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 대책의 본질과 한계 한국사회의 부동산 투기열풍과 노무현정권의 대응 얼마 전 행자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토지소유 현황 수치를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토지 소유 편중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상위 1%(48만 7천명)가 전체 사유지의 51.5%를 소유하고 있으며, 상위 10%가 전체 면적의 91.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4일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집 값으로 환산한 빈부격차의 정도가 단순히 월평균 소득으로 따졌을 경우 보다 두 배 이상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정책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한 편 사회적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토지 소유현상에 대한 불만과 부동산투기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거세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임기 내에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투기는 꼭 때려잡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잇따른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 값은 좀처럼 떨어질 기색이 없어 보이자, 다음에는 토지공개념 제도를 언급하며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을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이러한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진영은 토지공개념 제도는 이미 위헌 판정을 받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연일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이 출범 이후 줄곧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업도시, 혁신도시 사업 등을 추진하며 전 국토를 투기지역으로 만들어 놓고 토지 공공성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이러한 2개월 간의 지난한 공방은 8월31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일단락 될 듯하다. 애초 검토되었던 안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여 발표된 이번 안은 결국 또다시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꼴’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후퇴가 강력한 조세저항을 우려한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실은 애초부터 노무현 정권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의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이번 8.31 부동산 대책은 주식, 채권과 더불어 투기시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저금리로 인해 과도한 거품이 형성되자 이를 가능한 수준에서 제어하고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일시적인 장치인 셈이다. 1980년대 말 위기관리정책으로 출발한 ‘토지공개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토지공개념은 1980년대 후반 올림픽 개최를 전후로 전국 곳곳에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에 따른 지가 상승이 서민들의 생활고에 무게를 더하는 상황에서 ‘공공의 복리를 위해 토지 소유권에 일정한 제약을 가해야 한다’는 토지공개념제의 취지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 이에 정부는 1989년 정기국회에서 '택지소유에 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은 실제로 사회 안정과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3저 호황으로 발생한 막대한 유동성 자금이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일시적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게 되었다.1) 그 결과 발생한 부동산 투기 열풍은 노태우 정권에서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이렇게 과도하게 형성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언제 어떻게 붕괴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안된 토지공개념 제도는 부동산 투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제시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부동산이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기보다는 단지 이미 형성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제도의 도입은 결국 중단되고 만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토지초과이득세법이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의 주요 내용은 별장용 토지, 부재지주 농지, 기준초과 공장용지 등의 소유자에게 3년 단위로 토지 초과이득의 30~50%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인데, 이것은 1994년 7월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이유로 위헌이 아닌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다(그러나 토지초과이득세법의 결함을 수정한 개정 토초세법에 대한 위헌 소송 네 건이 1997년 8월~ 1999년8월에 걸쳐 모두 합헌 판정을 받았다). 주거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소유를 금지한 택지소유상한법도 마찬가지이다. 이 법은 소유 상한을 200평으로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는 점, 소유 목적이나 택지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획일적인 상한을 정했다는 점이 문제가 되어 지난 1999년 4월 위헌판결을 받았지만, 위헌 판결이 나기 전인 98년 9월, 정부는 이 법을 폐지했다. 끝으로 택지개발, 공단·관광단지·유통단지·골프장 등의 조성 시 사업시행자에게 개발 이익의 25%(도입 초기에는 50%)를 개발 부담금으로 부과하도록 하는 개발이익환수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은 합헌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2004년 이후 사실상 시행이 중지되었다. 그런데 현재 토지공개념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조차 토지초과이익세법이나 택지소유상한법은 이미 위헌 판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개발부담금제만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1989년 당시 노태우 정권이 제안했던 토지공개념에도 훨씬 미달한다. 정부가 대책은 부동산 투기로 인한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토지와 주택에 대한 왜곡된 소유 편중 현상을 해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이 아님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8.31 부동산 대책의 본질과 한계: 노무현정권의 대국민 사기극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이 토지공개념 제도까지 운운해가며 추진하려고 하는 8.31 부동산 대책의 본질과 이것을 통해 노무현 정권이 얻으려고 하는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 8.31 부동산 대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현행 0.15%에서 2009년까지 1%로 높이고, 현행 9~36% 차등세율로 부과되고 있는 양도세가 중과돼 1가구 2주택자의 경우 최대 50%까지 단일 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초 보유세액 증가 상한선을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되었지만 현행 150%에서 200%로 소폭 조정되었고, 1가구 2주택자 중과세율을 60%~70%로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었지만 50%로 하향 조정되었고2) , 이마저도 각종 예외규정을 두어 결국 중과 대상은 전체가구에 2%에도 못 미치는 20만 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강력한 조세저항을 핑계로 애초 검토되었던 안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발표된 이번 부동산 대책은 실제 집 값 하락에는 큰 영향이 없고 다만 일시적으로 부동산 매매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친절하게도 부동산 거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4%인 정도인 거래세율을 0.5%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포함시켰지만 결국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 당장 부동산을 처분할 필요성이 없는 강남 ‘큰 손’들의 손익계산은 이미 끝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애초부터 실질적인 집 값 안정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오히려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개발부담금제와기반시설부담금제의 시행이다. 