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6 여름. 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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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흐름을 이끄는 자본의 전쟁

『AI 반도체 혁명』, 『AI 타이탄들의 전쟁』

김민정 | 회원,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1. 우리는 지금 어떤 ‘전쟁터’에 있는가

 

매일 아침 눈을 떠 인공지능(AI)에게 오늘의 날씨를 묻거나, AI가 정리해 준 뉴스를 보는 것이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알파고의 등장을 보며 막연한 경외감을 느꼈던 우리가, 이제는 일상 곳곳에 스며든 AI와 공생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전 세계 자본이 사활을 걸고 싸우는 거대한 ‘전쟁터’가 존재한다.

 

최근 뉴스 피드를 장식하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소식이나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투자 소식을 보면, AI가 기술 트렌드를 넘어 국가와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패권의 상징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문득 드는 생각은, 우리가 지금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가 통째로 바뀌는 지점에 서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AI 자본 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의 새로운 질서와 규칙이 만들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 혁명과 정보화 혁명을 지나, 현재의 AI는 모든 산업을 작동시키는 기반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부터 직업 활동, 그리고 미래 경제 전반을 바꾸게 될 이 전쟁은 결국 ‘누가 주도권을 쥐고 규칙을 설계하는가’에 관한 싸움이다.

 

나는 2030 경제독서모임 ‘현미경’에서 두 권의 책, 『AI 반도체 혁명』과 『AI 타이탄들의 전쟁』을 접했다. 전자가 반도체의 미세 공정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한계와의 사투,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 반도체 하드웨어 생태계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기록한 ‘전쟁의 병법서’라면, 후자는 그 기술을 바탕으로 빅테크들이 어떻게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는지 보여주는 ‘권력의 해설서’다. 두 책 모두 기술의 화려함보다 그 뒤에서 움직이는 자본의 논리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요즘 범람하는 일반적인 AI 교양서와는 결이 다르다. 이 두 책을 길잡이로 삼아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시대의 실체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AI 반도체 혁명: 3차 반도체 전쟁,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지은이: 권순우, 이동수 외

출판사: 페이지2북스

출간일: 2024.9.4.

『AI 타이탄들의 전쟁: 1조 달러 시장의 승자를 결정할 게임의 법칙』

지은이: 게리 리블린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출간일: 2025.8.25.

2. 승자독식의 피라미드는 어떻게 완성되는가

 

골드러시 시대에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은 금을 캔 광부가 아니라, 그들에게 곡괭이와 청바지를 판 사람들이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AI 반도체 혁명』에 따르면 현재의 AI 혁명에서도 이 공식은 정확히 들어맞는다. AI 반도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몇몇 소수의 기업이 철옹성 같은 독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림] AI 가치사슬의 구조 (그림 출처: 필자가 노트북LM을 사용해 제작)

 

AI 가치사슬의 구조를 살펴보자. AI 산업의 가장 밑바닥은 하드웨어 인프라의 삼각 축이 지탱한다. 연산기(GPU 등), 메모리(HBM 등), 초고속 통신(Networking) 기술이 그 주인공이다. 이 축의 중심에는 우리가 잘 아는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있다. CPU가 복잡한 문제를 깊이 있게 푸는 한 명의 천재 교수라면, GPU는 단순 사칙연산을 동시에 수만 개씩 풀어내는 수만 명의 초등학생과 같다. AI 학습에는 엄청난 양의 단순 계산이 동시에 필요하므로 GPU가 필수적이며, 엔비디아가 이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설계도에 따라 실제 칩을 정밀하게 깎아내는 제조는 대만의 TSMC가 독점한다. 그리고 이 초등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문제지(데이터)를 가져다주는 역할이 바로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다. 데이터가 오가는 차선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수천 개로 넓힌 혁신적인 부품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국적은 다르지만, 이 기업들은 사실상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며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강력한 하드웨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독주는 하드웨어 성능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인 ‘쿠다(CUDA)’를 통해 전 세계 개발자들을 자신들의 생태계에 종속시킨 것이 결정적이다. 이 전략이 얼마나 영리한가 하면, 한 번 쿠다 기반으로 코드를 짠 개발자는 다른 칩 환경으로 옮기기 위해 수개월의 재학습과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기술적 우위만이 아니라 ‘갈아타기 비용’으로도 시장을 지키는 셈이다. 여기에 서버 간 초고속 통신 기술인 엔비링크(NVLink)까지 가세하며 엔비디아는 난공불락의 기술적 해자를 구축했다.

 

이 인프라 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 아마존의 AWS, 구글 클라우드가 거대 플랫폼으로 군림한다. 이들은 하드웨어 인프라와 데이터 흐름을 동시에 장악하며 상위층에서 지배력을 행사한다.

