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국제 노점상 서울대회 2004년 3월 16일~ 3월 19일

편집실 |
국제 노점상 서울대회 참가기
StreetNet International Congress 2004
2004년 3월 16일~3월 19일


국제 노점상 서울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2002년 11월 발족한 'StreetNet International(국제 노점상 연합)'의 첫 정식 총회다. 지금까지 임시대표체계로 운영해오던 국제 노점상 연합이 정식 지도부를 선출하고, 전 세계 노점상들이 국경을 넘어선 단결과 연대로 싸워나갈 것을 선포하였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10개국에서 15단체 30여명이 모였는데, 준비과정에서 한국대사관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방글라데시, 말라비의 회원들은 참가하지 못하였다. 또한 15일 전노련 이필두 공동의장이 갑작스럽게 연행돼 한국조직위는 준비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국제 노점상대회는 많은 성과를 남기며 성사됐다.

전 세계 노점상들의 단결과 연대의 장
전 세계 노점상들은 불법으로 매도되어 정부과 경찰의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각 국의 상황을 공유하고 각 국 정부에 맞서 국제노점상 연합에서 공동 대응할 것을 결의하였다. 또한 노점상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가내노동자, 이주 노동자, 폐지 수집 노동자 등 가난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을 선포했다.

16일 국제 노점상 연합 개막식
각 국 대표들과 전노련의 회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하게 성사됐다. 한국의 사회단체 및 조직들이 다수 참가하였다.

17일 국제노점상 연합 총회
국제 노점상 연합 초대의장으로 전노련 김흥현 의장선출
향후 3년 간 국제 노점상 운동을 이끌 공식 지도부로 한국의 전국노점상연합 김흥현 의장이 선출되었고 규약개정안과 성명서를 채택하였다. 아직 안정적인 조직운영이 어려운 조건에 있는 나라들이 많은 가운데, 한국의 청계천투쟁을 비롯한 투쟁사례는 각 국 대표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제출되었다. 또한 그들은 현재 국제 노점상연합이 포드의 지원을 받는 등 재정자립이 어려운 데 비해 한국의 전노련이 회원들의 회비 등을 통해 재정 독립을 이루어 운영되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전노련은 국제노점상연합이 장기적인 전망아래 재정자립을 이루어야 한다고 제기했고, 국제노점상연합은 한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노력할 것을 결의하였다. 또한 전노련과 전노총련이 통합해 하나의 조직으로 거듭난 것도 좋은 평가를 낳았다. 이 외에 대륙별 운영위원 배치, 코디네이트 조항을 삭제하고 사무총장으로 통합할 것 등을 대의원 안건으로 제출하려 했으나 사전 5개월 전 안건 심사문제로 제출되지 못하였다.

18일 노점상 정책 토론회 / 사회진보연대-불안정노동철폐연대와의 간담회

19일 국제노점상연합 페스티벌
동대문 풍물시장에서 국제노점상연합 페스티벌이 열렸다. 풍물시장은 청계청 노점상들이 쫓겨난 후 전노련의 투쟁의 공간으로 자리 잡은 터다. 풍물시장 앞에 무대를 설치하고, 문화제를 했다. 전노련 회원들이 함께 참여해 집회를 하고, 한국음식과 문화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흘 간의 일정은 다음과 같은 총회결의문으로 외화되었다.

