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산별전환 운동의 평가와 조직 쇄신을 위한 과제
관성적 동원을 넘어 현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산별완성 전략이 필요하다.
1. 들어가며
현재 공공운수노조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다. 공공운수노조는 2023년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2026년 말까지 미전환 조직의 산별전환을 완료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공공운수노조 내 미전환 조직으로 남아 있는 44개 단위조직(기업노조·소산별노조), 조합원 수로는 약 7만 9,130여 명이 산별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단위조직은 투표를 통해 산별전환을 완료했고, 또 일부는 올해 산별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미전환 조직들이 산별전환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즉, 공공운수노조의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산별전환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산별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공운수노조의 현재 상황과 산별전환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면서, 공공운수노조 설립 초기부터 오랫동안 함께한 사업장을 포함한 많은 미전환 조직의 이탈이 이어졌고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수도 약 1만 명 감소했다. 또한 조직운영과 투쟁의 방식을 두고 원심력이 강해지고, 현장에서 공공운수노조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조직 내부에서도 우려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노조 사업과 현장의 요구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운수노조가 이러한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조직의 발전 방안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조직 내 합의를 확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운수노조의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공공운수노조가 산별전환을 추진해 온 흐름을 살펴보면서, 미전환 조직의 산별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과 쟁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공운수노조의 단결력을 강화하려면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논의가 필요하고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제시해보고자 한다.
2. 공공운수노조 산별전환 운동의 흐름
공공운수노조의 산별전환 역사는 1994년 공공부문 노동조합 대표자회의(공노대) 결성을 시작으로, 1995년 민주노총 건설 이후 공공부문 3개 조직인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구 공공연맹), 전국공익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공익노련), 전국민주철도지하철노동조합연맹(민철노련)이 통합하여 1999년 공공연맹이 출범하면서 본격화되었다.
공공연맹은 2001년 ‘산별노조건설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산별건설을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공공연맹은 교섭과 투쟁을 통해 정부의 구조조정에 맞서려 했다. 특히 교섭 측면에서는 대정부 교섭구조를 확보하고자 산별노조 건설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당면한 투쟁에 역량이 집중되면서 산별노조 건설흐름은 진전되지 못했다.
이후 공공연맹은 2005년 ‘계급적 산별노조 건설’ 방침을 수립하고 ‘공공 산별 기본계획안’을 제출한다. 당시 기본계획안은 조직률 하락과 공공부문 대표노조로서 대표성 위기, 변화하는 노동 정세라는 조건을 반영하여 ① 2006년 하반기 공공연맹 전체의 일괄 산별노조 전환, ② 지역본부 중심의 골간체계 구성, ③ 기업지부 불인정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과거의 건설 계획과 다른 입장이 제출된 만큼, 내부에서 치열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통일적인 산별노조 건설 방침을 결정하지 못했다.
2006년 공공연맹, 화물통준위, 민주택시연맹, 민주버스노조 4개 조직 대표자회의에서는 “2007년 말까지 하나의 공공운수산별노조를 건설한다”, “운수산업 노동자들의 산별건설 전망에 대한 자체 결정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공공연맹은 2006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공공·운수산별 추진방침을 최종 의결했다. 그 내용은 9월 대의원대회를 통해 공공서비스노조(공공노조)와 운수산업노조(운수노조)의 건설을 추진하고, 11월 말까지 이를 완료하며, 2006년 말까지 네 조직을 통합한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를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공공서비스노조 골간체계는 업종과 지역의 이중구조(매트릭스)로 구성하고, 기업지부는 한시적으로 인정되고 단계적으로 소멸한다는, 산별조직 건설을 위한 후속조치안도 결정했다.
하지만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라는 대산별노조 건설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많은 조직이 공공노조, 운수노조로의 산별전환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2008년 공공운수연맹(2006년 공공운수산별노조 건설을 결의한 4개 조직이 공공노조와 운수노조의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2007년 1월 출범한 연맹)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통합산별추진방침(로드맵)’을 확정하고 2009년 4월 30일 통합 산별 창립대의원회를 추진했으나, 이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공공연수연맹은 2010년 공공운수노조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2011년 6월 공공운수노조 출범을 결의한다. 당시 공공운수연맹은 정부의 탄압에 맞서 지도력·집행력의 분산을 극복하고 지역별, 특성별 현장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통합산별조직을 건설해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공공운수부문 노동운동의 대표성과 교섭력·투쟁력을 높이고자 했다.