 

과거 인텔처럼 한 회사가 모든 것을 다 하던 수직 통합 모델과 달리, 이제는 반도체의 설계(팹리스), 생산(파운드리), 패키징(후공정)이 철저히 분업화되었다. 역설적으로 이 전문 파트너십 생태계에 편입되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되는 구조다. 결국 AI 가치사슬은 단계마다 강력한 독점 사업자들이 버티고 서서 통행료를 징수하는 거대한 톨게이트 연속체와 다름없다. 이 차갑고 정교한 독점 체제 앞에서, 우리가 진정 ‘열린 기술의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3. 무한 성장 신화와 차가운 현실

 

기술의 역사에는 종종 종교적 믿음에 가까운 교리가 등장하곤 한다. 19세기에는 ‘강철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식이었다면, 21세기 AI 시대에는 ‘스케일링 법칙’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모델의 크기를 키우고, 더 많은 데이터를 쏟아붓고, 더 강력한 연산 자원을 투입할수록 성능이 그에 비례하여 향상된다는 이 법칙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실증되면서 전 세계의 천문학적인 자본 투입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기술적 맹신은 시장의 유동성을 한곳으로 몰아넣었다. 2022년 금리 인상과 전쟁으로 기술주가 급락하던 혹한기 속에서도 AI는 벤처캐피털(VC)들에게 유일한 탈출구로 여겨지며 막대한 자금을 흡수했다. 그 중심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7)’이라 불리는 거대 빅테크들이 있었고, 이들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자금을 사실상 독점하며 AI 열풍을 주도했다. 이는 ‘AI 양극화’라는 새로운 경제적 불평등을 낳았다.

 

자본의 광기가 극에 달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들이 나타나게 된다. 매출 하나 없이 창업 16개월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이 된 캐릭터닷에이아이(Character.ai)나 짧은 사업계획서 한 장만으로 수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미스트랄 AI의 사례는 시장을 경악케 했다. 기술 낙관주의에 기반한 이런 투자 열풍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4. 마법이 현실의 벽을 만날 때

 

AI는 영적인 존재가 아니다. 실제로는 뜨겁게 달아오르는 반도체 칩과 그것을 식히기 위해 쉼 없이 돌아가는 냉각기,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전력 고지서가 놓여 있다. AI가 무한히 똑똑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물리적 법칙에 부딪혔다. 자본의 전쟁은 누가 더 효율적으로 열을 식히고 전기를 확보하느냐는 지극히 원초적인 전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금까지 AI 시장의 주연은 학습(Training)이었다.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주입하는 과정에 모든 자본이 쏠렸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추론(Inference)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학습이 학생이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과정이라면, 추론은 시험장에서 문제를 풀고 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AI에게 질문을 던질 때마다 추론이 일어나며, 이 수요는 학습을 압도하는 속도로 폭증하고 있다. 이에 답변을 생성하는 연산 능력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후속 질문에 대비해 대화 맥락을 저장·관리하는 능력도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고가의 HBM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범용 D램이나 낸드플래시(저장장치)의 수요가 다시금 폭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추론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기술적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프리필(Prefill)과 디코드(Decode)의 이중 병목이라 부른다. 프리필은 AI가 질문을 한꺼번에 읽고 맥락을 이해하는 단계다. 이때는 엄청난 계산량이 필요해 계산 병목이 발생한다. 반면 디코드는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을 한 글자씩 생성해내는 단계다.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꺼내오느냐가 핵심인데, 여기서 메모리 병목이 발생한다. 마법 같은 답변 뒤에는 데이터라는 짐을 쉼 없이 나르는 보이지 않는 일꾼들의 질주가 숨어 있는 셈이다.

 

물리적 제약의 끝판왕은 단연 열이다. 엔비디아의 B200 칩은 무려 1000W의 전력을 소모한다. 웬만한 가정용 전열기구 한 대와 맞먹는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의 바람으로 식히는 공랭식(Air Cooling)은 한계에 다다랐고, 이제는 차가운 액체를 순환시키는 수랭식(Liquid Cooling)이나 칩을 액체에 통째로 담가버리는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 등의 냉각 기술이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필수 인프라가 되었다.

 

나아가 전력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사설 핵발전소 및 소형 모듈 원전(SMR) 개발사와 장기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움직임까지 본격화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구동하기 위해 인류가 핵발전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가장 치명적인 병목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속도 불일치다. 설계부터 양산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되는 하드웨어 개발 주기와 달리, AI 소프트웨어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모델이 나올 정도다. 2년 뒤를 내다보고 수백억 원을 들여 만든 칩이 세상에 나올 때쯤 이미 구식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존재한다. 이 시간적·재무적 리스크는 기업들에 뼈아픈 딜레마를 안겨준다.

 

 

5. 낭만이 사라진 자본의 전쟁터

 

과거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는 차고에서 시작된 소박한 혁신으로 시작됐지만, 오늘날 AI 전쟁터에서 낭만은 자본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 빠르게 굴복하고 있다. AI 모델 개발이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더 거대한 자본의 성벽을 쌓느냐는 머니게임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AI 타이탄들의 전쟁』에 따르면 업계의 선두 주자인 오픈AI조차 2024년 한 해에만 약 50억 달러(약 6조 7천억 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실제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오픈AI는 4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도 78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달러를 벌기 위해 약 1.8달러를 쓰는 기형적인 구조인 셈이다. 내부 문서에 따르면 2028년 한 해 영업손실만 7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9년에야 비로소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도이치뱅크는 “스타트업 역사상 이런 규모의 손실을 감내한 사례는 없었다. 우리는 완전히 미지의 영역에 와 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들과 벤처캐피털들이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자본 문턱이 형성된 것이다.

