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벌수록 많이 아픈 사람들
은평지역 건강불평등 문제 해결의 첫걸음, 은평구청은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대납을 현실화해야 한다!
2010.11.29. 이은주
‘누구나 건강한 은평구 만들기 캠페인단(이하 캠페인단)’의 건강보험료 월 1만 원 이하 저소득층 세대의 건강보험료 대납 요구가 여전히 답보상태다. 은평구청은 여러 기준들을 들면서, ‘조건 없이 건강보험료 월 1만 원 이하 세대의 건강보험료를 대납하라’는 캠페인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은평구 보건소가 주관한 ‘은평구민 보건지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평구민들이 보건소를 이용하는 이유는 ‘저렴해서’가 75.1%로 가장 많았고, 실제로 연간 보건소 이용률이 가장 높은 소득층은 ‘120만원 미만’이 가장 많았다. 또 보건소에서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는 ‘저소득층 관련 사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은평구의 저소득층 주민들이 일상적인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대한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가구소득 월 120만 원 미만인 가구에서, 그 이상인 가구보다 주관적 건강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고혈압, 당뇨, 천식, 우울증의 유병률이 2~5배 더 높았다. 이는 소득이 낮을수록 건강하게 살기 힘든 환경에 처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바로 건강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소득수준에 따른 건강불평등의 문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강조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과제이다. 지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평구의 의지가 중요하다. 은평구의 ‘지역보건의료계획’은 이 문제를 언급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매우 미흡하고, 지원 범위와 지원 금액도 부족하다.
은평구의 건강취약계층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1만 명, 65세 이상 노인 3만 5천 명, 등록 장애인 및 독거노인 1만 9천 명 규모다. 그러나 은평구의 지역보건의료계획에서는 저소득층 주민에 대한 지원 사업이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있는 방문보건 사업의 경우, 방문간호의 대상이 500여 가구, 1000여 명에 불과하며, 이조차도 담당 간호사의 부족으로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이 있다. 또 가정간호 의료비지원은 대상 인원이 고작 10명으로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지역보건의료계획’의 주요 사업들에서는 건강에 사회경제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들을 간과하고 있다. 은평구가 지역보건의료계획에서 가장 주요한 과제로 제시한 것은 만성질환 증가의 문제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만성질환이 개인의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것이고, 교육과 홍보를 통해 개인의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나온 계획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만성질환의 유병률은 소득격차에 따라 차이가 난다. 소득 격차에 따른 건강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은평구가 주요한 과제로 제시한 건강증진사업에서도 이러한 시각이 드러난다. 건강증진사업의 내용은 금연, 절주, 영양, 운동으로 그 실행은 교육과 홍보, 금연클리닉 운영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 주민이 보건소의 금연 클리닉에 참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건지표 실태조사에서도 월 소득 120만 원 이하 저소득층에서 보건소의 교육에 참가한 비율이 더 낮았다. 현재 구청의 건강증진사업은 저소득층 주민들이 실제로 이용하기 어렵고, 건강증진을 실현할 수 없는 방법이다.
결국 저소득층의 건강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은평구청의 이에 대한 인식과 대책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건강보험료가 월 1만 원 이하이면 소득이나 자산이 거의 없는 빈곤층이다. 이러한 세대에 대한 건강보험료 대납은 저소득층의 의료서비스 접근을 향상시켜 건강양극화 문제를 풀어가는 첫 발에 불과하다.
은평구청에게 이 정도의 의지조차 없다면, 은평구가 지역 주민의 건강 문제를 고민한다고 보기 어렵다. 은평구청은 지원 대상자 수를 줄이기 위한 각종 변명들을 그만두고, 지역 주민 건강을 위한 캠페인단의 대납 현실화 요구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