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정리해고는 사측의 ‘기획’”...보고서 발표
노동자운동연구소, “법원은 쌍용차 정리해고 부당판결 내려야”
성지훈 기자 2012.05.21 17:27

지난 주말, 쌍용자동차의 22번째 희생자의 49재와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회가 진행된 가운데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가 회계조작에 의한 부당해고였음을 밝히는 보고서가 제출됐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21일, ‘22명을 죽음으로 내몬 회계부정과 기획된 정리해고(부제-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의 원상회복을 위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지원 연구실장은 이 보고서를 통해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는 회계조작을 통해 기획된 것이었으며, 정부는 이를 알고도 묵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러 부실기업 만들었다 - 유형자산 5177억 평가절하
보고서는 쌍용자동차의 경영 부실은 기술유출이 모두 끝난 상하이자동차 자본의 자본철수 명분을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2008년 자본철수명분이 필요해진 상하이 자동차가 안진 회계 법인을 통해 부동산, 건물, 구축물, 기계 공구 등의 유형자산 평가액이 문제가 있다며 평가액을 5177억원 감액했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은 부채가 더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168%에서 563%로 급증했고, 2008년 9월까지 980억 원이던 당기순손실 역시 3개월 만에 7,1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이 600%에 육박하고 당기순손실액이 7천억 원이 넘는 부실기업이 된 것이다.
당시 경제위기 상황에서 유형자산 재평가와 손상차손 계상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손상차산이 28억 원에 불과한 지엠대우나 21억 원의 르노삼성, 손상차손이 아예 없었던 현대차 등 경쟁 타업체와 비교하더라도 5,177억의 손상차손이 단순히 경제위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이후 한국감정평가원이 평가한 쌍용자동차의 유형자산 평가액은 1조 7천억 원으로 안진 회계 법인이 평가한 액수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삼정 KPMG와 삼일 회계 법인의 보고서는 부정회계 자료를 토대로 처음부터 정리해고를 목적으로 만들어 진 것
이 보고서는 또 쌍용자동차의 회생방안으로 2,646명의 인력구조조정을 내놓은 삼정KPMG의 보고서가 조작된 회계자료를 전제로 정리해고를 위해 작성된 보고서라고 주장한다.
안진 회계 법인에 의해 회계가 조작된 2008년이 아닌 2007년을 기준으로 쌍용자동차의 수익성, 효율성, 재무건전성을 판단해보면 쌍용차의 매출액 총이익률(매출총이익/매출액)은 18.8%로 지엠대우의 15.2%보다 높은 수치이며 기아차와 같은 수치라는 것이다. 효율성 부분 역시 2007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쌍용자동차의 1인당 매출액은 4억3천 만원으로 기아차 4억 8천 만원에 비해 약간 뒤처지는 수준에 불과하다.
쌍용자동차의 회생계획을 인가하기 위한 법원 판단을 위해 2009년 제출한 삼일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 역시 안진회계법인과 삼정KPMG가 만든 부정회계와 오류를 그대로 인용해서 작성됐다. 또 삼일회계법인은 구조조정 이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업계 평균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익률과 낮은 임금을 전제로 한 영업전망을 제시했다고 보고서는 주장한다.
상하이 자동차의 주식 소각이면 정리해고는 없어도 될 일
한지원 실장은 보고서에서 “쌍용차의 지난시기 재무 상태를 보면 여러 방식으로 회생이 가능했으며, 공정한 회계, 적당한 경영정상화 방안이 만들어졌다면 정리해고는 없어도 될 일”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대한문 앞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보고서는 쌍용자동차의 경영 악화와 적자는 상하이 자동차의 막무가내식 경영으로 인한 영업외손익이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상하이 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하기 전인 2002~03년의 쌍용자동차 수익률은 현대자동차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이에 대해 “정상적인 경영이 이루어졌으면 업계 1위인 현대차와 어께를 견줄만큼의 생산, 판매가 이루어 질 수 있었단 의미”라고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동시에 “그럼에도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 기간의 정리해고 계획은 생산과 판매 외적인 부분에서 상하이 자동차가 만들어냈던 부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라며 “삼정 KPMG, 삼일 회계 법인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하이 자동차의 비정상적인 경영효과를 없앤다면 쌍용자동차는 2018년까지 10년을 영업할 경우 계속기업가치가 2조 4천억에 달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삼일 회계법인이 추정한 기업가치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법원이 정리해고 부당판결 내려야한다
보고서는 또 해고노동자들이 제기한 해고무효소송이 서울남부지법에 의해 기각된 것은 법원이 오직 회계조작을 저지른 회계 법인들의 판단에만 근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회계 법인들은 처음부터 정리해고 과정에 맞추어 모든 보고서들을 작성했고, 쌍용자동차 사측 역시 정리해고를 위한 자료들만을 의도적으로 제공해 왔다는 것이다. 법원 역시 정리해고 적절성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 한 번 없이 회계법인의 말을 무조건 진실로 가정하여 정리해고를 포함한 회생계획을 인가했다고 보고서는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2008년말 경영위기는 과장된 회계조작을 통해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경영위기 였고 △회계법인들이 상하이 자동차의 경영실패효과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잘못된 수익평가서를 냈으며 △상하이 자동차 인수이전 상태로 경영이 정상화 되면 정리해고 없이 쌍용자동차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넘어서게 됐을 것 이란 이유를 들어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와 부당해고소송 기각을 비판했다.
보고서는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는 조작된 경영악화를 빌미로 ‘기획된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법원의 정리해고 무효판결과 정부의 무급휴직자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결론을 내고 있다.

▲ 5월 19일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회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