이에 따라 2011년 6월 24일 단일 대산별 ‘공공운수노조’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하지만 핵심 대형 노조의 전환투표가 부결되며 산별노조 전환율이 44% 수준에 머무르면서 연맹을 해산하지 못하고 201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공공운수노조·연맹’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미전환조직들의 산별노조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연맹 역시 유지되었다.
2014년 공공운수노조·연맹은 2010년부터 연맹 해산이 계속 지연되는 상황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연맹과 노조를 하나로 단일화하는 ‘통합 공공운수노조’ 출범과 ‘통합과 재도약을 위한 조직발전 방안’을 의결한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은 2기 공공부문 산별노조운동(공공운수노조)의 완성이라는 목표 아래, ▲ 하나의 산별노조로 단결을 강화해간다는 지향 확인 ▲ 공공운수노조와 연맹의 완전한 통합 운영 ▲ 산별전환 조직과 미전환 조직의 권리·의무 격차 해소(조합비 기준 등 통일) ▲ 업종·지역·특성별 분권적 사업조직 강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산별교섭·투쟁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결정했다.
당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공공운수노조·연맹은 기업별노조가 조직을 전환한 뒤 가입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상급단체인 연맹 자체를 산별노조로 직접 전환하는 방식으로 산별노조 건설 절차를 간소화했다. 그러나 이 역시 미전환 조직의 자체 의결기구에서 추인이 저조하면서 산별노조의 완성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후 2016년 공공운수노조는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산별방침 추인을 2018년까지 전 조직적으로 완료할 것을 결의하였으나, 대구지하철, 철도시설공단 등 일부 단위를 제외하면 대다수 노조가 여전히 미전환 상태에 머물렀다.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2023년, 공공운수노조는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3기 산별운동 발전전략을 채택하고 대산별 완성 방침과 산별강화 4개년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3기 발전전략은 2기와 달리 개별 미전환 조직이 산별전환을 완료하는 식으로 산별건설 방식을 변경하고 2026년을 그 완료 시점으로 결정했다.
3. 공공운수노조 산별전환 운동의 쟁점
공공운수노조 산별건설 과정을 살펴보면, 대의원대회에서 중요 방침을 결정하지만, 해당 결정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유예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시간이 지체되어서 문제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공공운수노조의 발전방향과 전망이 현장에서 제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본질적인 문제다. 공공운수노조의 산별노조 건설 목표와 지향에 대해 현장 내 여전히 쟁점이 존재하는데, 공공운수노조가 이를 해결할 대안을 현장에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특히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1) 왜 산별건설은 유예되어 왔는가?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핵심 행위자다. 그러나 정작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 수립과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기관·기업별로 이루어지는 교섭구조는 전체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임금과 노동조건의 기준과 체계를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공공운수부문 노동자들에게 산별교섭과 산별노조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
그럼에도 공공운수노조에서의 산별건설은 왜 지속적으로 유예되었을까? 공공운수노조의 산별건설 과정을 살펴보면, 정부의 탄압과 이에 맞선 투쟁에 집중하느라 결정을 이행하기 위한 내부 논의와 토론, 사업이 제대로 배치되지 못한 점, 투쟁 승리의 경험을 조직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논의 과정과 절차가 부재했던 점 등 다양한 요인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산별건설의 목표가 실현가능하겠냐는 회의감과 불신이 확대되었다는 사실이다.
「공공운수노조 산별노조운동 평가와 진단 연구」(2022)를 보면 이러한 현실이 잘 드러난다. 먼저 산별노조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노조 가입 기간 및 간부 활동 기간이 길수록 산별노조 운동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노조 활동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현재의 산별운동의 정체나 한계를 더 비판적으로 체감하고 있다는 점 역시 드러난다. 또한 간부 면접조사 결과에서도 산별전환에 대한 미전환 노조의 소속감과 관심이 높지 않고, 산별전환 동인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실제 인터뷰 내용에는 “단위노조 및 소산별노조가 부처면담을 추진하고 협의를 진행할 힘이 있는데 반해, 오히려 정책역량과 교섭력 측면에서 공공운수노조의 존재감을 못 느끼겠다. 공공운수노조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며, 산별이 가지고 있는 조직망과 사업이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뼈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공공운수노조가 현재 사업장 노조들이 요구하는 대정부 대응 역량, 사업장의 교섭과 투쟁을 책임지는 역할에서 부족함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공공운수노조의 존재 이유에 대해 질문하는 조직이 많아지고 있다.
