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2.1-2.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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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연대운동의 전망과 과제

정지영 | 사무처장
2011년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여러 계기를 통해 드러났다. 살인적인 등록금에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투쟁이 있었고, 희망버스를 통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또한 노동자, 농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한미 FTA가 비준되면서 이를 규탄하고 한미 FTA 비준무효를 요구하는 투쟁이 크게 일어나기도 했다. 반값등록금 투쟁, 희망버스, 한미 FTA 폐기 투쟁은 초민족적 자본과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며 경제위기로 가중된 민중 생존의 어려움은 외면하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감과 분노의 표출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1년을 달궜던 투쟁들은 노동자민중운동의 주도적인 계획으로 조직되거나 확산된 것이 아니었다. 투쟁을 준비한 주체들조차 그 사회적 파장과 대중들의 참여가 그렇게 커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이 예상치 못한 결과는 분명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와 민중 생존의 어려움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노동자민중운동이 전국적인 투쟁을 조직하고 전선을 구축하는 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한나라당과 이명박에 반대하면 모두 같은 편’이라는 ‘반MB 연대’ 기조가 계속되면서,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연대 강화, 2012년 총선, 대선에서의 심판론이 많은 투쟁의 결론으로 제시되었고, 이는 노동자민중운동의 투쟁력과 단결을 강화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의 투쟁 계획과 전망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전국적인 반신자유주의반이명박 투쟁전선을 구축해야 하는 노동자민중 진영의 연대운동은 그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이 속에서 민중운동의 급격한 우경화를 제어하고 변혁적 대중운동 복원을 위한 세력군을 형성하기 위한 좌파운동의 공동대응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민중의힘(준)의 결성과 민중연대운동

무려 1년이라는 지난한 논의 끝에 2011년 4월 8일 민중운동 진영의 상설연대체인 민중의힘 준비위원회(이하 민중의힘(준))가 출범했다. 재벌과 기업들이 상존하는 경제위기의 가능성에 대비하여 노동자민중을 더욱 쥐어짜고 이명박 정권 또한 그에 발맞추어 노동자민중을 강도 높게 탄압하는 엄혹한 정세 속에서,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이 단결하여 투쟁해야 한다는 대의가 민중의힘(준)을 출범시킨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가속되면서 여러 투쟁의 이슈가 제기되었음에도, 민중의힘(준)이 그 투쟁의 정치적조직적 구심이 되지는 못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은 우선 민주노총, 전농과 같은 대중조직의 투쟁 계획이 부재하고 무기력한 현실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민주노총과 전농은 현재의 어려움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며, 이에 따라 대중투쟁의 계획보다는 반MB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한 계획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자민통 진영이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연합을 통해 원내교섭단체 실현과 ‘진보적 정권교체’를 통한 공동정부 구성을 목표로 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좌파 단위들이 참여하는 민중의힘(준)이 자신들의 구상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실제로 한국진보연대는 민중의힘(준)을 강화할 것인가 여부를 2013년 이후 국면에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좌파 진영이 현장 투쟁을 넘어서 전국적인 투쟁 전선을 구축하는 데 실력이 부족한 현실도 일정정도 반영되고 있다.
결국 민중의힘(준)은 2011년 11월 본조직이 출범할 때까지 6월 총궐기 투쟁을 제외하고는 자체적인 투쟁 기획을 내지 못했다. 주한미군의 고엽제 은폐 사건, 한미 FTA, 희망버스, 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 교사공무원 정치기본권, 공안탄압 등 다양한 투쟁에 관여해왔지만 사안별 대응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약 한 달 간의 총궐기 투쟁 기간을 상정하면서 그 시기 투쟁을 대중적으로 조직하고 고양시키기 위한 여러 기획을 배치했지만, 하반기 투쟁과의 연관성을 갖지 못한 채 일회성으로 그쳤다.

