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개악 강행하는 열린우리당을 박살내자 지난 16일 비정규직 노조 대표자들이 열린우리당 의장실을 점거했다. 파견법과 기간제근로와 관련한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서이다. 집권여당으로서 이번 노동법 개악에 장본인이 열린우리당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농성을 정리해야 면담을 들어주겠다며 아예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뜻을 하늘같이 받들겠다'는 집권여당의 눈에 노동자들은 국민으로 보이지 않는 듯 하다. 이번에 정부와 여당이 제출한 노동법안은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아니라 비정규직 확대, 양산 법안이다. 파견법과 기간제근로관련 법개정안을 보면 거의 전적으로 사용자의 요구가 받아들여졌음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지금도 불법파견이 판을 치고 있는 마당에 파견업종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고 그 기간도 늘리면 대한민국은 착취의 온상, 노동자의 무덤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런 법안을 내놓으면서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선전하는 정부와 여당의 가증스러움에 치가 떨릴 따름이다. 지금 열린우리당을 점거하고 있는 이들은 단지 비정규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이땅 1600만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걸고 이들은 노동법 개악의 주범, 열린우리당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의 점거농성은 결코 고립된 투쟁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 투쟁을 시작으로 해서 전국 노동자들의 총단결과 거대한 투쟁이 일어나야 한다. 노동자민중의 삶을 끊임없이 불안정과 빈곤의 나락으로 몰아가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에 맞서 힘차게 투쟁하자.
최근 과거청산 문제제와 국가보안법 존폐 여부를 두고 큰 논란이 일고 있 습니다. 그래서 한국 근현대사를 다루는 학술단체 홈페이지를 둘러보았습 니다. * 참고로 다음과 같은 사이트가 있습니다. 역사문제연구소 http://www.kistory.or.kr/ (역사비평을 내는 곳입니다) 역사학연구소 http://www.ihs21.org/ (역사연구와 함께보는 우리역사를 내 는 곳입니다) 한국역사연구회 http://www.koreanhistory.org/ (역사와 현실을 내고 웹진 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기대보다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지는 않더군요... 찾을 수 있던 몇 개의 글을 올려놓습니다. 생각을 가다듬거나 논점을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혹시 이 주제에 관한 다른 글들을 보신 분들도 올려놓 아 주시길... 국가보안법과 일본군 성노예, 그리고 간도 / 전우용 과거사 규명과 현대사 연구 /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한국현대사) 현대 한국의 과거청산 / 안병욱(가톨릭대교수 한국사) - 과거사청산범국민 위 기조발제문
정부는 노동법 개악을 즉각 중단하라! -9월 10일 노동부의 파견근로와 기간제 근로에 관한 새 법안 발표에 대해 1. 정부에서 파견근로와 기간제 근로에 관한 새 법안을 발표했다. 근로자 파견업종을 종전의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가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파견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정부에서는 비정규직과 파견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위해 이 법안을 내놓았다고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이 법안은 오히려 파견노동자, 비정규노동자를 법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것일 따름이다. 2. 정부의 이번 법안의 내용과 문제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파견 업종의 전면확대는 법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우리 노동법에는 중간착취의 금지(근로기준법 제8조)가 명시되어 있다. 파견업종을 몇가지를 제외한 전 업종으로 확대하는 것은 중간착취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의 정신마저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사회적으로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것은 전체 노동자의 고용의 불안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또 파견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린 조치는 사용자의 자율성을 더욱 확대해준 것이다. 파견기간의 연장은 결국 파견노동자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준 것일 뿐이다. 이런 조치는 파견노동자의 보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아니 오히려 파견노동자를 법의 사각지대로 밀어넣는 것이다. 이건 눈가리고 아웅정도가 아니다. 명백한 개악이다. 이러한 개악을 단행하면서 정부는 이번 법안이 파견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보호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불합리한 차별 금지규정이다. 그러나 파견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규정은 위의 조치들을 합리화하기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3개월의 휴지기간을 둔다는 것 역시 3년이하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경우에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규정이다. 지금도 현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불법파견과 차별도 규제하지 못하면서 앞으로 철저히 규제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노동법 개악에 대한 립서비스일 뿐이다. 3. 온 사회가 불황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불황의 모든 원인이 노동자들의 고임금과 잦은 파업, 투쟁에 있다며 화살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지난 IMF이후 지속적으로 고용과 노동조건에 대한 공격을 받아왔고, 신자유주의는 거칠것없이 노동자들을 짓밟아왔다. 오히려 지금의 위기는 끊임없는 불안정성의 확대를 그 특성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기업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이번과 같은 노동법 개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정부와 기업은 지속적인 노동의 불안정화를 추진해왔다. 상시적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의 끊임없는 확대를 통해 이들이 추구한 것은 자본에게 무한대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노동자에게는 끝없는 불안정노동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이번 노동법 개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불안정한 노동은 결국 불안정한 삶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실업과 빈곤으로 노동자들을 내몰게 된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그 현실을 온몸으로 겪어왔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란 결국 이런 것이었다. '합의'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를 들러리로 세워 불안정노동의 일반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정부의 목적이었다. 