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원샷 통합’, 노동자가 막아야 한다 3자 원샷? 통합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통합연대가 조만간 통합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통합연대는 11월 10일 실무협의를 통해 ▲대의기구 구성 방식(민주노동당 55%, 국민참여당 30%, 통합연대 15%) ▲비례대표 30% 외부 개방 ▲시·도당 운영은 자율 협의 ▲총선 후보는 합의를 우선으로 하되, 합의되지 않으면 경선 실시(당원투표 50%, 여론조사 50%) ▲공동대표 구성 등에 잠정 합의하였다. [%=사진1%]하지만 통합연대가 ‘합의되지 않은 총선 후보에 대해 대표단이 공천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최종 타결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통합연대가 수정안을 제시한 것은 실무 합의안대로 할 경우 사실상 민주노동당이 지역구 후보를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참여당도 유사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공천은 진성당원제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실무 합의안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자 국민참여당은 14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지역 후보간 경선방식 미합의 시 최종경선 방식을 통합직후 50명 이내로 구성될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통합연대는 중재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민주노동당은 ‘원안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상태다. 이렇듯 통합 후 지분을 둘러싸고 3자 간 밀고 당기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미 큰 틀에서 통합 방안을 합의한 터라 조만간 절충 방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얼마 전까지 국민참여당을 배제한 통합을 추진하던 통합연대나, 대의원대회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건이 부결된 민주노동당에서 다시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아연실색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념도 노선도 없는 ‘묻지마’ 정치공학 이 모든 게 총선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당장 12월 13일부터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니 그 전까지 각 정치세력이 손익계산을 해서 몸집만 키우려 한다. 민주노동당이나 국민참여당은 합당 이후 민주당이나 ‘혁신과 통합’ 등과의 선거연대를 통해 지역구 후보를 최대한 많이 따내야 한다는 계산이 있다. 통합연대 측도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와 같은 유력 정치인들의 의회 진출을 위해서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정당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이념이나 대의를 뒷전으로 밀어둔, 철저히 정치공학적인 발상이다. ‘야권 단일화를 해야 지역구 당선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그런데 ‘민주당과 협상 하려면 지지율 두 자릿수는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3자 ‘원샷 통합’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인가 그러나 국민참여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이들은 정강정책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삶을 당원의 삶과 당의 정치적 실천을 규율하는 거울로 삼을 것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참여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전에 통합 논의 과정에서 합의한 내용을 검토하면서 “재벌해체,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시민들의 보편적 정서와 상충하는 정책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노동정책을 앞세우고 이에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두어 노동자정당, 노동조합의 정당의 면모를 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평가한다. 또 “파견제 철폐, 지역자립형 경제, 종속적 한미동맹체제 등 적절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는 정책이 적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말로는 한미 FTA를 반대한다지만, 실은 ‘적극적인 대외개방으로 선진통상국가를 구현한다’는 지향에서 볼 수 있듯이 노무현식 FTA를 지지한다. 민주노총, 국민참여당 통합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연대가 국민참여당과 통합할 경우 국민참여당의 입장을 대폭 수용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식의 결과를 ‘진보정당 통합’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까? 그 정당을 노동자운동, 민중운동이 지지해야 할까? 11월 8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국민참여당은 진보정당 선통합 추진대상이 아니다’는 이전의 결정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3자 통합에 대하여 명확하게 정리된 것이 없어 판단을 잠시 미룬 것’ 뿐이다. 민주노총은 ‘국민참여당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인지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놓은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주류 세력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진출’과 ‘진보적 정권 교체’ 그리고 ‘연립정부 참여’를 노리는 민주노동당의 노선을 적극 지지하기 때문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무덤 조만간 3자 간 통합 협상이 타결되고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에서 통합이 승인된다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해온 민주노총이 이 통합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욱 커질 것이다. 만일 민주노총이 국민참여당과의 정당 통합을 지지한다면, 이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무덤이 될 것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이후에는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을 망라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제휴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추진될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몇 가지 실리는 챙길 수 있을지 몰라도 큰 틀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타협과 양보는 불가피하다. 국민참여당 같은 세력과 통합하는 일은 노동자운동이 반드시 막아야 한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부터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야권 단일화의 틀에 스스로를 가둬 하나가 되어서는 안 될 세력과 연합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투쟁과 정치세력화의 본뜻마저 흐리는 일이다. 민주노총은 ‘묻지 마’ 야권 단일화와 단절해야 한다. 현장과 투쟁을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무릇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노동자가 자신의 힘과 운동 의제를 갖고 투쟁하여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이러한 운동을 바탕으로 기존의 지배질서를 갈아엎어서 생산의 주인, 사회의 주인이 되는 것을 지향하는 과정이다. 어렵더라도 자기 이념과 기반을 확실히 다지고 투쟁력을 키워야 그 힘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다. 지금 노동자운동은 정치공학적 협상이나 몸집 불리기식 통합이 아니라 투쟁과 운동, 연대와 단결의 기세를 한껏 북돋워 변혁적 대중운동의 기운을 되살려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올 한해 내내 지속된 정리해고 반대 투쟁,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저지 투쟁, 전 세계를 달구고 있는 1%에 반대하는 99%의 ‘점거하라’ 운동, 한미 FTA 저지 투쟁에서 민주노총이 앞장서야 한다. 운동과 투쟁이 제거된 정치나 선거가 아니라 전국 각지의 현장을 되살리고 노동자 투쟁을 발전시켜, 그 힘을 바탕으로 노동자 민중의 정치를 열어젖혀야 한다.
