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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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3-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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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사회정책의 본질

이진숙 | 인천지부 집행위원장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실업률, 빈곤률의 가파른 상승은 이제 시간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 내로 전 세계적으로 최소 5천만 명 가량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한국에서는 올해와 내년을 거치며 대략 100만 명, 그 이후 최대 25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가계 소득의 감소가 이미 나타나고 있고, 소비는 얼어붙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위기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작년 4/4분기를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가계소득은 2.1%, 가계소비는 3.0% 감소했다. 가계 실질소득 감소는 1998년 경제위기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빈곤층 확대에 대해 정부는 경제위기로 인해 추가로 100만 명 정도가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거치며 증가된 ‘관리조차 되지 못하는 빈곤층’을 고려한다면 현재로써는 빈곤인구의 정확한 추산조차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빈곤인구 규모의 거대함 뿐 아니라, 수많은 민중들의 생계파탄이 상상을 초월할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몇몇 임의적인 지원 대책을 내놓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 출범 이후 이명박 정부 사회정책에 대한 비판의 주요 내용은 ‘능동적 복지는 실체를 알 수 없고, 그 정책내용은 너무나 빈약하여 비판할 거리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고려한다면, 현재 정부의 대응은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사회복지, 공공서비스 등 사회정책 분야에서의 사회적 갈등은 심화되어 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기틀을 닦아 놓은 시장화 기조를 매우 공격적으로 추진해 왔을 뿐 아니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정책구상을 끊임없이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이들이 사회보장의 전폭적인 확대를 주장한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사회보장 체계의 확대가 긴요하다는 점이 근거가 된다. 동시에 IMF 경제위기 당시 한국의 사회복지 제도가 급격히 정비되고 양적으로도 확대되었다는 인식도 이러한 주장이 제기되는 바탕이다. 그러나 현실이 기대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또한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현 체제 아래서, 그리고 경제 위기라는 조건에서 정부 재정지출 확대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데다가, 이명박 정부가 ‘시장화, 잔여적 복지’를 사회보장에 대한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사회정책을 평가하고 경제위기에 하에서 사회운동이 어떤 공동의 요구를 걸고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지에 대해 활발히 토론해야 할 시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사회정책, 계승점과 단절점

IMF 경제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기치로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사회보험 구조개혁을 주요한 경제위기 대응방안으로 활용하며 근로연계복지의 기틀을 닦았다. 따라서 당시에는 김대중 정부의 조치들이 한국사회에서 복지의 국가적 책임을 확대하는 전례 없는 전향적인 변화인가, 아니면 신자유주의적 복지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초석을 놓는 것인가가 논쟁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중반기에 ‘참여복지’를 기조로 설정하고, 복지전달체계 개편을 정치개혁 및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 확대를 위한 자원으로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그 후 집권 중후반기에 가서는 ‘사회투자국가’ 담론을 동원하여 저출산ㆍ고령화와 같은 사회적 의제를 복지의 산업화, 시장화로 연결시키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 결과 사회서비스 시장화, 신자유주의적 연금개혁, 보건의료 시장화 정책 등에 대해 관련 운동주체들은 끊임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가 하면 많은 (지역)복지운동 단체들은 정부 복지전달체계의 한축으로 점차 수렴되었다.
