 나란히 실리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만 논쟁의 뜨거움과 별개로 논의가 생산적으로 흐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검찰개혁의 득실에 대한 정부나 여당 차원의 꼼꼼한 평가도, 우려되는 사안들에 대한 촘촘한 보완책도 찾아보기 어렵다. 어느샌가 누군가 검찰개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 심지어 그 사람이 이재명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라 하더라도, 여당 또는 여당보다도 강경한 일부 야당 세력들에게 친검찰 세력이라며, 검찰에 포섭되었다며 비난받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쟁점 중 아직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사항들이 많음에도, 만약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작지 않게 승리한다면 여당발 검찰개혁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2. 검찰개혁과 노동조합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검찰개혁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노동조합 내에서, 또는 노동운동 활동가 그룹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와 고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밝히기는 어렵지만 대략 다음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째, 검찰개혁이 어떻게 되든지 노동운동과는 별 관련이 없다는 견해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권이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되건, 노동조합이 노동자를 조직하고 교섭하고 파업하는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 않냐는 것이다.

 

둘째, 노동조합과 일차적으로 부딪히는 국가기구는 보통 검찰보다는 경찰 또는 노동부였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옥쇄 파업을 진압한 것도, 노동조합이 집회·시위 ‘신고’를 할 때마다 이를 억제하는 것도 경찰이었다. ‘노사 법치주의’를 관철하겠다며 노동조합에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내리고, 일부 노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했던 것은 노동부였다. 물론 노동조합도 검찰과 갈등할 일은 얼마든지 있었고 실제로 갈등을 빚어 왔지만(예를 들어, 각종 투쟁에 참여한 노동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 사용자의 노동법 위반에 대한 미온적 수사 및 기소 등), 그 전에 이미 다른 ‘빌런’을 상대하느라 바빠 검찰에 대해서까지 고민하고 언급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셋째, 형사제도에 대한 노동조합의 의존도가 비교적 낮기 때문일 수 있다. 노동조합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사회적 힘을 동원할 수도 있고(예를 들어 파업, 캠페인, 정당과의 연합 등), 노동위원회와 같이 노동문제 해결에 특화된 별도의 행정 기구를 이용할 수도 있다. 또 이미 불거진 형사적 문제에 대해 정치적·사회적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다. (파업 투쟁을 마친 뒤 노사가 쌍방에 제기한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한다고 합의하는 것이 한 예다.) 이처럼 노동조합은 권리구제를 위해 반드시 일반적인 형사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또 이미 발생한 형사 문제를 좀 더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기에, 굳이 매번 검찰과 아웅다웅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검찰개혁에 대한 관심도도 덜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검찰개혁은 노동조합과 관련이 없는 문제, 관심 두지 않아도 될 문제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조합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경제적·사회적 안정이 중요한데, 그러한 안정에는 공정하고 유능한 형사제도가 필수적이다. 경제적·사회적 안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부의 생산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경제범죄가 판치고 범죄 피해에 대한 구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 사회에서는 돈을 투자하고 사람을 고용해서 사업을 벌이는 것이 아무래도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괜히 현대국가의 기본적인 역할로 대외적 국방과 대내적 치안을 꼽은 것이 아니다.) 그 결과 사회가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부 자체가 축소되고, 노동조합이 투쟁을 통해 얻어낼 분배 몫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즉 형사제도 개혁의 실패는 장기적으로 노동조합의 활동 토대를 침식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노동조합의 정치사업 측면에서도 검찰개혁이라는 쟁점을 외면하기 어렵다. 검찰개혁은 결국 형사제도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의 문제이고, 이는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국가 운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정당이라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입장 개진을 피할 수 없는 쟁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에는 전통적으로 노동운동이 지지해 온 진보정당도 물론 포함된다. 만약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진보정당 지지를 설득하려면, 진보정당이 만들고자 하는 국가가 무엇이고 그 안에서 국민이 어떤 형사제도를 통해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검찰개혁은 한 번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쟁점이다.