더 이상 이런 정부와 '합의'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손발 다 잘라내고 목을 조여오는 이와 '합의'한다는 건 자멸을 부르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고 노동의 불안정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오직 노동자 스스로의 힘찬 투쟁이다. 이제 쓸데없는 기대와 합의의 골방을 박차고 투쟁의 광야로 나서자.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치열한 전선 지난 9월 5일 노무현 대통령이 MBC 시사매거진 2580에 출연해 “국가보안법은 칼집에 넣어 역사의 발관으로 보내야 한다.”며 폐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선 폐지 뒤에 문제가 있다면 형법을 보완한다든지 하면 된다는 나름대로의 방향도 제시하였다. 그런 뒤 이 사회는 매일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직후부터 자신의 “대표직을 걸겠다.”느니 “한나라당의 명운을 걸겠다.”는 등의 강경발언을 쏟아내더니 급기야 9월 9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식화했다. 같은 날 주로 구정권 시절에 국회의장, 국무총리, 장관, 장성 등 주요 요직에 있던 소위 잘 나가던 사람들이 무려 1,400명이나 서명을 받아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구국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4.15 총선 직후부터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 국가보안법 개폐 논쟁은 지난 8월 23일의 국가인권위원회의 전면 폐지 권고, 8월 26일의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7조 1항과 5항에 대한 전원 일치 합헌 결정, 9월 2일 대법원의 한총련 대의원에 대한 유죄 확정 판결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보혁 대결 구도로 나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열린우리당은 폐지와 개정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분위기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으로 폐지 후 보완으로 당론이 정해졌고, 한나라당은 총선 직후 박근혜 대표마저 북한을 적국으로 규정한 국가보안법 2조의 ‘정부참칭’ 부분을 삭제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후퇴하여 불고지죄마저도 존치시키는 소폭 개정의 입장으로 당론을 모아가고 있다. 이런 정치 상황들은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1948년 이래 처음 있는 현상이고, 최근에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에서 2001년 사이의 개폐 논쟁이 폐지 운동 진영의 패배로 마무리된 이후에 처음 맞는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의 정치구도에서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민주당이 폐지 입장으로 정리되어 있는 상황이다. 물론 청와대와 정부도 대통령의 발언 이후 폐지 입장으로 정리되어 있다. 반면 정치세력 상으로는 열세인 한나라당에는 소수 의원을 가진 자민련만이 우군으로 존재하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의 입장에는 조중동과 같은 막강 언론들이 붙어 있어 여론을 선도하고 있으며, 국가보안법을 사수하려는 의지로 뭉친 극우집단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그야말로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국의 301개의 단체로 재발족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는 극우집단들의 광적인 국가보안법 사수투쟁에는 비할 바 없이 조용하게 나날을 맞고 있다. 이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이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었다고 한다면 현재는 이런 양상들이 뒤바뀌어 기이한 현상을 낳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이 넘어야 할 산들 4.15 총선 직후 운동진영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더 없이 좋은 조건이 형성되었으며, 올해 하반기 이내에 폐지시켜야 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것은 일단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지지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의 개혁적 성격과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이라는 조건, 이들이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한다는 면에서 이런 예상을 할 수 있었고, 그런 판단은 대체로 맞아 떨어졌다.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폐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개정론을 앞세운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 어지러운 상황은 일단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리되었다. 국회 의석 과반수를 점한 열린우리당이 폐지 당론으로 정했고, 전면 폐지 당론을 일찍이 정한 민주노동당이 결합하고 있으며, 대체입법론의 미련을 버리지는 못했지만 민주당이 합세하고 있으므로 단순 계산으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는 무난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안하다. 과연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자꾸 드는 것은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보안법 폐지로 가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은 무엇인가? 먼저, 한나라당의 결사적인 반발이다. 이들의 입장들을 종합해서 보면 국가보안법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켜온 법률일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마지막 안전장치”라는 것이다. 그들로서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보안법이 주로 대한민국 내부의 정치적 반대세력들을 탄압하는데 악용되었다는 점보다는 북한의 적화야욕을 막아온 방파제와 같다는 인식을 실제로 갖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인식 속에서 체제의 수호를 위해서는 헌법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이 소중한 것이고, 그래서 그들에게는 그들의 이데올로기의 원천이고, 신념의 법률적인 표현으로 보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없앤다고 하는 것은 집에서 주춧돌을 제거하는 것처럼 급격하게 국가를 지탱해온 버팀목을 제거하는 것과 똑 같다고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결사항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쉽게 이분법을 동원하여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정부와 여당 등을 좌파로 몰아부치며, 나아가서는 용공성을 부각시킨다. 거기에 국가보안법이 해체되면 북한은 그대로인데 우리만 ‘무장해제’된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최대한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 동안 국가보안법이 남용되어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고, 바로 그런 점을 고쳐서 국가보안법을 존속해야 한다는 개정론도 흘려내고 있다. 막연하게 국가보안법이 국가안보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국민들은 이런 한나라당의 주장에 현혹되어 개정론을 지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둘째는 조중동을 비롯한 극우언론과 극우집단들의 저항이다. 물론 이들은 한나라당과 연결되어 폐지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거나 아니면 선도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9월 5일 발언에 대해 조중동과 문화일보, 세계일보 등은 즉각적인 반대 의사를 격렬하게 표명했다. 