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의료와 무상보육을 중심으로 작년 6.2 지방선거 시기 무상급식 정책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향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복지논쟁이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1월 민주당은 무상급식, 무상의료에 이어 무상보육과 반값 대학등록금 정책('3+1' 정책)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시리즈의 행진’(오세훈)‘, ’서민에게 돌아갈 복지를 부자에게 나눠주기 위해 오히려 서민에게는 세금 폭탄’(배은희 대변인) 등의 선정적이 구호로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비난했다. 보수언론은 유럽 국가들의 복지개혁을 예로 들며 ‘복지강국이 앓고 있다’(동아일보)고 선전한다. 그러나 보수진영의 공세적인 비난은 의제를 선점한 민주당의 행보에 대한 신경질적 반응에 가깝다. 사실 이렇게 복지정책이 전사회적인 쟁점이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사회가 진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면서 민중의 삶이 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불만이 사회 유지와 통치를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복지논쟁이 촉발되었다. 복지 확대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복지담론은 그 맥락, 내용, 효과의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둔 선거 전략으로 정략적으로 제기된다는 점,신자유주의를 벗어나지 않는 내용, 그리고 노동자 민중이 중심이 되는 투쟁을 상대화하면서 복지로 노동자 민중이 맞닥뜨리는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유포하는 효과를 가진다는 면에서 문제가 있다. 우리는 2011, 2012년을 지나면서 이러한 경향들을 비판하고 복지 담론의 도배 속에 묻히기 쉬운 노동자 민중들의 ‘진짜 요구’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목소리들을 조직해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 중 무상의료와 무상보육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비판을 통해 그 한계를 짚어보고 보건의료와 보육정책에 관한 노동자 민중의 요구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신자유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민주당 민주당이 무상급식, 무상의료, 영유아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의 복지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은 민주당의 ‘좌클릭’ 정책기조 변화를 상징하는 것인가? 민주당은 2010년 3월 자신의 앞날을 밝히는 포괄적인 보고서인 <뉴민주당플랜>을 발표했다. 뉴민주당플랜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는 제3의 발전모델의 핵심전략으로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제시한다. 포용적 성장은 인적 자원과 중소기업을 중시함으로써 지식산업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빈부격차를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회의 복지는 약자에 대한 사후적 소득이전을 지양하고, 민간부문의 성장과 교육투자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사전적 기회의 평등이 새로운 복지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2010년 10월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지도부 선출과 함께 강령을 개정하였다. 민주당은 기존의 ‘중도개혁주의’ 노선을 삭제하는 대신 ‘중산층·서민’의 정당이며 ‘보편적 복지’를 목적으로 함을 명기하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좌선회하고 있으므로 진보세력과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이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라도 진보개혁 세력의 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뉴민주당플랜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본 틀을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뉴민주당플랜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민주당의 지상과제다”라고 선언하면서도 그 실현 방안으로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제시한다. 즉 노동자 기술숙련 향상과 취업지원 서비스 확대와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다가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교육, 의료, 주택 비용절감을 위한 공공정책을 병행해야 노동유연화가 용이하다는 뜻이다. 다만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확대하거나,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거나,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정책을 내세움으로써 노동자운동에서 주장하는 요구를 신자유주의적 맥락에서 부분적이고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이는 다른 교육, 사회복지, 보건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뉴민주당플랜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 설치한다거나 아동수당을 도입한다거나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계획은 이미 일부 지방자치체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거나 한나라당도 부분적, 단계적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정책 아이템이다. 결국 뉴민주당플랜은 전문가가 설계한 정책이나 사회운동의 요구를 자신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차별성을 드러내려는 것뿐이다. ‘중도개혁주의’를 삭제하고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는 것도 신자유주의와의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거국면에서 자신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며, 노동유연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제기되는 복지는 기존 신자유주의 노선의 연장선일 뿐이다. 즉 민중의 삶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이를 포섭하기 위해서 제시되는 일부 정책을 가지고 민주당의 변화를 운운하는 것은 지극히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해석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는 한국 사회를 진정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차기 재집권을 위한 선거용 구호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민주당이 제시한 무상복지 정책은 분명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보다는 그 대상과 범위에 있어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프레임 자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의 복지정책의 틀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보다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은 재집권 전략으로는 유효할지 모르지만 노동유연화가 가져온 임금저하와 고용불안이 노동자들의 생존 기반을 뒤흔든 것은 비단 이명박 정부 때만의 일은 아니다. 다만 과거 민주당에 비해 더욱 보수화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었기 때문에 복지라는 화두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복지담론이 왜 사회안전망이 더 많이 요구될 수밖에 없도록 이 사회가 더 ‘위험’해졌는지에 대한 논쟁을 은폐하고, 그 위험 속에서 복지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상대화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것은 복지담론의 효과이기 이전에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투쟁이 정세적, 주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음으로써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신자유주의 정부에 대한 반성 없이 ‘민생해결사’를 자칭하는 민주당이나, 민중운동의 중심성을 재건하려 하기보다는 보편적 복지라는 의제를 매개로 선거공학에 몰두하는 진보정당이나 노동자운동 일부의 경향은 심히 염려스러운 것이다. 민주당의 무상의료 1)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과 비용 논쟁 최근 특히 무상의료 논쟁이 활발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중의 가난하고 힘든 삶은 나아질 줄 모르는데, 의료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가구 총수입에서 의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초과하는 경우(WHO)를 의미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가 2002년 1.9%에서 2005년 2.4%, 2007년 2.7%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또한 건강보험료를 체납하여 건강보험의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세대가 2008년 207만 세대에 이른다. 노후자금이 필요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늙어서 아플까봐’이고, 집안에 큰 병 걸린 사람 한 명 있으면 ‘집안 기둥이 뽑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액의 의료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고, 실제로 그 때문에 가계파탄이 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상의료’가 사람들에게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연 민주당은 ‘무상의료’를 실현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이를 위해 민주당이 민중들의 삶을 어렵게 하는 체제를 바꿀 의지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1월 6일 '건강보험보장성강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하였다. 민주당은 건강보험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난 해 8월과 9월에 세 차례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토론회에서는 노무현 정권에 참여했던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의 주제발제와 지정토론을 맡았다. 마지막 토론회인 ‘건강보험 개혁과 향후 과제’에서 김윤 교수가 발표한 내용은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안의 기초가 되었다.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의 주요 내용은 입원진료비의 건강보험부담률1)을 90%까지 높이고(현행 61.7%), 본인부담 상한액2)을 최대 100만원으로 낮추어(현행 최고 400만 원) 실질적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필수의료 중 비급여 의료를 전면 급여화, 간병·상병 등의 비용을 급여대상에 포함, 차상위 계층을 의료급여대상으로 재전환을 제시한다. 진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지출구조 합리화 방안으로는 포괄수가제(입원)와 주치의제도(외래), 중장기적으로 총액계약제, 지역별 병상총량제가 제시된다.3) 또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 참여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에서 가입자의 권한을 확대하고, ‘민간의료보험법(가칭)’을 제정하여 민간의료보험과 역할을 분담시키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재원조달 방안으로는 정부지원금을 현 20%에서 30%로 확대하고, 부자, 건강보험 재정지출의 수혜자 등이 우선적으로 추가소요재정을 부담하도록 한다. 민주당의 무상의료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재원마련 방안이다. ‘건강보험 하나로’는 입원진료비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90%로 높이고, 본인부담 상한을 100만 원으로 낮추기 위해 12조 원의 재원이 더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민들이 선제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민주당은 같은 목표를 5년간 단계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8조 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고지원을 현 20%에서 30%로 늘리고,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연금소득, 금융소득, 종합소득으로 확대하고, 최후 방안으로 보험료 인상을 제시한다.4) 반면 한나라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의료수요의 증가로 현재보다 30조 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무상의료를 인기 영합주의로 비난하고 세금폭탄 혹은 재정적자를 발생시키는 정책이라고 공격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비판의 근거인 30조 원은 그 추계도 과도할 뿐만 아니라 ‘무상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료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옳지도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을 무작정 지지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병원, 제약, 보험자본에 대한 통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있다 하더라도 실현 의지가 있는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간의 비용논쟁은 의료자본 통제라는 핵심적 문제를 비껴가고 있다. 2) 노무현 정권의 보건의료 정책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은 노무현 정권의 보건의료 공약을 떠올리게 한다. 노무현 정권은 보건의료 공약으로 건강보험보장성 80%로 확대, 공공병상 30%까지 확대, 총액계약제, 본인부담금상한제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공공의료의 경우 2005년이 되어서야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을 마련했으나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공공의료기관 수 기준 2002년 8.01%에서 2006년 6.6%로, 공공병상 수 기준 2002년 15.07%에서 2006년 12.32%로 감소했다. 총액계약제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2004년 상반기 공공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대한의사협회 등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최초로 도입되기는 했으나, 병원비 중 비급여의 비율이 높아서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보장성이 강화될 리 없다.