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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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10.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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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갈월동기행_이상훈.hwp

잡담

이상훈 |
잡담 두 개

이 상 훈 교육국장

잡담 : 스톡홀름 신드롬과 완전한 사육

우연치 않게 '노킹온 헤븐스 도어'란 독일영화와 '완전한 사육'이란 일본영화를 연달아 봤다.

'노킹온 헤븐스 도어'란 영화를 보면 헬싱키 신드롬, 스톡홀름 신드롬이란게 나온다.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은행에 침입한 4명의 무장강도가 은행 직원들을 볼모로 잡고 6일간 경찰과 대치한 사건에서 처음 관찰되어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헬싱키신드롬도 비슷한 사건에서 유래된 이상심리다.) 처음에는 인질들이 범인들을 두려워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그들에게 동화되어 자신들을 구출하려는 경찰들을 적대시하고, 사건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강도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인질사건과 같은 극한상황에 처하게 되면 강한 스트레스와 두려움으로 인해 인질범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 것을 오히려 고맙게 여겨 차츰 그들에게 온정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자신을 구출하려는 경찰들에게 반감까지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노킹온 헤븐스 도어'를 본 날, 우연하게 나는 ‘완전한 사육’이란 일본영화를 연달아 봤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약간 변태스러운 일본SM류다. 변변치 않은 수입과 낮은 사회적 지위 때문에 애인에게 버림받은 40대 노총각이 완전한 사랑을 실현하기 위한다는 자기도취에 빠진 나머지, 길 가던 여고생을 납치하여 말 그대로 사육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납치된 여고생은 점차 이 납치범을 사랑하게 된다. 몇 번의 탈출시도가 실패하고 좌절하는 시점에서 여고생은 납치범의 인간적인 측면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탈출을 시도하기는커녕 경찰에 붙잡힌 납치범을 변호하고, 출소한 납치범을 찾아간다.

강한 스트레스와 두려움 속에서 싹튼 인질과 인질범간의 온정과 순응, 그리고 착각...... 내용 없는 작금의 ‘사회적 합의주의’도 아마 이런 게 아닐까. 내일의 비젼을 잃어버린 장기불황과 끊임없이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와중에 정권과 자본의 온정에 대한 기대와 순응말이다. 거기에 덧붙혀 현재의 노동자운동위기의 원인을 자본주의위기분석이 아니라 노동운동의 전투성에서 찾는 아전인수격인 위기진단론도 연상됐다.
거듭된 투쟁의 패배 속에서 우리는 단순한 패배주의를 넘어 스톡홀름 신드롬과 비슷한 착각에 빠질 위험은 없는지, 또 이것이 완전한 사육으로 가는 길은 아닌지.... 영화내용과 별상관은 없겠지만, 우연치 않게 보게 된 영화의 뒤끝이 참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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