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6 여름. 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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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평가와 전망

지방자치의 실현인가, 포퓰리즘으로 점철된 선거용 지역 특수이익의 강화인가?

이미지 | 광주전남지부 사무처장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7월 1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유례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진 두 광역지자체의 통합 선언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 이후, 각종 단체들이 6월 선거를 앞두고 뒤늦게 정당성과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토론회와 발표를 앞다투어 진행하고 있다.

 

갑작스레 진행되었지만, ‘광역지자체 통합’은 한국 자본주의가 직면한 현단계 모순과 위기를 배경으로 경제와 정치가 상호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1960년대 거점개발 중심의 산업화가 세계 경제 위기 속에 한계에 다다르자, 정부는 그에 따른 계급갈등 폭발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1970년대의 ‘수도권 중심 탈피’ 정책을 ‘지역균형발전’라는 이름으로 전개했다. 일련의 과정은 지역 정치세력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과정이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독립적 섹터를 구축하기 위한 밀고 당기는 과정이기도 했다.

 

졸속으로 진행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은 한편으로는 이러한 궤적이 일부 반영되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윤석열, 이재명 정부 들어서 심화된 정치위기를 반영했다. 이하에서는 지역발전 담론과 광역지자체 통합의 쟁점을 살펴봄으로써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이 그간의 궤적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1. ‘수도권 중심 탈피’ 담론과 한국 지방자치제도

 

1) 중앙정부 주도의 ‘수도권 중심 탈피’ 담론과 정치위기의 상호작용

그간 한국 정부는 거점개발 전략을 통해 경제성장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수도권 인구 과밀문제가 발생하자, 1970년대부터 정부는 수도권 을 억제하고 인구를 분산하는 정책을 꾀했다.

 

그러나 1970년대는 세계적으로 이윤율이 하락하며, 신자유주의가 대두하고 있을 때였다. 한국도 그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1969~1972년과 1974~1975년 위기에 이어, 두 번째 석유위기의 충격 속에서 수출지향 공업화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한국의 1979~1980년 경제위기는 이윤율의 급격한 저하와 최초의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동시에 외환위기와 외채위기가 발생한 구조적 위기였다. 이렇듯 지역으로의 인구 이동은커녕 수출 중심 지역의 산업전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민주노조를 열망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빗발쳤다. 국가 헌정이 무너진 상황에서 군부 독재정권은 노동자·시민들의 투쟁에 강압적 탄압으로 일관하여 부마항쟁과 광주항쟁이 발발했고, 이는 지배계급의 정치위기로 이어졌다.

 

박정희 사망 이후 권력 공백이 체제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전두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군부독재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렇듯 정치위기와 지역 경제위기가 만나, 수도권 인구 분산의 문제는 지역 경제 개발의 문제로 전환되었다. 전두환 정권은 “지방 중심도시를 핵으로 하는 광역개발”을 제시했으며, 이는 문민정부 시대의 ‘서해안 산업지대 개발’로 이어졌고,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서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수도권 중심 탈피 담론이 공식적인 국정 기조로 자리 잡았고, ‘행정수도 이전’이 추진되었다. 뒤이어 이명박 정부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광역경제권’ 개념을 제시했다.

 

한편, 2000년대 노무현 정부 시기부터 중앙 정치권력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노골적으로 나타났으며, ‘행정수도 이전’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했다. 이명박 정부를 거쳐 극단화되던 정치위기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분권적 지역 성장을 제시하였으나, 국정농단과 탄핵으로 정치적 혼란이 발생하면서 실효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인구·사회 문제를 지역발전과 연계해 ‘사회통합과 국가균형발전’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특례를 기반으로 한 기업·시장 주도의 지방 투자 유인과 메가시티 조성을 추진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메가시티 구상을 ‘5극 3특’ 정책으로 재편해 제시했으며,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지역균형발전’ 담론은 정치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는 광주·전남 광역지자체 통합 특별법이 통과된 반면, 대구·경북 광역지자체 통합 특별법은 보류되었다. 또한 여야가 경합하는 세종행정수도특별법은 지방선거 이후로 처리가 미뤄졌고, 전북특별법 개정안은 통과된 반면,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었다. 이처럼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지역별 정치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추진되면서, 관련 입법이 사실상 매표행위와 다름없는 정치적 거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즉, ‘수도권 집중 탈피’ 문제 담론은 수도권 인구 과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시작되었으나, 경제위기와 정치위기가 결합하면서 지역 경제권 형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통합 문제로 변화해갔다. 그 과정에서 지역 경제권 및 행정역량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지방자치제도의 성장 필요성이 일부 부각되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기반이 취약한 한국에서는 지역균형발전 역시 결국 중앙정부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중앙정치 권력 경쟁으로 귀결되었다.

 

2) 한국 지방자치제도와 사회운동

‘지역균형발전’ 담론이 지역 표심을 겨냥한 중앙정부의 포퓰리즘적 수사로 변화해온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한국 지방자치제도의 역사를 검토하고자 한다.