이 제도의 주된 내용은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등 대규모 국책 사업과 재건축, 재개발에 따른 초과이익을 국가가 환수해 도로와 지하철, 공원, 학교 등을 설립하는 공공의 목적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기반시설 부담금제의 경우 당초 200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정부와 여당은 이번 부동산 대책을 계기로 2006년부터 조기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뜻 보면 토지공개념 제도의 삼대 축 중 하나였던 개발부담금제의 시행을 통해 마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투기로 발생한 이익을 환수해 공공시설 확충에 사용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참여 정부 출범 이후 국토 균형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행정중심 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해서 전국적인 땅값 상승을 주도해온 노무현 정권이 다시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해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3) 결국 개발부담금제와 기반시설부담금제의 근저에는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국책 사업 시행에 따른 재정 부담을 민간부문에게 떠넘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에서는 대규모 개발 사업 발표를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가 상승을 보장해주고 개발 사업자는 여기에서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도로와 상하수도, 학교와 공원 같은 기반시설 설치비용에 부담하는 일종의 빅딜이 형성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빅딜의 피해자는 개발 지역 인근에 거주하는 서민들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8.31 부동산 대책에 강남 인근의 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거여동 특전사 부지(58만평)와 남성대 골프장(24만평)에 약 100만평 규모의 강남 대체 미니 신도시를 추진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이 지역 일대는 벌써부터 매물이 실종되는 등 가격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집 값을 잡겠다던 정권이 여전히 부동산을 하나의 투기의 대상으로 적절하게 관리하고 부동산 투기를 나서서 조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대책은 결국 투기 시장의 위기관리 방책일 뿐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 문제는 단순히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서 경제 위기를 지연시켜 온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부동산 경기의 호황이었다.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은 지난 1년 동안 사상 최고 수준인 평균 13.6% 상승했고, 심지어 텍사스 리오그란데 지방의 쓸모 없는 사막 지대 땅값이 최근 6개월 사이 무려 12배나 뛰어오르는 등 미국 전역이 그야말로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6년부터 7년 동안 4배 가까이 급등했던 호주의 주택 가격이 최근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자 이것을 세계 부동산값 거품 붕괴의 조짐으로 해석하는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실물 경제에 기반 하지 않은 부동산 거품은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등 다양한 원인들이 의해 언제든지 그 거품이 붕괴되기 마련이다. 정부의 논리에 따르면, 부동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 시중 유동성 중 일부가 증시로 흘러 들 가능성이 높아질 것처럼 보인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부동자금 성격의 머니마켓펀드(MMF) 수탁고는 올해만 23조원 가까이 급증하며 지난 8월 24일 기준으로 82조 6461억 원을 기록 중이고 은행·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의 단기수신은 7월말 현재 434조6000억 원으로 한 달 사이 13조3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최근 주식시장이 비교적인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꾸준히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내용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25일 KBS의 '참여정부 2년 반, 대통령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 "집을 사려다가 최근 주식에 간접투자 했다"며 "내가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주식에 걸었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8.31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노무현 정권이 노리는 것은 하반기 주요 과제로 상정한 극심한 사회양극화 해소와 사회 통합에 대한 립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의 균형을 유지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장기적으로 보완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은 결국 유동성 자산 자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빈곤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사회적 실천 최근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떠오른 강남의 타워 팰리스의 그림자 밑에는 군부독재 시절 정권에 의해 강제이주 되어 28년이나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소지를 인정받지 못해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극단적인 양극화의 모습은 비단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8.31 부동산 대책과 같은 부동산 투기 정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주거는 부의 축적 대상이 아니라 당연한 인간의 권리다!라고 절규하고 있는 수많은 도시 빈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일부 시민단체와 같이 투기를 억제하고 투자를 보호하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과 같은 정책적 대안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1989년 노태우 정권이 제정했던 토지공개념 제도의 한계에서 살펴보았듯 투기 시장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법률·정책적인 차원에서의 중재라는 것은 역시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기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고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수많은 민중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양산하는 다양한 빈곤의 문제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 1) '3저 호황(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은 1986년 무렵부터 시작되어 1988년 서울올림픽 특수로 이어지면서 1988년까지 지속되었다. 