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5.15호
첨부파일
2.hwp

세계화에 저항하는 'Via Campesina'(농민의 길)

황순찬 | 천주교대안경제연대
<b>자율적인 다원적인 신자유주의 대항조직</b>

지난 1월 25~30일 브라질 포르토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는 유난히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끈 운동그룹이 있었다. 이론적 진보성보다는 삶에 기초해서 세계화, 신자유주의정책의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대안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통찰(insight)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 그룹이 바로 비아캄페시나(Via Campesina), 우리말로는 '농민의 길'이라는 이름의 전세계 농민조직이다.
1992년 4월 니카라과의 마나구아(Managua)에서 열린 농민과 축산농가의 국가연합회의(UNAG)에 중앙아메리카의 농민지도자들과 유럽 농민지도자들이 함께 모이면서 새로운 형태의 전세계농민조직이 구상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3년 5월 벨기에 Mons에서 첫 번째 비아캄페시나 회의가 개최되었고 이 자리에서 비아캄페시나의 전략지침과 그 구조가 결정되었다. 처음부터 비아캄페시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무토지농민, 중소농, 농업노동자, 지역여성과 원주민공동체를 바탕으로 하고 경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모델에 대항해 투쟁하는 곳으로 정리했다. 1996년 4월 멕시코의 Tlaxcala에서 개최된 두 번째 국제회의에는 37개국 69개 농민운동단체가 모여 중소농에 주요관심을 맞춘 일련의 주제들을 분석하였다. 대략 식량주권, 토지개혁, 신용대출과 외채, 기술, 여성참여, 지역개발과 같은 주제들이 다루어졌다.


<b>전세계 8개지역의 연대와 일치</b>

세계 전지역을 망라하는 비아캄페시나는 자율적이고 다원적인 운동으로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정치·경제·종교적인 영향력과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운동에는 국가, 지역단위 단체들이 통합되어 있으나 이들 각 단체들은 고유한 자율성을 계속 유지하면서 비아캄페시나와 함께하고 있다. 현재 비아캄페시나에는 전세계 8개 지역(동유럽, 서유럽, 동북·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북아메리카, 카리브연안,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이 참여하고 있고 곧 아프리카지역도 정식지역그룹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비아캄페시나의 주목적은 평등과 사회정의에 기초한 경제, 지속가능한 농업생산, 그리고 중소농을 살리기 위해 소농단체들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연대와 일치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들을 성취하기 위해, 비아캄페시나는 회원단체들간의 연대강화, 경제 및 농업정책의 재조정, 정부들과 다국적기구들의 의사결정과정에 민중의견반영, 사회전반에 여성참여 강화, 주요이슈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자신들의 전략으로 결정했다.

비아캄페시나는 이 운동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확산과 통합의 과정 안에 존재하고 다양한 지리적 범위를 포용하는 다원적·민주적, 다문화적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복합성은 원활한 의사소통과 조정을 위해 지역 및 개별 회원단체들뿐만 아니라, 전체운동에도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비아캄페시나의 구조는 가장 중요한 정책을 국제회의에서 결정하고 매 3년마다 지역을 바꿔가며 현안 모임을 개최하고 있다. 지역 사무국은 각 지역내의 연락을 담당하는 연결고리로 비아캄페시나의 주요사업을 실행하는 곳이다. 지역들간의 조정을 위해 국제조정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국제실행사무국은 비아캄페시나의 상위수준의 결의내용을 조정하고 실행한다.


<b>비아캄페시나가 다루는 내용들 </b>

<b>*국제무역에서 식량주권은 고유하게 보장되어야</b>

농산물 시장에서 저가격덤핑을 강요받아온 전세계 농민공동체들은 이미 파산했거나 현재 파산직전에 놓여있다. 지역 생산물을 특화하는 것은 수입국에서 생산하는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부유한 국가들이 실제생산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수출하기 위하여, 보조금(공적부조)을 지원하는 것을 허락하는 WTO협정은 모든 지역의 식량주권을 파괴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정해진 가격은 인위적이며 대개 덤핑으로 매겨진다. 그것은 생산물의 실제가치와는 상관없는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외채나 IMF, 세계은행이 강요한 구조조정프로그램 때문에 수출을 강요당하고 있다.

