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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5.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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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국제--이찬근.hwp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저항하라!

6월반전반세계화 투쟁을 조직하자

이창근 | 운영위원, 민주노총 국제부장
자본가들의 잔치, 세계경제포럼

오는 6월 13일~15일 서울 심장부에 위치한 신라호텔에 전 세계 자본가, 고위 관료, 정치인, 학자들이 모여든다. '아시아의 번영과 평화'를 주제로 하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사전적 역사와 의미를 따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클라우스 슈왑교수가 세계 정계, 재계 지도자들 간의 유대 관계 형성을 위해 제안한 비영리 재단이며, ‘다보스 포럼’으로 알려진 연차총회와 지역 정상회의를 주관하고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발간한다. 세계 1200여 개 초국적 기업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세계경제포럼은 반세계화/대안세계화 투쟁의 상징적 타깃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반세계화 투쟁의 정치적 시발점으로 알려진 1999년 시애틀 투쟁 이전부터, 세계경제포럼에 맞선 국제연대투쟁은 항상 격렬하게 진행되었다. 이는 세계경제포럼이 모든 영역을 망라하여 세계적인 지배엘리트들의 배타적인 사교모임으로, 매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심화와 확대를 위한 포괄적 의제들을 논의하고 동의를 만들어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다보스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진행되었으며 2001년에는 뉴욕, 칸쿤, 홍콩 등에서 개최된 세계회의 및 지역회의 때 반대시위가 조직되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은 세계사회포럼에 의해 더 많이 알려졌고, 그것을 통해 관찰할 때 더 잘 이해된다. 전 세계 사회운동 진영의 교류와 연결의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은 세계사회포럼의 첫 출발이 세계경제포럼에 대한 대항포럼이었다는 사실에서 세계경제포럼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다. 세계사회포럼이 자본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민중의 삶의 대안을 모색하는 다양한 사회운동들 간의 연대를 실현하고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행동을 결의하는 장이라면, 세계경제포럼은 우리가 저항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기 위한 자본의 과제를 도출하고 전략을 짜는 장인 것이다.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수백 명의 기업총수들과 각 국의 경제장관들이 모여 아시아에서 자본의 돈벌이 계획을 논의하고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모임이다.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정상회의와 6월 투쟁의 의미
특히 이번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는 다음과 같은 정세적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한국 정부는 이번 회의를 ‘동북아 물류·금융 허브’ 구상을 구체화시키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다. 이미 싱가포르에서 열린 작년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에서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는 2004년 서울개최를 수락하는 연설을 통해 동북아 물류·금융 허브 구상이 동아시아의 활력회복과 공동번영에 기여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동북아 허브 구상은 그 현실가능성과 무관하게 한국 경제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과 초국적 자본의 하위 파트너화, 그에 따른 노동권과 민중생존권의 위기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둘째,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다양한 자유무역협정의 추진 필요성에 대한 광범위한 동의 지반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계기로 사고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역내 자유무역협정 추진 현황은 타 대륙에 비해 활발한 편이 못 된다. 하지만 1997-98 아시아 경제위기는 역설적으로 역내 무역과 투자의 연관관계가 상당히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아시아 지배 엘리트와 민중들 모두에게 던져 주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역내 자본가들은 일-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 아세안자유무역지대, 한-일 자유무역협정, 일-태국 자유무역협정 등 다양한 양자간/지역별 자유무역협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는 정, 관, 학계 등 모든 영역의 신자유주의자들이 결집하여, 신자유주의적 지역화 과정을 확인하고 추동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셋째, '아시아 평화'라는 테마 아래 무엇이 논의될 지 쉽게 짐작할 수는 없지만 아시아 지역이 갖는 의미, 즉 미국 주도의 군사 세계화와 대테러전쟁, 이라크 점령에 대한 정당성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작동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 침략전쟁 및 점령, 한반도 위기에 대한 제국주의적 해결 방식 등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군사주의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넷째, 반전/반세계화 투쟁에 있어서 6월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으로 이라크에 추가 파병이 6월에 이뤄지고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협상이 6월 24일부터 제네바에서 시작되며 한일자유무역협정의 4차 정부간 협상이 6월에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4년 투쟁에 있어서 6월 투쟁은 중요한 결절점이 될 것이다. 파병반대 국민행동 차원에서도 6월 12일 대규모 반전 시위를 기획하고 있다.
따라서 이 투쟁을 9월 10일 '칸쿤 각료회의 및 이경해 열사 1주기 투쟁'과 쌀개방 반대투쟁, 11월 노동자대회, 민중대회로 연결시켜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6월 투쟁은 반전/반세계화 투쟁을 대중적인 차원에서 추동해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다. 우리는 이처럼 6월에 집중되어 있는 여러 계기들을 묶어내고 군사주의와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통일된 정치적 행동으로 6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반전-반세계화 투쟁으로 6월을 달구자
현재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등 주요 대중조직과 전국민중연대, 자유무역협정·WTO반대국민행동 등 주요 연대기구들이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정상회의 반대 공동행동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본격적인 투쟁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
대강의 투쟁 흐름을 보면, 6월 12일(토) 오후에 이라크 점령반대, 파병철회 대규모 집회가 파병반대국민행동 주최로 상정되어 있고 밤에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정상회의 반대투쟁 전야제가 개최된다. 13일 오전에서 저녁까지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 반대 결의대회와 저지투쟁이 진행될 계획이다. 또 저녁에는 효순이 미선이 2주기 추모제가 전개될 예정이다. 이어서 6월 14-15일에는 아시아 사회운동회의가 조직된다. 특히 아시아 사회운동회의에서는 아시아 각 국에서 100여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하여 WTO, FTA, 지역통합에 대한 대응 방안과 WTO 각료회의에 대한 공동 투쟁, 아시아에서의 반전/반제투쟁과 향후 계획, 한반도 위기와 이라크 사태에 대한 공동 행동, 아시아 사회운동 사이의 연대와 네트워크 구성을 논의하고 결의할 것이다.
6월 투쟁을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의 반전/반세계화 투쟁을 대중화시켜내고 일국적 맥락의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국제적으로 확장시켜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조직하자. 투쟁을 세계화하고, 희망을 세계화하자.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군사 세계화에 맞선 투쟁에 함께 하고, 아시아 민중들의 연대와 전진을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딛자. PSSP
주제어
평화 국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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