 

한국 지방자치제도의 취약성은 해방 이전의 역사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 이전부터 지방 영주나 호족 등 지방 권력과 중앙 권력의 균형 문제가 국가 운영의 핵심 과제로 작동하며, 이를 바탕으로 연방제 성격의 근대국가가 형성된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조선시대 약 500년에 걸친 중앙집권적 왕조체제를 거쳐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이르게 되었다. 이처럼 장기간 중앙집권적 단일왕조체제가 유지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편이다.

 

한국에서 지방자치제도가 형식적으로나마 최초로 도입된 시절은 1952년 지방의회(시·읍·면의회, 도의회) 선거였다. 그 후, 1960년 4.19혁명 이후 장면내각 하에서 도지사, 시장, 군수도 직선제로 뽑으며 오늘날과 유사한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이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제정해 지방의회를 해산하고 지방자치제도는 전면 중단되었다.

 

1972년 10월 유신 이후 헌정 파괴와 독재정치가 강화되었고, 이것이 1970년대 경제위기와 맞물리면서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 정부는 부마항쟁과 광주항쟁을 폭력적으로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지방자치의 주요 기반이 될 사회운동 세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한편, 지역 사회운동이 희생된 상태에서 중앙정치가 문민화에 접어들었다. 1987년 개정헌법을 통해 노태우 정부는 지방자치를 헌법에서 보장했다. 그러나 1991년 3월 6일에서야 기초 및 광역 지방의회 의원 선거를 실시했고, 1995년에야 제 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열렸다. 해당 선거에서 여당(김영삼, 민주자유당)이 지방선거에서 예상 밖 참패를 당했다. 이 선거는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하위변수가 아님을 증명하는 한편, 영·호남의 지역주의 구도도 강하게 드러났다.

 

다시 말해, 한국 사회는 1995년에야 ‘선거’를 통한 지방자치제가 시작되었다. 따라서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약 600여년의 기간 중 지방자치제를 해본 기간이 30년 남짓에 불과하며, 예로부터 이어진 관행조차 없었다. 오히려 1971년 대통령선거에서부터 박정희와 김대중의 대결을 신라와 백제의 대결로 묘사하는 선거 구호들이 사용되었던 것처럼, 대통령제를 왕조처럼 여기고 중앙정치권력을 목표로 하는 지역주의가 지방선거를 역으로 잠식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림]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 지역별 투표 결과
 

[그림] 1995년 1회 전국 동시지방선거 결과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자당 후보인 김영삼이 당선되었으나,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자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였다. 한편, 14대 대선에서 확인된 지역 갈등 구조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뚜렷하게 반복되었다.

더욱이 지방선거의 실시만으로 지방자치제도가 즉각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하면, 지방자치제도의 분권 수준은 지방정부의 입법·재정 권한이 중앙정부로부터 얼마나 법적으로 독립되어 있는가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먼저 자치입법권을 살펴보면, 지방자치단체가 법을 제정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에 따라 독립성을 가늠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연방헌법 또는 연방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지자체가 지방법을 제정할 수 있으며, 독일과 일본은 법률 우위의 원칙에 따라 지자체가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치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국가 법령의 기준을 최저기준으로 보고 지자체가 지역 특색에 따른 엄격한 규제를 조례로 만들 수 있다.(초과강화조례) 반면 한국의 지자체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좁은 범위의 조례제정권만을 보유하고 있다.

 

[표] 주요 국가별 지방분권 수준 비교표

 

한편, 지방재정권은 지방정부가 ‘별도의 조세를 부과하거나 조세율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 ‘세금의 사용에 대한 지방정부의 자율성 확보’를 의미한다. 독일, 미국, 캐나다 모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지방정부의 과세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국가사무를 지자체에 위임할 경우 국가 재원 이전을 명시하거나 업무에 따른 별도의 배분체계를 가진다. 일본은 2004년부터 세출구조개혁을 통해 국고보조부담금과 지방교부세를 축소하는 한편, 국세의 지방세로의 과감한 이양을 통해 지방재정 중 지방세수입의 비율을 높여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개선하였다. 반면, 한국은 국세 75%, 지방세 25% 비율이 고정되어 있고, 지자체의 세목 신설이 불가하며, 지방세의 세목과 세율도 국회가 법률로 결정한다. 즉, 한국에서 지방재정권의 자율성은 매우 취약하다.

 

한국의 지방자치제에서는 지역의 이해관계가 중앙정치권력에 종속되는 경향이 강하며, 지방균형발전 역시 중앙정부의 지자체 통제 문제와 연결되어 왔다. 실제로 문민정부 시기 국가균형발전은 중앙정부 주도의 경제권 재편 구상 속에서 제시된 바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계기로 더욱 강화되었다. ‘행정수도 이전’을 특정 지역으로 확정하는 문제 역시 중앙정치권력의 판단에 좌우되는 사안으로 인식되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부 부처 이전을 축소·조정하는 세종시 수정안이 대통령 주도로 추진되면서 국가 지역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훼손되었다. 동시에 지역정책이 중앙정치권력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인식도 더욱 강화되었다.

