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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9.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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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특집-류미경.hwp

WTO 7월 일반이사회 도하개발의제 기본골격 타결의 의미

류미경 |
지난 8월 1일,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를 통해 도하개발의제(DDA) 협상의 기본골격(Framework)이 전격 타결되었다. 새로운 무역협상 라운드의 개시 여부를 판가름하는 회의였던 99년 3차 시애틀 각료회의부터 현재까지, 우루과이라운드의 뒤를 잇는 무역협상은 여러 차례 난항을 거듭해왔다. WTO 회원국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도국, 최빈국들이 우루과이 라운드 농업개방은 초국적 농기업의 전 세계 농업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여 남반구의 농업 생산 기반을 뿌리째 뒤흔들었다며 강력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도국과 최빈국에 자유무역의 혜택을 고루 누리도록 하는 동시에 이들 나라의 ‘개발’을 더욱 촉진시킨다던 ‘도하개발의제’가 오히려 미국 등 선진국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더 이상의 자유화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2003년 9월 칸쿤에서 열린 5차 각료회의에서 개도국들은 ‘농산물 수출 개도국 그룹(G21)', '개도국-최빈국 그룹(G90)'등 여러 의견 그룹을 형성하여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에 강력하게 반발해, 결국 각료회의를 무산에 이르게 했다. ‘개도국 및 최빈국’을 위한 협상에서는 이들의 반발로 어떠한 합의도 이루어내지 못했으며, ‘무역의 완전한 자유화’를 표방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앞장서서 이러한 원칙을 훼손하는 상황은 ‘도하개발의제’ 협상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따라서 지난 몇 년간 협상 진척을 가로막았던 주요 쟁점이 이번 일반의사회에서 어떻게 다루어졌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기본골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합의된 ‘기본골격’이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무산된 칸쿤 각료회의, 그 이후

