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6 여름. 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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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8천 시대의 격세지감

임필수 | 편집장

2026년 5월 28일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는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전략적, 전술적 자산배분 허용범위 10%포인트를 더하면 30% 이상 보유할 수 있다. 기금 규모가 1,800조 원가량이므로, 국내주식 보유 가능액은 370조 원에서 약 540조 원으로 불어난다. 여기까지 오게 된 상황을 간략히 살펴보자.

 

지난해 12월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내 주가가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 한도를 초과했는데 이것을 계속 팔아야 하느냐”고 질타하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내년 기금운용위를 개최해 투자지침 기준들을 변경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곧바로, 올 1월 기금운영위는 국내주식 비중을 14.4%에서 0.5%포인트 올리고, 비중을 초과하면 기계적 매도에 나서는 리밸런싱도 한시적으로 유예한다고 밝혔다. 또 국내주식 보유 한도를 다룬 회의록도 4년간 비공개하기로 했다. 그에 따라 감시의 사각이 발생하고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의 평가가치는 약 395조 원이었다. 이때 코스피가 6,244였으므로, 만약 5월 27일 코스피 장중 고가 8,457을 대입하면 535조 원이 된다. 따라서 기금운용위는 국내주식을 매도하든지, 보유한도를 공식적으로 올리든지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결국 기금운용위는 주식보유 한도를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불과 2년 전, 2024년 5월 3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2025~2029년 중기 자산배분 안건에서는 국내주식 투자 비중이 14.2%이지만, 현재의 수익률과 변동성이라면 국내주식에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는 게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5년 뒤인 2029년까지 비중을 13%까지 낮추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당시 정부도 일본 아베-기시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을 모방하여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만큼, 국민연금의 지원사격을 바라지 않은 것은 아니었겠으나, “수익률이 1%포인트 떨이지면 연금 고갈이 6년 앞당겨진다”는 현실론이 워낙 막강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금연구회는 28일 기금운용위의 결정을 두고 “향후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경우 그 손실은 고스란히 미래 연금 수급 세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 성명을 내놓았다. 기금운용위가 판단을 계속 미루다가 5월 말 시점에 최종적인 결정을 내린 배경은 무엇인가. 국내 주식시장에 국민연금발 매도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여 증시 부양이 선거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기금운용위의 결정 후 《경향신문》 사설의 제목은 「국내주식 비중 확대 국민연금, 독립성 우려는 불식해야」였다. 필자만 국민연금에 독립성이 없다는 얘기로 들리는 것은 아닐 듯하다.

 

이번 결정을 두고 언론은 업계 인사의 말을 인용했다. “언젠가는 국내 주식을 본격적으로 팔아야 하는 시기가 올 텐데 그런 상황에 대비해 자산을 다변화하고 원칙에 따라 운용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 1년을 돌아보면, 원칙이나 원리는 존재하지 않은 듯하다. (영악한 자들은) 모든 일을 눈앞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결정하거나, (그래도 선한 의지가 있는 자들이 있다면) 가장 좋은 미래 상황만을 가정한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이번 호의 시론으로 임필수의 「이재명 정부 1년, 한국 정치 어디로 가나: 권위주의 독재로 간다는 경고를 무시하는 극단주의」를 싣는다. 이 글은 지난해 6월 대선 직후 기관지에 발표한 글에서 꼽은 새 정부의 세 가지 쟁점, 즉 △3대 특검,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예산처 분리와 주가부양책을 중심으로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걸어온 길을 짚어본다. 3대특검은 종합특검으로 이어지며 노골적인 ‘정치특검’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자신 있게 드러내고 있으며,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사법부의 독립성’이라는 현대 법치주의,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대한 총체적인 공격으로 확대됐다. 총리실 소속 기획예산처는 대통령의 예산권 장악과 재정준칙의 폐기를 의미한다는 게 사실로 확인될 것이다. 상법 개정, 국민연금 주식시장 투입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주가부양책은 주식시장의 근원적 불안정성을 높이며 자산격차도 키우는 이중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개혁, 검찰개혁을 큰 저항 없이 마무리하고 코스피 신기록을 자축하며 ‘조작기소 국정조사’를 강행했고, 지금 기세라면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특검’을 밀어붙일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정치적 극단주의와 아무런 견제세력, 견제장치가 없는 조건이 만날 때 어떤 상황이 이어질지 숙고해야 한다.