요컨대 김대중, 노무현 정부로 이어졌던 집권 개혁세력들에게 사회정책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폐해들을 보완하는 정책기능 차원에서 뿐 아니라, 개혁을 추동하기 위한 정치적 지지 세력의 결집, 대중동원을 위한 이데올로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특히 김대중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 담론을 구축하고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정책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이는 전반적으로 한국에서 근로연계복지(빈곤층 소득보장정책), 시장화(사회보험과 사회서비스)를 기조로 한 사회정책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추진되는 과정이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에는 앞선 정부들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르게 전개되어 왔는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능동적 복지’라는 담론은 그 출처가 불분명해 많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앞선 정부들은 복지개혁을 위한 대중동원에 각종 담론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능동적 복지’라는 담론에 관한 논란은 이 수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복지개혁의 방향을 가늠하고자 하는 시도들이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기본적 성격 상 복지를 비롯한 사회정책의 긴축 전략은 필연적인데, 그 성격과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를 예측하려는 것이었다. 집권 1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평가해 본다면, 이명박 정부의 사회정책은 그 내용면에서는 역대 정부가 기틀을 닦아놓은 시장화 전략을 중심기조로 계승하고 있지만, 추진방식이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 전반과의 연계, 그 목표점에서는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전반적인 신자유주의 전략, 통치스타일의 연장에서 파악해볼 문제이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가 민주화 담론, 사회통합 담론 등을 통한 인민주의적 대중동원 전략에 의존했다고 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전략과 단절하고 계급, 계층, 집단 간 이해갈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그를 적절히 활용하여 보다 공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강부자 정권’이라는 수식어가 드러내듯 정부인사 재산공개, 부동산 관련 세제개혁 등의 계기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적 반감과 지지철회가 시시때때로 나타났고, 전반적인 국정지지도는 줄곧 20-30%를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여론을 달래고 정책기조를 수정하기보다는 강경하게 정면돌파 해왔다. 이러한 추진전략은 정규직, 고임금 노동자, 공공부문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을 공격하여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원한의 대상을 만드는 방식의 전략과 병행되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사회정책은 앞선 정부들에서처럼 이른바 사회통합과 대중동원을 위한 주요한 매개이자 신자유주의 정책의 보완물이라는 측면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사회정책을 시장의 원리에 따라 적극적으로 재편하는 데서 더 나아가,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의료서비스, 사회서비스 부문에서 초벌적으로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이제 대세는 빈곤층, 실업자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 등 그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는 전면적인 것이다. 즉 빈곤층에 대한 지원이 시장에서의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수준에서 이루어질 뿐 아니라 지원의 수단, 타 정책과의 연계방식 역시 시장의 구축을 도모하는 방향 하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사회정책 전반에서는 계층과 집단에 따라 차별화, 분절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생애주기에 따른 복지, 맞춤형 복지, 보편적 복지 등과 같은 수사를 통해 이러한 현실을 은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명박 정부의 구상을 지금까지 제출, 실행되고 있는 정책들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사회정책의 시장화 넘어 ‘빈곤 비즈니스’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시절 사회정책 분야에서 ‘생애희망 7대 프로젝트’를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빈곤층, 장애인, 영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 등 계층과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복지를 표방한 것이다. 7대 프로젝트의 주요 정책과제 중 이명박 정부의 사회정책의 목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현재까지도 일관되게 추진되는 주요 정책목록은 다음과 같다.
▲ 출산에서 취학까지 맘앤베이비(Mom & Baby) 프로젝트: 빈곤층 자녀를 위한 드림스타트사업의 전국적 시행, 영유아 보육료 지원 확대 ▲ 빈곤의 대물림 끊는 교육복지 프로그램: 소득연계형 학자금 지원, 저소득층의 자립형사립학교 생활 지원, 사교육비 절반으로 줄이기 플랜(영어 공교육 완성, 기숙형 공립학교, 마이스터고 확대) ▲ 청년실업 1/2 ‘영즈 엠비셔스 프로젝트: 연 7% 성장을 통해 청년일자리 창출, 국내 중소기업 청년 위탁 기술연수 지원 ▲ 리스타트 4050 프로젝트: 교육 직업훈련 바우처 제도와 평생학습 개인학습 구좌제 도입, 갑자기 빈곤층으로 떨어진 가정에 대해 현재의 (1개월+3개월) 지원에서 (3개월+3개월)로 긴급생계비 등 지원 확대 ▲ 행복한 실버프로젝트: 정년연장-임금피크제 확대 및 고령고용촉진장려금 지원 확대, 국민연금 개혁과의 연계 하에 기초노령연금 단계적 상향조정 ▲ 자활과 맞춤의 저소득층 프로젝트: 현재의 일괄 급여 방식을 저소득층 일반에 대한 맞춤형 개별 급여 체계로 전환(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케어 확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 근로인센티브 강화, 마이크로크레딧 확대 ▲ 장애인 희망프로젝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 육성 등.