한미FTA투쟁은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대중적인 촛불집회의 확산, 주춤하는 한나라당 지난 11월 3일 본회의가 무산된 이후 한미FTA저지 투쟁은 대중적인 촛불시위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수천 명의 시민 학생들이 연일 촛불집회에 운집하고, 트위터와 SNS온라인 여론은 한미FTA 반대여론으로 뜨겁다. 민심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날치기 드라이브 역시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10일 본회의도 오늘 오전에 급하게 연기되었다. [%=사진1%]이런 가운데 공안당국은 11월 6일 갑자기 위헌으로 폐지된 ‘허위사실 유포죄’를 거론하면서 이른바 ‘FTA괴담 유포자’ 구속수사방침을 천명하고, 고루한 색깔론을 들먹이는 등 이 정권의 궁색한 심경을 그대로 표출했다. 서울시장 선거패배로 입은 한나라당과 정권의 상처가 한미FTA 강행처리 불발로 조금 더 벌어진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상처가 치명상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 20여명의 문제제기가 크게 보도되었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근본적인 반성이나 분명한 정책적 내용이 없다. 그저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효과적인 국면전환 해법을 촉구할 뿐이다. 한나라당은 다음 주내로 어떤 식으로건 당 쇄신안 논의를 봉합하고, 내부를 단도리 한 뒤에 다시 한 번 몰아칠 것이다. 연내 한미FTA 비준안처리라는 이명박 정권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의 절충론 오히려 불안하기 짝이 없는 쪽은 민주당이다. 김진표 원내대표와 김동철 외통위 간사 등 FTA관련 논의를 도맡은 책임자급 의원들이 그제 또다시 'ISD절충 조건부 FTA비준 찬성안’을 주장하면서, 소속 의원 45명의 연서명을 받았다. 이 안은 지난 10월 31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미 한차례 부결된 바 있는 안으로, 한미FTA는 일단 체결하고, ISD만 따로 협상하자는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 비록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까지는 이들의 주장이 당론과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31일 이후 민주당의 비준반대 당론이 'ISD만 없으면 비준할 수 있다'는 타협안으로 이미 후퇴했다는 점, 이번에는 김진표 원내대표의 독단적인 물밑협상이 아니라 당내 여론수렴을 거친 절충안이라는 점에서, 이들 조건부 비준찬성파의 당내 영향력은 점차로 커지는 추세다. 야권연합의 기회비용 대중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한미FTA 반대 여론을 넓혀가는 것은 중요한 발전이다.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한미FTA의 부당성과 반민중성을 더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한미FTA투쟁의 폭이 넓어질수록 점점 더 ‘야권연합’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한미FTA투쟁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단지 하루라도 국회비준을 더 미루고 막는 것만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설령 그런 이유라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흔들리는 민주당이 한미FTA비준안 처리를 국회 안에서 언제까지고 막아줄 리도 만무하다. 더욱이 그들이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어느 정도 늦추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우리는 그만큼의 정치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 비용이란 간단하다. 한미FTA투쟁의 성격과 의미가 그만큼 퇴색되는 것이다. 또 정치적으로 그것은 야권통합이나 (2012년 총대선)연대 강화라는 정치적 비용으로 청구될 것이다. 한미FTA투쟁은 남한 자본주의의 미래를 둘러싼 총체적 투쟁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11월 5일 촛불집회에 연사로 나와서 “한미FTA가 이렇게 불공정한 무역협정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예전엔 미처 잘 몰랐다”고 고백했다. 이제 이점을 깨우치게 되어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FTA는 불공정한 무역협정일 뿐만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소유권을 절대시하는 투자협정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한미FTA는 단순히 한국과 미국 양국 간의 국가이익이 아니라 계급이익을 둘러싼 계급투쟁이 그 본질이다. 그런데 국민참여당은 여전히 선진통상국가론을 당론으로 유지하면서, 불공정한 무역협정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로 FTA반대전선에 선 것이다. 유시민 대표보다 훨씬 헌신적인 원내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 또한 근본 인식은 비슷하다. 그는 요즘 들어 “제2의 을사늑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지난주 어느 날인가 그는 외통위 한나라당의원들을 향해 “이완용이 되고 싶냐”고 호통을 쳤다. 그러자 어느 한나라당 의원이 이렇게 받아 쳤다. “그럼 당신은 흥선대원군이냐”고 말이다. 정동영 의원의 한미FTA는 국가이익을 훼손하는 불평등조약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에피소드는 그가 반자본주의적인 대안보다는 불평등협정을 바로잡는 것이 현실 가능한 투쟁수위라고 판단한 결과다. 한미FTA는 남한자본주의의 미래를 둘러싼 계급투쟁이다. 이 투쟁에서 노동자민중운동 세력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지 못하고, 자유주의 야당에게 투쟁을 의존한다면 스스로의 정치적 전망은 점점 더 불투명해 질 것이다. 한미FTA투쟁을 외주화한 댓가로 말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한미FTA투쟁의 목적과 의미를 분명히 재인식하고, 그 투쟁에 걸 맞는 대응태세를 갖추도록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국회 일정이 아니라 대중투쟁의 확대가 중요하다 11월 10일 예정되었던 본회의를 당일 오전에 급히 취소하면서 한나라당이 밝힌 다음 본회의 일정은 11월 24일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한미FTA비준안 처리 입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그들은 날치기 처리의 부담을 덜기위해서 외통위 표결처리를 계속 밀어붙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독처리를 불사하거나 민주당 타협파들이 더 지치기를 기다리는 양면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물론 본회의를 기습적으로 열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논리대로라면, 본회의 산회를 정식으로 결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본회의는 어떤 날이라도 열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알 수 없는 속내를 추측하고 그들의 뒤를 ?는 식으로는 우리만 지칠 뿐이다. 세세한 국회 의사일정을 따지기 보다는, 국회 밖의 대중투쟁을 줄기차게 확대해내는 길만이 한미FTA 저지의 길이다. 그럼으로써 한나라당이 감히 날치기를 감행하지 못하고,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야합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묶어놓아야 한다. 지배 정치체제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날치기 처리의 정치적 부담을 극대화해야 한다. 깨알 같은 실천과 과감한 노동자대중투쟁으로 계급투쟁의 전세를 바꿔내자 무엇보다도 전국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조직적인 한미FTA저지 노동자 대중투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관건이다. 시민 촛불이 한미FTA 반대 여론을 확산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한미FTA투쟁은 국회에서 벌어지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몸싸움을 응원하면서 하루하루를 맘 조릴 뿐이다. 잘해야 공정한 무역, 좀 더 정상적인 대미관계를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노동자대오의 적극적인 결합을 통해 이러한 투쟁의 수준을 높이고, 이를 통해 초민족적 자본의 권리장전인 한미FTA를 폐기시키자. 그 길 뿐이다. 다행히 민주노총이 지난 8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한미FTA 총력투쟁과, 날치기 처리시 전조직적인 정권 퇴진투쟁을 결의했다. 이러한 중집의 결정이 단순히 상급단체 결정 공문으로 하급단체 팩스에 꽂히는 형식적인 의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대중운동이 확산되도록 현장의 실천을 조직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미FTA저지투쟁의 1주일, 2주일여의 시간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의 '긴 병'이 되지 않도록 분발해야 한다. 더 많은 이들에게 특히,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주체를 자임하고자 하는 각급 단위 조직과 활동가들과 함께 한미FTA의 부당성을 알려내자. 이것이 단지 국익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 우리 민중생존의 구체적인 문제들과 직결된 ‘노동자계급 자신의 문제’라는 동의와 참여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차라리 빨리 처리되기'를 바라는 '긴 병에 지친 효자'들이 늘어날 것이고, 지친 투쟁대오는 점점 더 민주당과 야권연대에 의지하는 나태함에 빠지게 될 것이고, 이명박은 그 기회를 독사처럼 물것이다. 노동자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더 강하고, 끈질기게 싸워내는 것만이 한미FTA를 막아내고 이후 계급투쟁의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노동악법 철폐! 교육공공성 강화! 반자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 2011년 노동해방선봉대 자료집 완성본입니다.
