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의 문제점 

총선을 앞두고 ‘금융 포퓰리즘’으로 퇴행하는 윤석열 정부

임지섭 | 정책교육국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일과 17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언했다. 지난해 11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12월 말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시행령 입법예고를 한 데 이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증권시장 개장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는 시기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총선을 앞두고, 오로지 증시 부양에 몰두하는 이른바 ‘개미투자자’의 표심을 노린 ‘금융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의 금융소득 과세체계와 그 문제점

 
금융투자소득세를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금융소득의 종류와 한국의 금융소득 과세체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상품에는 수신상품, 금융투자상품, 보험상품이 있다. 은행이 제공하는 수신상품은 투자 원금 지급이 약속된 금융상품으로, 예·적금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자가 제공하는 금융투자상품은 원금 손실 또는 원금을 초과하는 손실이 가능한 위험이 있는 상품으로, 전자는 증권(주식과 채권)이고 후자는 파생상품이다. 마지막으로 보험상품은 미래 위험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약속하는 상품이다.

이러한 금융상품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은 이자소득, 배당소득, 양도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은행이 제공하는 수신상품이나 금융투자상품 중 채권과 같이 일정 기간 금전을 대여한 것에 대한 대가로 발생한 소득은 이자소득으로 분류된다. 한편 주식 등에 투자하여 지분투자에 대한 사업이익의 분배금을 받으면서 발생한 소득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된다. 마지막으로 채권가격이나 주식가격이 상승하여, 이를 매도해 매매 차익을 얻으면서 발생한 소득은 양도소득(자본이득)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현재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소득 발생 시점에 14%의 단일세율로 금융기관이 원천 징수한다. 다만 연간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총액이 2천만 원을 넘는 경우 종합소득세로 부과되어 전체 소득에 따른 누진적 소득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한편 증권의 가격 변동으로 인한 자본이득을 실현한 양도소득에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다만 개인의 채권 매매 차익, 소액주주의 상장주식 매매 차익, 파생상품 거래 차익은 비과세된다.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상은 장외주식거래와 해외주식거래 차익, 그리고 대주주의 주식거래 차익이다. 즉 여기에 해당하면 양도차익과 보유 기간에 따라 20~30%의 세율로 양도세를 납부해야 한다. 요컨대, 대주주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상장주식 거래 차익을 실현한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를 면제받고 있는 것이다. 대신 주식을 거래(매도)할 때마다 납부하는 증권거래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금융투자소득 과세체계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의 상장주식 거래 차익을 실현한 양도소득에 대한 비과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조세가 있다’는 조세의 대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또한 금융투자상품의 종류에 따라 과세 여부, 소득 구분, 과세표준 계산방식, 세율 등이 모두 달라 비슷한 성격과 소득을 갖는 금융투자상품 간의 과세 형평성이 저해되고 세무효율성도 떨어진다는 비판 역시 제기되어 왔다. IMF나 OECD조차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를 포함해 각종 비과세 감면제도를 최대한 줄이고, 이를 바탕으로 종합과세를 철저히 시행하는 방향을 선택하거나 금융소득을 여타 소득과 분리해 과세하는 이원적 소득세제를 도입하는 방향을 선택할 것을 한국에 권고하고 있다.
 
 

주식 양도소득 과세 대상 범위를 확대해 온 지난 10여 년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우선 2010년대부터 일관되게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대상 범위를 확대해 왔다. 즉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낮춰온 것이다. 기존에 종목당 100억 원 이상 또는 지분율 3%(코스피 기준) 이상 보유였던 대주주 기준은 2013년 50억 원 이상 또는 지분율 2% 이상 보유로 낮아진 것을 시작으로, 2016년과 2017년을 거쳐 계속해서 낮아져 왔다. 2020년부터는 10억 원 이상 또는 지분율 1% 이상 보유를 대주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기준으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인원은 약 7천 명으로, 전체 주식투자 인구 1천4백만 명의 약 0.05%에 불과해 과세 대상이 여전히 너무 좁다는 지적이 많다.

2020년에는 문재인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한 금융투자소득세가 소득세법 개정으로 입법되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그간 사실상 비과세되었던 증권과 파생상품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 일체의 양도차익을 과세 대상에 포함하고, 각 금융투자상품의 소득 구분·과세표준·세율을 통일하며, 금융투자상품 간 손익통산과 5년간 결손금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쉽게 말해,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에 따른 손익을 합산해 실현된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통합하고, 이에 대해 과세표준에 따라 20~25% 세율로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다만 주식시장 투자자의 반발을 고려하여, 다른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한 기본공제는 250만 원으로 설정한 것과 달리 주식투자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한 기본공제는 기존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상향했다. (아울러 증권거래세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제로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먼저 인하하였다.) 이에 따라 기존보다는 과세대상이 확대되긴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 역시 전체 국내 주식투자자의 약 95%가 기본공제 대상에 해당하여 과세 대상이 여전히 너무 좁고, 조세 형평성 문제가 남아 있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이러한 한계가 분명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대주주를 확대해 온 과정이나 금융투자상품 일체의 양도차익을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신설한 것은 조세정의에 부합하고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형평성과 세무효율성을 제고하는, 이른바 금융세계화 시대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흐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세계 주요국 역시 과세 형평성과 세무효율성을 고려하여,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최대한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은 모두 주식·채권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일본과 영국은 이를 여타 종합소득과 분리해 금융투자소득 또는 자본이득으로 규정하고 따로 과세하고 있으며, 미국과 독일은 종합소득세와 분리과세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오랜 기간에 걸쳐 자본이득을 포함하는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범위를 확대하면서, 증권거래세는 폐지한 대신 원칙적으로 기본공제나 면세소득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금융 포퓰리즘’으로 퇴행하는 윤석열 정부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주식시장 부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 이상으로 다시 상향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 한 데 이어, 연초에는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그간 이루어진 금융투자소득 과세체계 개혁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가 필요한 이유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를 언급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하고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를 개혁”하면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는 재벌의 기형적인 기업지배구조, 미흡한 주주환원, 회계정보의 불투명성, 개인 주식투자자의 단기 투자 행태가 지적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그중에서 특히 미흡한 주주환원과 함께 상장기업의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이 실증적으로 유의미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한국 증시는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경제에 특징적인 재벌의 낮은 수익성과 기형적 지배구조의 문제가 제대로 평가된 결과일 따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개혁이나 금융소득에 대한 조세제도의 합리화가 아니라, 그간의 세제개편 방향에 역행하는 단순한 세제 감면만으로 국내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퇴행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행보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매도 금지와 금투세 폐지를 요구해 온 개미투자자의 표심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본격적으로 세력이 커진 개미투자자는 테마주 중심의 단기 투자에 몰두하면서 오로지 증시 부양에 도움이 되는 정책만을 집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한국경제가 금융세계화로 편입되면서 ‘금융적 종속’ 상태에 빠진 가운데,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를 적으로 규정하며 자신의 사익 추구를 애국으로 포장하는 이른바 개미투자자의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행태는 한국경제의 금융적 종속을 완화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마르크스가 언급했던 것처럼 “자본의 ‘금융화’에 조응하는 노동과 사회의 ‘도덕적 타락’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누가 동학개미를 찬양하는가’, 《사회운동포커스》, 2020년 11월 9일.) 당정은 조세정의를 제고하는 금융소득 과세체계 개편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면서, 이러한 ‘금융 포퓰리즘’에 기름을 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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