 

결국 중앙정치권력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이 커지고, 노무현 대통령 시기 탄핵소추안 가결, 이명박 정부 시기 정치 불안 등 중앙정치의 위기로 이어지자, 중앙정부 주도 지역정책이 아닌 지역분권과 지방자치가 점차 강조되기 시작했다. 초기 광역지자체 통합 논의는 이러한 자본주의 정치위기 심화 과정과 지역 경제의 쇠락 속,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지자체의 자율적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3) 소결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때부터 ‘수도권 집중 탈피’ 정책이 제시되었다. 당시 수도권 인구 과밀 해소라는 목표로 출발한 ‘지역균형발전’이었으나, 경제위기와 정치위기가 결합하면서 사회 통합으로 이슈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독립적인 재정권과 입법권이 보장되지 않은 한국의 지방자치제에서 ‘지역균형발전’은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촉진하기보단, 중앙정부의 지역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즉 중앙정치에 지역정치를 종속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군부독재 속에서 쇠락한 지역 사회운동은 지방정치를 발전시키지 못했고, 문민정부에서도 ‘지역균형발전’은 중앙정부 주도 계획에 그쳤다. 결국 지역균형발전은 역으로 중앙정부의 지원을 둘러싼 정치적 경쟁으로 수렴되었다. 이는 지역 간 갈등이 중앙정치의 위기에 일조하고, 중앙정치의 위기가 다시 지역갈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경제는 실질적인 열매를 맺지 못했고, 인구 위기와 지역 소멸 위기까지 겹쳤다. 그 결과 중앙중심의 경제·행정계획이 아닌 지방분권 계획 논의가 ‘광역지자체 통합’이라는 형태로 부산·울산·경남에서 시작되었다.

 

 

2. 지방자치제 강화의 줄다리기: 한국의 광역지자체 통합 논의 및 실행 경과

 

1) 부산·울산·경남에서 시작된 광역지자체 통합 논의

광역지자체 통합 논의가 시작된 곳은 광주·전남 지역이 아니라, 경상도였다. 2018년 부산·울산·경남에 이어, 2019년 대구·경북이 논의를 진척시켰다. 수도권 일극 현상이 심화하는 현실에서 개별 광역 지방자치단체로는 인구 감소와 산업 경쟁력 약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2021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을 방문하여 “부울경 메가시티, 임기 내 출범”을 공식 표명했다. 10월에 대통령은 “초광역협력으로 수도권 일극체제 타파”를 강조하면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예비타당성 기준을 완화했다. 이때에도 광주·전남은 반응이 없었고, 부·울·경만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 출범을 목표로 규약안을 의결했다.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이후, 부·울·경과 대구·경북의 통합 논의는 새롭게 당선된 지자체장들의 부정적 태도로 무산되었다. 2023년 11월, 윤석열 정부가 제1차 지방종합계획에서 7개 지역 초광역권 경제권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광주·전남은 호응하지 않았다. (한편, 현재 진보당이 주장하는 전북을 포함한 호남권 광역지자체 통합은 윤석열 정부의 제 1차 지방종합계획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다)

 

2024년 5월, 홍준표 전(前) 대구시장이 광역지자체 통합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도 통합을 지지했다. 2024년 10월, 대구경북행정특별법 초안을 정부와 대구, 경북이 합의했다. 2026년 2월 국회에서 발의된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안」(임미애 의원 등 22인)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대구·경북은 광역지자체 통합을 계기로, 현행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대하고자 했다.(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안은 중앙행정기관의 권한 이양, 지방의회의 조례제정 범위에 관한 사항과 지방재정에 관한 사항이 명시되었다) 즉, 통합지자체 논의는 대구 경북이 주도했다.

 

한편, 광주와 전남은 2024년 내내 광역지자체 통합에 부정적이었다. 다른 지역이 메가시티를 언급할 때, 전남은 특별자치도를 주장하며 광주와 독립된 자치 권한 증대를 요구했으며, 광주는 행정보다는 산업적 연계를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2) 돌발적인 광주·전남 광역지자체 통합과 지역 특수이익의 강화

이재명 정부 시기 광역지자체 통합이 처음 언급된 곳은 대전·충남이었다. 2025년 12월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충남에서 대전·충남 통합 적극 지지를 처음으로 공식화했고, 12월 18일엔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 간담회에서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 통합된 자치단체의 장을 뽑을 수 있게” 하자고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했다.

 

그런데 2026년 1월 2일, 광주·전남 지자체장이 대통합 추진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1월 9일 대통령 주재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의지를 확인했다. 주민투표 대신 시·도 의회 의결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키로 했다. 1월 12일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협의체가 첫 회의를 시작했다. 1월 16일엔 이재명 정부가 4년간 20조 원을 지원하는 약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법적 절차가 졸속으로 추진되었다. 1월 28일 특별법안 의견 수렴 및 공식 제안이 있었고, 2월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대안이 가결되었고, 2월 24일 국회 법사위에서 수정가결된 후, 3월 1일 본회의 의결을 거쳐 3월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공포되었다. 행정통합 공동선언 이후, 2개월 만에 모든 절차가 완료된 것이다. 대구·경북 또한 동일 기간에 「대구경북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이 행안위를 통과했지만, 2월 24일 법사위에서 보류 결정이 나면서 무산되었다.

