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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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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법 개악=모든 노동자의 비정규직화

정지현 |
1. 비정규노조 대표자들, 1주일간 열린우리당 당의장실을 점거하다!

지난 16일 비정규직 대표자들은 열린우리당에서 있던 비정규직 공청회 이후 열린우리당 당사를 점거했다. 이 뿐만 아니라 9월 21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각 지역의 일반노조, 비정규노조 동지들이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함께 열린우리당 시도지부당 점거 투쟁에 들어갔다. 그리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노동법 개악안의 국회 상임위 상정시 전면 파업에 들어갈 것을 결의했다. 결국 열린우리당을 점거했던 농성단은 9월 22일 오전 이부영 당의장과의 면담을 진행한 후 7일간의 점거농성이 끝났다.
이처럼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과 지역 일반노조 그리고 민주노총 지역 간부들이 점거에 들어간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바로 노무현 정부에서 지난 9월 10일 발표한 노동법 개악 때문이었다.

2. 이번 노동법 개악 투쟁의 의미

사실 오래 전부터 정부는 비정규직 입법안을 개정하려고 해왔다. 그러다 9월10일 당정협의를 통해 법안을 확정하려했던 열린우리당은 9일 양대노총 위원장의 항의방문으로 당정협의를 연기 했지만, 다음날 졸속적인 정부안이 보도되었다. 열린우리당에서 노동계의 의견을 듣겠다던 말이 나온 지 하루도 채 안되어 입법예고안을 발표한 정부의 반응도 괘심했지만, 입법 예고한 법안의 수위가 너무나도 심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선전포고가 필요했던 것이 점거농성이 이루어진 이유였다.
이번 법안에는 비정규직 동지들이 투쟁속에서 처절하게 외쳐온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 원청사용자성 인정은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파견, 계약직 사용에 제한이 사라졌다. 결국 이번 노동법 개악은 단순한 법 개정수준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말살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제 노동운동 전체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 도래했다. 이번 노동법 개악이 갖는 의미를 더 자세히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노동법 개악안, 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법안이다.

대부분은 이번 법안이 비정규직 노동자에 관한 법안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이 법안은 정규직을 겨냥한 법안이다. 따라서 운동사회 전체가 들고 나서야 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노조 대표들이 나선 것은 그 누구보다 비정규직의 설움과 문제의식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 입법예고안이 확정되면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확산을 통해 차별이 한층 고착화된다. 더불어 정규직의 노동조건 삭감을 통한 전 노동의 하향평준화를 의도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랑하는 차별구제 절차는 사실상 실효성이 전혀 없으며 전반적인 노동조건의 후퇴만 가져올 뿐이다. 따라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파견노동자나 기간제노동자 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 의 삶에 위기가 한층 심화된다. 아니 보다 더 명확히 하면, 정부의 노동법 개악의 타겟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이다.

(2) 노동법 개악안이 노리는 것은 노동기본권의 박탈이다.

이번 법안은 파견법과 기간제 고용이 하나의 연결된 맥락으로 나온 법안으로, 법조문 하나하나도 문제지만 법안이 구성된 전반적인 맥락을 봐야 한다. 이번 법안은 노동자계급 전체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 파견법으로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파견법으로 안 되면 계약직으로, 노동자들을 괴롭히려는 것이 정부의 의도다.
파견법이 전면 합법화되면 사실상의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는 파견사용주는 마음대로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노동자들을 임의로 해고할 것이다. 그저 파견업체와의 계약만 종료시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또한 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한 계약기간을 자본 마음대로 정할 수 있으므로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들은 짤라버릴 것이다. 주기적 해고 또는 주기적인 계약의 변경 때문에 노동자들은 사용주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게 되고, 설령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투쟁하게 되어도 각종 부당노동행위에 노출된다. 또한 아직 정규직의 지위에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하더라도 비정규직이 확대되면 그만큼 노동조합의 힘은 무력화된다.

(3) 노무현의 노동 정책의 일면을 보여주는 법안이다.