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1인당 보험료가 79%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은 59%에서 64%로 겨우 5% 증가했다. 노무현 정권이 공공의료 확충과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대신 추진한 것이 의료민영화다. 노무현 정권은 자본에게 새로운 이윤창출 시장을 제공하기 위해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신성장동력론’을 공격적으로 제기하고, 그 일환으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했던 것을 이어받아, 2004년 10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으로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여 영리법인화와 당연지정제 폐지로 가는 길을 열었다. 2006년 12월에는 ‘1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병원경영지원회사설립, 인수합병, 환자유인알선행위를 허용하고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2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데, 이 법안은 그간 추진해온 의료민영화정책들을 거의 망라한 법안이었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민영화 추진은 동시에 가능한 것인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대형병원, 제약회사, 민간보험의 이윤추구행위를 억제하여 의료비 상승을 제어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이를 억제할 능력도 의지도 갖추지 못했다. 오히려 시장을 키우고 자본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민간 보험자본, 초국적 제약자본, 거대 병원자본의 폭리를 보장하고, 보건의료의 민영화를 통해 의료비를 더욱 상승시키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불변의 현실로 인정했던 노무현 정권이 약속했던 보건의료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3) 자본 제어 방안 없는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 무상의료를 제시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제시하고 있는 무상의료 정책에 자본을 제어하는 전략이 비어 있는 이유다.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필수 의료 중 비급여 의료를 전면 급여화하자고 할 뿐, 병원이 이윤추구를 위해 부당하게 취하고 있거나 무한정 확대되고 있는 비급여를 통제하는 방안은 없다. 예를 들어 입원 비급여서비스 비용의 약 40%를 차지하는 선택진료비5)와 상급병실료6)는 모두 그동안 규제가 지속적으로 완화되면서 부당하게 늘어왔던 비용이다. 진료와 관련 없이 병원의 이윤을 위해 부당하게 환자들에게 부담시켰던 비급여는 급여화할 것이 아니라 규제를 강화해 그 비용을 줄여야 한다. 또 새로운 재료나 기술을 도입하여 비급여로 환자에게 사용할 때, 그 가격은 병원에서 임의로 정한다. 때문에 병원은 계속해서 새로운 비급여를 만들어서 이윤을 늘리려고 한다. 그러나 한국 보건의료체계에는 비급여 항목의 가격이 적절한지, 환자에게 적절히 쓰고 있는지 평가하는 시스템이 없고, 환자에게도 그것을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병원의 이윤추구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또한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에는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초국적 제약회사를 통제하는 방안이 없다. 신약을 급여화할 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가 약가협상을 하는데, 제약회사는 연구·개발 비용을 포함한 생산 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약가를 요구한다. 그러나 역대 정권들은 선진국의 압력을 등에 업고 폭리를 취하는 다국적 제약회사를 통제하지 못했고, 통제할 의지도 없었다. 약제의 상한 금액을 평가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보다는 공급자 측의 위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제약회사와 연루된 위원이 임명되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결국 약제비는 2001년 약 4조 원에서 2007년 약 9조 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건강보험 지출 중 약제비 비율은 약 30%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민간의료보험의 연계로 가입자들의 부담 경감”하겠다고 하면서 민간의료보험을 ‘합리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할 동반자로 인식한다. 현재의 민간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이 담당하지 않는 비급여부분이나 본인부담금 부분에서 대부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비 집행에 있어서 건강보험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의료보험은 자신의 시장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해 반대되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건강보험과 경쟁하거나 나아가서 이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2005년에 유출 공개되어 파문을 일으켰던 ‘삼성생명 내부전략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으며, 현재 민간의료보험의 시장규모는 10조 원을 넘어 건강보험의 40%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 건강을 위해 공공적으로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이윤 획득을 위해 운영되는 민간의료보험은 고위험 환자 가입을 거부하고, 각종 이유를 들어 지급을 거부하며, 지급률은 국민건강보험보다 훨씬 낮다.7) 그런데 이런 민간보험을 규제할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의 재원 마련 방안에는 국고지원 확충 외에 시민·사회단체들이 요구해 왔던 기업의 부담 강화, 현재 정률제인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누진적으로 바꾸는 것, 건강보험료 상한제8) 폐지 방안이 빠져 있다. 자본을 통제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민주당은 병원자본과 한판 전쟁을 필요로 하는 총액계약제, 공공병상확충, 병상총량제를 또 다시 추진하는 척만 하다가 슬그머니 내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복지논쟁의 중심에 있는 재원과 비용 논쟁은 한국 보건의료의 핵심 문제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료가 계속해서 인상되어 왔는데도 불구하고 보장성 강화가 미약한 수준에 머물렀던 이유는 병원, 제약, 보험 등 의료자본의 이윤추구로 의료비가 급격히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료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대부분 민간에 맡겨 의료서비스가 공공적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이윤추구의 대상이 되어왔던 역사와, 그에 따라 높은 의료비는 병원, 제약, 보험 자본의 이윤으로 새어나가고 건강보험 보장성은 높아지지 않은 현실이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어떻게든 재원을 마련해서 새어나가더라도 일시적으로 보장성을 높이겠다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에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속가능한 방안도 아니다. 민주당의 무상보육 1) 민주당의 무상보육, 획기적인 내용 없다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 중 특히 무상보육이 복지논쟁의 대열에 등장한 것은 출산율 저하가 전국가적 문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서 지위가 취약한 여성들이 육아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왔다는 적신호가 출산율 저하로 나타났다. 사실 저출산 현상은 국가경쟁력 약화의 문제가 아니라 이중부담이 한계치에 도달한 여성의 위기를 말한다. 하지만 지배세력은 저출산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고, 경직된 노동시장의 문제로 사고하며, 노동유연화를 통한 여성인력활용을 주요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보육정책을 독립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이러한 관계 속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보편적 복지를 내세운 민주당의 행보에 한나라당이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공세를 퍼부었지만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도 모두 무상보육을 약속했다. 지배세력 모두가 적어도 보육에서만큼은 ‘무상’ 복지를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모두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제시했고, 그 내용이 동일한 틀 속에서 구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5년간 42.2조 원(저출산 부문 19.7조 원)을 투입했고, 이명박 정부는 2011년부터 5년간 78.5조 원(저출산 부문 39.7조 원)을 투여하는 2차 계획을 세웠다. 두 계획은 보육정책으로 보육비 지원과 동시에 보육의 시장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핵심 내용이 동일하다. 민주당의 무상보육도 이러한 연장선에 위치하기 때문에 현 정부 정책을 좀 더 확장하는 수준일 뿐 획기적인 내용은 없다. 보육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그 지원 금액을 높이는 방향이다. 이명박 정부는 시설이용 아동에 대해 소득 하위 70%까지 정부지원 단가로 제공하지만, 민주당은 법정시설 이용 모든 아동에게 표준보육비용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시설 미이용 아동에 대한 양육수당 역시 이명박 정부는 0~2세 아동 중 차상위 계층까지만 제공하고 있는데 비하여 민주당은 0~5세 모든 아동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목표를 집권 5년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민간보육 시장 활성화가 초래할 보육의 양극화와 비용 상승 대책이 없다는 점도 두 세력이 비슷하다. 민주당은 무상보육 논란에 끼고 있지 못하고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에 대해서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다. 현재 전국 보육시설 중 국공립 보육시설은 전체 보육시설의 5.4%이고, 보육시설 이용 아동의 11%만 이용가능하며 평균대기자는 78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아동 수 대비 30%까지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추진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 민간보육 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뉴민주당 정책 방향에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이라는 과제가 언급되어 있지만, 보육비용 지원만 강조하면서 시장화된 보육시설을 통제하고 공적 인프라를 갖춰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2) 저출산 대책이자 여성노동력활용책의 일환으로 제기되는 보육정책 무상의료가 무상이 아닌 것처럼, 무상보육도 무상이 아니다. 두 정책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시도되지 않는다. ‘무상’이라는 선명한 단어는 민주당의 정책을 꾸미는 광고문구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좀 더 많은 예산을 투여해 좀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민주당의 보육정책은 환영할만한 것인가? 양육이 개별 가족의 책임으로 남겨졌을 때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에서 보육비용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보육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을 제기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태는 단순하지 않다. 보육정책이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노동시장정책이자 여성노동정책의 일환으로 제기되기 때문이다. 보육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가운데 양육에 대한 부담도 져야하는 상황이 출산을 기피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에도 정부와 자본은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고용안전과 임금상승, 보육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출산으로 줄어든 생산인구의 공백을 메우고,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여성의 노동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려고 한다. 여성노동력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육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배세력 내에서는 노동유연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사회안전망 확보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널리 퍼져있다. 따라서 보육정책이 노동유연화와 함께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육정책만을 떼어 놓고 판단할 수 없다. 민주당의 보육정책을 평가할 때도 노동유연화에 대한 입장, 특히 여성노동력 활용에 대한 정책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이 동일한 틀로 구성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2차 계획이 1차 계획을 대부분 계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 주목할만한 것은 두 정부 모두 <저출산·고령사회 대책>과 동시에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두 정책이 하나의 세트이자 상호보완물인 것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1차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은 2010년까지 여성경제활동참가율 55% 달성, 여성일자리 60만개 확대를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과 노동유연화 확대를 핵심 수단으로 삼았다. 