민중의 힘으로 한미FTA 날치기를 저지하자! 날치기 의지가 확고한 이명박과 말로만 반대하는 한미FTA 원조당 이명박 정권은 끝내 한미FTA를 날치기 처리할 작정이다. 10월31일 오후부터 줄기차게 외통위 처리를 시도하고, 11월3일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다음날 G20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빈손으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다. 비준안이 외통위를 정상적으로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국회 본회의 때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처리하려 할 것이다. [%=사진1%]반면 민주당은 갈팡질팡이다. 처음에는 ‘10+2 재재협상’을 주장했다가, 다른 독소조항들은 몽땅 눈감아주고, 투자자-국가제소(ISD)만 빼주면 비준동의 해주겠다는 타협안으로 후퇴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이틀 만에 한나라당과 야밤(10월 31일 새벽)에 만나 포기해버렸다. 김진표 원내대표가 간밤에 한나라당과 만나 엉뚱한 합의안에 사인해버린 것이다. 한미FTA를 여야합의로 비준체결하고 난 뒤에, ISD에 한해서 미국과 추가 협의하자는 말도 안 되는 안이다. FTA가 체결된 이후에 미국정부가 추가 협의를 해줄 리 없다. 설사 협의를 진행한다고 해도 ISD는 정식재협상과 의회결의가 필요한 FTA본문 조항이기 때문에, 미국정부는 수정권한이 없다. 결국 그때 가서 이러저러한 법적 절차와 미국 측의 거부로 협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끝나고 말 것이 뻔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다행히 31일 오후에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야합 안은 부결됐다. 그러나 31일 저녁 한나라당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외통위에서 FTA비준안을 처리하려고 할 때 민주당은 소극적인 행동으로 일관했다. 애초부터 한미FTA 원조당인 민주당이 끝까지 반대하리라 믿은 사람은 없다. 다만 그들의 포기가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고 교활하다는 데 분노할 따름이다. 적당히 반대할 사람은 반대하고, 물러설 사람은 말도 안 되는 물밑협상을 하면서 이쪽저쪽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결국 민주당은 분노한 민중운동의 진이 빠지고 날치기가 통과되고 나서야, 다시 정색을 하고 한나라당을 맹렬 규탄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더 많은 의석을 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힘 있는 대중투쟁만이 한미FTA를 막을 수 있다 ! 결국 믿을 것은 힘 있는 대중투쟁이다. 한나라당이 감히 날치기를 감행치 못하도록 몰아세우는 길뿐이다. 인민주권과 민주주의는 노동자 민중 스스로의 힘으로 지키고 쟁취된다. 한미FTA는 노동자 농민 대중의 힘으로만 막을 수 있다. 국회의사 일정의 절차적인 문제는 다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의 마음에 달렸다. 하지만 그들은 한미FTA를 포기할 의사도, 전면 재협상할 능력도 없다. 그들은 11월 3일에 통과시키려 발악할 것이고, 안 된다면 10일, 17일, 24일, 줄줄이 예정된 본회의에서 똑같은 시도를 할 것이다. 국회 의사일정이나 몇몇 기술적인 협상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끈기 있고 줄기차게 대중투쟁의 파고를 높여가야 한다. 지난 10월28일 국회진격 투쟁을 통해 우리는 ‘한미FTA는 이미 끝난 사안’이라는 식의 관성적이고 패배주의적 태도를 극복하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에 뒤이은 11월 3일 범국민대회는 한미FTA 저지 투쟁을 본격적인 대중투쟁으로 이어가기 위한 결정적인 고비다. 우리가 첫 번째 투쟁의 포문을 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대중투쟁의 위력은 충분치 못하다. 이런 때일수록 힘 있는 대중투쟁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동자/농민/빈민/청년/학생 대중조직의 결의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든 이런저런 일들로 지치고 흐트러진 운동조직들의 투쟁태세를 비상태세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무슨 수를 쓰건 11월3일 날치기를 막고, 한미FTA 저지 투쟁의 파고를 높여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11월 10일 본회의는 3일 뒤에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전후로 결집하는 노동자대오가 주력이 되어 투쟁을 펼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추수작업으로 발이 묶였던 농민들도 다음 주부터는 이번 주보다는 더 많이 결집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는 여의도로 결집하는 대오가 직접 국회 본회의장으로 진격하는 힘 있는 의지를 보여주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거기에 다양한 대중 여론전을 이끌어 대중투쟁을 지지 엄호해야 한다. 아울러 막대한 서울시 예산의 상당부분이 한미FTA의 공공정책 제약에 묶이게 될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한미FTA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분명한 반대 입장표명을 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한미FTA가 날치기될 때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한미FTA 투쟁은 국회비준 절차만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한미FTA는 양국 간의 무역이익을 조정하는 단순한 무역 관세협정이 아니다. 한미FTA는 세계 경제위기에 내몰린 초민족 자본이 살아남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협정이자, 그들의 입맛대로 남한사회 전반을 구조조정하는 종합 정책이다. 미국 자본만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재벌 또한 민족경제의 주체가 아니라 초민족적 자본의 지위를 누리게 된다. ‘국익’이 아니라 ‘계급’이 본질인 것이다. 한미FTA를 둘러싼 싸움은 한국 재벌을 포함한 초민족적 자본과 노동자 민중이 남한사회의 전반적 재편을 두고 맞붙는 계급투쟁이 그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FTA가 국회에서 비준 통과 된다고 해서, 결코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는다. 미국은 한미FTA를 발판으로 더 큰 동아시아-환태평양 FTA 전략을 추진 할 것이고, 한국의 재벌과 정권은 그 틀 아래에서 ‘소유권을 절대화’하는 이념을 현실화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이다. 다시 말해 비준안 통과는 최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실제 재편이 이루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비준안 통과 이후에 곳곳의 현장에서 펼쳐지게 될 것이다. 한미FTA 국회비준안 저지 투쟁은 그렇게 각개격파 당하기 전에, 함께 뭉쳐 싸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앞으로 폐지하기 위해 계속 싸울 수밖에 없는 한미FTA의 온갖 독소조항들이 우리를 지배하는 한, 이후 우리의 삶과 투쟁은 그만큼 더 고단해질 뿐이다. 지금 이대로 저들을 막지 못한다면, 가까운 내일에 우리는 이렇게 물으며 살아갈지 모른다. “한미FTA가 날치기될 때, 당신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아무리 늦었더라도 함께 모일 수 있을 때, 모일 수 있는 만큼이라도 있는 힘껏 싸워야 한다. 우리가 비준안 저지 투쟁에 얼마큼 힘을 쏟느냐에 따라 이 피치 못할 투쟁의 조건이 변화한다.
변혁적 대중운동 복원과 반자본대안세계화 운동 강화로! 1% 대 99% 전 세계가 ‘Occupy!(점거하라)’ 시위로 뜨겁다. 자본주의 체제의 탐욕을 규탄하고 노동자 민중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 내기 위한 ‘분노의 가을’이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에는 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 80여 개 나라, 1,000여 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는 지난 수십 년 간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막대한 부를 금융자본과 대재벌, 소수의 부자들에게 집중시켰고 그 결과 비정규직과 실업자의 급증, 실질소득의 감소와 빈곤의 확대, 복지 축소로 이어져 도저히 대다수 민중들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힘들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더욱이 2008년 이후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자본주의 체제는 위기를 극복할 대안도 없이 광범위한 인민 대중을 삶의 나락으로 빠트리며 긴축과 궁핍만을 강요하고 있다. 부를 움켜쥔 1%의 지배계급에 나머지 99%의 다수자가 저항과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는 행동이 “우린 노예가 아니다, 사람이다”, “분노하라”, “자본독재가 아닌 진짜 민주주의를!”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전 세계를 들썩이고 있다. 야권단일화만이 살길? 자본주의 체제의 고통과 그에 대한 투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 현대를 필두로 한 30대 재벌의 순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노동자, 농민, 학생, 도시빈민, 자영업자 등 다수 대중들의 생활수준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상하위 10%의 임금 격차는 5.1배로 미국보다 심하다. [표 1] 30대 재벌 순익 연도 2008 2009 2010 액수 33조 원 46조 원 79조 원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 저 제주도 강정마을에서부터 부산 영도, 각 지역과 서울의 장기투쟁사업장에 이르기까지 온 나라를 민중들의 처절한 저항의 몸부림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데 노동 대중을 대표한다는 운동정치세력들은 이러한 대중 투쟁을 고무하고 확대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2012년 총선 대선을 핑계로 ‘묻지마 야권단일화’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명박에 반대하면 다 같은 편’이라는 무원칙한 반MB야권연대 논리는 지난 해 62 지방선거부터 올해 427 재보선에 이어 1026 재보선에서도 어김없이 채택되었다. 