이들은 거의 선동 삐라 수준의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극우 보수집단들의 여론과 행동을 선동하고 있다. 극우집단들은 9일의 1,400명의 집단 성명 발표에서 보듯이 국가보안법의 사수를 위해 총력 투쟁하는 분위기다.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은 자신들의 지위와 자유를 보장하는 수단이었던 것이고, 기득권을 근저에서 흔드는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에 수수방관할 수 없었던 것이며, 하기에 이들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격렬하게 반응할 것이다. 역시 이들은 청산되어야 할 대상이다. 셋째, 보완 또는 대체에 미련을 놓지 못하는 여당이 문제다. 국가보안법은 완전하게 폐지시키면 그만인데, 소수에 머무는 폐지 여론과 내부의 개정론자들을 핑계로 국가보안법의 흔적을 형법이나 대체입법안으로 옮기려 한다. 이에 따라 그럴 것이면 굳이 국가보안법을 왜 폐지하려 하느냐는 한나라당 쪽의 비난을 받고 있으며, 운동진영으로부터도 불신을 받고 있다. 어땠건 내부에서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지만, 반국가단체의 규정이나 7조의 찬양·고무 조항을 옮기거나 남기는 식의 보완이나 대체입법은 결국 국가보안법 문제를 다시 남기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태도는 이후에 한나라당과의 협상과정을 또 불안하게 한다. 넷째, 정세 주도권을 놓치고 있는 폐지운동 진영이 문제다. 지금까지 가장 유리한 지형을 확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총력투쟁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사안들이 워낙 복잡하게 많은 것이 문제인 것이기도 하지만, 이라크 파병 문제에서는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다가 친노적으로 비추는 국가보안법 전선에 발을 곧바로 담그기가 곤란하다는 점도 있는 것 같다. 전국의 301개 단체가 결합되었다고는 해도 실질적인 힘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은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로 힘을 모으기 힘들다면 자신들이 처한 위치에서 가령 1백만인 청원운동을 함께 한다든지 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단지 하나의 법률을 제거한다는 것이 아님은 별도의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본다. 국가보안법은 지금까지 수구냉전세력들의 지배가 가능하게 했으며, 국민들로 하여금 자기검열에 익숙하게 만든 ‘공포정치’의 소산이라는 점에서 빨리 제거되면 될수록 이익이 되는 게 틀림없다. 그래서 우리는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로 제기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없어진다고 해도 극우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좌파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이미 서구에서는 3백 년 전에 결론이 났다. 사상의 자유와 그에 따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시작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문제는 근대시민혁명을 거쳐서 이루어진 근대시민사회로 넘어가기 위한 전제를 이룬다. 비로소 우리도 근대적 시민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인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국가보안법적 체계에 억눌려서 근대적 가치조차 수용하지 못하였다. 근대사회에서 사상의 자유는 그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증오하는 사상에 대한 관용”을 포함하고, 사상도 “자유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극우들은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당장 사회주의 세상이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금방 북한이 탱크를 앞세우고 물밀듯이 쳐들어 올 것 같은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공포와 억압을 통한 정치, 국가동원체제의 정치를 극우세력들은 지금껏 해왔던 것이고, 이제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상실하게 될 위기에 처하여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투쟁은 민주와 반민주의 투쟁이다. 그런 뒤에 비로소 우리는 통일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의 비현실성이 드러나는 것은 남북교류가 활성화되어 수만 명의 사람들이 남북을 오고가지만 국가보안법은 선택적으로 몇 몇을 처벌하고 있다는 점, 국가보안법이 존재함으로 해서 다른 법률들과 상충하고 어 오히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 수구꼴통 집단인 사법부가 그리도 좋아하는 ‘법적 안정성’을 획득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국가보안법 문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가안보와 관련 있는 중요한 법률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을 깨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연대 차원의 대중 집회만이 아니라 다양한 대중과의 접촉국면을 창출하고, 상투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그들과 만나가야 한다. 그런 활동으로 궁극적으로는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찬성하도록 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국가보안법의 완전한 폐지, 그것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pssp
지난 8월 1일,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를 통해 도하개발의제(DDA) 협상의 기본골격(Framework)이 전격 타결되었다. 새로운 무역협상 라운드의 개시 여부를 판가름하는 회의였던 99년 3차 시애틀 각료회의부터 현재까지, 우루과이라운드의 뒤를 잇는 무역협상은 여러 차례 난항을 거듭해왔다. WTO 회원국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도국, 최빈국들이 우루과이 라운드 농업개방은 초국적 농기업의 전 세계 농업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여 남반구의 농업 생산 기반을 뿌리째 뒤흔들었다며 강력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도국과 최빈국에 자유무역의 혜택을 고루 누리도록 하는 동시에 이들 나라의 ‘개발’을 더욱 촉진시킨다던 ‘도하개발의제’가 오히려 미국 등 선진국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더 이상의 자유화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2003년 9월 칸쿤에서 열린 5차 각료회의에서 개도국들은 ‘농산물 수출 개도국 그룹(G21)', '개도국-최빈국 그룹(G90)'등 여러 의견 그룹을 형성하여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에 강력하게 반발해, 결국 각료회의를 무산에 이르게 했다. ‘개도국 및 최빈국’을 위한 협상에서는 이들의 반발로 어떠한 합의도 이루어내지 못했으며, ‘무역의 완전한 자유화’를 표방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앞장서서 이러한 원칙을 훼손하는 상황은 ‘도하개발의제’ 협상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따라서 지난 몇 년간 협상 진척을 가로막았던 주요 쟁점이 이번 일반의사회에서 어떻게 다루어졌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기본골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합의된 ‘기본골격’이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무산된 칸쿤 각료회의, 그 이후 도하 개발의제 협상을 난항에 빠지게 했던 가장 뜨거운 쟁점은 ‘농업협정’이었다. 그 중에서도 미국과 유럽연합의 농업보조금 문제는 ‘자유무역’이 지니고 있는 모순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쟁점이다. 