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8.3-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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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공공부문 노동자운동의 과제

공공운수연맹을 중심으로

박준형 | 공공노조 정책기획국장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이명박 정권은 대선 시기와 인수위 시기 동안 일관되게 공공부문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공언하였다. 정부조직을 포함한 공공기관에 대한 인력과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은 물론, 중단되었던 분할, 매각 등 사유화도 강도 높게 진행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첫 번째 과정으로서 중앙부처에 대한 개편은 이미 이루어져 내각 인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이다.1)중앙 정부부처 개편 이후 진행될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및 정부산하기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성안된 것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으나, 기획재정부(구 기획예산처) 등을 중심으로 각 부처가 구조조정, 사유화 계획 등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2009년 예산편성과 각종 경영지침의 과정과 총선을 거치면서 이명박 정부의 구상은 구체화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대응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준비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공공운수연맹, 전교조, 보건의료노조, 공무원노조, 언론노조, 사무금융연맹 등이 참가하는 <공공부문 시장화 사유화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공동투쟁본부>(공공부문 공투본)를 구축하고, <사회공공성 강화 국민연대(가)>라는 연대단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단지 해당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가스공사를 분할, 사유화할 경우에 이는 해당 사업장의 구조조정일 뿐 아니라 에너지 가격의 인상 등으로 연결된다. 반대로, 직접적으로 시민의 공공적 귄리를 축소하는 것이 사업장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을 약화시키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같은 정책은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따라서 공공부문 구조조정 정책과 공공성 훼손에 맞서는 투쟁이 노조와 사회운동의 광범위한 연대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투쟁 조직화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은 공공운수연맹 안에서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해야하는 상황이다.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대상이 이들 조직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산업노조로 재편된 이후 투쟁동력을 모아내는 측면에서나 교섭을 집중할 수 있는 측면에서나, 투쟁을 모아내는 데 가장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업노조 재편 이후에는 투쟁시기와 의제의 집중은 물론, 정부를 상대로 실질적인 (산별)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조직적 정비가 이루어지는 등, 기업별 노조와는 다른 방식의 투쟁조직화가 가능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부여되는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아직 공공노조나 운수노조가 모두 산업노조로서는 취약한 상황일 뿐 아니라, 이들을 포괄하고 있는 공공운수연맹의 경우에도 이를 조율하고 결집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애초에 민주노총이 <공공부문 공투본>을 구성하면서 제안했던 6~7월 공공부문 투쟁은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공공성 훼손에 맞서는 전면적인 투쟁으로 진행되기 보다는, 이후 투쟁을 조직하고 선포하는 의미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이전에라도 정부가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계획을 제시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조직적 정비와 발전

이러한 투쟁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각 산업노조의 조직 강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조직강화는 단지 산별중앙조직의 권한과 집중력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산업노조적인 활동, 말하자면 기업별 조직을 넘어선 초기업노조로서의 활동을 본격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 사업장 현장에서부터 개별 기업, 사업장만의 이해를 넘어서 단결된 투쟁을 할 수 있는 조직적 태세를 갖추는 것이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의 일상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교섭과 임단투, 조합원 교육, 일상적인 연대활동 등 모든 측면에서 현장활동의 방식이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 장기적인 추진전략과 끈기를 요구하는 과정일 것이지만 그만큼이나 노조운동의 관행을 현장에서부터 바꾸어내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이와 함께 반드시 강조되어야할 것이 산업노조 지역조직(지역본부와 지역지부)의 강화,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와 비정규직 투쟁이다. 지역을 통해 사업장을 넘어서, 조직-미조직을 넘어서 노동자들이 서로 만나고 연대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공공노조 안에서도 추상적인 동의를 넘어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 지역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어야한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본부 강화, 혹은 지역지부에 대한 지원방안은 추상적인 수준일 뿐 아니라, 논란도 지속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운수노조의 경우에는 이제 지역본부 준비위원회를 몇 개 지역에서 논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역을 중심으로 연대를 활성화하는 과제는 여전히 특별히 강조되고 중점적으로 추진되어야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공공운수노조> 건설

비단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한 투쟁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이미 공공, 운수 부문의 조직적 단결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과제다. 거슬러 올라가면, 1998~99년 IMF 구제금융 이후 공공연맹 건설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던 시기에 이미 공공, 운수조직을 망라하는 산별연맹 건설, 이후 산별노조로 발전이 제안되어왔던 경험이 있다.
공공노조와 운수노조는 이미 출범 당시부터 통합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하여 왔다. 최근 공공운수연맹은 2008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통합산별노조 건설 추진방침'을 결정하였고, 공공노조와 운수노조도 유사한 내용을 2008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각각 결의했다. 핵심적으로는 2009년 4월30일 통합을 목표로, 올해 산별기획단, (가)공공운수노조 준비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통합산별 건설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해서 통합추진 결의라는 (중요하지만 형식적인) 결정은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통합추진 과정에서 어떤 경로를 밟을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통합된 <공공운수노조>의 상은 무엇인지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까지 산업노조 건설운동의 과정을 볼 때, 산업노조의 건설이 곧바로 운동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고, 오히려 운동을 후퇴시킬 위험도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공공노조와 운수노조의 통합과정에서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공공노조도 산업노조다운 운영과 투쟁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서도 운수노조는 여전히 조직적 통일성(조합비와 운영규정 등)이 낮고, 기업별·사업장별 관행도 다소 강하게 남아있다. 또한 조직발전 전망에 있어서도 공공노조가 지역본부 강화, 지역을 중심으로 업종 혹은 초업종 지역지부를 강화한다는 지향을 갖고 있는데 비해서, 운수노조는 업종본부 체계 외에 지역본부를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지향을 갖고 있지 않다. 더구나 아직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은 공공연구노조, 발전노조 등과 같은 경우에는 기업별 운영의 관행이 더 강하다.
따라서 통합의 과정이 노조의 발전과정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조직적 발전을 후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공공노조, 특히 지역, 비정규직 단위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후 통합산별노조 건설과정에서 심각하게 논의될, 그리고 우회할 수 없는 쟁점이다. 통합산별노조 건설이 노동자의 단결을 확대하는 기본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노동운동의 발전에 한 걸음을 더 내딛는 '진정으로' 의미 있는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발전적인 통합'이 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현장에 기반을 두면서도 기업별 활동에 제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조직적으로는 산업노조의 지역조직을 강화하고 조합원들이 지역적인 연대활동을 일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재정과 인력을 충분히 지역조직에 배치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업종별 조직의 재정과 인력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결단도 필요하다. 또한 이렇게 강화하는 지역조직을 통해서 사업장과 업종을 넘어서는 연대를 일상화하는 것은 물론, 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투쟁의 요구에 있어서도 사업장 단위의 경제투쟁을 넘어서 사회운동적인 내용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구체적인 쟁점들이 부각될 것이다. 조직의 구성, 재정과 인력의 배분, 중앙-지역/업종-기업별조직의 권한과 역할, 철도, 사회보험과 같은 전국사업장 조직의 편제, 조직발전방향 등 각각에 모두 쟁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논의를 대중적으로 진행해야한다. 특히 그것이 기업별, 업종별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 될 수 있도록 현장의 토론을 조직하고, 통합산별노조의 건설을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1)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노조의 대응방향에 대해서는 박준형,「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어떻게 싸울 것인가」『사회운동』 2008년 1.2월(통권 80호) 참조.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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