노동 대중이 아래로부터 스스로의 힘과 의제로 조직화하고 투쟁하여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이러한 운동을 바탕으로 기존의 지배질서를 갈아엎어서 생산의 주인, 사회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정치세력화의 원칙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노동운동, 대중운동은 배제되고 정당이 상층에서 협상을 통해 단일화를 하고 노동 대중은 거기에 수동적으로 동원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건 아니다 싶은 활동가들도 일단 야권단일화 틀이 작동하면 그 속에서 비판적 목소리를 분출하기 힘들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 수렁에서 벗어나라! 이는 노동자 민중운동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고자 하는 운동의 이념을 불분명하게 만든다. 끊임없는 민주당과의 연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시도, 집회 때 마다 등장하는 ‘야5당’의 연설은 대중들로 하여금 운동의 지향을 헷갈리게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내내 생겼던 열사들, 구속되고 투옥된 동지들, 양산된 비정규노동자들, 한미 FTA에 관한 책임문제는 온데간데없고 반MB를 위해 이제는 무조건 손을 잡으라고 하니 이 무슨 우경화에 기억상실증이란 말인가. 둘째,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진출의 폭을 협소하게 만든다. 야권단일화라는 미명하에 노동 대중이 엉뚱한 이들을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노무현정권에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투쟁이나 한미 FTA 반대 투쟁을 진압했던 한명숙을 서울시장 후보로 지지한 반면 진보정당 후보로 나선 노회찬은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사태도 발생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야권단일화 경선으로 치러지면서 정작 노동자 민중을 대표한다고 하는 민주노동당 후보는 지지층의 지지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초라한 득표에 그쳤다. 자기 이념과 기반을 확실히 다지고 투쟁력을 키워 독자적인 행보를 해야 위상도 높아지고 그 힘으로 제도정치에 대한 강제력도 커질 텐데 미리부터 접고 들어가니 들러리 신세가 되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십수 년 간 노동운동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자유주의적 시민운동을 해 온 ‘정신적인 민주당원’ 박원순 후보에 대해 왜 민주노총이 전 조직적 지지선언을 하고 정치후원금을 모으고 투표운동을 하는 데에까지 이르러야 하는가. 독자적인 노동자 계급정치 대신에 야권연대로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 셋째, 그렇지 않아도 허약해진 대중투쟁, 대중운동을 선거정치에 더욱 종속시켜 약화시킨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 노조법 개정, 한미 FTA 폐기, 제주 해군기지 반대, 장투사업장 승리, 수많은 현장의 노동탄압 문제 등 어느 하나 시급하지 않은 것이 없는 사안들에 대해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이 더욱 투쟁력을 모으고 문제제기를 확산시켜야 하는데 투쟁과 괴리된 선거 정치에만 매몰되고 만 것이다. 상층부에서는 기층동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핑계로 더 시민단체나 자유주의 정당과의 연대에 기대고 이것이 다시 기층운동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 야권 단일화로 쏠린 노동운동의 대응 유감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야권 단일화 후보로 선출된 박원순 후보를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한다’는 것이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월 3일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 선거인단 모집에 적극 참여한 데 이어 17일에는 박원순 후보 지지를 위해 노동희망특위를 결성했다(상임위원장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노동희망특위는 ‘10만 노동희망 지킴이, 30만 노동가족 조직화 운동’과 ‘희망의 씨앗 5억 정치후원금 모금운동’, 투표 참여 운동 등을 전개했다. 산별연맹들은 박원순 후보 측과 정책협약을 체결했다(그러나 박원순은 서울시 산하기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와 해고자 복직 문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타적 지지 관계에 있는 민주노동당이 참여하는 야권후보 단일화 틀에 별 문제제기 없이 갇히는 순간 민주노총은 진보정당이 아닌 후보를 결과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스스로를 내 몬 것이다. 민주노총과 산하조직은 서울시 각 구별로 노동상담을 진행하는 ‘노동복지센터’ 설치, 노정간 안정적인 협의기구 구성, 도시철도공사 등에서 오세훈 시장의 노동탄압으로 해고된 노동자 복직, 국립중앙의료원 매각축소이전 반대 등 현안과 사회공공성 강화와 관련된 여러 사항들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노정협의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의 의지 이외에 얼마나 노동조합이 이를 강제할 수단이 있냐는 것이 문제다. 결국 그것은 노동운동의 대중적 힘과 투쟁력이 될 것이다. 시장 당선을 위해 노력했으니 우리가 요구하는 걸 내놓을 것이라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조합은 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집단적으로 조직하여 이를 조합원 대중의 단결과 물리력으로 제기하여 관철시켜야 하지만, 선거국면에서는 지지운동 외에 다른 실천을 하지 못했다. 당장 절박한 해고자 복직 등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해당 노조가 요구를 제기하고 관여하는 것까지 부정하기는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조 운동 진영 전체가 민주노총의 이름을 걸고 나설 때라면 훨씬 신중해야 한다. 헛다리 짚는 민주노총의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방향 보고서’ 이러한 상황은 정치세력화에 대한 민주노총의 안이한 인식에 따른 것이다. 지난 8월 민주노총 중집수련회에 제출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방향’ 보고서(이하 보고서)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진단 없이 노동자 운동을 정당에 동원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의 핵심 요지는 다음과 같다. ‘진보집권’이라는 시대인식에 따라, 첫째, 노동조합운동의 혁신을 통해 강화된 당의 힘으로 법제도적 제약으로 인한 노동조합운동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것이고, 둘째, 당의 노동중심성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당원 가입('문턱없는 당비 납부제 도입', '현장당원 활동체계 구축') 및 지도체계 참여를 강화하고 정권교체기금으로 100억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가 제시한 제2의 정치세력화(안)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첫째, 보고서는 ‘수권정당’의 운동에 맞게 산별노조운동을 개조하자는 역발상의 제안을 한다. 임금, 고용 문제는 기업단위에 맡기고, 사회적 임금이라 명명된 정당의 ‘복지’의제 실현을 위해서 산별노조가 지원체계를 갖출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제안은 임금과 고용투쟁이 기업단위노조에만 맡겨져 임금고용방어도 실패하고 임금격차 축소에도 실패했다는 기간의 평가를 부정한다. 이는 총연맹과 산별노조운동이 연대임금, 연대고용 투쟁을 통해 노동자단결을 확대해야할 과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둘째, 보고서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과반을 노동자 당원으로 채우면 노동중심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정당운동이 대중참여형으로 바뀌는 마당에 집단적으로 당원 가입운동을 전개해 민주노총의 영향력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당원의 양적 확충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이념이다.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연립정부구상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나듯, 현재 진보정당의 이념과 정체성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즉, 노동자운동이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객관적 인식과 노동해방이라는 이념적 토대를 강화해나가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고서에는 정치세력화 운동 재설계에 있어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진보정당 운동의 우경화는 묻어둔 채, 노동자 당원의 수적 증가가 곧 노동자정치라는 기계적 논리를 담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이번 보고서가 산별운동에 대한 기존 평가를 부정하는 논리로 가득 차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추진위가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보다는 자유주의 정당세력과의 정치연합에 의존해 노동조합 운동의 새 출구를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 보고서의 제안에 따라 2011년 하반기에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 기반 및 실천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노동자 정치인지를 외면한 채, 힘 있는 정당에 대한 의존과 당원의 수적 배가라는 방책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런 방책은 지금도 만연해 있는 노동조합 내 실리주의적 경향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에 따라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연대를 더욱 약화시킬 뿐이다. 