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장 개방, 어디까지 왔나 송 권 봉 | 진보교육연구소 사무차장 GATS(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는 보편적이고 평등하게 자유롭고 공공적인 질 높은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교육내용이 변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교육기관은 사람들에게 대기업이 원하는 내용만을 가르칠 것이다. 국립학교와 대학도 따라할 것인데 그렇지 않으면 학생을 잃게 된다. GATS 때문에 생길 가장 두려운 위협은 민주주의의 파괴이다. GATS에서 결정이 한 번 내려지면, 교역에 개입하는 서비스부문의 정부활동은 WTO의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국제학생행동그룹,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번역 글 중에서 인용. 원문에 대한 번역 글은 http://jinboedu.jinbo.net/technote/read.cgi?board=foreign&y_number=27&nnew=2 에서 읽을 수 있다. }} 교육시장 개방의 파고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WTO 뉴라운드 출범 이후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이뤄진 도하개발 각료회의(이하 'DDA') 결과, 일반 서비스 부문 개방 협상 일정이 확정되었다. 2002년 6월 말까지 각 국은 '양허 요구안'을 제출하고, 2003년 3월말까지 해당 국가는 '양허안'을 작성 제출해야 한다. 개별 협상 등을 거쳐 2005년에는 서비스 부문 개방이 확정되는데, 남한은 7월 19일 현재 미국·EC·호주·일본·중국·대만 등 16개 국가로부터 '양허 요구안'을 접수했다. 세세한 내용들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교육부문은 애초 예상했던 고등교육 개방 뿐만 아니라 중등교육부문까지 그 개방요구가 확대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7월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제14차 WTO 서비스이사회 특별회의 기간, 남한은 미국·EU·중국·대만 등과 연쇄 서비스 양자협상을 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한의학·중국어 관련 학과 개설을 요구했다고 한다. 앞으로 10월과 12월 등 3-4차례 양자협상이 추가로 있고, 이런 협상을 토대로 내년 3월에는 '양허안'이 확정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가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재편해 오고 있으며,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정부 교육 개방 정책이 이 재편과 결합되어 낳은 효과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에 맞서는 운동주체의 대응방향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금융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교육개혁 탈규제·민영화를 기치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물질적 팽창의 한계에 닥친 자본운동의 위기를 금융 팽창을 통해 돌파하고자 하는 자본의 전략이다. 1970년대 말 환율·이자율·유가의 불안정으로 위기에 처한 초민족적 법인자본이 금융화를 시작한다. 미국과 초민족적 법인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금융세계화는 생산 지향적 블록화가 아니라 금융 개방적 지역화를 지향한다. 이제 금융의 중심은 증권시장이 되고, 이에 조응하고자 개별 법인자본은 내부 구조조정(리엔지니어링·리스트럭쳐링 등)을 단행했다. 더불어 공기업 민영화 등 소유형태의 변화가 간접적으로 증권시장을 지지하고, 구제금융과 부채-주식 전환 등이 직접적으로 증권시장을 부양한다. 초민족적 법인자본은 새롭게 변모하여 지주회사를 핵심으로 산업을 지배적 요소로 갖는 금융그룹이 되었고, 금융을 지배적 요소로 갖는 세계적 축적을 하게 된다. 금융세계화에 따른 금융빅뱅이 출현하는데,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런던·도쿄·뉴욕의 빅뱅이 대표적이다{{) 윤소영,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와 워싱턴 콘센서스](공감, 1999) 중에서 }}. 자본의 금융세계화는 금융을 통한 세계적인 축적구조 재편을 강제하는데, 이에 발맞춰 신흥공업국이 신흥시장으로 변모하게 되고, 노동유연화로 대표되는 노동 재편이 이뤄진다. 금융세계화 국면에서 공공부문은 새롭게 시장으로 인식되고, 공공영역에 속하던 교육기관 역시 민영화·사유화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1980년대 영국에서는 공적 기금을 줄이고, 시장적 요구에 더욱 크게 맞추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이 요구는 새로운 금융 메커니즘에 따르라는 것이었다. 대학들은 기업 경영에 맞춘 고등교육의 질 제고라는 새로운 좌표를 떠 안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들의 결과 경쟁은 심화되고, 투자자들은 투자의욕을 갖게 되어 기업과 함께 교육부문[투자]에 참가하였다{{) 인용문은 Jess Worth가 쓴 '고등교육에 대한 위협(The Threat to Higher Education)' 본문 인용 구절을 필자가 번역해서 재인용했다. 이 글은 http://www.oeh.ac.at/oeh/gats/101526260936/101581388279 에 있다. 원문 글을 확인하고 싶은 분은 http://www.wto.org/english/tratop_e/serv_e/w49.doc에 있는 'Education Services-Background Note by WTO Secretariat'을 찾아 보기 바란다. }}.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은 정부 교육재정·보조금을 점차 줄이고, 국공립 학교를 민영화하며, 개별 학교와 대학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이에 따라 교육기관은 직·간접적으로 기업 후원을 받아 운영하게 되는데, 이들 기업은 대학의 연구기술을 상업화하여 독점할 뿐만 아니라, 교육 내용에 깊숙이 관여하여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한다. 또한 교육기관 역시 투자기관으로 변모하게 된다. 미국에는 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이 운영하는 상업적인 대학들이 있는데, 지난 10년 간 약 200여 개의 비영리 대학이 파산한 반면, 현재 약 700여 개의 영리를 목적으로 한 대학이 성업중이다. 금융세계화와 교육개혁 사이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파악할 수 있다. 첫째, 금융세계화에 조응하는 새로운 노동재편의 일환으로 핵심노동과 주변노동을 분할하고 이에 맞춘 인력양성과정이 도입된다.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은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경쟁력 있는 교육과 인력양성이란 기치로 금융·경영·법률·의료 등의 전문 엘리트 양성 코스를 새롭게 재구조화하고, 국가 전략 산업으로 IT·BT·NT 등을 육성한다. 수월성 교육이나 BK21사업을 통한 대학원 중심대학 추진,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하에서 추진되는 6T분야 중점 양성{{) 인적자원개발정책은 6T(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문화기술-CT, 우주항공기술-ST, 환경기술-ET) 산업을 남한의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이를 집중 육성하여 자본의 수출경쟁력을 키우는데 필요한 인력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등이 그 예다. 둘째, 공공부문의 효율성 제고란 명목으로 교육재정을 축소하고, 국공립 학교를 민영화·기업화한다. 미국의 경우 중등교육을 상업적으로 관리하는 에디슨 학교가 있고, 남한의 경우는 개정 산업교육진흥법 상의 학교기업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셋째, 교육부문을 상품서비스로 파악하고 끊임없이 상품화·투자화를 촉진한다. 이미 GATS(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는 교육을 하나의 상품영역으로 삼고, 이 영역의 시장개방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더구나 신자유주의 개혁과정에서 대학과 학교가 기업화·민영화되고 있는데, 이는 교육에 대한 투자 상품성을 극대화한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영역에 공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한해에 2조 달러에 달하며, 사적인 교육 산업 수출액은 미국의 경우 1000만 달러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 뒤를 영국과 프랑스가 차지하고 있다. 교육시장개방은 이 부문의 투자 수익성을 노리는 것이다. 2. 국가가 앞장서는 교육 시장화·개방 정책 사실 남한은 GATS(서비스교역에 관한 일반협정)와 같은 다자간 협상의 방식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금융 자유화 조치를 취하였고, 이미 개방이 상당히 진척되어 완전 개방·자유화 수준에 이르렀다. 심지어 미국은 앞으로 벌어질 다자간 협상에서 남한이 여타 개발도상국의 시장개방에 앞장서기를 원하고 있다. 즉 향후 금융서비스 자유화 협상에서 한국이 주도하여 선진국의 역할을 대신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사회진보연대 정책국(2002.7/8), '개혁세력붕괴 이후의 한국사회', [월간 사회진보연대(2002/7·8)], p46. 그동안 교육개방정책은 개방의 충격을 흡수하고, 교육의 경쟁력(수월성)을 확보한다며 국가가 앞장서 왔다. 이 태도는 무역협상에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남한 자본과 그 대변자들의 입장이기도 하거니와 미국을 비롯한 초민족적 법인자본의 요구를 남한 정부가 앞장서 수용하는 것이다. 