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동자의 죽음과 전쟁을 부른 노무현정권의 집권 노무현정권이 등장하자마자 벌어진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는가. 이미 2003년에 배달호, 김주익, 이현중, 이용석, 곽재규 동지가 연달아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박정희 독재정권 치하에서 저임금, 장시간노동, 노동탄압으로 신음하던 노동자도 인간이라고 선언하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지 이미 30여년이 지났건만 왜 지금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냐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울부짖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자살로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천인공노할 발언으로 노동자에게 크나큰 아픔과 상처를 주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항거할 수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노동자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무노동 무임금, 해고와 구속, 손배가압류라는 모든 잔인한 수단을 동원하여 더 많은 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데 앞장섰다. 나아가 노동조합 활동을 위협하며, 노동자를 경제파탄 원흉이자 집단 이기주의의 화신으로 몰고 가는 잔혹한 악선전을 펼쳤다. 이 뿐이 아니다. 노무현대통령은 2003년 5월 취임 후 첫 번째 방미에서 “53년 전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황당무계한 발언으로 온 국민에게 굴욕감과 수치심을 안겨 주었다. 노무현 정권은 “미국에게 할 말은 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더 이상 굴욕적일 수 없는 발언으로 미국에 아부하는 게 방미의 목적이었다는 사실이 온 천하에 드러났다. 이미 노무현 정권은 2003년 3월 이라크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미국을 지지하는 담화를 즉각 발표하고 그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파병을 결정해버렸고, 4월말 서희·제마부대가 이라크로 떠났다. 노무현 정권은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이나 이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묻는 아무런 절차도 없이 미국의 요구에 즉각 호응하여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국민의 80%가 미국의 추악한 이라크 침략전쟁을 규탄했고, 전쟁범죄에 한국이 동참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노무현 정권은 이를 무시하고 2003년 하반기에 추가 파병을 추진했고, 결국 2004년 8월 자이툰 부대가 출국했다. 또한 2003년 10월 노무현 정권은 “재신임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난데없는 제안으로 온 국민을 당혹케 했다. 이미 노무현 정권은 집권 초반부터 불법 선거자금 의혹에다가 측근 비리까지 겹쳐 위기에 빠졌지만 “우리의 불법선거자금은 한나라당의 10분의 1도 안 된다.”는 유명한 10분의 1 발언으로 교묘히 언론의 질타를 한나라당으로 돌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노무현정권의 노동탄압, 신자유주의 개혁, 대미 굴종외교로 인해 등 돌린 민심은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노무현 정권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로 재신임 국민투표를 선택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내가 대통령에서 물러나 국정을 사상 최악의 혼란에 빠뜨리기 싫으면 나를 지지하라’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국민을 협박한 것이다. 특정 정책이 아니라 정권에 대한 포괄적인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는 헌법 규정에 없었기 때문에 복잡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지만, 그 후 노무현 정권은 의도적으로 대통령의 선거운동 제약을 규정한 선거법을 벗어나는 행동을 함으로써 이와 같은 외줄타기 정치 승부수를 지속했다. 노무현 정권은 위기에 빠지면 항상 ‘모두 다 함께 죽자’는 식의 정치행태로 국민을 위협했다. 2. 왜 신자유주의 분쇄, 노무현 정권 퇴진인가? 그렇다면 집권 4년째에 이르러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노무현 정권은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정치생명의 최종 종료를 선고받은 후 마치 이에 대해 앙갚음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독을 품은 기세로 폭주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포항건설노조 하중근 조합원이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살인폭력에 끝내 소중한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열사 사망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아무런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포스코 자본은 이 기회에 파업투쟁을 파괴하고 건설노조를 짓밟겠다는 기세로 노동조합의 요구를 묵살하고 대체근로를 준비하고 있다. 급기야 법원은 파업 관련 구속자 27명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런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노무현 정권과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확대하려는 악랄한 정책을 집요하게 추진하며, 노동자의 저항을 더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 2005년 비정규직 구속 노동자가 92명이었던 데 반해, 올해에는 7월 말 현재 벌써 147명을 넘어서고 있다. 비정규직 구속노동자의 대다수가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들인 것은 국가가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대량 구속사태가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하지만 현재 국회처리를 앞둔 비정규법 개악안은 이 문제를 완전히 무시할 뿐만 아니라 파견업종을 확대하고 파견기간, 계약직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비정규직 확대를 획책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권은 잔혹한 경찰폭력에 대한 민중의 항의를 완전히 묵살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05년 11월 농민대회에서 전용철, 홍덕표 두 명의 농민을 타살했다. 경찰은 당시에도 ‘밀려 넘어져 죽었다’며 발뺌했고,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이후에도 아무런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잔인한 폭력을 자행한 경찰 특수기동대를 해체하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확대하라는 민중의 요구는 묵살되었고, 오히려 보수언론은 경찰의 공권력을 더욱 강력히, 더욱 신속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경찰 특수기동대가 버젓이 방패 날을 갈아 노동자의 목을 겨누고, 집회 때마다 수만 명의 경찰병력이 동원되어 집회 참여자와 시민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9월 13일 노무현 정권은 2만 명에 가까운 경찰병력과 500여 명의 용역철거반원을 동원해 대추리, 도두리 마을 파괴에 나섰다. 지난 5월 노무현 정권은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의 거점인 대추초등학교을 완전히 파괴했고, 군부대를 동원해 정권이 미군의 땅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규정한 지역에 철조망을 치고 마을주민의 진입을 총칼로 가로막는 폭거를 저질렀다. 이는 법과 공권력의 이름으로 평택 주민의 생존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폭력적 처사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집단적인 의사결정권을 파괴하는 반민주적 일대 사건이었다. 노무현 정권은 ‘전략적 유연성’이란 이름으로 미군의 동아시아 군사패권전략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며, 평택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쟁을 위한 발진기지가 되는 것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란 결국 한편으로는 주한미군이 자기 맘대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펼칠 수 있도록 이미 일체화된 한미군사동맹을 재정비하는 것에 불과하며, 또 한편으로는 ‘자주국방’이란 미명으로 미군 수준의 막대한 규모의 첨단군비를 증강하려는 음모다. 노무현 정권은 ‘자주’란 이름으로 사용가치가 오직 ‘민중에 대한 파괴와 살육’일 뿐일 엄청난 군사무기를 비축하고, 미국의 호전적 군사주의를 추종하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 또한 하중근 열사의 죽음을 철저히 짓밟는 것도 모자라다는 듯이 ‘한국노총과의 대타협’이란 외양으로 노사관계로드맵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노사관계로드맵은 복수노조 허용을 유예하고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대체근로를 가능케 함으로써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금지하거나 실질적으로 파괴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와 같은 흐름이 이번 입법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또한 노무현정권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노사관계로드맵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재 상황은 김영삼 정권 당시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세계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른바 ‘신노사관계’를 추진하던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 (1996년 12월 당시 신한국당은 ‘신노사관계’를 날치기 통과시켰지만, 민주노총의 총파업으로 위기에 봉착한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명운을 건 싸움에도 결국 이를 막아내지 못했다.) 3. 한미FTA 체결 강행으로 정점에 이른 노무현정권의 반민중성 1990년대 중반 한국의 재벌은 반도체,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지만 이윤율의 급락을 초래함으로써 1997년 IMF 경제위기를 맞이했다. 경제위기로 인해 달러화 당 원화 가치가 50%에 이를 정도로 급락했고 사실상 국부의 50%가 하루아침에 날라 가는 상상을 뛰어넘는 피해를 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재벌은 원화 가치 폭락을 계기로 수출경쟁력을 회복하며 기사회생했고,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은 살인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대량실업과 비정규직 급증으로 메우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재벌의 생존전략은 더 이상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했다. 한국이 IMF의 명령에 따라 증권시장과 외화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고, 주식시장 부양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결과 한국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급증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원화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원화가치 상승압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경쟁력 확보와 주식시장 부양이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모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또한 중국이 한때 주목받던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경제를 희생시키며 한국의 수출산업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도 중요한 계기다. 중국은 단 한 번도 위완화 평가절상을 허용한 적이 없으며, 엄청나게 낮은 임금을 활용해 다른 나라의 수출경제를 잠식하고, 대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자본주의 체계에서 중국의 부상은 동아시아 각국이 파괴적인 평가절화, 노동유연화 경쟁을 강요하는 효과를 낳고 있으며, 이런 ‘바닥을 향한 경쟁’에서 최후의 희생자는 결국 동아시아의 노동자, 민중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의 재벌은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자유무역지대 구상을 적극 승인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통한 대미 우회 수출 경로를 창출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결국 한국정부는 만성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파괴적인 자본간 경쟁에서 혈로를 찾기 위해 한ㆍ미 FTA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재벌은 자유무역지대 구상에 따라 활로를 찾고 초민족기업으로 변모하는 데 성공할지도 모르나, 이 역시도 결국 경영자가 한국인으로 남아 있을 뿐이지, 막대한 규모의 배당금, 주가차익으로 초민족 투기세력에게 막대한 이윤을 넘겨주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대다수의 민중은 초민족 기업의 이윤수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며, 만성적인 경제위기는 오히려 심화될 뿐이다.