이같은 불만의 배경엔 공공운수노조가 쟁취하고자 하는 산별교섭의 상, 조직구조 및 운영에 대한 상이 모호하다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다업종을 포괄하는 공공운수노조의 특성상 모든 조합원이 동일한 요구와 목표를 가지고 투쟁하기는 어렵다. 동일한 교섭구조를 갖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현장의 요구를 바탕으로 업종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초기업교섭 방식과 조직구조, 운영방안, 투쟁방향 및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는 이에 대한 조직 내 합의가 온전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여전히 공공운수노조에는 산별교섭의 상, 조직구조와 운영방식을 포함해 다양한 쟁점이 얽혀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공공운수노조가 다양한 쟁점을 조정하기보다는 정세적 필요와 무관한 총파업을 선언하고 하루 집중 투쟁을 조직하는 방식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투쟁하는지보다 ‘언제’ 투쟁하는지를 더 강조하고 거기에 맞춰 노조의 일정과 사업계획을 제시하니, 많은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이는 곧 산별건설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비화된다. 이렇듯 공공운수노조의 비전과 체계적인 전략, 조직체계, 운영방식이 제대로 제시되지 못한 상태가 이어지며 산별건설도 유예를 반복해온 것이다.
2) 왜 공공운수노조는 산별건설을 추진해왔는가
그렇다면 공공운수노조가 왜 산별건설을 추진해왔는지부터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산별건설의 목표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과제를 구체화하고 전 조직적으로 논의하여 합의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산별전환을 완료하는 것만으로 산별건설이 완수되는 것은 아니다. 산별노조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설득력 있는 비전과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공공운수노조는 대정부 교섭구조 확보, 공공운수부문 대표노조로서 대표성 강화와 투쟁력 확대, 지역별·특성별 현장 활동 강화로 산별노조 운동의 위기 극복, 민주노조 사수 등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만만치는 않다. 노동조합 구성원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강해지는 조건에서 연대의 가치가 많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대표성 강화와 대정부 교섭구조 확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단결 강화를 이루려면 당위적 주장을 넘어, 더 많은 역량과 자원을 투여해 산별완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으로 배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공공운수노조는 그 필요성이 더 크다. 다업종을 포괄하고 있으며, 임금수준, 고용형태, 연령, 성별 등 여러 측면에서 서로 다른 노동자들이 가입한 공공운수노조는 현재 노동운동이 처한 노동자 간 갈등 확대, 단결 약화라는 위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오히려 그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별완성을 위해서는 우선 공공운수노조의 산별건설 과정을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대정부 교섭과 부처·지역별 교섭을 실현하고 대표성과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비전과 계획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으며, 조직 내 합의도 부족했다. 그 결과 산별건설의 방향이 모호한 가운데 이에 필요한 조직적 투자와 지원도 안정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산별건설 과정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공운수노조 산하조직들의 다양한 시도와 경험은 큰 자산이다. 현장에서부터 초기업교섭을 조직하고 집단교섭을 정례화하고 정부와의 교섭구조를 만드는 등 격차를 해소하고 완화하려는 노력과 노동자 권리 강화의 토대를 만들어 온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지역 대학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집단교섭 투쟁,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집단교섭 투쟁, 지자체 노동자들의 집단교섭 투쟁, 화물노동자들의 안전운임제 쟁취 투쟁, 희망연대본부의 원-하청 공동 투쟁 등 현장에서부터 노동자 간 단결을 강화하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제도를 구축하는 투쟁은 꾸준히 이루어졌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사례별로 차이도 있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현장의 요구를 바탕으로 초기업교섭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공동 투쟁을 진행하면서 조직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강화를 함께 만들어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장의 경험을 산별건설의 구체적인 전략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현장이 만들어 온 집단적 교섭체계와 이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경험, 집단교섭의 성과를 어떻게 조직 전체의 경험으로 축적하고 확대해 갈 것인지, 초기업교섭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산별교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산별건설과 산별교섭 실현이 제대로 된 집중점과 방향성 없이 당위적으로 주장되었다면, 이제는 어디에 어떻게 역량을 집중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조직적으로 찾아가면서 노조의 비전과 전망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산별건설 역시 제대로 완수할 수 있다.