이른바 비교우위 및 개방을 통한 경쟁력 확보의 시각은 외교통상부의 뉴라운드 담당 심의관의 주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아교육기관, 초·중·고, 대학과 대학원, 특수학교 등이 비영리법인에 해당되어 외국인투자 제외업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중략)… 향후 우리 교육서비스분야의 경쟁력강화, 국제적으로 수준 높은 다양한 교육서비스의 수혜 기회 확대 등 종합적인 측면을 감안하여 현재 외국대학의 진입을 막고 있는 해외송금제한 등을 일정 요건 하에서 완화하여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분야에서 실질적인 개방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민동석(2001), '서비스협상과 대응방향', [토론회자료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2001.12.14~15) 그렇다면 남한의 교육 개방 정책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는가. 교육부는 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교육의 질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개방한다는 목표 아래 1998년부터 외국대학의 설립을 부분적으로 허용하였고, 1999년부터는 허용범위를 점차 확대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때만 해도 설립주체를 학교법인에 한정했고, 설립기준도 비교적 엄격하였으며, 대학의 숫자도 수도권을 뺀 시·도별 1개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2001년 12월 발표된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에서 정부는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 오는 2005년까지 외국대학(원)의 분교가 들어올 여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내에 외국대학 설립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가칭) '외국대학유치특별법'을 제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에 따르면, 현행 사립학교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외국법인도 분교를 설립할 수 있으며 대학설립과 운영상에 대폭적인 자율권을 부여{{) 제주 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제 22조, 제23조, 제24조, 제25조 참고 }}한다고 하고 있다{{) 강신현, '교육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교육시장 개방', [교육비평 8호], p144-155 }}. 급기야 지난 7월 15일 교육부는 '외국 우수대학원 유치 적극 추진'이란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교육 시장 개방에 대비해서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화를 촉진시키고자, 외국대학원의 국내 진출을 쉽게 하는 특례규정을 마련하도록 올해 안에 관계 법령을 개정한다는 말이다. 같은 날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관련 교육부문 방안도 발표되었는데,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사업으로 △ 원어민 외국어 보조교사 초청사업 확대, △ 외국인 학교 설립 확대, △ 국제고등학교 설립, △ 외국인 교수 초빙사업 지원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위 두 조치는 7월 29일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에 외국기업 경영환경 개선이란 이름으로 확정되어, 8월 19일 재정경제부가 입법예고한 '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경제특구법안') 제13조{{) 제13조(외국교육기관의 설립·운영) ①사립학교법 제2조제2항의 규정에 의한 학교법인이 아닌 외국 교육기관이나 내국인은 사립학교법 제3조 및 제10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경제특별구역에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되는 외국 교육기관에 대하여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제7조 및 제8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국가는 내국인이 경제특별구역에 있는 외국 교육기관에 입학하고자 하는 경우 이에 대하여 제한할 수 없다. }}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위 두 조치들은 향후 교육개방의 폭과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개략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만 분석해 보기로 하자. 먼저 '외국 우수대학원 유치 적극 추진' 방침에는, 교지(校地)나 교사(校舍)를 임대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학교운영에 기본이 되는 수익용 기본재산의 확보의무를 면제히여 학교 설립 비용을 최소화시켜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 이사 3분의 1 이상 선임의무를 없애 학교운영에 내국인이 참여하고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배제하였다. 또 학교법인을 해산할 때에는 잔여재산마저도 사실상 투자자인 외국인이 회수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교육의 공공성을 담보할 조치들을 모두 없애고, 투자금액을 보장할 터이니 외국대학(원)은 한국에 진출해 사실상 영리활동을 하란 말이다.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 관련 교육부문 방안' 중 외국인 학교 설립 확대 방침은 국내 체류 외국인의 교육환경 조성에 그 취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재경부 입장은 이와 모순된다. 재경부는 외국인 학교에 내국인이 많이 들어가야 활성화된다며, 경제특구{{) 인천 영종·용유·무의도 지역, 인천 송도 신도시, 김포 매립지 등 }} 내에서는 내국인 누구나 입학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외 지역 입학자격은 해외 거주 5년에서 2년으로 완화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내국인 입학 무제한 허용 주장이다. 더불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원어민 교사를 정책적으로 급격히 확대하고, 외국인 교수를 늘림으로써 기존 교원양성과 임용은 더욱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 개방 정책의 문제점 및 향후 전망 거짓으로 드러나는 외국 우수 대학(원) 유치 교육부는 올해 5월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교육시장 개방 관련 OECD/US 국제포럼 참석 결과 보고서'를 7월 15일자로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눈길을 끈다. 현재로서는 외국에 분교설립 등 해외 교육시장 진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국의 우수 대학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일부 외국의 사이버 대학·사설 온라인 프로그램 제공자·어학학원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사업자만이 관심을 보인다. 교육부(2002), '교육시장 개방 관련 OECD/US 국제포럼 참석 결과 보고서' 중에서 이미 정부는 '외국 우수대학원 유치 적극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대학부문 개방에 앞서, 법적·제도적 정비를 한다고 호들갑인데 정작 외국 우수 대학들은 분교설립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처럼 정부가 온갖 특혜를 줘가면서까지 교육개방에 앞장서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개방의 충격을 통한 대학 구조조정 가속화 정부 계획대로라면 질 낮은 대학(원)이 학위판매만을 목적으로 들어오거나, 특혜에 따른 투기를 목적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빈번할 것이다.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남한에서 발생했다. 2001년 5월 19일 입학식을 치른 뉴욕시립대 버룩칼리지 경영학 석사과정은 단 이틀 간 강의 진행 후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본 13명의 입학자는 지난 1년 간 소송을 거쳐 올해 7월 25일 학위과정폐지 피해에 대한 배상판결을 받았다. 이 대학은 외국 유명 대학으로 알려져 있고, 세계적인 회계컨설팅 회사인 KPGM사가 공동으로 운영한다고 신문광고까지 게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38명분의 등록금 - 1년 4학기 과정 1인당 총 2천5백 만원 - 을 약정했으나, 최종 입학일까지 등록자가 13명에 그쳐 학위과정이 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투자 없이 등록금만으로 운영하려다 파산한 것이다{{) 2002년 7월 30일자 유뉴스 참고, http://www.unews.co.kr/news/view.php?id=7190 }}. 더구나 2003년부터는 대학 신입생과 입시생 비율이 역전되어 대규모 미달사태가 예상된다. 이미 지방대학은 신입생 유치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일선 고교에 뇌물까지 주는 등 온갖 방법을 쓰고 있다. 이 와중에 대학부문이 개방되면, 외부 충격으로 대학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신입생 부족으로 재정압박을 받는 지방대·전문대는 문닫는 경우가 급증하고, 비용절감 명목으로 대학·학과간 통폐합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외국대학 학위판매에 호응하여 학력인플레 현상이 가중되고, 외국대학과 국내 대학의 치열한 경쟁 와중에 교육시설·여건의 확충이야 뒷전으로 멀찌감치 밀려날 것이다. 본격적인 개방에 앞서 중등부문 시장성만을 키워줘 중등부문 개방은, 이미 외국인학교에서 시작되고 있다. 설립주체는 원래 외국인이었고, 내국인과 법인으로 확대되어, 이제는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 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문제는 외국인학교 내국인 입학제한 완화이다. 재경부는 외국인학교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국인인 경우 경제특구 내에서는 제한 없이 입학을 허용하고, 그 외 지역에서는 2년 간 해외거주자에게 입학자격을 주자고 한다. 교육부는 제주도의 경우처럼 3년 간 해외거주자로 한 뒤, 성과가 좋으면 전국적으로 늘리자는 의견이다. 