이와 같은 정책과제들은 유관 부처 정책과제들과의 통합 등 가공의 과정을 거쳐 정부 출범 이후 ‘능동적 복지’로 수렴되었다. ▲ 생애주기에 따른 평생복지기반 마련 ▲ 예방/맞춤/통합형 복지 ▲ 시장기능을 활용한 서민생활 안정 ▲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이 네 가지를 정책목표로 제시했다. 그에 따른 42개 국정과제 중 핵심과제로는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통합 및 재구조화, 지속가능한 의료보장체제 구축(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저소득층 자녀지원을 위한 드림스타트 사업, 금융소외자 신용회복 지원, 지분형 분양주택제도 도입, 재래시장 활성화와 영세상인 보호, 주택공급확대 및 부동산 시장 안정, 통합적 안전관리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지난 집권 1년 동안 이명박 정부가 주력을 기울여 추진했고 올해도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정책 개혁은 위와 같은 정책과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책기조의 특징적인 양상을 몇 가지로 구분해 정리해보도록 하자.
첫째, 사회보험의 시장화를 위한 조치들이 역대 정부들 중 가장 공세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작년 한해 끝없는 사회적 갈등을 만들었던 건강보험과 관련된 제도개혁이 가장 대표적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건강보험 보험료 동결, 본인부담금 소폭 인하와 같은 조치들을 내놓고 있지만, 제주도 영리법인 허용을 위한 법개정 등 건강보험 시장화를 위한 공세들은 올해도 끊임없이 시도될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 역시 지난 2007년의 제도개혁의 후속작업으로 예고되었던 바와 같이, 기초노령연금을 소폭 확대하고 국민연금의 보장성은 낮추고 소득비례화하는 다양한 방안이 정부 내에서 활발히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기금을 민간투자자에게 맡기는 지배구조개편도 올해 내로 입법시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둘째, 빈곤층에 대한 소득지원 전략의 변화인데, 이전 정부부터 꾸준히 추진되어왔던 지원수준의 감축, 근로와의 연계성 강화 뿐 아니라, 소액대출 사업의 확대, 학자금 융자사업 확대 등의 금융적 방식의 확대가 적극적으로 추진된다.
셋째, 사회서비스 시장화 전략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기존의 복지제도들의 시장화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시장창출 전략의 선도적 사업 분야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돌봄분야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라 할 수 있는데, 돌봄서비스의 ‘적정성’에 대한 사회적 표준을 만드는 것과 함께, 서비스 전달체계 및 주체, 대상, 방식 등이 모두 새롭게 고안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에 이들을 어떻게 설정하고 가느냐에 따라, 시장창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할 수 있다.