하지만 3저 호황 동안 자본의 이윤량은 증가하지만 이윤율은 계속 떨어졌고 이에 따라 실물경제에 투자하기보다 자본이 증권시장,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종합주가지수와 지가가 급상승했다. 1986년에 227.8이었던 종합주가지수가 1987년에는 417.6, 1988년에는 693.1, 89년에는 918.6으로 초특급 상승을 하였고, 동시에 지가도 엄청나게 올라갔다. 땅값 상승이득도 급증, 1986년에 45조원 대이던 것이 89년에는 314조원에 달하였다. 본문으로 2) 양도세율을 60~70%로 올린다고 해도, 실제 내는 양도세는 장기보유특별공제나 기본공제등을 빼면 양동차익의 절반도 안 된다. 마치 양도차익의 60~70%를 세금으로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도세 실효세율(양도차익 대비 양도세 비율)은 50%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현재 양도세 실효세율은 고작 15%(1가구 1주택 비과세 포함)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문으로 3) 전국적인 땅값 상승의 양상을 살펴보면, 충청권에서는 호남고속철 분기역으로 결정된 청원 오송 지역과 행정수도 후보지에 오른 천안, 아산, 논산, 공주, 연기 등의 땅값이 치솟고 있다. 강원권의 기업도시 예정지인 원주도 땅값이 오르고, 호남권에서는 기업도시가 들어설 무안과 광주 인근지역에 통합혁신도시가 건설될 장성, 담양, 나주 등지 및 혁신도시 후보지로 예상되는 전주· 김제·완주도 마찬가지다. 영남권에서도 행정도시 예정지인 공주·연기와 인접한 경북 상주의 땅값도 상승하고 있으며, 울산에서는 1~3년 전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울주군 삼남면) 역세권을 중심으로 투기광풍이 일었다. 본문으로
8.31 부동산 대책의 본질과 한계 한국사회의 부동산 투기열풍과 노무현정권의 대응 얼마 전 행자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토지소유 현황 수치를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토지 소유 편중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상위 1%(48만 7천명)가 전체 사유지의 51.5%를 소유하고 있으며, 상위 10%가 전체 면적의 91.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4일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집 값으로 환산한 빈부격차의 정도가 단순히 월평균 소득으로 따졌을 경우 보다 두 배 이상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정책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한 편 사회적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토지 소유현상에 대한 불만과 부동산투기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거세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임기 내에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투기는 꼭 때려잡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잇따른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 값은 좀처럼 떨어질 기색이 없어 보이자, 다음에는 토지공개념 제도를 언급하며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을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이러한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진영은 토지공개념 제도는 이미 위헌 판정을 받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연일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이 출범 이후 줄곧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업도시, 혁신도시 사업 등을 추진하며 전 국토를 투기지역으로 만들어 놓고 토지 공공성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이러한 2개월 간의 지난한 공방은 8월31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일단락 될 듯하다. 애초 검토되었던 안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여 발표된 이번 안은 결국 또다시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꼴’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후퇴가 강력한 조세저항을 우려한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실은 애초부터 노무현 정권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의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이번 8.31 부동산 대책은 주식, 채권과 더불어 투기시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저금리로 인해 과도한 거품이 형성되자 이를 가능한 수준에서 제어하고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일시적인 장치인 셈이다. 1980년대 말 위기관리정책으로 출발한 ‘토지공개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토지공개념은 1980년대 후반 올림픽 개최를 전후로 전국 곳곳에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에 따른 지가 상승이 서민들의 생활고에 무게를 더하는 상황에서 ‘공공의 복리를 위해 토지 소유권에 일정한 제약을 가해야 한다’는 토지공개념제의 취지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 이에 정부는 1989년 정기국회에서 '택지소유에 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은 실제로 사회 안정과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3저 호황으로 발생한 막대한 유동성 자금이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일시적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게 되었다.1) 그 결과 발생한 부동산 투기 열풍은 노태우 정권에서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이렇게 과도하게 형성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언제 어떻게 붕괴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안된 토지공개념 제도는 부동산 투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제시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부동산이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기보다는 단지 이미 형성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제도의 도입은 결국 중단되고 만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토지초과이득세법이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의 주요 내용은 별장용 토지, 부재지주 농지, 기준초과 공장용지 등의 소유자에게 3년 단위로 토지 초과이득의 30~50%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인데, 이것은 1994년 7월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이유로 위헌이 아닌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다(그러나 토지초과이득세법의 결함을 수정한 개정 토초세법에 대한 위헌 소송 네 건이 1997년 8월~ 1999년8월에 걸쳐 모두 합헌 판정을 받았다). 주거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소유를 금지한 택지소유상한법도 마찬가지이다. 이 법은 소유 상한을 200평으로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는 점, 소유 목적이나 택지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획일적인 상한을 정했다는 점이 문제가 되어 지난 1999년 4월 위헌판결을 받았지만, 위헌 판결이 나기 전인 98년 9월, 정부는 이 법을 폐지했다. 끝으로 택지개발, 공단·관광단지·유통단지·골프장 등의 조성 시 사업시행자에게 개발 이익의 25%(도입 초기에는 50%)를 개발 부담금으로 부과하도록 하는 개발이익환수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은 합헌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2004년 이후 사실상 시행이 중지되었다. 그런데 현재 토지공개념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조차 토지초과이익세법이나 택지소유상한법은 이미 위헌 판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개발부담금제만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1989년 당시 노태우 정권이 제안했던 토지공개념에도 훨씬 미달한다. 