그러나 두 입장 모두 중등부문 입학자격을 완화시켜 시장성을 키워준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또한 국제감각을 갖춘 인력의 양성을 위해 "경제특구 안에 국제고등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부정책으로 미뤄 볼 때, 외자유치와 동시에 국제적인 인력 양성이란 명목으로 교육시장 개방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어 학교의 개설 및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한의학과와 중국어 관련 학과의 개설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처럼 비대해진 사교육시장이 있는 상태라면 어학학원, 온라인 교육시장으로의 진출은 이미 완전히 물꼬가 터진 셈이다{{) 전국민이 영어열풍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나 교포 및 내국인이 직접 거주하면서 영어로만 생활하는 영어마을 유치경쟁이 경기도에서 불붙고 있다는 언론보도(2002년 7월 30일자 문화일보 참고)만 봐도 이런 사실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 또한 국제고등학교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에는, 과거 외국어 고등학교가 입시 명문고로 변질되었다는 반성조차 없다. 얼마전 재경부 한 관료는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 지역에 과학고·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설립해서 강남지역의 부동산 과열을 억제하자는 엉뚱한 대책을 내놓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2002년 8월 12일자 문화일보 참고 }} 외국인 학교와 국제고는 자립형 사립고와 더불어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소지조차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에는 '5. 외국인 투자지역 인근 의료·교육시설 설치 지원'이란 제목 아래 "대도시권의 기존 외국인학교 시설 확대와 학교 설립도 지원하는 방안- 예를 들어, 대도시내 일정 부지를 재정으로 매입한 후 무상임대 조건으로 3∼4개 외국인학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특구만이 아니라 수도권 등 대도시권에도 외국인학교 설립을 추진한다는 말이다. 공교육체제와는 전혀 이질적인 교육시스템 등장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해외교육기관이 직접 들어와서 외국대학(원) 혹은 그 분교나 중등학교를 설립하게 된다면, 이질적인 외국문화를 직접 접하게 된다. 교육과정 또한 기존 공교육체제와는 현격하게 틀리며, 운영 역시 자율에 맡겨질 것이다. 더구나 이런 학교들은 등록금 수입 등 수익성을 목표로 입시 위주의 수월성 교육이나 학위판매에만 열을 올릴 것이다. 따라서 등록금은 공교육체제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질 터, 이를 소비하는 계층은 부유층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요즘 커다란 문제로 부각된 사회지도층의 원정출산이나 이중국적 문제, 중산층 이상에서 진행되는 해외유학 열풍 등은 부유층의 계층분리욕구에 다름 아니다. 고급학교 선호경향이 있는 남한사회에서 이런 태도는 교육 개방 국면에서는 고급 외국학교 선호경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결국 외국문화를 접하고 그 혜택을 받는 층과 그렇지 못한 층으로 뚜렷이 나눠져, 교육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다. 또 자율학교제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교육과정과 교사 임용은 외국교육기관 자율에 맡겨지게 된다. 따라서 교원의 계층분화가 자연스레 진행될 것이며, 교원임용 역시 교육개방 과정에서 전반적인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교원양성과 임용과정이 개별 해외교육투자기관의 손에 좌지우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간추리면,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교육개방정책에 따라 파산 후 투기자본 회수까지 보장받은 외국 대학(원)과 국내 대학은 수익성을 노리고 서로 난립하고 경쟁하여, 고등교육의 질은 하락하고 등록금은 오르는 파행이 빚어질 것이다. 중등부문 역시 경제특구 내 수익성 있는 외국인학교가 등장하고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 공교육 내 경쟁과 시장화를 더욱 촉발시킬 것이다. 개방을 통해 이질적인 문화와 교육기회를 접하고 이를 수용하여 새롭게 혜택 받을 계층과 그렇지 못한 대다수 아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위화감은 높아지고, 평등은 관념조차 흐릿해질 터. 이래도 학교를 투기대상으로만 놔둘 것인가. 4. 교육주체들은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자유화(탈규제)를 위한 이러한 조치[GATS 등에 의한 개방조치]들은 남반구와 서유럽 국가들의 공적 서비스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만일 이러한 부문들이 미발달했거나 발달하고 있다면, 해외로부터의 경쟁을 통해 파괴될 것이다. 만일 아직 조치가 되어 있지 않다면 들어오는 걸 막을 수야 있겠지만, 궁핍은 강화되고 영속된다. 그러나 심지어 북반구에서조차도 이런 조치들의 명백한 결과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철도, 캘리포니아 전력 시스템, 우편, 의료, 교육시스템. 우편배달의 질은 더욱 나빠지고, 불평등은 커지며, 가격은 오르고, 공공부문 노동조건은 악화되는데 여성노동에서 현저한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No to GATS - Yes to Public Services' (Translation by: David and Barbara Forbes, ATTAC, June 13, 2002) 에서 인용. 원문은 http://www.globalpolicy.org/socecon/tncs/2002/nogats.htm 에서 찾아 볼 수 있다. }} 정부는 올 정기국회에서 '경제특구법안'을 통과시켜, 입학자격 완화와 설립특혜 등을 법적·제도적으로 확정하고, 해외교육자본이 맘놓고 이윤을 추구하도록 할 작정이다. 이제 남은 것은 외국교육기관(대학, 중등학교 등)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예컨대 등록금)의 해외송금 제한을 풀어주는 것 정도이나, 이 역시 지금까지 정부 태도로 미뤄 보건대, 제한의 대폭 완화 쪽으로 치우쳐있다{{) "2000년 미국은 학교설립 제한을 완화하고 이윤 송금을 허용하며 교육훈련과 교육평가서비스를 구분하자고 주장했고, 호주와 뉴질랜드는 학교설립을 규제하는 제한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사립학교법, 대학설립 운영규정이 시장 진입에 핵심장벽으로 구실한다."(강신현, '교육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교육시장개방', [교육비평 8호], p138) }}. 따라서 '경제특구법안' 이후에는 '(가칭) 외국대학 유치특별법' 등의 입법을 통해 영리추구를 완전 보장하는 개방정책이 뒤따를 것이다. 더구나 이미 입법 예고된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안'은 학교기업화를 통한 영리추구와 대학연구의 특허기술 상용화를 강제하여 지식의 상품화를 꾀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국가가 책임질 대학재정 확충 의무를 개별 학교의 경쟁적 책임으로 둔갑시키는 술책이며, 대학의 공공적 역할을 기업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철저히 변질시킬 것이다. 거기다 '국공립대 특별회계법안' 등 국공립대 민영화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어, 등록금 인상과 대학 기업화를 촉진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위협(The Threat to Higher Education)'이란 글에서, Jess Worth는 GATS 등에 맞춰서 진행되는 교육 시장화에 의해 "21세기에 영국의 고등교육부문은 공적·사적 기금의 혼합이 이뤄지면서 더 이상 비영리성과 비경쟁성을 띠지 않을 것이며, 단지 극소수의 정부제공 교육서비스만이 비영리성과 비경쟁성을 띨 것"이라 경고한다. }}. 이런 법안들은 고등교육부문 경쟁력 확보라는 구실로 대학구조조정을 가속화 해, 경쟁력 있는 몇몇 대학만 남겨 교육시장개방에 대비하겠다는 속셈이고, 다른 대학은 망하든 말든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GATS 등 개방정책에 대한 반대와 저항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대중운동은 교육 예외를 주장함과 동시에 WTO 등을 앞세운 자본의 세계화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각 국 정부가 이러한 금융세계화와 서비스 개방이 그 나라에 미칠 심각한 영향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아 버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남한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GATS나 한미·한일투자협상에서 진행되는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공개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한정부는 드러내놓고 교육개방에 앞장서고 있다. 하기에 교육주체들은 정부와 정치가들이 공교육만큼은 다르게 생각할 것이라고 섣부르게 믿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교육개방 요구가 무엇이고 남한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사회적으로 논의하도록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경제특구법안'은 노동권을 심각하게 유린하고, 금융투기의 자유만을 보장하며, 공교육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교육개방 조치를 담고 있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운동단체들과 교육주체들은 강고한 연대투쟁전선을 통해 하반기 정기국회에 상정될 '경제특구법안', '산업교육진흥법안' 및 국공립대 민영화 계획 등에 대한 입법저지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실·부패사학의 국공립화를 주장하고 실천하여 교육 공공성의 확대·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PSSP
