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금속노조 현대차·기아차지부가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를 핵심 요구안으로 한 공동투쟁을 선포했다. 두 지부는 선포식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에 대해 노동강도 강화·임금감소·고용불안 없는 야간노동 철폐를 기조로 제시했다.

현대·기아차 사측이 지금까지 교대제 개편과 관련해서 밝힌 입장은 사실 하나다. 노동시간 감소와 상관없이 현재 인원과 설비를 가지고 생산량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라인 속도를 높여 시간당 생산대수를 높이고, 휴게시간을 줄여 근무시간 내 작업 강도를 높이라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월 신규인력 채용과 설비투자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굳이 교대제 개편이 없어도 퇴직자, 노후설비 문제로 올해 진행됐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현재 현대차 상황을 살펴보면 노동시간단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위해 단기적으로,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설비와 인력충원을 할 만한 여력이 있다. 설비투자 문제와 설비 증설에 따른 임금비용 문제를 간단히 살펴보자. 자세한 내용은 노동자운동연구소가 3월5일 발간한 보고서를 참조하면 된다.

먼저 설비투자 문제. 설비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설비를 통해 한 해 얼마만큼의 매출액을 올리느냐다. 유형자산회전율이라고도 부르는 것인데, 이를 생산에 직접 연관된 부분에 한해 살펴보면 현대차는 2010년 현재 1원의 설비를 가지고 9.2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02년에는 1원의 설비당 7.3원의 매출을 만들었다. 2010년 한국 제조업 평균 유형자산회전율은 5.1이다. 현대차가 거의 두 배 가까운 매출을 같은 설비를 통해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자본이 여기서 조금만 양보해 설비 1원당 매출 기준을 9.2원에서 8.2원으로 1원만 낮춘다고 가정하자. 이때 현대차가 투자할 수 있는 설비액은 5천억원이다. 5천억원의 설비투자만 해도 투자 효율성 면에서는 여전히 제조업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8.2의 회전율을 갖는다. 이러한 설비 회전율은 장기적으로도 경영에 아무런 문제를 끼치지 않는다.

다음으로 비용 문제. 설비투자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큰 비용은 임금과 감가상각비(기계의 마모로 인한 비용)다. 현대차는 2010년 기준으로 제조와 직접 관련해 4조1천억원의 인건비(임금·복리후생 등)를 사용했다. 여기에 재료비·외주가공비·감가상각비 등을 지출해 제조 이후 8조9천억원의 이익을 만들어 냈다. 생산직 노동자가 1원의 인건비를 받고 2.2원의 이익을 사측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노동가치론에서는 이를 노동자가 생산한 가치를 임금으로 받지 못한 부분, 즉 착취라고 부른다.

여기에서도 현대차 자본이 약간만 양보해 2.2원을 가져가던 것을 0.2원만 포기하면 매년 3천600억원가량을 제조 관련 추가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이 액수는 현대차 자본 입장에서 보면 큰 돈도 아니다. 현대차가 올해 1월 주주들에게 배당한 돈만 4천800억원이기 때문이다. 배당금의 7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 자금을 가지고 매년 신규 설비투자에 따른 약 350억원가량의 감가상각비와 3천200억원가량의 추가 인건비를 지불할 수 있다. 3천200억원의 인건비는 약 9천명에 달하는 사내하청을 모두 정규직화하고, 추가로 2천300여명을 신규로 채용할 수 있는 액수다. 사측은 신규채용 이후 근속연수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를 핑계로 댈 수도 있겠다. 하지만 10년 내 1만명 가까운 장기근속 노동자들이 퇴직하는 현대차의 고령화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총인건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5천억원의 설비증설, 2천300여명의 신규채용은 아산공장 규모의 공장 증설이 가능한 규모다. 즉 현대차가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에 따른 18만7천대 분량의 생산량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아산공장이 '8시간+9시간' 체제에서 22만대 정도 생산이 가능하니, 수치상으로만 보면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고도 남음이 있다.

현대차가 조금만 양보하면 노동시간 단축·고용 확대·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 현대차 자본은 마치 노동자가 노동강도에서부터 임금까지 많은 것을 희생해야만 노동시간단축이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현대차의 상태는 정몽구 회장이 탐욕의 일부분만 포기해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현대차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옳다. 한국사회에서도 가장 긴 시간을 일하는 현대차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시작해 한국 사회 전반의 노동시간 관행을 조금이나마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노동의 희생이 아니라 자본의 양보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다소 생소한 수치들을 이용해 만들어 본 위 시나리오는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자본 투자 중심의 시간단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금속노조를 비롯한 한국의 노동운동은 지금까지 노동의 양보 목록으로만 짜인 노동시간단축 프레임을 자본이 양보해야 할 목록으로 바꿔 내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