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자유무역지대 구상은 궁극적으로 각국 자본의 파괴적인 경쟁에 노동자를 동원함으로써 자본의 대립을 각국 노동자간 대립으로 전도시키기 위한 교묘한 술책에 불과하다. 한편 노무현정권의 반민주적 정치행태도 한계를 넘어 갈수록 악화일로에 있다. 노무현정권은 한ㆍ미 FTA를 추진하면서 3년간 협상문안을 공개하지 말자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여 철저히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의 피맺힌 절규를 묵살하고 ‘노사합의’란 허구적인 환상을 동원하여 노동자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의 본질이 무엇인지,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소요되는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국회에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이 모든 것을 통치행위란 이름으로 정당화하면서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본질이란 민중들의 알 권리를 완전히 보장하고, 공개적인 토론과정을 통해 민중이 자신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데 있다. 그러나 5년에 한 번 뽑힌 대통령이 마치 자기만이 모든 정보에 대한 통제권과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듯 군림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다. 게다가 이 썩어빠진 노무현 정권은 지자체 선거에서 엄중한 민중의 심판을 받고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차기 대선을 앞두고 한 판 이벤트로 다시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고 있다. 이는 노무현정권이 집단 환각에 빠졌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민중을 피 흘리게 하는 것도 모자라 지금처럼 실정을 거듭하더라도 몇 번 재주를 부리고 나면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집권 세력을 그냥 나둘 수 있겠는가. 이미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참패를 통해 노무현정권의 정치 생명은 끝났고 그 누구도 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표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노무현정권이 끝까지 대통령 권좌에 앉아 노동자를 탄압하고, 민중의 운명을 벼랑 끝으로 떨어뜨리도록 그냥 내버려두어야 하는 것인가? 4. 우리의 대안은 없는가? 정부는 한미 FTA 체결만이 한국 경제가 살 길이고, 노동조합을 분쇄해야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것이 대안인가? 우리에게 또 다른 대안은 없는가? 자유무역과 경제개방, 사유화, 노동유연화에 반대하는 세계 민중의 저항은 우리에게 또 다른 대안을 보여준다. 2004년 우루과이 민중은 물 사유화에 반대하고 물 공공성을 헌법조항에 넣기 위한 국민발의 운동을 펼쳤고, 국민발의에 필요한 25만 명을 넘어 3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내어 국민투표를 성사시켰고, 국민투표에서 승리를 거두어 우루과이 민중 저항사에 크나큰 족적을 남겼다. 서명운동 과정에서 물 사유화가 무엇인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대중적 토론이 촉발되었고, 그 결과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창출할 수 있었다. 2005년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을 비롯한 초민족적 경제엘리트들이 각국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막대한 권력을 부여하면서도 민중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도 부여하지 않으며, 각국의 노동유연화 정책을 촉진하는 반민중적, 반민주적 유럽헌법 조약에 반대하는 투쟁을 펼쳐서 결국 이를 좌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과 국제경제기구가 강요하는 자유무역의 원칙이란 결국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 국가의 초민족자본의 ‘기업 활동의 자유’에 불과하며, 자유무역의 일반화가 전 세계의 민중의 삶을 조금도 개선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정확히 인식하고, 자본의 모든 자유무역 규범을 반대하는 세계 민중운동의 흐름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이란 이름으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회운동 세력은 자유무역이라는 자본의 규범을 거부하고, 평등과 호혜를 추구하는 실질적 교환과 경제지원을 위한 새로운 원리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운동에도 이런 기운과 정신이 담겨있다. 또한 노무현 정권은 한미군사동맹의 문제가 중대한 국익이 달려있는 고도의 정치적 문제라는 식으로 합리화하고자 하지만 민중의 시각에서 볼 때 그 해답은 매우 간단하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단 칼에 자를 수 있는 민중의 결단만이 그 해결책을 열 수 있다. 동아시아에 배치되어 있는 10만 명에 이르는 주둔미군이 감축ㆍ철수되고 군비증강과 핵무기 경쟁을 통제하기 위한 동아시아 비핵화,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만이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자주국방이란 이름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군비증강 계획은 즉각 포기되어야 한다. 군사경쟁은 어떤 명분을 대더라도 곧 민중이 누려야 할 부를 살육과 파괴를 위한 무기 축적에 낭비하는 것일 뿐이다. 5. 11월 민중총궐기 성사를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하자! IMF 경제위기가 닥쳐오고, 이 위기를 수탈의 계기로 삼으려는 미국과 국제경제기구의 의도에 따라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개혁이 본격화된 지 이미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김대중 정권의 정책을 더욱 확장, 심화하면서도 개혁정권을 자처했던 노무현정권의 위기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처리하겠다는 기세로 한미 FTA 체결, 노사관계로드맵 입법,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있는지 여부는 오직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유지되고 이를 신봉하는 정치세력이 제멋대로 공권력이란 폭력을 휘두르는 한 노동자를 실업과 파괴적인 경쟁에 몰아넣고 장시간ㆍ고강도ㆍ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을 강요하는 현 시대의 비극은 결코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이를 저지하기 위한 힘을 모아야 한다. 새로운 운동태세를 갖추어야만 한다. 민중이 힘을 집결시켜내는 만큼 대안을 성취하기 위한 길이 열릴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모든 힘을 함께 모으기 위한 공동투쟁 전선의 구축은 지금의 엄혹한 현실을 헤쳐 나가기 위한 정세의 객관적 요구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노동유연화 분쇄, 반전평화 투쟁을 중심으로 민중운동의 연대와 단결을 확장하고, 우리 연대운동의 지역적, 대중적 참여를 확대하여 연대운동의 기풍을 쇄신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나아가 이 썩어 빠진 노무현 정권에 대한 우리의 뜻과 의지를 전 민중에게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그들과 같은 하늘 아래 있는 한 민중의 삶은 도탄에 빠진 채 신음 속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으며,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신자유주의를 분쇄하고 노무현 정권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선언하자. 이를 위해 우리는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자, 시민, 학생 등이 결집하여 ‘신자유주의 분쇄ㆍ노무현 정권 퇴진 공동투쟁본부(준)’를 건설하고자 한다. 노무현 정권과 자본의 격렬한 탄압으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노동자, 농민, 빈민을 중심으로 노무현정권의 악랄한 노동탄압에 반대하고 한미 FTA, 전략적 유연성, 평택미군기지 확장에 항거하는 광범위한 정치ㆍ사회운동이 결합하여 새로운 투쟁 전선을 구축해내자. 우리 투쟁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노동해방과 민중 승리의 확신을 품고 전국의 각 지역과 현장에서 우리의 투쟁을 확산하자! 우리가 꿈꾸는 사회, 우리의 대안을 우리의 힘으로 실현하자! * 신자유주의 분쇄ㆍ 노무현 정권 퇴진 공동투쟁본부(준) 건설을 위한 토론 자료집에 싣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2006 사회운동학교 자료집에 첨부되지 않은 백승욱 선생님의 강연 메모를 추가로 등록합니다. PDF 파일이며 출처는 백승욱 선생님 홈페이지입니다.
[%=사진1%]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로 인한 사회의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 5.31 지방선거 참패를 기점으로 집권 세력은 사실상 ‘레임덕’에 빠졌다. 이미 선거 전부터 노무현 정권의 개혁 이미지는 실종됐고 인민주의적 정치행태는 고스란히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현상은 안팎의 제약으로 인해 집권 세력이 기존의 개혁-수구 구도로 지지층을 동원할 소재(개혁 의제)가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집권 당시 노무현을 지지했던 집단의 ‘휘발성’이 이번 선거를 통해 극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가사 상태에 빠진 집권 세력은 교육부총리 낙마, 도박 게이트, 당청 갈등 등 임기 말 전형적인 권력 누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집권 여당은 김근태의 ‘뉴딜’처럼 친재벌 정책을 노골화하여 기존의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하지만 이는 궁여지책일 따름이다. 반면 역관계의 압도적 우위 속에서 한나라당과 언론은 연일 보수주의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물론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남한 경제의 장기-구조적 불황과 이에 따른 민생 조건의 악화에 대한 대중적 불만의 표출이었다. 그러나 정작 선거 과정에서 이에 관한 ‘정치적 논의’는 철저히 차단되었다. 단적으로 집권 여당의 참패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귀결된 것은 민주노동당으로 표상되는 사회운동 진영이 대안 세력으로 형성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사회운동 진영은 한미 FTA나 전략적 유연성, 비정규악법-노사관계로드맵 등 노무현 정권 말기 정세를 특징짓는 사안들에 대한 논쟁과 투쟁을 대중적으로 제기하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의 선거 대응도 정책적 능력이라는 함정에 빠져서 대중정치를 작동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무현 정권은 오히려 한미 FTA에 대한 범국민적 여론을 호도하고 평택 미군기지 투쟁, 포스코 점거농성 등 민중의 투쟁이 표출되는 사건마다 노골적으로 공권력에 의존하고 있다. 또 정권은 하반기에도 비정규악법-노사관계로드맵 등 노동자 대중의 생활과 권리 및 노동자 운동을 약화시킬 이슈들을 계속해서 준비하고 있다. 이는 집권 세력의 신자유주의적 진실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수 있는 더욱 격렬한 반동적 탄압을 예고한다. 이에 이 글은 ‘신자유주의 비판에 적합한 사회운동의 정형 창출’이라는 목표를 대안세계화 운동으로 잠정 결산하는 동시에, 한미 FTA를 비롯한 당면 투쟁의 전망을 대안세계화 운동의 지평에서 통합적으로 인식하기 위해 작성됐다. 이를 위해 이 글은 우선 자본 축적의 위기와 헤게모니의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출현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경제위기와 정치위기를 동반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이 과정에서 경제위기를 호도하고 정치위기를 착취하는 인민주의가 득세하는데,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를 소실점으로 과거와 같은 집중점을 찾지 못하는 사회운동의 위기는 인민주의가 자라나는 또 하나의 토양이 된다. 이러한 삼중의 위기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극복하고 인민주의를 비판하는 대안세계화 운동은 새로운 변혁의 정치의 출발점이 된다. 특히 세계화에 따라 라틴 아메리카와 유럽에서 각각 추진된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와 유럽연합(EU)에 반대하는 역내 사회운동은 대안세계화 운동의 일부로서 대안적 지역 통합을 추동한다. 한편 군부독재의 문민화를 통해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을 위한 정치적 실행 조건을 갖추게 된 남한 자본주의는 김영삼 정부 이후 본격적으로 세계화에 편입한다. 장기 불황 속에서 반복적으로 출현하는 위기와 반민중적 개혁의 악순환 속에서 정치 일반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증폭되고 배제된 계급·계층의 소외감은 정치·경제 엘리트와 노조와 같은 ‘기득권’에 대한 ‘원한의 정치’에 동원된다. 한미 FTA 체결, 평택 미군기지 확장, 비정규악법-노사관계로드맵 등을 저지하는 것은 대안세계화 운동의 지향 속에서 사회운동의 이념 및 노선을 개조하고 그 지역적·대중적 토대를 강화해 나갈 때에만 가능하다. 삼중의 위기 속에서 개시되는 대안세계화 운동 초민족자본이 막강한 경제적 권력을 휘두르면서 자본의 세계적 집중은 점점 더 강화되었고, 이들이 구축하는 해외직접투자, 기업 내 무역, 자회사의 수출, 국가간 하청망은 미국, 서유럽, 일본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화된 세계를 구축했다. 