노동력의 사회적 재생산자로서 여성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다루었다. 류미경, 이소형은 사회적 재생산 기반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점에서 '재생산의 위기'로 보아야 한다며, 이제 더 이상 가족 중심의 생존전략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호성희는 DJ 여성정책이 '가정과 직장의 양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사실에 주목, 이는 사실 여성들에게 위기비용을 흡수하도록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송강현주는 성매매란 여성을 섹스화된 몸으로 환원한 것에 불과하다며, 국가의 성매매 관련 정책은 물론, 규제주의자나 폐지주의자 모두를 비판한다. 정지현, 이진숙은 노동운동이 가족을 중심(임금)으로 하는 노동권 해석에 갇혀있다며, 이에 대한 발본적인 평가를 전제하고, '노동조건에 대한 권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각종 자료와 통계수치에서 우리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정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65년 36.%에서 1980 42.8%로 증가하였고 1998년 47.0%를 거쳐 2001년에는 49.0%에 이른다. 2002년 6월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인구는 9,536,000명으로 전체22,885,000명 중 41.7%를 차지한다. 여성경제활동인구 중 실제 취업자는 9,340,000명에 이르고 있다. 한 편 이를 혼인 여부와 관련지어 보면 혼인상태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여성개발원이 제시하는 여성 경제활동 인구의 연령별 분포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가 확연히 드러난다. 여성 경제활동 인구는 15세부터 44세까지 꾸준히 증가하여 59세까지 줄었다가, 60세 이상에서 다시 늘어나는데, 15세에서 59세까지는 이른바 역U자형을 그린다. (표 참조) 과거 여성 노동이 결혼과 출산 및 자녀양육의 가족주기에 따라 노동시장에 진입했다가 이탈, 다시 재진입하는 M자형 모델인 사실을 환기하면, 두드러진 변화다. 이러한 통계수치를 놓고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늘어나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를 더욱 정확하게 읽으려면 전체 노동자의 52.3%가 비정규직이고, 이중 70.2%가 여성이라는 수치를 추가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자본의 위기극복 전략과 연결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생산부문을 파괴하고 금융적 팽창을 추구하는 자본운동의 현재 경향에서, ‘유연한 노동력’으로 보이는 여성의 노동력이 노동시장에 대대적으로 흡수되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래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장에 참가하는 여성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노동의 여성화(feminization of labor)'로 표현된다. 이 말은 동시에 과거 여성 고용의 특징이었던 조건이 모든 산업의 고용조건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비정규직이 여성뿐만이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일상적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유연한 고용 형태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크다. 둘째로, 이러한 노동의 여성화-노동의 불안정화 경향에 따라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구조조정으로 필수적인 사회서비스 관련 예산이 삭감되며 가계유지 비용이 급증함에 따라, 이를 보충하기 위해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적 서비스 축소에 따라 급증하는 가계비용 사회보장체계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는 케인즈주의의 실패에 따른 ‘복지국가의 위기’, ‘가족의 위기’에 대한 대응인데, 곧 복지공급자로서 시장의 역할을 강조한다. 사적인 연금, 사적인 의료보험, 사적인 병원, 사립학교, 사적인 양로원, 사적인 보육시설 등이 과거 국가가 제공하던 공적 서비스를 점차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가계 지출이 증가하는 핵심 요인이 되는데, 이제까지 가족 내에서 여성에게 부과된 자녀의 양육과, 가사노동을 비롯하여, 가족 구성원에 대한 보살핌노동의 부담은 시장에서 자본의 이해관계와 더욱 긴밀하게 결합된다. 보육시설 지난 3월 6일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부가 발표한 「보육사업활성화방안」은 시장이 제공하는 보육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질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노동시간의 탄력성이 높아지는 추세’에 발맞춘, ‘야간’, ‘휴일’, ‘24시간’ 등의 ‘시간연장형 특수보육시설’과 부모들이 직접 출자하여 보육시설을 마련하고, 이것을 다시 (부모들이 납부하는) 월 보육료로 운영하는 ‘공동육아제도’ 등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보육시설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보육료 상한 규제를 없앤다는 것이다. 한편, 국가는 보육시설에 대한 운영비 지원을 줄이고, 보육료 부담 증가 요인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여 취약계층에 대해서만 보육료를 약간 지원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한정하고 있다. 결국 보육시설 확충의 책임을 시장에게 내맡기고 이를 가계의 부담을 통해 유지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의료 의료보험체계에서 시장의 역할 역시 확대되고 있는데, 민간의료보험 도입이 그것이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방안은 ‘의료보험 적자 규모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정부가 공적 의료보험의 재정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보건의료 재원 조달 기전을 다양화해서 정부의 부담과 책임을 감소하려는 시도다. 이는 WTO 도하개발의제 출범에 따른 의료시장개방, 보험시장의 개방에 맞물려 더욱 가속되고 있다. 그런데, 민간의료보험은 공적건강보험과 비교할 때, 보험회사의 수익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가입자의 필요보다 보험회사의 비용 지출 가능성이 높고 낮음에 따라서(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가입여부가 판가름된다.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되면 급여를 받기 위해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민중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공제의 양은 훨씬 줄게 된다. 민간의료기관이 시행하지 않는 사업을 조금이라도 책임지며,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해 오던 공공의료기관마저 구조조정으로 곧 사라질 판이다. 공공의료기관에 의존하던 저소득층 의료 보호 환자들은 더욱 곤란에 빠질 것이다. 이로써, 환자를 보살피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대한 가계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교육 쉽게 체감할 수 있듯이 가계의 평균적인 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교육이다. 공교육이 해체되고 교육비의 ‘수혜자부담’ 원칙이 확산됨에 따라 사교육비의 규모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교육부가 2001년 4월 초에 발표한 「2000년도 과외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 전체 규모가 99년 6조 7,720억 원 이었던 것이 3,556억 원 늘어나 7조1,276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99학년도에 비해 연간 30만원 이하의 저액 과외비의 비율은 10.7% 감소한 반면 151만원 이상을 쓴 고액 과외는 오히려 4.4% 더 늘어났다.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은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를 필두로 공교육 전체를 해체하고, 학생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빌미로 학교-교육과정의 위계화, 서열화를 주요 골자로 한다. 유연한 노동에 적합한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한편에서는 분할과 배제를 일상화하는 이 같은 교육개혁은 결국, 교육의 공공적 성격을 없애고, 경쟁을 가속해서, 모든 책임을 가계로 떠넘기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계에서는 (자식들의 시민권 획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자식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될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모든 가계의 사교육비 증가는 당연한 수순이다. 