탄력근무제 확대, 단시간 근로모델 개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이라는 노동유연화를 내세운 것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2010년 2차 여성인력개발 종합계획을 제시했다. 1차 계획을 대부분 이어가는 한편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높이는 방안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두 정부 모두 여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인 지점으로 파고들면 여성을 값싸고 유연한 노동력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자리 잡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이 내놓은 ‘보완’ 정책들은 실효성이 의심스럽거나 실제로 추진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사례로 육아휴가휴직 제도는 고용보험에 등록되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 여성노동자의 상당수는 비정규직이고 그들 중 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는 절반 이하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여성이라도 고용 자체가 불안한 비정규직 여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한다는 것은 엄두내기 어렵다. 이처럼 여성 노동자 다수가 육아휴가휴직 제도를 그림의 떡으로 봐야하는 실정이라 정책 효과가 얼마나 클지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저출산이 고용불안과 저임금에서 비롯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여성에게 더욱 필요하고 적합하다는 사회 인식을 강화하고, 이를 빌미로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고용불안을 감내할 것을 강요하는 단시간 근로모델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는 사회서비스 산업 노동자들은 돌봄노동에 대한 저평가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자성마저 부정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이 답해야 할 질문 민주당의 무상의료는 노무현 정권 보건의료 공약의 확대판이다. 의료비는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청사진을 하나 제시한다고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의료자본 통제, 의료민영화 저지가 없다면 무상의료는 결코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일을 현실화시키려면 자본을 포함하는 보건의료 기득권 세력과의 강력한 한판 싸움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투쟁을 통해 형성된 힘을 바탕으로 ‘질병의 사회경제적 원인’으로서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해결하는 길로도 나아가야 한다. 누가 민주당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또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저출산 대책과 여성인력 활용정책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 정부 모두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여 각종 정책을 쏟아냈지만 미래의 산업예비군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의 출산의무를 강요하고, 여성인력을 값싸게 활용하려고 하며, 가정에서 여성이 담당하던 돌봄노동의 공백은 시장화하는 방식으로 무마하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육이라는 하나의 문제만 가지고 어떤 정책이 낫다고 판단할 수 없다. 오히려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식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고, 보육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여성을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몰아가는 보육정책의 확대라면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무상보육을 내걸고 있는 민주당이 노무현, 이명박 정부와 다르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두 정부가 추진한 여성인력 활용정책과 어떻게 근본적으로 단절할 것인가? 그들이 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지 않는다면 ‘무상보육’도 여성인력활용을 위한 보완책에 머물 것이다. ‘민주당 견인’이라는 미망은 운동의 쇠퇴를 불러올 뿐이다 보건의료운동의 일부는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이 운동의 요구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지지 및 참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의 정책을 중심으로 한 연대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물질적인 힘, 즉 자기 계급이나 강력한 운동이 없으면 매우 취약하다. 정책연합에 참가했다가 그것이 실현되지 못하거나 변질될 경우, 자주적인 힘을 형성하지 못한 운동은 분열하고 쇠퇴할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운동은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참여해서 겪은 뼈아픈 교훈이 있다. ‘민주당 견인’이라는 미망을 버려야 한다. 대신 병원, 제약, 보험 자본의 문제를 폭로하면서 비급여 통제, 공공병상 확충과 같은 자본 통제 방안을 요구하는 담론을 대중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의료비 고통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는 조직되어 있지 않을 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민주당이 제시하는 무상의료가 아니라, 무상의료를 위해 진정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민중들의 요구를 조직해야 한다. 또 지배세력은 여성의 요구를 왜곡해 노동유연화를 관철시키려고 한다. 운동진영은 이에 맞서는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민중운동은 무상보육 정책 논란에 갇힐 필요가 없다. 복지 확대는 민중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민중운동은 그것이 독이든 사과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고, 독이든 사과라면 과감히 거부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 노동권 보장과 보육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당하고 육아와 가사의 책임이 전가되는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1) 건강보험 적용되는 급여항목은 일부 건강보험부담, 일부 법정본인부담으로 지불한다. 총 진료비 중 건강보험부담 비율을 건강보험보장률이라고 한다. 한편,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항목은 전액 환자가 지불한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환자가 직접 내는 돈은 법정본인부담과 비급여를 합한 것이 된다. 본문으로 2)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급여항목 진료비 가운데 6개월을 기한으로 환자 본인이 내는 액수를 일정금액 이하로 한정하는 제도이다. 현재 본인부담 상한액은 소득에 따라 200~400만 원이다. 본문으로 3) 포괄수가제는 질병군에 따라 미리 정해진 일정 금액을 지불하며, 총액계약제는 일정 기간 동안 의료기관 총 지출에 대해 미리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진료비 지불제도이다. 이 같은 제도들은 의료기관의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별 병상총량제는 지역별 병상 수를 제한하는 것으로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확대를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본문으로 4) '건강보험 하나로'가 역진적인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문제 삼지 않고 건강보험료의 선제적 인상을 주장하는 데 비해 민주당의 재원마련 방안에는 부족하나마 이에 대한 개혁 시도가 존재한다. 본문으로 5) 선택진료비는 의료인의 진료 질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의사를 선택함에 따라 진료비에 차등을 두는 것으로, 실제로는 ‘선택’의 의미가 없고 병원의 수입을 늘려주는 부당한 비용이다. 예를 들어 대학병원에서 교수의 진료를 받으면 외래 진료, 검사, 수술 등에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선택진료제도는 1963년에 시작된 특진제도를 시작으로 국립대 병원 의사들의 수익을 보존하는 방편으로 시작됐다. 그러다 1991년 지정진료제로 바뀌면서 의사 개인의 진료 건수 가운데 70% 한도 안에서만 허용됐다. 또 지정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허가 병상 수 400 이상인 대형병원과 치과대학병원등으로 한정해, 보건당국이 심사·관리해왔다. 그러나 선택진료 의사 비율만 80%를 넘지 않도록 정했을 뿐, 개인의 선택진료 건수는 무제한이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는 모두 선택진료가 가능하다. 의료기관의 주 수입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정이 완화된 셈이다. 본문으로 6) 상급병실료는 병원이 5인 이상 다인병실을 50%이상 확보한 경우 1~2인실 등 환경이 더 나은 병실(상급병실)에 대해 환자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환자들은 보험이 적용되는 다인병실을 원하지만 병원에서는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상급병실료를 지불해야 한다. 본문으로 7) 2008년도 기준 생명보험 가입자는 100원을 보험료로 납부하고 64.6원, 손해보험 가입자는 77.2원, 실손형민간의료보험 가입자는 79.3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나머지 차액은 보험회사의 사업비 및 이윤으로 처리된다. 반면 2008년도 기준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는 100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평균 106.6원을 보험급여비 혜택을 받았다. 본문으로 8) 건강보험료 상한제는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 일정한 보험료를 책정하는 제도이다. 소득이 월 4980만 원인 가구는 보험료로 109만 4740원을 내며, 그 이상 아무리 소득이 증가하여도 최대로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가 일정하여 사실상 정액제 보험료와 같다. 한편 보험료 하한을 두고 있어 월 30만 원 미만의 소득에서는 소득이 그보다 낮더라도 표준 보수월액인 28만원 기준, 6030원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본문으로
무상의료와 무상보육을 중심으로 작년 6.2 지방선거 시기 무상급식 정책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향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복지논쟁이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1월 민주당은 무상급식, 무상의료에 이어 무상보육과 반값 대학등록금 정책('3+1' 정책)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시리즈의 행진’(오세훈)‘, ’서민에게 돌아갈 복지를 부자에게 나눠주기 위해 오히려 서민에게는 세금 폭탄’(배은희 대변인) 등의 선정적이 구호로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비난했다. 보수언론은 유럽 국가들의 복지개혁을 예로 들며 ‘복지강국이 앓고 있다’(동아일보)고 선전한다. 그러나 보수진영의 공세적인 비난은 의제를 선점한 민주당의 행보에 대한 신경질적 반응에 가깝다. 사실 이렇게 복지정책이 전사회적인 쟁점이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사회가 진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면서 민중의 삶이 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불만이 사회 유지와 통치를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복지논쟁이 촉발되었다. 복지 확대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복지담론은 그 맥락, 내용, 효과의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둔 선거 전략으로 정략적으로 제기된다는 점,신자유주의를 벗어나지 않는 내용, 그리고 노동자 민중이 중심이 되는 투쟁을 상대화하면서 복지로 노동자 민중이 맞닥뜨리는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유포하는 효과를 가진다는 면에서 문제가 있다. 우리는 2011, 2012년을 지나면서 이러한 경향들을 비판하고 복지 담론의 도배 속에 묻히기 쉬운 노동자 민중들의 ‘진짜 요구’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목소리들을 조직해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 중 무상의료와 무상보육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비판을 통해 그 한계를 짚어보고 보건의료와 보육정책에 관한 노동자 민중의 요구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신자유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민주당 민주당이 무상급식, 무상의료, 영유아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의 복지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은 민주당의 ‘좌클릭’ 정책기조 변화를 상징하는 것인가? 민주당은 2010년 3월 자신의 앞날을 밝히는 포괄적인 보고서인 <뉴민주당플랜>을 발표했다. 뉴민주당플랜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는 제3의 발전모델의 핵심전략으로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제시한다. 포용적 성장은 인적 자원과 중소기업을 중시함으로써 지식산업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빈부격차를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회의 복지는 약자에 대한 사후적 소득이전을 지양하고, 민간부문의 성장과 교육투자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사전적 기회의 평등이 새로운 복지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2010년 10월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지도부 선출과 함께 강령을 개정하였다. 민주당은 기존의 ‘중도개혁주의’ 노선을 삭제하는 대신 ‘중산층·서민’의 정당이며 ‘보편적 복지’를 목적으로 함을 명기하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좌선회하고 있으므로 진보세력과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이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라도 진보개혁 세력의 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뉴민주당플랜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본 틀을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뉴민주당플랜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민주당의 지상과제다”라고 선언하면서도 그 실현 방안으로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제시한다. 즉 노동자 기술숙련 향상과 취업지원 서비스 확대와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다가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교육, 의료, 주택 비용절감을 위한 공공정책을 병행해야 노동유연화가 용이하다는 뜻이다. 