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8.5-6.82호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비판

이현대 | 노동위원장
‘비정규직 870만’, ‘저임금과 고용불안정 확대’라는 노동자들의 현실에서, 비정규악법처럼 국가권력과 지배세력이 제정하는 ‘법’의 본질이 ‘공공의 이익’이나 ‘국민일반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하다. 가진 자들의 ‘소유권’과 ‘이윤추구’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지만 노동자들의 권리는 ‘국익’, ‘경제성장’ 등 각종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하물며 지배세력 스스로 만든 법의 적용에서조차도 ‘자본가들은 유전무죄요, 노동자들은 무전유죄’인 현실에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민주공화국(?)의 헌법정신은 무색하다.
아무리 돈이 많은 자본가도 자신의 ‘자본’을 쌓아 놓는 것만으로 이윤을 생산할 수 없다. 자본가는 ‘산 노동’, 즉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해서만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가 노동자로서 일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는 굴러갈 수 없다. 또한 노동자들이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에 맞서 단결, 투쟁해도 자본주의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성실히 일하게 강제하고,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사회구조를 위협할 만큼 단결하고 투쟁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누군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국가’다. 국가는 법과 검찰, 경찰, 군대 등 억압적인 국가기구와 정당, 의회, 학교 등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를 통해서 자본주의적 사회관계를 유지하고 노동력을 재생산한다. 국가의 노동력 관리정책(노동여성교육보건복지정책 등)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공장과 중소사업장 등 노동시장 내의 분할 뿐 아니라 국익과 국가경쟁력의 이름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국가주의/민족주의, 성, 인종, 종교, 지역, 가족주의 등 각종 분할선을 따라 끊임없이 노동자대중을 분할하고, 그 중 일부를 포섭 혹은 배제하여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한다.
자본주의의 호황기, 사회주의진영의 실존과 노동운동의 성장기에 자본과 지배세력은 ‘생산성 임금의 보장’ 혹은 ‘사회적 복지체계’ 등 노동에 대한 양보와 타협체계를 형성했으나,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이러한 양보를 철회하고 노동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했다.
한국사회에서도 86-88년 경제호황을 거치면서 성장한 노동운동에 대해 지배세력은 급진적/전투적 부위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물리적 탄압과 동시에 노사정 협의틀과 같은 ‘제도적인 타협과 통제’를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그러나 세계자본주의의 반주변부로서 한국사회의 취약한 구조와 신자유주의라는 시대적 조건으로 코포라티즘적 통제를 제도화할 수는 없었다. 이런 구조적 제약 속에서 자유주의 세력의 변신은 ‘민주화’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실제로는 사회구조를 끊임없이 신자유주의적 방식으로 전환시켜 왔다. 특히 노무현의 집권과 몰락 과정은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더불어 안정적 통치체제의 설립에 실패하고 사회불안정성이 고조됨으로써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위기가 심화되어온 시기였다.
이명박은 노무현의 돌출적 정책과 ‘민주화’ 담론을 공격하면서, 보수적 지지기반 위에 일부 자유주의 세력을 포섭하여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이명박은 ‘민주화’ 담론을 활용하는 인민주의를 포기하고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자유주의 세력의 위기 속에 등장한 새로운 자유주의-보수주의 연합으로 기존 정치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매우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무현과 달리 이명박은 교육, 공무원, 공공 분야에 대한 총공세를 통해서 모든 영역에서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디어와 NGO 동원보다는 관리행정체제를 중심으로 하는 억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대중운동의 힘이 전례 없이 취약하기 때문에 운동에 대한 격렬한 공격이 예상된다.