총회 결의문
1>비공식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노동권와 복지를 요구하면서 투쟁할 것이다. 또한 자기 지역과 나라, 더 나아가 전 세계 발전을 위해 노동조합운동 다른 활동가들과 전략적인 동맹관계를 발전시킬 것을 결의한다.
2>외국인과 이주 노점상들 : 외국인 비공식 상인들이 당국의 탄압을 받으며, 뇌물을 요구받고 쫓겨가기 쉬운 처지라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우리는 각 국의 노점상들이 서로 자발적으로 무역을 하고 그러한 무역이 노점상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적절한 조건들을 개발할 것으로 결의했다. 또, 2004년 6월 국제노동대회(ILO의 International Labour Conference)에서 외국인 노점상들이 당면한 상황과 문제들에 대해 알려낼 것을 결의했다.
3>아동노동: 우리는 ILO의 최소연령협약 제138호와 최악의 형태의 아동노동에 관한 협약 제 182호를 지지한다. 우리는 모든 아동이 학교에 다닐 권리를 지지하며, 소녀들의 동등한 권리를 증진할 것이다. 아동들이 어른-가족을 위해 일해야 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성인 노점상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노점상들의 근무지에서 가까운 곳에 저렴한 탁아시설 설치를 추진할 것을 결의한다.
4>정부의 탄압과 단속에 대한 투쟁: 우리 회원들 중 다수가 정부의 지속적인 탄압과 단속을 당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능력이 저해되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 노점상들에 대한 모든 형태의 탄압에 맞서 부단히 싸울 것이다. 여성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장 빈곤한 노점상들 중 다수를 차지하는데, 여성들이 당하는 성폭력을 비롯한 노점상들이 겪는 문제들을 널리 알려낼 것이다. 정부 당국이 노점상들, 선출된 노점상 대표자들과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로 결의했다. 비공식 부문 간담회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는 불안정노동철폐연대와 함께 국제 노점상 대회에 참가한 단위 중 비공식 부문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인도의 SEWA(Self-Employed Womens Association), 남아프리카공화국의 SEWU(Self-Employed Womens Union), WIEGO(Women in Informal Economy Globalizing and Organizing)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공식적인 대회가 끝나고 조촐하게 모인 자리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각 단위들의 간략한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인도의 SEWA는 1972년에 창립된 비공식 부문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인도 전체 노동자 중 단지 8%만이 공식부문에 종사하고 92%에 달하는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이 가내노동/건설 일용직/노점상/폐품 수집 등의 비공식 노동자로서 일하고 있는 것이 인도 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SEWA 부위원장이 말하였다. SEWA는 활동의 주요 목표로 완전고용을 내세운다. 완전 고용은 충분한 소득, 육아/주거/보건 등의 사회적 보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고용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SEWA는 여성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지역에 기반한 소규모 회의들을 통해 대표를 선출하고 노동자들이 직접 집행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 SEWA의 협동조합은 100여개이며, 예술가, 가축업, 농업, 서비스 조합 등이 있다. 신용협동조합은 1974년에 설립되었으며 여성만이 가입하여 예금, 대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1995년에 SEWA가 주축이 되어 노점상 부문 국제회의를 소집하여 노점상 합법화 쟁취를 의제로 내걸고 회의를 진행하였고 이후 노점상 국제연맹 Street net이 창설되었다. SEWA의 비공식 부문 여성 노동자 조직화 운동은 다른 나라에도 전파되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SEWU, 예멘의 WEEA, 터키에서 동일한 문제 의식을 가진 조직들이 생겨나면서 확산되고 있다.
SEWU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자가고용여성노동자협의회라고 한다. SEWU는 가사 노동과 노점 등의 생계를 병행하는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여성들이 직면하는 폭력에 대항해서 싸운다. 여성 능력 고양을 위한 교육/훈련으로 여성 그룹을 형성해서 문맹 퇴치, 글 배우기, 기술 훈련, 컴퓨터 교육 등을 하고, 여성들의 활동력을 배가하기 위해 워크샵을 개최하고 노동자 대학도 운영한다. SEWU는 시당국에서 노점상 정책을 채택하는데 개입하여 시당국과 협상력을 높이면서 노점상들의 권리를 위해 여러 정책적 돌파구를 만드는데 결실을 맺고 있다고 한다. SEWU는 비공식 영역과 관련된 이슈와 활동에 있어 SEWA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활동하고 있다.
앞서 SEWA와 SEWU 활동가들이 모두 여성이었는데 한 남성 간담회 참석자는 자신을 위고 활동가라고 소개하였다. 위고는 미국에 사무국을 두고 있는 비공식 부문 노조를 지원하고자 연구 조사 작업을 수행하는 단체라고 한다. 조직화/도시 정책/통계의 3가지 그룹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공식 일정이 끝난 후 진행된 간담회 자리라 시간도 적고 여러 한계가 있었던지라 그리고 각 단체들에 대한 사전지식 및 간담회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아서 간담회는 짧게 끝날 수밖에 없었다. 온전한 권리를 누릴 수 없는 비공식 부문의 노동자들을 조직한다는 점과 여성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여성의 빈곤과 노동의 문제를 풀어가고자 한다는 점에서 SEWA나 SEWU의 이러한 시도들은 주목할 만하다. 간략한 간담회를 보충하고자 SEWA에 대한 소개를 담은 글을 참고자료로 덧붙이고자 한다.
빈곤에 맞서는 여성들의 자기조직화: SEWA(Self-Employed Wonen's Association)