 

3) 소결

문재인 정부 시절, 부산·울산·경남의 자체적 논의로 시작되었던 행정통합 논의는 윤석열 정부 때 대구·경북에서 지방분권 측면을 강화하며 발전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광역통합의 필요성이 대전·충남에서 재점화되었지만, 정작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광주·전남에서 갑작스런 통합 선언으로 행정통합 절차를 완료했다. 재정지원도 광주·전남만 받았다.

 

결과적으로 중앙정치와 지방정부 정책의 연계를 상대화하고 지방분권을 꾀했었던 광역지자체 논의는, 이재명 정부의 ‘정부지원금’ 발표로 다시 중앙정부와 지역경제정책의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연계된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통합특별법 보류와 전남광주통합특별법 통과는 중앙정치 권력재편에 따라 지역 특수이익이 형성되는 고리를 다시금 대중에게 인식시켰던 것이다.

 

당장의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이 지방분권을 실현해 이러한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중요한 쟁점이다. 나아가 ‘지역균형발전’이 중앙정치권력을 위한 인민주의적 수사를 벗어나, 자본주의 위기 국면의 구조적 모순을 지역 차원에서 완화하거나 대안적 거점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현재 통과된 특별법의 구체적 내용과 목적성, 그리고 예상되는 쟁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해외 사례를 통해 광역지자체 통합의 긍정적·부정적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과 쟁점을 추출해보고자 한다.

 

 

3. 광역지자체 통합의 해외 사례 검토를 통한 주요 쟁점: 권한, 재정, 실행 강제력

 

세계경제 변화와 맞물려, 광역지자체 통합은 전 세계적으로 시도된 바 있다. 각 나라의 지방분권의 정도와 주체의 역량에 따라 특정한 성과를 얻기도 하고 좌초되기도 한다. 한국은 지방자치제도가 취약하고 광역지자체 통합 역사가 부재하므로, 해외 광역지자체 통합 사례를 검토함으로써 주요 쟁점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통해 광주전남통합특별시 출범을 평가하고자 한다. 광주전남통합과 유사한 사례를 검토하기 위해, 수도권 중심 광역지자체 통합은 배제하였으며 자본주의의 저성장 국면에서 경제위기를 겪은 지역 사례를 주로 살펴보았다.

 

1) 긍정적 사례: 프랑스 리옹 메트로폴과 독일 슈투트가르트

(1) 프랑스 리옹 메트로폴

 

프랑스 리옹지역은 1970년대부터 직물 산업의 국제 경쟁력 하락으로 경제적 쇠락을 겪은 지역으로, 한국의 대구·경북지역과 유사한 상황이었다. 광역지자체 통합 전에 이미 리옹 지역 내 광역도시 협력체가 구성되어 있었지만, 느슨한 협력체만으로는 지자체를 넘는 통합 공공정책이나 지역발전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었다.

 

이에 2015년 정식 광역지자체로 행정적 법적 지위를 부과하여 리옹메트로폴이 통합 출범했다. 선거를 통해 자치의회를 구성하고 간접적으로 메트로폴 대표를 뽑아 광역정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메트로폴은 강화된 권한과 법적 지위를 가지는데,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발전과 개발(정비), 도시 공간의 개발, 주민의 지방 정책, 도시 정책, 공동이익을 구현하는 서비스의 관리, 환경 보호, 주민생활 정책 등을 담당한다.

 

지방의회의 권한과 지방정부의 행정집행력이 강하고, 이것이 헌법으로 보장된 프랑스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주민 참여 제도가(청원권, 주민투표, 자문권) 정착되었다. 리옹 메트로폴은 설립 이후 다양한 공공·민간 파트너쉽 구축을 통해 첨단산업으로의 재편을 이뤘고, 지역경제를 재건했다고 평가받는다. 2016년 기준으로 리옹 메트로폴 지역 인구는 138만 명에서 2022년 기준 143만 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규모 역시 2018년 기준 프랑스 내 국내총생산 2위(128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의 지방재정권은 헌법과 법률을 통해 보장되며,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 과정에서 재정도 함께 이전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세율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고, 각 지자체별 고유 재원을 구성할 수 있다. 이러한 재정 운영은 독립적 중립기관인 지역감사원의 사후 통제를 받는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 속에서 리옹 메트로폴은 광역행정 통합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나, 권한 확대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와 프랑스 전반의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최근에는 재정건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예산 확보를 위해 청년층 실업수당이 삭감되는 등 일부 취약계층 정책이 후퇴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더불어 광역정책의 지속적 추진에는 지방의회의 정책 집행과 정치적 협력이 중요한데, 최근 선거제도 변화(대표 겸직 금지, 파리·리옹·마르세유 직접선거 요소 도입)로 인해 2026년 지방선거 이후 리옹시 시장(생태녹색당)과 리옹 메트로폴 다수 세력(공화당 주도 보수 우파 연합) 사이의 정치적 불일치가 발생하면서 광역정책의 실행력에도 일정한 긴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2) 독일 슈투트가르트

 

슈투트가르트 지역은 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 쇠퇴로 1991년부터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1991~1993년 사이 제조업 수출 감소율이 5%에 달했고, 제조업 투자는 31%가 줄었으며, 1992년~1996년 사이 약 11만 명의 신규 실업자가 발생해 1990년대 중반 실업률은 9%에 달했다. 지역경제 재편은 지방정부 및 시장주체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노동조합과 고용, 임금, 노동시간 및 숙련형성과 관련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했다. 더불어 산업구조 다변화를 위한 사회기반시설 확충은 시민사회단체와의 사회적 대화를 거쳐야만 했다.