초민족자본의 이해를 전면적으로 대변하기 위한 과감한 공세

이명박은 후보시절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랜드 투쟁에 대해 “노조가 잘못됐다”는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이랜드 자본은 뉴코아-이랜드 노조 지도부 33명을 해고하고 교섭중단을 선언했다. 또 이명박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11일 새벽 경찰 6개 중대와 영등포구청이 고용한 용역깡패 2백여 명이 코스콤 비정규지부 농성장을 침탈하여 노동자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입법부, 사법부도 코스콤의 사용자성을 인정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코스콤 이종규 사장을 국정감사 위증죄로 고발한 상황이었다. 법을 어긴 자본가는 그대로 둔 채 노동자의 투쟁은 ‘법과 질서’를 내세우며 폭력적으로 탄압한 것이다.
이명박의 취임을 전후한 일련의 사태는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라는 이명박의 청사진의 실체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면서 재벌과 초민족자본의 이해를 보장하는 규제완화와 제도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감세로 기업이윤을 증대시키고 각종 규제완화로 재벌과 초민족자본의 금융화를 지원할 것이다. 초민족 자본의 요구에 맞게 교육시장화 정책을 추진하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여,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할 예정이다. 초민족자본의 수익성있는 투자처를 위해 공기업 사유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다. 또한 한-미 FTA를 필두로 한 각종 자유무역협정은 농민의 생존권을 억압하고 농업과 농촌을 붕괴시킬 것이다. 금융 투기는 확대되고, 빈부격차가 벌어지면서 빈민층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이 제시한 정책 중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하는) 양극화 해소, 복지정책 등은 뚜렷한 대안과 재정 계획이 없다. 경제성장을 전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친기업, 친시장’을 강조하는 이명박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세계경제의 불안정성 속에서 약속했던 성장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막대한 보유자금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를 꺼리고 있는 기업이 몇 가지 조치가 있다고 해서 대규모 투자에 나설지 의문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감세정책은 자산계층의 치부에 도움이 되겠지만, 노동의 불안정화와 빈곤이 심화되어 민중에게는 부정적인 효과만 양산할 것이다.

‘법과 질서’의 확립 : ‘반노조’ 이데올로기의 강화와 파업권의 무력화

“정치노조, 강성노조, 불법 파업을 없애겠다”(2007. 07 내부경선 합동연설회), “우리나라처럼 비효율적이고 불법적이고 극렬한 노동운동을 하는 곳은 없다”(2007 09. 중소기업 타운 미팅),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 자유 확대”(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 등 이명박의 노조에 대한 적대감은 수차례 확인되었다. 또한 이명박은 당선 이후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찰출두를 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아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나 단체와는 만나지 않겠다며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취소했다. 특히나 공공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된다. 경제 살리기와 국익론을 앞세우고, 비정규직과 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해서 공기업, 전교조, 대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칠 것이다. 또 노동자의 집단행동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대중들의 ‘반노조’ 정서를 부추길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화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노동부와 법무부의 업무 보고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불법체류자’를 정확히 파악해 엄격한 기준을 세우라고 주문했다. 또 이주노조 설립 문제가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것을 거론하며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일”이라며 “절대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법무부는 ‘2008년 업무계획’에서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 기획조사 활성화 및 입국심사강화 등으로 안정적인 외국인 체류질서 유지”를 내세우며 4월부터 6월까지 관계기관 합동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3일 노동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관계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노조의 임금인상 자제와 무파업을 핵심으로 하는 ‘노사협력선언 확산’이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①산업현장의 노사관계 갈등요인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②취약사업장 367개를 선정하여 분규를 예방하며, ③외국인투자기업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원스톱 분쟁해결을 지원하고, ④’분규유형별 대응방안’을 마련하여 법과 원칙을 적용하고 사업장 노사갈등이 사회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또 ⑤공공부문개혁, 비정규직문제, 산별교섭문제, 필수공익사업, FTA 반대 정치파업 등 노사관계 핵심 갈등요인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통해 노동자들의 불법행위는 엄단한다. 임금인상 자제와 무파업 강요는 계속되는 물가상승으로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저하되고 있는 현실과 저임금으로 최소생계만 유지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법과 원칙이라는 명분으로 강도 높게 탄압할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비정규법 시행으로 이랜드 비정규노동자가 대량 해고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사용자의 노동법 악용과 부당노동행위가 노골화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통제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가 업무보고에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에게 엄정 조치한다고 했으나 이미 노사관계법에서 사용자의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조항이 삭제된 상태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노동자를 부당해고 하더라도 형사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자의 단체행동은 업무방해라는 이름으로 형사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부의 ‘법과 원칙’이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고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인 탄압으로 귀결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최근 법무부는 상해, 절도강도, 사기공갈, 횡령배임, 손괴죄로 한정되어 있는 배상명령에 업무방해를 추가하여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파업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입체적 공세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지역 노사민정협의회 구성 : 노사협조주의의 확대와 민주노조운동의 고립화