제2의 정치세력화 방안은 완전히 재론되어야 한다. 대중투쟁 복원, 반자본대안세계화 운동 강화로 노동자 민중 정치의 실종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야권단일화의 종착역은 내년 대선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운동진영 일각에서 ‘민주연립정부’를 말하며 대선에서 민주당 등과 연합하여 정권을 교체하자고 하는 것을 우리는 ‘진보적 정권교체’로 볼 수 없다. 설사 그렇게 정권이 교체되어 진보정당 출신이 노동부장관이나 보건복지부장관을 한다고 해도 득보다는 실이 크다. 경제위기 속에서 대중의 불만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민주당 정권 유지의 책임을 함께 져야 하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는 투쟁을 억압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박원순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후 민주노동당이 포함된 공동정부가 운영되면 당장 맞이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우리는 오히려 노동자 민중운동의 독자성을 키우고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변혁적 대중운동을 복원하고 투쟁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2011년 아랍 지역의 민중혁명, 스페인과 그리스 등 유럽의 노동자 총파업과 일련의 대중 저항, 미국에서 시작되어 퍼지고 있는 점거운동의 물결에서 보듯이 정의와 평등을 위한 도전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또한 야권단일화를 당연히 전제하는 틀을 벗어나야 한다. 투쟁과 괴리되는 정치, 운동과 괴리되는 선거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야권단일화가 원칙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진영의 단결과 연대가 원칙이다. 이러한 흐름이 반자본대안세계화 운동의 강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박원순 야권 단일 후보의 승리로 끝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제위기와 재정제약이라는 조건 속에서 복지정책은 이번 선거의 직접적 원인이자 핵심 이슈였다. 선거에서 드러난 여야 간 복지정책은 사실상 큰 차별성이 없었지만 그 담론과 이데올로기는 앞으로도 줄곧 쟁점이 될 것이다. 둘째, 집권 여당의 레임덕이 가시화됐지만 제1야당도 선거의 주도권을 갖지 못했다. ‘안철수 돌풍’으로 상징되는 반한나라당 비민주당 무당파의 지지를 업고 시민운동 출신 박원순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었다. 한나라당은 ‘오세훈 심판’ 선거 프레임을 ‘박원순 검증’ 프레임으로 변화시키는 네거티브 공세에 주력했다. 셋째, 지난 6.2 지방선거에 이어 범야권은 다시 한 번 선거연합을 성사시켰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등 전 집권세력은 이번 야권 후보 단일화를 향후 정계개편과 정권교체의 결정적 고리로 사고하고 있다. 넷째,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등 민중운동은 야권단일화를 무기력하게 수용하며 사실상 범야권의 일각으로 흡수되고 있다. 진보정당 통합이 난항에 빠지고 대중운동이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야권 단일화는 향후에도 민중운동의 유력한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가 2012년 총선·대선의 전초전으로 인식된 만큼 이상의 특징들은 향후 정치 지형을 규정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아래에서 그 함의를 분석하면서 내년 정치 지형을 전망한다. 복지담론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직접적 배경이 주민투표 무산에 있는 만큼, 선거의 핵심 쟁점은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이었다. 이러한 양상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747 공약’(7% 성장, 4만 달러 소득, 7대 강국 도약)이나,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뉴타운 공약’ 등 성장·개발 담론이 지배했던 과거의 선거와 비교할 때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번 선거에서 여야 간 복지정책은 어떻게 구체화되었나? 야권은 한나라당-오세훈 심판 기조 속에서 이번 선거 구도를 ‘복지 대 반복지’ 프레임으로 설정했다. 박원순 후보도 ‘전시성 토건 예산을 삭감하고 그 재원으로 복지·환경·교육 등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자하겠다’며 ‘보편적 복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그동안 일자리, 보육, 교육, 노후, 주거 불안을 ‘국민 5대 불안’으로 규정하고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와 반값등록금을 ‘3+1’ 복지 정책으로 제시한 데 이어 최근 일자리 복지와 주거 복지를 포함한 ‘3+3’ 정책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를 집권 5년간의 보편적 복지 미래 비전으로 선전하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소득 구분 없는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원칙과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주민투표를 ‘성전,’ ‘낙동강 전투’로 몰아가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복지 공약을 대폭 부각하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이 ‘보궐선거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2라운드가 되면 안 된다’는 인식 속에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주장했던 ‘소득 차등 없는 무상급식 확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지방자치단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당은 단계적 무상급식 확대를 지지한다') 박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운동 지원에 앞서 복지 당론을 정해줄 것을 요구함에 따라 한나라당이 박 전 대표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와 유사한 방안을 권고적 당론으로 채택한 것이다. 이런 점만 놓고 본다면, 이번 선거 구도는 야권이 ‘복지 대 반복지’ 프레임을 선점하고 여당이 여기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복지정책을 둘러싼 제반 조건을 고려하면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경제위기와 재정적 제약이라는 조건 속에서 경제정책 및 사회정책의 방향성을 둘러싼 이념·노선 논쟁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는 적극적 재정지출을 통해 고용보조금 지원, 공공부문 고용창출, 실업급여 지급, 기타 사회복지 지원 등 경기부양책을 시행하였다. 이에 따라 위기 직후 복지 지출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각국의 복지 프로그램은 대부분 위기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취해진 한시적 조치였다. 그러나 2009-11년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세계적인 경기재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동시에 위기 대응 과정에서 재정이 악화되자 많은 나라는 2010-11년 들어 긴축재정으로 회귀하고 있다. 각국의 긴축안에서 복지정책은 단기 차원의 지출 축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금과 같은 중기 차원의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긴축 또는 재정건전화 흐름에 발맞추어 최근 정부는 <2011-15년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했다. 2010년 현재 GDP의 33% 수준에 달하는 국가채무 비율이 주요국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지만 세계 재정위기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 및 저출산·고령화 등 중장기 재정위험에 대비하여 재정여력을 비축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계획에 따르면 재정수입은 2011-15년 기간 중 연평균 7.2% 증가하는 반면 재정지출은 동기간 연평균 4.8% 증가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와 여당은 부자감세에 대한 반론을 고려하여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인하 계획을 일부 철회한 <2011년 세법개정안>을 9월 초 발의했다. 정부는 이로 인한 세수증가분(약 2.8조 원)을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서민중산층을 위한 복지재원을 확충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것 역시 재정건전화를 위해 사회보장 지출의 삭감과 감세의 부분적 철회를 병행하는 국제적 추세를 얼마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정부의 재정건전화 논리를 지지하며 야권의 보편적 복지 공세에 대해 선별적 복지(맞춤형 복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3+3’으로 불리는 보편적 복지 재원조달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를 재정건전성과 사회정의, 국민적 공감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방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국채 발행이나 새로운 세금 신설 등을 통해 조달하는 방안은 재정건전성을 훼손하거나 국민의 조세부담을 급격히 올리는 부작용이 있다’며 재정개혁·복지개혁·조세개혁을 통해 보편적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정책의 허구적 성격을 드러낸다. 