이번 입법예고안은 노무현 정권의 일관된 노동정책을 잘 보여주는 핵심적인 법안이다. 집권 초기부터 드러났던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의 핵심은??노동유연화는 확대하고 차별은 해소한다'였다. 노동유연화의 경우 기업을 유연하지 못하게 한 규제가 역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노동유연화를 확산하려 하는 것이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정규직에게 그 책임을 돌리며서 정규직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노동운동을 고립화시켜 추락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이미 엄청나게 늘어난 비정규직에 대해서는??보호??라는 미명아래 합법적인 제도적로 고착화시키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하는 것이고, 정규직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을 넘기면서 공격을 지속하는 것이다. 법안은 실제로 비정규직 차별해소로 포장된 비정규직의 확대와 제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노동조건의 전체적인 하향평준화를 노리고 있기에 비정규직에게도 전혀 개혁적이지 않고, 정규직에게는 치명적인 것이다.

3. 구체적인 노동법 개악안의 실체

(1) 정부의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의 문제점

① 파견 허용업무의 자유화

26개 업종에 제한적으로 파견을 허용하는 현행법과 달리 정부입법안은 파견허용업종을 자유화하고 있다. 흔히 포지티브 방식(26개 업종만 허용하던)에서 네거티브 방식(몇몇 업종만 제외하고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는)으로 전환한다고 하는 것이 이번 개악안의 핵심이다. 정부 입법예고안은 ‘건설공사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선원의 업무’ 등 소수의 금지업종을 제외하고 모든 업무에 파견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도 건설업 등은 파견금지업종이지만 실제로는 인력소개소를 통한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고 이에 대한 감독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정부 입법안은 사실상 파견 허용업무의 완전 자유화라 할 수 있다.

② 제조업에도 파견제 허용

[정부입법예고안]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대하여는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그리고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최장 6개월까지 허용하겠다”

파견법 확대와 더불어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사실상 제조업에도 파견제를 허용한다는 점이다. 결국 ‘제조업 직접생산공정??만 6개월이라는 기간 제한을 받을 뿐이고,??직접생산공정??을 제외한 간접공정과 지원부서는 3년까지 파견제를 허용하는 것이 된다. ‘직접생산공정을 제외한 간접공정과 지원부서’에 제한적으로(?) 허용한다지만, 서브생산라인을 간접공정이라고 우기면 파견이 무제한으로 가능하게 된다. 합법적으로 하청을 쓸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순간 자본이 얼마나 지독하게 정규직을 파견으로 전환하려 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방심해선 안 될 일이다.

③ 파견허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정부입법예고안]
- 파견 허용기간을 현재의 2년보다 연장하여 (반복갱신을 포함하여) 최장 3년까지 연장
-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의한 고령자(55세 이상) 또는 준고령자(50세 이상)는 3년을 초과하여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을 신설 (법안 제6조 제3항)

파견허용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었다는 것이 파견노동자의 고용기간 연장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현행 파견법 하에서 2년마다 파견노동자를 교체사용하던 것이 3년마다 교체사용하는 것으로 바뀔 뿐이고, 파견노동자의 주기적 해고는 계속될 것이다. 오히려 파견기간 연장을 통해 기업이 상시적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더욱 열어준 것이 된다. 파견계약기간을 사용자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최장 사용기간이 3년이 되므로, 사용자는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합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해고할 수도 있고 선별적으로 재계약할 수도 있다.
또한,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의한 고령자의 파견기간 연장은 중고령노동자의 간접고용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현재도 중고령노동자들이 경비·청소·환경미화 업무에서 용역으로 대거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예고안을 따르게 되면 준고령자에 대해서는 파견허용기간도 무제한이고 직접고용 의무조항도 적용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④ 파견사용기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 경우 신설

[정부입법예고안] 사용사업주는 3년간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경우 3개월의 휴지기간만 가지면 다시 3년간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동일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교체사용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파견제 사용 중에 휴지기간(동일한 업무에 파견노동자 사용이 제한되는 기간)을 두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나,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사용사업주는 3년간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경우 3개월의 휴지기간만 가지면 다시 3년간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동일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는 ‘휴지기간’이란 명분에 불과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3년간 파견노동자 사용 → 3개월간 계약직 전환 → 다시 3년간 파견노동자 사용”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결국 기업은 상시적으로 파견노동과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⑤ 2, 3년 근속해도 직접고용 안 된다.