도하 개발의제 협상을 난항에 빠지게 했던 가장 뜨거운 쟁점은 ‘농업협정’이었다. 그 중에서도 미국과 유럽연합의 농업보조금 문제는 ‘자유무역’이 지니고 있는 모순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쟁점이다.
도하개발의제 농업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매겨진 농산물 관세를 공산품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고 ‘무역왜곡적’ 농업 보조금을 감축/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대규모 농기업이 세계 농산물 시장을 장악하기에 적합하도록 국제무역시스템을 재편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으며 스스로 표방하고 있는 ‘자유무역’의 원칙을 어기고 있다. WTO가 출범한 이후에도 미국은 농업보조금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초국적 메이저 농기업들은 생산비를 절감하여 값싼 농산물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반면 소규모 농가를 기반으로 하는 남반구의 많은 나라들은 관세화와 지속적인 관세감축 조치로 농업시장을 개방하게 되었다. 미국의 농기업이 생산한 싼 값의 농산물은 이렇게 개방된 남반구로 덤핑되고 있다. 남반구의 소규모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은 가격 경쟁력에 밀려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생산기반 자체가 뒤흔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예로, 미국의 면화 생산자들은 1년에 30~40억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다. 이는 면화 수출이 국가 소득의 대부분인 서아프리카 말리의 GDP를 훨씬 웃도는 금액이며, 미국 농기업의 면화 시장 독점으로 말리를 비롯한 베닌, 챠드, 부르키나파소 등 면화수출국들의 소득은 1년에 10억달러씩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부시행정부는 ‘관세감축’, ‘국내보조금의 실질적인 감축’, ‘수출보조금 철폐’를 원칙으로 하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개시된 이후에도, 그 원칙을 훼손하며 농업보조금을 대폭 확대할 것을 골자로 하는 2002년 농업법(2002 Farm Bill)을 제정했다. 이에 미국의 일방주의와 무역 불평등에 대한 개도국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2003년 칸쿤 각료회의에서 브라질, 인도 등 농산물 수출 개도국들은 G21이라는 의견그룹을 형성하여, 북반구의 시장 역시 남반구가 생산한 농산물에 개방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대규모 보조금이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아프리카 4개국 역시 미국의 면화보조금이 철폐되어야 하고 보조금으로 인한 손실을 미국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하개발의제의 핵심 이슈인 ‘싱가포르 이슈’와 ‘비농산물관세인하협정(NAMA)’역시 남반구 각국의 비판의 대상이었다. 아프리카그룹(AP),아프리카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국 그룹(ACP), 최빈개도국그룹(LDCs)의 연합으로 구성된 G90은 투자, 정부조달, 경쟁, 무역원활화 등 이른바 ‘싱가포르 이슈’가 엄밀한 의미에서 ‘무역정책’의 범위를 초과하는 ‘자본의 유출입규제 철폐 및 소유권 보장’과 관련된 것이며, 선진국이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뿐이므로 WTO 내에서 이에 관한 협상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산품 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완전한 철폐를 목표로 하는 ‘비농산물관세인하(NAMA)' 협상은 ’개도국·최빈국의 발전을 돕는다‘는 도하개발의제의 명분과는 정 반대로, 남반구의 취약한 산업구조가 세계적인 경쟁에 직접 노출되도록 하여, 탈산업화를 초래하며 실업과 빈곤을 남반구로 이전시킨다고 비판했다. 결국 칸쿤 각료회의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의 모순을 드러내며 결렬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7월 일반이사회에서 기본골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 진 것은 개도국 및 최빈국이 형성하고 있는 여러 의견그룹이 무력화되었음을 뜻한다. 칸쿤 각료회의 무산 이후 미국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불만을 표한 개도국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협상 결렬에 결정적 역할을 한 G21을 파괴하는데 집중해왔다. 칸쿤 각료회의 직후 미국은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페루, 코스타리카, 과테말라에게 G21에서 탈퇴하면 부분적인 시장개방을 제공하겠다고 사탕발림하여 이들을 G21로부터 이탈시켰다. 뒤이어 지난 4월에는 이 그룹을 이끌고 있는 브라질과 인도가 여타의 농업수출 개도국과 분리되도록 했다. 미국, 유럽연합, 호주, 브라질, 인도를 ‘이해당사자 5개국(Five Interested Parties)’이라 명명하며 팀 그로서 WTO 농업위원회 의장이 기본골격 초안을 작성하는데 이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은 농산물 관세감축 분야에서 ‘점진적인 감축’을 주장해왔던 인도와, 미국의 국내보조금의 실질적인 감축을 주장하는 브라질의 요구를 5개국간의 협의에 따라 수용할 수 있다며 G21의 ‘단결’을 파괴했다. G 90에 대해서도, 7월 중순에 열린 G90 회의에 미국과 유럽연합은 죌릭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들을 파견해서 4개의 싱가포르 이슈 중 ‘무역원활화’에 대해서만 협상을 개시한다는 안을 제시해 G90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비농산물시장접근’과 ‘서비스협상’의 진척에 G90이 협조하여 개도국들에게 ‘혜택’을 주는 다자간 무역체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협박하며 압력을 넣었다. 결국 미국은 이런 식으로 해서 7월 일반이사회에서 ‘농업협상’에 대한 브라질, 인도의 동의와 ‘무역원활화’ 협상 개시에 대한 G90의 동의를 이끌어 내고, ‘기본골격’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데 성공한 것이다.

7월 일반이사회 도하개발의제 기본골격의 내용

7월에 타결된 협상 기본골격은 개도국 의견그룹의 무력화를 바탕으로 합의된 만큼 미국을 비롯한 북반구의 이해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물론 협상의 최종 결과는 2005년 말 홍콩에서 열릴 6차 각료회의 전까지 진행되는 ‘세부원칙(modality)’ 협상을 통해 좌우될 것이지만, 이후 협상은 이 기본골격이 제시하는 원칙에 따라 진행된다.