다만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확대하거나,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거나,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정책을 내세움으로써 노동자운동에서 주장하는 요구를 신자유주의적 맥락에서 부분적이고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이는 다른 교육, 사회복지, 보건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뉴민주당플랜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 설치한다거나 아동수당을 도입한다거나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계획은 이미 일부 지방자치체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거나 한나라당도 부분적, 단계적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정책 아이템이다. 결국 뉴민주당플랜은 전문가가 설계한 정책이나 사회운동의 요구를 자신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차별성을 드러내려는 것뿐이다. ‘중도개혁주의’를 삭제하고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는 것도 신자유주의와의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거국면에서 자신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며, 노동유연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제기되는 복지는 기존 신자유주의 노선의 연장선일 뿐이다. 즉 민중의 삶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이를 포섭하기 위해서 제시되는 일부 정책을 가지고 민주당의 변화를 운운하는 것은 지극히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해석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는 한국 사회를 진정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차기 재집권을 위한 선거용 구호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민주당이 제시한 무상복지 정책은 분명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보다는 그 대상과 범위에 있어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프레임 자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의 복지정책의 틀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보다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은 재집권 전략으로는 유효할지 모르지만 노동유연화가 가져온 임금저하와 고용불안이 노동자들의 생존 기반을 뒤흔든 것은 비단 이명박 정부 때만의 일은 아니다. 다만 과거 민주당에 비해 더욱 보수화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었기 때문에 복지라는 화두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복지담론이 왜 사회안전망이 더 많이 요구될 수밖에 없도록 이 사회가 더 ‘위험’해졌는지에 대한 논쟁을 은폐하고, 그 위험 속에서 복지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상대화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것은 복지담론의 효과이기 이전에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투쟁이 정세적, 주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음으로써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신자유주의 정부에 대한 반성 없이 ‘민생해결사’를 자칭하는 민주당이나, 민중운동의 중심성을 재건하려 하기보다는 보편적 복지라는 의제를 매개로 선거공학에 몰두하는 진보정당이나 노동자운동 일부의 경향은 심히 염려스러운 것이다. 민주당의 무상의료 1)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과 비용 논쟁 최근 특히 무상의료 논쟁이 활발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중의 가난하고 힘든 삶은 나아질 줄 모르는데, 의료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가구 총수입에서 의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초과하는 경우(WHO)를 의미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가 2002년 1.9%에서 2005년 2.4%, 2007년 2.7%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또한 건강보험료를 체납하여 건강보험의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세대가 2008년 207만 세대에 이른다. 노후자금이 필요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늙어서 아플까봐’이고, 집안에 큰 병 걸린 사람 한 명 있으면 ‘집안 기둥이 뽑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액의 의료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고, 실제로 그 때문에 가계파탄이 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상의료’가 사람들에게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연 민주당은 ‘무상의료’를 실현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이를 위해 민주당이 민중들의 삶을 어렵게 하는 체제를 바꿀 의지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1월 6일 '건강보험보장성강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하였다. 민주당은 건강보험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난 해 8월과 9월에 세 차례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토론회에서는 노무현 정권에 참여했던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의 주제발제와 지정토론을 맡았다. 마지막 토론회인 ‘건강보험 개혁과 향후 과제’에서 김윤 교수가 발표한 내용은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안의 기초가 되었다.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의 주요 내용은 입원진료비의 건강보험부담률1)을 90%까지 높이고(현행 61.7%), 본인부담 상한액2)을 최대 100만원으로 낮추어(현행 최고 400만 원) 실질적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필수의료 중 비급여 의료를 전면 급여화, 간병·상병 등의 비용을 급여대상에 포함, 차상위 계층을 의료급여대상으로 재전환을 제시한다. 진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지출구조 합리화 방안으로는 포괄수가제(입원)와 주치의제도(외래), 중장기적으로 총액계약제, 지역별 병상총량제가 제시된다.3) 또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 참여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에서 가입자의 권한을 확대하고, ‘민간의료보험법(가칭)’을 제정하여 민간의료보험과 역할을 분담시키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재원조달 방안으로는 정부지원금을 현 20%에서 30%로 확대하고, 부자, 건강보험 재정지출의 수혜자 등이 우선적으로 추가소요재정을 부담하도록 한다. 민주당의 무상의료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재원마련 방안이다. ‘건강보험 하나로’는 입원진료비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90%로 높이고, 본인부담 상한을 100만 원으로 낮추기 위해 12조 원의 재원이 더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민들이 선제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민주당은 같은 목표를 5년간 단계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8조 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고지원을 현 20%에서 30%로 늘리고,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연금소득, 금융소득, 종합소득으로 확대하고, 최후 방안으로 보험료 인상을 제시한다.4) 반면 한나라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의료수요의 증가로 현재보다 30조 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무상의료를 인기 영합주의로 비난하고 세금폭탄 혹은 재정적자를 발생시키는 정책이라고 공격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비판의 근거인 30조 원은 그 추계도 과도할 뿐만 아니라 ‘무상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료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옳지도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을 무작정 지지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병원, 제약, 보험자본에 대한 통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있다 하더라도 실현 의지가 있는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간의 비용논쟁은 의료자본 통제라는 핵심적 문제를 비껴가고 있다. 2) 노무현 정권의 보건의료 정책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은 노무현 정권의 보건의료 공약을 떠올리게 한다. 노무현 정권은 보건의료 공약으로 건강보험보장성 80%로 확대, 공공병상 30%까지 확대, 총액계약제, 본인부담금상한제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공공의료의 경우 2005년이 되어서야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을 마련했으나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공공의료기관 수 기준 2002년 8.01%에서 2006년 6.6%로, 공공병상 수 기준 2002년 15.07%에서 2006년 12.32%로 감소했다. 총액계약제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2004년 상반기 공공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대한의사협회 등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최초로 도입되기는 했으나, 병원비 중 비급여의 비율이 높아서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보장성이 강화될 리 없다.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1인당 보험료가 79%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은 59%에서 64%로 겨우 5% 증가했다. 노무현 정권이 공공의료 확충과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대신 추진한 것이 의료민영화다. 노무현 정권은 자본에게 새로운 이윤창출 시장을 제공하기 위해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신성장동력론’을 공격적으로 제기하고, 그 일환으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했던 것을 이어받아, 2004년 10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으로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여 영리법인화와 당연지정제 폐지로 가는 길을 열었다. 2006년 12월에는 ‘1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병원경영지원회사설립, 인수합병, 환자유인알선행위를 허용하고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2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데, 이 법안은 그간 추진해온 의료민영화정책들을 거의 망라한 법안이었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민영화 추진은 동시에 가능한 것인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대형병원, 제약회사, 민간보험의 이윤추구행위를 억제하여 의료비 상승을 제어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이를 억제할 능력도 의지도 갖추지 못했다. 오히려 시장을 키우고 자본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민간 보험자본, 초국적 제약자본, 거대 병원자본의 폭리를 보장하고, 보건의료의 민영화를 통해 의료비를 더욱 상승시키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불변의 현실로 인정했던 노무현 정권이 약속했던 보건의료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3) 자본 제어 방안 없는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 무상의료를 제시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제시하고 있는 무상의료 정책에 자본을 제어하는 전략이 비어 있는 이유다.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필수 의료 중 비급여 의료를 전면 급여화하자고 할 뿐, 병원이 이윤추구를 위해 부당하게 취하고 있거나 무한정 확대되고 있는 비급여를 통제하는 방안은 없다. 예를 들어 입원 비급여서비스 비용의 약 40%를 차지하는 선택진료비5)와 상급병실료6)는 모두 그동안 규제가 지속적으로 완화되면서 부당하게 늘어왔던 비용이다. 진료와 관련 없이 병원의 이윤을 위해 부당하게 환자들에게 부담시켰던 비급여는 급여화할 것이 아니라 규제를 강화해 그 비용을 줄여야 한다. 또 새로운 재료나 기술을 도입하여 비급여로 환자에게 사용할 때, 그 가격은 병원에서 임의로 정한다. 때문에 병원은 계속해서 새로운 비급여를 만들어서 이윤을 늘리려고 한다. 그러나 한국 보건의료체계에는 비급여 항목의 가격이 적절한지, 환자에게 적절히 쓰고 있는지 평가하는 시스템이 없고, 환자에게도 그것을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병원의 이윤추구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또한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에는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초국적 제약회사를 통제하는 방안이 없다. 신약을 급여화할 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가 약가협상을 하는데, 제약회사는 연구·개발 비용을 포함한 생산 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약가를 요구한다. 그러나 역대 정권들은 선진국의 압력을 등에 업고 폭리를 취하는 다국적 제약회사를 통제하지 못했고, 통제할 의지도 없었다. 약제의 상한 금액을 평가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보다는 공급자 측의 위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제약회사와 연루된 위원이 임명되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결국 약제비는 2001년 약 4조 원에서 2007년 약 9조 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건강보험 지출 중 약제비 비율은 약 30%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민간의료보험의 연계로 가입자들의 부담 경감”하겠다고 하면서 민간의료보험을 ‘합리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할 동반자로 인식한다. 