신자유주의는 중심부 국가 경제의 탁월함을 강화한 것만큼이나 지배계급의 소득과 부를 회복하는데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탁월함의 대가는 나머지 세계와 인구에겐 거대했다. 자유시장-자유무역을 기치로 1990년대 이래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공간은 미증유의 규모로 확대되었지만 수많은 나라와 지역은 심각한 부의 파괴를 경험했다. 세기말 아시아의 충격에 뒤이은 아프리카, 러시아(및 일부 동유럽), 라틴 아메리카의 연쇄적 위기,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미국과 서유럽으로의 자본집중은 세계화가 근본적으로 불평등한 과정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중심부 외부의 국가는 세계경제 시스템의 주변부로 밀려났고 자유기업이 구축하는 세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통합된 세계’라는 그들의 구호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식시장 부양’을 절대 선으로 간주하는 금융권력은 노동자(특히 여성노동자)에게 고강도·장시간·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한편 주변부에서는 막대한 양의 잉여 유출과 함께 자본도피의 자유를 누렸고, 이는 세계 각지에서 반복적으로 출현하는 경제위기의 기본적 특징을 이룬다. 아울러 미국을 위시한 중심부 국가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안정성을 침해하는 모든 세력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노골화하며 ‘무한 전쟁’을 수행 중이다. 미국은 세계화가 야기한 다양한 갈등에 맞서기 위해 군사전략을 고강도(MD/핵태세)-중강도(지역강국에 대한 선제공격옵션)-저강도(대테러/마약) 전쟁으로 세분화하며 이미 ‘열전(hot war)’을 개시한지 오래다. 때때로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라는 미명 하에 제시되는 대안 역시 지속가능한 세계화를 위한 기만에 불과하다. 결국 ‘역사의 종언’과 함께 개시된 자본의 범지구적 확장이 약속했던 평화와 민주주의는 거짓임이 판명됐고, 세계적인 부의 불평등과 빈곤의 확산, 빈곤의 여성화와 전쟁의 창궐은 역으로 세계화의 위기를 상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동시에 세기말에 이르러 1990년대 가계 소비를 지지했던 주식시장의 호황과 ‘신경제’의 환상은 사라졌고 자본의 수익성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해외로부터 막대한 양의 소득을 흡수하는 반면 성장을 위해 거대한 규모의 국내외 신용 및 부채에 의존해왔던 미국 경제는 이중 적자를 비롯한 대외불균형의 심화 속에서 당혹스러운 형세에 처해있다. 심화되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은 부시 정부가 최근 보이는 대외경제정책의 양상을 이해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상쇄하기 위해 평가절상 압력을 행사하는 동시에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확산하기 위해 양자간·지역간·다자간 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세계적인 수준에서 전개되는 자본의 금융화와 노동의 불안정화는 화폐와 노동력의 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개별 민족국가의 경제정책의 자율성을 심각히 훼손한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과 같은 국제경제기구들과 초민족자본은 직접적으로 민족국가의 경제정책을 세계화된 금융축적체계에 통합하고 이들이 제시하는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기술관료들의 영향력이 증대한다. 이에 따라 국회의 의사결정권과 정책적 영향력은 급속히 감소하고 정당체계 또는 대의제 자체가 식물화되는 경향이 발생한다. 기존의 정당은 좌우 이념을 대표하는 대신 정책정당, 심지어 ‘무지개 정당’을 표방하며 중도우파·중도좌파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념을 통해 대중의 참여를 조직하지 못하게 된 정당들은 각종 여론 조작적 기제에 호소한다. 경제위기와 함께 정치와 대중의 분리가 심화하면서 이에 대한 불만을 흡수 또는 무마하는 한편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인민주의가 세계적으로 발호한다. 유럽에서는 인종적·지방적 동일성에 기초하여 민족국가의 분리 또는 통합을 주장하는 극우정당이 반이민·반세계화를 쟁점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영국 노동당도 노동자조직과의 연계를 해체하고 블레어를 정점으로 한 기술관료 집단의 사당(私黨)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1980년대 외채위기를 경과하면서 인민주의 정치 지도자들이 등장하여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에 수반되는 대중적 불만을 무마하고 사회운동의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특이하게도, 평화협상을 거쳐 선거정당으로 전환한 기존 사회운동 세력이 1990년대를 경과하며 선거정치와 신자유주의에 순응하게 되었고, 이들은 국제금융기구와 초민족자본에게 권력을 대폭 이양할 것을 주장하며 다른 나라의 인민주의 정치지도자를 대신해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인민주의는 경제위기, 정치위기 그리고 기존 사회운동의 위기를 배경으로 만개하지만 개인의 권리를 위한 집단적 운동이자 사회적 갈등의 대의 과정으로서 정치를 부정하는 반(反)정치의 정치이며 따라서 인민의 권리와 자율적 대중운동을 침식한다. 그러나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새롭게 태동한 대안세계화 운동은 신자유주의적 금융-군사 세계화에 맞서국제주의와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인간과 시민의 보편적 권리를 창안하는 한편 세계사회운동의 자율성과 연대를 고양시킨다는 점에서 인민주의와 정면으로 대립한다. 또 이들은 선거정치에 매몰된 좌파 정당과 코포러티즘을 수용하면서 계급대중을 분할하고 있는 노동조합 그리고 행정적 NGO로 포섭된 시민운동을 비판하며 사회운동의 이념과 조직, 운동형태의 개조를 주장한다. 특히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에서 대안세계화 운동은 유럽통합과 미주자유무역지대와 같이 초민족자본과 국제경제기구 그리고 미제국주의가 주도하는 지역화에 맞서 대안적 지역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대안세계화 운동의 발전은 오늘날 변혁의 정치가 새롭게 부활하는 토대로서 작용한다. 세계화와 지역화에 맞서는 대안세계화 운동 1) 라틴 아메리카 사회운동 1980년대 초반 라틴 아메리카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외채·외환위기에 직면하여 미국과 IMF는 일차적으로 채권자 즉 초민족자본의 채권 회수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외채위기의 재발을 막는다는 명분 하에 강력한 경제구조조정과 정책개혁 프로그램을 강제하였다. 그러나 국제금융체계의 불안정과 (반)주변부 국가들의 거시경제적 불균형 속에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은 대안적 발전모델을 애당초 제시할 수 없었으며, 경제의 금융화를 심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미봉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그 얼개는 외채조정 방식을 ‘부채-주식 전환’ 중심으로 하며,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정책기조를 전환하여 주식시장을 육성하고, 외환 및 자본거래를 자유화하고, 목표 환율대를 폐기하며, 금융산업 및 기업의 구조조정을 시도하여, 궁극적으로 해외로 도피한 자본을 다시 유인한다는 것이었다. 즉 ‘신흥공업국’을 ‘신흥시장(주식시장)’으로 전환하여 외채위기를 탈출하자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이 대중적 불만과 사회적 소요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경제개혁의 정치적 조건을 둘러싼 논쟁이 개시되었다. 이 과정에서 군부의 퇴진과 자유주의 또는 중도좌파의 집권이 권고되고 문민화의 구체적 경로로서 군부와 책임 있는 야당의 협상이 권장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대다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외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하고 ‘협상된 이행’에도 성공하지 못한다. 무능력하고 부패한 보수정당, 분명한 정치적 전망이 결여된 중도좌파 등 군부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대중을 대의제로 동원할 수 있는 정당의 역량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던 셈이다. 기존의 정당들은 신자유주의를 추진함으로써 내적 위기를 경험하고 대중적 토대를 상실했다. 또 사회주의·공산주의 정당들도 독자적인 이념을 상실하고 내적 분할을 경험했다. 결국 기존의 어떤 정치세력도 분명한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를 등에 업고 새로운 인민주의자들이 대거 등장하기에 이른다. 새로운 인민주의자들은 ‘반정치의 정치’를 통해 경제적 위기와 계급적 갈등을 기존의 정치와 정치 엘리트, 정당과 의회제에 대한 공격으로 치환했다. 그러나 이들은 극단적 위기를 진정시키고 민족을 재건하기 위한 필요악으로 여전히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수용한다. ‘충격요법’의 과감성은 전통적 인민주의에 대한 국제금융기구와 자본가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한편 냉전질서의 해소 이후 과거 전략적 요충지로 간주되었던 지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원조와 군사적 지원이 삭감 혹은 철회되면서 이제 ‘적극적 배제’라는 문제가 새롭게 발생하게 된다. 미국은 자신의 이해에 있어서 사활적이라고 간주되는 지역에서는 냉전 시기 동안 육성해 온 군사적 동맹관계의 공고화를 꾀하지만, 세계경제의 통합으로부터 배제된 기타의 지역에서는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화에서 배제된 지역,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동유럽 등 황폐한 지역은 이미 무질서에 노출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벌이는 ‘저강도 전쟁’은 미주자유무역지대의 창설을 방해하는 세력을 마약-테러집단으로 범죄화 하여 소탕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의 군사-안보복합체가 창안한 새로운 무기시스템은 자본의 세계화에 따른 사회의 황폐화를 겪고 있는 남반구 국가들의 인민 또는 무장세력에 맞서 미국 또는 그 동맹국이 시가전을 벌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촉발되기 시작한 새로운 사회운동은 기존 정당과 노동조합이 선거정치에 매몰되거나 코퍼러티즘을 수용하면서 대중운동을 분할하는 상황을 극복하고 신자유주의적 금융-군사 세계화에 정면으로 맞서는 한편, 다양하게 분출하고 있는 사회운동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자 했다. 이들은 지난 해 11월 아르헨티나 마르 델 플라타에서 열린 미주정상회의에 즈음하여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FTAA)’ 체결 논의를 중단시켰는데, 당시 차베스 대통령은 정상회의장 안팎에서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리안 대안(ALBA)’을 주장한 바 있다. 물론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을 비롯한 역내 좌파 정권의 미래는 ‘무적의 제국’으로서 자신의 권력과 ‘신자유주의 정책의 비가역성’이라는 신화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간섭과 자본의 초민족화라는 구조적·객관적 조건에 의해 크게 제약된다. 실제로 FTAA 협상 타결 실패 이후 미국은 하위-지역 협정을 병행 추진하며 경제통합을 시도 중이다. 도미니카공화국-중앙아메리카-미국 자유무역협정(DR-CAFTA)을 법제화하고 파나마와 여타 안데스 3개 국가들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추진 중이다. 한편 역내에서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인 브라질은 남미공동시장(MrcoSur) 8개 회원국을 확대 규합한데 이어 2004년 10월에는 안데스공동체(CAN)와 정치·경제 협정을 수립했다. 또 2004년 12월에는 총 12개국이 남미공동체(SACN)를 결성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거의 대부분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자주적인 경제정책을 실용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미국·브라질과 협상중이거나 모종의 협정에 가입하고 있다. 따라서 ALBA가 실질적으로 역내 국가들에 끼치게 될 영향력이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사회운동들은 최근 들어 각 국에서 좌파 정권이 줄을 이어 등장하고 있는 현상이 남미 대륙에서 폭발하고 있는 자유무역, 군사주의, 사유화 정책에 반대하고, 자연자원과 식량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사회운동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좌파 정권에 대한 정치적 자율성’과 ‘각국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수용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것을 재천명하며 대안적 지역통합의 노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미주사회동맹이 제출한 ‘미주대륙을 위한 대안’은 차베스 대통령이 제시한 ALBA와 최근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이 발의한 인민무역협정(TPC)에도 참조되었다. 라틴아메리카 사회운동들은 ALBA 협정이 ‘아래로부터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다는 취지와 다르게 각 국 정상들이 주도하는 협정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적하지만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미국 주도의 FTAA가 아닌 다른 형태의 지역적인 교류의 가능성을 이러한 시도를 통해 제시하며 FTAA 반대 투쟁을 조직하는데 이를 활용하고 있다. 2) 유럽 사회운동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유럽통합은 금융자본의 이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철폐하고 공동시장을 개혁하는 차원에서 1970년대 후반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이중에서 유럽화폐단위(ECU)와 환율조정제도(ERM)을 주축으로 하는 유럽화폐제도(EMS)는 특히 기술력과 생산력이 낮은 이탈리아와 같은 국가에게 타격이 되었다. 