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칼럼」 GM 쉐보레와 한국의 노동자

GM대우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오는 3월부터 GM대우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미국 GM의 브랜드인 쉐보레가 사용된다. 회사명도 GM대우에서 한국GM으로 변경된다. 어제(2월9일)는 쉐보레 브랜드를 단 첫 차 ‘올란도’의 신차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GM 사측은 내세우는 브랜드 교체의 이유는 한국 시장 점유율 확대다. 세계적 브랜드인 쉐보레를 사용하는 것이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GM대우는 이를 통해 올해 한국 시장 점유율을 두 자릿 수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브랜드 교체만으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겠다는 GM의 계획에 대해 그다지 신뢰를 보내고 있지 않다. 이미 몇 년 전부터 GM대우 영업소에서는 구매자가 원할 경우 쉐보레 마크를 단 차량을 판매해 왔다. 쉐보레 브랜드 교체로 인한 큰 변화가 이미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글로벌 GM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몇 퍼센트 올리는 것은 브랜드 교체 비용을 감안할 때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다. GM은 작년 839만대의 차를 판매했는데, 이 중 한국에서 판매한 차는 11만대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몇 만대를 더 판매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미 GM대우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수출품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쉐보레 브랜드로 나가고 있었다.
GM대우의 브렌드 교체는 작년 하반기 이후 2008~09년 파산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한 GM이 한국 공장을 적극적으로 글로벌 구조조정의 매개자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GM은 작년 하반기에 주식 재상장을 통해 230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고, 중국, 북미, 브라질 시장의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판매량도 2009년에 비해 12% 가까이 증가했다. 파산 상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기는 했지만 아직 이전의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위상은 되찾지 못한 상태인데, GM은 올해부터 공격적인 마케팅과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수익성을 더욱 높여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소형차 생산 공장은 미국과 유럽 공장들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GM은 2009년 파산 위기 시기 미국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그 대가로 전미자동차노조에 16만대 규모의 북미 소형차 공장 신설을 약속한 바 있다. GM유럽의 핵심인 오펠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유럽 독자 소형차 모델 중심으로 생산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GM 자본 입장에서 이전의 약속을 곧이곧대로 들어주는 것은 손해다. 이전의 GM이 해왔던 것처럼 좀 더 많은 비용절감과 노동강도 상승을 요구할 것인데, 그 때 기준으로 이용될 수 있는 것이 한국의 GM 소형차 공장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노동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자들에게는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GM대우는 회사명이나 생산품에 있어서 완전히 GM으로 흡수되었고, 더욱 직접적 비교 대상이 되었다.
초국적 기업 구조조정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는 자본 이동을 무기로 한 노동자 간 경쟁이다. 생산성 및 임금 경쟁을 시켜 각국의 노동자들이 바닥을 향한 경주를 하게하는 것이 초국적 기업의 힘이다. GM대우의 법인명 변경과 브랜드 변경은 이러한 점에서 좀 더 확실하게 한국 노동자들을 GM의 글로벌 내부 경쟁으로 진입시키겠다는 표현인 셈이다.
당장 쉐보레 브랜드로 국내에서 판매될 아베오(Aveo)를 보자. 예전 GM대우가 생산하여 쉐보레 브렌드로 북미와 유럽에서 판매되던 소형차들은 대우차가 개발한 플랫폼에서 나온 차들이었다. 하지만 소형차 아베오는 오펠에서 만든 플랫폼 기반이며, 부평 공장만이 아니라 북미 오리온과 미시간에서도 생산된다. 독일 오펠 역시 같은 플랫폼으로 차를 개발한다. 모두 바로 바로 생산이 대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티즈의 경우도 이미 지난 2009년에 출시된 3세대 제품부터 지엠의 통합 플랫폼 하에서 개발 생산되고 있으며, 라세티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GM의 구조조정 전략은 철저하게 노동자 간 경쟁을 붙이는 방식인데, 2009년 유럽 지엠 구조조정 당시, 독일, 스페인, 벨기에, 영국 공장을 경쟁시키며, 각국 노조에게 누가 얼마나 더 양보할 것인지를 물었던 예가 최근의 대표적 사례다. 이 바닥을 향한 경주에서 벨기에 안트페르펜 공장이 탈락하며 결국 작년 말에 공장 폐쇄를 단행했다. 브랜드와 플랫폼이 완전 통합된 상황에서 GM대우 역시 앞으로 이러한 경쟁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GM대우 노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국제적 국내적 단결을 확대할 전략을 찾는 것이다. GM의 국제적 이동에 대해 각국의 노동자들끼리 경쟁해서는 답이 있을 수 없다. 적극적으로 국제노동조직의 협조를 얻어 GM 노조들간의 교류를 확대하고, 공동 행동 수준을 높여내야만 한다.
이번 브랜드 교체 건에 대해서도 지엠대우로 되돌아가는 것이 이미 힘들다면, GM으로 좀 더 깊이 통합되는 만큼, 그 반대 급부로 노동자들의 국제적 교류와 그에 걸맞는 지엠 본사에 대한 교섭권을 확보하는 노력도 진행되어야 한다. GM본사로부터 국제적 노조 교류에 대한 보장과 일정한 국제단체협약을 받아내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