비아캄페시나는 식량주권을 고유한 권리로 규정한다. 그것은 다른 나라에 농산물을 덤핑으로 처분하는 일 없이, 자신들의 농업과 식량정책을 입안할 수 있는 민중의 권리를 의미한다. 식량주권은 필수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첫째, 건강한 국내시장을 위해 무엇보다도 질 좋고 문화적으로도 적절한 식량생산에 우선순위를 둔다. 이것은 각국 민중들의 자립과 식량주권을 보증하기 위해 다양한 농업생산(생명다양성, 토지의 생산력, 문화적 가치, 자연자원의 보호)시스템에 기초한 식량생산력을 유지하는 것을 근본적인 토대로 한다.

둘째, 농민들(남성과 여성)에게 적절한 노동의 대가를 환원하기 위해서는 저가격 농산물수입에 맞서 내수시장을 지키는 힘이 필요하다.

셋째, 잉여농산물로 인한 공급과잉을 피하기 위해 내수시장에 대한 생산을 규제해야 한다.

넷째, 생산방법상에 증대하는 산업화과정을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생산에 기초한 가족농을 발전시켜야 한다. 다섯째, 직·간접적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수출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

농업정책은 WTO와 같은 무역기구가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 또는 지역이 결정할 사안이다. 농업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요인(농산업)이 아니라 (각국)정치가와 행정부처에게 달려 있다. 공정한 무역(위의 규칙들이 근거한)의 규칙은 WTO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UNCTAD(UN)에서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규칙들은 인권과 기타관련 국제협정들을 존중하고, 독립된 국제사법에 따라야만 한다. 비아캄페시나는 WTO에 대한 대안을 개발하고 그 대안을 성취하기 위한 노력에 전력하고 있다. 단기적인 차원에서 비아캄페시나는 시장에 내놓는 각 농산물 내부소비의 최소 5%를 수입하도록 한 의무규정을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b>* 토지개혁과 사회변화를 위한 투쟁</b>

토지개혁은 토지를 분배하기 위한 광범위한 과정의 시작이다. 자본주의식 개발확장과 지역경제의 착취를 비판하고 경제·사회·정치적 모델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지소유권은 토지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들, 즉 오직 땅에서 일하고 땅에 의존해서 자신의 가족과 생계를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땅은 자연이 우리모두에게 준 선물이며, 모든 사람들의 공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땅은 시장에서 사고파는 물건도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토지소유가 돈을 얼마만큼 갖는가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각국의 현실에 기초해 각 가정마다 사회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토지의 최대규모를 제한하는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본다.

비아캄페시나는 땅의 사회적 소유라는 원칙을 지킨다. 가족들은 생존과 사회적 공익을 위해 땅을 사용할 권리를 갖는다. 그들은 땅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땅을 투기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기업들(산업체, 무역, 금융기관)이 많은 양의 토지를 소유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토지의 분배문제 외에도 토지개혁이 갖는 의미는 정부가 농산물에 대한 적정가격을 채택하고, 생산수단과 무역조절의 민주화를 의미한다. 또한 신용대출과 보험(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했을 경우, 적절한 보상의 효과적인 집행을 가능하게 하는)을 통해 가족농과 협동농업을 지원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토지개혁의 실행을 위한 투쟁은 농민만의 배타적인 요구나 슬로건을 담은 기치로 덮어씌울 수 없고 사회전체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비아캄페시나의 투쟁이 하나의 요청, 즉 각국의 폭넓은 민중부문과 연대하는 투쟁발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더욱 생명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농민만을 '우리'로 상정할 때, 토지개혁과 지역변화는 완성할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농민들과 민중들의 구체적인 힘은 공동의 전략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공동체들로부터 가능한 최대한의 사람들을 조직해내는 역량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자각과 사회운동으로의 발전과정 안에 전체가족, 특히 여성, 젊은이들의 참여가 근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직접적인 행동이나 거대한 대중동원을 통해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한 끈질긴 투쟁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하는 동기유발이 필요하다.