이탈리아는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로 실질임금을 하락시키는 인플레이션과 수출가격을 하락시키는 평가절하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환율조정에 한계가 부가되자 이와 같은 정책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그 결과 노동의 신축화를 통해 노동일을 연장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방법이 추구되었다. 이어 유로를 단일화폐로 채택하기 위해 마스트리히트조약(1992)에서 제시되는 경제정책의 4가지 수렴 기준은 민족국가의 화폐 주권을 유럽중앙은행에 완전 이양하는 것을 의미했다. 유럽화폐제도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존재하던 개별 국가의 환율조정의 가능성은 완전히 폐기되었고, 이로써 기술력과 생산력이 열세인 국가가 대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신축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었다. 반면 화폐동맹에 상응하는 재정동맹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복지정책은 여전히 민족국가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회원국의 재정정책 폭은 크게 제약을 받게 되었고, 이에 각국은 적자재정을 포기하고 균형재정의 범위 내에서 예산을 분배했다. 유럽연합을 출범시킨 마스트리히트조약, 유럽연합을 확대하려는 암스테르담조약(1997)·니스조약(2000)에 이어 2004년 회원국 정상들이 그 초안에 서명한 헌법조약은 유럽연합을 지지하는 다양한 조직들을 단일화하고 체계화하여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를 제도적으로 공고화하려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게다가 유럽연합은 입법권과 집행권을 모두 기술관료집단인 각료평의회와 집행위원회가 장악한 반면 유럽의회는 실제로 자문기관에 불과하여 ‘민주주의의 결핍’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유럽헌법조약은 유럽의 시민들이 직접 선출한 제헌의회에 의해 제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헌법’일 수 없었다. 또 유럽중앙은행이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받고 유럽경제인회의와 같은 초민족자본가단체가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우위가 명시됨으로써 유럽의 외교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배가 보장된다. 한편 유럽헌법조약에서 제시되는 ‘시민권’의 내용도 지극히 제한적인 것이었다. 조약에 따르면 노동자의 기본권은 노사정 협약에 의해 크게 제약되고 피임·낙태·이혼과 같은 여성의 기본권도 카톨릭의 권위에 의해 제약된다. 특히 유럽연합의 시민은 회원국의 국적을 지닌 자로 한정됨으로써 유럽 이외 국가 출신의 이주자를 배제하고 있다. 경제위기와 그에 뒤이은 유럽통합은 결과적으로 전후 호황기에 구축된 노동 안정성과 사회복지 모델의 쇠퇴를 의미했다. 이러한 ‘사회적 민족국가’의 위기 속에서 한정된 일자리와 복지 서비스를 종족 공동체의 성원에 국한하여 배분함으로써 위기의 충격을 완화하고 낙후된 삶의 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요지의 인민주의적 선동이 가세하면서 이주자에 대한 배제와 폭력이 점증한다. 프랑스 민족전선, 이탈리아 북부동맹, 오스트리아 자유당 등 극우정당은 이민 반대나 유럽연합 반대와 같이 인종주의와 인민주의적 반세계화 논리를 동원하여 세계화와 유럽연합으로 인해 피해가 가장 극심한 하층 노동자와 청년실업층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이에 <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ATTAC)이나 <공산주의재건당>(PRC)과 같이 대안세계화 운동을 추동하는 핵심적 사회운동들은 유럽헌법조약에 반대하여 ‘대안적 유럽’을 주창하며 노동권과 여성권을 핵심으로 시민권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광범하게 조직하고 있다. <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은 금융세계화에 대한 발본적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하게 시민교육운동을 자신의 주된 과제로 천명하는 한편 정당이나 노조의 사회운동적 개조, 사회운동적 마르크스주의의 부흥에 복무함으로써 오늘날 유럽에서 대안세계화 운동의 진원이 되고 있다. 공산주의재건당은 ‘자율적이고 동시에 세계에 개방된 유럽, 자본주의적 세계화와는 다른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모델을 가진 유럽’을 주창하며 노동자운동과 페미니즘과의 결합, 정당의 사회운동적 개조를 이러한 전망 속에서 구현하고 있다. 이들이 주축이 된 유럽의 사회운동들은 2004년 10월에 열린 유럽사회포럼에서 채택한 사회운동 호소문을 통해 유럽헌법조약이 구현하고자 하는 유럽에 명백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한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전개 미국계 법인자본의 진출을 위한 사적 해외투자 확대 방식으로 고안된 마셜플랜을 통해 급격한 경제 부흥을 이룰 수 있었던 서유럽과 미국의 배후지로서 주로 미국계 법인 자본의 직접투자를 토대로 수입대체 공업화를 단행한 라틴 아메리카와 달리 동아시아는 반공·발전주의의 쇼케이스로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원 하에 수출주도 공업화를 통해 성장해왔다. 미국은 냉전 이후 ‘군국주의 해체’에서 ‘전후 부흥’으로 대일본 정책을 전환한 뒤 대대적인 원조와 일본-동아시아 연계망의 형성을 통해 동아시아 지역을 일본의 자원 공급지로 재정립했다. 이는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원 하에 일본을 정점으로 하는 역내 피라미드 망의 국제적 하청 체제의 수립을 통해 동아시아 지역을 재통합하려는 시도였다. 또 지정학적 차원에서 중요성을 지니는 남한, 대만 등은 신흥공업국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동아시아의 신흥공업국은 미국의 역개방 정책에 따라 노동 신축화와 평가절하를 통해 대미 상품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다. 그러나 냉전 질서의 이완과 더불어 미국의 역개방 정책이 철회되고 평가절상 압력과 함께 보호주의가 현실화되자 동아시아 경제는 일대 위기에 처한다. 1) 문민화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1979-80년 위기 이후 남한 경제는 새 케인즈주의적 의미에서 거시적 안정화와 금융과 기업 등 경제구조의 미국화라는 의미에서 미시적 구조조정 양자를 핵심으로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된다. 특히 1986-88년 ‘3저 호황’ 이후 재발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김영삼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WTO에 가입함으로써 세계화에 본격적으로 편입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재벌을 주체로 하는 세계화는 오히려 반도체?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 등에서 고정자본투자의 급증과 이윤율의 급락을 초래함으로써 1997-98년 경제위기 및 외환위기로 귀결되었다. 김영삼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이 IMF의 충격과 노동자·농민의 대중적 저항으로 좌초되면서 야당세력은 군사정부 및 그들과 제휴한 자유주의 세력을 ‘지역패권주의’와 경제위기·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낙인찍으며 집권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들 집권세력은 오히려 보수주의 지역정당과 야합하는 한편 정책개혁의 실행력을 제고하기 위해 386세대와 진보적 지식인, NGO를 동원했다. 특히 NGO는 소액주주운동이나 낙천낙선운동을 선도함으로써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개혁과 인민주의에 동조했다. 김대중 정권은 정리해고제 수용, 외환관리법 전면 개정, 적대적 인수·합병(M&A) 허용, 집단소송제 도입 등 김영삼 정부가 IMF와 맺은 협약에는 없었던 내용을 추가적으로 승인하였다. 아울러 비상대권을 활용하여 의회정치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국난극복’을 위해 ‘고통분담’을 호도하며 대중적 저항을 미연에 봉쇄한다. 결과적으로 당시 IMF 구조조정은 금융개방을 정점으로 재벌 및 금융산업, 노동시장을 국제금융시스템에 적합하도록 개조하는 것이었다. 외환위기의 결과 원화는 50% 정도 평가절하 되었고, 이로 인해 재벌들의 대미 수출을 통한 경쟁력은 점차 회복되었다. 그 결과 초민족자본과 이에 편승한 일부 재벌이 막대한 경제회복의 대가를 누린 반면, 노동자 대중은 이중삼중의 착취를 감수해야만 했다. 나아가 이러한 일련의 정책개혁은 장기적으로 재벌과 한국 경제에 대한 초민족자본의 금융지배가 강화되는 효과를 낳았다. 또 IMF 이후 남한경제는 장기침체에 진입했는데, 재벌이 중국을 통한 우회 수출을 시도하면서 국내 고정자본투자가 정체되었고 초민족자본의 지배에 따라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생산(GNP)의 괴리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997-98년 동아시아 위기 이후 남한을 비롯한 동아시아 경제는 수출달러의 환류와 자본도피를 통해 미국으로 자본을 수출함으로써 미국경제의 달러 발권이익과 이중 적자를 지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2) 장기불황과 노무현 정권의 인민주의 그러나 투기적 호황이 종료하고 ‘3홍 비리’가 폭발하는 등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의 후과가 여실히 드러나며 집권 여당은 분열하게 되고, 이 와중에서 ‘노사모’와 ‘국민경선’ 등 초유의 정치 스타일에 의존한 노무현이 ‘반한나라당’이라는 부정적 동일성을 기초로 하여 정권 재창출에 극적으로 성공한다. 노무현 정권은 의회나 정당을 우회하여 대통령 비서진이나 자문단에 의존해 정책을 입안하고 미디어와 NGO를 동원해서 개혁을 합리화했다. 심지어 집권 초기 여권의 분당 과정에서 지지기반이 취약해지자 탄핵을 불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노무현과 집권 세력은 탄핵을 ‘의회쿠데타’로 규정하고 한나라당 등 반대세력과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공격을 통해 원내 과반석을 차지한다. 그렇지만 장기불황이 지속되는 상황, 아울러 ‘북핵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노무현 정권은 자신의 주장과는 달리 진보적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에서 배제된 계층이나 지역에 대한 수혜를 약속하면서 대중을 실리주의적·지역주의적으로 동원하고 있으며, 각종 위원회를 남발함으로써 행정부 권력의 비대화를 동반한다. 다른 한편으로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하면서 정당의 사당(私黨)화를 꾀하고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이념이나 정책보다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등 노무현 정권은 전형적인 인민주의적 정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의 인민주의는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조차 배제하며 노동자운동이 국가와 자본의 하위 파트너가 될 것을 일방적으로 종용한다. 노사정 위원회를 통해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할과 경쟁을 촉진하는 한편 노동조합의 비리를 폭로하고 군사독재 시절을 능가하여 구속·수배 및 손배·가압류를 남발함으로써 노동자운동을 무력화한다. 또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의 이기심이 원인이라며 기존의 노조를 공격하거나 도리어 정규직의 ‘유연화’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자고 호도한다. 한편 노무현 정권은 이라크 파병을 강행함으로써 미국의 무한 전쟁에 적극 동조하고 미국의 탈냉전 군사전략에 조응하여 한미동맹 현대화와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와 동시에 경제특구 확대, 금융규제 완화 등을 통해 초민족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대내적으로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투기붐을 조성함으로써 장기불황을 탈출하려 한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권은 한미 FTA를 체결함으로써 미국과의 포괄적 동맹을 강화하는 것만이 남한 경제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의 약화와 중국 위협론의 부상이라는 상황에 처한 지배계급이 한미 FTA를 기화로 다시금 재벌 중심의 세계화를 추진하려고 하는 셈이다. 3)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한미 FTA-전략적 유연성 비판 이러한 한미 FTA 체결이 초래할 효과는 자명하다. 우선 한미 FTA는 지금까지 추진되어온 금융세계화의 구도를 강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사회 전반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착시켜 투자자의 자유로운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는 반면 노동자 대중의 권리를 초민족자본의 이윤 추구 활동을 방해하는 장벽으로 취급하고 철저하게 짓밟는 것이 바로 한미 FTA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 일반적 결과는 노동의 불안정화와 이로 인한 노동자 대중의 궁핍화다. 또 교육, 보건의료, 기타 공공사회서비스 부문을 초민족자본의 투기 대상으로 전락시켜 민중의 기본적 권리를 박탈한다. 아울러 농업 역시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인해 대대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물론 초민족적 농기업이 주도하는 녹색혁명에 더욱 깊숙이 종속될 것이다. 