도하개발의제 농업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매겨진 농산물 관세를 공산품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고 ‘무역왜곡적’ 농업 보조금을 감축/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대규모 농기업이 세계 농산물 시장을 장악하기에 적합하도록 국제무역시스템을 재편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으며 스스로 표방하고 있는 ‘자유무역’의 원칙을 어기고 있다. WTO가 출범한 이후에도 미국은 농업보조금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초국적 메이저 농기업들은 생산비를 절감하여 값싼 농산물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반면 소규모 농가를 기반으로 하는 남반구의 많은 나라들은 관세화와 지속적인 관세감축 조치로 농업시장을 개방하게 되었다. 미국의 농기업이 생산한 싼 값의 농산물은 이렇게 개방된 남반구로 덤핑되고 있다. 남반구의 소규모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은 가격 경쟁력에 밀려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생산기반 자체가 뒤흔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예로, 미국의 면화 생산자들은 1년에 30~40억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다. 이는 면화 수출이 국가 소득의 대부분인 서아프리카 말리의 GDP를 훨씬 웃도는 금액이며, 미국 농기업의 면화 시장 독점으로 말리를 비롯한 베닌, 챠드, 부르키나파소 등 면화수출국들의 소득은 1년에 10억달러씩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부시행정부는 ‘관세감축’, ‘국내보조금의 실질적인 감축’, ‘수출보조금 철폐’를 원칙으로 하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개시된 이후에도, 그 원칙을 훼손하며 농업보조금을 대폭 확대할 것을 골자로 하는 2002년 농업법(2002 Farm Bill)을 제정했다. 이에 미국의 일방주의와 무역 불평등에 대한 개도국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2003년 칸쿤 각료회의에서 브라질, 인도 등 농산물 수출 개도국들은 G21이라는 의견그룹을 형성하여, 북반구의 시장 역시 남반구가 생산한 농산물에 개방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대규모 보조금이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아프리카 4개국 역시 미국의 면화보조금이 철폐되어야 하고 보조금으로 인한 손실을 미국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하개발의제의 핵심 이슈인 ‘싱가포르 이슈’와 ‘비농산물관세인하협정(NAMA)’역시 남반구 각국의 비판의 대상이었다. 아프리카그룹(AP),아프리카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국 그룹(ACP), 최빈개도국그룹(LDCs)의 연합으로 구성된 G90은 투자, 정부조달, 경쟁, 무역원활화 등 이른바 ‘싱가포르 이슈’가 엄밀한 의미에서 ‘무역정책’의 범위를 초과하는 ‘자본의 유출입규제 철폐 및 소유권 보장’과 관련된 것이며, 선진국이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뿐이므로 WTO 내에서 이에 관한 협상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산품 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완전한 철폐를 목표로 하는 ‘비농산물관세인하(NAMA)' 협상은 ’개도국·최빈국의 발전을 돕는다‘는 도하개발의제의 명분과는 정 반대로, 남반구의 취약한 산업구조가 세계적인 경쟁에 직접 노출되도록 하여, 탈산업화를 초래하며 실업과 빈곤을 남반구로 이전시킨다고 비판했다. 결국 칸쿤 각료회의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의 모순을 드러내며 결렬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7월 일반이사회에서 기본골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 진 것은 개도국 및 최빈국이 형성하고 있는 여러 의견그룹이 무력화되었음을 뜻한다. 칸쿤 각료회의 무산 이후 미국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불만을 표한 개도국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협상 결렬에 결정적 역할을 한 G21을 파괴하는데 집중해왔다. 칸쿤 각료회의 직후 미국은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페루, 코스타리카, 과테말라에게 G21에서 탈퇴하면 부분적인 시장개방을 제공하겠다고 사탕발림하여 이들을 G21로부터 이탈시켰다. 뒤이어 지난 4월에는 이 그룹을 이끌고 있는 브라질과 인도가 여타의 농업수출 개도국과 분리되도록 했다. 미국, 유럽연합, 호주, 브라질, 인도를 ‘이해당사자 5개국(Five Interested Parties)’이라 명명하며 팀 그로서 WTO 농업위원회 의장이 기본골격 초안을 작성하는데 이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은 농산물 관세감축 분야에서 ‘점진적인 감축’을 주장해왔던 인도와, 미국의 국내보조금의 실질적인 감축을 주장하는 브라질의 요구를 5개국간의 협의에 따라 수용할 수 있다며 G21의 ‘단결’을 파괴했다. G 90에 대해서도, 7월 중순에 열린 G90 회의에 미국과 유럽연합은 죌릭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들을 파견해서 4개의 싱가포르 이슈 중 ‘무역원활화’에 대해서만 협상을 개시한다는 안을 제시해 G90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비농산물시장접근’과 ‘서비스협상’의 진척에 G90이 협조하여 개도국들에게 ‘혜택’을 주는 다자간 무역체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협박하며 압력을 넣었다. 결국 미국은 이런 식으로 해서 7월 일반이사회에서 ‘농업협상’에 대한 브라질, 인도의 동의와 ‘무역원활화’ 협상 개시에 대한 G90의 동의를 이끌어 내고, ‘기본골격’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데 성공한 것이다. 7월 일반이사회 도하개발의제 기본골격의 내용 7월에 타결된 협상 기본골격은 개도국 의견그룹의 무력화를 바탕으로 합의된 만큼 미국을 비롯한 북반구의 이해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물론 협상의 최종 결과는 2005년 말 홍콩에서 열릴 6차 각료회의 전까지 진행되는 ‘세부원칙(modality)’ 협상을 통해 좌우될 것이지만, 이후 협상은 이 기본골격이 제시하는 원칙에 따라 진행된다. 핵심 쟁점이었던 농업협상 기본골격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라고 평가될 만큼 초국적 곡물기업의 농업시장 지배력 확대를 떠받치는 미국의 입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우선 시장접근 분야에서는 ‘구간별 감축’ 방식을 채택하여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별을 두지 않고 관세율에 따라 대상품목을 구간으로 분류하여, 고관세일수록 높은 비율로 감축하도록 했다. 또한 개도국에 한해서 관세감축에 신축성을 부여할 수 있는 ‘특별품목(Special Product)'제도와는 별도로, 선진국 품목에도 해당되는 ’민간품목(Sensitive Product)'을 새롭게 도입하여, 이에 대해서는 관세를 소폭으로 감축하되 의무수입물량을 확대하도록 했다. 수입국그룹이 요구한 관세 상한 철폐는 추후로 미뤄지게 되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수출국 그룹이 주되게 주장했던 ‘스위스공식’의 변형으로 한국과 같이 고관세 품목이 많은 나라일수록 대폭으로 관세를 감축하여 개방으로 인한 타격이 커지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국내 보조분야에서 미국은 결국 2002 농업법이 보장하는 국내보조를 감축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는 농업에 대한 모든 국내보조정책을 신호등 분류방식에 따라 ‘철폐대상’(red box), ‘규제대상’(amber box), ‘허용대상’(green box)으로 분류했다. 추곡수매제와 같은 정부관리가격정책, 생산 및 판매에 관련된 농가소득지원, 투자 및 수송 등에 대한 보조가 규제대상에 포함되며, 생산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득보장, 재해보상, 식량비축 등은 허용대상에 해당한다. 그밖에 ‘생산제한계획하 직접지불’(Blue Box)과 최소허용보조(De-minimis-총 생산액의 5% 미만의 보조금)에 대해서는 감축의무를 면제했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이 제시하고 있는 국내보조 감축 방식은 ‘감축보조대상 총량’(AMS), ‘최소허용보조’(De-minimis), ‘생산제한계획하 직접지불’(Blue Box)을 모두 ‘무역왜곡적 보조’로 규정했다. 