비아캄페시나는 경제, 생산, 금융시스템 및 지역개발의 운영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지역에 사는 농민, 민중에게 필요한 상호지원과 농업협동의 원칙에 기초하며, 민중의 문화적이고 조직적인 전통에 일치하는 새로운 조직의 형태, 연합의 형태, 협력체의 형태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을 통한 농업협력과 자본의 사회적 축적은 생산력을 발전시켜나가는 한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농업협력이나 사회적 축적을 조정해야만 하고 각 지역의 현실에 걸맞게 이러한 것들에 부합하는 고유한 형태들을 창조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지역내 농업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데 사용되어져야 한다. 배타적인 세계화의 수단인 국제금융자본의 광범위한 지배와 착취가 만연해 있는 인류역사의 이 시기에 만들어진 비아캄페시나는 제3세계의 민중들, 대체로 노동자, 특히 농민들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은 또한 발달하는 케뮤니케이션방법을 활용해 상호교류와 공동의 적에 대한 국제적인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b>* 양성평등을 위한 실천전략</b>

최근 일어나는 급격한 변화들을 보면, 경제침체와 문화의 훼손 그리고 지역여성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비아캄페시나에서는 여성들과, 어머니들 그리고 대지에 대한 존중은 우리의 미래를 재생산적인 에너지로 만들고 정의와 평화가 정착되는 미래를 위하여서라도 이 문제를 의식적이고 통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믿는다.
세계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은 단지 기업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권력의 집중을 위한 것이며 자연과 문화나 공동체 또는 사람들의 안녕을 고려하지 않고 기획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받는 것은 농촌과 농민들로서 잔혹한 환경착취와 공동체의 파괴를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다. 여성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차별의 역사와 역할구분으로 인하여 남성들과는 또 다른 면에서 이 변화의 영향력을 실감한다. 그러므로, 양쪽 성을 포괄하고, 공정하고 견실하게 장기적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하여 이 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꼭 필요하며 현재 상황에 적절한 것이라 하겠다.

현 경제의 목표는 팔 수 있는 상품생산을 늘리는 것으로, 번식보다는 산업상품에 가치를 더 부여하고 키우기보다는 공장제조하는 것, 그리고 인간보다는 이익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 이것은 자연세계와 인간사회 모두의 생명의 번식능력과 재생의 힘을 무시하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여성들은 이 근본의 가치변화에 의해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식량을 생산하는 사람들과, 땅을 보살피는 사람들 그리고 농민들처럼 여성들은 이러한 신자유주의 가치 기준에 의한 사회적·정책적인 변화에 의해 두 배로 소외되고 또 불이익을 당한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변화는, 역사적으로도 여성은 굴종과 자기주장을 할 수 없었던 것에 연유하여 농촌과 지역여성의 자존심과 지도력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여성은 건강하고 영향력있으며 땅을 지키고 식량의 장기적인 안전성을 성취하고 농촌공동체의 건립에서 중심이 된다. 농촌 여성들은 지역공동체와 가족들이 소비하는 많은 부분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들은 역사적으로나 지금이나 인류생존에 큰 힘이 되는 생명의 다양성을 고양하고 보호하는 책임감이 있다. 그들이야말로 농촌문화의 원동력인 것이다. 문화와 사회·경제·환경적인 재생력을 포함하는 진정한 의미의 개발은 농촌 여성들이 의식적이고 용감하게 그 역할을 이끌어 가는 것에 달려있다.
모든 사람을 세계의 경쟁력 속으로 빠뜨리게 하는 신자유주의의 경제적인 모델은 농촌 여성들에게 가장 불공정하고 불이익을 초래한다. 그것은 식량을 재배하기 위해 자연을 고갈시키게 하며 그들 자신과 그들의 아이들의 생존을 위한 무모한 노력을 하도록 강요한다. 이것은 농촌을 황폐화시키고 가족관계와 공동체의 단절을 유발하며 실업과 저임금을 강요해 결국 경제노예로 만드는 길인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가난의 고통을 당하는 이들이 여성들이다. 비아캄페시나에서는 여성들이 불평등한 경제구조의 최말단을 차지하도록 방치한 것을 반성하며 이제부터는 여성과 아이들의 필수요건이 우선시되는 대안적 경제협약을 요구하며 실현하도록 앞장설 것이다.(참고로 비아캄페시나는 모든 회의와 위원회에 여성 참가자가 50%가 되도록 행동계획을 설정해 놓고 있다)