정부가 대책은 부동산 투기로 인한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토지와 주택에 대한 왜곡된 소유 편중 현상을 해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이 아님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8.31 부동산 대책의 본질과 한계: 노무현정권의 대국민 사기극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이 토지공개념 제도까지 운운해가며 추진하려고 하는 8.31 부동산 대책의 본질과 이것을 통해 노무현 정권이 얻으려고 하는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 8.31 부동산 대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현행 0.15%에서 2009년까지 1%로 높이고, 현행 9~36% 차등세율로 부과되고 있는 양도세가 중과돼 1가구 2주택자의 경우 최대 50%까지 단일 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초 보유세액 증가 상한선을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되었지만 현행 150%에서 200%로 소폭 조정되었고, 1가구 2주택자 중과세율을 60%~70%로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었지만 50%로 하향 조정되었고2) , 이마저도 각종 예외규정을 두어 결국 중과 대상은 전체가구에 2%에도 못 미치는 20만 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강력한 조세저항을 핑계로 애초 검토되었던 안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발표된 이번 부동산 대책은 실제 집 값 하락에는 큰 영향이 없고 다만 일시적으로 부동산 매매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친절하게도 부동산 거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4%인 정도인 거래세율을 0.5%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포함시켰지만 결국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 당장 부동산을 처분할 필요성이 없는 강남 ‘큰 손’들의 손익계산은 이미 끝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애초부터 실질적인 집 값 안정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오히려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개발부담금제와기반시설부담금제의 시행이다. 이 제도의 주된 내용은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등 대규모 국책 사업과 재건축, 재개발에 따른 초과이익을 국가가 환수해 도로와 지하철, 공원, 학교 등을 설립하는 공공의 목적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기반시설 부담금제의 경우 당초 200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정부와 여당은 이번 부동산 대책을 계기로 2006년부터 조기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뜻 보면 토지공개념 제도의 삼대 축 중 하나였던 개발부담금제의 시행을 통해 마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투기로 발생한 이익을 환수해 공공시설 확충에 사용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참여 정부 출범 이후 국토 균형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행정중심 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해서 전국적인 땅값 상승을 주도해온 노무현 정권이 다시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해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3) 결국 개발부담금제와 기반시설부담금제의 근저에는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국책 사업 시행에 따른 재정 부담을 민간부문에게 떠넘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에서는 대규모 개발 사업 발표를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가 상승을 보장해주고 개발 사업자는 여기에서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도로와 상하수도, 학교와 공원 같은 기반시설 설치비용에 부담하는 일종의 빅딜이 형성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빅딜의 피해자는 개발 지역 인근에 거주하는 서민들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8.31 부동산 대책에 강남 인근의 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거여동 특전사 부지(58만평)와 남성대 골프장(24만평)에 약 100만평 규모의 강남 대체 미니 신도시를 추진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이 지역 일대는 벌써부터 매물이 실종되는 등 가격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집 값을 잡겠다던 정권이 여전히 부동산을 하나의 투기의 대상으로 적절하게 관리하고 부동산 투기를 나서서 조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대책은 결국 투기 시장의 위기관리 방책일 뿐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 문제는 단순히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서 경제 위기를 지연시켜 온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부동산 경기의 호황이었다.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은 지난 1년 동안 사상 최고 수준인 평균 13.6% 상승했고, 심지어 텍사스 리오그란데 지방의 쓸모 없는 사막 지대 땅값이 최근 6개월 사이 무려 12배나 뛰어오르는 등 미국 전역이 그야말로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6년부터 7년 동안 4배 가까이 급등했던 호주의 주택 가격이 최근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자 이것을 세계 부동산값 거품 붕괴의 조짐으로 해석하는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실물 경제에 기반 하지 않은 부동산 거품은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등 다양한 원인들이 의해 언제든지 그 거품이 붕괴되기 마련이다. 정부의 논리에 따르면, 부동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 시중 유동성 중 일부가 증시로 흘러 들 가능성이 높아질 것처럼 보인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부동자금 성격의 머니마켓펀드(MMF) 수탁고는 올해만 23조원 가까이 급증하며 지난 8월 24일 기준으로 82조 6461억 원을 기록 중이고 은행·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의 단기수신은 7월말 현재 434조6000억 원으로 한 달 사이 13조3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최근 주식시장이 비교적인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꾸준히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내용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25일 KBS의 '참여정부 2년 반, 대통령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 "집을 사려다가 최근 주식에 간접투자 했다"며 "내가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주식에 걸었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8.31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노무현 정권이 노리는 것은 하반기 주요 과제로 상정한 극심한 사회양극화 해소와 사회 통합에 대한 립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의 균형을 유지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장기적으로 보완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은 결국 유동성 자산 자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빈곤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사회적 실천 최근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떠오른 강남의 타워 팰리스의 그림자 밑에는 군부독재 시절 정권에 의해 강제이주 되어 28년이나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소지를 인정받지 못해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극단적인 양극화의 모습은 비단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8.31 부동산 대책과 같은 부동산 투기 정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주거는 부의 축적 대상이 아니라 당연한 인간의 권리다!