노인부양 IMF의 「한국경제의 주요 이슈」(2001.7)라는 보고서는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30년내 재정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동 인구 한 명당 노인부양의 부담이 증가하고, 의료비 부담의 증가로 건강보험이 위기에 처하며, 노령연금 수령자가 늘어나 재정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령층을 대상으로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실버산업’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과 보험회사들은 60대 이상의 고령자를 겨냥한 금융서비스와 민간보험 상품개발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유료 노인 홈, 방문간호, 고령자 위험방지 주택에서 장의 서비스, 묘지 비즈니스까지, 고령자를 특화해서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이 금융권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적자에 대한 우려는 고령자에 대한 공적 서비스를 노인장기요양보험 및 장기요양시설 등의 상품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생존전략, 그리고 여성 우리는 ’상품생산과 노동인구의 사회적 재생산의 분리‘라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여성이 어떤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지를 주목하려고 한다. 노동시장은 대다수 노동자가 생계를 전적으로 임금에만 의존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권을 확보한다. 자본은 생산과 분리된 영역에서 수행되는 노동력의 재생산을 직접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출산, 양육등 재생산 부문에 대한 통제는 생산력을 관리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특히 노동력 재생산과정의 출산 및 양육과정의 보살핌(care)에서 기반이 되는 여성의 육체와 감정은 핵심적인 통제 대상이 된다. 역설적이게도,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임금 노동에 진출하고 있지만, 육아와 가사노동이 여성의 책임이라는 인식은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다. 가족 내에서 자녀 양육과 가족 성원들을 보살피는 일차적인 책임자는 여전히 여성이다. 여성들은 자본의 위기, 그에 따른 노동자 가족의 생계 위기를 해결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여성부가 주장하는 ’가사노동과 직장생활의 양립‘이라는 슬로건은, 현재 여성이 처한 모순적인 조건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남한 노동자계급 가족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노동자계급은 고유한 생계의 불안정성을 공동의 생계 단위인 '가족‘을 형성하는 것으로 대응해왔다. 남한 노동자 계급의 가족형태는 20세기 초반 미국의 법인자본 형성과 맞물려 등장한 아메리카 핵가족 모델이 반주변부적 형태로 이식된 것이다. 아메리카 핵가족 모델의 물적 토대가 되었던 ‘가족임금’과 ‘복지시스템’이 부재한 가운데 남한사회의 가족 모델은 ‘대량생산-대량소비’가 아닌 ‘대량소비 없는 대량생산’을 그 토대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한사회에서는 ‘남성생계부양자+여성소비주체’라는 아메리카 핵가족 모델이 ‘남성생계부양자+여성근검절약형 소비주체’로 드러났다. 물론 남한사회 노동자의 임금은 가족임금은 물론이거니와 대개의 경우 자신의 노동력 재생산비에도 못 미쳤기 때문에, 여성들은 불충분한 가계소득을 채우기 위해 비공식부문 노동시장에 진출해 생계비용을 버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97년 외환위기로 노동자 계급의 삶의 위기가 증폭되었다. 정리해고와 대량실업이 양산됨에 따라 가계의 소득은 더욱 불안정해졌고, 국가가 겨우 지탱하던 공적 서비스마저 해체함에 따라 가계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급증하였다. 이에, 노동자 가족의 생존전략은 ‘더 많은 가족의 구성원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여 소득을 늘리고, 무임금 가사노동을 강화하여 지출은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여성을 정점으로 한 악순환, 그리고 재생산의 위기 그러나, 이러한 생존전략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여성의 노동시장공급이 가족의 경제적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96년) 결과는 이를 드러내준다. 이에 따르면 부부가 함께 생계를 부양하는 가계의 소득은 남편 혼자 생계를 부양하는 가계보다 고작 1만원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난다. 이는 노동시장에 참가한 여성이 낮은 임금수준의 직종에 고용되고 있고, 남편의 근로소득이 평균적으로 낮다는 현실 때문이다. 반면 월평균소비지출액은 오히려 부부가 함께 생계부양을 하는 가계가 약 11만원이나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추가적인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항목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가사노동을 상품으로 대체함으로써 추가되는 외식비와 아이 돌보는 비용, 그리고 자녀보충교육을 위한 사교육비와 노인부양을 위한 각종 의료비 등이다. 여기에 가사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각종 가전제품(가스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구입비가 추가된다. 한편 공동생계부양가족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급격히 높아지는데, 이는 여성의 추가 소득 분에 대한 기대심리를 바탕으로, 소득의 부족 분을 가계부채로 보충하기 때문이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재생산노동을 둘러싼 추가 지출이 발생하게 되므로, 결국 ‘소득을 늘리려는 전략’은 온전히 실현되지 못한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의 재생산 노동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 여성의 지위를 노동시장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내모는 역할을 하며, 노동시장에서 낮은 여성의 지위는 가족의 소득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여성의 기여도를 낮춤으로써 재생산 노동에 대한 여성의 책임을 다시 강화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적 서비스의 해체는 자녀 양육과 가족 구성원을 돌보는 등의 재생산에 관한 가계의 비용을 증가시킨다. 이는 여성이 무임금의 가사노동을 늘림으로써 절감될 수 있다. 이는 여성이 가정 밖에서 수행하는 노동을 남성과는 매우 다른 조건에서 출발하도록 한다. 여성들은 가사노동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으로 정규직보다는 파트타임, 일용직 등의 비정규직 혹은 비공식 부문을 선택한다. 또한 여성들의 고용은 가사노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자리가 주류를 이루는 데, 이는 숙련이 필요 없는 노동으로 여겨져 여성들에게는 낮은 임금이 할당된다. 더불어 이러한 노동시장 진출은 여성들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기 보다 생계보충을 위한 ‘출혈판매’일 가능성이 높아, 여성으로 하여금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을 감내하도록 한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들을 확산되고 있는 여성의 육체를 매개로 한 각종 서비스 산업 - 성매매로 끌어들인다. 노동시장에서 주변화된 여성의 역할은 가계 소득을 구성하는 데 있어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는 여성이 가족 내에서 의존적이고 이차적인 가장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을 어렵게 하고, 다시 가사노동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강화한다. 결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기회의 확장’이라는 통계지표의 진실은, 여성이 늘어난 가계비용에 대한 책임을 전담하기 위해 가족과 노동시장에서, 극심한 노동 착취의 악순환에 시달리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노동력의 사회적 재생산자로서 여성은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을 정도의 추가적인 노동 부담을 떠 안게 되고, 이는 사회적 재생산 기반자체의 붕괴로 확산될 것이다. 여성의 욕구에 대한 금융적 포섭? 여성=노동력 재생산의 일차적 책임자? 최근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의 발전과 젠더에 관한 인식은, 노동시장과 가족 내에서 여성에게 부과된 이중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은행의 연구보고서『발전의 젠더화』는 ‘여성에게 법적,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감내하도록 하는 것은 인류 전체에게 해로우므로, 젠더 평등이 발전에 있어서의 핵심적 이슈’라고 역설하고 있다. 더불어 젠더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과제로 다음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의 인권 신장 ․여성의 토지 소유에 있어서의 독립성 보장 및 은행절차의 간소화 등을 통한 자원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과 통제력 제고 ․노동시장에서 모성보호에 대한 고용주, 국가, 노동자의 적절한 분담 ․물, 연료, 교통 등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집 밖에서의 양육서비스 확대 ․출산 및 가족 계획 서비스의 확대를 통한 여성의 교육기회, 임금, 노동시장 참여 확대 ․젠더 차이를 인지한 사회적 보호 제도의 확립 등. 