 

과거에는 유망한 스타트업이 나오면 빅테크가 기업 자체를 사버리는 인수합병(M&A)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각국 정부의 독점 규제가 강화되면서 빅테크들은 훨씬 변칙적인 방법을 고안해 냈다. ‘유사 인수’ 혹은 ‘인재 영입을 빙자한 인수’인데, 실질적으로는 스타트업의 핵심 기술과 인력을 통째로 흡수하는 인적 약탈이나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플렉션 AI의 핵심 인재를 흡수하고, 아마존이 어뎁트의 인력을 이적시키며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가졌던 독창적인 비전이나 독립적인 연구 윤리는 사라지고, 거대 플랫폼으로의 종속만이 남는다.

 

설령 어떤 천재적인 스타트업이 자본의 한계를 극복하고 혁신적인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엔비디아의 최신 반도체는 돈이 있다고 아무나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빅테크들이 이미 수년 치 물량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칩들을 대량으로 보유한 MS, 구글, 아마존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빌려 쓰지 않으면 스타트업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장 씁쓸하게 느껴지는 지점은, 초기 AI 모델들이 강조했던 안전성과 비영리의 가치가 거대 자본에 종속되면서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초기 혁신가들이 생존을 위해 대기업 자본에 손을 뻗으면서, 소수의 기업이 AI의 발전 방향은 물론 윤리적 기준까지 설계하는 폐쇄적 생태계가 공고해지고 있다. 인류 전체의 자산이어야 할 지능은 소수 기업의 자산으로 변질되고 있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반전 드라마를 기대하기엔, 지금의 AI 전쟁터는 이미 거대 제국들이 모든 규칙을 정해버린 그들만의 리그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6. AI 시대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AI라는 파도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 치열한 전쟁은 우리 삶의 기초가 될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거대 자본의 패권 다툼이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PC) 시대를 지배하고,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생태계를 양분했던 것과 언뜻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과거의 플랫폼 전쟁과 지금의 AI 전쟁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전의 기술 혁명은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으로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도전할 수 있는 열린 기회가 존재했다. 하지만 AI는 수조 원대의 자본과 어마어마한 장비를 갖춘 자들만이 판을 짤 수 있는 지극히 자본 집약적인 산업으로 변해버렸다.

 

자본이 설계한 지능은 결국 그 자본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AI 서비스의 답변 하나, 추천되는 정보 하나에 거대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이해관계가 스며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는 지금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사탕을 받는 대가로, 생각의 기준 자체를 소수 빅테크에게 통째로 넘겨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대부분이 그 사실을 체감하지 못한 채 AI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쟁의 결과로 나타날 가장 뚜렷한 현상은 국가, 기업, 개인 전반에 걸친 AI 격차의 심화다. 이미 전 세계 자본은 엔비디아가 있는 미국과 TSMC가 있는 대만, HBM을 만드는 한국 등 특정 거점에만 쏠리고 있다. 이 흐름에서 소외된 국가나 기업은 기술적으로 종속될 뿐 아니라,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할 수 있다.

 

개인 간의 AI 격차는 단순한 디지털 숙련도의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조건에 의해 좌우되기 시작했다. 고성능 AI 모델의 높은 구독료와 인프라 이용 비용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자본력을 갖춘 상위 계층이 기술적 이점과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독식하는 불평등의 재생산 구조가 갖춰지고 있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도 ‘어떤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가 생산성의 새로운 계급장이 되고 있지 않은가. AI를 접하기 어려운, AI로 대체되기 쉬운 일에 머무는 다수는 경제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온다.

 

결국 AI 자본 전쟁의 흐름을 읽는 것은 내가 딛고 선 땅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차가운 머리로 이 냉혹한 전쟁의 규칙을 파악하고, 동시에 따뜻한 가슴으로 기술이 인간을 향하게 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론 아제몰루와 사이먼 존슨은 공저 『권력과 진보』에서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기술의 혜택은 언제나 엘리트에게 먼저, 그리고 집중적으로 흘러갔다고. 하지만 또한 역사는 그 흐름에 맞서 개입함으로써 결과를 바꿔낸 사례들도 보여준다고. 기술은 그 자체로 중립적이지 않다. 어떤 방향으로 설계되고, 누구의 손에 놓이며, 어떤 규칙 위에서 작동하는가에 따라 해방의 도구가 될 수도, 지배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막연한 두려움만으로는 이 흐름 앞에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자본의 전쟁터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먼저 이 전쟁의 구조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기술이 자본과 결탁하여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직시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AI 반도체 혁명』, 『AI 타이탄들의 전쟁』은 이 전쟁의 좋은 지침서가 되어준다. 책을 읽으며 거대 자본의 흐름 속에서도 기술이 결국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향하게 만들, 우리가 나아가야 할 주체적인 선택의 길을 함께 설계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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