노동부는 노사정위 운영과 기능을 2008년 7월까지 개편(노사민정 체계)하여 경제 살리기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대화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를 위한 노사파트너십 기구인 「노사발전재단」 운영에 51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뉴라이트 노조운동에 대한 지원과 강화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는 노사협조주의와 우파적 노동운동을 강화하여 민주노조운동을 고립시킬 것이다.
또한 2008년 6월까지 노사정위원회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지역 노사정협의회를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지역 노사민정 협의체로 개편하고, ‘지역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협약’ 체결을 촉진하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임금인상자제와 무파업을 핵심으로 하는 ‘노사협력선언’ 확산의 한 방편이다. 자본과 지자체의 입맛에 맞는 민간단체 혹은 지역유지를 참여시킴으로써 효과적으로 노동운동을 고립시키겠다는 의도이다. 또한 노사정위 불참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계속 배제하되, 기존의 ‘민주노총 중앙 지도부 설득’ 전술을 ‘각 지역 및 산업별 공략 전술’로 변경한 것이다.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는 사회적 합의주의와 노동자 분할/배제의 신자유주의 노동통제 전략의 이데올로기적 기구였다. 노사정위원회는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 도입 등 노동 유연화 합의는 신속하게 입법하는 반면, 공무원노조?교원노조 합법화, 해고자 조합원 자격 인정, 복수노조 시행 등 자본과 정부에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표현을 모호하게 하고, 합의를 미루거나 폐기해왔다. 또한 불균등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노사정 합의내용이다”는 정부와 자본의 선동이 여론형성을 주도하며 오히려 노동계의 투쟁을 봉쇄하는 효과를 낸 것이 역사적인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노사민정위’로 노동계 통제를 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노사정위원회 산하) ‘공무원노동관계협의’ 참가결정은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를 사용자로 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특성과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등 여러 노조로 분할되어 경쟁하는 구조에서 다른 공무원노조의 노사정위 참여 결정 등 내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지 않는 것을 조직적 방침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노사정위 참여가 향후 노동운동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정부와 자본이 노동유연화 정책에 공조하고 있으며 한국노총이 정부와 정책연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자본 정책이 여과없이 관철될 것이다. 특히 공무원노사관계에서는 민공노, 공노총, 한공노(한국노총 산하) 등 다수노조가 난립해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어려운 조건에 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산하 7개 산별연맹이 꾸린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에 참가해 상반기 공동행보를 벌인다는 계획인데, 만일 노사정위가 본격 가동될 경우 이 같은 공동투쟁이 교란될 가능성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노사정위원회가 보도 자료를 통해 “99년 2월 이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 산하 조직의 최초 참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것 역시 그러한 의도를 나타낸 것이다.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과 노동시장 유연화, 임금유연화

노동부는 2010년 시행 예정인 있는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2008년 6월까지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정기국회에 정부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권과 자본은 복수노조에 대한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에 대한 기업규모별 제한조치 입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법(기간제법, 파견법 등) 보완 추진에 대해서는 2008년 12월까지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한 노사정 논의 공론화를 거쳐 2009년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3년 연장, 파견 허용업무 확대 등 자본 측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비정규직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쟁점은 노정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또 민주노조운동 내에서도 ‘비정규직법 취지 수용-전면 재개정’이라는 입장과 ‘비정규직악법 폐기-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이라는 입장이 쟁점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투쟁전선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노동부는 활력 있는 노동시장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고, 임금체계를 연공중심에서 직무성과중심으로 개선하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동자에게 장시간노동을 강제하고 임금을 실질적으로 삭감한다. 직무성과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또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임금차등화를 통한 노동자 사이의 분할과 경쟁을 심화하고, 총액 임금 삭감으로 귀결될 것이다. 현재의 노사관행으로 볼 때, 고령자의 임금안정을 목표로 실시한다는 임금피크제도도 ‘고용안정’은 보장하지 않은 채 고령자의 임금삭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부당해고 시 금전보상제도에 대해서도 일정한 조건에 따라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부당해고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어 노동자 탄압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다.