<b>* 인권 </b>

대량학살, 실종과 감금, 고문과 잔악행위로 엄청난 시련을 겪으며 민중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시위와 행동이 범죄시되어온 것은 전세계 수많은 농민들과 원주민들 그리고 흑인들의 살아온 역사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내적으로 분쟁을 겪는 나라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들 나라에서는 인권을 위한 국제법과 그 준수가 급선무이다. 사회경제적, 성차별적, 그리고 정치, 문화적 불공정과 관련한 통계를 보면 농민들이 가장 소외받는 계층임을 알 수 있다. 국제적으로 인권과 관련하여 광범위하고 합법적인 수단들, 즉 인권옹호, 인권증진, 인권실행 등 많은 도구들이 있으나 상당 수 정부들은 이런 합법적인 수단을 이행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비아캄페시나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첫째, 비아캄페시나 운동에 반대하는 폭력적인 행위에 맞서 연대한다. 특히 브라질, 콜롬비아, 볼리비아와 연대하여 시민사회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둘째, 농업개혁을 위한 세계적인 캠페인을 벌이며 이를 위해 비아캄페시나 내에서는 잘 알려진 FIAN international과 협력한다. 셋째, 인권과 관련하여, 비아캄페시나는 주체적인 기획과 구체적인 행동에 우선순위를 둔다. 예를 들면, 소작농과 소농을 보호할 수 있는 캠페인과 이들을 위한 새로운 인권법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농업은 단지 상업이 아니라 삶의 길인 것이다. 이 분야에는 소작농과 소농들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생계가 달려있다. 소작농과 소농들은 깨끗한 환경과 다양하고 풍요로운 환경을 지켜나가는 파수꾼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특별규범이 설정되어야 한다.


<b>* 생명다양성과 유전자원 보존을 위해 </b>

비아캄페시나는 생명체가 다양성에 근본을 두며, 인간 역시 서로 다르며 개인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전적으로 수용한다. 이 측면에서 생물체는 단지 식물과 동물, 지구, 물과 생태계만이 아니라, 생산체제나 조직, 인간과 경제와의 관계, 정부의 구성도 포함되며 이 모든 것의 근본원리는 자유라고 본다. 현재 다국적종자기업이나 제약기업들은 인간에게 다양성을 선사하는 생명체에 특허권을 부여해 자신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독점하고자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소농, 어민, 원주민, 흑인공동체들이 이러한 생명다양성을 지켜온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생명의 근본인 유전자를 사유화하려는 논리인 생명특허권, 지적재산권을 반대한다.

종자는 토지, 물, 공기 다음으로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소중한 자원이다. 유전자원이야말로 식량생산, 옷, 집, 연료, 약품이 되고 생태계의 균형과 농촌을 살리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인류가 농업을 시작한 지난 1만여 년의 세월동안 농민들이 그 생명체를 보호하고 다양한 유전자원을 보존해온 것이다. 농민들은 가장 생산성이 좋은 다양한 종자를 선택하였으며 보다 충실한 종자로 발전시켜왔다. 이들은 대대로 새로운 종자를 보전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이어왔다. 그러므로 유전자원은 농민들에게 그 권리와 책임이 있는 것이다.

2차대전 후 이농현상과 도시집중이 가속화되고 식량문제가 모든 국제기구들과 각 정부에서 다루어지면서 대자본으로 농업을 경영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점차 종자정보와 관련한 산업이 큰 이윤을 창출해내면서 유전자원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로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창출되었고, 생물과학기술은 급기야 유전자 조작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유전자 조작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인류가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유전자원의 (소유)재산권의 개념이다. 이전에는 유전자원은 인류적 유물로 간주되었으며 유전자원에 관한 한, 농민의 권리가 보장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의 생명과학기술과 유전자원의 권리가 세계지적재산기구(WIPO)와 세계무역기구(WTO)나 아니면, 다국적거대기업들과 산업재산을 다루는 손에 들어가고 있다. 비아캄페시나는 유전자원이 환경적으로 건강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믿으며 농사를 짓는 이들에게 그 자치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농민들 역시 유전자원의 활용규정을 만드는데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b>* 상업적 이익을 넘어선 대안농업</b>