이에 대해 복지국가론자들은 ‘증세 방안이 결여된 채 대부분 조세감면 철회와 음성탈루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등 구태의연한 주장에 머물러 있고, 재정추계도 3+1 정책에만 있고 일자리·주거 등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부분은 발표를 미뤄 결국 새로운 복지확대 내용은 없는 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복지국가론자들의 주장대로 민주당을 포함하는 복지국가 동맹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써 ‘평등과 민주주의’의 복지국가로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성이 있나? 이에 답하기 위해서 한국 사회정책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을 보충하기 위해 사회정책을 제시한 것은 전두환 정부다. 그러나 1986-88년의 ‘3저 호황’까지 사회정책은 유명무실했는데, 이후 노태우 정부가 1989년에 건강보험제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고, 김영삼 정부가 1995년에 사회보장기본법을 제정한다. 사회정책을 본격적으로 채택한 것은 역시 김대중-노무현 정부다.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표방하면서 사회정책을 대폭 확충하는데, 특히 1999년에 연금제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한다. 또 노무현 정부는 경제성장과 분배정의의 균형을 주장하면서 생산적 복지를 ‘참여 복지’로 계승한다. 국민소득 대비 사회정책예산의 비중은 김영삼 정부의 1% 미만에서 1998년의 6%로 대폭 상승한 이후에도 2007년의 12%까지 상승세를 지속하여, 결국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절반 정도에 도달한다. 그런데 문제는 성장후퇴와 저출산고령화가 시작되면서 복지 재정의 위기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는 건강보험제도의 재정위기를 연기하기 위해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의 재정을 통합하고, 국민연금제도의 경우 사업장연금과 지역연금의 재정을 통합한다. 이어서 노무현 정부는 국민연금제도의 재정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방식을 채택한다(반면 건강보험제도는 아직 기금으로 전환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복지국가의 재정위기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연금개혁이다. 이미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를 경험한 여러 선진국에서는 재정으로 연금기금을 확충하여 주식에 투자하는 식의 연금개혁 방향이 시행되고 있다. 연금기금의 금융화는 사회보장의 사회보험적 성격이 주식투자적 성격으로 변질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 전체가 ‘이해당사자’(stakeholder)로서 금융화에 포섭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2007-10년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주요국 연금기금은 대규모 손실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주요국에서는 기금적립과 투자자유화를 통해 연금제도가 자금 흐름을 만들어 금융시장을 떠받치는 악순환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한편 복지국가론이 제기하듯이 한국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수준의 복지를 달성하려면 현재세대의 조세를 20% 정도 인상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장기불황 속에서 이런 방안은 실행 불가능하다. 다른 한편으로,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가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구축된 사회복지의 급격한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 역시 현실적 근거가 없다. 복지를 노동의 의무와 노동신축화와 결합하는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나 노무현 정부의 ‘참여 복지’는 이명박 정부의 ‘일을 통한 복지’로 계승된다. 이명박 정부가 국가주도의 보편적 복지가 아닌 잔여적·선택적·시혜적 복지를 명시적으로 표방한 것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부 민간 협력’ 방안 역시 ‘부족한 공공복지 인력 및 재원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의 복지참여 활성화가 적극 필요하다’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제를 반복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속적 경제성장이나 강력한 노동자운동의 실존과 같은 계급타협의 물질적·제도적 조건이 해체된 상황에서, 더구나 민주당이 금융자유화, 노동신축화, 탈규제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어 복지동맹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안철수-박원순 돌풍의 의미 이번 선거의 두 번째 특징으로 안철수-박원순 돌풍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주민투표 무산 직후 곽노현 전 교육감이 선거 부정 문제로 구속, 수감되면서 정국은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쳤다. 이 와중에 서울시장 후보로 안철수 교수가 급부상했다. 안철수 교수는 사회에 공헌하는 성공한 기업인이자 IT 전문가로서, ‘기업사회’라 할 수 있는 시대의 추세에 들어맞는 리더십의 전형이자 그러한 기술의 세례를 받고 자라난 청년들의 역할 모델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그런데 얼마 뒤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단일화가 이루어졌고, 박원순 이사는 안철수 돌풍을 등에 업고 순식간에 여론의 과반 지지율을 확보했다. ‘양보의 미덕’이 더해지며, 박원순 이사는 현 정부·여당에 비판적이면서도 민주당·국참당과 같은 기성 정당에 독립적인 시민사회의 대표주자로 추대되었다. 언론과 여론전문가들은 안철수-박원순 지지 세력이 2008년 촛불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무상급식을 비롯한 보편적 복지 의제에 적극적 지지를 보내온 계층과 대체로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는 데 주목했다. 즉 대도시 거주 20~40대의 고학력 화이트칼라로서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진보 또는 중도좌파로 인식하는 집단이 그들이다. 박원순 이사가 반한나라당 후보로 확고한 입지를 점하자 민주당은 제1야당임에도 한동안 자기 후보조차 선출하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결국 내부 경선 끝에 박영선 후보를 선출하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야권 단일화를 전제한 것이었다. 이와 함께 무소속이라는 한계로 사전 여론조사와 달리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박원순 후보도 야권 단일화를 추진했다(박원순 후보의 ‘정신적 민주당원’ 발언은 무소속 출마의 취약한 조직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민주당 내외곽에서 범야권 통합을 주창해온 ‘혁신과 통합’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반한나라당 주도권을 상실한 민주당으로서는 단일화를 통해 야권 통합과 총대선 승리의 추동력을 이어나가고, 정당 조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비민주당·시민사회 진영으로서는 당선을 통해 새로운 교두보를 구축한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결국 범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 입당 대신 무소속으로 입후보했다. 많은 수의 정치학자들은 안철수-박원순 돌풍을 정당의 위기 증후, 즉 한나라당에 반대하고 민주당에 실망한 무당파층의 적극적 지지로 해석하기도 한다(경향신문이 지난 9월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지 정당이 없다’라는 응답이 무려 73.6%에 달했다. 그 이유로 ‘정당 간 차이가 없어서’가 41.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정당의 위기는 정당 일체감의 감소, 당원 수의 감소, 전통적 지지층의 축소, 정당에 대한 신뢰 추락, 투표율의 하락으로 그 증후가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들은 미디어 캠페인과 인물 중심 선거 또는 단기 이슈 중심의 선거를 펼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당들은 당원 중심적 대중정당, 또는 이념 지향적 정당으로 발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현안과 민심을 좇는 선거 중심적 정당으로 변모하게 된다. 선거 승리에 전념하는 ‘선거전문가 정당’은 이념이나 정책적 정체성보다는 더욱 많은 유권자로부터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포괄적 호소에 치중하게 되며, 이러한 정당들의 경쟁구도는 자연히 중도 지향성을 띤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정당들이 정책적 공조보다는 인맥과 파벌에 의해 구성된 정당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촉진된다. 이처럼 이념이나 당원을 근간으로 하는 정당 구조가 안착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명망가 중심의 정당이 복수로 존재하고 선거 시기에 명망가들 간 합의로 선거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은 현대 인민주의의 일반적 현상이다. 이들은 정당을 기반으로 삼지 않더라도 대중적 명망과 미디어의 힘을 활용하여 선거 자금과 운동원을 조직할 수 있다. 