반면 지배계급이 주장하듯 한미 FTA가 남한 경제의 장기침체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가령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할 것인데, 그럴 경우 국내총생산과 국민총생산도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 FTA 체결과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통한 한미 관계의 포괄적 동맹 강화는 역내에서 미국의 지위를 재차 공고화한다. 우선 미국은 한미 FTA 체결을 기반으로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초민족자본의 활동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자유무역체제를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미국은 ‘개방적 지역주의(open regionalism)’ 구상을 통해 동아시아의 배타적 블록화는 물론 EU와 NAFTA 등 역내 무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 블록들의 배타성을 경계하면서 WTO 체제의 순항과 자유무역 체제의 완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APEC을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협정으로 발전시키려는 구상에서 확인된다. 한편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미군이 주둔한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사활적 이익을 갖고 있다. 미국은 2002년 9월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자유기업 또는 자유무역·자유시장이라는 원칙이 세계 각지에서 문제시될 때 미국의 국가안보는 보장될 수 없다고 천명하고 예방적 선제공격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주조했다. 이러한 국가안보전략에 조응하여 미국의 군사전략도 변화하는데, 군사분야혁명(RMA)과 소위 ‘럼스펠드 독트린’이라 불리는 군대의 경량화·유연화·첨단화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의 재편(GPR)이 추진되는데, 한미동맹 현대화 및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으로의 전화, 한국군(‘자주 국방’)과 한·미 연합군 전력의 변화에 대한 요구는 그 일환으로 제기되는 것이다. 또 부시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미 주력 군사력 배치의 중심을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옮기는 동시에 동북아 중심의 전력배치 구조를 동남아로 확대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신흥시장으로서 미국경제에 사활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반면 ‘북핵 위기’와 ‘잠재 세력(중국)’의 부상, 중동과 남아시아 지역에서 다양한 수준의 군비경쟁 등 대규모 군사적 경쟁과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항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시아 전역의 미군기지와 그 기반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고 원거리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역내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개발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동시에 역내에서 발생하는 ‘우발적’ 사태에 대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기동성과 신축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 모색되어 왔다. 이에 따라 범태평양 동맹을 지지하는 한-미-일 군사 동맹의 공고화가 추진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주한 미군 이전/재배치가 불러올 파장이 비단 한반도 전쟁위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회운동의 이념을 재건하자, 노선을 개조하자 그러나 현재 남한 사회에서 신자유주의에 정면으로 맞서는 사회운동의 실체는 극히 미약하다. 이는 현존하는 운동 내에서 사회변혁에 대한 지향이나 이념이 대단히 취약하며 운동의 지역적·대중적 토대 역시 점점 유실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적으로 한미 FTA 저지 투쟁만 놓고 보더라도 대개의 반론이나 대응은 체결 절차에 대한 비판 또는 민족적·계층적 이해를 방어하거나 산업별·부문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차 협상 저지 투쟁 당시 ‘정권 퇴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 대세를 이루었지만, 실상 이에 참여하는 다양한 세력들이 어떠한 정치적 목표를 내걸고 단결과 연대를 이루어 낼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다(‘전선 확대’라는 명목으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과의 연계를 부정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민족적·계층적 이해를 방어하거나 산업별·부문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일관할 경우, 정부의 기만적인 피해 부문 지원 계획에 농락당할뿐더러 그에 맞선 투쟁을 협소화하고 무력화하는데 기여할 따름이다. 따라서 한미 FTA를 둘러싼 사회운동의 대응은 형식적 대응이나 코포러티즘적 반대를 넘어 한미 FTA가 제기되는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지, 한미 FTA를 통해 지배계급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민중적 대안은 무엇인지를 제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는 한미 FTA 협상을 중단시키는 것이지만 지배계급 내 일부 분파조차 명목상으로 한미 FTA 체결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미 FTA 체결 저지는 우리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미 FTA 저지 투쟁을 필두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 비정규악법-노사관계로드맵 반대 투쟁을 펼쳐나감에 있어 노무현 정권 퇴진이라는 분명한 방향 속에서 정치적·조직적 집중점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각 사안은 현재 집권 세력을 포함한 지배계급 모두에게 반동적 질서재편을 위해 사활적인 과제로 제기되는 것인 만큼, ‘타협’의 여지는 극히 협소하며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과 회유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집요할 것이다. 그만큼 각각의 투쟁이 정권 퇴진이라는 방향 속에서 공명할 때에만 운동의 공간은 확장될 것이고, 이 확장된 공간을 통해 각 사안에 반대하는 투쟁은 개별적으로도 더욱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주요 연대체는 각 사안별 대응을 넘어 ‘정권 퇴진’이라는 기조로 통일적인 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비단 운동주체의 ‘진정성’의 문제를 넘어 대중운동의 상황을 반영하는 문제라고 할 때, ‘정권 퇴진’이라는 구호를 채택할 것인가 여부로 연대의 범위를 제한하기보다는 대중운동들의 민주적 조정과 통합을 구체화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각각의 투쟁이 상정하고 있는 정치적·조직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정권에 맞서 민중의 연합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점을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 더불어 이미 ‘레임덕’에 빠진 노무현 정권이 우익적 반격에 노출된 상황에서, 정권 퇴진 투쟁을 막연한 분노의 표출이나 즉자적 반발의 차원에서 협소하게 이해해서도 곤란하다. 단발성 대중 동원을 넘어 투쟁의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교육·토론·선전 등 일상적 정치활동을 복원하면서 사회운동의 이념적 지향을 수립하고 대중적 저항 주체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단일연대체’의 전망도 신자유주의 반대의 맥락에서 견결한 정세적 투쟁을 조직할 때 비로소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은 결국 기존 사회운동의 내용과 형식 모두를 개조하는 과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운동이 기존의 성과를 방어하는데 급급하거나 업종별·산업별 이해득실에 머무르지 않고, 신자유주의에 맞선 사회운동의 주체로 서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농업 포기 정책에 의해 궤멸 상태에 처한 농민운동은 기존의 농산물 개방 반대 투쟁을 넘어, 초민족적 농기업에 지배·포섭되어 자기착취 당하는 농민의 현실을 인식하고 이에 걸맞는 투쟁을 벌여나가야 한다. 여성운동은 ‘노동과 가사의 양립’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여성을 신자유주의의 보완물로 활용하는 전략에 편승하여 제도화 하려는 경향과 단절하고, 여성권을 실현하기 위한 운동을 새롭게 개시해야 한다. 동시에 대안세계화를 지향하는 사회운동의 경향성을 창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적 금융-군사 세계화에 대한 객관적·이론적 이해를 바탕으로 운동 방향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창출해야 한다. 지방적 수준에서, 전국적 수준에서 나아가 범지역적 수준에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사회운동들의 통합과 조정을 위한 프로세스를 구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파와 현장을 넘어서는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고 연합적 조직틀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그 일환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고양하는 노동자-시민 교육운동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진보연대는 대안세계화를 지향하는 활동가·시민들의 운동체이자 교육기관으로서, 또 사회운동들의 교류와 소통을 매개하는 통합적 사회운동체로서 지역적-대중적 토대를 강화하고 그 역량을 전국적으로 응집시켜 나감으로써 이 과정에 적극 복무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사행성 게임기인 ‘바다이야기’ 파문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논란은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이 ‘바다이야기’를 제작, 판매하는 업체가 인수한 우전 시스텍의 이사로 밝혀지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부터 명계남이 도박 사업에 직접 개입하면서 대선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나라당은 곧장 권력형 비리라며 정권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고, 청와대는 초기 진화에 나서며 권력형 비리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노지원과 직접 연결된 권력형 비리가 아니더라도 연일 터져 나오는 사행산업의 문제점들과 수많은 피해 사례는 정부의 실패를 여실히 드러냈다. 열린우리당은 정부에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한나라당은 내각총사퇴를 주장했다. 정부는 애초부터 선조사- 후사과의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결국 한명숙 총리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진1%] ‘바다이야기’를 둘러싼 의혹들 현재 ‘바다이야기’와 관련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서 밝혀질 의혹은 크게 세가지다. 첫 번째는 상품권 발행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이다. 2001년 성인오락실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딱지 상품권’이 사용되기 시작하고 ‘스크린 경마 게임’이 전국에 퍼지기 시작했다. 게임장이 늘어나면서 ‘딱지 상품권’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2004년에 공식 상품권을 도입하고, 이에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난립하기 시작하자 상품권 발행을 지정제로 전환했다. 엄청난 수익성을 가진 상품권 발행 사업이 지정제로 바뀌면서 이를 따내기 위한 로비가 들끓었다. 그리고 현재 정부가 ‘바다이야기’ 파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상품권 발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히자 사업을 그만둘 위기에 놓인 게임장 업주들이 “돈을 받아먹은 공무원을 100명 씩 불고 자폭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성인오락실을 둘러싼 크고 작은 비리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다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 ‘바다이야기’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의 문제가 있다. ‘바다이야기’는 게임기 앞에 한 시간을 앉아 있으면 평균 9만원이 들어가지만 한 번에 몇 백만 원의 이익을 낼 수 있을 만큼 사행성이 높아서 도박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사행성 게임과 관련된 규제가 엄연히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바다이야기’가 심의를 통과했는지에 대해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심의통과에 책임이 있는 문화관광부와 영등위는 서로 누가 사행성을 부추겼는지를 두고 상호간에 오고 간 구체적인 이야기들까지 폭로해가면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끝으로 ‘바다이야기’ 제조사인 지코 프라임과 에이원 비즈가 게임기 판매로 얻은 순이익 1,000억 원 가운데 행방이 묘연한 400억 원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도 검찰 조사의 대상이다. 