 

셋째, 검찰개혁은 실제로 노동자들의 권리구제 제도에 일정한 영향을 준다. 현재 노동청에서 각종 노동관계법 위반 사건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의 법적 지위는 특별사법경찰관리(이하 ‘특사경’)다. 특사경이란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수사권을 가지는 경찰과 달리, 환경, 노동, 보건, 관세 등 특수하고 전문적인 각각의 영역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가지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도 수사기관이므로 그동안 검찰의 통제를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검찰개혁의 범위가 특사경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실제로 이번 3월 통과된 공소청법에서는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 관련 규정이 삭제된 상황이다. 다만 여전히 형사소송법 제245조의 10 제2항에 특사경의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 관련 내용이 남아있어, 올해 10월부터 공소청법이 시행되더라도 특사경이 검사의 지휘 없이 수사를 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하여튼 위와 같은 방식으로 검찰개혁이 노동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셈인데, 그 결과가 노동자들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될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지 당장 따져봐야 한다.

 

 

3. 검찰개혁, 무엇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앞서 살펴본 이유로 노동조합 또는 노동조합 내 활동가들이 검찰개혁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면, 과연 현재의 검찰개혁 방안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평가에 앞서 우선 평가 대상인 검찰개혁의 요지와 평가 기준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여당의 검찰개혁 방안 요지는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검찰의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한다. 중대범죄수사청은 ▲ 6대 중요범죄(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범죄), ▲ 법왜곡죄, ▲ 공소청 공무원 등의 범죄, ▲ 전속고발 범죄에 대하여 타 수사기관보다 우선하여 수사할 권한을 보유한다. 그 외의 범죄에 대한 수사 기능은 경찰이나 공수처 등에 맡긴다.

 

② 검찰의 기소 기능은 법무부 산하의 공소청으로 이관한다. 다만 공소청과 수사기관 간의 관계는 아직 정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할 때 공소청의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지, 아니면 단지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만을 할 수 있는지(보완수사권 대 보완수사요구권), 수사기관이 공소청에 담당 사건을 모두 공유할지(전건송치) 등이 쟁점이다. 한편 기존에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어야만 검사를 파면할 수 있었는데(이와 같은 사유가 없다면 해임만 가능), 이제는 그와 같은 사유가 없더라도 파면까지도 가능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평가 기준이다. 평가 기준이야 매우 다양할 수 있겠지만 필자의 능력을 고려해 일단 아래와 같이 두 가지 정도로만 정리해 볼 수 있겠다.

 

① 범죄 피해자들이 신속하고 충분하게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는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는, 형사제도의 핵심과 관련된다.

 

② 특정 기관에 지나치게 권력이 많이 쏠리지 않냐는 것이다. 이는 특정 기관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됨으로써 제대로 기능하지 않거나 부패하는 것과 관련된다.

 

 

4. 검찰개혁에 대한 간략한 평가

 

평가 대상과 기준이 정해졌으니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자. 첫째, 현재 추진 중인 검찰개혁은 범죄 피해자들이 신속하고 충분하게 권리를 구제받는 데 도움이 될까? 일단 아닐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루어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의 평가를 통해 확인된 사항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삭제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했다. 검찰권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범죄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를 훨씬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이 많다.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검사가 수사 ‘지휘’는 하지 못하고 오직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는 어정쩡한 위치에 서게 되니 ① 수사의 미진한 부분이 충분히 보완이 이뤄지기 어렵고, ② (수사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게 검사에게 있던 과거와 달리) 누가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지가 불분명해져 경찰과 검사 간 ‘핑퐁’이 발생하며(애매하다 싶으면 일단 보완수사 요구부터 하고 보는 검사 대 어차피 보완수사 요구가 들어올 테니 일단 대강 조사해서 전달하는 경찰), ③ 그 결과 사건 처리 기간만 마냥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④ 게다가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게 되면서 경찰이 범죄자와 결탁해 수사를 무마하거나, 충분히 기소까지 나아갈 수 있는 사안임에도 검찰의 검토를 받지 못해 묻혀버리는 사례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2023년 문재인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자 경찰과 검찰의 평균 사건 처리기간이 급증했다. (사진 출처 : 《한국일보》)

