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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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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결국 민중자치와 민주주의로 결판내다

김종섭 | 핵폐기장 백지화 전북대책위 상황실장
작년 여름을 더욱 뜨겁게 만든 부안민중들의 투쟁이 2월14일 자체적인 주민투표를 통해 투표율 72%, 반대 91%라는 결과를 낳았다. ‘핵폐기장 백지화 군민선언’을 선포하면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던 쓰라린 기억을 잠시 뒤로하고 잠시나마 군민들은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주민투표전에 부안을 감고 돌았던 겨울 속 차디찬 긴장감은 봄날 같은 날씨와 아주머니들 입가의 넉넉한 미소로 화기애애 하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런 의지와 달리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지난 17일 주민투표를 ?여론조사 성격?이라며, 2.14 부안주민투표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정식 주민투표'는 김종규 부안군수의 소관 아래 9월 이후 정식으로 치뤄져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쨌든 현재,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부안은 최종결론을 일시적으로 유보한채 커다란 한 단락을 마감하였다. 하지만 부안은 지금까지 진행한 투쟁만으로 역사적으로 커다란 경험을 국민에게 선사하였다.

- 투쟁으로 하나되는 부안공동체
얼마나 결사적인 투쟁이었는가? 아줌마 삭발투쟁, 고속도로 점거, 등교거부투쟁, 전경차량전소, 군청진격투쟁, 청와대항의투쟁, 전주-부안간 삼보일배, 밤샘 난타투쟁등 지금까지 투쟁의 역사에서 발휘되었던 모든 투쟁의 역량을 단 몇 개월만에 쏟아내었다. 한편으로는 생존권 사수를 위한 몸부림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반민주적 정권에 대한 항거로, 안으로는 조직을 만들고 밖으로는 단호한 바리케이트를 만들어갔다. 이처럼 언제든지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분노와 조직을 함께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단체에 대한 부안 민중들의 분노가 얼마나 컸던 것인지 짐작하게 해 준다. 100여명이 사법처리되고 수백명의 주민이 부상당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핵폐기장 백지화라는 당면요구를 분명히 하면서 정부의 음모를 수포로 만들어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무엇보다도 부안군민들의 단호한 투쟁이었다.

- 민주와 자치를 기층의 힘으로 만들어 내었던 부안공동체
노동자의 학교가 파업현장인 것처럼 부안군민들의 학교는 투쟁의 현장이었다. 촛불시위는 부안군민이 믿을만한 유일한 언론이었다. 기성언론에게는 따끔하게 충고하거나 혼내주기도 하지만 촛불시위때 논의되는 사안에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하나의 인격적 주체가 되었고, 이 안에서 얘기된 것들은 소중한 의견과 결정으로 이어졌다.이런 모든 것이 발판이 되어 군민들은 움직였고 전라북도 ?부안군의 행정력보다 우월한 자치를 만들어 내었다. 부안읍내의 전상가에는 노란 반핵깃발이 부착되고 부안택시 기사들은 투표당일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을 택시로 모시며 자원활동을 하였다. 마침내, 주민투표는 국가가 강요하는 민주주의보다 훨씬 웅장한 민주와 자치의 장관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애써 이를 폄하려고만 한다. 관료들의 말에 따르면 민주와 자치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위법이라는 참으로 국가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 눈물과 감동이 함께한 문화공동체
민중의 역량은 문화적으로도 표현되었다. 5개월 동안 지속된 촛불시위는 집회라기 보다는 문화축제에 가까워 보였다. 부안 수협앞 광장에서는 할머니에서 유치원 어린 학생들까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투쟁은 즐겁게”라는 말이 무색하리 만큼 너무 즐거워 비명을 지르고 너무 즐거워 5시간 집회에도 짜증내지 않는 것은 투쟁과 자치 그리고 문화라는 어울림이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것도 역시 스스로 만들어 내는 민중의 걸작들 이어서 준비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들도 서로를 칭찬하며 거리의 문화를 공동체의 문화로 바꾸어 놓았다.

주민투표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투쟁의 경험과 민주적 훈련의 결과이다. 민중의 뜻을 애써 무마하려는 선거가 아니라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안의 주민투표는 또 하나의 가공할만한 투쟁이었다.


군수 퇴진투쟁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부안군민의 또하나의 실험
주민투표가 끝난 바로 다음날 15일 주민투표 승리의 기쁨으로 가득찬 부안 군민들이 반핵광장에 모여 대동마당을 열었다. 이날 일부 상가들은 주민투표 참가율에 맞추어 빵 70% 할인, 무료 목욕티켓 등을 나누며 동참하기도 했다. 대책위가 '부안선언'을 통하여 "자연은 사람들의 소유가 아니며 부안군민들 모두 뭍 생명들과 공존하여 생활 속의 반핵과 자치공동체를 이루어가자. 낡은정치와 독재의 망령, 자연을 해치는 망령을 걷어내고 이땅의 양심들과 뭍생명과 함께 투쟁하겠다."라고 선언하였다. 순간, 이를 들은 부안군민들은 비오듯 눈물을 흘렸다.

이날 7개월의 역사가 타임캡슐에 묻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에 한쪽 에서는 부안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투쟁을 만들기에 분주하였다. 가장 첫머리에 김종규 부안군수 퇴진이 나왔다.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부안공동체를 파괴로 치닫게 했던 군수를 반드시 퇴진시키겠다며 전 군민 리본달기 운동이 전개되었다. 두 번째로 언론이었다. 발전이라는 패러다임과 관권에 빌붙어 주민들의 여론을 호도하였던 기성언론을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촛불시위를 대신할 자신들만의 대화공간을 대안언론으로 찾고 있는 것이다. 지금 부안은 자치와 생태를 근간으로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내오겠다는 부안 군민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첫걸음을 시작하였다. 군수퇴진투쟁과 새로운 부안만들기가 작년여름에 시작하였던 부안투쟁의 봄날잔치가 될 것이다. PSSP
주제어
정치 생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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