라고 절규하고 있는 수많은 도시 빈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일부 시민단체와 같이 투기를 억제하고 투자를 보호하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과 같은 정책적 대안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1989년 노태우 정권이 제정했던 토지공개념 제도의 한계에서 살펴보았듯 투기 시장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법률·정책적인 차원에서의 중재라는 것은 역시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기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고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수많은 민중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양산하는 다양한 빈곤의 문제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 1) '3저 호황(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은 1986년 무렵부터 시작되어 1988년 서울올림픽 특수로 이어지면서 1988년까지 지속되었다. 하지만 3저 호황 동안 자본의 이윤량은 증가하지만 이윤율은 계속 떨어졌고 이에 따라 실물경제에 투자하기보다 자본이 증권시장,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종합주가지수와 지가가 급상승했다. 1986년에 227.8이었던 종합주가지수가 1987년에는 417.6, 1988년에는 693.1, 89년에는 918.6으로 초특급 상승을 하였고, 동시에 지가도 엄청나게 올라갔다. 땅값 상승이득도 급증, 1986년에 45조원 대이던 것이 89년에는 314조원에 달하였다. 본문으로 2) 양도세율을 60~70%로 올린다고 해도, 실제 내는 양도세는 장기보유특별공제나 기본공제등을 빼면 양동차익의 절반도 안 된다. 마치 양도차익의 60~70%를 세금으로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도세 실효세율(양도차익 대비 양도세 비율)은 50%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현재 양도세 실효세율은 고작 15%(1가구 1주택 비과세 포함)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문으로 3) 전국적인 땅값 상승의 양상을 살펴보면, 충청권에서는 호남고속철 분기역으로 결정된 청원 오송 지역과 행정수도 후보지에 오른 천안, 아산, 논산, 공주, 연기 등의 땅값이 치솟고 있다. 강원권의 기업도시 예정지인 원주도 땅값이 오르고, 호남권에서는 기업도시가 들어설 무안과 광주 인근지역에 통합혁신도시가 건설될 장성, 담양, 나주 등지 및 혁신도시 후보지로 예상되는 전주· 김제·완주도 마찬가지다. 영남권에서도 행정도시 예정지인 공주·연기와 인접한 경북 상주의 땅값도 상승하고 있으며, 울산에서는 1~3년 전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울주군 삼남면) 역세권을 중심으로 투기광풍이 일었다. 본문으로
영국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에서 7월 6일부터 8일까지 열린 G8(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런던 테러사건이 발생해 언론의 초점에서 다소 멀어지긴 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의 주 의제는 아프리카의 빈곤과 기후변화였다. 이에 따라 회담에 참석한 8개국 정상들이 서명한 글렌이글스 공동성명도 '기후변화, 에너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아프리카'로 나뉘어 정리되어 있다.1) 이번 회담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별 진전이 없었고,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들의 외채탕감에 대해서는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성과가 있었다는 외채탕감의 내용이 무엇이고, 그것이 진정한 성과라 할만한 것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그리고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의 일환으로서 외채탕감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지를 알아보기로 하자. 외채탕감운동 외채탕감 요구는 1996년 G7 정상회담 이후 사회운동단체들의 시위의 단골메뉴였다. 이번에도 '빈곤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하자'(Make Poverty History, MPH)) 조직위 주최 에딘버러 시위에 20만 이상이 모여들었는데 일부에서는 2002년 제노아 시위보다 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가난한 나라의 외채를 탕감하고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늘리라고 정상회담에 압력을 넣기 위해 G8 국가들의 주요 8개 도시와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를 이어가면서 진행한 마라톤 공연 '라이브 에잇'(Live 8)2)에도 많은 사람들이 직접적으로(런던 20만, 미국 필라델피아 100만 등 9개 도시 150만) 혹은 간접적으로(전세계 20-30억명 텔레비전 시청) 참여하였다. 외채탕감운동은 국제 채권자들이 1996년 과중채무빈국(HIPC) 외채탕감 방안을 논의하기로 동의하면서 활성화되는데, 1998년 11월 17일 로마에서 38개국 '쥬빌리 2000' 단체들과 12개 국제조직이 모여 최초의 '쥬빌리 2000' 국제회의를 열었다. 쥬빌리는 성서에서 유래하는데 죄수를 풀어주고 빚을 탕감해주는, 50년마다 돌아오는 '기쁜 해', 즉 희년(禧年)이다. 단어에서 보다시피 이 쥬빌리 2000 운동은 선진국 종교계에서 시작한 시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운동이었다. 1998년 회의에서는 상환불가능한 외채, 원금을 실질적으로 이미 상환한 외채, 부적절하게 기획된 정책과 프로젝트로 인한 외채, 부정한 외채와 독재정권에 의해 발생한 외채를 2000년까지 탕감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리고 쥬빌리 2000 운동은 1999년 쾰른 G7 정상회담을 겨냥하여 수만명을 동원하여 시위를 벌였고, 이에 호응하여(?) G7회의에서는 HIPC의 2000억불에 해당하는 외채 중에서 700억불을 탕감한다고 결정하였다. 그런데 이런 운동 과정에서 외채탕감운동이 쥬빌리 2000(J2)과 쥬빌리 사우쓰(JS)로 나뉘어 지는데 그 차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우선 J2는 북반구 국가들에 압력을 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북반구에서 주도하고 있는 운동인 반면, JS는 남반구 국가의 시민사회에 외채문제를 환기시키고 남쪽 국가들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는 운동이다. 둘째, J2는 외채의 규모를 축소시키려는 목적에서 단기간 진행되는 운동인 반면, JS는 외채를 고질적인 문제로 만드는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기에 걸친 운동이다. 그리고 JS는 G7회의에서 결정되고 IMF/세계은행에 의해 승인된 HIPC 외채탕감방안을 거부하고 모든 개도국의 외채 탕감을 옹호한다. 외채탕감의 규모는? 이번 회담에서 탕감하기로 한 외채는 18개국(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 베냉 등 14개국, 중남미 볼리비아, 니카라과 등 4개국)이 국제화폐기금(IMF), 세계은행, 아프리카개발기금에 진 빚 400억불이다. 이들 국가는 1996년에 시작되고 1999년에 수정된 '과중채무빈국 방안'3)에 의해 '종결시점'에 도달한 과중채무빈국이다. 이외에도 '결정시점'에 도달한 카메룬 차드 등 9개국과 라오스 미얀마 수단 등 '결정시점'에 도달하지 않은 11개국도 '종결시점'에 이르면 외채탕감을 받게 되는데 그 규모가 각각 110억 달러와 40억 달러로 합해서 150억 달러가 된다. 이 금액과 400억 달러를 합하면 총 55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정도 규모가 얼마나 미미한 규모인지 각종 통계치와 비교를 해 보기로 하자.4) 첫째, HIPC 38개국 총 외채는 현재 1,670억불이고, 이 중 1,370억불이 공적 기관에 대한 채무다 (550억 달러 이외의 공적 외채는 다른 기관, 예를 들어 아메리카개발은행이나 쌍무적 채권기관에 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이들 나라가 550억 달러를 다 탕감 받는다 해도 여전히 1,000억 달러 이상의 외채를 지고 있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쥬빌리 법5)이 다자기구 외채 100% 탕감이 필요하다고 꼽은 50개국이 지고 있는 외채는 3,830억 달러이다. 이 중 2950억불이 공적 채권기관에 대한 외채이고, IMF와 세계은행에만 진 외채가 820억불이다. 셋째, 영국 원조기관들이 '새천년 발전 목표'(MDGs)를 달성하는 첫 단계로서 외채탕감이 필요하다고 꼽은 62개 저소득 국가들이 지고 있는 외채는 5000억불 이상이고 이들 중 4,460억 달러를 공적 채무기관에 지고 있고,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에게만 지고 있는 빚이 1,400억불이다. 