이러한 과제를 달성함으로써, 경제 성장만으로 제공되지 않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이들은 그 효과를 오히려 ‘국가의 생산력과 효과적인 통치능력의 강화, 빈곤감축’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성을 노동력의 사회적 재생산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적자원’으로 간주하여,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함으로써 여성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보살핌 노동의 질이 높아져,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개선되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증대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여성에 의한 추가 소득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쇼크 등으로 인한 가족의 위기상황을 흡수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편, 최근 보험시장에 ‘퍼스트 레이디’, ‘엄마마음 안심보험’등의 이름으로 ‘가사대행’, ‘보모비용’, ‘아이들의 안전에 관한 심적 부담’, ‘결혼․출산 및 신생아 양육비용’,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해 관련 보장’, ’여성질병에 관한 보장‘을 급부의 항목으로 하는 보험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의 위기를 금융적 팽창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취하는 자본에게는 노동시장에서, 가족 내에서 이중의 부담을 지고 있는 여성의 곤란함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공적 서비스의 축소는 단순히 ’서비스의 상품화‘에 머무르지 않고, 여성이 이중의 역할을 병행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욕구를,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원천으로 삼는 경향을 부추기는 효과까지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현재 재정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재생산 노동의 사회적 관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자본주의 하에서 여성의 무임금 재생산노동은 언제나 ‘주어진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여성이 떠 안고 있는 재생산노동에 대한 부담은 여성을 극도의 열악한 삶으로 내몰아, 재생산 기반을 파괴하고, 이것이 다시 노동자 계급 전체의 생존에서 불안정성을 증폭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재생산노동의 상품화는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 자립과 자율성을 약속하겠다고 하지만, 대다수 여성들에게 더욱 복잡하고 모순적인 상황을 가져다 준다. 복지에 대한 국가의 지출을 줄이고, 노동시장에 참여할 것을 조건으로 수혜의 범위를 한정하는 ‘생산적 복지’는, 결국 여성에게 국가를 대신하여 아이들과 노인을 돌보는 활동을 요구하며, 다시 여성을 저임금의 불안정한 임금 노동으로 집중시키고 말 것이다. 재생산 노동의 일차적 책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따른 여성의 욕구를 금융적 팽창의 원천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금융자본은 효율성의 논리에 따라 가족의 최소한의 생계기반마저 해체할 것이다. 금융세계화에 따른 민중의 생존권의 위기는 여성이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는 노동자 계급의 생존전략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여성의 노동력을 무한한 것으로 가정하는,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생존전략은 근본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이제, 생산과 재생산의 사회적 관계, 그 속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막대한 부담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요구는, 전체 민중의 보편적인 요구로 인식되어야 한다. PSSP <참고자료> 권현정(2001),「재생산의 위기와 페미니즘적 경제학의 재구성--‘사회적 재생산’ 개념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박사논문 권현정(2002),⌈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현재성」,공감 이미경(1999),「신자유주의적 ‘반격’하에서 핵가족과 ‘가족의 위기」,공감 유옥란,「여성 노동공급이 저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보건복지부․노동부․여성부(2002.3.6),⌈보육산업활성화방안」 삼성경제연구소(2002.6),「고령화사회의 도래에 따른 기회와 위협」 World Bank, 2001. 「Engendering Development : Through Gender Equality in Rights, Resources, and Voice」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반대투쟁 ..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들어가며 미국 발(發) 경제위기에 대한 논쟁이 신문 지상에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경제위기가 현실화될 것인가, 아닌가 여부를 떠나서 현재의 상황은 미국 증시의 움직임이 남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지난 한 달간 남한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각종 일간지와 매체에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진단하느라 부산하고, 경제학자들, 이데올로그는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금융 부문의 팽창을 통해 이윤율 하락을 상쇄해보려는 자본주의의 몸부림이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연시킬 뿐이라는 점, 결국 상시적 위기를 안고 살아간다는 점을 상기할 때, 궁극적인 대책은 누구도 내놓지 못한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대책이라는 것은 또 다시 민중들에게 위기를 전가하여 좀 더 버텨보자는 것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요구에 화답하듯이 6월 27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 등을 모아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공기업과 금융기관의 민영화, 연기금 조기투자, 기업연금 활용, 주식투자 자산활용방식 변화 등의 방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고, 정부는 계속해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이런 저런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세 번째 정책협의회에서는 ▲주식의 장기수요기반 확충 ▲자산운용산업(각종 투자신탁회사가 대표적이다)의 획기적 육성 ▲증권시장 운영체계 효율화 ▲주주중심의 경영과 공정거래질서 확립 등의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 정책방향 하에서 자산운용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간접투자상품, 파생금융상품 개발을 확대하고, 기업연금제도들 법제화하고,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늘이기로 했다. 증시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들의 핵심에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와 기업연금제도 도입이 놓여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의 금융화 국면에서 연기금은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노동자 민중들이 노후소득을 보장받기 위해서 모아두는 돈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팽창하는 금융의 강력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에서 연기금은 아직 미미하다. 이는 현재 남한 자본주의에게 있어서 연기금이 새롭고도 거대한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다른 말이 아니다. 따라서 현행 퇴직금 제도를 적립 방식의 기금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며, 계속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의 주식투자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증시 하나에 요동치는 주식시장에 노동자 민중들의 생계원천을 내맡기겠다는 이런 조치들은 민중들의 삶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본 글은 노후소득보장의 안정성 강화라는 허울 아래 가시화되고 있는 기업연금제도가 가지는 의미를 금융의 새로운 전략 속에서 찾아보려 한다. 이를 통해서 현 시기 논의되는 기업연금제도가 과연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인가를 밝힐 것이다. 금융의 자유화, 탈규제 남한경제에서 금융개혁은 금융시장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약했던 각종 금융규제를 완화하여,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한편, 이를 통해 소유-경영의 분리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본시장(주식시장)의 자유화와 이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는 현 시기 남한경제 위기심화의 주된 원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쟁점을 제공하고 있다. 자본시장은 정부투자기금법에 따라 교육업 등의 일부투자금지항목, 공기업 등의 투자지분 제한항목 이외에 모든 부분은 완전개방 되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공기업에 대한 개인소유, 외국인 투자지분의 제한정도를 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기업은 투기대상으로 전락했으며, 초민족적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투기전략과 정부의 필사적인 주식시장 부양전략에 따라 사유화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WTO 도하개발의제에 따른 협상은 남한 경제의 개방 및 자유화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다. 