현재의 민간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이 담당하지 않는 비급여부분이나 본인부담금 부분에서 대부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비 집행에 있어서 건강보험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의료보험은 자신의 시장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해 반대되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건강보험과 경쟁하거나 나아가서 이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2005년에 유출 공개되어 파문을 일으켰던 ‘삼성생명 내부전략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으며, 현재 민간의료보험의 시장규모는 10조 원을 넘어 건강보험의 40%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 건강을 위해 공공적으로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이윤 획득을 위해 운영되는 민간의료보험은 고위험 환자 가입을 거부하고, 각종 이유를 들어 지급을 거부하며, 지급률은 국민건강보험보다 훨씬 낮다.7) 그런데 이런 민간보험을 규제할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의 재원 마련 방안에는 국고지원 확충 외에 시민·사회단체들이 요구해 왔던 기업의 부담 강화, 현재 정률제인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누진적으로 바꾸는 것, 건강보험료 상한제8) 폐지 방안이 빠져 있다. 자본을 통제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민주당은 병원자본과 한판 전쟁을 필요로 하는 총액계약제, 공공병상확충, 병상총량제를 또 다시 추진하는 척만 하다가 슬그머니 내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복지논쟁의 중심에 있는 재원과 비용 논쟁은 한국 보건의료의 핵심 문제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료가 계속해서 인상되어 왔는데도 불구하고 보장성 강화가 미약한 수준에 머물렀던 이유는 병원, 제약, 보험 등 의료자본의 이윤추구로 의료비가 급격히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료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대부분 민간에 맡겨 의료서비스가 공공적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이윤추구의 대상이 되어왔던 역사와, 그에 따라 높은 의료비는 병원, 제약, 보험 자본의 이윤으로 새어나가고 건강보험 보장성은 높아지지 않은 현실이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어떻게든 재원을 마련해서 새어나가더라도 일시적으로 보장성을 높이겠다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에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속가능한 방안도 아니다. 민주당의 무상보육 1) 민주당의 무상보육, 획기적인 내용 없다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 중 특히 무상보육이 복지논쟁의 대열에 등장한 것은 출산율 저하가 전국가적 문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서 지위가 취약한 여성들이 육아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왔다는 적신호가 출산율 저하로 나타났다. 사실 저출산 현상은 국가경쟁력 약화의 문제가 아니라 이중부담이 한계치에 도달한 여성의 위기를 말한다. 하지만 지배세력은 저출산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고, 경직된 노동시장의 문제로 사고하며, 노동유연화를 통한 여성인력활용을 주요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보육정책을 독립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이러한 관계 속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보편적 복지를 내세운 민주당의 행보에 한나라당이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공세를 퍼부었지만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도 모두 무상보육을 약속했다. 지배세력 모두가 적어도 보육에서만큼은 ‘무상’ 복지를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모두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제시했고, 그 내용이 동일한 틀 속에서 구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5년간 42.2조 원(저출산 부문 19.7조 원)을 투입했고, 이명박 정부는 2011년부터 5년간 78.5조 원(저출산 부문 39.7조 원)을 투여하는 2차 계획을 세웠다. 두 계획은 보육정책으로 보육비 지원과 동시에 보육의 시장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핵심 내용이 동일하다. 민주당의 무상보육도 이러한 연장선에 위치하기 때문에 현 정부 정책을 좀 더 확장하는 수준일 뿐 획기적인 내용은 없다. 보육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그 지원 금액을 높이는 방향이다. 이명박 정부는 시설이용 아동에 대해 소득 하위 70%까지 정부지원 단가로 제공하지만, 민주당은 법정시설 이용 모든 아동에게 표준보육비용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시설 미이용 아동에 대한 양육수당 역시 이명박 정부는 0~2세 아동 중 차상위 계층까지만 제공하고 있는데 비하여 민주당은 0~5세 모든 아동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목표를 집권 5년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민간보육 시장 활성화가 초래할 보육의 양극화와 비용 상승 대책이 없다는 점도 두 세력이 비슷하다. 민주당은 무상보육 논란에 끼고 있지 못하고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에 대해서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다. 현재 전국 보육시설 중 국공립 보육시설은 전체 보육시설의 5.4%이고, 보육시설 이용 아동의 11%만 이용가능하며 평균대기자는 78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아동 수 대비 30%까지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추진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 민간보육 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뉴민주당 정책 방향에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이라는 과제가 언급되어 있지만, 보육비용 지원만 강조하면서 시장화된 보육시설을 통제하고 공적 인프라를 갖춰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2) 저출산 대책이자 여성노동력활용책의 일환으로 제기되는 보육정책 무상의료가 무상이 아닌 것처럼, 무상보육도 무상이 아니다. 두 정책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시도되지 않는다. ‘무상’이라는 선명한 단어는 민주당의 정책을 꾸미는 광고문구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좀 더 많은 예산을 투여해 좀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민주당의 보육정책은 환영할만한 것인가? 양육이 개별 가족의 책임으로 남겨졌을 때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에서 보육비용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보육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을 제기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태는 단순하지 않다. 보육정책이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노동시장정책이자 여성노동정책의 일환으로 제기되기 때문이다. 보육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가운데 양육에 대한 부담도 져야하는 상황이 출산을 기피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에도 정부와 자본은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고용안전과 임금상승, 보육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출산으로 줄어든 생산인구의 공백을 메우고,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여성의 노동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려고 한다. 여성노동력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육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배세력 내에서는 노동유연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사회안전망 확보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널리 퍼져있다. 따라서 보육정책이 노동유연화와 함께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육정책만을 떼어 놓고 판단할 수 없다. 민주당의 보육정책을 평가할 때도 노동유연화에 대한 입장, 특히 여성노동력 활용에 대한 정책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이 동일한 틀로 구성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2차 계획이 1차 계획을 대부분 계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 주목할만한 것은 두 정부 모두 <저출산·고령사회 대책>과 동시에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두 정책이 하나의 세트이자 상호보완물인 것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1차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은 2010년까지 여성경제활동참가율 55% 달성, 여성일자리 60만개 확대를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과 노동유연화 확대를 핵심 수단으로 삼았다. 탄력근무제 확대, 단시간 근로모델 개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이라는 노동유연화를 내세운 것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2010년 2차 여성인력개발 종합계획을 제시했다. 1차 계획을 대부분 이어가는 한편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높이는 방안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두 정부 모두 여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인 지점으로 파고들면 여성을 값싸고 유연한 노동력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자리 잡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이 내놓은 ‘보완’ 정책들은 실효성이 의심스럽거나 실제로 추진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사례로 육아휴가휴직 제도는 고용보험에 등록되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 여성노동자의 상당수는 비정규직이고 그들 중 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는 절반 이하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여성이라도 고용 자체가 불안한 비정규직 여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한다는 것은 엄두내기 어렵다. 이처럼 여성 노동자 다수가 육아휴가휴직 제도를 그림의 떡으로 봐야하는 실정이라 정책 효과가 얼마나 클지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저출산이 고용불안과 저임금에서 비롯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여성에게 더욱 필요하고 적합하다는 사회 인식을 강화하고, 이를 빌미로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고용불안을 감내할 것을 강요하는 단시간 근로모델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는 사회서비스 산업 노동자들은 돌봄노동에 대한 저평가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자성마저 부정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이 답해야 할 질문 민주당의 무상의료는 노무현 정권 보건의료 공약의 확대판이다. 의료비는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청사진을 하나 제시한다고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의료자본 통제, 의료민영화 저지가 없다면 무상의료는 결코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일을 현실화시키려면 자본을 포함하는 보건의료 기득권 세력과의 강력한 한판 싸움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투쟁을 통해 형성된 힘을 바탕으로 ‘질병의 사회경제적 원인’으로서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해결하는 길로도 나아가야 한다. 누가 민주당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또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저출산 대책과 여성인력 활용정책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 정부 모두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여 각종 정책을 쏟아냈지만 미래의 산업예비군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의 출산의무를 강요하고, 여성인력을 값싸게 활용하려고 하며, 가정에서 여성이 담당하던 돌봄노동의 공백은 시장화하는 방식으로 무마하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육이라는 하나의 문제만 가지고 어떤 정책이 낫다고 판단할 수 없다. 오히려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식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고, 보육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여성을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몰아가는 보육정책의 확대라면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무상보육을 내걸고 있는 민주당이 노무현, 이명박 정부와 다르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두 정부가 추진한 여성인력 활용정책과 어떻게 근본적으로 단절할 것인가? 그들이 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지 않는다면 ‘무상보육’도 여성인력활용을 위한 보완책에 머물 것이다. ‘민주당 견인’이라는 미망은 운동의 쇠퇴를 불러올 뿐이다 보건의료운동의 일부는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이 운동의 요구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지지 및 참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의 정책을 중심으로 한 연대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물질적인 힘, 즉 자기 계급이나 강력한 운동이 없으면 매우 취약하다. 정책연합에 참가했다가 그것이 실현되지 못하거나 변질될 경우, 자주적인 힘을 형성하지 못한 운동은 분열하고 쇠퇴할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운동은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참여해서 겪은 뼈아픈 교훈이 있다. ‘민주당 견인’이라는 미망을 버려야 한다. 