단기간에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성인오락실에서 드러나는 투기산업의 막대한 이권이 각종 로비와 부패, 비리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이 부패, 비리의 인맥이 다시 다른 투기산업의 활성화에 동참하여 비리 행각을 벌인다. 여기에는 항상 정·관계의 고위급 인사들이 결탁하여 비리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정치자금을 모은다는 것도 여러 차례 발생한 비리사건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특히 정·경·관을 아우르는 기존의 부패, 비리의 고리에 조직폭력배들까지 직접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도박 공화국’ 피해자는 누구인가? 하지만 이번 파문으로 우리는 노무현 정권에서 이미 익숙해질 정도로 많이 터져 나온 부패, 비리 의혹 자체보다 너무 커져버린 사행산업의 규모에 놀라게 된다. 실제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오락실들은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으로도 ‘도박 공화국’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규모다. 전국에 성인오락실이 2만 3천, 성인오락실에 발행하는 상품권 규모만 30조 원 가량이고, 실제 유통액은 이것의 3-5배가 된다고 한다. 오락실 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던 2002년의 130개에서 180배 증가한 것이고, 오락실의 매상도 2002년 3800억 원에서 26조원으로 기하급수로 불어났다. 노무현이 당당하게 이야기한 것처럼 게임 산업 발전 및 규제 완화의 결과가 이렇게 ‘도박공화국’으로 나타났다. 성인오락실 이외에도 합법 5대 사행산업인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로또에 이르기까지 도박은 넘쳐난다. 작년 한해 합법 사행산업에서 로또를 제외한 부분의 이용자만 2,500만 명에 이르고 성인 중 242만 명이 도박 중독에 빠져있다고 한다. 그리고 국가가 성인오락실을 제외한 사행산업에서 세금 등으로 거둬들인 돈이 지난해만 2조 5000억 원이다. 이렇게 커져버린 사행산업의 직접적 피해자는 물론 서민들이다. 성인오락실들이 상대적으로 빈곤한 지역이나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밀집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성인오락실 이용자의 42.3%가 한 달 수입이 200만 원 이하라는 수치도 이를 보여준다. 사행산업이 문제가 되면 항상 단속이 강화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새로운 게임이 출현한다. 선풍을 일으킨 스크린 경마장에 ‘바다이야기’, ‘인어이야기’, ‘황금성’, ‘야마토’와 같은 릴게임들이 이어졌다. 이제 이런 릴게임들이 퇴출되면 디지털 대국의 명성답게 온라인 도박이 활개를 칠 것이라는 예상이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이러한 온라인 도박의 규모는 이미 엄청나다고 알려졌다. 이렇듯 현재 사행산업은 마치 소매치기처럼 국민들의 소득 중의 일부를, 서민들의 쌈짓돈을 계속해서 털어가고 있는 것이다. ‘도박공화국’의 주범은 노무현정권이다 노무현 정권은 온갖 사행산업과 함께 등장했다. ‘인생역전’이라는 카피와 함께 광풍을 일으키며 로또가 발매되기 시작한 것이 노무현이 대선에서 당선된 2002년 12월이다. 또 이때부터 성인오락실에 상품권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결국 커지고 커져서 ‘바다이야기’ 파문에 이르게 된 것이다. 또 같은 해에 대형화된 강원랜드 카지노가 완공되고, 경마, 경륜에 이어 경정 사업이 시작된다. 한국사회는 이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편입되어 있다. 벤처에 대한 ‘묻지마 투자’ 붐, 온갖 펀드들이 각각 수익률을 자랑하면서 난립하여 돈을 긁어모으는 등 도박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돈 놓고 돈 먹기 식’ 투기는 이미 일상화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는 계속해서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투자문화에 적응하고, 투기에서의 성공을 노리며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고 있다. 투기와 사행성이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사람들이 쉽게 도박에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노무현 정권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는 이미 극단적인 빈곤의 확산과 민중들의 삶의 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정권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들이 투기의 활성화를 가로막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에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의 결과로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에게 ‘인생역전’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며 로또를 들이밀었고 이제 이것저것 아무것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바다이야기’로 고래를 잡으며 스스로 위안하라고 한다. 노동의 불안정화, 항상적인 실업의 위협, 빈곤, 정권의 수많은 실패로 숨 막히게 살고 있는 민중들에게 도박을 부추기며 쌈짓돈까지 털어가는 것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개혁’, ‘서민’을 외치며 등장한 노무현 정권은 집권과 함께 시작된 대선자금 비리에서부터 끊임없이 계속된 부패/비리와 온갖 게이트들, 한미FTA, 평택 미군기지 확장, 하중근 열사의 죽음에 이르는 ‘부패’, ‘반민중성’으로 전 민중의 환멸과 불신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미 FTA 2차 본 협상 저지투쟁 평가와 과제 한미 FTA 협상 중단! 노무현 정권 퇴진! 노무현 정권이 집권 하반기 핵심과제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는 현 정권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와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한미FTA 2차 본 협상을 앞두고, 이 협상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양극화를 해소한다는 노무현 정부의 거짓말에 대한 민중의 의구심은 커졌다. 이미 97년 외환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IMF가 제시한 일련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한국 사회에 가져온 파괴적인 효과를 전 민중은 충분히 경험했다.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 민중에게 강요된 '고통분담'의 결과는 대대적인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확산에 따른 고용불안과 빈곤의 확산, 농촌/농업의 붕괴와 농민 생존권의 파탄, 공적 서비스의 축소와 양육/노인부양에 대한 여성의 의무 강화였다. 소수의 재벌이 금융화 된 세계 경제 질서에 편입하여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 다수의 노동자 민중이 떠 안아야 했던 고통은 너무도 혹독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자유치만이 살 길'이라며 초민족자본이 기업 활동을 하기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며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해체했고, 이에 대한 저항을 '대외 신인도' 운운하며 철저하게 탄압했다. 반면 IMF 구조조정과 함께 물밀듯이 들어온 초민족 투기자본들은 헐값에 인수한 기업들을 되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겨갔다. IMF가 불러온 끔찍한 고통을 이미 경험한 노동자 민중은 한미 FTA를 통해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한 층 더 완성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반복되는 거짓말에 더 이상 속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가 내세우는 주장과는 정 반대로 한미 FTA가 빈곤을 더욱 확산하고, 한국 경제에 대한 초민족 금융자본의 지배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견해가 더욱 설득력 을 얻고 있다. 더구나 1, 2차 협상에 앞서 공청회를 파행으로 진행해놓고 '상대국에 협상 전략 노출'의 우려가 있으므로 협상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가 하면, 케케묵은 '대외신인도'를 다시 운운하며 협상을 방해하는 시위를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하는 노무현 정부의 뻔뻔함에 대중은 분노했다. 노동자 민중의 삶과 권리를 위협하는 한미 FTA는 중단되어야 하며, 한국사회의 미래를 놓고 오직 초민족 금융자본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며 노동자 민중의 결정권을 박탈한 노무현 정권은 물러나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2차 본 협상에 즈음하여 더욱 힘을 얻게 된 노동자민중의 요구였다. 2차 본 협상 파행은 쇼에 불과 양국 정부는 앞으로 세 차례 남은 협상을 통해 중요한 합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미국의 신속무역협상권한이 만료되는 2007년 6월 전까지 의회 비준을 마무리하기 위해 연내에 양국 간의 공식 협상을 마무리짓겠다는 것이다. 2차 협상 마지막 날 몇 개 작업반 회의가 취소되는 등 파행적으로 마무리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것이 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1차 협상을 통해 총15개 분과 중 11개 분과에 대한 통합협정문을 작성해낸데 이어, 양국은 2차 협상을 통해 서비스/투자 개방 유보리스트를 교환했고, 기초토론을 진행했으며, 3차 협상이 열리기 전 개방 요구 리스트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8월 초까지 상품, 농산물, 섬유에 대한 양허안을 일괄적으로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협상단이 협상장을 비우면서까지 강력한 항의를 표시한 '약가 적정화 방안'에 대해서도, 미국이 수용할 의사가 있지만 '의약품 특허 기간 연장'을 따내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의 정책이 예상되는 소득을 저해한다고 여겨질 경우 상대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에 합의를 이룬 상황이므로, 한미 FTA가 체결되고 나면 이를 통해 얼마든지 한국의 약가 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상품의 한국산 인정문제 등의 쟁점이 남아있지만, 양국 협상단은 한미 FTA 협상을 결렬에 이르게 할 만큼 중요한 쟁점으로 삼지는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한미 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는 사회운동들의 요구가 커다란 호응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양국 정부는 이에 굴하지 않고 협상을 진척시키고 있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는 여전히도 '국내 대책팀'을 구성하여 반대 세력들을 설득하고, 국회 특위를 구성하여 국회에 협상내용을 어느 정도 공개하는 모양새를 취하면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여론을 충분히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다. 3차 협상 전까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미 FTA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내겠다고 나서고 있다. [%=사진1%] 2차 본 협상 저지투쟁을 계기로 한미FTA 반대여론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2차 본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7월 12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회'에는 7만에 이르는 민중이 결집했다. 지난 6월 초 워싱턴 1차 협상 직후부터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펼쳐왔던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앞 릴레이농성, 시군구 지역조직 건설, 한미 FTA 저지 선언운동 및 범국민 서명운동 등의 성과였다. 한미 FTA 체결의 필요성에 대해 환상에 가까운 낙관적 전망을 제외하고는 예상되는 구체적 효과를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곳곳에서 제기되는 비판은 철저하게 묵살하며 밀실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노무현 정권의 모습에, 한미 FTA 반대여론은 급격하게 확산되었다. 이에 힘입은 7만의 대오는 경찰 병력 220개 중대가 동원된 봉쇄작전을 뚫고 광화문 미대사관 앞까지 진출해 초민족자본의 이해만을 철저히 대변하며 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기 위한 질서를 구축하려는 양국 정부에 분노를 쏟아냈다. 12일 범국민대회뿐 아니라 7월 10일부터 14일, 협상 기간 내내 협상장 주변에서, 그리고 서울 시내 곳곳에서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주장하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었다. 결국 한미 양측 협상단은 한미 FTA 협상이 초민족 금융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한다는 한미 FTA의 본질에 맞는 방향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약가 적정화 방안'을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2차 협상이 파행에 이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종의 위기감을 조성하며 한미 FTA 추진을 지지하는 세력을 결집시키고, 반대하는 세력의 긴장을 늦추어 날로 확산되는 반대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였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은 한미FTA 반대투쟁이 양국 정부의 2차 본 협상에 이르러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한미 FTA 반대투쟁의 정치적 방향이 분명해져야: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반대! 