 

슈투트가르트 지역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광역 교통,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1994년 총 6개의 광역자치단체 연합을 구성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강화된 결속력을 가지고 광역정책을 수행할 지역연합을 만든 것이다. 슈투트가르트 지역연합의 핵심기관은 지역연합의회로, 지방의회 선거와는 별개로 독자적 주민 직접선거(비례대표제)로 뽑는다. 지역연합의회에서 대표로 사무총장을 선출한다.

 

지역연합이 세금을 부과할 권리는 없지만, 지방세법에 따라 대중교통 및 쓰레기 처리 요금 등에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으며, 주정부 위임 사무는 주정부의 보조금을 받는다. 지역연합은 지방자치단체에 분담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할당되는 분담금은 매 회계연도마다 협의를 거쳐 지역연합의회 조례로 정한다. 지역연합은 지역계획, 경관계획, 교통계획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방자치단체를 강제할 수 있다.

 

슈투트가르트 지역연합은 계획 수립 과정에서 노사민정 사회적 협의를 거쳤다. 이는 지역 사회운동의 자율적 흐름을 지역연합에서 제도화하는 과정이었다. 1991년 이후 경제위기 때 슈투트가르트 금속노조지부는 숙련 형성과 작업장 혁신을 중심으로 교섭 대상을 공세적으로 설정하고, 사용자단체를 상대로 고용 조정이 아닌 작업장 혁신을 중심으로 한 기업구조조정 전략을 제시했다. 이에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여 광역정책에 대한 사회적 협의체를 형성했는데, 이것이 지역연합의 시민의회 프로젝트 사업으로 제도화된 것이다. 지역연합은 1995년 슈투트가르트 경제육성회를 설립했는데, 이는 일종의 지역 노사정 경제협력체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슈투트가르트 금속산별노조, 독일노총, 상공회의소, 정계, 관계, 학계 등 지역경제의 담당주체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이후 독일 평균인 2%보다 훨씬 높은 4%에 이르고 있다. 실업률 또한 독일 평균인 10%의 절반 인 5%로, 경제위기 이전의 고용 활력을 찾았다고 평가받는다.

 

정리하면, 슈투트가르트 지역연합은 사회복지·교육 등 지방자치단체의 전반적 권한을 포괄하기보다, 광역교통과 지역계획 등 특정 목적에 한정된 권한과 재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는 비교적 안정성을 부여하지만, 느슨한 연합체 성격으로 인해 광역정책의 법적 강제력에는 일정한 한계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민 참여와 환경운동 등 기존 사회운동의 성과를 제도화함으로써, 광역 차원의 정책 집행력과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2) 부정적 사례: 캐나다 토론토와 호주 퀸즐랜드

(1) 캐나다 토론토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정부는 1998년 1월 1일, 메트로폴리탄 토론토와 6개 자치도시를 하나의 새로운 토론토시(Megacity)로 강제 통합했다. 통합의 핵심은 비용절감이었다. 주정부 재정을 줄이기 위해 중복된 행정 비용을 절감하고, 지자체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주민 동의 절차가 부재했고, 모든 광역과 지역 지자체 권한을 단일 지역정부가 담당했다. 공공부문은 더 큰 책임과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비용 절감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특히 지역 보건과 교통 분야 책임이 주정부에서 시정부로 이관되자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이 더욱 증가했다. 결국, 지방세 부담이 증가하고 공공서비스가 감소했다. 더불어 통합 이전 도시들의 정체성이 약화되고 지역 간 분열이 심화되어 지자체 간 협력을 위한 광역 조정 역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고, 민주적 대표성과 재정건전성 모두 훼손되었다.

 

(2) 호주 퀸즐랜드

 

호주 퀸즐랜드 주 의회는 2007년 157개 자치단체를 폐지하고, 73개 자치단체로 이루어진 광역정부로 통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08년 광역 통합정부는 행정 효율화와 비용 절감, 공공서비스 개선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통합 과정에서 새로운 행정구조 구축비용과 인건비의 상향 평준화가 발생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세가 크게 인상되었다. 또한, 의원의 주민 대표성이 약해지고 소외지역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공공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문제도 나타났다. 특히 통합의회의 느린 의사결정 구조와 비용 증가에 따른 의회 채무 급증으로 인해, 2014년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투표를 거쳐 다시 분리되었다.