대신 병원, 제약, 보험 자본의 문제를 폭로하면서 비급여 통제, 공공병상 확충과 같은 자본 통제 방안을 요구하는 담론을 대중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의료비 고통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는 조직되어 있지 않을 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민주당이 제시하는 무상의료가 아니라, 무상의료를 위해 진정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민중들의 요구를 조직해야 한다. 또 지배세력은 여성의 요구를 왜곡해 노동유연화를 관철시키려고 한다. 운동진영은 이에 맞서는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민중운동은 무상보육 정책 논란에 갇힐 필요가 없다. 복지 확대는 민중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민중운동은 그것이 독이든 사과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고, 독이든 사과라면 과감히 거부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 노동권 보장과 보육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당하고 육아와 가사의 책임이 전가되는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1) 건강보험 적용되는 급여항목은 일부 건강보험부담, 일부 법정본인부담으로 지불한다. 총 진료비 중 건강보험부담 비율을 건강보험보장률이라고 한다. 한편,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항목은 전액 환자가 지불한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환자가 직접 내는 돈은 법정본인부담과 비급여를 합한 것이 된다. 본문으로 2)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급여항목 진료비 가운데 6개월을 기한으로 환자 본인이 내는 액수를 일정금액 이하로 한정하는 제도이다. 현재 본인부담 상한액은 소득에 따라 200~400만 원이다. 본문으로 3) 포괄수가제는 질병군에 따라 미리 정해진 일정 금액을 지불하며, 총액계약제는 일정 기간 동안 의료기관 총 지출에 대해 미리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진료비 지불제도이다. 이 같은 제도들은 의료기관의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별 병상총량제는 지역별 병상 수를 제한하는 것으로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확대를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본문으로 4) '건강보험 하나로'가 역진적인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문제 삼지 않고 건강보험료의 선제적 인상을 주장하는 데 비해 민주당의 재원마련 방안에는 부족하나마 이에 대한 개혁 시도가 존재한다. 본문으로 5) 선택진료비는 의료인의 진료 질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의사를 선택함에 따라 진료비에 차등을 두는 것으로, 실제로는 ‘선택’의 의미가 없고 병원의 수입을 늘려주는 부당한 비용이다. 예를 들어 대학병원에서 교수의 진료를 받으면 외래 진료, 검사, 수술 등에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선택진료제도는 1963년에 시작된 특진제도를 시작으로 국립대 병원 의사들의 수익을 보존하는 방편으로 시작됐다. 그러다 1991년 지정진료제로 바뀌면서 의사 개인의 진료 건수 가운데 70% 한도 안에서만 허용됐다. 또 지정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허가 병상 수 400 이상인 대형병원과 치과대학병원등으로 한정해, 보건당국이 심사·관리해왔다. 그러나 선택진료 의사 비율만 80%를 넘지 않도록 정했을 뿐, 개인의 선택진료 건수는 무제한이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는 모두 선택진료가 가능하다. 의료기관의 주 수입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정이 완화된 셈이다. 본문으로 6) 상급병실료는 병원이 5인 이상 다인병실을 50%이상 확보한 경우 1~2인실 등 환경이 더 나은 병실(상급병실)에 대해 환자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환자들은 보험이 적용되는 다인병실을 원하지만 병원에서는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상급병실료를 지불해야 한다. 본문으로 7) 2008년도 기준 생명보험 가입자는 100원을 보험료로 납부하고 64.6원, 손해보험 가입자는 77.2원, 실손형민간의료보험 가입자는 79.3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나머지 차액은 보험회사의 사업비 및 이윤으로 처리된다. 반면 2008년도 기준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는 100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평균 106.6원을 보험급여비 혜택을 받았다. 본문으로 8) 건강보험료 상한제는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 일정한 보험료를 책정하는 제도이다. 소득이 월 4980만 원인 가구는 보험료로 109만 4740원을 내며, 그 이상 아무리 소득이 증가하여도 최대로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가 일정하여 사실상 정액제 보험료와 같다. 한편 보험료 하한을 두고 있어 월 30만 원 미만의 소득에서는 소득이 그보다 낮더라도 표준 보수월액인 28만원 기준, 6030원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본문으로
목적 | 주요 내용 | 예산 (억 달러) | 종료 |
감세연장 | ▫ 전 소득계층에 대한 세율인하 (부시 감세) ▫ 부동산세, 증여세, 자본이득세, 배당세 인하 | 5,684 | 2012 |
▫ 근로소득세 중 사회보장세 2% 인하 | 1,116 | ||
실업자 보호 | ▫ 장기실업수당 지원 연장 | 565 | 2011 |
저소득층 지원 | ▫ 학자금 지원, 육아 지원 | 441 | 2012 |
기업투자 지원 | ▫ 설비투자, R&D 투자, 재생에너지 개발 관련 투자 세액공제 | 772 | 2012 |
합계 | 8,578 |
아일랜드의 2011년 재정건전화 방안 1. 재정지출 축소 (40억 유로) ▫ 자녀복지수당을 자녀당 매월 10유로 삭감 ▫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임금상한 설정(250,000유로/연) ▫ 수상 및 장관 임금 15% 삭감 ▫ 연 12,000유로 이상 공무원연금 수혜자에 대한 연 4% 연금 지급액 삭감 2. 세수증대 (20억 유로) ▫ 국민보험 기여금 납부상한액 폐지 ▫ 자영업자, 고소득공무원 등의 국민보험 기여금 증액 ▫ 사적연금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축소 ▫ 고소득자 대상 각종 세금감면 혜택의 폐지 ▫ 유류세 리터당 4센트 인상 ▫ 예금이자세를 2%p 인상 |
2010년 | 2011년 | |
경제성장률 | 6.1% | 5% 내외 |
취업자 증감 | 31만 명 | 28만 명 |
소비자 물가 | 2.9% | 3% 수준 |
경상수지 | 290억 불 | 160억 불 |
목적 | 주요 내용 | 예산 (억 달러) | 종료 |
감세연장 | ▫ 전 소득계층에 대한 세율인하 (부시 감세) ▫ 부동산세, 증여세, 자본이득세, 배당세 인하 | 5,684 | 2012 |
▫ 근로소득세 중 사회보장세 2% 인하 | 1,116 | ||
실업자 보호 | ▫ 장기실업수당 지원 연장 | 565 | 2011 |
저소득층 지원 | ▫ 학자금 지원, 육아 지원 | 441 | 2012 |
기업투자 지원 | ▫ 설비투자, R&D 투자, 재생에너지 개발 관련 투자 세액공제 | 772 | 2012 |
합계 | 8,578 |
아일랜드의 2011년 재정건전화 방안 1. 재정지출 축소 (40억 유로) ▫ 자녀복지수당을 자녀당 매월 10유로 삭감 ▫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임금상한 설정(250,000유로/연) ▫ 수상 및 장관 임금 15% 삭감 ▫ 연 12,000유로 이상 공무원연금 수혜자에 대한 연 4% 연금 지급액 삭감 2. 세수증대 (20억 유로) ▫ 국민보험 기여금 납부상한액 폐지 ▫ 자영업자, 고소득공무원 등의 국민보험 기여금 증액 ▫ 사적연금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축소 ▫ 고소득자 대상 각종 세금감면 혜택의 폐지 ▫ 유류세 리터당 4센트 인상 ▫ 예금이자세를 2%p 인상 |
2010년 | 2011년 | |
경제성장률 | 6.1% | 5% 내외 |
취업자 증감 | 31만 명 | 28만 명 |
소비자 물가 | 2.9% | 3% 수준 |
경상수지 | 290억 불 | 160억 불 |
2011년은 정치적으로는 달력상의 12달이 아니라 2012년 정치재편기의 전반기로서 존재한다. 2011년~2012년 4월 총선까지가 전반기이고, 2012년 총선 이후 12월 대선까지의 8개월이 후반기인 셈이다. 2011년의 정치지형은 2012년 총대선의 판을 짜기 위한 논란과 이합집산으로 채워질 것이다. 2012년이 위치한 객관적인 조건은 엄중하다. 한해에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연달아 치르는 큰 정치일정은 1992년 선거 이후 20년만이다. 1992년 선거가 사회주의 몰락과 문민정권의 등장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에 치러졌다면, 2012년은 전후 최대의 세계자본주의 위기인 2008년 금융위기가 해소되지 못하고 악화되는 도정에 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북미, 미중 간 힘겨루기는 나날이 험악해져 가고 있다. 2012년에는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중국 시진핑 지도체제의 출범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엄중한 객관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막상 남한 자본주의의 운명을 둘러싼 정치적 격돌을 주도해야 할 노동자 민중운동진영의 주체적 태세는 우려스러운 상태다. 그것은 치열한 권력다툼의 외양과는 달리 지배계급 내부의 정책적 합의가 그만큼 공고하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반신자유주의 사회운동의 패배가 지난 10여 년간 거듭되면서, 이렇다 할 혁신의 계기를 찾지 못한 채 이제는 사회변혁 운동으로서의 정체성의 혼란과 위기가 만연해진 때문이다. 박근혜 독주체제의 특징 지금까지 나타난 바로는 2012년 총대선은 박근혜가 독주하는 가운데,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반한나라당 연합의 대결구도가 전체판세 흐름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재편의 중심 화두로는 복지와 진보대통합이 손꼽힌다.1) 먼저 2012년 총대선 국면을 좌지우지하는 압도적인 대선주자인 박근혜를 살펴보자. 뉴타운개발과 선진경제로 집권한 이명박 정권은 뉴타운 개발거품이 꺼지고 선진경제라는 비전의 허상이 드러나면서 지방선거에 패배했다. 이후 이명박 정권은 G20을 치르고 친서민 경제니 하는 선전 문구를 내걸고 집권 후반기를 맞이했지만, 더 이상 이 정권의 무능을 상쇄할 계기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중반기 이후 대선국면이 펼쳐지면, 이명박 정권은 완연한 정권말기 현상을 보일 것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면, 여야 각 선거주자는 너나할 것 없이 선진경제는커녕 개발거품과 민생파탄 민주압살을 초래하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만 잔뜩 고조시켜놓은 이명박 정권의 책임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박근혜는 이 무능 보수 집권당 소속의 정치인이다.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라는 원죄도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이러한 태생적 한계는 박근혜의 흠이겠지만, 역설적이게도 박정희효과와 TK지방색, 원조 보수라는 정치색은 그의 대선독주를 만들어내는 정치적 자산이다. 어느 때고 흔들리지 않고 탄탄하게 동원되는 20% 후반대의 보수고정표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물론 누구보다 분명한 박근혜의 정치색은 역으로 보수고정표에 못지않은 고정반대표를 불러일으키는 만큼 실제 당선을 위한 40% 이상의 지지율을 받기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근혜는 그렇게 단면적이지만은 않다.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박근혜는 집권당의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이명박의 경쟁자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세종시 사태와 같이 민감한 고비마다 현 정권을 가장 난처하게 만들었던 반대파는 야당이나 진보정치세력이 아니라 박근혜와 친박계였다. 보수 집권당의 오랜 지도자로서 보수파를 결집시키는 힘을 발휘하면서도,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대파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는 유리한 위치를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는 2012년 대선 행보를 시작하면서 이른바 ‘한국형 복지’와 호남통합이라는 카드를 일찌감치 빼들었다. “아버지(박정희)의 유지는 전 국민이 잘사는 것이었다. 그것은 오늘날 한국형 복지국가를 말한다”는 박근혜의 말은 강한 임팩트를 가진다. 실제로 한국 사회복지제도의 근간은 (선별적이고 잔여적인 복지시스템에 불과하지만) 박정희시절에 만들어졌다. 또 박근혜는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강한 이점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이상하리만치 어느 TK 정치인보다도 호남지역에서 지역적인 거부감이 적다. 원조보수로서 보수진영에 대한 강한 지도력을 갖추면서도, 합리적 중도보수주의 이미지와 지역통합의 역량을 보유하는 것, 이것이 정치인 박근혜가 가진 강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2012년 대선정국을 관통하게 될 박근혜 독주체제와 관련해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몇 가지 특징들을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첫째, 박근혜는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이지만, 친박계는 한나라당 내 소수그룹에 불과하다. 2012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박계가 물을 먹거나 총선 결과가 안 좋을 경우, 한나라당과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큰 파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근혜가 당권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는 경선에서 이길 수 없으므로 참여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총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박근혜의 리더쉽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측은 본격적인 2012년 총대선 국면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건 집권 한나라당이 내외적으로 권력구도 상에 불안정성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둘째, 2012년 총대선은 지역주의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전적으로 지역맹주들의 뜻대로 움직여왔던) 삼김시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특히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하고 당 밖으로 눈을 돌릴 경우, 혹은 박근혜의 힘이 너무 커져서 한나라당 밖의 세력들이 박근혜 곁으로 모일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호남지역통합을 노리는 박근혜의 선택은 이후 재편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보수적이고, 호남지역 색채가 강한 친DJ그룹의 일부일 수도 있다. 이러한 예측이 아직은 너무 이를 수 있지만, 과거 지배정치체제의 철옹성이었던 지역주의가 어떤 식으로든 약화 변화될 것이란 점은 설득력 있는 예상이다. 