또한 이를 합한 총액에 따라 구간별 감축방식을 도입하되, 보조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더 많은 비율로 감축하도록 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미국의 주장에 따라 ‘생산제한계획 없는 직접지불’이라는 새로운 블루박스가 도입된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이번 합의안이 미국의 대규모 국내보조를 대폭 감축할 것으로 보이지만, 감축대상이 되는 보조금의 총량을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양허된 수준이냐, 현행 수준이냐)에 따라, 그리고 현존하는 보조금을 어떤 종류의 보조금으로 분류할 것이냐에 따라 감축 비율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된다. 미국의 2002 농업법에 따라 새롭게 도입된 보조금들은 신설된 “새로운 블루박스”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보조금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경우 공동농업정책(CPA) 2003년 개정안에 따라 보조금의 상당부분을 ‘허용보조’로 전환함에 따라 현행 수준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수출경쟁 분야에서는 수출보조, 상환기간 180일 이상의 수출신용 및 보증보험은 철폐하도록 하고, 180일미만 신용·보증보험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감축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개도국에만 허용되었던 수출보조는 유지하되 ‘모든 형태의 수출보조가 철폐되는 시점을 지나서 합리적인 기간까지’ 인정한다는 단서가 추가되었다. 그러나 철폐 기한은 명시하지 않고 이후 진행될 세부원칙 협상 결과에 맡김에 따라 이러한 원칙이 현실화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결국,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개도국들에게는 관세를 대폭 감축하도록 하여 개방의 효과를 극대화 하는 반면, 농산물 무역에 있어서 불평등을 심화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보조금은 도하개발의제 협상의 취지와 어긋나도록 현행대로 유지할 여지를 남기게 된 것이다. 7월 일반이사회가 끝난 후 미 무역 대표 로버트 죌릭은 “현재 지급되는 보조금 총량이 191억 달러이지만, 기본골격이 제시하는 대로 계산했을 때 허용되는 보조금은 490억”이라며 “2002 농업법에 따른 보조금은 도하개발의제 협상에도 불구하고 현행대로 유지할 수 있어서 미국이 잃은 것은 없다”고 했다. 농업협상에 비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지만, ‘비농산물시장접근(NAMA)', ’서비스‘, ’무역원활화‘ 분야에서도 미국이 잃은 것이 없다는 게 대체로 동의되는 분석이다. ’비농산물시장접근‘ 분야에서는 관세가 높은 품목일수록 감축률을 높게 하는 ’비선형 공식‘이 채택되었다. ’개도국에 대한 신축성 부여‘의 문제는 이후 진행될 세부원칙 협상 구체적으로 논의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공식‘을 통해 관세 감축률을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한 개도국이 양허 품목과 감축률을 신축적으로 조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석된다. 또한 신속한 관세 철폐를 위한 ’분야별 접근‘에도 개도국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취약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개도국 및 최빈국에 큰 타격을 가져다 줄 것이어서 칸쿤 각료회의에서 채택되지 못했던 ’데르베스 초안‘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10여개 주요 기업으로 구성된 제로관세동맹(Zero Tariff Coalition)은 ’세계적인 차원의 감세와 규제완화를 이루어 내는데 한걸음 다가서게 되었다‘며 이를 환영했고, G90은 ’남반구의 탈산업화, 실업의 확대, 빈곤의 심화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비스협상에 관해서는 2003년 6월로 양허안 제출 시한이 정해졌으나 제출국이 147개 회원국 중 20여개국에 불과한 상황에서, 그 시한을 2005년 5월로 연장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공공서비스 사유화에 따른 파괴적 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부분의 개도국이 선뜻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표면적으로나마 서비스 협상을 신속하게 진전되도록 한다는 데에 동의를 얻은 셈이다. ’싱가포르 이슈‘에 대해서는 4개 이슈 중 하나인 ’무역원활화‘ 분야에 대해서만 협상을 개시한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나머지 분야에 대해서는 미국이 신흥 주식시장으로 삼을 나라와 양자간 협상을 통해 추진한다는 입장에 따른 것이다. 도하개발의제 기본골격 타결의 의미 도하개발의제는 ‘실질적이고 완전한 무역자유화’를 달성한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WTO 회원국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개도국 및 최빈국의 의무만을 지시할 뿐이다. 진짜 목표는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적합한 무역 규범을 세우는 것이고, 이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남반구에, 그리고 전 세계 민중에게 전가된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농산물이 자유무역의 대상이 된 후 고작 10개의 농기업이 세계 농산물 시장의 90%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종자나 생명공학 분야, 농약, 비료 등을 생산하는 농화학 분야, 식품 가공 및 유통 분야 등 농업 및 식량과 관련된 모든 분야들을 통제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되는 동안 남반구의 소규모 농가들은 경쟁에서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WT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으로 초국적 농기업은 남반구에서 재배되는 품종을 개조하여 특허를 매겨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종자를 채취하고 보관하는 과정에 대한 농민의 권리와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수 천년에 걸쳐 개발하고 보존해온 전통적인 지식에 관한 권리는 초국적 기업으로 이전되고 있다. 식량을 자급자족하던 나라들은 이제 식량을 초국적 기업들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농민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거나, 값싼 임금에 이 기업들에 고용되어 착취당하고 있다. 한국의 농민들은 WTO가 출범한 이후 농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빚더미에 올라 농약을 들이키고 목숨을 끊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국적 자본의 활동 영역을 확대하려는 서비스협정은 교육, 의료, 에너지, 물 등 삶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중의 접근권 마저도 박탈하고 있다. 이번 일반이사회에 참여한 회원국의 수가 전체 147개국 중 고작 40여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기본골격’에 대한 합의가 ‘불충분한 동의’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드러내준다. 미국은 각종 회유와 협박으로 ‘기본골격’을 타결하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개발’이라는 떡고물이 도하개발의제를 통해 달성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남반구의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더구나 이토록 불평등한 무역 체계 아래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삶의 위기 속에서 신음하는 전 세계 민중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한다. 이번 9월, 멕시코 칸쿤에서 목숨을 바쳐 불평등과 빈곤을 심화시키는 WTO의 수레바퀴를 멈추고자 했던 농민 이경해 열사의 정신을 되살리고자 한국의 100만 민중이 일어서고, 세계의 농민들이 동참한다. 토지와 종자에 대한 권리, 식량에 대한 권리, 지식에 대한 권리, 의료·교육·에너지·문화 등 필수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근할 권리, 의약품에 대한 귄리를 되찾고자 하는 세계 민중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민중들의 삶과 권리가 존중되는 세계화를 쟁취하는 것은 이러한 민중들 스스로의 투쟁에 달려있다.