차별을 고착화하는 비정규직 문제의 확대, 심화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에 ‘비정규직 규모 축소가 아닌 차별해소’라는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 7% 경제성장과 300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성장을 통한 고용확대 외에 사실상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위기로 경제성장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용확대도 불투명하다.
2007년 비정규법 시행 이후 정규직 전환 유형은 ▲정규직으로 직접 편입 혹은 하위직급의 신설 ▲분리직군 ▲무기계약직과 같은 양상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다수가 무기계약직 형태다. 특히 공공기관 등에서는 차별을 고착화시키고 차별시정 자체의 소지를 없애는 무기계약직 방식을 통해 정규직(공무원), 상용직, 무기계약직, 기간제, 간접고용 등 고용의 중층화가 심각해졌다. 상시ㆍ지속적인 업무에 2년 이상 근무한 경우에도 기간제법 4조 등의 예외사유가 있는 경우 무기계약 전환을 제외하여 기간제 노동자 사용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2008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2008년 6월 발표될 공공부문 비정규직 2차 대책에서도 최소한 2년 이상 근무자를 선정하여 무기계약화를 시행하고 대다수는 민간위탁, 외주화 방식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간접고용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2008년 7월부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의 범위가 100인 이상~299인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300인 이상 기업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복지혜택을 비정규직 노동자로 확대할 수 있는 상대적인 여력이 있지만, 중견업체는 이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특히 2007년 현재 비정규직의 85.9%가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고, 기간제 노동자 2년 이상 사용 시 정규직화 한다는 조항은 2009년 7월에 적용된다. 노동부에서는 2007년 말 고용 중인 비정규직을 2009년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전환 근로자 1인당 30만원씩 세액공제하고, 중소기업이 노사합의에 의해 비정규직 고용개선을 추진할 경우 필요한 컨설팅 비용의 일부를 지원(2009년 300억원, 6000개소, 사업장당 500만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이며 대다수가 계약 해지되거나 외주화될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5개 사용자 단체가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완화, 비정규직법의 시행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공기업, 의료, 복지, 교육, 방송 등의 시장화/사유화 과정에서 구조조정, 민간위탁, 외주화로 비정규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 투쟁이 사회공공성 문제와 정규직의 고용안정 문제로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며, 정규직 고용불안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양보교섭 등 여러 가지 현실적 교란요인이 존재할 수 있다.

일가정 양립형 여성 일자리 확대, 여성을 위한 사회서비스 확충전략 : 저임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양산

노동부는 육아 등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의 재취업 지원과 취업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단시간 근로제, 유연시간 근로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파트타임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노동부는 “주부 재취업 도전직업 55”라는 책을 발간했다. “출산 및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나이, 경력, 학력에 구애를 덜 받고, 직업훈련을 통해 재진입이 가능한” 직업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방과 후 교사, 학습지 교사, 플로리스트, 조리사, 병원코디네이터, 웨딩플래너 등)
최근 정부와 자본은 한편으로 여성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다른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에서 가속되고 있는 가족 해체와 재생산 위기(저출산 고령화)를 관리하기 위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보육, 간병, 노인 돌봄 등 재생산 노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인 서비스로 제공되어야 할 사회서비스를 시장화하여 이윤 창출의 영역으로 만들고 있다. 보육, 간병, 노인 돌봄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은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선전되고 있다. 또 일과 가정을 양립하게 해주는 여성 친화적인 일자리고 포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또 가족에서 무급으로 수행되던 노동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열악한 노동조건은 당연시되고 있다. 더구나 이용자의 요구나 상황에 따라 노동조건이 제각각이고, 봉사와 헌신을 강요당한다. ‘사랑의 마음으로 수행하는 보살핌’이라는 인식 때문에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다.
IMF 외환위기 당시 여성 노동자를 우선 해고해서 위기를 관리한 신자유주의는 값싸고 유연한 노동력으로 다시 그녀들을 활용하고 있다. 그것이 비정규직의 50% 이상이 여성이라는 현실을 만들었다. 여성인력 활용이 강조되면서 기존에 가족 내에서 무급으로 수행되거나 비공식 부문에서 수행되던 여성의 일이 공식 부문의 일자리로 제도화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여성=가족’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사회서비스 영역의 민영화, 사유화를 추진하면서 재생산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몬다. 여기에 보수적인 가족의 가치를 옹호하고, 그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이데올로기가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여성을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내모는 것은 자본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여성은 저임금 노동시장의 가장 밑바닥에서 착취당하고, 전체 노동자들의 지위와 조건을 후퇴시키는 데 활용되는 노동자인 것이다. 돌봄 노동을 여성의 의무로 고착화하는 성별분업 이데올로기가 바뀌지 않으면 여성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은 확대될 것이다. 여성의 저임금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투쟁은 여성노동자의 임금고용 차별을 정당화하는 성별분업성차별 구조와 이데올로기를 제거하는 출발점이다. 이것은 또한 남성을 포함하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 노동권 쟁취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권의 공세에 맞선 지역연대운동의 구축이 시급하다