셋째, 박근혜는 이명박 정권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실패한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데 힘쓸 것이며(세종시나 호남통합과 같은 이슈를 매개로),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보수적 이미지 캠페인을 펼치면서도, ‘한국형 복지’와 같은 개혁적 컨셉을 혼합할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나 야당연합의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박근혜를 비판한다면, 그것은 양면적인 박근혜의 정책전략의 한 부분만을 상대할 수 있을 뿐이다. 자유주의적 박정희 비판의 핵심은 “박정희가 정치는 독재를 했지만, 경제발전은 성취했다”는 식의 평가에 있다. 이 같은 평가는 ‘종속적 국가독점자본주의 발전’에 대한 과학적이고 좌익적인 비판을 사장한 결과일뿐더러, 박정희와는 다른 형태의 의회정치인인 박근혜가 경제발전 이미지를 뒤집어썼을 때에는 전혀 무력한 비판이다. ‘한국형 복지’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의 복지가 양적으로 규모가 작고, 잔여적 선별적 한계를 가질 뿐이라는 점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고용안정 없는 말뿐인 복지, 비정규직 철폐 없는 분배개선(임금격차 축소)에 대한 공세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물론 박근혜와 보수진영에서조차 복지를 전면에 내걸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사실을 넘어서는 실내용은 그리 크지 않다. 이명박의 친서민정책의 레토릭을 불가피하게 손봐야 하는 저출산고령화대책 관련 복지제도개혁에 사용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해도 무방한 정도다. 오히려 문제는 박근혜조차 복지를 말할 수밖에 없는 민생파탄의 상황이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경제규모는 5배 커졌지만, 빈민의 규모도 2배가 늘어났고, 이제 어떤 방식으로든 이들에 대한 구제방책을 정비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른 것이다. 2011년 복지예산이 최대라면서, 한국은 이미 복지국가라는 망언을 한 이명박의 진실 또한 여기에 있다. 즉 복지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복지를 하지 않고는 사회가 유지 불가능한 것이다. 반한나라당 연합의 형성과 신자유주의 문민정권 20년 한나라당의 대선대응이 친이계 친박계 간의 당내 갈등과 통합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민주당의 대선대응은 야권후보단일화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다. 뚜렷한 대선후보도 없고, 내부통합력도 강하지 않고, 뭐하나 내세울 것 없는 처지지만, 민주당이 주도하는 반한나라당 야권후보단일화는 한국정치를 점차 양당체제의 모양새로 만들어가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큰 틀에서 반한나라당 연합은 민주당 중심의 단일통합 정당을 추진하는 빅텐트론과 제3지대 야권통합론을 한편으로 하고, 비민주 야권통합론, 혹은 진보대통합론을 다른 한편으로 구분된다. 빅텐트론과 제3지대 야권통합론은 미국 민주당식의 단일정당을 추구하는 것이고, 뒤의 진보대통합론은 (각 논자와 세력마다 세부적인 강조점은 다르겠지만)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정당 중심의 비민주 야권이 선통합/연대를 이룬 뒤에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 중 민주당의 우선적인 관심이야 민주당 중심의 야권통합에 있겠지만, 민주당내 소장개혁파 그룹은 당내 중도보수파와의 경쟁 차원에서라도, 비민주 진보통합 흐름과의 직간접적 연계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진보정당들이 주도하는 진보대통합론의 문제점은 노동자 민중운동의 대응 차원에서 별도로 다뤄야 할 것이고, 우선은 반한나라당 연합이 추구하는 진보(개혁) 보수의 양당 지배체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리해보자. 돌이켜보면, 2012년 총대선은 신자유주의 문민정권 20년의 결산이다. 그 20년간 보수주의 지배분파와 자유주의 지배분파는 사생결단의 권력투쟁을 벌여왔고 여전히 날카롭게 대립 중이다. 하지만 국가운영의 근간이 되는 핵심 정책상의 근본적인 정책(이념)적 차별성은 없다.2) 이 두 분파는 정책적으로 거의 완전하게 수렴되었다. 군부독재체제는 보수대연합을 통해 신자유주의 문민정권으로 이행했고, 반독재 보수야당은 인민주의적 신자유주의세력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서로 간의 차이가 사라지고 정책 이념적 수렴이 진행될수록, 역설적이게도 지배분파(정당) 간의 죽고 죽이는 권력투쟁과 실리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대립은 격렬한 양상으로 벌어졌다. 그만큼 두 지배분파가 책임지고 있는 남한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된 탓이다. 누군가 감옥에 가거나 실제로 죽는 식으로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경제위기를 호도하기 위한 ‘다른 정치 수단’3)이 정치를 대신하게 되고, 단지 상대방의 당선을 저지하자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 여타 계급대립의 쟁점들을 집어삼키면서, 내용 없는 양당체제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어떤 일관된 이념 없는 실리주의와 인민주의적 동원정치가 바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반한나라당 연합의 힘이자, 연합정치의 힘의 본질이다. 진보대통합론과 정치세력화운동의 역사적 의미 2010년 12월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합의하고 이를 위해 가칭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구성하기로 했다. 아직 세부적인 계획과 상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선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회당4)으로 나누어진 진보정당들 간의 통합을 추진하고, 여기에 민주노총이 적극 참여하고,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진보교련)이나 진보통합-복지국가를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 등이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진보대통합이 그 출발을 알린 것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진보대통합이 대통합이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실질적인 진보운동의 재구성이나 대통합적인 사회운동전략이라기보다는 선거를 앞둔 진보정당들 간의 당 통합논의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노동자 민중운동이 추구해야 할 진보정치 재구성과 내실 있는 운동 계획을 어떻게 수립하느냐의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수준의 문제다. 진정으로 정색하고 짚고, 비판해야 할 문제는 진보대통합론이 포괄하고 있는 이른바 ‘연합정치’ 류의 계획과 구상이다. 즉 통합과 연합의 범위를 기존의 진보정당들만이 아니라 민주당을 제외한 야 4당(특히 국민참여당과 친노세력) 및 그 일부로까지 확장시키자는 것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선거 후보계획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런 구상/전략의 초점은 2012년 총선-대선 전에 민주당을 최대한 압박하는 것을 통해 협상력을 최대화한다는 점에 맞추어져 있다. 즉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35.1%를 얻고, 야 5당이 약 17.5%5) 가량을 득표했으나, 실제 당선자 수는 민주당이 두 배 더 많이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 교섭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면, 실득표력+@를 더해서 20석의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구상은 단지 우리의 기우가 아니라 진보대통합의 실제적인 다수 흐름이다. ‘진보대통합과 복지국가를 위한 시민회의’는 가장 적극적으로 비민주 야권통합을 진보대통합의 기본 계획으로 삼자는 입장이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그와 대동소이한 구상을 공식 입장으로 채택한 바 있다. 즉 2012년 대선에서 야권단일후보를 세워, 그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루어 '공동정부'를 수립하자는 이른바 공동 집권전략이 그것이다. 또 진보신당의 심상정 그룹을 위시한 이른바 통합론자들이 이와 유사한 연합정치 구상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오늘날 진보대통합론이 가지는 민중운동사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잠시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와 관련된 지난 역사를 회고해보자. 노동자 민중운동에 1992년 선거는 87년 이후 분출한 대중적인 계급투쟁의 물결이 1991년 5월 투쟁 패배를 고비로 예봉이 꺾이고, 뚜렷한 전망을 찾지 못하게 된 시점에 놓여있었다. 애초에 ‘정치세력화’라는 슬로건은 1987년 대선 시기에 수립된 것이었다. 이 때 핵심은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로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DJ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벗어나서, 민중운동의 독자적인 정체성과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즉 그것은 1987년 6월 항쟁과 7·8·9월 노동자 대투쟁을 어떤 정치적, 조직적 성과로 수렴해낼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계획이자 입장이었던6) 것이다. 그러나 1992년 총대선에서 ‘정치세력화’는 91년 계급투쟁 패배 이후 급격하게 수축한 대중운동의 상태를 반영했을 뿐이고, 길을 잃어버린 반독재 민주혁명 전략의 빈자리를 메웠을 따름이다. 이 후 ‘정치세력화’는 진보정당의 건설과 선거참여라는 의미로 축소되고,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1990년대 내내 노동자 민중운동의 전략적 공백을 대신해왔다. 결국 1995년에 민주노총이 건설되고, 1999년에는 민주노동당이 건설되었으나, 이는 대중운동의 성공과 변혁이념이 확산되는 과정이 아니라 급진적인 대중운동이 쇠퇴하고 변혁이념이 해체되는 1990년대 운동의 부정적 수렴점이었던 것이다. 이와 비교해보자면, 2012년 선거를 앞두고 추진 중인 ‘진보대통합(진보대연합)’의 배경에는 2000년대 내내 전투적 힘을 잃고 우경적인 부침을 거듭해온 민주노총-민주노동당(및 진보신당) 체제의 위기가 있다. 90년대가 지리한 쇠퇴의 10년이었다면, 반신자유주의 기치를 내걸고 끈질긴 대중적 저항이 힘겹게 이어져 온 2000년대는 거듭된 패배의 10년이었다. 진보대통합론은 이 같은 대중운동의 쇠퇴를 반영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제 노동자 민중운동은 더 이상 공세적인 대중운동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실제로 어느 단위도 선뜻 2011년 이후 이렇다 할 투쟁 전망을 제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모두가 2012년 총대선 국면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특히 2009년~10년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노조법개악저지에서 거듭 패배하고, 최근 불법파견투쟁7)에서 난항에 빠지며 위축된 민주노총은 현재 뚜렷한 투쟁계획 없이, 2012년 총대선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어 노동악법을 개정하는 것이 유일한 살길이라는 식의 구상만 있을 뿐이다. 2011년 말 노동악법 개정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이는 야 5당 연대가 주축이 되는 ‘노동법개정대책회의’ 사업의 일환이며, 이 같은 야권연대의 전략적 목표달성은 ‘정권교체’ 여부에 달렸다. 바야흐로 노동자 민중운동의 정체성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2012년 정치재편기는 노동자 민중운동에게 있어, 부르주아 자유주의 정치세력들과의 노골적인 선거연합을 기화로, 2000년대에 코퍼러티즘운동(및 조직과 전략)이 불안정하게나마 유지해왔던 반신자유주의 사회운동과의 동행 관계를 청산하는 과정으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 진보대통합론의 한계 : 연합정치 구상과 복지국가(동맹)론의 문제점 진보대통합론8)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이 사회운동 전략이 아니라 야권후보단일화를 중심으로 하는 선거 전략에 그치고 있다는 점과 그 안에 이른바 ‘연합정치’론(혹은 민주대연합 활용론)과 복지국가(동맹)론이 굳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민중운동의 곳곳에서 발언력을 높여가고 있는 ‘연합정치’론은 현재의 계급역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민주당의 양보, 혹은 민주당과의 협상력 증대만을 기대하는 허황된 전략이라는 점에서 문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상대적으로 소수파인 노동자 진보정치진영이 민주당과 동등한 자격으로 연합을 이룬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연합을 강행하는 것은 부르주아 정치와는 양립하기 어려운 진보정치의 운동과제와 이념을 포기하거나 변형하는 길뿐이다. 물론 그런 포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양보를 얼마만큼 받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시 말해서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나 비민주 야 5당 간의 진보대통합이 선거공학적인 측면에서라도, 어떤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 그 전제조건은 민주당과의 의미 있는 협상의 성사 여부에 달렸다.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권정당들의 연합을 어떤 규모로 이루어 민주당을 얼마만큼 압박할 수 있느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또 그런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내어줄 수 있는 것은 민주당 취약 지역구 몇 석의 야권단일후보 공천과 제한된 형태의 정책연대, 쉐도우 캐비넷(예비내각) 참여 약속 등이 전부일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와 노동자 민중운동 요구의 삭감일 것이다. 그런 대가에 비하면, 그 정도의 양보를 공동 집권이니 진보대통합전략이니 하는 수식어로 합리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민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그리 큰 것도 아닌 상황이라면, 민주당이 내어줄 것은 더 줄어들고, 민주당이 요구할 것은 더 많아질 것이다.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진보진영이 고집을 부린 탓이고, 혹여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건 야권통합을 이루었기 때문일 뿐이다. 한편, 빅텐트론이 자유주의적인 미국식 양당제를 모델로 한다면, 진보대통합론은 유럽식 복지국가, 사민주의 정당모델을 추구한다. 진보대통합론은 상당 부분 이념적이고 강령적인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 정치전략이나 사회재편방안으로 제시되는 복지동맹론, 대안적인 경제체제의 상으로 제시되는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 정책대안론적인 복지 대안정책론과 결합되어 있다. 여기에서 이들 다양한 수준의 복지모델과 담론들을 분석할 수는 없지만, 대략의 문제점을 핵심적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을 가능케 했던 핵심 제도는 임금억제를 바탕으로 자본과 국가의 양보를 받아내었던 코포러티즘 모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럽식 복지동맹은 현재와 같은 금융대공황시기에는 불가능한 대안이다. 이미 금융세계화를 유일한 생존 대안으로 선택한 재벌이 노사정합의를 통한 복지동맹을 성사시킬 수는 없다. 국가 역시 재벌과 미국의 의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선택을 할 수는 없다. 