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료민영화 여부를 판가름할 시험대
영리병원, 반드시 막아내자

2-1.
정부가 송도국제병원을 추진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2-2.
민주당 송영길 시장은 영리병원 반대 공약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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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료민영화 여부를 판가름할 시험대
영리병원, 반드시 막아내자!


이명박 정부는 총선 직후인 4월 17일,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을 설립하는 데 필요한 요건과 허가절차를 규정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외국의료기관 설립이 본격화될 것이며, 송도국제병원이 그 시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이번 건은 경제자유구역법 자체를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영리병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법개정이 어려워지자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정부에 세부 개설허가절차 마련을 요청했고, 그 결과 이번 시행령 개정이 이루어졌다. 즉, 여론 수렴과 정상적인 법안통과 절차를 생략한 채, 의료정책의 근본적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대 사안을 편법적으로 관철시킨 것이다.

외국의료기관은 명백한 국내영리병원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될 외국의료기관은 영리병원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경제자유구역법 제정 당시 법이 규정한 의료기관은 외국인전용의료기관으로, 외국인이 설립하여 외국 의사가 외국인을 진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법이 수차례 개정되면서 외국인전용의료기관은 국내자본이 참여한 영리법인이 설립하여, 내국인 의사가 내국인을 진료하는 국내영리병원으로 둔갑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애초 사회운동진영은 외국인전용의료기관 도입이 영리병원 설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해왔다. 매번 정부는 이를 허무맹랑한 억측이라고 단언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우려했던 가능성은 모두 현실이 되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거짓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에게도, 노동자에게도 부정적

영리병원은 진료의 일차적 목적을 이윤창출에 둔다. 따라서 의료비는 상승하고 의료의 질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이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영리병원 도입 근거를 만들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발주한 연구에서도 영리병원은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중소병원을 문 닫게 만들 것이라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또한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체계를 통해 통제하기가 힘들다. 법적으로 보장된 영리병원의 이윤추구를 건강보험이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할 경우,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체계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영리병원이 확대되고 이들이 건강보험체계로부터 이탈하게 될 경우 영리병원-민간의료보험이 중산층 이상의 건강을 보장하고 비영리병원-건강보험이 나머지 부분을 담당하는 이원화된 체계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건강보험의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리병원은 기업의 논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에, 비용절감을 위해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영리병원은 환자를 위한 것도,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것도 아니다.

코앞에 닥친 영리병원 전국화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은 영리병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은 전국 6개 지역에 걸쳐 폭넓게 지정되어 있고, 추가적인 지정을 위해 심사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
이들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영리병원이 우선 확산되면, 국내 의료자본 역시 영리병원을 운영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대한병원협회는 외국병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므로 국내병원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더욱이 한미 FTA가 발효되었기 때문에 영리병원을 일단 허용하면 어떤 부작용이 발생해도 돌이킬 수 없다. 이를 되돌리는 것은 투자자국가제소(ISD)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영리병원, 반드시 막아내자!

송도국제병원 설립은 결코 국제병원 하나를 짓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의료비 상승, 의료의 질 하락, 의료 불평등 확대, 건강보험체계 부실화 등 우리 사회의 의료 전반을 악화시킬 결정적 계기이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은 의료민영화가 현실화 될 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험대다. 영리병원 설립을 반드시 막아내야한다.



2-1.
정부가 송도국제병원을 추진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정부는 송도국제병원 설립에 3,00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리병원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국제병원의 재무적 투자자로 선정된 ISIH컨소시엄에 500억 원을 우선 지원하고 최대 3,000억 원까지 대여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렇게 혈세를 써가면서 송도국제병원을 추진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정부의 거짓말

정부는 송도국제병원을 설립하는 근거로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 연간 6만 명의 외국인환자 유치, 총 3만 명의 고용창출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모두 근거가 없다. 먼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사는 외국인 1,834명을 대상으로 하기에 600병상은 지나치게 큰 규모다. 게다가 이 외국인들은 등록만 하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자유롭게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으며, 송도 인근에 외국인 진료를 위한 비영리 병원이 개원하는 등 현재도 의료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
또 2010년 한국에 온 외국인환자 수가 전국 8만여 명, 인천 2,898명인데, 연간 6만 명을 인천에 유치하겠다는 것은 허황된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의 600병상 규모 의료기관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평균 1,248명이다. 정부가 주장한 고용창출 3만 명은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정부는 삼성이 주도하는 의료민영화를 지원하는 꼴

ISIH컨소시엄에는 다이와증권과 삼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 건강보다 이윤에 훨씬 관심이 많은 기업들이다. 일본의 다이와증권은 의료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이윤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인 투자은행이다. 2008년 베트남 증권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베트남의 IMF 구제금융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송도국제병원 투자에 삼성이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삼성은 정부의 의료민영화정책을 추진한 핵심적 세력이다. 삼성은 그동안 서울삼성병원과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민간보험 활성화와 영리병원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2011년 ‘의료사업일류화추진단’을 발족시키고 의료기기, 바이오제약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그 일환으로 송도 내에 의약품 제조 공장과 연구·개발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위한 ISIH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영리병원 설립을 발판삼아, 삼성은 의료민영화를 더욱 강도높게 추진하고 한국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빈약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무리하게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도는 삼성이 주도하는 의료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데에 있다.



2-2.
민주당 송영길 시장은 영리병원 반대 공약을 지켜라

입장이 모호한 민주당 송영길 시장

송영길 시장은 영리병원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작년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법률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송도영리병원 설립이 어렵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법률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지금은 아예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당시 송영길 시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12월 안에 추진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밝혀온 송도영리병원 설립과 관련한 모든 추진일정을 중단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말했으나, 이후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영리병원 설립 추진을 착착 진행해왔다. 민주당 역시 인천송도국제병원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

영리병원 저지하지 못하면 무상의료는 실현 불가능

이러한 모습들은 민주당이 내세웠던 의료민영화 저지·무상의료 실현이 단지 집권을 위한 선거용 공약일 뿐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의료민영화를 확대할 영리병원의 설립은 무상의료와는 정반대의 길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무상의료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송영길 시장의 공약대로 송도국제병원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사실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을 처음 시도한 것은 노무현 정부였다. 민주당과 송영길 시장이 이처럼 모호하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보건의료운동은 정부와 삼성이 추진하는 영리병원에 맞서 단호히 싸워야 한다. 이를 통해 여론을 모으고, 민주당이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행동할 수 있도록 압박하고 투쟁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