이명박 정부는 총선에서 당선된 과반 의석으로 공공부문 사유화와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다. 동시에 ‘반노조’ 이데올로기 공세와 파업권의 무력화, 지역별 노사민정 협의회로 노사협조주의를 강화하고 민주노조운동을 고립시킬 것이다. 또 노동시장과 임금 유연화를 위해 법과 제도를 개악할 것도 예상된다.
예견되는 정세가 분명하지만 문제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의 대응력이 지극히 취약해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진보연대의 무리한 출범과 왜소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 민주노총 지도부의 정파적 패권과 무능력이 겹쳐져 투쟁전선을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가운데 2008년 핵심적인 투쟁 쟁점인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지난 3월 ‘공공부문 시장화자유화 저지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동투쟁본부)가 구성되었다. 현재 공동투쟁본부는 ▲의료, 교육, 사회서비스 시장화 저지, ▲공공부문 사유화와 구조조정 중단, ▲공공부문의 민주적 운영과 일자리 창출, ▲기초연금 15% 쟁취와 공무원사학 연금의 올바른 개혁, ▲언론, 금융 공공성 확보, ▲한반도 대운하 사업 중단의 6개의 공동요구안을 목표로 6말-7초 총력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의 최근 행보는 지극히 무기력하고 위험하다. 민주노총의 경우 시장화, 사유화 저지 투쟁전선을 만들기 위한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계획을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해당 연맹의 투쟁을 취합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이 추진하는 ‘범국민기구’ 또한 운동진영의 정파적 분열의 후과와 여론형성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주로 시민운동을 파트너로 삼고 있다. 전국적인 투쟁의 중심을 만들고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지역 내 반신자유주의 연대투쟁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지 못한다면, 연대체가 오히려 투쟁전선을 교란할 공산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당면한 공공부문 사유화, 시장화 저지투쟁은 한국진보연대의 출범으로 파괴된 지역연대운동을 다시 형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역의 역량을 결집하여 공공부문 사업장의 구조조정이라는 시각을 넘어 노동자 민중의 삶을 위협하는 이명박 정부의 공세를 폭로하는 투쟁을 지역에서부터 조직해야 한다. 지역여론을 장악하기 위한 조직적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차별철폐 대행진’과 4.30 투쟁으로 결합한 주체들을 확대, 강화하여 ‘시장화/사유화 저지투쟁’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저임금, 빈곤에 맞서 투쟁하기 위한 연대단위를 구성하도록 논의를 모아야 한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지역 노사민정 체계를 구축하고, 무분규 평화선언을 유도해서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지역별로 민주노조운동을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맞서기 위해 지역의 반신자유주의 연대운동을 강화하고, 지자체에 대한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지역을 보수 헤게모니에 맡겨둔 채 중앙에 집중된 운동은 ‘사회운동으로서 노동운동’으로 발전이 불가능하다. 산별과 업종, 정규직/비정규직을 넘어 노동자 민중의 보편적 권리로서 공공성을 쟁취하고, 빈곤과 저임금, 비정규직화에 맞선 투쟁을 위한 공동의 교육과 실천을 조직해야 한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해당 사업장의 구조조정 이슈를 넘어서 공공성 쟁취를 목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이전의 투쟁에서도 그런 내용이 제기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일종의 ‘명분’에 그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투쟁에 물리적 탄압과 이데올로기 공세를 집중할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이 공공성 쟁취를 자신의 투쟁과제로 충분히 내면화하고 제기할 수 있어야 이런 공세를 넘어서 대중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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