스웨덴이나 유럽복지국가들이 처한 위기와 현실을 참고해야 한다.9) 둘째, 그럼에도 보편적 복지를 가능한 수준과 방식으로 실현하자는 많은 주장은 사실은 DJ-노무현 시절 내내 보아왔던 ‘일하는 복지’, ‘역동적 복지’와 다를 바가 없는 복지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노동조합이 노동신축화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국가와 자본이 유연안정성을 제공하는 계급타협 모델에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노동신축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임금억제를 통해 산별교섭력을 확보한다는 코포러티즘 모델보다도 후퇴한 것으로 계급적 단결을 근본적으로 포기하는 선택이다. 또 그 대가로 주어지는 유연안정성이란 파괴적인 효과를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큰 탈 없이 수행하기 위한 정책보완물이다. 만약 그 정도 수준의 복지라도 고통받는 민중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진보적 대안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신자유주의개혁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고, 노동자계급 단결의 토대를 포기하는 대가를 호도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셋째, 세금을 늘려서 복지를 확충하자, 국방비를 줄여 복지를 늘리자, 4대강 사업을 중단해서 복지를 늘리자는 식의 주장은 복지는 무조건 좋은 것이고, 복지를 주장하는 것은 어떤 요구건 옳다는 식의 논리다. 이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논리이며, 복지 지상주의다. 이들의 복지요구주장은 실질적인 (주체형성과 사회구조변혁을 위한) 사회운동적 대안이 아니라 오직 (동원을 위한) 정치(공약)구호로만 존재한다. 넷째, 효과적인 계급타협의 상이나 전반적인 금융위기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복지체제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대안체제에 대한 구상들이 제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안산업동맹(친환경적 녹색산업과 대안 농업 등의 연대)이나, 대안산업이라는 구상들은 다분히 비현실적으로(재벌과 국가의 양보를 기대하는) 여겨질 수밖에 없는 사회복지국가의 전망을 합리화하기 위해 부득불 고안해 낸 그림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들은 규모가 턱없이 작거나, 자본주의체제 내적인 성격이 너무 강한 나머지 대안모델로서의 이념이 불분명하다.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정치개혁과 평화, 복지개혁으로 이루어지는 복지동맹론에서는 복지의 양적인 확대와 좋은(?) 산업(자본)의 육성이 구조변혁을 대신한다. 여기서 좋은 산업이란 아래에서처럼 녹색 대안산업이거나, 전통적인 사민주의에서처럼 국유 공공부문의 확대이다. [%=사진1%] 대중운동의 강화와 좌익화를 위한 대안좌파 형성을 향해 일찌감치 다수의 노동자 민중운동진영이 2012년 총대선 정국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2012년의 정치 일정이 객관적으로 얼마나 중대한가와는 별개로, 민중운동의 2012년 계획이 오늘날 계급대중운동에 주어진 곤란한 과제들을 공세적으로 돌파해내는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2000년대 노동자 민중운동의 거듭된 패배와 쇠퇴의 누적적 효과를 반영한다. 실제로 2009년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노조법개악저지 투쟁 패배와 2010년 현대차 불법파견철폐투쟁의 난항 이후, 어느 노동자 민중운동단위도 2011년 이후 대안적인 투쟁전망과 계획을 수립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힘겨운 민중연대보다는 손쉬운 야권연대를 우선시하고, 대부분의 투쟁계획이 2012년 선거결과여부와 결부된 입법정책 요구안 나열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민중연대 자체가 역동성을 잃고 동원식 집회와 상층 협상 중심으로 쇠퇴했기 때문에, 야권연대가 민중운동의 일상이 되는 현실의 심각성이 잘 부각되지 않기도 한다. 단적으로, 야권연대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야권공조정치를 강조한다. 그런데 '문제 해결을 위한 야권연대'의 틀 안에 갇히게 되면, ‘연대’는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는 운동을 강화하고 함께하는 활동이 아니다. 연대는 투쟁하는 노동자 주체들의 격앙된 운동을 억누르고, 조금이라도 합법적인 틀을 벗어나는 부분은 배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노동자 민중운동의 기본 정체성이 위협받는 것이다. 지난 2000년대는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의 코포러티즘적인 운동 구조를 ‘잃어버린 90년대’의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그러나 충격적으로 개막된 IMF시대는 신자유주의에 맞선 대중적 저항과 새로운 반신자유주의 사회운동의 결합을 요구했다. 그 결과 2000년대 민중운동은 코포러티즘적인 운동구조와 반신자유주의 사회운동의 새로운 도전들이 불안정한 공존10)의 형태로나마 유지되어 왔다. 이제 오늘날 다가온 2012년의 재편기는 2000년대 내내 반신자유주의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명맥을 이어온 진보정당-노동조합 운동이 더 이상 스스로 대안적인 투쟁전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자기 정체성을 잃어가면서, 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정치연합 추진을 기화로 재분열하게 되는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 틈바구니에서 대안좌파 형성과 재건, 혹은 (좀 더 비관적으로 본다면) 사회 운동적 좌파들의 정치적 생존 자체가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연합정치론류의 세력들과 논자들은 종종 열악한 민중운동의 현실과 그에 대비되는 강한 보수 세력의 위협을 이유로 들어 자유주의세력과의 연합을 정당화하곤 한다.11) 그러나 이번 현대차 투쟁에서도 명확히 재확인된 바와 같이, 지난 2000년대 내내 노동자 민중운동이 움켜쥐고 돌파하는 데 실패해왔던 계급대립의 핵심지점은 자유주의(리버럴진보) VS 보수주의의 대립이나 정권교체가 아니라, 노동자계급 내 내부 분할과 정체성 상실이다. 무너진 노동자 민중운동 정체성의 재형성과 계급적 단결! 사회운동의 근본적 혁신과 재조직화, 혹은 대안좌파 형성이라는 이름으로 지칭되어온 과제들은 자본과 국가를 상대로 한 어떤 요구(정책)안이나 선거공약들보다 더 긴급하고, 전략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자계급대중운동 내부로부터의 변화는 명확한 시대인식과 일관되고 원칙적인 이념에 기반을 둔 새로운 주체형성만이 그 성패를 가늠 짓는 관건이 될 것이다. 세계금융위기-신자유주의 비판과 대안세계화, 인민주의 극복12)이라는 당면 시대인식의 기본관점을 굳게 세워야 한다. 그러한 이념적 주체적 중심이 정치적으로나 조직적으로 분명히 설 수 있을 때에만, 온갖 자기 합리적 논리와 이합집산으로 혼란스러운 재편 속에서 대중적 좌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러한 힘만이 선거용 창당(합당)이나 야권후보단일화 논의로 고착화될 위험이 다분한 진보통합 흐름이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복구와 사회운동의 재건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로 복무하게 하는 조건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1) 진보대통합과 진보대연합을 구분해서 쓰기도 한다. 진보대통합은 단일정당통합까지를 포괄한다고 하고, 진보대연합은 선거연합의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 그 같은 용어 구분은 하지 않고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진보대통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본문으로 2) 한국독립당 이래로 명맥을 이어온 보수반공 야당이 반독재민주화 운동전선에서 어렴풋이 가져왔던 진보적 색채는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계기로) 감성적인 정치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최초의 문민정권이었던 YS정권이 전두환 노태우 정권의 경제안정화정책이나 산업구조조정정책을 신경제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계승했듯이, 이명박 정권은 DJ 노무현정권의 비정규직노동법 개악과 공기업 개혁, 한미FTA와 같은 신자유주의 개혁을 그대로 이어갔다. 마찬가지로 박정희의 딸이라는 원죄를 지닌 박근혜 보다 민주당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진보적인 차별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지난 2010년 초 지방선거 시기 5+4협상에서, 자유주의 지배분파의 가장 왼쪽에 위치해있다고 분류되는 국민참여당과 친노 정치그룹은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에 마지막까지 소극적이었다. 또 국민참여당은 당 강령에서 ‘적극적 개방을 통한 선진통상국가’를 명시하고 있다. 그들은 말로는 신자유주의를 반성한다고 하지만, 노동신축화와 금융세계화의 핵심 정책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3) 부패 비리수사와 각종 스캔들 폭로 수법들, 정치이미지 마케팅 등 본문으로 4) 아직 사회당과의 통합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동의하고 있지 못한 모습이다. 본문으로 5) 2010년 6.2지방선거의 각 당 전국득표율은 다음과 같다. 한나라당 39.83%, 민주당 35.10%, 선진당 4.53%, 민주노동당 7.35%, 진보신당 3.13%, 국민참여당 6.65%, 사회당 0.39% 본문으로 6) 그것의 구체적 형태는 선거득표나 공직 진출이 아니라, 후보전술과 결합된 이후의 민중운동 지도부 구축이었다. 본문으로 7) 2010년 11월에 시작된 현대차 불법파견저지 투쟁은 1공장 점거농성은 해제되었지만, 아직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2011년 연초부터 2,3차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GM대우 비정규직 고공농성투쟁 역시 12월 이후 해를 넘기며 진행 중이다. 본문으로 8) 현실의 진보대통합론은 다양한 편차를 보인다. 우선 민주노동당은 진보대연합을 민주당 등과의 반한나라당 연합과 동시에 별도로 추진하는 이중전략을 구상한다. 반면 진보교련의 손호철 교수와 같은 논자들은 이러한 민주노동당류의 민주대연합론을 비판하면서, 선진보대연합-후민주연합 활용론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과는 달리 손호철 교수는 자신 역시 민주당 좌파와 국민참여당 좌파와의 연합과 견인을 주장한다. 결국 민주노동당류의 진보연대연합과 손 교수류의 진보대연합의 차이는 국민참여당 및 민주당 좌파와의 부분적 연합이냐 전면적 연합이냐는 정도의 차이다. 본문으로 9) 그러나 최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복지국가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라는 칼럼에서 보듯이, 복지국가론자들은 현재의 시기를 보수정당들조차 복지정책을 받아들이고, 좌클릭을 선택하는 시대로 보는 낙관론으로 일관하고 있다. 본문으로 10) IMF범국민운동본부를 시발로 2000년대 초반에 결성된 '반신자유주의 민중생존권 쟁취 전국민중연대'의 시도와 해소는 그러한 2000년대 운동의 모습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본질적으로 전국민중연대는 민주노총과 전농, 빈민 학생 대중조직들과 진보정당, 사회단체들의 상층연합이라는 한계를 지닌 조직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전국민중연대는 1992년 전국연합의 분열 이후 사라진 상시적인 민중운동 공동투쟁단위의 복원시도라는 의미를 지녔다. 2000년대 초반 곳곳에서 반신자유주의적인 생존권 투쟁이 줄 잇고, 다양한 WTO, FTA 투쟁들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전국민중연대는 각급단위 대중조직과 진보적 사회운동 간의 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한 거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전국민중연대는 결국 우파진영의 패권적인 조직운영을 기화로 2007년에 자기 한계를 드러내며 공식 해산결의조차 없이 한국진보연대 출범을 강행했다. 이렇게 출범한 한국진보연대는 반신자유주의 민중연대를 지향하기 보다는 다수우파진영의 패권적인 정파조직에 불과했다. 본문으로 11)그 외에도 (민중운동의 주체역량 부족론과는 다른 맥락에서) 연합의 정치를 정당화하는 논리는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포스트 87년 체제론’이다. 즉 반독재 민주정부의 시기가 지나간 뒤에, MB정권의 등장을 계기로 하여 ‘포스트-민주화’ 시대, 포스트 87년 체제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논란의 지점은 이명박 정권의 등장을 DJ-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신자유주의 정권의 연속선상에서 볼 것인가, 반민주보수정권의 단절적 등장으로 볼 것인가이다. 이런 관점에 설 경우에는, 그동안 DJ-노무현 정권 시절의 반신자유주의 전선은 부차화 된다는 것이 문제다. 즉 그동안 이렇다 할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위기에 빠진 반신자유주의 전선은 경제주의적 편향을 가지는 협소한 운동 전략으로 치부되어버리고 만다.(반신자유주의전선을 이른바 ‘97년 체제’라고 부른다.) 그래서 이제는 한계를 드러낸 협소한 반신자유주의 운동 전략을 넘어서, 민주(개혁)-진보세력의 연합으로 보수집권 세력에 맞서자는 것이 핵심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반신자유주의 사회운동의 확장과 혁신을 고민하기보다는, 반신자유주의운동의 포기와 자유주의적 전환을 정당화하고 따를 뿐이다. 또 비슷한 맥락에서 노무현이 정치에서는 민주주의를 달성했으나, 노동에 소홀했다는 식의 평가가 있다. 이 같은 평가는 노무현정권이 비정규노동악법을 제정하고 노동열사를 양산해낸 사실을 “한때의 실수로 눈감아주자”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나아가 이러한 입장은 박정희가 경제발전에는 성공했지만 정치에서 독재를 했다는 평가와 동일한 맥락에서 자유주의적 이념을 공유한다. 이러한 자유주의적 역사관은 남한 자본주의의 주요모순인 ‘종속적 발전’의 문제를 철저히 왜곡한다. 즉 80년대에는 신식민지적 종속성을 ‘저발전’으로 오해한 나머지 계급투쟁의 전진을 회피하고 민주변혁의 과제를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제한하려 했고, 90년대 이후로는 국가 독점적 발전을 재벌과 국가가 주도하는 착취체제의 고도화가 아니라 ‘진보’로 호도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12) 반한나라당 연합이 인민주의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자세한 비판은 2010년 7-8월호 「반MB연합 비판의 쟁점들」을 참고하시오. 특히 2011~2012년 정치정세에서 눈에 띄는 인민주의적 정치 캠페인중의 하나는 문성근이 시작한 이른바 ‘백만민란’ 야권대통합 흐름이다. 백만민란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의 전 정치세력들이 제3지대에 신당을 건설해서 통합하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은 야권통합의 정책적, 이념적 기준이 전혀 없다는 것인데, 이는 어떤 실수나 미쳐 준비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 놀랍다. 폭넓은 통합에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즉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개혁진보세력 전부 모여라!”는 정치동원 슬로건과 계획 말고는 다른 어떤 이념적, 계급적, 심지어는 정책적 내용도 삭제하는 것이다. 백만민란 보다는 덜 극단적이고, 진보적인 색채가 배어있는 진보집권 플랜 등 적지 않은 진보대통합론들도 “이념 없는 정치적 동원”이나 (슈퍼스타K 방식의 후보단일화 인기투표와 같은) 인민주의적 정치캠페인을 진보적 대안으로 제기하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