8월 10일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재발족관련 자료입니다.
기금관리기본법 개정과 국민연금 기금 활용 주장 지난 7월 18일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임시국회에서 아쉬운 것 중 하나가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처리 못한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8월중에 통과시키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금관리기본법은 국민연금기금을 비롯한 여타 기금들의 운용에 관련한 법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금의 주식투자 제한을 철폐하는 것에 있다. 현재 한국에서 운용 중인 연기금의 규모는 57개, 190조원 정도이다. 이 중에서 국민연금기금의 규모가 120조원 정도라고 했을 때,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한국 경제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국민연금기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노리고자 하는 바는 국민연금 기금의 활용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은 현재 규모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35년이면 경상가격으로 1,715조{{) 2000년 불변가격 기준으로 하면 2030년 645조에 달한다. 이 수치는 현행 제도에서, 즉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60%를 유지했을 때의 계산이다. 만약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연금 개정안이 통과되어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15.90%,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낮추게 되면, 수치는 더욱 커져, 2054년 경상가격으로 5,820조가 쌓이게 된다. }}에 달하게 된다. 이 천문학적 규모의 기금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이 일정 액수를 넘어 규모를 획득하게 되면서부터, 정부는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국민연금을 증시 안정화 대책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해왔다. 지금까지는 기금관리기본법에 막혀{{) 현행 기금관리기본법에 규정은 다음과 같다:【 기금관리기본법의 주식투자 금지조항 】 제3조(기금관리·운용의 원칙) ③공공기금의 기금관리주체는 당해 기금으로 주식과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다. 다만, 당해 기금의 설치목적과 공익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공공기금의 기금운용계획에 반영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항에 따라 현재 국민연금은 기금의 약 9.05%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2003년 이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현재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개정안의 내용도 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규모 자체를 크게 늘리지는 못했고, 단지 이미 책정되어있던 주식시장 투자운용금액을 조기 집행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이 취해졌다. 하지만 정부나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100조가 넘는 거대한 자금이 주식시장에 투자되었을 때 가져올 효과는 매우 매력적인 것이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말은 빌리자면, "연기금의 주식투자 활성화는 경제 살리기의 출발점"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자금원이 커졌다는 것에서만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다. 더욱 적극적으로 남한 경제의 금융세계화를 한층 심화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의 의미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무엇보다 국민연금 기금의 효율적이고, 수익률 있는 운용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일단 적립되고 있는 기금이 있다는 현실에서 보자면, 이 기금은 대부분 자본시장에서 운용될 수밖에 없다.{{) 혹자들은 재정을 적립해서 사회적 투자를 할 수도 있지 않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오늘날 금융화·세계화 국면에서 노동자들의 저축으로 형성된 거대한 자본의 집합은 사회적 가치에 기반을 둔 게임규칙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게임규칙을 따라 움직인다. 시장은 그들의 안마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대한 금융자본의 집합을 만들어낸다는 생각 자체가 공격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 윤여협, [남한 연금제도 개혁 비판], 월간사회진보연대 통권 30호, 2002년 11월 }} 현재 국민연금 기금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도 (자본시장의 일부인)채권이다. 신자유주의 지배계급의 입장에서는 채권이냐 주식이냐를 가르고, 채권만 허용하는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일이다. 현재 기금운용에서 가로막혀있는 분야가 주식시장이기 때문에 주식시장 투자 확대가 논란이 되는 것일 뿐이다. 사실 소위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 다변화(해외투자, 벤처투자 등의 대체 투자)를 역설하고 있다. 결국 국민연금을 수익률을 높이며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금융 전문가들이 채권, 주식, 해외투자, 벤처 투자, 부동산, 공기업 민영화 프로젝트 등과 같이 수익률에 따라 자율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자는 말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는 국민연금 기금을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에서, 금융 전문가들을 통해 '굴리기'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연금기금과 같이 소액의 갹출금이 모여서 일정한 규모를 가지게 된 기금(국민연금 기금은 이미 충분히 큰 규모다)의 특성 중 하나는 그 기금 자체가 비은행 금융기관의 지위를 획득하며, 유동성 원칙과 수익 극대화의 원칙을 따라 자신의 기금을 더욱 키우기 위한 자체증식을 도모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그 자체가 극심한 '투기 금융'의 주력부대가 된다. 더욱 다양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는 것은 금융기관이 수익률을 올리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이라고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번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국민연금법 개정안 중에는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를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원을 금융 전문가들로 채우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와 더불어 금융 전문가들로 하여금 운용을 전담하게 하는 구상이야말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기금(이후에 도입될 퇴직연금의 기금도 포함하여)의 금융화를 촉진할 신호탄이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비롯한 자본시장에서의 전문적인 운용이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 같지는 않다.