민중의힘 이후 전망

지난 11월 9일 민중의힘은 본조직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본조직 출범이 민중의힘을 민중연대 투쟁의 명실상부한 구심으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중운동 내부의 정세에 대한 인식 차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구축하고자 하는 전선의 성격과 그에 따른 투쟁 계획에 분명한 이견이 존재한다.
자민통 진영의 경우, 모든 투쟁의 정치적 성과와 목표를 ‘반MB-반한나라당’ 전선 강화와 선거에서의 야권연대 성사로 수렴하려 해왔다. 최근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데, 최근까지 격렬하게 진행된 한미 FTA 비준무효 투쟁에서는 야권연대와 정당통합이 곧 한미 FTA 폐기의 지름길이라는 선동이 주를 이루었으며, 향후 투쟁 계획 또한 사실상 한나라당 심판, 정권교체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문제는 민중운동 내에서 이런 투쟁의 방향과 정치적 목표를 토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대중투쟁 계획을 논의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미 FTA 저지투쟁의 정치적 방향성에 대한 민중운동 진영 내 합의와 공동계획을 만들려는 논의와 노력 없이, 민중운동의 다수를 이루는 세력의 구상에 대중조직과 민중운동 진영이 동원되는 것에 그치게 되면, 이에 비판적인 세력의 경우 심각한 무기력감과 사기저하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민중의힘을 중심으로 한 민중연대운동의 의미와 역할을 쇠퇴시키고 강력한 공동투쟁의 형성을 가로막는 것으로 드러나게 된다.
결국 민중의힘은 민중운동의 상설 연대기구에 걸맞게 폭넓은 결합력을 키우기보다는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민중의힘이 준비위원회부터 약 1년 간 활동을 해 왔으나, 민중운동 진영의 공동투쟁의 기풍이 자리 잡고 전체적인 투쟁이 강화되면서 상설공투체의 의미와 필요성이 커지기보다는 오히려 그 위상과 결합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민중의힘은 독자적인 정책, 조직, 기획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상근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민중운동의 투쟁력 저하와 지배 세력의 공세적인 탄압을 반전시킬 기획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2년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이 출범하면서 민중운동 진영의 전망과 계획이 더욱 확연하게 갈라지는 상황에서 민중의힘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민중의힘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공동투쟁의 노력을 아예 놓아서는 안 된다. 통합진보당 내에서 이념과 노선이 확연히 다른 국민참여당과의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 만약 민주통합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한다하더라도 경제위기 하 신자유주의 정책시행과 노동자민중에 대한 탄압이 불가피한 객관적 조건 속에서 내부적 갈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민통 진영 내부의 자기반성이나 노선분화 등을 염두에 두고 대중투쟁을 공동으로 일구기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좌파 연대운동

민중의힘 건설 과정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논의를 시작해 온 좌파 진영의 연대운동은 유성기업 파업투쟁, 노동해방선봉대 등의 공동 투쟁을 진행하면서 파트너쉽을 강화해왔다. 전국민중연대가 해산 과정조차 제대로 밟지 못하고 사라진 이후 전국적인 연대운동 수준에서 배제되어 각개약진해온 좌파 단위들이 수년 만에 공동의 논의틀을 형성하고 공동투쟁을 진행하면서 신뢰를 쌓고 향후 더 긴밀한 연대의 단초를 마련한 것은 큰 성과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1년 중반부터는 현안 투쟁에 대한 공조를 넘어서 정치적 연대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어왔다.
세계적인 장기불황과 경제위기 재발 가능성이라는 조건에서 자본과 정권의 공세가 강화되고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가 심화됨에도, 전반적인 대중운동의 무기력과 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자본의 공세를 돌파할 수 있는 투쟁과 전선을 복구하지 못하고, 이를 2012년 총선, 대선 국면에서의 정치적 기획을 바탕으로 한 범야권공조 흐름이 대체함으로써 민중운동의 투쟁력과 정체성이 상실되고 있다. 이런 정세 속에서 좌파운동의 공조와 연대는 노동자민중운동의 우경화와 투쟁력 상실을 제어하고 변혁적 대중운동의 토대를 유실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러나 좌파 단위들이 정치적 연대 방안에 대한 필요성에 강한 공감대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현실화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좌파운동 단위들이 이념과 조직노선, 실천전략 등에서 매우 다양한 입장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2012년 정치적 연대의 성과를 수렴하려는 조직적 구상의 차이가 좌파운동의 정치적 공조와 연대를 진전시키는 데 가장 핵심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어려움을 넘어서 좌파운동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에 책임감과 신뢰를 가지고 조정하고 실현해가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2012년 정세 속에서 제기해야 할 공동의 요구와 투쟁 과제에 대한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좌파 단위들의 정치적 연대 방안은 2012년 반MB 선거연합 구도에 맞서 독자적인 대응의 필요성 정도를 합의하는 수준이다. 이대로 간다면 시간에 쫓겨 ‘사회주의냐 반자본주의냐’ 식의 이념적 선명성을 기준으로 연대의 범위를 설정하는 형태의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FTA 폐기, (손배가압류 제한, 산별교섭 법제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강제조항 폐기, 필수유지업무 폐지 등을 포함한) 노동악법의 전면 재개정,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재벌에 대한 사회적 통제 등 2012년 총선과 대선의 공동대응에서 실제 기준이 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서로의 이념과 조직노선에 대한 토론을 진행해가야 한다. 단순히 각 조직의 입장을 강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적 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재편 계획과 대안적 이념을 마련하기 위한 상호 토론이 필요하다. 일례로, 얼마 전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방향을 표현하는 문구를 둘러싼 논의에서 ‘노동해방, 평등세상’이라는 문구와 ‘노동해방, 인간해방, 민족해방’이라는 문구가 제시되어, 논란 끝에 결국 ‘노동해방’이라는 표현만을 명기하게 된 적이 있었다. 각 조직의 이념적 지향을 표현하는 문구를 둘러싼 조율을 넘어서 그 실내용에 대한 토론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단순한 문구 논란이 아니라 사회변혁적 운동을 강화하고 사회구조의 변화를 앞당기기 위한 공조와 협력을 모색한다는 목표 하에서 자기반성과 신뢰 있는 상호 평가를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무엇보다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3자통합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막기 위한 조합원 선언운동을 성과있게 해내야 한다.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고 통합진보당의 야권단일화 전략을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으로 채택하려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계획을 막기 위해 범좌파진영이 쉽지 않은 조율 과정을 거쳐 선언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선언운동은 2012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의 공동 행보 여부를 가를 수 있는 일차 관문이다.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