 

이는 대규모 비용 낭비와 정책 신뢰도 하락의 사례로 평가되며, 이후 분리 과정에서 추가 비용까지 발생해 이중적인 재정 부담을 초래하였다. 현재 퀸즐랜드 주는 신산업(수소) 단지 건설 실패와 그간의 투여된 과도한 정부재정지출에 따른 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3) 소결: 광역지자체 통합의 권한·재정·실행 강제력 문제

이상의 사례들을 검토했을 때, 자본주의 위기 국면에서 광역지자체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의 성격을 넘어선다. 저성장의 근본적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더라도, 급격한 공동체의 쇠락을 완화하고 저성장 구조로의 연착륙을 유도하거나 중앙정치 위기를 일정 부분 상대화하며 대안 형성을 위한 분절적 거점을 형성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반대로 광역정책 목표 달성과 권한에 상응하는 재정조정에 실패할 경우,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지방자치단체 위기를 더욱 가속할 가능성도 있다.

 

네 가지 사례를 통해, 지방자치와 분권의 수준, 즉 입법권과 재정권의 행사 범위가 광역지자체 통합의 목적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는지, 그리고 광역정책의 실행력을 자율적인 자치제도를 통해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광역지자체 통합의 핵심 쟁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 권한의 이양은 재정부담이라는 책임을 동반한다. 또한 광역정책의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정권과 입법권의 적절한 연계, 기초지자체와의 협력, 지역 내 이해관계 세력 간 갈등조정과 사회적 합의 형성 역량이 필요하다. 결국 지방자치 운영 방식은 해당 국가의 헌정체제와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사회 각 주체의 조직력과 역량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4.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 검토

 

아래에서는 앞서 제시한 기준과 쟁점을 바탕으로,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전남광주통합특별법이 재정권과 입법권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으며, 광역정책 실행력을 어떻게 확보하려는지와 관련한 내용을 검토하고자 한다.

 

1) 법률에 명시된 통합특별시의 권한과 재정

전남광주통합특별법의 목적은 “인공지능ㆍ에너지ㆍ반도체 등 글로벌 미래 첨단산업과 농어업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국가균형성장에 이바지”하며, “인공지능ㆍ에너지ㆍ문화수도”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법안은 국무총리 산하에 각 장관과 특별시장, 특별시교육감으로 이루어진 지원위원회를 설치해 진행 경과를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법에서 서술된 권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행정권한 측면에서 살펴보면, 해당 특별법은 중앙정부 권한의 일부를 단계적으로 이전하고 지방재정 운용을 확대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특별시장의 권한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중앙정부는 특별시에 중앙행정기관 권한을 단계적으로 이양하고, 특별지방행정기관 사무를 이관할 수 있게 하고(재정 및 인력), 시의회의 의결을 얻어 지방채 발행 한도액의 범위를 초과한 지방채를 발행할 권한을 허용한다. 특히 통합특별시장은 건축 및 도시개발, 환경영향평가, 산지관리, 전기사업, 수산자원 개발, 연안관리, 관광진흥의 일부와 관련하여 각 장관·청장급의 권한을 행할 수 있다. 대통령령이나 부령(시행규칙 등)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 사항도 유관부처 장관의 동의를 받는다면, 통합특별시조례로 제정할 수 있다. 여기에 특별시장은 법무부장관에게 이주노동자의 체류기간 연장, 재입국 절차 간소화 등에 관한 지역 이주노동자에 관한 특례 적용을 요청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중앙행정권한 이전과 관련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지방고용노동청 업무가 특별시 소속으로 이관되며, 그에 따른 인력과 재정이 특별시로 이관된다. 한편, 행정부와 각종 청은 5급 이상 공무원의 결원 보충 기준(행정고시 합격자 비율과 내부 공무원 승진 비율의 기준)과 공무원 교육훈련 기획에 대한 권한, 개발 및 산업 규제 기준 설립 및 인허가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권한을 이양한다. 이러한 권한 구조에서 특별시장은 공무원, 교육, 언론, 농어촌, 건축업 및 산업 규제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로 인해 특수이익을 노리는 이해관계 세력과 지자체 사이에 유착관계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권한 측면에서 살펴보면, 광범위한 재정지원 특례가 매우 많다. 국가와 특별시가 공동으로 재정을 마련하지만, 실제 집행 책임은 특별시장이 진다. 여기서 특별시장이 책임지는 분야가 광범위해짐에 따라, 지자체 재원 모집과 배분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갈등을 조정하고 조율할 수 있는 고도의 행정역량이 지방정부에 요구된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특별법은 △ 수소산업과 첨단산업(국가첨단전략산업) 지원, △ 인공지능 클러스터 조성, 지원 및 실증지구 지정, △ 미래 모빌리티 클러스터를 조성과 관련한 산업지원, △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출자 허용 및 관련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재정 운용 규제 완화 등의 특례가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특별법에 특별시장의 권한을 견제하는 요소가 매우 취약하다. 관련 조항은 시민모니터링(제32조)이 유일하며, 노동조합은 중소기업 종사자의 복지 향상과 지역인재 유치를 위한 광역 단위 공동복지사업을 위한 지원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을 뿐이다.(제220조)

 