{{) 심지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주식투자 확대를 통해 부담해야 할 리스크(위험)는 굉장히 큰 반면, 주식투자 확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연금재정 안정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현재 재경부 등이 추진하는 대로 급격히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일 뿐이다. }} 이것은 지배계급과 주식투자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 모두 인정하는 바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를 깎는 국민연금 '개혁'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료 인상과 급여 삭감에 따라 앞으로 천문학적인 기금은 쌓이고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에서 활약하는 국민연금 기금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민중에게 돌아오는 것이 '국민연금 재정이 안정되어 노후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줄 수 있다'는 안심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면, 신자유주의 지배계급이 노리는 것은 단순히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것만은 아니다. 자본시장 발전, 기관투자가 육성, 기업지배구조 개선 며칠 전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누가 한국을 소유하고 있는가?'라는 칼럼에서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이뤄왔던 국수주의에 대한 세계화의 승리가 정부의 우둔한 정책 때문에 무로 돌아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다뤘다. 내용인즉슨, '외국인들이 한국의 주식시장에 상당부분(시가총액의 약 44%)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인들은 국채, 주택, 미국채권 등에 투자를 선호한다. 이것은 기관투자가들의 주식투자를 법률로 제한하는 것에 기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려는 외국인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에 와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기관투자가들의 자유로운 투자를 보장하고, '주주 자본주의'의 기반을 닦아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한 투자 활동을 늘리는 것이 한국 경제를 보존하며, 세계화에 발맞추어 나가는 것이라는 충고가 주된 내용이다. 실제 이런 주장은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를 '경제 살리기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의 구상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열린우리당의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한 연기금의 주식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연기금 내에 주식투자에 대한 이해나 전문성이 높은 인력풀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마다 연기금이 부양책으로 동원된다면 부실을 막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계획이 단순히 증시가 좋지 않을 때 기금을 동원하겠다는 수준을 뛰어넘어, 한국 경제 전반의 체질을 변화시킬 출발점으로 보고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입장이 열린우리당의 계획의 핵심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한나라당도 기금의 주식시장 투자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밟아야한다는 것뿐이다. }} 그들 스스로가 말하듯이,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는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고, 기관투자가를 육성하는데 기반이 되며,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기업경영 감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역할들은 서로 맞물려있다. 금융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획득하며 부상한 집단 중 괄목할만한 것이 바로 기관투자가이다. 금융시장의 탈규제와 자유화, OECD와 세계은행 등이 추진한 연금개혁(공적연금 축소와 사적연금의 확대), 80년대이래 증가한 공공채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증가와 같은 조건들이 기관투자가들의 부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위탁받아 관리,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집중된 화폐자본의 양 또한 80년대 이래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는 곧 기관투자가들의 수중에 엄청난 양의 자금이 집중되어있음을 말해준다. 이들은 보다 높은 투명성, 기업 성과의 국제적 비교 가능성,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며 전지구적 행동반경을 갖는 투자자들이다. 만약 자신들의 요구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장에서는 언제든 철수할 수 있는 준비도 갖추고 있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 자신에 의해 관리되는 자본을 투하한 기업의 대주주로서 그들은 금융소유자의 이해를 크게 대변해야 할 압박에 놓인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압력을 경영진에게 행사한다(기업경영감시 활동).{{)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기업경영 감시활동을 벌이는 연금기금으로는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CalPERS)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1987년 이후 해마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회계투명성이 낮은 기업 10개를 '집중감시 목록'에 올린 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경영개혁을 요구한다. }} 이런 활동과정을 통해 추구되는 궁극적인 목표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이고, 이는 곧 기업의 목표 자체가 주식가치를 극대화하는데 맞춰지게 됨을 의미한다. 사실 이 전반의 활동은 그저 주식시장, 자본시장에서 활약하는 금융자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민경제 전반으로 그리고 세계적으로 그 영향이 확대된다. 주식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의 활동이란 것 자체가 고용을 창출하는 신규투자, 생산 투자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효율성 재고(구조조정, 다운사이징 등으로 나타난다), 금융적 팽창 과정이다. 산업자본의 논리 자체가 금융자본의 그것과 통합되며, 고용과 생산을 파괴하는 금융화는 가속화된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라 일컫는 과정의 중심부에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정이 노동자·민중에게 미치는 파괴적인 효과도 익히 알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이런 기관투자가들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노동자·민중의 소득(임금, 노후소득 등)이라는 점이다. 