"빈곤과 폭력에 맞선 여성들의 투쟁", 사회진보연대여성위(준), 진보평론 2003년 여름호 중에서 발췌


SEWA는 인도의 빈민, 자가고용 여성 노동자들의 조직이다. 이는 1920년에 설립된 인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섬유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섬유노동자연합(TLA)로 부터 출발했다. 이 노동조합은 마하트마 간디가 이끌었던 1917년 섬유 노동자들의 파업에 그 기원을 갖는다. 1954년에는 이 노동조합에 페미니즘적인 맹아를 제공한 아나수야 사라파이에 의해 여성분파가 조직되었다. 이 여성분파는 가내 제분 노동자들의 부인들을 지원하고 훈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1968년까지는 제분노동자들의 부인과 딸들을 위해 봉제, 편물, 자수, 방적, 인쇄, 타이핑 및 속기 수업을 개설했다. 1970년 초반에는 여성 봉제노동자들의 불만과 감독관에 의한 착취의 양상을 조사하면서 활동의 범위를 넓혔다. 조사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수많은 착취의 사례들이 드러났고, 이러한 상황이 정부의 정책에는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음이 밝혀졌다. 그러던 중, 의류 판매업에 종사하던 이들이 자신들의 고충사항을 가지고 여성분과를 방문하게 되었고, 100여명의 여성ㅇ들이 참석하는 공식 회의가 조직되었다. 공원에서 이 회의가 열리는 동안, 군중속의 한 여성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으로 1971년에 자가고용노동자 연합인 SEWA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여성들은 SEWA가 노동조합으로 설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가고용 노동자들이 조직된 역사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SEWA의 첫 번째 투쟁은 노동조합 설립허가를 받아내는 것이었다. 노동부는 SEWA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상대해서 싸울 고용주가 없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SEWA는 노동조합은 고용주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아닌 스스로 단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했고, 마침내 1972년에 노동조합으로 등록되었다.

SEWA의 구성원들은 고정된 고용주-피고용인의 관계하에 놓여 있지 않은 행상, 노점상(야채, 과일, 생선, 달걀등의 식료품 및 가재도구, 옷 등을 판매), 혹은 가내수공업, 가사도우미 여성들이다. 인도 GDP의 64%가 이러한 여성노동자들의 기여로 형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조직된 노동자들처럼 안정적인 소득과 복지 혜택을 비롯해서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SEWA는 여성노동자들이 노동, 소득, 식량에 있어서 안정성과 거주지, 보건의료, 육아에 대한 사회적인 보장을 쟁취할 수 있도록 조직화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상정하고 있다. 또한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그리고 의사결정에 있어서 자율성과 독립을 쟁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SEWA는 크게 두 가지의 전략을 취한다. 하나는 사회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성들에게 부과된 억압과 제약을 무너뜨리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여성들이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도록 하는 독자적인 대안적 경제시스템을 형성하는 것이다.

SEWA는 협동조합, 농촌 빈곤 감축 프로그램, 사회적 서비스 제공자들의 조직, 저축 및 신용 프로그램 등을 독자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스스로 고용을 창출하고, 여성들에게 육아 등의 재생산 노동이 사회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조직하며, 빈곤한 여성들을 지원한다. SEWA 내에는 유제품 생산, 장인, 서비스-노동, 농업, 판매 분야의 약 84개의 협동조합이 있으며, 11, 610명의 조합원을 포괄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의 재산에 대한 지분을 가지며, 동시에 일자리를 제공받는다. 한 명이 한 개 이상의 협동조합에 소속되는 것이 가능하며, 각각의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노동자 실행위원회를 통해 운영된다. '농촌지역 여성과 아동의 발전(DWCRA)'은 정부가 지원하는 빈곤퇴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그룹이다. 각 그룹은 15-20명의 빈곤선 이하의 농촌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다. SEWA내에는 이러한 그룹이 181개 있고, 2,981명이 이러한 그룹에 속해있다. 각 그룹은 25,000루피를 제공받아 스스로를 부양하고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의 종자돈으로 사용한다. 또한 SEWA내에는 '사회적 서비스 제공자들의 조직이 있다' 보건의료 혹은 육아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6개의 조직이 있는데, 이들은 다른 여성들에게 육아를 비롯한 보살핌 서비스를 제공해줌과 동시에, 스스로는 일자리를 얻는다. 또한, 농촌지역에서 여성들은 스스로의 저축 그룹을 형성하여, 집합적 자본을 스스로 운용한다.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이러한 그룹을 통해서 여성들은 자신의 명의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

SEWA는 빈민 여성들이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얻게 되고,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건강을 보장받고, 육아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때, 일정한 거주지를 갖게 될 때 여성들의 성장과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조건을 보장받기 위해 '완전한 고용'과 '독립'을 목표로 상정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목표의 달성 정도와 SEWA 활동의 진척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열 가지의 질문을 척도로 활용하고 있다.

① 일자리가 더욱 확대되었나?
② 여성들의 소득이 늘었는가?
③ 여성들은 식량과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고 있는가?
④ 건강상태는 양호한가?
⑤ 육아에 대한 지원을 받고 있는가?
⑥ 거주지가 있는가?
⑦ 자산이 늘고 있는가 (예를 들어 자기 명의로 된 저축, 토지, 집, 작업장, 작업도구, 자격증, 신분증, 협동조합에서의 지분 등) ?
⑧ 노동자들의 조직력은 증대되고 있는가?
⑨ 노동자들의 지도력은 늘어나고 있는가?
⑩ 집단적인, 개인적인 독립을 성취했는가?

SEWA의 이러한 시도는 여성들 스스로가 운동을 통해 힘을 얻고,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기여를 가시화하며,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강요하는 여성들의 빈곤과 불평등의 상황을 뛰어 넘는 대안적인 사회적, 경제적 질서를 운동을 통해서 형성해 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PSSP
주제어
국제 빈민 민중생존권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