4. 공공운수노조의 과제
공공운수노조 산별건설 운동은 공공운수노조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공공운수노조 산별건설을 위한 과제 설정 역시 공공운수노조의 전략과 구체적인 발전계획은 무엇일지를 논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필자는 공공운수노조 산별건설 과정은 곧 공공운수노조의 전반적인 쇄신, 즉 재조직화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25만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의 한날한시 총파업-총력투쟁 과 모호한 교섭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초기업교섭-산별교섭 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조직운영방식을 쇄신해 민주적인 조직운영을 강화하는 것을 공공운수노조의 과제로 제기하고자 한다.
1) 투쟁·교섭전략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
우선 정세적 필요성이나 구체적 조건에 대한 검토 없이 한날 한시에 집중일정을 정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방식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당위적인 일정 중심의 투쟁계획, 관성적 동원은 현장의 피로감을 높이고, 공공운수노조에 대한 현장의 신뢰를 하락시켜 왔다. 현장이 요구하는 투쟁이 아니라 노조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투쟁으로는 결코 승리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투쟁·교섭전략에 대한 평가에 기반하여, 공공운수노조 내 산별교섭 실현을 위한 경로와 방향, 조직운영 및 편제 방식, 조직발전 경로를 둘러싼 노조 내부의 쟁점들에 대해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대산별노조로 다양한 업종과 지역을 포괄하는 공공운수노조가 추구하는 산별교섭의 상과 방식은 무엇인가? 산별노조로서 공공운수노조 중앙의 역할은 무엇이고, 업종·지역본부를 포함한 사업조직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각 단위의 초기업교섭 강화를 위한 전략과 계획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우리가 함께 검토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너무도 많다. 과거 노조의 연구사업을 통해 일정 정도 큰 방향성이 제출된 바 있으나, 이에 대해 조직적으로 토론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관성적으로 해 온 투쟁·교섭전략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시작으로 공공운수노조가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고 제대로 된 산별건설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현장과 함께 투쟁·교섭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장 조합원과 함께 요구를 관철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공공운수노조의 중요한 역할이다.
2) 초기업교섭-산별교섭 실현을 위한 집중 투자
공공운수노조의 중요한 역할로, 산별 미전환 조직뿐만 아니라 산별노조 지부들도 대정부·부처 산별교섭을 꼽고 있다. 물론 현 집행부도 고용형태별 교섭구조를 수립하고, 공공기관, 공공-정부기관 간접고용, 공무직,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구분하여 맞춤형 교섭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계획이 해당 조직들을 포함하여 노조 내 명확하게 합의되고 노조의 핵심 사업으로 꾸준하게 집행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영역별 맞춤형 교섭을 실현하려면 노조 중앙의 계획 수립과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고, 해당 조직들의 정책적·조직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지원해야 하고, 사업조직에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실제로 제대로 된 산별완성을 위해서는 대정부 교섭-부처/지역별 교섭-사업장 교섭이라는 초기업교섭 및 산별교섭 수립 전략을 구체화하고, 업종·지역 등의 사업조직을 강화해서 단계적으로 산별교섭·투쟁이 발전하도록 조직의 역량을 투여해야 한다. 즉, 초기업교섭 강화-산별교섭 실현을 위한 전 조직적 태세 변화와 집중투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 중앙, 지역본부, 업종본부, 사업본부, 지부(초기업, 초업종, 단위)들의 역할과 책임, 권한이 명확해지고 서로가 함께 협력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운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직운영에 관한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조직 편제를 둘러싼 쟁점들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쟁점들에 관해 충분한 논의를 하려면 한국의 다양한 초기업교섭 사례, 외국의 대산별 노동조합의 운영방식 및 교섭전략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현재 공공운수노조 중앙의 역할은 각 사업조직의 다양한 요구를 조율하고 이를 산별 차원의 요구와 과제로 발전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각 조직의 요구를 바탕으로 공통의 요구를 도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초기업교섭과 대정부교섭의 구조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각 단위에서 초기업교섭이 실제로 조직될 수 있도록 이를 우선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업종과 지역을 포함한 사업조직의 강화 역시 현장의 경험과 요구를 바탕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AI 전환과 기후위기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해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의제를 형성하고, 이를 조직의 주요 과제로 발전시키는 역량도 갖춰야 한다.