노동자민중이 주도하는 대안세계화를 향하여! 3차 협상을 앞두고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을 중단하라는 대중적인 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온갖, 이유를 들어 이 협상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설파해댈 것이다. 또한 점증하는 한미 FTA 반대여론을 감안할 때 한미 FTA 반대투쟁은 더욱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 반대투쟁의 정치적 방향을 분명히 내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미 FTA 2차 본협상 저지투쟁 준비 과정에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내에서 앞으로 펼쳐갈 투쟁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2차 본 협상 저지투쟁을 통해 '한미 FTA를 강행하는 노무현 정권의 퇴진도 불사하겠다'는 대중적인 의지를 천명하자는 입장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미 FTA 반대운동에 참여하는 다양한 부문들이 어떠한 정치적 목표를 내걸고 단결과 연대를 이루어 낼 것인지는 여전히 논의 과제로 남아있다. 2차 본 협상 저지투쟁을 계기로 결집된 대중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한미 FTA를 추동하는 근본적인 배경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자본의 구조적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그 비용을 고스란히 전가하는 것을 통해 극복하려는 전략을 중단하는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1986년~88년의 3저 호황 이후 1990년에 불어닥친 이윤율 하락 위기를 김영삼 정부는 WTO, OECD 가입에 가입하는 등 '세계화'통해 극복하려 했고, 이는 1997년 외환위기로 귀결되었다. 김대중 정부는 이를 다시 IMF의 권고에 따라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극복하려 했고 이는 실업과 빈곤의 확대, 초민족자본의 금융적 지배의 확대를 가져왔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사회 양극화'라고 부르며 한미 FTA를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더욱 구체화함으로써 극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렇듯 위기의 악순환을 강화할 것이 분명한 한미 FTA에 대한 반대투쟁은 단순히 협상 절차를 민주화하는 것으로, 피해 분야에 대한 보상을 따내는 것으로 그칠 수 있는 투쟁이 결코 아니다. 한미 FTA 반대투쟁을 계기로 대다수 노동자 민중의 삶의 위기에 대한 대안이 되지 못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끝장내고, 진정한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는 운동을 개시하는 것이 현재 사회운동이 수행해야할 시급하고도 절실한 과제이다. 한미 FTA의 반민중성과 비민주성에 대한 대중적인 공분은 크게 형성되어 있지만, 이에 비하면 사회운동들의 조직화정도는 아직 미흡하다. 2차 본 협상 저지투쟁의 성과는 한미 FTA 반대투쟁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넘어서는 대안을 형성하기 위한 운동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박스1%] 사회자: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평택 미군기지 확장과 한·미 FTA를 집권 하반기의 사활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 FTA가 이번 2차 본협상을 거치면서 전 사회적인 쟁점이 되었습니다. 파행으로 진행된 두 차례의 공청회, 4대 선결과제 논란, 협상장 주변 집회 신고 방해 등 다양한 문제제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한·미 FTA 협상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격하게 확산되었습니다. 올해 초 결성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6월 초 4월 15일 1차 범국민대회, 1차 협상에 즈음한 6월 3일 총궐기, 미국원정투쟁, 광화문 릴레이농성, 지역순회투쟁 등을 경과하여 2차 협상 시기에는 7만 명이 결집하는 범국민대회를 성사시킨 바 있습니다. 한·미 양국 정부는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핵심적인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협상이 삐거덕거리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8월초까지 농업·상품·섬유 양허안을 일괄적으로 교환하기로 합의했고, 서비스 유보안을 검토한 후 3차 협상 전까지 관심분야 목록을 교환하기로 합의하는 등 협상을 진척시켜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점증하는 반대여론을 반전시키겠다는 취지로 FTA 관련부처 장관, 경제단체장, 경제연구소장, 시민단체 인사를 포괄하는 대통령 직속 <한·미 FTA 지원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동안 진행해온 한·미 FTA 반대투쟁의 성과를 가늠하고 이 투쟁이 한 단계 진전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점검해 보아야 할 시기입니다. 이를 여러 단위에서 한·미 FTA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회원여러분과 함께 토론해보고자 오늘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한·미 FTA, 노무현 정부의 의도는 무엇인가? [%=박스2%] 사회자: 우선 한·미 FTA가 노무현 집권 하반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한반도에서 실현하기 위한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함께 사활적인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노무현 정부가 많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FTA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사진4%] 이현대: 한·미 FTA에 관한 토론을 주변 사람들과 하다보면 노무현 정부가 왜 FTA를 추진하려고 하는가 하는 의문을 많이 제기합니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는 세계 자본주의든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서 충분히 못 느끼고 있다 보니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혹은 정권과 자본이 여러 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도 없을 텐데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고 의아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미 김대중 정권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외자유치를 경제정책의 가장 큰 목표로 삼아왔습니다. 외자유치라거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 같은 상징적인 단어가 보여주듯이, 한국 사회의 미래를 두고서 재벌을 중심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핵심에 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다수를 배제한다거나 다수의 노동자 민중이 고통을 받는다거나 하는 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투기자본들이 들락날락 하는 과정에서 주식가치를 높이고, 그럼으로써 경제적 수치들을 좋게 만드는 것, 이런 것들을 핵심으로 사고하면서 그 방안으로 한·미 FTA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미친 짓이지만, 재벌의 입장에서는 절박할 수 있겠지요. 이원재: 제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한·미 FTA 관련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의도에만 관심을 두곤 하는데, 노심뿐만 아니라 남한 자본이 전반적으로 재배치나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잘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는 더 많은 이윤 창출에 대한 절박함이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북한, 또는 아시아 지역 내의 시장을 둘러싼 재배치를 필요로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근에 북한 시장화에 대한 경쟁이 시작됐잖아요? 중국, 미국 이런 식으로…. 그런 점에서 남한 자본의 사전 정지작업이 큰 틀에서 필요한 상황이고, 그 안에서 실질적 이해관계는 권력 재창출이라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 개인이나 열린우리당 수준이 아니라 자본 전반이 그러할 텐데, 여기에는 삼성, 현대등 대자본의 이해가 있을 것이고, 대자본과 유착된 정치권력의 재창출이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 한 축인 열린우리당은 이 문제에 사활이 걸린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이를 위한 조건을 외부효과에 기대어 만들려고 하면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봅니다. 노무현 정권은 자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하고, “조중동이 원하는 일 한번은 하고 싶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보수 세력도 끌어안아야 하고, 미국과의 동맹역시 공고히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미 FTA는 이런 궤적 안에서 경제, 군사, 남북문제를 아우르는 큰 카드입니다. 아울러 실제 현실에서 중요한 부분이 노무현 정권의 정치스타일이 아닌가 합니다. 이른바 성과주의, 무리한 배팅을 통해서 어려운 조건을 돌파하려는 스타일 말입니다. 이러한 성과주의를 추구하다보면 경제 관료들의 입김이 세 지곤 합니다. 이런 여러 요소가 섞이면서 밖에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한·미 FTA가 이들에게는 사활적 과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권미란: 의료분야를 특화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보통 FTA에 대해서 미국자본과 한국자본이 경쟁이 되겠나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러면서 한국자본의 이해에 대해서 빼놓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 자본의 이해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앞서 한국 자본의 재배치니 구조조정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의료부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한국의 소수의 제약자본, 보험자본, 병원자본의 동반성장 전략을 잘 봐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몇 년 전부터 ‘한국을 살릴 것이 서비스다, 제조업은 힘들다’ 했는데, 이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고 봅니다. 의료산업화도 2004년 말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이것 역시 제약자본, 보험자본, 병원자본의 동반성장을 위한 시스템과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병원을 자본의 투자처로 만들어서 고가의 의약품, 의료기기, 생물공학산업의 기술개발과 소비를 촉진시킴으로써 병원자본, 제약자본, 삼성, IT자본, 보험, 생물공학자본이 상호 이윤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고부가가치 생산재 기술에 대한 특별한 보상시스템으로써 특허권 강화, 병원자본과 보험자본의 이해가 맞물린 민간보험시장 자유화, 영리법인허용을 하려는 것입니다. 한·미 FTA를 통해서 외부적인 충격을 줌으로써 이러한 시스템과 환경을 한꺼번에 만들어버리겠다는 의도로 파악이 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남한 소수 자본의 성장전략,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조건 마련이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이현대: 같은 맥락으로 비슷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재경부차관이 한 말 때문에 공무원노조 농림부지부 홈페이지가 뜨겁게 달구어졌습니다. 농업부분에 대해 정부가 구조조정을 지체할 만큼 했고, 정리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정부로서는 농민들의 저항 때문에 정부의 농업구조조정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겁니다. 한·미 FTA를 통해 외부적 충격효과를 주면서 이 부분을 일거에 쓸어버리겠다는 것이지요. 노무현이 자주하는 말 있지 않습니까? ‘개혁을 하려면 고통이 있기 마련이다.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는 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고.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농업개혁에 대해 저항이 있었고, 한번에 IMF와 같은 충격을 주지 않으면 이를 제대로 해 낼 수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사회자: 결국 한·미 FTA는 한국 경제가 장기불황의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재벌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노무현 정부와 자본의 선택이라는 점에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한·미 FTA가 초민족자본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과, 한국사회에서 지속되었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한 단계 완성한다는 의미를 지닌다는 점, 특히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의료 등의 분야에 대한 제도적 틀을 이에 걸맞게 바꾸어 내려 한다는 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현재 한·미 FTA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어떠한지, 사회운동들은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점검해보겠습니다. 