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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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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를 상실한 노동자 비정규직

김용현 | 회원
사람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노동을 통해 사람들은 삶의 기반인 소득을 얻고 이를 통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마련하고 사용한다. 하지만 노동이 아무리 삶의 기반이 된다하더라도 장시간 노동이나 고강도 노동은 즐거움이 아닌 고통을 주기에 되도록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강도가 완화된 노동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즐거운 노동을 만들어가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을 만들어 노동하는 사람들을 옥죄어 오고 있다. 아니 벌써 우리들을 가두어 놓고 저울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 즐겁고 신나는 노동이 아닌 하루하루 연명을 위한 노동을 만드는 말. 고용주에게 휘둘려도, 기계부속품처럼 대하더라도 감히 나서서 이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게 만드는 말. 바로 비정규직이라는 말이다. 비정규직의 심각성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비정규직의 문제를 말하는 상황이다. (물론 대통령의 무능함은 비정규직을 더 많이 만들면 만들었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수많은 연구단체들도 비정규직의 심각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회성 발언과 보고서로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비정규직은 불안정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는 것이고,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삶의 희망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모습이다. 이러한 시대의 모습을 써내려간 책이 바로 장귀연씨의 『권리를 상실한 노동자 비정규직』이라는 책이다.

비정규직화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주로 노동시장 구조 변화의 측면에서 접근했던 것에 반해 이 책에서는 노동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벌어 살아가는 삶에 비정규직화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가 어떤 식으로 박탈되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노동이란 무엇이며 노동과 자본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자본주의 작동방식의 변화와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비정규직을 어떻게 양산하는지 말해준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에 관한 쟁점을 검토하면서 단순히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은 미봉책이며 자본주의 작동 방식에 따라 파괴되어가는 노동권의 개념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 쉬운 언어는 내 눈과 머리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아서 참으로 좋았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 순간 많은 고민들이 다시금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기 시작했고, 책을 읽은 지 조금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그 고민은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아마 비정규직이 대세고 이것이 현 자본주의 시대의 상식일지도 모른다. 다른 대안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세를 거스르고 상식에 의문을 품었던 상상력과 부당한 것에 저항했던 투쟁이 결국 세상을 바꿨다. 당신과 나, 그냥 평범한 노동자에 불과하다. 그러한 비정규직화라는 대세에 의문을 품고 부당하다고 느끼는 우리의 마음이, 훗날 어떤 것을 만들어낼지는 모르는 일이다. -본문 중에서

희망 없는 시대에 희망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미친 질주는 이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해 무한 경쟁을 불러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무한 경쟁은 노동의 유연화라는 전략을 통해 노동자의 피고름을 짜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비정규직의 양산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권의 가장 작은 범주인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이를 통해 부당함을 말할 수 있는 권리조차 박탈되어 있다. 아니 노동자라는 호명을 듣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상황은 노동자들이 고용주를 향해 자신들의 요구를 말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수많은 하청기업으로 나뉘어져 있는 상황은 각각의 하청업체에 속해있는 노동자들이 모여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에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노동자라는 호명조차 박탈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본문에서 인용한 말처럼 대세의 상식에 의문을 품는 것에서 시작하려 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을 없애버릴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것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기에 내 옆에서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하려 한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나와 생각이 비슷한 모든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노동이 가능한 시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다해야 하겠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자. 힘겨운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다. 그곳으로 달려가 연대의 함성을 함께 내지르자. 노동자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아 올 수 있는 전망과 대안은 그 함성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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