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epnews.net/sub_read.html?uid=9152§ion=section24§ion2=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대납, 70만원 생색내기 사업을 현실화하라!
건강보험료 월 1만 원 이하 저소득층 세대의 보험료를 조건 없이 지원해야 한다.
이은주



지난 3월 18일, 22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모여 ‘누구나 건강한 은평구 만들기 캠페인단’을 발족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경제 양극화가 건강 양극화로 이어지는 현실을 은평구에서부터 바꾸어 나가기 위해서다.

캠페인단은 첫 번째 활동으로 건강보험료가 월 1만 원 이하인 세대에 은평구 예산으로 보험료를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은평구에 건강보험료 월 1만 원 이하인 세대는 5,611가구이며, 그 중 1,062가구가 그마저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세대가 3인 가족이라면 3천 명이나 되는 주민이 병에 걸려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은평구에는 ‘차상위 계층 국민건강보험료 지원에 관한 조례’가 있다. 이 조례는 지원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건강보험료가 월 1만 원 이하이면서, 차상위 계층이면서,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한 부모 가정, 국가유공자, 만성질환자 중 한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지원대상자의 신청을 받아 선정하는 방식이라서 미처 신청하지 못한 사람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렇게 까다로운 지원 조건 때문에 실제 건강보험료를 지원받은 세대는 월 평균 118세대다. 여기에 들어가는 월 예산은 고작 70만 원 정도이다.

따라서 캠페인단은 차상위 계층으로 지원 대상을 국한하지 말고 건강보험료 월 1만 원 이하 세대 저소득층으로 대상을 확대할 것, 노인, 장애인, 한 부모 가정, 국가유공자, 만성질환자라는 조건을 없앨 것, 신청절차를 없애고 지급방식을 간소화할 것을 은평구청에 요구하고 있다.

이를 현실화시켜서 건강보험료 월 1만 원 이하 모든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일 년에 약 4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은평구 한 해 예산은 약 3,000억 원이다. 은평구청이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은평구청의 태도는 이에 대해 미온적이다. 상위법령(지방자치법 제122조 2항 국가는 지방재정의 자주성과 건전한 운영을 조장하여야 하며, 국가의 부담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서는 안 된다)에 위반되기 때문에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건강보험공단의 주민 소득에 대한 자료를 믿을 수 없으며, 조례가 개정될 경우 위장 전입 등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상위법령에 위반된다는 구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는 가입자와 회사가 각각 보험료의 50%씩을 부담한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보험료의 일부를 부담할 회사가 없기 때문에 국가가 일부를 부담한다. 가입자 부담과 국가 부담은 완전히 구분되어 있고, 주민이 내는 것은 가입자 부담분이다. 따라서 은평구청이 지역가입자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를 대납하는 것은 국가의 부담을 넘겨받는 것이 아니라, 은평구 주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월 1만 원도 안 되는 아주 적은 부담이지만 덜어주어야 하는 이유는, 이를 내지 못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은평구에 1,062세대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가보건의료체계에서 배제되고 있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이다.

게다가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를 구청이 대납하는 것이 상위법령에 위반된다고 하지만, 은평구청은 이미 일부 차상위 계층의 건강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특별시 25개 구 중에서 13개 구가 ‘저소득층(혹은 차상위 계층) 국민건강보험료 (및 노인장기요양보험료)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가지고 있다.

경상북도 포항의 경우, 경상북도 차원에서 경상북도 전체의 건강보험료 월 1만 원 미만 세대에 연 8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고, 포항시 차원에서 월 1만 원 이상에서 1만 5천 원 이하 세대에 연 3억 6천만 원의 지원을 하고 있다. 캠페인단이 은평구청에 엄청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상위법령 저촉이라는 것은 지원 확대를 주저하고 있는 은평구청의 변명에 불과하다.

또 은평구청은 지역가입자가 소득을 줄여서 신고하기 때문에, 국세청 자료에 근거한 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산정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일부 소득을 줄여서 신고한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 때문에 실제 저소득층까지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소득, 성별 및 연령, 재산, 자동차에 따라 부과되는 점수를 합산하여 계산되는데, 월 1만 원 이하인 경우는 소득과 재산이 거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저소득층이면서 의료급여 조건에는 미달하여 지원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구청의 지원이 절실하다. 은평구청이 실제로 조사하여 믿을만한 자료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기존의 자료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은평구청은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를 대납하는 조례를 만들면 다른 구에서 위장전입을 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서울특별시의 25개 구 중에서 13개 구가 이미 ‘저소득층(혹은 차상위 계층) 국민건강보험료 (및 노인장기요양보험료)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많은 지역에도 이러한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문제되고 있는 곳은 없으며, 상식적으로 한 달에 한 세대 당 몇천 원을 지원받고자 삶의 터전을 옮기리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걱정이다. 은평구청은 건강보험료 지원을 저소득층으로 확대함으로써 오히려 다른 지역의 모범적 사례가 되는 긍정적 기능을 생각해야 한다.

‘은평구민 보건지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평구 주민들은 보건소에서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저소득층 관련 사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주민들의 문제 인식과 요구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은평구청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누구나 건강한 은평구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야 한다.

* ‘누구나 건강한 은평구 만들기 캠페인단’은 현재 조례 개정을 위해 구청, 구의회와의 면담, 기자회견, 캠페인 및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매월 셋째 주 토요일 늦은 2시~6시에 응암역 소공원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건강한 은평구를 원하시는 주민들은 벼룩시장에 오셔서 서명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