2) 전남광주통합특별법상 자치입법권, 지방재정권, 광역정책 시행 제도

전남광주통합특별법에 따라 통합특별시장은 중앙행정부터의 권한을 일부 이양받으며, 이는 지역의 정치적, 산업적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계된다. 반면, 자치입법권 측면에서는 이양된 부령과 관련하여 조례제정이 가능하도록 확대되었으나, 법률에서 정하는 구체 법령의 범위나 지자체장의 권한을 초과할 수 없어 지방의회의 역할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협소하다. 통합행정부에 대한 기준 형성이나 법률상 특례에 대한 기준을 설립할 수 있지만, 사회 전반을 자율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입법권은 주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 지방재정권의 측면에서도, 중앙정부 보조금이 다양하게 큰 규모로 유입될 경로를 늘렸으며, 지방정부가 지방채와 사채의 발행을 제한하던 것을 해제하는 내용이 많아 오히려 지방 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역에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할 제도적 장치는 특별법에 부재한 점이 문제다. 이는 광역정책의 실행 강제성이 여전히 중앙정부 지원금이나 자본의 투자 의지에 의존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광역정책이 지역 이해관계의 충돌 속에서 표류할 수 있다. 지역 사회운동 세력이 여기에 건강한 견제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를 형성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수행할 지자체의 행정역량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3) 소결

전남광주통합특별법은 지자체장의 권한을 확대한 것이 핵심 특징이다. 중앙부처의 권한을 지자체장으로 이관한 결과, 지역의 산업개발과 관련된 각종 기준, 사업 인·허가권, 각종 지원금 지급 권한에 대한 지자체장의 권한을 강화했다. 반면에 지방의회의 권한은 큰 틀에서 이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 세입·세출과 관련한 재정권이 확대되지 않았으며, 지방채와 지방공사채 발행 제한만 풀렸다. 정부보조금과 기업투자 유치에 의존하는 재정구조는 그대로인 만큼, 중앙정부 재정과 정치 상황에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이 의존하는 상황은 바뀌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광역정책에 강제력을 부여할 사회적 합의기구는 법률상 부재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사회적 합의기구는 오직 특별시 지자체장의 권한과 의지, 지역 사회의 정치역량에 의존한다.

 

이같은 조건은 지방자치권 강화 관점에서 보면 아쉬운 면이 많다. 통합 이전보다는 지방정부의 권한이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지방의회의 역할이 미미하고 중앙정부의 재정권 중심 주도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광주통합시의 전망은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한 이해관계의 형성과 중앙정치권력의 지자체에 대한 장악력을 견제하고 지방자치를 강화할 지역 사회단체의 역량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5.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전망

 

1) 긍정적 경로: 지방자치가 착근하고 지역 경제 쇠락을 저지할 가능성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이 긍정적 경로를 그린다면 다음과 같다. 지자체의 행정역량이 증대되고, 지역 사회운동이 세력화하여 적극적으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해 사회적 합의 기구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킨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지방자치의 핵심인 입법권과 재정권을 적절히 조율하고, 그런 노력이 지역 경제의 급격한 쇠퇴를 저지해 지방분권의 성공적 사례를 형성하는 것이다.

 

광주와 전남은 중앙정치세력에 의해 행정통합이 갑작스럽게 결정되었고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심지어 지역사회 세력들이 광역지자체 통합을 함께 논의한 바도 없었다. 결국, 사후적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광주시의회, 교육청, 국회의원, 연구기관, 한국은행, 중앙정부 부처,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환경, 교육, 산업, 청년, 행정체제, 재정 등 부문별로 차별화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특별시 출범의 사회적 합의 기반을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직화된 세력으로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각 토론회와 선거캠프에 결합하여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사회적 협의체가 없고, 특별시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토론회와 학술대회 논의 결과를 수렴할 공식 통로가 부족하다. 따라서 통합지자체의 청사진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어느 수준에서 형성되었는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와 조정 구조의 미비는 산업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는 중소벤처기업부 ‘2026년 지역성장펀드’ 출자 공모사업에 공동으로 선정되어 ‘전남·광주 지역성장펀드’ 750억 원을 확보했다. 2월 삼성, SK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은 총 300조 원의 지방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전남·광주는 이중 최소 150조 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받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6월 현재 개별 대기업과 지자체 간 구체적인 투자 협약서 체결 내용이 보도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투자 활동은 계획 발표와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구체적인 단계의 사업은 시작하지 않았다.

 

이상의 현황을 볼 때, 지방분권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나 산업 전략에 대한 광역정책은 기초단계라 할 수 있다. 전남광주특별법에서 미흡한 지방재정권과 자치입법권, 의회의 협소한 역할, 사회적 합의제도의 부재, 불투명한 지역 산업전망은 향후 전남광주통합시가 긍정적 경로로 나아갈 것이라고 쉽게 단언하지 못하는 요소다. 성급한 실적 추구보다 처음부터 쌓아간다는 관점으로 지역 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다.

 

※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출범을 둘러싼 2026년 상반기 학술·정책 토론회

 

3월 6일 – 녹색도시 통합 정책토론회

광주광역시의회 개최. 통합특별시 출범 초기 단계에서 환경·도시계획 관점의 통합 방안을 논의함.

 

4월 10일 – 교육행정 통합 토론회

광원포럼 주최. 광주의 ‘실력 중심 교육’과 전남의 ‘인성·생태교육’ 결합, '투 브랜드 시스템' 도입, 교직원 인사 및 학군 조정 등 8대 핵심 실무 과제를 논의함.

