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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5.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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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단 하루라도 차별 받지 않는 날을 위해

권혁기 | 민중복지연대
지난 4월19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기획단'의 노숙투쟁 해단식이 진행되었다.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결의대회 전날 진행된 해단식은, 계속되는 경찰의 협박과 침탈에도 흔들림 없이 지켜낸 25일간의 노숙투쟁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다.

25일간의 노숙투쟁
노숙투쟁을 시작한 3월26일은 최옥란 열사가 세상을 떠난 지 2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그 날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장애인 차별철폐'를 선언하며 2년 동안 열지 못한 노제를 추모 문화제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노제는커녕 추모 문화제 조차 불법이라며 막무가내로 막다가 저녁 무렵에는 3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문화제에 참가하고 있던 사람들 82명을 폭력적으로 연행해갔다. 하지만 그런 탄압에도 불구하고, 기획단에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은 돌아가며 함께 농성장을 사수하였고, 노동권/교육권/이동권/자립생활/장애여성의 권리등 장애인의 삶 모든 영역에 걸친 요구안들을 중심으로 매일 곳곳에서 장애인의 사회적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을 만들어나갔다.
재개관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농성 내내 묘한(?) 구도가 형성되었다. 계단을 사이에 두고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연일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계단아래 보도에서는 노숙농성이 진행되는 동안 매일 저녁 어김없이 차별철폐를 위한 문화제가 진행되었다. 매일 저녁 진행된 "차별철폐를 위한 문화제"는 무대와 관객이 따로 없이 모두의 자발적인 의지와 열기로 가득해, 장애운동의 문화와 양식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의미 있는 시도가 되었다.

고속철도 개통과 장애인 좌석 2개
이동할 수 없다면 사회적 관계와 모든 활동영역에서 배제되며, 관계의 단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집에 조용히 처박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바꾸고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 맺고 소통하며, 운동의 힘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동권과 접근권은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2001년부터 계속되어온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통해서 (굉장히 제한적인 수준이지만) 저상버스가 시범 운영되기 시작하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가 이루어지는 등의 성과를 낳았다. 하지만, 지난 4월1일 고속철도탑승을 거부당한 일은 여전히 차별의 벽이 굳건하게 버티고 서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하루 반나절 생활권이라는 모토가 현실화된다고 하지만, 10여년이 넘는 준비기간과 수십조원의 예산을 들여 준비했다는 고속철도 9백35석 중 휠체어용 좌석이 특실에 마련된 두개밖에 없다. 또한 장애인용 화장실 역시 제일 앞쪽에 위치한 특실 한 칸에만 설치되어 있으며 그나마 형식적으로 만들어져서 전동휠체어가 들어가면 문도 닫을 수 없고 몸을 돌릴 수조차 없다. 이 사회는 장애인들에게 결코 '반나절 생활권'이 될 수 없다.
미리 예약해 놓은 승차권을 갖고 고속철도를 타려는 행위조차 물리력을 동원해 거부하고 이에 항의하는 장애인들에게 "자꾸 이렇게 집단으로 몰려오면 그나마 장애인들에게 적용되었던 50% 할인마저도 없애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는 고속철도 관계자의 모습에서 여전히 기본적인 이동과 접근의 권리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을 다시 한번 각인했다.

올해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의미
올해는 탄핵국면과 총선이라는 정세 속에서 상대적으로 투쟁의 흐름들이 묻혀버릴 수도 있는 조건들이 존재했지만, 서울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충북, 대구, 경남, 부산, 광주 등 5개 지역에서도 장애인 차별철폐 투쟁을 함께 하며 전국적으로 더욱 조직적인 투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각 부문별 따로 전개해왔던 투쟁들을 공동의 요구로 모아내기 위한 연대의 틀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무엇보다 장애인 당사자에 국한되지 않고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며, 장애인 차별철폐투쟁을 차별 받는 민중들의 분노를 함께 담아낼 수 있는 투쟁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4월20일, 올해로 3년째를 맞는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투쟁이 진행되는 순간에도 어김없이 올림픽공원 한켠에서는 정부가 주최하는 장애인의 날 행사가 열렸다. 그동안 정부는 1년 365일 장애인을 야만적으로 차별하는 사회구조적 모순은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1년에 단 하루, 장애인들을 체육관에 동원하여 떡을 주고 공연을 보여주는 전시적인 행사에 몇 천 만원의 돈을 쏟아 붓는 작태를 반복해왔다. 그 날 행사에서도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시상하였다. 장애를 개인적 책임에 기반한 '극복'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차별의 문제임을 은폐시키고자 했다. 한편 장애인콜택시 운전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운전봉사자의 신분으로 규정하며 장애인 이용객들을 봉사의 대상자로서 전락시키려는 서울시에서는, 20일 하루동안만 장애인콜택시를 무료로 이용하게 하였다.

420 장애인 차별철폐투쟁은 그렇게 마무리되었지만, 1년의 단 하루를 위한 '장애인의 날'이 아닌 365일 단 하루라도 차별 받지 않는 날을 위해 장애인 차별철폐투쟁은 계속 될 것이다. PSSP
주제어
빈민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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