구체적으로 노조 중앙은 업종본부와 업종협의회가 업종별 초기업교섭 강화를 주요 목표로 삼아 공동의 요구와 계획을 마련하는 논의 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 조직이 정책적·조직적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하며, 업종본부·업종협의회 소속이 아니더라도 동일 업종에 있는 사업장들을 묶어서 논의 체계를 구성해 더 큰 단결과 연대를 이룰 수 있도록 매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업종본부, 업종협의회, 사업본부 등 각 사업조직은 자신들의 요구를 종합하고, 초기업교섭 구조든, 부처와의 협의구조든, 산업정책 개입 전략이든, 당장 필요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사업조직 내 임금과 노동조건은 어떠해야 하며 무엇을 기준으로 설정할 것인가, 우리는 이를 위해 어떤 교섭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실현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결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업종 부문 내에서 노동조건과 산업정책에 대한 발언력을 높여갈 수 있어야 한다.
지역본부 역시 지자체 유관 사업장들의 초기업교섭 구조를 실현하고 지역 내 공공운수부문 노동자들의 노동표준을 만드는 일을 주요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노조 중앙의 지원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추가로 노조 중앙은 정세적 조건과 상황, 업종본부와 지역본부의 다양한 층위를 고려하여 공공기관사업본부 외에도 사업본부의 설치를 검토함으로써 조직운영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 또한 초기업교섭 강화를 위한 조직 확대·강화 사업도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조직에 대한 재조직화 사업과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전략조직사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구체적 역할을 논의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쟁점이 새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논의를 미룰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당장에는 내부의 갈등과 쟁점이 확산되면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논의할 것들을 제때 논의하지 못하는 게 조직의 위기와 혼란을 더 키우는 길임을 기억해야 한다.
3) 조직운영방식의 쇄신을 통한 민주적 조직운영 강화
공공운수노조의 산별건설 완성을 위해서는 조직운영방식의 변화, 재원과 역량 투여방식의 변화, 투쟁·교섭전략의 변화 등 공공운수노조의 전반적 쇄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운수노조의 발전 전망에 대한 조직 내 합의를 넓혀가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왜 산별건설이 계속해서 실패하고 연맹이 유지되었던가. 왜 노조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가 하락하고 공공운수노조로부터 이탈이 증가하고 있는가. 이는 공공운수노조 내에서 조직발전 전망에 대한 합의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다.
물론 조직 내 합의 수준을 높이려면 많은 역량과 시간을 투여해야 한다. 그렇기에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조직 내 단결력과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중앙집행위원회, 중앙위원회, 대의원회 등 노조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쟁점적인 안건이나 사업계획 등을 둘러싼 질문과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이야기해 봤자 바뀌겠냐’는 현장 간부들의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는 노조의 많은 결정이 현장 사업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결정’이 반복되는 것은 노조 상층부에 대한 현장의 신뢰가 낮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시 그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충분한 토론과 합의 없이 주요 투쟁과 사업이 결정되고, 현장에는 참여 의무만 강조하는 하향식 조직운영방식은 산별건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인식을 이렇게 변화시키려면, 공공운수노조가 공공운수부문 노동자의 대표로서 최소한 소속 조직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노동조합이라는 자부심과 소속감을 높일 수 있도록, 토론 방식과 의견수렴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청년, 여성, 중소규모 사업장 등의 의견이 노조 사업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의사결정과 소통체계 측면의 보완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5. 나가며
현재 공공운수노조는 현장에 어떤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가? 현장이 요구하는 공공운수노조의 역할은 무엇인가? 왜 공공운수노조는 산별을 추진하는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기업별 교섭으로는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변화시키고자 공공운수노조라는 산별노조를 지향했다. 결국 우리는 여기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기관이나 기업을 넘어서 정부를 상대로 실질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공공운수부문에 대한 주요 정책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필요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공공운수노조는 산별완성을 포기할 수 없다. 또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대표성 제고와 단결 강화를 위해서도 초기업교섭의 확대, 산별교섭 실현을 위한 구체적 비전과 전망 제시, 산별완성은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의 투쟁방식이나 조직운영방식으로는 공공운수노조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조합원들이 존재 이유와 필요성을 의문시하는 공공운수노조가 아니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공공운수노조를 만들기 위해 이제는 공공운수노조를 재조직화해야 한다. 투쟁방식과 조직운영방식의 전반적인 쇄신, 초기업교섭-산별교섭 실현을 위한 체계적인 전략 수립과 지원 강화, 민주적 조직운영의 강화를 시작으로 공공운수노조의 재조직화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때, 공공운수노조는 비로소 현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