 

이러한 실태는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및 전건송치 제도 도입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다. 수사에 대한 검찰의 접근권을 제한한 결과로 범죄 피해 구제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 확인되었음에도, 여전히 강경한 검찰개혁론자들은 공소청에서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 제도가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들이 사건 처리기간의 증가와 같은 문제에 대해 뾰족한 보완책은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이 불 보듯 뻔한 길로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두 번째 평가 기준으로 넘어가자. 현재 추진 중인 검찰개혁은 특정 기관에 지나치게 권력이 쏠리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측면에서 다소 부정적으로 보인다.

 

① 수사기관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견제 장치가 불분명하다. 사실 현재의 검찰 제도는 해방 전후 경찰의 광범위한 독자적 강제수사권과 극도로 가혹한 수사 관행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측면이 강하다. 검사의 수사지휘권과 경찰유치장 감찰권을 승인하고, 영장 신청권자를 검사로 한정하고,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약화한 것 등이 대표적인 조치다. 그렇다면 2026년 현재, 국민의 인권 감수성이 워낙 높아졌으니 이제 더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아니 인권침해 문제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법리적으로 미진하고 보충해야 하는 부분은 제대로 관리·감독이 될 수 있는 걸까. 현재의 검찰개혁은 검찰의 권한을 박탈하는 것에만 집착한 나머지 이러한 부분에서 제대로 보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② 신설되는 공소청은 행정안전부 소속인데, 그 결과 행안부 산하에 덩치 큰 수사기관, 즉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수청이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행안부의 권력이 엄청나게 팽창하고 행안부 장관은 전국적으로 형성된 거대한 수사·정보망을 관리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권력 집중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는 충분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현재의 검찰개혁 안은 범죄 피해자 권리구제나 국가기관의 권력 배분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여당이 속도전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학자들이나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줄임말)이 도그마가 되었다”는 비판적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검찰 권한 축소에 집착하다 범죄 피해자 보호 및 권력 배분에서 다시금 문제가 발생하는, 본말이 전도된 상황인 셈이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꼬였는지 진지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5. 나아가며

 

학생 시절,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해 배울 때 인상 깊었던 개념 중 하나가 국가의 “사멸”이었다. 무정부주의자들은 국가의 폐지를 외쳤지만,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에 대항해 국가의 사멸을 주장했다. 노동자를 때려눕히고 자본가만 보호하는 국가야 당장 폐지하는 것이 통쾌하긴 하겠다만, 대책도 없이 체계를 없애버리면 과연 공동체가 운영될 수 있겠냐는 고민의 결과였다. 급진적인 구호와 분노만으로 해소될 수 없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개혁도 마찬가지 문제로 보인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과 불공정한 태도가 문제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개선하는 방향은 단순히 ‘미운 놈 때려잡자’, ‘나쁜 제도를 일거에 없애버리자’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앞서도 말했듯 검찰개혁은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형사제도의 변화와 관련된 문제다. 개혁의 내용과 방향이 국민의 일상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잘못되면 후폭풍도 클 수밖에 없다.

 

망가진 형사제도로 인해 치안과 사법의 붕괴를 겪는 나라의 국민은 참 비참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부정부패와 범죄의 확산은 나라의 역량을 갉아먹고, 나아가 사회적 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망가진 사회에서 노동조합 또는 노동조합 조합원이라고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쁘게는 “노동조합이나 사회운동, 비판적 지식인이라 불리우는 이들도 여당발 검찰개혁에 무관심했거나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될 수 있다. 노동조합 내에서도 검찰개혁으로 표상되는 형사제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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