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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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갈월동기행.hwp

한달감상

진재연 | 편집부장
아, 벌써 한달이다. 봄과 함께 시작된 나의 사회진보연대 생활. 7개월동안의 짧은 노조활동을 그만두고 두달을 쉬었다. '뭘하고 사나'하는 어지러운 생각으로 방황하고 '이때다'하는 마음으로 달콤한 휴식도 즐겼다.
다시 시작을 결심하고 향한 이곳, 갈월동. 잘 ~ 되야 될텐데.

이것저것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다. 각종 회의,집회,세미나등으로 밤 늦게까지 하루가 꽉 찬다. 어쨌든 별탈없이 수습기간을 보냈다. 포근포근한 봄 햇살하나 안 들어오는 사무실이 너무 추운 것만 빼면 만족스러운 날들이다. 사회진보연대 일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고, 아침저녁으로 먹는 길목식당의 똑같은 청국장도 꽤 맛있다. 여러단체가 사무실을 같이 쓰면서 만든 몇가지 일상의 규칙들도 대략 파악했다. 가위바위보의 비밀은 2등이라 거, 월요일 청소에 빠지면 벌금 3000원, 그리고 식사를 배달 주문할때는 반찬을 꼭 두벌 갖다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는 것. 뭐 별거 아닌 듯 보이지만,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들이다. 지각 벌금을 모은 돈으로 먹는 탕수육과 짜장면도 기분전환에 딱이다. 아, 나도 봄과 함께 '간판집 4층'의 식구가 되었다. 진보운동의 메카라 불리운다는 갈월동의 구성원이 된 영광으로 어깨가 무겁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속에서, 탄핵사태의 회오리 바람속에서 한달이 훌쩍갔다. 그러고 보면 탄핵사태가 휩쓴 한달이 나의 사회진보연대 한달이었다. 탄핵사태의 회오리바람은 다른 모든 쟁점을 묻어 버렸지만 살기위한 투쟁의 바람은 잠들지 않았다. 한달동안 집회도 많이 나갔다. "해저문 병실에서 저녁이 오면/외로운상에서 흐느끼는 환우들아"로 시작하는 소양강 처녀를 개사한 노래를 부르던 간병인 노조 조합원들. 폭폭하고 고된 삶을 원망할 줄도 모르고 살아왔던 50-60대 여성들이 울분을 머금고 싸우고 있는 현실, 그게 우리의 모습이다. 촛불문화제 가까이의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최옥란 열사 2주기 추모문화제를 하던 참가자들을 개잡듯이 끌고 가던 경찰들. 그게 바로 신자유주의 정권과 자본의 모습이다. 그날 밤을 생각하면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증요한 건 우리의 현실이 회오리바람과 결코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피하지 않고 그 안에서 신자유주의에 맞선 투쟁을 강화하는 것이리라.
지난 한달은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촛불 가득한 광화문에 어떻게 한발 내딛을 수 있을까. 내딛어야 한다. 망설이지 말고, 무기력하게 서 있지 말고 한번 나아가보자! 열린우리당이 총선을 위해 촛불을 이용했을지언정 그 곳에 모인 수만의 촛불이 노무현을 향한 것만은 아니었다. 광화문이 활짝 열려있는 동안 자꾸만 뒤로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에게 또 다시 당하고 있다는 분노와 대중들이 있는 공간으로 내 딛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묘하게 엉켜있는 느낌. 발 딛지 못하고 허공에 떠 있기만 한건 아닐까하는 두려움. 파병반대의 촛불, 장애인 차별 철폐의 촛불,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촛불을 밝히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촛불문화제 마지막날 광화문에 갔었다. 교보문고에서 나와 수만의 반딧불을 보고 있는데 심장이 쿵쿵 뛰었다. 가슴께에 아릿한 통증이 오는 것 같았다. (물론 이건 큰 집회에 나가면 자주 있는 증상이긴 하다.) 감상이 오버라고 비판해도 어쩔수 없다. 가슴이 뛰는 건 내 의지가 아니니. 어쨌든 사람들은 반응했다. 분노했다. 그리고 발언하고 있다. 그 속에서 소통의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다양하고 참신한 실험이 필요할텐데, 상상력이 딸린다는 것도 문제이긴 하다.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수습을 끝내고 편집실 일을 하게 되었다. 아직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지만 결의는 충만하다. 사회진보연대 기관지가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 말을 참 많이 들었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막상 편집실에서 일하게 되니 걱정이 앞선다. 내용이 어려운 것도 있겠지만 비문과 번역체등의 말들이 많은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잘 읽히지 않는다.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할 판에 가장 기본적인 '글'조차 소통이 어려워서야! 무조건 쉬운 이야기만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사회진보연대가 분석하고 이야기해왔던 것, 새로운 사회운동의 내용을 더 많은 사람들과 어떻게 공유할지 고민해야 한다. 사상과 내용은 더욱 높이 발전하되 그걸 실천하고 나누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급진적인 투쟁은 대중들의 삶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교훈을 기관지에서부터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출발~!!!


p.s 맥락도 없이 주저리 주저리만 한 것 같아 민망하다. 어제 상근비를 받았다. 총회에서 상근비 현실화를 결의한 이후 처음으로 '현실화된' 상근비가 지급되었다. 첫달은 무조건 전액지불할 것을 원칙으로 해 조금 무리한 듯하다. 두툼한 봉투를 받아 들고 탄성을 지르는 사람들이 재밌다. 나는 운이 좋게도 첫달부터 받게 되어 다른 동지들한테 미안하기도 하다. 어쨌든 상근비 현실화를 위해 회비를 인상해주신 회원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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