넷째, 사회정책에 대한 공적 책임의 한계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민간의 자원을 동원하는 것을 넘어, 시장에서의 투자원리가 적극 도입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복지의 투자적 성격 강화는 신자유주의적 복지개혁의 일관된 방향이었지만, 이는 대체로 ‘인적자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근로연계복지의 강화, 아동과 여성에 대한 투자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러한 방향은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것이라기, 근본적으로는 ‘노동윤리’ 따위의 빈민들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에 기초하는 뿌리 깊은 연원을 가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하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회정책들에서는 ‘복지에 투자하세요’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민간 투자원리가 적극 도입되고 있다. 그 실효성이 논란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분형 분양주택제도의 검토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이명박 정부의 사회정책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위기의 징후들이 각종 사회지표들을 통해 가시화되기 시작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위와 같은 사회정책의 기조를 전면적으로 수정하기보다는 기존의 제도들을 짜깁기 하거나 몇몇 임의적인 조치들을 내놓는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작년 말, 노동부, 보건복지부 등의 관련 부처 간 논의를 통해 기본적인 대응방안이 제시된 이후, 경제위기의 후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하자, 이른바 ‘민생안정 통합지원 체계 구축’을 목표로 내걸고 관련 사업체계를 마련하고 조기지원에 들어간 상태다. 복지부 내의 ‘민생안정지원본부’를 중심으로 시군구, 읍면동에 관련 담당기구를 설치하여, 경제위기로 긴급한 지원을 요하는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지원을 해나가겠다는 것이 대응체계의 핵심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발표한 여러 정책들을 종합해보면, 이명박 정부의 사회보장 관련 대책은 기존의 제도들을 극히 제한적으로 확대하는 조치들과, 경기가 더욱 악화될 때를 대비한 일시적 보호조치들로 크게 나뉘어진다. 주요 분야별로 좀 더 세분화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실업 및 고용과 관련한 대책은 실업급여 수급기간 연장과 가입기준 환화, 고용유지지원금 확대가 주요 방향이다. 실업급여는 수급기간을 2개월 확대하고 가입기준을 완화하여 자영업자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종전에는 중소기업이 임금의 2/3, 대기업이 임금의 1/2을 받던 것을 각각 3/4, 2/3로 인상하고, 지원기간을 종전 180일에서 270일로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둘째, 저소득층 생활보장은 가장 중요한 제도라 할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복지예산을 사실상 삭감하여 작년 수준인 157만여 명이 적용대상이 될 것이다. 그 밖의 빈곤층에 대해서는 긴급위기지원제도의 적용기준을 완화하여 확대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경제위기가 심화될 때를 대비한 방안으로는 차상위 계층에 대한 최저생계비 50%에 해당하는 현물지원, 자산을 담보로 최저생계비 한도 내에서 생계비를 저리로 대출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었다. 셋째, 건강보장과 관련한 대책은 종전에 사회운동에서 제안해왔던 다양한 방안들이 극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짜깁기되어 제시되었다. 저소득층 보험료 체납자 지원, 실직자들이 직장가입 건강보험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방안 등 건강보험의 급여자격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제시되었다. 그리고 의료급여 본인부담 상한선을 현재의 50%수준(6개월 12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인하하는 방안과, 최근에는 건강보험료 동결 조치가 발표되었다. 경제위기가 보다 심화될 때의 대책으로는 의료비 긴급지원 확대, 입원 및 수술 비용의 저리 융자, 중증질환자 본인부담금 지원 확대와 같은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다. 넷째, 사회서비스에 대해서는 시장화된 방식으로 추진되었을 시 나타날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비판을 전혀 고려치 않은 채로, 기존의 정책기조의 연장에서 계획이 제시되었다. 돌봄 서비스의 강화를 기조로, 저소득 여성일자리를 확대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대상자를 현재의 21만 명 수준에서 27만 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그리고 저소득층 노인의 본인부담금을 50%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보육분야에서는 보육료 전액지원 대상자를 차상위 계층 39만 명에서 소득하위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비롯하여 대상자 확대에 초점을 두었다.
사실 한눈에도 기존에 이미 시행을 검토 중이던 정책들과 임기응변식으로 고안된 방안들이 나열적으로 짜깁기되었고, 따라서 모두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의심한다. 기존 제도들의 지원수준이나 대상도 워낙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책이라는 것도 확대 폭이 매우 제한적이다. 수많은 빈민들을 복지 수급대상에서 걸러냄으로써 광범한 사각지대를 만들어왔던 재산기준, 부양의무자 기준 등의 대부분의 정책들에 부과되던 각종 제약조건들은 여전히 완고하다. 본인의 부담금을 전제로 하여 지급되는 사회보험 관련 대책에서만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 자격조건을 완화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경제위기가 자명한 상황에서 수립된 올해 정부예산에서 복지예산의 증가폭은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신규제도의 대상자 확대로 인한 자연증가분을 제외하고는 고작 1.6%(1조 786억 원)에 그친 것도 잘 알려진 상황이다. 특히 대표적인 빈곤층 지원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의료급여는 대상자가 157만 6천 명과 169만 2천 명 수준으로, 각각 1만 명과 3천명이 감소된 숫자로 예산이 짜여졌다. 이와 같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신청한 가구가 지난 1월에만 8만5천 가구에 이르고, 그 중 1만 4천 가구(16.5%)는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또한 작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2개월 동안 실업급여 신청자는 전년 동기 대비로 35.9%나 늘었다.