넷째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국가들의 총외채는 2080억불이다. 다섯째, 모든 개도국의 총외채는 2조 4천억달러이다.6) 여섯째, G8 국가들이 매년 군사예산으로 사용하는 규모에 비춰보자. 예를 들어 2004년 미국의 군사예산은 4,000억 달러이고,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6개국의 군사예산은 1,914억 달러였다. 그런데 외채 탕감은 향후 몇 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고 따라서 매년 탕감되는 액수는 불과 10-20억불뿐이다. 그 규모가 얼마나 작은지 확연히 드러난다. 참고로 G8 국가들은 남반구 국가들의 쌍무적 다자적 외채에 대한 이자로만 매년 미화 230억달러를 거둬들인다. 결정적으로는 벨기에의 '제3세계 외채탕감위원회'의 다미엔 밀레와 에릭 뚜상에 의하면 이번에 탕감하기로 한 18개국의 400억달러 외채는 이미 악성외채여서 시장에서는 대폭 할인되어 평가되는데 미국의 방식(92% 할인율 적용)에 의하면 32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다른 문제점들 이번 G8 외채탕감방안은 그 규모가 매우 적다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은 외채탕감 조건이다. 앞에서 거론한 것처럼 HIPC 방안은 외채탕감을 받기 위해서 '결정시점'과 '종결시점'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각국은 IMF와 세계은행이 승인하는 '빈곤경감 전략문서'(PRSP)를 마련해야하고, IMF의 '빈곤경감 및 성장촉진책(PRGF)과 같은 대출협약을 포함해서 여타 IMF와 세계은행의 대출협약에 있는 조건들에 순응해야 한다. 이런 PRSP와 PRGF에 담겨있는 조건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교육, 보건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여 재정적자를 감축할 것, 전력, 전기 전화, 물, 의료 등을 민영화할 것,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할 것, 외국인 투자에 대한 장벽을 제거할 것, 공공부문 규모를 줄이고 노조조직을 어렵게 만들 것, 외화획득을 위해 수출(자연자원 수출을 포함하여)을 늘릴 것, 무역과 투자를 차별 없이 자유화할 것, 생활필수품에 대한 보조금을 제거할 것 등이다. 다음으로는 이번에 탕감조치를 받았고 앞으로 받을 예정이 38개국은 외채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남반부 국가들 160개국 중에서 극히 일부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백 번 양보해서 매우 긴급한 나라들 외채를 탕감한다 하더라도 쓰나미 피해국이나 아이티 같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외채가 탕감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다른 중요한 채권기관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 개발은행과 아시아 개발은행이 그것들이다. 외채를 탕감 받게 되는 4개 중남미 국가들(볼리비아 가이아나 온두라스 니카라과)은 아메리카 개발은행에 이후 5개년에 걸쳐 약 14억불의 외채원리금 상환을 해야 할 것이다. 라오스는 HIPC에 있는 유일한 아시아 국가인데, 부탄, 베트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 국가도 심각하게 외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주로 아시아 개발은행에 외채를 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쥬빌리 사우쓰 등 거의 모든 외채탕감운동단체들이 요구해 온 증오스럽고 불법적인 성격의 외채는 무시되었다. 예를 들면 남미 독재국가, 남아공의 인종차별국가, 필리핀의 마르코스 치하의 외채 등이 그것들이다. 글을 맺으며 앞에서 보았다시피 이번 G8 회담에서의 외채탕감은 그 규모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이미 기진맥진하여 외채를 갚을 수 없는 나라들에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세계화로의 편입을 조건으로 탕감한 것이다. 또한 지난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이 실패할 때 베넹, 부르키나파소 등 서아프리카 4개국이 문제삼은 면화보조금도 한 원인이 되었는데 이번 외채탕감이 12월 홍콩 WTO 협상을 앞두고 아프리카 빈국들을 입막음하자는 차원에서 이루어지지는 않았을까? 아무튼 이번 외채탕감은 중심부 국가의 이익과 초민족적 자본의 이익을 조금도 침해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한편 '라이브 8' 공연 주최측과 거대 비정부기구들이 청원식 운동을 펼치면서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한 제국주의적 지배의 당사자인 미국, 영국 등 G8 지배세력에 단호히 맞서지 않은 것은 이들의 한계라 할지라도, 이에 부지불식간에 끌려 들어간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세력 또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안세계화 운동단체 AIDC의 말을 들어보자. "G8 정상회담의 결과는 세계화의 이면인 전쟁과 군사주의에서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면서 세계화에 인간적인 면모로 채색하려고 하는 자들에게, 사회정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우리들이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포섭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전략을 다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G8과 함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제하는 우리 정부들에 대항해 싸우는 동시에 G8과 그들이 지도하는 WTO, 아이엠에프, 세계은행 등의 정당성을 허무는 우리의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불행하게도 MPH의 지배적인 추진주체는 반세계화 운동, 세계사회포럼, 세계 곳곳의 대중적인 사회운동들의 어마어마한 성장을 가져다준 이런 전략에 등을 돌렸다. 유명인사들, 업계거물 및 조언자들은 실천, 조직화 및 저항을 대체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이 이런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7)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이를 극복하겠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개도국 발전, 성장, 빈곤퇴치 등 어느 것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이제는 전쟁을 병행하고 있다. 제3세계 외채탕감운동이 애초에 외채를 구조적인 문제로 본 바에야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을 통해 남반구 민중에 대한 지배와 공격을 강화하는 세계의 지배세력들에게 청원하는 방식의 운동에 이끌리지 말고8) 일국적 세계적 차원의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통한 변혁운동과 결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번 G8 회담 및 이에 대한 대응의 교훈이 아닐까 한다. 1) 원문은 http://www.fco.gov.uk/files/kfile/postg8_gleneagles_communique.pdf를 참조하라. 본문으로 2) 약 20년 전에도 '라이브 에이드'(Live Aid)를 기획했던 아일랜드 출신 록가수 밥 겔도프가 기획한 이 공연에는 엘튼 존, 폴 매카트니, 마돈나, U2 등 유명한 대중가수들과 넬슨 만델라 등이 출연했다. 영어로 '8'은 '에잇'인데 '원조'를 뜻하는 'aid(에이드)'와 발음이 유사하다. '라이브 8'은 '라이브 에이드'(원조를 위한 라이브 공연)이기도 한 것이다. 본문으로 본문으로 4) http://www.jubilieeusa.org/press_room/firststep.pdf와 http://www.jubileesouth.org/upload1/jsstatementforg8.pdf를 참조하라. 본문으로 5) 2005년 3월 미국 하원에 제출된 법안으로 정식 명칭은 ''2005년 정의, 외채탕감 이해, 그리고 형평에 관한 법률'(Justice and Understanding By International Loan Elimination and Equity Act of 2005')이다. 6월 현재 75명의 양당 의원이 발기인으로 되어 있다. 본문으로 6) 80년대 후반 남미 외채위기 이후 외채조정방안으로 등장한 베이커플랜은 외채를 주식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외채문제 폭발을 지연시켰는데 이로 인해 반주변-주변부의 외채는 주식형태로 많이 바뀐 상태이다(외채-주식 전환). 즉 외채규모는 현재 초민족적 자본의 지배로 인해 반주변-주변부가 처한 문제의 실상을 다 보여주지는 못한다. 특히 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한국 등 반주변부에서 그렇다. 이런 나라에서는 초민족적 자본의 이탈(capital flight)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붕괴하면서 위기가 도래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본문으로 7) http://www.aidc.org.za를 참조하라. 