얼마 전 진행된 2차 협상에서는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문제 삼으며 미국이 14일 회의에 미국이 참석하지 않는 등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2차 협상의 결과는 무엇입니까? 2차 협상 결과 어떻게 볼 것인가 [%=박스3%] [%=사진1%] 권미란: 2차 협상이 끝나고 나서 의약품 때문에 협상 결렬이 되었다는 식의 과도한 평가가 종종 있었습니다. 얼마 전 한·미 FTA협상에서 장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유시민 장관을 칭찬하는 글을 한겨레신문에서 봤습니다. ‘유시민장관이 약제비적정화 방안을 밀어붙이는 걸 봐라, 장관이 자기 분야에서 신경을 쓰고 애를 쓰면 한·미 FTA 협상을 잘 할 수 있고 피해를 방어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의약품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해서 지재권대책위나 보건단체들은 약제비적정화방안 자체가 한국과 미국의 제약자본 그리고 환자들이 사활을 걸만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2차 협상 해프닝은 그것이 마치 핵심쟁점인 것처럼, 제약자본의 이해와 한국 민중의 이해가 심각하게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한·미 FTA가 체결되고 나면 약가 적정화 방안이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제약자본이 무기로 삼을만한 내용이 협정 안에 충분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두고 무리수를 두는 듯 한 미국의 태도나, 한·미 FTA와 상관없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밀어붙이겠다고 왠지 강경한척하는 유시민의 태도는 전부 쇼입니다. 미국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의약품 특허입니다. 의약품 특허를 통한 제약자본의 독점 강화가 더 파괴적인 효과를 가지는데, 약제비적정화 방안에 초점을 맞추면서 마치 다른 쟁점은 없는 것처럼 가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적재산권이 민중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약제비 적정화에 초점이 맞춰져서 의약품특허는 뒤에 가려지고, 그렇게 되면서 저작권이라든지 지적재산권 강화요구에 포함되는 많은 쟁점들이 물위로 떠오르지 않는 게 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3차, 4차 협상이 되면 약제비 적정화방안을 미국이 슬며시 내 줄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정리자주]연합뉴스 7월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2차 협상 마지막 날인 7월 14일 미국이 이미 ‘약제비 적정화방안’을 수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인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인정하는 대신 약값 수준과 등재목록을 최종 결정하는 위원회에 미국 위원들의 참여, 의약품 법규의 입법예고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협상 마지막 날 한미 협상단 양자와 보건복지부 등 3자간 막후교섭을 통해 건강보험의 개혁을 위해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반드시 도입할 수 밖 에 없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이해를 구했으며 결국 미국도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이현대: 자세한 분야별 쟁점이 있을 텐데 미국이 실제로 중요하게 여기는 쟁점인지 여부에 상관없는 의사 쟁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문제도 일부에서는 사활을 건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쟁점이 안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한·미 FTA 협상이 좌초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종훈 수석대표도 이 문제가 실무선에서는 합의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거든요. 섬유쿼터 철폐라든지, 약제비 적정화방안이라든지 세세하게 부각되는 쟁점이 있는데, 마치 양보할 수 없는 쟁점인 것처럼 부각시키다가 그 부분이 타결이 되면 이게 미국이 양보하는 것처럼 물 타기가 되겠지요. 이틈에 나머지 감춰진 부분이 다 넘어가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금융서비스 시장개방, 지적 재산권, 투자자 국가제소인정 같은 핵심적 부분은 다 합의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쟁점을 다르게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국 정부도 그만큼 치밀한 계산 하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안별 쟁점을 잘못 소개하면 도리어 우리가 말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2차 협상 파행 분위기도 의도된 거라고 봅니다. 이원재: 협상 저지 투쟁의 성과나 저들의 전략이 분리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2차 협상을 계기로 정부협상단의 전략이 중요한 전술변화를 했다고 봅니다. 1차 때까지만 해도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급속도로 협상을 진척시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협상이라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당사자가 많아져서 반대 세력도 늘어나면서 어려워지기 마련입니다. 우연적인 요소들과 맞물리면서 2차협상 전에 반대여론이 커졌는데, 정부가 이전에는 사이좋은 윈-윈 게임이라는 걸 강조했었는데 더 이상 이게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 여론이 안 좋고 언론도 돌아서기 시작하면서 일정정도 초기에비하면 협상과정이 형식적인 측면에서라도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으로 비추어지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여론의 반전을 통해 그런 과정에 이른 것은 운동적 성과라고 보는데, 실질적인 과정은 결국 정치적 쇼라고 봅니다. 먼저 여론에 대해서 우리도 노력한다, 협상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보여주려는 의도가 바탕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2차 협상을 한국에서 하는데도 미국이 ‘쌀을 의제로 올릴 수 있다’,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 절대 불가하다’, ‘SAT 서비스, 인터넷 교육 분야 개방 관심 있다’라고 했듯이 1차 협상 때 김종훈 수석대표가 했던 말이 다 뒤집어질 정도로 강하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일정정도 일방적 소통에 대해 꿈틀하는 걸 보여줄 필요가 생긴 것이지요. 2차 협상 기간 내내 국회에 자료를 제공하겠다, 국내 팀을 만들어서 내부 국내 협상에 임하겠다는 둥 했는데 이런 것 역시 여론을 의식한 행동일 테고, 실제 협상에는 별로 큰 영향은 없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이번에 쟁점이 된 약값 문제 역시 이후 얼마든 뒤집을 수 있는 것이고, 실질적인 쟁점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실제 서비스, 투자, 지적재산권, 무역구제 등 1차 협상 때 쟁점이었던 부분이 어떻게 되었는지 하나도 언급이 안됐는데, 협상 진척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약값을 쟁점으로 부각한 것도 전략이었을 것입니다. 사회자: 1차 협상 이후 정부는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을 얻어내기 위한 노력, 농산물 쿼터제 도입, 섬유쿼터제 철폐, 섬유의 기준을 원사 기준이 아닌 직물 기준으로 바꾸는 문제 등을 마치 국민 전체의 이익이 걸린 쟁점인양 부각하면서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여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했었지요. 2차 협상에서도 이러한 여론용 쟁점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렇듯 협상에서 세세하게 불거지는 쟁점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 공통된 의견으로 제시되었습니다. 한 편, 파행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포장했던 2차 협상에서 서비스 양허 유보안을 서로 교환하고 3차 협상 전 관심분야 목록을 교환하기로 합의한 점, 8월 초까지 상품, 농산물, 섬유분야에 대한 양허안을 교환하기로 합의한 점 등을 볼 때 양국 정부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필요한 합의를 진척시켜 가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2차 협상을 둘러싼 특징적인 현상은 협상 직전 한·미 FTA에 대한 갑작스런 반대 여론이 급작스럽게 확산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을 진단해 본다면요?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여론 확산의 배경 [%=박스4%] [%=사진3%] 이원재; 한·미 FTA 자체에 내재된 속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칠레 FTA랑만 비교해보더라도 워낙 규모도 크고 파괴력이 있고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나와 관련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평택과 다르게 한·미 FTA는 월드컵 기간에도 언론에 계속 노출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정부의 계속된 무리수가 여론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국정 홍보처장도 말실수를 하고 인터뷰 조작해서 공개사과까지 했고, “미국 사람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면 된다, 쌀 협상은 내가 안했다, 섬유 협상과 관련해서 거짓말 맞다 등” 김종훈의 실언처럼 여러 가지 객관적으로 자본주의 룰에서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무리수를 둔 것들이 폭발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PD수첩에 한·미 FTA가 방영되었던 것도 우연은 아니고, 시청각미디어공대위가 열심히 활동한 성과라고 보이는데, 기대 이상의 폭발성이 반대여론의 사회적 확산에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이 기저에는 전 분야에 걸쳐서 2월부터 몇 개월동안 꾸준하게 FTA의제를 확산시켜왔던 바탕이 있다고 봅니다. 농성, 지역순회, 상경투쟁 등의 노력의 성과가 나올 시기이기도 했고, 2차 협상 한국에서 열리는 등 여러 요소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현대; 워낙 규모가 큰 사안입니다. 우리의 삶을 뒤흔들만한 사인이기도 하고요. 한 편에서는 지식인의 영향력도 컸다고 봅니다. 사실 노동자운동이 한·미 FTA 반대투쟁에 강력하게 결합했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현장의 조직화 정도는 대단히 취약합니다. 하지만 농민들이 강력하게 움직였지요. 노무현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데, 반대여론이 확산되는 데는 언론노조가 있었다고 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일반 국민들이 한·미 FTA를 둘러싼 쟁점들을 속속들이 알 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협상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어서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지는데다가 한·미 FTA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세계화는 어쩔 수 없는 대세다 하는 논리가 지배적이라서 반대 여론이 쉽게 생기기 힘든 조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도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에는 한·미 FTA가 민중의 관심과 반발을 자극하는 폭발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현재 한·미 FTA 반대 입장으로 결집되어 있는 영화인, 지식인 그룹, 언론 등의 메리트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권미란; 대체로 동의합니다. 한·미 FTA가 이 세상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강력한 FTA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은 기본안을 가지고 여러 FTA를 추진하기는 하지만, 그 내용은 점차 포괄적인 협정, 점차 강력한 협정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미태 FTA 협상안이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미-싱가포르 FTA보다 포괄적이고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듯이 한·미 FTA는 미태, 미- 호주 FTA보다 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보고 모든 부문에 영향을 주는 협정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대중으로 하여금 FTA의 본질을 어떤 경우보다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NAFTA를 체결했던 멕시코, 캐나다의 사례가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이를 본 사람들의 평가도 반대 여론을 확산하는 데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