안철수 교수나 박원순 이사의 급부상은 이러한 정치적 토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현재와 같은 정당의 위기 속에서 인민주의는 고유한 이념이나 정책 대신 기술 관료적 합리성과 전문성으로 치장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선호하기 쉽다. 이런 점에서 박원순 이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정치선동가적 이미지보다는 NGO 출신 정책전문가 이미지가 더 강한 듯하다. 이처럼 반복과 변주를 거듭하며 형성되는 선거 카르텔은 결국 ‘전문가적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보완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고, 그에 참여하는 정당도 그러한 경향성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그에 편승하는 사회운동의 전략 역시 더욱 궁지에 처할 것이다. 박원순 후보는 선거 기간 ‘한나라당에 반대하고 민주당에 실망한 다수 시민’의 대표자로 자신을 이미지화했다. 이는 기성 정당이나 국가기구로부터 독립적인 시민운동이라는 표상을 통해 뒷받침된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기술 관료적 합리성과 전문성으로 치장한 시민운동은 사실상 정부 여당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정치적행정적 ‘비정부기구’(NGO)로 변모했다. 이들은 사회의 ‘보편적 이해’를 대변하는 주체로 자신을 표상하는 한편 계급적 대중운동을 이익집단으로 부차화한다. 이들이 준거하는 자유주의적 논리에서 계급적 이해관계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다양한 준거집단 중 특수한 집단의 이해에 불과하며, 공공성과 공익이라는 보편적 이해관계에 비해 부차적이고 2차적인 지위를 가진다. 이들은 실용적·정책적 해결책을 통한 갈등의 해소를 지향하기 때문에 국가기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에 따라 시민운동은 전문적 지식에 기초한 정책의 입안과 갈등의 중재를 일상화하는 전문가주의 또는 공익소송과 같은 법률적 매개수단을 절대화하는 법률주의를 지향한다. 시민운동은 정당이 추천한 공직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거나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의 인력 풀을 형성함으로써 정당의 충원적 기능까지 대행하기에 이른다. 재벌개혁 운동, 낙천낙선 운동, 기부 운동에 이르기까지 박원순 후보의 이력은 결코 ‘신자유주의 반대’로 볼 수 없다. 오히려 그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지지하고 보완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표적으로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집행과 감독기능의 분화 △주주권리의 보장 등을 통한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론을 적극 지지했다. 소액주주운동이 모태로 삼은 미국의 주주행동주의는 사실 연금기금이나 상호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금리생활자들의 이해를 대변한다. 실제로 참여연대는 타이거펀드나 템플턴그룹과 같은 초국적자본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했다. 소액주주운동의 수혜자는 노동자와 민중이 아니라 자본으로, 또 개미투자자가 아니라 기관투자가로 철저하게 국한된다.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목표하고, 이는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국부유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지지한 주주행동주의와 금융자유화는 오늘날 세계 금융위기의 배경을 이룬다. 또 재벌개혁 운동과 함께 박원순 후보가 주력했던 낙천낙선 운동의 경우, 2000년 총선 국면의 쟁점을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심판에서 낙천낙선 대상으로 꼽힌 부패 정치인에 대한 심판으로 변경시켰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바꾸는가’라는 문제는 한 번도 제기되지 못한 채 정체불명의 “바꿔!” 열풍이 맹위를 떨치게 되었다. 반면 위기에 몰렸던 정부와 집권 여당은 낙천낙선 운동에서 탈출구를 발견하였고 발빠르게 이 운동을 지지함으로써 자신을 개혁세력으로 포장했다. 그 결과 정부 여당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총선 후에 계속 강화해야 할 개혁정책으로 다시 자리매김 되었다.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제’로 불리기도 하는 아름다운 재단의 기부 운동은 기업과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과 정의 관념에 호소한다. 혹자의 표현대로, 아름다운 재단과 같은 비영리조직(NPO)들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아름답게 세탁’하는 역할을 하며, 이런 맥락에서 기업과 비영리조직은 전략적 상생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논리를 동원하더라도 기업이나 부유층이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수탈, 투기를 통해 얻은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두고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역설적이게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기업은 무노조 경영과 불공정 거래로 유명한 삼성전자와 포스코다. 이러한 노선에 대한 명확한 자기비판이 없다면 박 후보가 말하는 개혁과 복지란 한낱 신기루에 불과하다. 그가 최근 TV 토론에서 한미 FTA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얼버무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야권 단일화 효과 한편 이번 야권 단일화를 주도한 이들은 ‘후보 등록일 전에 단일화 방안에 합의함에 따라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고 감동을 주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삼아 내년 총·대선에서도 선거연합을 통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6.2 지방선거 이후 정형화된 야권 단일화는 선거 효능감이라는 차원에서 뚜렷한 가시적 성과를 산출하였고, 참여 주체들의 상호보상에 대한 기대감도 충족시켰다. 특히 정당 간의 협상을 중간에서 매개·조율·촉진할 수 있는 시민단체의 개입으로 선거연합은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연합정치를 지속, 발전시키기 위해서 단순한 선거연합을 넘어 가치·정책연합의 지향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제안이 제출되기도 한다. 나아가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과 같은 기존 정당이 대중의 새로운 정치적 요구와 이해, 감수성을 담아내지 못함으로써 정당에 대한 광범한 불신과 이반이 퍼진 상황에서, 박원순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정되는 것이 장차 정당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야권연대의 기본틀로 정형화된 후보 단일화는 이념·노선·정강을 초월하여 오로지 선거 승리를 위해 고안된 정치공학에 불과하다. 때로 ‘감동의 정치’로 표현되기도 하는 후보 단일화 기법은 사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에 이뤄진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후 국민적 지지와 정치적 흥행을 목적으로 도입된 개방형 예비경선 방식의 후보 선출제도는 특히 정당체계의 위기를 표현함과 동시에 그것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 국민을 일정 비율로 정당의 후보경선 과정에 참여시키는 개방형 예비경선 제도(국민경선제)는 후보선출의 대표성 확대나 당내 민주화라는 표면적 목적과 달리 실상 각 정당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선거운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거전략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후보 경선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것은 한편으로 민심을 반영하여 후보의 대표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미화되곤 하지만, 이는 정당의 이념·정책이나 당원의 의사를 무시함으로써 정당의 존재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의 반영 비율이나 설문방식과 같은 세부규칙을 둘러싸고 후보 간에 극한 대립이 빚어지기도 한다. 또 국민경선제에 내재한 기술적 결함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령 국민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의 참여율이 아주 낮고 또한 참여하는 유권자들의 성격도 편중된다면, 일반 유권자뿐만 아니라 정당의 지지기반을 이루고 있는 유권자들의 성격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국민경선에 여론조사를 반영할 경우 후보 선출 과정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사람의 의견도 후보 선출에 ‘무책임하게’ 반영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론조사에 대한 의존은 근본적으로 정당 내부보다 정당 외부에서의 높은 지지를 갖는 인물을 선호하게 되므로, 정치 엘리트의 육성과 충원이라는 정당 고유의 기능은 이제 더욱 위축된다. 그럼에도 민주당, ‘혁신과 통합’과 같은 이전 집권세력들은 ‘이념·노선·정파를 초월하여 한나라당이라는 공통의 적을 상대로 싸워 승리한다면 민생과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이라는 식의 전형적인 인민주의적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 번 그 위력이 확인된 야권 단일화 선거기법을 발전시켜 정계개편과 정권교체의 동력으로 삼으려고 한다. 이들은 당장 차기 총선에서 단일후보 경선 또는 연합공천 방식 등을 통해 반한나라당 선거연대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하여 ‘혁신과 통합’은 재보선 직후 야권 통합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구상을 최근 공개했다. 