본문으로 8) 이를 위해서는 청원방식의 외채탕감운동을 재고해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HIPC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위기와 비극의 주된 요인을 구조적 요인, 즉 식민지이전 및 식민지 유산, 미국 주도 세계자본주의의 수익성 및 정당성 위기와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실질금리 인상을 통한 개도국과의 국제 화폐자본 유치 경쟁, 제조업 제품 수입증대를 통한 경상수지 적자 누적, 동아시아 원조 및 역개방정책)으로 보는 세계체계론자 아리기는 아프리카 각국 정부가 70년대 중반 이후 위기를 근본적으로 회피할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위기의 영향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중 하나가 세계은행이 지시한 조건으로 채무재조정을 하기 보다는 디폴트(지불정지)를 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디폴트는 단기적으로는 위기를 낳았을지 모르겠으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파괴적인 영향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지오반니 아리기, 〈아프리카의 위기 : 세계체계적인 그리고 지역적인 양상들〉, 《사회진보연대》, 2002년 11월호, 2003년 1-2월호를 참조하라. 본문으로 [%=박스1%]
영국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에서 7월 6일부터 8일까지 열린 G8(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런던 테러사건이 발생해 언론의 초점에서 다소 멀어지긴 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의 주 의제는 아프리카의 빈곤과 기후변화였다. 이에 따라 회담에 참석한 8개국 정상들이 서명한 글렌이글스 공동성명도 '기후변화, 에너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아프리카'로 나뉘어 정리되어 있다.1) 이번 회담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별 진전이 없었고,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들의 외채탕감에 대해서는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성과가 있었다는 외채탕감의 내용이 무엇이고, 그것이 진정한 성과라 할만한 것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그리고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의 일환으로서 외채탕감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지를 알아보기로 하자. 외채탕감운동 외채탕감 요구는 1996년 G7 정상회담 이후 사회운동단체들의 시위의 단골메뉴였다. 이번에도 '빈곤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하자'(Make Poverty History, MPH)) 조직위 주최 에딘버러 시위에 20만 이상이 모여들었는데 일부에서는 2002년 제노아 시위보다 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가난한 나라의 외채를 탕감하고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늘리라고 정상회담에 압력을 넣기 위해 G8 국가들의 주요 8개 도시와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를 이어가면서 진행한 마라톤 공연 '라이브 에잇'(Live 8)2)에도 많은 사람들이 직접적으로(런던 20만, 미국 필라델피아 100만 등 9개 도시 150만) 혹은 간접적으로(전세계 20-30억명 텔레비전 시청) 참여하였다. 외채탕감운동은 국제 채권자들이 1996년 과중채무빈국(HIPC) 외채탕감 방안을 논의하기로 동의하면서 활성화되는데, 1998년 11월 17일 로마에서 38개국 '쥬빌리 2000' 단체들과 12개 국제조직이 모여 최초의 '쥬빌리 2000' 국제회의를 열었다. 쥬빌리는 성서에서 유래하는데 죄수를 풀어주고 빚을 탕감해주는, 50년마다 돌아오는 '기쁜 해', 즉 희년(禧年)이다. 단어에서 보다시피 이 쥬빌리 2000 운동은 선진국 종교계에서 시작한 시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운동이었다. 1998년 회의에서는 상환불가능한 외채, 원금을 실질적으로 이미 상환한 외채, 부적절하게 기획된 정책과 프로젝트로 인한 외채, 부정한 외채와 독재정권에 의해 발생한 외채를 2000년까지 탕감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리고 쥬빌리 2000 운동은 1999년 쾰른 G7 정상회담을 겨냥하여 수만명을 동원하여 시위를 벌였고, 이에 호응하여(?) G7회의에서는 HIPC의 2000억불에 해당하는 외채 중에서 700억불을 탕감한다고 결정하였다. 그런데 이런 운동 과정에서 외채탕감운동이 쥬빌리 2000(J2)과 쥬빌리 사우쓰(JS)로 나뉘어 지는데 그 차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우선 J2는 북반구 국가들에 압력을 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북반구에서 주도하고 있는 운동인 반면, JS는 남반구 국가의 시민사회에 외채문제를 환기시키고 남쪽 국가들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는 운동이다. 둘째, J2는 외채의 규모를 축소시키려는 목적에서 단기간 진행되는 운동인 반면, JS는 외채를 고질적인 문제로 만드는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기에 걸친 운동이다. 그리고 JS는 G7회의에서 결정되고 IMF/세계은행에 의해 승인된 HIPC 외채탕감방안을 거부하고 모든 개도국의 외채 탕감을 옹호한다. 외채탕감의 규모는? 이번 회담에서 탕감하기로 한 외채는 18개국(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 베냉 등 14개국, 중남미 볼리비아, 니카라과 등 4개국)이 국제화폐기금(IMF), 세계은행, 아프리카개발기금에 진 빚 400억불이다. 이들 국가는 1996년에 시작되고 1999년에 수정된 '과중채무빈국 방안'3)에 의해 '종결시점'에 도달한 과중채무빈국이다. 이외에도 '결정시점'에 도달한 카메룬 차드 등 9개국과 라오스 미얀마 수단 등 '결정시점'에 도달하지 않은 11개국도 '종결시점'에 이르면 외채탕감을 받게 되는데 그 규모가 각각 110억 달러와 40억 달러로 합해서 150억 달러가 된다. 이 금액과 400억 달러를 합하면 총 55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정도 규모가 얼마나 미미한 규모인지 각종 통계치와 비교를 해 보기로 하자.4) 첫째, HIPC 38개국 총 외채는 현재 1,670억불이고, 이 중 1,370억불이 공적 기관에 대한 채무다 (550억 달러 이외의 공적 외채는 다른 기관, 예를 들어 아메리카개발은행이나 쌍무적 채권기관에 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이들 나라가 550억 달러를 다 탕감 받는다 해도 여전히 1,000억 달러 이상의 외채를 지고 있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쥬빌리 법5)이 다자기구 외채 100% 탕감이 필요하다고 꼽은 50개국이 지고 있는 외채는 3,830억 달러이다. 이 중 2950억불이 공적 채권기관에 대한 외채이고, IMF와 세계은행에만 진 외채가 820억불이다. 셋째, 영국 원조기관들이 '새천년 발전 목표'(MDGs)를 달성하는 첫 단계로서 외채탕감이 필요하다고 꼽은 62개 저소득 국가들이 지고 있는 외채는 5000억불 이상이고 이들 중 4,460억 달러를 공적 채무기관에 지고 있고,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에게만 지고 있는 빚이 1,400억불이다. 넷째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국가들의 총외채는 2080억불이다. 다섯째, 모든 개도국의 총외채는 2조 4천억달러이다.6) 여섯째, G8 국가들이 매년 군사예산으로 사용하는 규모에 비춰보자. 예를 들어 2004년 미국의 군사예산은 4,000억 달러이고,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6개국의 군사예산은 1,914억 달러였다. 그런데 외채 탕감은 향후 몇 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고 따라서 매년 탕감되는 액수는 불과 10-20억불뿐이다. 그 규모가 얼마나 작은지 확연히 드러난다. 참고로 G8 국가들은 남반구 국가들의 쌍무적 다자적 외채에 대한 이자로만 매년 미화 230억달러를 거둬들인다. 결정적으로는 벨기에의 '제3세계 외채탕감위원회'의 다미엔 밀레와 에릭 뚜상에 의하면 이번에 탕감하기로 한 18개국의 400억달러 외채는 이미 악성외채여서 시장에서는 대폭 할인되어 평가되는데 미국의 방식(92% 할인율 적용)에 의하면 32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다른 문제점들 이번 G8 외채탕감방안은 그 규모가 매우 적다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은 외채탕감 조건이다. 앞에서 거론한 것처럼 HIPC 방안은 외채탕감을 받기 위해서 '결정시점'과 '종결시점'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각국은 IMF와 세계은행이 승인하는 '빈곤경감 전략문서'(PRSP)를 마련해야하고, IMF의 '빈곤경감 및 성장촉진책(PRGF)과 같은 대출협약을 포함해서 여타 IMF와 세계은행의 대출협약에 있는 조건들에 순응해야 한다. 