현재 세계적 상황에서 볼 때, 농업과 식량문제의 이원화된 논쟁은 전세계의 수많은 민중들을 굶주림과 영양부족과 질병의 위협으로 몰고간다.
한쪽에서는 상업적인 이익만을 추구하고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정책을 이용하고 행동하여 인간의 생존문제를 조작하는 등 수많은 형식의 지배와 노예화를 지속해온 부류의 이들이 있다. 그들은 힘의 논리에 입각하여 그 구조 안에 들어가 불평등한 경제질서를 창조하였으며, 이 현상은 신자유주의로 인해 확장되고 있다. 또 그들은 세계은행과 부유한 선진국정부의 보호 밑에서 WTO체제를 강요하며 다국적거대기업의 번창을 주창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와 같은 정책과 행동의 결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비아캄페시나의 회원들은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라카, 유럽의 중소농이거나 농장의 노동자들이며 여성이고 토착민들이며 흑인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비아캄페시나 운동 안에서 일한다. 비아캄페시나 운동에서는 역사적으로 농민을 자신의 땅이나 집에서 몰아내고 불평등한 경제체제와 기술을 강요하여 농민을 질식시키는 구조에 대항하여, 농민들 스스로 여러 조직들과 함께 모여 행동할 수 있도록 시도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비아캄페시나는 자연친화적 농법으로 땅을 경작하고 식량을 생산하며, 경제적으로 실행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체계를 옹호하는 것이다.


<b>한국농민운동과의 연대를 희망하며 </b>

지난 주 4월 17일 캐나다 퀘벡에서 개최된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창설을 위한 34개국 정상들의 회담에는 수만 명에 달하는 민중들의 저항이 있었다. 그 자리에는 어김없이 비아캄페시나가 같이 있었다. 이들은 "땅을 위한 농민투쟁과 착취에 대항하는 국제행동의 날"을 선포하고 토지의 재집중화에 대항한 투쟁과 국제기구들의 정책에 대항한 투쟁, 땅의 수탈과 군사적 폭력에 대항한 투쟁, 그리고 땅을 위해 싸우다갇힌 정치범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위한 투쟁을 벌여나가자고 외쳤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올 1월 브라질 세계사회포럼에서 비아캄페시나 전체회의에서 결의된 것이었고 그 회의에는 한국의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참여한 바 있다.

이번 주 4월 23~28일까지 이태리 스폴레토(Spoleto)에서는 식량농업기구인 FAO에 새로 개정된 의제에 대한 협상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 협상에서 41개국이 내리게 될 결과는 이제껏 수십억 민중이 의존해온 자유롭게 교환되어온 종자와 관련한 문제를 결정짓게 된다(이 협상의 결과는 올 11월 식량농업기구회의에서 최종법제화된다). 만약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부정적인 결정이 내려져 농민들이 더 이상 종자를 자유롭게 채종, 보관, 사용하지 못하게된다면, 세계의 식량안전은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비아캄페시나가 강조하는 것처럼 식량주권과 유전자원 문제가 식량농업기구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전세계 민중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지킨다는 차원에서 함께 동참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전세계 54개국 255개 단체들이 중요 곡물종자에 대한 특허권상정을 막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종자를 보존하고 교환하고 파는 농민들의 자유로운 권리를 함께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의 종자는 이윤추구를 위해 점점 더 특허권과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다국적기업의 손에 좌우될 것이고 이들 손에 사람들의 먹거리가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세계농민운동의 흐름을 주목하면서 한국농민운동이 이제까지 WTO 농업개방, 농가부채문제, 그리고 최근에는 한·칠레투자협정 등 워낙 시급한 현안들에 쫓겨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GMO나 토종종자 문제, 그리고 국제연대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동참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특히 지난번 포르토알레그레에서 비아캄페시나의 회원들이 강력히 요청했던 것처럼 한국의 농민운동('전국농민회총연맹')이 소외된 농민과 함께 세계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지속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전세계 농민운동조직인 비아캄페시나의 멤버로 참여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 비아캄페시나의 홈페이지 http://ns.sdnhon.org.hn/miembros/via/
주제어
국제 생태
태그
분리직군제 우리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