 

김영진의 「미국-이란 전쟁이 국제질서에 미칠 파장: 국제규범의 교란, 파괴의 악순환」은 올해 2월 말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미국-이란 전쟁이 국제질서에 미칠 여파를 분석한다. 글은 종전협상의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란 핵 개발, 이스라엘과 저항의 축 사이의 갈등이라는 세 가지 문제를 다룬다. 필자는 각 쟁점과 관련해 이란 신정체제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국제법과 규범을 위반했는지 추적한다. 이를 통해 이란 정권이 이번 전쟁의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전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제질서의 교란자임을 논증한다. 동시에, 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네타냐후 정부가 취하는 대응 방식의 한계를 비판한다. 필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접근법이 국제법을 위반할 뿐 아니라, 이란 신정체제의 교란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커녕 신정체제의 내적 지배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국제사회의 통합적 대응능력을 훼손한다고 비판한다. 결론적으로, 상호 간에 국제규범을 위반하는 행태가 반복되는 현 상황을 비추어 볼 때, 필자는 종전협상이 체결되더라도 세계에 미칠 악영향과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한다.

 

집중분석으로 이미지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평가와 전망: 지방자치의 실현인가, 포퓰리즘으로 점철된 선거용 지역 특수 이익의 강화인가」를 싣는다. 이 글은 먼저 한국의 지역균형발전론과 지방자치제의 역사적 흐름을 살펴본다. 지방자치의 실질적 기반이 취약한 조건에서 지역균형발전은 중앙정부의 지원을 둘러싼 지역 간 정치적 경쟁으로 수렴되었다. 중앙의 정치세력도 지역균형발전 담론을 지역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적 수사의 일환으로 활용했다. 이는 지역 간 갈등이 중앙정치의 위기에 일조하고, 중앙정치가 다시 지역갈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경제는 열매를 맺지 못했고, 인구감소, 지역소멸 위기까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광역지자체 통합이 새로운 의제로 출현했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주도로 광주·전남 통합은 통과된 반면, 대구·경북 통합은 보류되었다. 전북특별법 개정안은 통과되었으나, 부산 특별법은 법사위에 계류되었다. 이처럼 관련법이 선택적으로 추진되면서, 사실상 매표행위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이 지방선거를 위한 특혜라는 혐의에서 벗어나려면, 지역 특수이익의 이합집산에서 벗어나 지방자치의 제도적 조건을 현실화하고, 지방분권의 모범적 사례로 타 지자체의 광역통합에 긍정적 영향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소개로는 세 편의 글을 담았다. 정성진의 「한국은 왜 헌정 회복에 실패했는가」는 지난 호에 이어 박상현·유주형 외의 『영국헌정사』와 『한국헌정사』를 소개한다. 이어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은 회원들이 쓴 글을 연이어 싣는다. 김민정의 「인공지능 흐름을 이끄는 자본의 전쟁」은 현재 세계경제 제일의 관심사인 인공지능을 다루는 『AI 반도체 혁명』, 『AI 타이탄들의 전쟁』, 두 책을 소개한다. 지난 호 책소개 『권력과 진보』에 이어지는 기획이다. 김민정의 「아랍의 봄 이후, 시민사회는 중동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는 『아랍의 봄 그 후 10년의 흐름』, 『중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읽으며 현 중동의 정세를 조망하고자 한다. 마지막 회원칼럼으로 김훈녕의 「여당발 검찰개혁을 바라보며」를 담았다.

 

이번 호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년을 되돌아보고, 우리 활동의 방향을 가다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26년 6월 1일

임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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