 

4월 24일 – 노동정책 토론회

광주노동권익센터·광주광역시의회 주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에 따른 노동정책 전망과 지역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함. 주요 쟁점으로 노동국 신설 필요성, 비정규직 비율 개선(현황: 광주 43.9%, 전남 49.9%), 산업단지 노동친화적 재구성, 이주노동자 보호, 노동감독관 배치 등을 논의함.

 

4월 28일 – 동부권 산업 정책 토론회

주철현·정준호 국회의원 공동 주최(국립순천대학교). 여수·광양의 석유화학·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산업구조 전환, 에너지 지원, 권역별 균형발전을 논의함.

 

5월 11일 – 초광역 행정통합 포럼

전남대 지역개발연구소·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한국지역정책학회 공동 주최. 홍준현 중앙대 교수가 "행정체제 재설계 정책과제"를, 김송년 산업연구원 실장이 "지역산업정책 전환"을 발표. AI·에너지·반도체·모빌리티 4대 성장축, '60분 생활권'과 '2시간 경제권' 구축, 권역별 특화 전략, 초고압직류송전·ESS·수소 고속도로 등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을 논의함.

 

5월 12일 – 청년정책 토론회

광주 아트스페이스 흥학관. 청년 세대의 참여 및 정책 개발에 초점을 맞춤.

 

5월 13일 – 전남광주 통합미래포럼

광주연구원·전남연구원·한국행정학회 공동 주관. 첨단산업 육성, 시민 삶의 질 향상, 통합생활권 구축, 권역별 균형성장, 자치권 강화, 시민주권 실현 등 6대 핵심 과제를 논의. 정부 4대 인센티브(20조 원 재정, 행정적 위상 격상, 공공기관 이전 우대, 산업 활성화 지원) 보장 필요성이 강조됨.

 

5월 19일 – 2026 전남광주 대통합 포럼

국회도서관 대강당.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 재정·산업·인재 정책 통합을 광범위하게 논의함.

 

2) 부정적 경로: 선거용 지역특수 이익의 강화

현재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은 광역지자체 통합의 부정적 경로에 더 가까워 보인다. 자율성이 취약한 한국의 지방자치제에서 그간 지방균형발전은 중앙정부의 지자체 통제 문제로 연결되어 이해되었다. 이재명 정부의 ‘정부지원금’ 발표를 계기로 지방분권 논의가 다시 중앙정부 중심으로 수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른 지자체에선 보류된 반면, 호남지역 관련 특별법만 통과되면서 중앙정치권력과 지역 특수이익 사이의 결합구조가 다시금 대중에게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별법에서 통합특별시장의 권한이 확대되고 의회의 역할은 협소한 한편, 지방재정권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면, 통합특별시장이 확대된 권한을 계파 세력을 형성하려고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통합특별시장의 지지를 받기 위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이권 다툼이 격해져 광역정책이 실패할 수 있다. 또 보조금 낭비로 지역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이것이 중앙정부의 재정건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특정한 지역 특수이익과 편향적으로 결합해 포섭되지 않는 지역사회운동단체를 억압할 수 있는 조건이 강화된다. 나아가 지역이 정치 양극화의 최전선에서 정치위기를 심화할 수 있다.

 

3) 소결: 기회주의를 넘어, 사회운동이 가야할 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으로 1차 방점이 찍힌 광역지자체 통합은 1970년대부터 제기된 지역 경제 취약성과 그에 대한 극복방안을 두고 펼쳐진 중앙정치와 지역정치 간 줄다리기의 결과이다. 취약한 지방자치제를 바탕으로 진행된 지방분권 논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진 갑작스러운 통합 선언과 중앙정부의 보조금 지원 발표를 계기로, 오히려 지역의 이해관계가 중앙정치에 종속되는 방향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였다. 물론 이러한 구조 속에서도 긍정적 경로의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다만 불행하게도, 1970년대 형성되었던 광주전남지역 사회운동은 5.18 광주항쟁을 통해 한국 정치의 문민화에 일조하였으나, 동시에 조직적 기반과 재생산 역량이 소실되었다.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에 저항하며 보편적 가치에 헌신했던 이들이 사라진 그 자리에서, 현재 진보당으로 대표할 수 있는 지역 운동세력은 민주당보다 더한 포퓰리즘 정책을 통해 지역 특수이익에 대한 대중적 욕구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지역 정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이 지방선거를 위한 매표성 특혜 지역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나려면, 지역 특수이익과 이해관계의 이합집산에서 벗어나 지방자치의 제도적 조건을 현실화하고, 지방분권의 모범적 사례로 타 지자체의 광역통합에 긍정적 영향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운동세력이 중앙정치에 종속된 지역 특수이익의 분배 문제에만 매몰된다면, 일정한 권력을 확보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양극화된 한국 사회의 정치위기를 심화시키는 과정에서 지역 사회를 소모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역 사회운동은 단기적 기회주의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 세력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운동은 정치체제에 대한 감시자이자 실질적 참여 주체로서, 지역 사회에 책임 있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천을 이끌어나갈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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