[현행 파견법] “2년을 초과하는 경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
[정부입법예고안] “3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당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현행 파견법에선 2년 이상 근무하면 직접고용 된 것으로 간주된다(제6조 3항). 2년이 지나는 그 날부터 직접고용된 것과 같은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에 입법예고안은 3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당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로 규정한다. 법률만큼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없다. 법안에 따르면 2년이 지난다고 자동으로 직접고용관계가 형성되는 게 아니고 사용자가 채용해야 직접고용관계가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사업주는 과태료를 무는 걸로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2) 정부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

① 기간제 고용을 무제한으로 확산

[정부입법예고안]
-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간제고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법안 제4조 제1항)
- 사용자가 3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이유없이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만을 이유로 당해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없다. (법안 제4조 제2항)
- 단, △사업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거나 근로자가 학업·직업훈련 이수 등으로 결원이 발생한 경우, △고령자(55세 이상)나 중고령자(50세 이상)의 사용의 경우, △전문적 지시·기술의 활용이 필요하거나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으로 일자리가 제공된 경우, △기타 이에 준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에는 3년을 초과하여(무제한으로) 기간제 고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법안 제4조 제3항)

입법예고안대로라면 사실상 기간제 고용을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안 제4조 제3항에 열거되어 있는 예외사유는 지나치게 포괄적일 뿐 아니라 대통령령을 통해 계속 확대할 수 있는 길마저 열어 두었다. 이러한 기간제한 예외사유가 과연 3년을 초과하여 허용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인데,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이 3년을 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은 사실상 모든 업무에서 상시고용을 대체하여 기간제고용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또한 제4조 2항과 관련하여 언론에서는 “3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하면 함부로 해고를 시킬 수 없다”고 보도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3년을 초과하여 계속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하다가 그 이후 재계약을 거부하는 경우, 이 때의 재계약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행법 하에서도 일정 기간 계약을 반복한 경우 재계약 거부시에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다툴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 때의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때 정규직에 비해 폭넓게 사용자측의 정당성을 인정해 주는 것이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경향이었다. 따라서 오히려 파견노동자와 마찬가지로 3년마다 기간제 노동자를 교체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게다가 이마저도 법안 제4조 제1항에만 해당되는 것이고, 제4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는 포괄적인 예외의 경우에는 이 정도의 규정마저도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기간제고용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② 있으나 마나한 차별금지 조항

[정부 입법예고안]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계약직이나 파견직에 대해 차별적인 처우를 해선 안 된다”

노동부가 자랑해마지 않는 소위 차별금지규정은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하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 법안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업무와 정규직의 업무 자체가 구분되어 있거나, 설사 유사한 업무를 하더라도 정규직이 관리직 역할을 하고 있다면 차별이 성립하기 어렵다. 심하게 융통성 없고 무능한 사용자가 아니라면 이 정도 규정쯤 쉽게 피해갈 수 있다.

4. 어떻게 투쟁해야 하나?

일단, 농성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는 얻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서는 언젠가는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할 것이다. 이번 회기가 아니면 다음 회기에라도 연기하여 통과할 것이다. 아니면, 문제가 되는 법 조항을 조삼모사식으로 교묘하게 수정하여 예고한 입법안과 별반 다르지 않게 통과시킬 공산도 크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단발적인 대응이 아니라 꾸준히 예의 주시하고, 면빌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97년 파견제, 정리해고제 등등의 노동법개악이 자행된 후 이 땅에 노동기본권이 얼마나 후퇴했는지를 떠올린다면 이 법안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각 단위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일단, 이번 노동부에서 낸 개악안의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97년에 통과된 노동법 개악이 비정규직 제도화의 포문을 연 것이라면 지금은 완전한 제도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후에는 ‘노사관계 로드맵’의 악법조항이 따라 나올 것이다. 이번 개악법안은 비정규직을 향한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을 향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단위 사업장 등에서 이 문제에 대한 교육과 토론이 필요하다. 아직 많은 단위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그 다음으로, 핵심은 올해 총파업투쟁을 기필코 성사시키는 데에 있다. 총파업을 성사시키려면 조합원에게 교육하고 선전해야 한다. 또한 정규직노조들의 실질적인 총파업 결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10월 10일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를 넘어서 노동법 개악에 맞서서는 단결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10월 10일 이후 총파업으로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힘찬 투쟁을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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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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