핵심 쟁점이었던 농업협상 기본골격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라고 평가될 만큼 초국적 곡물기업의 농업시장 지배력 확대를 떠받치는 미국의 입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우선 시장접근 분야에서는 ‘구간별 감축’ 방식을 채택하여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별을 두지 않고 관세율에 따라 대상품목을 구간으로 분류하여, 고관세일수록 높은 비율로 감축하도록 했다. 또한 개도국에 한해서 관세감축에 신축성을 부여할 수 있는 ‘특별품목(Special Product)'제도와는 별도로, 선진국 품목에도 해당되는 ’민간품목(Sensitive Product)'을 새롭게 도입하여, 이에 대해서는 관세를 소폭으로 감축하되 의무수입물량을 확대하도록 했다. 수입국그룹이 요구한 관세 상한 철폐는 추후로 미뤄지게 되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수출국 그룹이 주되게 주장했던 ‘스위스공식’의 변형으로 한국과 같이 고관세 품목이 많은 나라일수록 대폭으로 관세를 감축하여 개방으로 인한 타격이 커지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국내 보조분야에서 미국은 결국 2002 농업법이 보장하는 국내보조를 감축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는 농업에 대한 모든 국내보조정책을 신호등 분류방식에 따라 ‘철폐대상’(red box), ‘규제대상’(amber box), ‘허용대상’(green box)으로 분류했다. 추곡수매제와 같은 정부관리가격정책, 생산 및 판매에 관련된 농가소득지원, 투자 및 수송 등에 대한 보조가 규제대상에 포함되며, 생산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득보장, 재해보상, 식량비축 등은 허용대상에 해당한다. 그밖에 ‘생산제한계획하 직접지불’(Blue Box)과 최소허용보조(De-minimis-총 생산액의 5% 미만의 보조금)에 대해서는 감축의무를 면제했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이 제시하고 있는 국내보조 감축 방식은 ‘감축보조대상 총량’(AMS), ‘최소허용보조’(De-minimis), ‘생산제한계획하 직접지불’(Blue Box)을 모두 ‘무역왜곡적 보조’로 규정했다. 또한 이를 합한 총액에 따라 구간별 감축방식을 도입하되, 보조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더 많은 비율로 감축하도록 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미국의 주장에 따라 ‘생산제한계획 없는 직접지불’이라는 새로운 블루박스가 도입된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이번 합의안이 미국의 대규모 국내보조를 대폭 감축할 것으로 보이지만, 감축대상이 되는 보조금의 총량을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양허된 수준이냐, 현행 수준이냐)에 따라, 그리고 현존하는 보조금을 어떤 종류의 보조금으로 분류할 것이냐에 따라 감축 비율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된다. 미국의 2002 농업법에 따라 새롭게 도입된 보조금들은 신설된 “새로운 블루박스”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보조금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경우 공동농업정책(CPA) 2003년 개정안에 따라 보조금의 상당부분을 ‘허용보조’로 전환함에 따라 현행 수준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수출경쟁 분야에서는 수출보조, 상환기간 180일 이상의 수출신용 및 보증보험은 철폐하도록 하고, 180일미만 신용·보증보험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감축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개도국에만 허용되었던 수출보조는 유지하되 ‘모든 형태의 수출보조가 철폐되는 시점을 지나서 합리적인 기간까지’ 인정한다는 단서가 추가되었다. 그러나 철폐 기한은 명시하지 않고 이후 진행될 세부원칙 협상 결과에 맡김에 따라 이러한 원칙이 현실화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결국,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개도국들에게는 관세를 대폭 감축하도록 하여 개방의 효과를 극대화 하는 반면, 농산물 무역에 있어서 불평등을 심화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보조금은 도하개발의제 협상의 취지와 어긋나도록 현행대로 유지할 여지를 남기게 된 것이다. 7월 일반이사회가 끝난 후 미 무역 대표 로버트 죌릭은 “현재 지급되는 보조금 총량이 191억 달러이지만, 기본골격이 제시하는 대로 계산했을 때 허용되는 보조금은 490억”이라며 “2002 농업법에 따른 보조금은 도하개발의제 협상에도 불구하고 현행대로 유지할 수 있어서 미국이 잃은 것은 없다”고 했다.