이와 함께 각 정치세력의 정체성 보장을 위해 통합정당을 집단지도체제로 운영하고 내년 총선 이후 국고보조금을 당선자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들은 이번 야권 단일화가 시민정치와 정당정치의 통합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던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향후 야권 대통합 과정에서 민주당이 아닌 ‘혁신과 통합’이 주도권을 발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박원순 후보도 “민주당이 조금 더 앞으로 문호를 열고 저 같은 사람은 좀 더 많이 포함할 수 있는 혁신과 통합의 과정 거치면 나도 기꺼이 같이 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언론으로부터 ‘불임정당,’ ‘숙주정당’이라는 조롱을 들을 정도로 범야권 내 주도권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야권 단일화로 인한 입지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고, 이것이 자칫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등이 당장 신설합당 방식의 통합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대신 이번 야권단일화와 같은 선거기법을 통해 선거 카르텔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박원순 후보 지지 일반적인 정당의 위기에 조응하여 민주노동당도 최근 수년간 ‘집권 전략’으로 상징되는 탈이념화의 길을 걸어왔다. 민주노동당은 핵심 지지층의 결집과 동원보다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노선 변화를 시도했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서는 당의 조직적 토대를 이루는 노동자·농민·빈민 대중운동의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정당 역시 현실의 선거정치에 치중하면서 정치공학이나 여론조작에 유연하게 적응하게 되었다. 그 결과 민주노동당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를 도입한 데에 이어 올해 정당통합과 선거연합을 강도 높게 추진하였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선거에 독자 출마하여 완주 패배하기보다는 야권 단일화로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일정한 지분을 갖고 공동지방정부에 참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비민주당 개혁세력이 당선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를 민주당의 주도권을 무력화하고 향후 선거연합의 협상력을 높이는 기회로 본 것이다. 최규엽 후보 개인도 ‘질 높은 야권 단일화’를 언급하면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공동정부가 잘 될 경우 내년 대선에서 연립정부도 구성해 볼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최초로 실현된 민주노동당의 후보 단일화와 공동정부 노선이 다시 한 번 분명히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민주노동당은 야권 단일화로 당선된 경상남도, 인천시, 강원도, 서울·경기 기초단체 등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수준의 공동정부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경상남도에서 민주노동당은 강병기 후보가 김두관 후보와 단일화 한 대가로 정무부지사를 맡고 있고 공동지방정부 성격으로 구성된 민주도정협의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를 유연한 선거·정책연합의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여타 지역은 아직 공동정부 구성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지역이 많고 구성된다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공약 실행이 좌지우지되어 선거용으로 그친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 참여와 견제를 통해 실리를 획득했다는 식의 평가가 주를 이루는 듯하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후보 단일화와 이를 대가로 한 공동정부 지분 참여 보장을 실용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동지방정부는 연립정부의 예시적 실천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만일 연립정부 구성이 현실화된다면 민주노동당과 그로 대표되는 민중운동이 집권세력의 하위 파트너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야권 단일화를 주도하는 민주당·국참당이나 그 외곽에 포진한 ‘혁신과 통합’, 또는 이들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시민단체 등 전 집권세력은 정권 탈환을 위해 민중운동을 포섭하려고 시도해왔다. 이들은 평상시 독자적인 정당 체계로 존재하던 세력들을 선거 시기에 정치협상을 통해 선거 카르텔을 형성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민주당이 제안하는 ‘빅 텐트론’이나 ‘혁신과 통합’이 제안하는 ‘백지신당론’은 그 속에서 누가 어떻게 주도권을 쥘 것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진보정당과 민중운동을 자신의 좌익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유사한 효과를 지닌다. 형식적으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선거 카르텔이 반복된다는 것은 범야권이라는 큰 우산을 공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서울본부)은 야권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모집과 야권 단일 후보 선거운동에 매진하였다. 후보 단일화 정책 합의문 중 ‘서울시와 산하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안정적인 노정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며, 서울시 등에 노동복지센터를 설립하여 고용안정과 노동복지를 실현한다’는 조항에 근거를 둔 것이다. 민주노총은 박원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 속에 그와 마찬가지로 무소속 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된 경상남도의 사례를 염두에 두었다. 또 인천시가 공동정부 구성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하고 유관기관 노동조합 해고자를 복직시킨 사례도 참고하였다. 다른 한편에서, 이러한 방침은 진보정당 간 통합이 무산되고 또 진보정당 후보가 독자 출마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한 차선책이라는 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야권 단일화 과정에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지닌다. 우선 주어진 경선 틀에 참여한 것은 그 자체로 민주노동당의 야권 단일화를 추인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수립된 민주노총 정치방침, 즉 ‘야권 단일화 후보는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한다’는 정치방침이 지닌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되풀이한 것이다. 이 방침은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이를 배타적으로 지지해온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을 일순간 개혁세력에 대한 직간접적 지지로 둔갑시킨다. 특히 시민사회 진영을 대표하는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어 민주노총은 지방정부에 대한 개입과 의존도를 훨씬 높일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 점점 더 당면한 실리적 쟁점에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잠시, 미국 노동자운동의 역사를 보자. 미국노총(AFL-CIO)과 민주당의 제휴가 야기한 가장 심원한 효과는 노동조합을 사회운동으로부터 분리한다는 것, 또는 노동조합의 사회운동적 성격을 제거한다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은 정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합원에게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의 활동은 자기 조합원의 실리적 이익만 추구하는 것으로 협소화된다. 민주당 의존적 노동조합 활동은 노동조합의 성격 그 자체를 협소한 이해관계 집단으로 변모시키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민주노총이 야권 단일화와 같은 정치노선을 지지한다면 이는 노동자운동의 주류가 향후 미국식 자-로(自勞, lib-lab) 공조로 재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현재 민주노총 집행부의 다수를 점하는 한 정파는 숫제 ‘집권을 위한 노동운동’을 표방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 하반기 사업계획은 2012년 대선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를 명시하였고 이는 다가올 노동자대회에서 공식 제안될 예정이다. 민중운동이 야권 단일화 프레임 속에서 독자적인 정치적·조직적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내년 정치 국면에서 민주당이나 ‘혁신과 통합’이 주도하는 선거 카르텔의 일부로 흡수 통합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는 정확히 계급의 해체를 의미하며, 경제위기와 정치위기에 대한 민중적 대안의 건설이 점점 더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중운동의 정치적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토론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