지난 12월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새진보통합연대 3자가 통합한 통합진보당이 출범한 이후 민주노총 집행부는 이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 및 통합진보당의 야권단일화 전략을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으로 확정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현장을 조직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과 활동가들이 1천인선언을 진행했고, 그 후속 사업으로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선언운동의 내용은 노동자 탄압의 주범 국민참여당과 통합한 통합진보정당은 노동자 정당이 아니며, 통합의 과정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의사를 배제한 것은 기간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통해 진행된 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며, 따라서 조합원들의 토론을 거쳐 올바른 노동자정치세력화 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정치방침 또한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의 전망에 대해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노동운동의 재조직화와 진보신당을 포함한 좌파진보정당의 재구성,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는 변혁적 노동자대중정당의 건설 등 각기 다른 입장이 제시되어 있는 상황에서 선언운동의 방향, 내용, 문구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여 선언운동을 본궤도에 올리는 과정 자체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정치방침뿐만 아니라 선거방침을 통해서 어떻게든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좌파운동의 일차적 목표는 공동행보를 통해 민주노총 집행부의 의도가 관철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의 단일한 대응을 성사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어야 하며, 선언운동을 최대한 많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현재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을 분리시키고 4.11 총선방침을 사업계획에 포함시켜 실질적으로 통합진보당 배타적 지지와 야권단일화를 강제하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 총선방침으로 제기된 안은 ‘6대 과제 20대 요구’를 일반적인 수준에서 나열하고 구체적으로는 여소야대 실현, 야권연대를 통한 반MB 1:1 구도 형성, 지지율에 따른 정당투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총선 시기 분명한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걸고 대중투쟁을 통해 그것을 관철시키겠다는 투쟁 계획이 아니라, 어떻게든 야권연대를 성사시켜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겠다는 판단 하에 야권연대가 가능한 수준의 요구를 걸고 있는 것이다.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 선언운동은 현재 민주노총 집행부가 추진하는 총선방침에 대한 문제제기를 포함한다. 좌파운동은 단순히 현재의 선거방침 폐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노동자계급을 대표하여 제기해야 할 분명한 요구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중투쟁 계획을 제시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총선 시기 실제로 지역과 현장의 강력한 대중투쟁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2012년에 공통의 어려움에 처한 좌파 운동은 각기 다른 정치적 조직적 견해 차이를 강조하기 보다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한 우경화된 집권전략과 이에 동조하는 민주노조운동의 우경화를 저지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공동의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 각급 산별노조연맹과 지역적 차원에서 좌파정치세력들과 현장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총선과 대선에서의 공동대응, 전국적 투쟁전선 구축 및 대중투쟁 조직, 향후 정치세력화 방안에 대한 모색에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제어
정치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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