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복직 및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GM대우 비정규직지회의 정문 고공 농성이 한달을 향해 가고 있다. 금속노조, 제시민사회단체가 연대에 나서고 있고, 시의회의 결의와 인천시장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GM대우 사측은 여전히 교섭조차 거부하고 있다.

GM대우의 최근 경영 상황만 놓고 보면 과연 GM대우 사측이 이렇게까지 모질게 비정규직지회의 요구를 외면할 까닭은 없어 보인다. GM대우는 2008~09년 큰 위기 겪었지만 올해 들어 판매 실적이 크게 개선되며 위기 이전 상황을 상당부분 회복했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67만3천대를 생산해 작년 동기 대비 41.6% 증가를 기록했다. KD(수출을 위해 반조립품으로 만든 제품)생산의 경우 98만7천대를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GM대우가 가장 큰 영업이익을 올렸던 2007년에 비해서는 약간 모자란 수치들이지만 2006년 수준은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GM대우는 만기가 돌아온 산업은행 차입금 1조2천억 원을 모두 상환하는 등 재무 상황도 크게 개선된 모습이다.

사실 미국 GM의 한국 계열사인 GM대우는 비정규직지회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오히려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재고용해야 할 도의적 책임도 있다. GM대우가 2년간 큰 경영위기를 겪으며 천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한 원인이 GM의 자본 유출에 있었기 때문이다. GM대우는 지난 2년간 2조원이 넘는 파생금융상품 손실을 기록했는데, 외환 파생상품의 특성 상 한 쪽이 손실을 보면 반대쪽은 그만큼 이득을 얻게 되어 있다. 물론 그 반대편은 GM대우와 거래하는 GM 본사다.

작년과 재작년 GM대우 노동자들이 십 수 년에 걸쳐 만들어 낸 이익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리는 일이 발생, 약 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된 것은 물론 대부분의 정규직 노동자도 큰 임금 감소를 경험했다. 당시 투기성 자본 유출에 대해 그 어떤 경영진도 처벌당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GM대우 노동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경영이 정상화된 지금, 당시 경영진을 처벌하고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먼저 재고용해도 모자랄 판에 2주 넘게 GM대우 사측은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GM대우가 비정규직 노동자 복직을 포함하여 고용에 대해 보수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GM의 글로벌 구조조정 정책과도 연관이 있다. GM대우는 겉으로는 지난 12월 8일 산업은행과 ‘GM대우 장기발전 방안’을 체결하며 GM대우를 소형차 생산의 전략적 기지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속 내용은 오히려 여차하면 한국을 뜨겠다는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GM이 작년부터 밝힌 글로벌 구조조정 전략의 하나는 소형차 판매가 늘어난 미국과 유럽 현지에서 소형차 생산을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북미에서 16만대 규모의 소형차 생산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구제금융을 지원한 오바마 정부, 북미 공장 폐쇄에 합의한 전미자동차노조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유럽에서 역시 올 초 GM은 유럽 핵심 계열사인 오펠에 대한 구조조정의 대가로 독일 정부와 노조에 소형차 생산 확대를 약속했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GM대우 장기 발전 방안’은 북미와 유럽에서 구조조정이 완료되고 소형차 생산이 본격화되기 이전까지만 유효한 이야기다. GM대우가 직접 개발한 자동차에 대한 라이센스를 GM과 GM대우가 공유한다는 합의 내용도 있지만 GM이 한국을 떠날 경우 아무런 판매망을 가지고 있지 못한 GM대우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반대로 GM은 마티즈, 라세티와 같은 차종을 개량하여 북미와 유럽, 그리고 더 나가서는 중국에서 생산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2조3천억 원 규모의 우선주 상환 약속 역시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큰 이야기다. GM이 했다는 지급 보증이라는 것이 도의적 ‘약속’이지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 시장에서 자본 철수 시 계약 관계도 휴지조각처럼 버려지는 것이 다반사이다. 당장 GM은 올 초에 독일에서 독일 정부와 노조를 상대로 한 약속을 뒤집어 버린 예가 있다. 고용유지를 대가로 오펠(GM의 독일 계열사)에 막대한 구제금융을 제공한 독일 정부를 상대로 GM은 매각 협상 과정에서 미국계 사모펀드까지 끌어들여 시간을 벌며 결국 구제금융만 받고 구조조조정은 구조조정대로 강행했다. 이 사건은 미국과 독일의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GM대우가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에 취하기보다는 금융투기적 거래로 자본유출을 일삼고 글로벌 구조조정 계획 속에서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GM에 한국정부, 인천 시민사회,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들까지 모두 감시와 규제의 방안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과 정규직화 요구를 GM대우 사측이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정치적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현지 고용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하느냐는 자본이 현지에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를 볼 수 있는 첫 번째 척도다.

GM대우가 목숨을 걸고 정문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심지어 시민사회의 교섭 중재까지 무시한다는 것은 GM대우가 인천시민사회와 GM대우 노동자들에게 조만간 ‘먹튀’ 짓거리로 나서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참세상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