결국 가계의 저축, 임금의 일부가 적립된 노후보장 기금, 보험금이 활용되어 오늘날 가장 투기적인 기관투자가들의 권력을 강화시켜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연금기금의 역할은 막대한데, 실제 그 자체가 자본시장에서 막강한 기관투자가로 활동을 하기도 하고, 연금기금 일부를 또 뮤추얼 펀드와 같은 다른 기관투자가들에게 위탁함으로써 기관투자가 전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통해 기관투자가 육성을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기금의 주식투자 제한 조치와 같은 법률적인 제한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과정의 발달이 지체되고 있었던 점이 있다. 미국과 같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활동이 활발한 곳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주식투자는 주식시장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 시가총액의 15.9%(2002년 말)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가 제한되어 있다보니 주식시장 투자 자체가 큰 중요성을 갖지 못하고, 기관투자가들에게 기대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업경영 감시 활동, 자본시장 발전과 같은 역할은 미비하다. 따라서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노리는 효과는 단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금의 수익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 자본시장 전체 그리고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에 파급될 것이다. 국민연금 폐지 논란의 진실 얼마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던 '국민연금 8대 비밀'이라는 글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급속히 퍼졌고, 심지어 국민연금을 폐지하라는 촛불시위까지 진행되었다.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여론이 커지자 언론은 서로 앞다투어 국민연금을 집중분석하네, 대안을 모색하네 호들갑을 떨며, 소위 전문가들의 의견을 베껴내며 국민연금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도 국민연금에 대한 반감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국민들의 오해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며, 이를 해명하고 몇몇 불합리한 조치들을 개선하겠다는 말로 국민연금 폐지 움직임을 달래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언론, 입법부의 이런 태도는 그들이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아니 오히려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연금개혁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이번 국민연금 폐지 논란을 국민연금 제도와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 과도하게 부풀려진 오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명백한 진실이 그 속에 있다. '국민연금반대운동본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사연들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물론 개중에 진실성이 없는 글들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이 고의로 국민연금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은 아니다. 오히려 회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부도 전 몇 달씩 체납한 보험료를 고스란히 자신의 책임으로 떠맡은 사람들, 생계에 쪼들려 카드빚에 신용불량자로 내몰린 사람들, IMF 이후 실업-반실업 상태에서 국민연금 내기에 벅찬 사람들의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이런 사실이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 각종 보험, 적금과 같은 재테크 사업은 고사하고 국민연금조차도 제대로 낼 수 없는 민중들의 삶, 그 자체다. 그 누가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고 싶지 않을까? 그럼에도 수 십 년 후의 노후를 위해 현재의 삶 자체 자체를 담보로 잡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까마득해 보이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빈곤 속에서 혹은 죽음의 문턱에 매달려서 살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작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온 국민연금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때는 기필코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개정안은 보험료를 현행 소득의 9%(직장가입자의 경우)에서 15.90%까지 올리고, 급여는 소득대체율 6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는 사람은 더 많아질 테고, 노후에 보장받을 수 있는 연금조차 깎이게 된다. 그럼에도 정부와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은 계속해서 국민연금은 축소하고, 주식투자는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퇴직연금을 도입할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이 민중의 현재와 미래를 보장해줄 수 없음이 명백한데도 말이다.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이 논하는 연금개혁 논의에서 민중의 온전한 노후소득 보장은 이미 중요한 원칙이 아니다. 그들의 관심이란 적립된 그리고 적립될 기금을 활용하여 금융화를 촉진하는 것, 그에 따르는 위험과 노후보장에 대한 책임을 개인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폐지 논란이 불거져 나온 지 두 달 여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동안 각종 언론과 매체에서는 수도 없이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개혁, 새판 짜기를 주장했다. 미봉책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미봉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개혁의 방향이 국민연금의 보장 부분을 축소하고 사적 연금을 확대하는 것, 연금기금을 자본시장에서 활용하는 것을 골격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해결책이 아니다. 이것은 민중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과는 하등 상관이 없고, 오히려 현재의 빈곤을 노후까지 지속하는 악순환일 뿐이며, 그 책임을 개인에게 넘기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연금기금을 주식시장에서 활용하고 그를 통해 금융화를 촉진시키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과 구조조정 속에서 민중의 삶은 파탄과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빈곤이 심화되고, 불안정노동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중의 노후소득을 위한 저축까지 금융시장에 퍼다 부으며, 현재의 신자유주의를 더욱 촉진시키는 것에 노동자민중이 동의해야 하는가? 그래서 노동자들의 자금이 오히려 주식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정리해고, 인력감축, 비용절감, 노동강도 강화를 요구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상황을 인정해야 하는가? 그렇게 스스로의 목줄을 옥죄고도 노후의 빈곤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야 하는가? 현재의 삶도 빈곤하지 않고, 노후의 삶도 빈곤하지 않길 바라는 민중의 바램이 논의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쟁이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투자 확대를 저지하는 방향성을 포함해야 하고,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서는 싸움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너무나 분명할 따름이다.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