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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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경.hwp

3.20 전세계 반전행동의 날에 반태경 회원을 만났습니다

편집실 |
꽃샘추위로 다소 쌀쌀했던 저녁, 고대 근처에서 반태경 회원을 만났다. 여자친구와 함께 나온 그는 술 한잔하며 편하게 인터뷰하자고 말했다. 마음 좋아 보이는 인상만큼이나 편안하고 소탈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고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인터뷰에 감사 드린다.

간단하게 자기 소개해주세요

작년 여름에 졸업하고 7개월 가량 사회진출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어요. 언론에 관심이 많아서 언론사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중이죠. 아직은 사실 백수라고나 할까. (웃음) 2002년 5월에 제대하고 바로 사회진보연대에 가입했죠. 나름대로 계좌이체로 회비 한 번 밀린 적 없는 모범회원인데.(웃음) 하지만 그 때는 학생신분이었기 때문에 사회진보연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약간 부담스러웠어요. 물론 지금부터는 열심히 해야겠죠.

사회진보연대 회원이 된 동기

제대 후 학교 후배들을 마음 편히 만나기 어려웠어요. 복학생이 다시 운동할 수 있는 구조가 없기도 했지만, 그냥 취업전선에 뛰어든 선배로만 남을 수도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죠. 또, 여러 가지 문제로 운동을 업으로 삼을 수는 없어도 고민은 계속 꾸준하게 가져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기도 했고요. 물론 열심히 활동하는 활동가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약간 농담 섞어 얘기하면 "운동을 업으로는 못해도 취미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결심도 있었거든요. 그 때, 학교 친구였고 지금은 사회진보연대 정책부장인 정지영을 만나게 됐죠. 그냥 취직준비만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더니 사회진보연대 회원가입을 권유하더라구요.

사회진보연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첫인상

99년 3월쯤? 그때부터 학생운동 공백기였는데...다른 경로를 모색하려고 이것저것 살펴보니까 민주노동당과 사회진보연대 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사회진보연대가 여타 조직의 청년회처럼 조직된 형태가 아니라 회원이 되어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정확하게 감이 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와 비슷한 생각과 신념을 가지고 운동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그 때 사회진보연대에서 발간했던 회원소식지에 제가 아는 선배들이 나와서 반갑게 봤던 기억도 있구요.

화제를 좀 바꿔서, 지금 탄핵사태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탄핵사태와 관련해서 주변 분위기는 어떤지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의 분위기는 '한나라당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노무현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민중단체들의 입장에 일정 동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친구의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표가 2표 있으면 다 열린우리당 줄 것이다..."라며 현재 민주노동당에게 투표할 표가 있다면 열린우리당에게 몰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더군요. 그 친구들이 예전에는 과학생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친구들이었는데도 투표와 관련해서는 그런 결론을 내려서 안타까웠어요. 근데, 그 자리에서 제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사실에 더욱 당황했죠. 현재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나서서 입장을 조직하기 어렵더군요. 친구들과도 장난으로는 "노무현 탄핵은 우리가 한다"고 얘기하면서도 친구들처럼 촛불집회를 나가면 죄인이 될 것 같아 나갈 수 없었고, 안나가면 뭔가 석연치 않고...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

탄핵사태에 대한 사회진보연대의 입장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솔직히 꼼꼼히 읽지는 못했지만...활동가 아닌 대중에게 무력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민소환제/국민발의제는 사람들에게 대안으로 받아들여지는 듯 해요. 그런데 현재 열린우리당도 국민소제/국민발의제를 받아들인 상황이잖아요. 열린우리당의 입장과 우리의 입장이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대중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되겠죠.

3.20 국제반전행동 때 사회진보연대와 함께 집회에 참가하셨는데, 동기가 있었다면

작년에 학생시절 마지막 발악으로 복학생협의회 사업을 하나 기획했죠. 반전집회에 함께 참석하는 것이었는데 무척 즐거웠어요. 조금씩은 다른 입장의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집회에 참가하고 술자리를 갖으며 많은 토론과 대화를 나눴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꼭 나갈 결심이었죠. 촛불집회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긴 있었어요. 하지만 그 전에 있었던 열사투쟁을 비롯한 많은 투쟁에 결합하지도 않았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촛불집회는 도저히 갈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참에 3.20 국제반전행동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참가하게 된 것이죠. 오랜만에 팔뚝질 하려니까 엄청 어색하던걸요...

3.20 국제반전행동, 그 날 집회에 대해 소감 한 마디

깃발얘기 많이 하는데...집회 때 어느 깃발 아래 있을 수 있어서 안도감이 들었어요. 그리고 처음에는 벌줌 했지만 밥 먹으며 집행위원들이 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구요. 계속 애쓰는 활동가들에게 고맙고 그랬어요.

그럼, 다시 분위기를 바꿔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애쓰고 있는 여성주의적인 실천이 있다면...

사실 제가 학생운동을 했을 때,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생소하고 무슨 말인지 잘 몰랐죠. 하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예전에는 사소하고 별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여성 차별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를 들어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아무렇지 않게 여성인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었던 행위라던가. 예전에는 여성이 그런 행동이 싫다고 얘기하면 '친구끼리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러냐'고 말하는 분위기였거든요.
지금도 많은 부분 노력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긴장하려고 하고 관심 가지려 하고 행동거지 하나라도 조심하려고 하죠. (이 때 옆에 있는 여자친구가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착한 남자"라고 거들었다.)

향후 회원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현재는 여건이 안 돼서 회비 내는 수준인데 나중에 사회진출하면 내용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구요. 그리고 이후 회비도 많이 낼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학교 동창들과 함께 사회진보연대 정지영 정책부장 후원회를 조직할 생각입니다. 과외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활동을 잘 수행하지 못하면 안되잖아요. 단지 현재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부채감이 아니라 예전의 동지이며 현재의 친구인 활동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려구요. 사실 상근비10만원은 좀 심하잖아요.(웃음)

마지막으로 사회진보연대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 달라고 했더니 반태경 회원의 대답은 무척 의외였다. 사회진보연대가 재정확충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 활동가들이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재정확충방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소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반태경 회원이 조직을 현실적으로 이끄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자신이 이를 위해 어떻게 헌신할지 소탈하게 말해주어 반가웠고 활동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이 엿보여 흐뭇한 자리였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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