정부는 이미 금융 분야에서 상당 수준의 자발적 자유화 조치를 추진했으며, 그 결과 현재 남한 금융시장은 거의 완전 개방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에 맞추어 상업적 주재와 관련한 지분소유 제한, 사업형태 제한, 국적요건 등을 더욱 자유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성격이 강한 교육과 의료 분야도 협상 분야에 포함되어 외국에 시장을 개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확장되는 개방화, 자유화 조치는 남한 경제를 금융화의 논리 속에 더욱 깊숙이 편입시키면서,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초민족적 자본의 투기적 활동이 더욱 극성을 부리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현시기 DJ정권과 자본의 제반 정책 목표는 '주식시장 부양'에 맞춰져있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기관투자가들의 주식운용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주식운용 확대는 한마디로 증시 수요기반의 확충, 수급개선, 증시의 효율화, 자본시장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촉발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에 금융기관들이 자본시장에서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늘려 시장의 기관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상 속에 사회보장체계로 불리던 의료시스템, 연금, 보험 영역의 개혁은 금융자본에게 집중된 화폐자본으로 탈바꿈할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화된 금융의 틀 속에서 가장 큰 결정력을 가진 기관투자가가 되는 것이다. 금융의 지속적 팽창을 위해서는 가능한 보다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자본을 금융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하며, 그 대상이 바로 노동자 대중의 생계원천인 임금(봉급)이다. 이러한 자본의 요구는 노골화되어, 연금체계의 재편, 의료시장의 자유화와 금융화, 복합금융기업을 향한 국내 금융권의 통합흐름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퇴직금 제도에서 기업연금의 도입으로 남한에서 법정퇴직금제도는 국민연금(1999년 전 국민 확대)과 고용보험(1995년 도입)에 앞서 도입되어(1961년) 소득보장제도의 중심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었다. 국민연금 확대와 고용보험 도입은 법정퇴직금에게 새로운 기능 정립을 요구하였다. 이를 촉진시킨 것은 대법원이 1997년 8월 퇴직금 우선 변제에 대해 헌법불일치 판정을 내린 사건이었다. 이전까지 퇴직금은 기업 파산 시 우선변제 대상이었으며, 이에 노동자들은 기업이 파산해도 퇴직금은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퇴직금 우선변제 헌법불일치 판정으로 노동자들은 더 이상 퇴직금의 수급권이 거의 박탈되어, 근무기간의 최종 3년만을 보장받게 되었다. 이 판정은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타격이었다. 회사 파산 시 당장에 생계위협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더욱 심각했던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기업은 자금 대출의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동안 금융기관들은 퇴직금 우선변제조항에 따라 기업이 파산할 경우 퇴직금 부분만큼을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평가해왔는데, 당시 대법원의 판정을 계기로 기업들은 이러한 장애물을 제거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대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정퇴직금제도에 대한 이 첫 번째 변화는 퇴직금 축소에서 비롯되는 문제에 직접 대처하는 방향이 아니라, 기업 파산과 상관없이 퇴직금이 보장되는 제도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1997년 12월 24일)을 통해 법정퇴직금을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최종 3년 간의 퇴직금만을 보장하는 것으로 확정하고, 회사 파산 시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퇴직금 중간정산제와 퇴직보험 신설을 통해 무마하고자 했다. 즉 기업 파산에 대비해 노동자들이 고용 중간에 퇴직금 지불을 요구하거나 기업들이 퇴직 준비금을 사외적립 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조치들은 기업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기업연금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퇴직보험이 신설되면서 이에 맞추어 99년부터 보험시장에서 기업연금상품이 시판되었지만,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이것은 퇴직보험에 대한 은행과 투신사의 접근을 사실상 제한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노후소득을 보존한다는 취지에 따라 위험이 높은 분야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것이다. 때문에 기업연금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은 기업주와 노동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기업연금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는 것으로 모아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연금제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2001년 5월 정부가 노사정위원회 협의를 거쳐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기업연금 도입은 구체화되고 있다. 아직 정부와 기업 사이에 지급방식, 자금운용에 따른 손실 문제, 강제성의 여부 등 많은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그러나 정부는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의 한 형태인 우리사주 신탁제도(ESOP)로 결론을 모아가고 있으며, 기업 또한 이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다. 정부와 전경련 그리고 여타 금융권의 요구 이제부터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자본분파 내부의 몇 가지 이견을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이해가 본질적으로 엇갈리는 것은 결코 아니며, 차이는 자신들의 이윤추구에 있어서 더 적합한 경로를 옹호하면서 생기는 차이일 뿐이다. 그들의 이해는 궁극적으로 일치한다. 금융의 팽창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원천으로 부상할 기업연금에 대한 경쟁은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경쟁은 노동자 민중의 생계 기반을 둘러싼 공격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표1 넣어주세요!> <표1>은 노동부와 전경련에서 발표한 기업연금제도 도입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비교한 것이다. 우선 양자 공히 현행 퇴직금 제도를 기업연금제도로 대체하고자 하는 결론을 가지고 있다. 차이를 보이고 있는 지점은 기업연금 도입 시기와 절차에 관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차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이것은 정부와 기업 양자가 지향하는 연금개혁 모델이 동일하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OECD와 IBRD 등 국제기구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연금개혁 모델을 전 세계에 권고해왔다. 이들이 권고하는 모델은 이른바 “3층 보장체계(Three Pillars)"라 불리는 것이다. 이 모델은 기존의 공적연금이 담당하던 소득재분배와 저축기능을 다음과 같이 분리시켜서 정리한다. 1축(1st pillar)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담당하는 기초연금으로 국가가 담당해야하는 공적연금의 역할과 범위를 극빈자들의 최소생계비 보장 수준에 한정하는 것이다. 2축(2nd pillar)은 저축기능을 담당하는 민간 강제적용연금이다. 3축(3rd pillar)은 자발적인 민간연금 및 저축가입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3층 보장체계“에 유사한 연금체계를 확립하려는 전망 하에서 기업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다층보장체계까지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경련도 이와 유사한 전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국민연금을 기초부문과 소득비례부문으로 이원화하여, 기업연금과 국민연금 소득비례부문과의 효율적인 연계(적용제외방식)를 통한 다층소득보장체계 구축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들도 기업연금과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위해 관련부처간 정책조정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국민연금 개혁방안까지 염두에 두면서 기업연금제도 도입 시기나 절차를 결정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경영에 있어서 유리한 수단이라는 이유에서 즉시 도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정부와 기업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기업연금제도 도입이 가지는 다른 함의를 파악할 수 있다. 