사회운동의 책임있는 자세와 노력으로 단결된 투쟁을

경제위기 상황에서 사회보장을 비롯한 사회정책을 확대하라는 사회운동의 요구와 투쟁은 경제위기의 근본적 원인에 도전하는 사회운동의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이는 기본적으로 민중들의 생존의 권리 방어라는 의미가 있을 텐데, 물론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투쟁이 보다 급진적인 의미를 획득하는 것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민중들에게 전가하려는 국가와 자본의 시도에 단호히 맞서며 이들의 실질적인 책임을 이끌어 내는 투쟁의 일환으로 배치되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2007년에 미국의 15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벌어들인 수입은 노동자 평균 소득의 500배에 달하고, 이는 2003년의 360배에 비해서도 급증한 것이다. 미국 뿐 아니라, 아프리카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도 그 결과 최소 100배에서 수백 배까지 벌어지고 있다. 물론 그 핵심에는 주식 배당금 등의 금융소득이 있다. 이와 같은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와 통제방안에 대한 고려 없이 국가를 상대로 요구투쟁을 벌인다면 그 한계와 현실적 제약은 매우 자명하다.
한편 앞서서 살펴보았듯 경제위기로 인한 빈곤과 실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책은 매우 취약하고, 기존에 추진하려던 사회정책의 시장화 전략은 변함없이 추진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경제위기를 대비한 빈곤, 실업대책에도 기존의 정책 기조가 고스란히 관통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강하게 추진할 기세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진단이겠다. 따라서 사회운동은 큰 축에서 이명박 정부의 사회정책 시장화 전략을 비판함과 동시에 사회보장을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물론 노동자, 여성, 빈민 등 다양한 주체와 부문의 요구들이 어떻게 폭넓게 결합될지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한 것은 전제이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의 사회정책의 시장화 전략이 이미 현실 제도로 상당히 도입된 상황이기 때문에 개별 사안이나 시기 집중적 대응에서의 곤란함들이 상당히 발생하고 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들이 있다. 바우처 제도의 도입 및 확대가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촉진하는 핵심 기제라는 인식 하에 사회운동은 그에 반대하는 활동을 조직해왔다. 이미 도입된 바우처 제도로 제한적이나마 지원을 받는 계층이 존재하게 된 상황인데, 복지예산이 삭감되는 과정에서 바우처 관련 예산도 함께 삭감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많은 사회운동 조직들이 제안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부문 일자리 창출 요구도 비슷한 맥락의 난맥상이 있다. 이미 시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저임금의 일자리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적정수준’의 임금과 기본적인 노동권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만들라는 요구가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가능할지 고민이 더욱 필요한 대목이다.
경제위기 하에서 사회운동이 요구해야 할 사회보장 대책은 한마디로 ‘다다익선’이라는 것이 현재 지배적인 분위기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들의 수준을 볼 때 보다 공세적인 사회운동의 요구와 투쟁이 필요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필요성에 비례하여 또 다른 한 축을 놓치고 갈 위험 또한 크다. 앞서 제기했듯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정책의 시장화 전략은 단지 국가의 책임 수준이 미약하다는 비판으로 그칠만한 것이 아니다. 미국을 선두로 다른 많은 국가들에서 이른바 ‘빈곤 비즈니스’라 지칭될 정도로 시장화된 사회정책들이 많은 빈민과 민중들의 생존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IMF 당시 미약했던 사회운동의 대응이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많은 사회운동 조직들이 다양한 요구와 투쟁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공동의 요구와 단결된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하기 위한 사회운동의 책임 있는 자세와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정세는 엄중하다.
주제어
정치 경제 빈민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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