농업협상에 비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지만, ‘비농산물시장접근(NAMA)', ’서비스‘, ’무역원활화‘ 분야에서도 미국이 잃은 것이 없다는 게 대체로 동의되는 분석이다. ’비농산물시장접근‘ 분야에서는 관세가 높은 품목일수록 감축률을 높게 하는 ’비선형 공식‘이 채택되었다. ’개도국에 대한 신축성 부여‘의 문제는 이후 진행될 세부원칙 협상 구체적으로 논의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공식‘을 통해 관세 감축률을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한 개도국이 양허 품목과 감축률을 신축적으로 조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석된다. 또한 신속한 관세 철폐를 위한 ’분야별 접근‘에도 개도국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취약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개도국 및 최빈국에 큰 타격을 가져다 줄 것이어서 칸쿤 각료회의에서 채택되지 못했던 ’데르베스 초안‘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10여개 주요 기업으로 구성된 제로관세동맹(Zero Tariff Coalition)은 ’세계적인 차원의 감세와 규제완화를 이루어 내는데 한걸음 다가서게 되었다‘며 이를 환영했고, G90은 ’남반구의 탈산업화, 실업의 확대, 빈곤의 심화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비스협상에 관해서는 2003년 6월로 양허안 제출 시한이 정해졌으나 제출국이 147개 회원국 중 20여개국에 불과한 상황에서, 그 시한을 2005년 5월로 연장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공공서비스 사유화에 따른 파괴적 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부분의 개도국이 선뜻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표면적으로나마 서비스 협상을 신속하게 진전되도록 한다는 데에 동의를 얻은 셈이다. ’싱가포르 이슈‘에 대해서는 4개 이슈 중 하나인 ’무역원활화‘ 분야에 대해서만 협상을 개시한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나머지 분야에 대해서는 미국이 신흥 주식시장으로 삼을 나라와 양자간 협상을 통해 추진한다는 입장에 따른 것이다.


도하개발의제 기본골격 타결의 의미

도하개발의제는 ‘실질적이고 완전한 무역자유화’를 달성한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WTO 회원국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개도국 및 최빈국의 의무만을 지시할 뿐이다. 진짜 목표는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적합한 무역 규범을 세우는 것이고, 이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남반구에, 그리고 전 세계 민중에게 전가된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농산물이 자유무역의 대상이 된 후 고작 10개의 농기업이 세계 농산물 시장의 90%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종자나 생명공학 분야, 농약, 비료 등을 생산하는 농화학 분야, 식품 가공 및 유통 분야 등 농업 및 식량과 관련된 모든 분야들을 통제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되는 동안 남반구의 소규모 농가들은 경쟁에서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WT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으로 초국적 농기업은 남반구에서 재배되는 품종을 개조하여 특허를 매겨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종자를 채취하고 보관하는 과정에 대한 농민의 권리와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수 천년에 걸쳐 개발하고 보존해온 전통적인 지식에 관한 권리는 초국적 기업으로 이전되고 있다. 식량을 자급자족하던 나라들은 이제 식량을 초국적 기업들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농민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거나, 값싼 임금에 이 기업들에 고용되어 착취당하고 있다. 한국의 농민들은 WTO가 출범한 이후 농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빚더미에 올라 농약을 들이키고 목숨을 끊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국적 자본의 활동 영역을 확대하려는 서비스협정은 교육, 의료, 에너지, 물 등 삶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중의 접근권 마저도 박탈하고 있다.
이번 일반이사회에 참여한 회원국의 수가 전체 147개국 중 고작 40여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기본골격’에 대한 합의가 ‘불충분한 동의’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드러내준다. 미국은 각종 회유와 협박으로 ‘기본골격’을 타결하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개발’이라는 떡고물이 도하개발의제를 통해 달성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남반구의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더구나 이토록 불평등한 무역 체계 아래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삶의 위기 속에서 신음하는 전 세계 민중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한다. 이번 9월, 멕시코 칸쿤에서 목숨을 바쳐 불평등과 빈곤을 심화시키는 WTO의 수레바퀴를 멈추고자 했던 농민 이경해 열사의 정신을 되살리고자 한국의 100만 민중이 일어서고, 세계의 농민들이 동참한다. 토지와 종자에 대한 권리, 식량에 대한 권리, 지식에 대한 권리, 의료·교육·에너지·문화 등 필수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근할 권리, 의약품에 대한 귄리를 되찾고자 하는 세계 민중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민중들의 삶과 권리가 존중되는 세계화를 쟁취하는 것은 이러한 민중들 스스로의 투쟁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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