이런 PRSP와 PRGF에 담겨있는 조건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교육, 보건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여 재정적자를 감축할 것, 전력, 전기 전화, 물, 의료 등을 민영화할 것,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할 것, 외국인 투자에 대한 장벽을 제거할 것, 공공부문 규모를 줄이고 노조조직을 어렵게 만들 것, 외화획득을 위해 수출(자연자원 수출을 포함하여)을 늘릴 것, 무역과 투자를 차별 없이 자유화할 것, 생활필수품에 대한 보조금을 제거할 것 등이다. 다음으로는 이번에 탕감조치를 받았고 앞으로 받을 예정이 38개국은 외채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남반부 국가들 160개국 중에서 극히 일부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백 번 양보해서 매우 긴급한 나라들 외채를 탕감한다 하더라도 쓰나미 피해국이나 아이티 같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외채가 탕감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다른 중요한 채권기관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 개발은행과 아시아 개발은행이 그것들이다. 외채를 탕감 받게 되는 4개 중남미 국가들(볼리비아 가이아나 온두라스 니카라과)은 아메리카 개발은행에 이후 5개년에 걸쳐 약 14억불의 외채원리금 상환을 해야 할 것이다. 라오스는 HIPC에 있는 유일한 아시아 국가인데, 부탄, 베트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 국가도 심각하게 외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주로 아시아 개발은행에 외채를 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쥬빌리 사우쓰 등 거의 모든 외채탕감운동단체들이 요구해 온 증오스럽고 불법적인 성격의 외채는 무시되었다. 예를 들면 남미 독재국가, 남아공의 인종차별국가, 필리핀의 마르코스 치하의 외채 등이 그것들이다. 글을 맺으며 앞에서 보았다시피 이번 G8 회담에서의 외채탕감은 그 규모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이미 기진맥진하여 외채를 갚을 수 없는 나라들에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세계화로의 편입을 조건으로 탕감한 것이다. 또한 지난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이 실패할 때 베넹, 부르키나파소 등 서아프리카 4개국이 문제삼은 면화보조금도 한 원인이 되었는데 이번 외채탕감이 12월 홍콩 WTO 협상을 앞두고 아프리카 빈국들을 입막음하자는 차원에서 이루어지지는 않았을까? 아무튼 이번 외채탕감은 중심부 국가의 이익과 초민족적 자본의 이익을 조금도 침해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한편 '라이브 8' 공연 주최측과 거대 비정부기구들이 청원식 운동을 펼치면서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한 제국주의적 지배의 당사자인 미국, 영국 등 G8 지배세력에 단호히 맞서지 않은 것은 이들의 한계라 할지라도, 이에 부지불식간에 끌려 들어간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세력 또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안세계화 운동단체 AIDC의 말을 들어보자. "G8 정상회담의 결과는 세계화의 이면인 전쟁과 군사주의에서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면서 세계화에 인간적인 면모로 채색하려고 하는 자들에게, 사회정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우리들이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포섭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전략을 다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G8과 함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제하는 우리 정부들에 대항해 싸우는 동시에 G8과 그들이 지도하는 WTO, 아이엠에프, 세계은행 등의 정당성을 허무는 우리의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불행하게도 MPH의 지배적인 추진주체는 반세계화 운동, 세계사회포럼, 세계 곳곳의 대중적인 사회운동들의 어마어마한 성장을 가져다준 이런 전략에 등을 돌렸다. 유명인사들, 업계거물 및 조언자들은 실천, 조직화 및 저항을 대체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이 이런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7)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이를 극복하겠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개도국 발전, 성장, 빈곤퇴치 등 어느 것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이제는 전쟁을 병행하고 있다. 제3세계 외채탕감운동이 애초에 외채를 구조적인 문제로 본 바에야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을 통해 남반구 민중에 대한 지배와 공격을 강화하는 세계의 지배세력들에게 청원하는 방식의 운동에 이끌리지 말고8) 일국적 세계적 차원의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통한 변혁운동과 결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번 G8 회담 및 이에 대한 대응의 교훈이 아닐까 한다. 1) 원문은 http://www.fco.gov.uk/files/kfile/postg8_gleneagles_communique.pdf를 참조하라. 본문으로 2) 약 20년 전에도 '라이브 에이드'(Live Aid)를 기획했던 아일랜드 출신 록가수 밥 겔도프가 기획한 이 공연에는 엘튼 존, 폴 매카트니, 마돈나, U2 등 유명한 대중가수들과 넬슨 만델라 등이 출연했다. 영어로 '8'은 '에잇'인데 '원조'를 뜻하는 'aid(에이드)'와 발음이 유사하다. '라이브 8'은 '라이브 에이드'(원조를 위한 라이브 공연)이기도 한 것이다. 본문으로 본문으로 4) http://www.jubilieeusa.org/press_room/firststep.pdf와 http://www.jubileesouth.org/upload1/jsstatementforg8.pdf를 참조하라. 본문으로 5) 2005년 3월 미국 하원에 제출된 법안으로 정식 명칭은 ''2005년 정의, 외채탕감 이해, 그리고 형평에 관한 법률'(Justice and Understanding By International Loan Elimination and Equity Act of 2005')이다. 6월 현재 75명의 양당 의원이 발기인으로 되어 있다. 본문으로 6) 80년대 후반 남미 외채위기 이후 외채조정방안으로 등장한 베이커플랜은 외채를 주식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외채문제 폭발을 지연시켰는데 이로 인해 반주변-주변부의 외채는 주식형태로 많이 바뀐 상태이다(외채-주식 전환). 즉 외채규모는 현재 초민족적 자본의 지배로 인해 반주변-주변부가 처한 문제의 실상을 다 보여주지는 못한다. 특히 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한국 등 반주변부에서 그렇다. 이런 나라에서는 초민족적 자본의 이탈(capital flight)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붕괴하면서 위기가 도래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본문으로 7) http://www.aidc.org.za를 참조하라. 본문으로 8) 이를 위해서는 청원방식의 외채탕감운동을 재고해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HIPC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위기와 비극의 주된 요인을 구조적 요인, 즉 식민지이전 및 식민지 유산, 미국 주도 세계자본주의의 수익성 및 정당성 위기와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실질금리 인상을 통한 개도국과의 국제 화폐자본 유치 경쟁, 제조업 제품 수입증대를 통한 경상수지 적자 누적, 동아시아 원조 및 역개방정책)으로 보는 세계체계론자 아리기는 아프리카 각국 정부가 70년대 중반 이후 위기를 근본적으로 회피할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위기의 영향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중 하나가 세계은행이 지시한 조건으로 채무재조정을 하기 보다는 디폴트(지불정지)를 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디폴트는 단기적으로는 위기를 낳았을지 모르겠으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파괴적인 영향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지오반니 아리기, 〈아프리카의 위기 : 세계체계적인 그리고 지역적인 양상들〉, 《사회진보연대》, 2002년 11월호, 2003년 1-2월호를 참조하라. 본문으로 [%=박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