결국 주장의 요지는 기존의 공적연금을 축소하고 사적연금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극빈층 보호혜택을 축소해야 하고, 국가 및 기업의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효율성 논리에 의해 뒷받침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연금개혁 방향이 자본시장 중심의 구조를 더욱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부과방식의 연금에서 적립방식 특히 확정기여형 방식으로 전환되는 사적연금은 엄청난 연금적립금을 보유하게 된다. 그리고 이 장기저축은 금융시장에 연결된다. 이는 기업이 전통적으로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던 구조가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거대한 연기금은 자본시장에 유입되어 시장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투자가가 되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더욱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자 한다. 물론 이 거대 자금의 시장 유입은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표2>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 기업, 금융권은 모두 기업연금제도 도입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여기에 표2 넣어주세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전경련은 현재 퇴직금과 국민연금 모두에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신규채용 등 기업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고, 이를 경감하고자 한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대로, 기업연금 도입은 자금조달의 용이함, 부채비율 감소를 통한 재무건전성 도모, 사내 노동력관리, 기업의 금융화 촉진 등과 같은 이해가 걸려있는 사안이다. 보험회사와 증권업계가 직면한 이해는 더욱 직접적이다. 이들에게 기업연금제도 도입은 새롭고도 거대한 시장이 생기는 것이다. 이 시장을 둘러싸고 보험과 증권을 비롯한 비은행 금융권의 공세적인 활동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보험회사의 경우는 현행 법정퇴직금 제도의 개선 방안까지 제안하면서,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되면 보험회사가 기업연금 전문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전망을 수립하고 있다. 덧붙여 보험회사가 기업연금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 진출에 유리한 서비스 형태에 대해서도 이미 자세한 연구를 진행했다. 증권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채권투자를 증진시키기 위해 각종 상품을 개발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한다. 기업연금 상품을 선점하기 위한 각종 로비 등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기업연금시장을 둘러싼 이들의 치열한 경쟁은 민중들의 소득을 자본시장에 더욱 깊숙이 연계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표1> 노동부와 전경련의 기업연금 도입 안 비교 <표2>정부와 기업, 금융권의 논의 비교 기업연금제도 도입이 민중에게 미치는 영향 이렇게 기업연금제도를 둘러싼 자본 분파 내부의 이해관계는 미묘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수렴한다. 그렇다면 기업연금제도는 민중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현재 추진되는 기업연금의 제 형태가 노동자들에게 보다 많은 연금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고, 노후소득보장에 안정적이라는 이들의 근거가 과연 맞는 것인가? 기존의 퇴직금 제도가 기업 파산 시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일시금 형태로 주어지기 때문에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들의 주장이 옳다고 해도, 기업연금제도가 그것을 보완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기업연금제도를 비롯한 사적연금 활성화가 가지는 중요한 시사점은 연금급여의 위험 부담이 국가와 기업에서 개인에게 이전되는 것임을 지적해야 한다. 특히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의 경우는 위험 전가가 더욱 심각하다.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은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매달 일정액을 불입하고, 그 자금을 기금화하여 운용한 뒤 그 실적에 따라 퇴직 시 원리금을 배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퇴직 후 소득을 위해 기업과 노동자가 적립하는 자금이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에 투자되고, 그 실적에 따라 노후소득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수시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에 노동자 민중의 소득을 맡겨놓고, 더욱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존의 퇴직금 제도에서는 퇴직급여와 관련된 위험을 사업주가 부담했다. 하지만 기업연금제도 하에서는 투자의 과정에서 부담해야하는 위험이 고스란히 노동자 개개인에게 넘겨진다. 결국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을 도입해서 부담을 줄이는 것은 기업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 이 기금들이 집중시킨 저축이 일정 한도를 넘어서면 이들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지위를 획득하며, 그 기능은 유동성 원칙과 수익 극대화 원칙 하에서 그들이 보유한 대규모 화폐자본을 자체증식하기 위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금융자본의 중추 기관으로 등장하여 ‘투기금융’의 주력 부대의 역할을 한다. 연기금 제도에서 유명한 ‘주주행동주의‘가 등장한다. 이런 추세에 적극 편입하면서 ’노동의 자본‘으로 묘사되는 것이 우리사주 신탁제도(ESOP)이다. 우리사주 신탁제도는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안정적 자본조달, 안정적 노사관계에 기여한다. 노동자들이 ’우리사주‘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는 주주권리 강화와 채권시장 활성화를 통해 금융자본이 부상하고, 확대되는 과정과 부합하는 경로이기도 하다. 게다가 기업연금제도 도입은 노동자의 이해와 주주가치의 이해를 일치시킨다. 이미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후소득 증가가 증시 부양에 달려있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되어야만 하는 것이 된다.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한 구조조정, 고용 파괴, 노동 착취가 옹호되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기업연금제도와 그 논리를 거부하자! 퇴직소득을 자본시장에 투자하여 고소득을 노릴 수 있다는 매력적인 논리는 사실무근이다. 새로운 자금을 투여하여 주식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경제 전반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논리도 어불성설이다. 기업연금제도는 노동자들의 노후소득을 증가시켜줄 수 없다. 물론 경제발전을 촉진시키지도 않는다. 기껏해야 불안정한 주식시장에 노동자들의 소득을 쏟아 부어 주식시장의 거품을 좀 더 유지할 뿐, 불안정성에서 기인하는 상시적 경제위기의 위험성을 없앨 수는 없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기업연금제도는 급여소득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노동자들의 이해를 주식시장에 종속시킨다. 자본에게는 금융적 팽창의 계기를 제공하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요동치는 주식시장에 자신의 소득을 내맡기고, 증시 부양을 위해 더욱 자신을 강도 높은 노동에 내몰아야하는 현실뿐이다. 미국의 엔론 사태와 K마트 사태는 노동자들이 평생 투자한 자신들의 노후연금이 한순간에 눈앞에서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예이다. 문제는 퇴직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을 결정할 권리는 바로 노동자들에게 있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퇴직 소득을 가지고 기업과 정부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논리 자체를 거부해야 하고, 그들의 이해에 복무하는 기업연금제도를 거부해야 한다. 금융의 팽창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눈이 먼 자본의 전략은 민중들의 삶을 볼모로 삼고자 한다. 이 속에서 노동자에게 유리한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발상이다. 최근 정부의 정책과 개정입법안은 자본시장의 활성화, 연금보험 시장의 활성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것은 현재 자본이 추구하는 금융의 새로운 전략의 방향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분명 이전 시기 기업활동양식의 금융화를 추구하던 이전 시기 금융구조조정의 성격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는 시장을 둘러싼 자본 진영간의 경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불안정한 금융시장의 운동에 전 민중의 생계를 맡기는 것이다. 온 민중의 삶을 볼모로 삼아 금융적 팽창을 추구하려는 자본의 전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기업연금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그들의 논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투쟁이 절실한 때다.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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