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6일 레디앙 칼럼]

눈앞에 다가온 한일군사동맹, 무력화된 일본 평화헌법
: 일본 평화헌법 해체를 독촉하는 한국 정부, 그 역사적 과오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반전팀)

한국 정부는 러시아 같은 옛 사회주의 국가를 포함해 이미 24개국과 군사정보협정을 맺고 있다며, 한일군사정보협정이 대수롭지 않은 사안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한일 군사협력이 전개된 과정을 살펴본다면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일 군사협력 어디까지 왔나?

군사협력은 대개 군사동맹, 군사협조, 군사교류로 분류된다. 군사동맹은 동맹국의 위협에 대처하는 공동의 군사행동을 조약을 통해 의무화한다. 따라서 군사동맹은 유사시 공동 대처를 위한 전략수립과 정형화된 합동훈련을 동반한다. 이에 비해 군사협조는 어떤 의무를 동반하지 않는다. 하지만 군사협조도 공동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부문의 지원 관계를 구축한다. 그렇다면 현재 한일 군사협력은 어느 수준에 도달했나?

한일 군사협력은 1990년대 한국에 민간정부가 들어선 후 본격 추진되었다. 김영삼 집권기인 1994년 4월, 일본에서 이병태 국방장관과 아이치 방위청장관의 회담이 열렸다. 이는 한국 정부 수립 후 국방장관의 최초 방일이었고, 그 후 정례 국방장관 회담이 개최되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 1999년 1월 서울에서 천용택 국방장관, 호세이 방위청장관 회담이 열렸다. 특히 김대중 정부 당시에 군사협력이 격상되었다. 한일 군사연락체계(핫라인)가 개설되고 한국 합동참모본부와 일본 통합막료 회의 간 정례 교류회의가 열리고 해군 합동훈련(탐색구조훈련)이 실시되었다.

한일 군사협력은 2000년대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공동훈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높은 수준의 전략·작전 협력을 진행하였다. 그 중 환태평양훈련(RIMPAC)은 대함전, 대공전, 대잠전, 유도탄 발사훈련, 원정작전(상륙훈련 포함)을 망라하는 종합기동훈련이다. 그 외 서태평양 기뢰대항전 훈련(WP-MCMEX), 서태평양 잠수함탈출·구조 훈련(PAC-Reach)도 실시되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후부터는 북한을 명시적 대상으로 삼는 훈련이 진행되었다.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공동훈련은 북한을 구체적 대상으로 삼는데, 2010년 한국이 주관한 PSI 훈련에는 일본 호위함 2척과 대잠헬기가 참여했다.

게다가 올해 6월에 일본 해군이 정식으로 참가한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이 제주 남방지역에서 실시되었다. 국방부는 이 사실을 숨겼는데 최근 언론에 보도되었다. 훈련에는 일본 이지스 구축함과 헬기탑재 구축함, 총 3척이 참가했고, 해상차단훈련이 실시되었다. 국방부는 “PSI 가입국으로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활동”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번 훈련은 다국적 연합체의 정례훈련이 아니라 한미일 3국만의 연합훈련이라는 점에서 결코 예사롭지 않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 본다면 한국과 일본의 군사협력 수준은 공동의 적국에 대처하는 공동의 전략을 수립하고 정형화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군사협조의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고, 준 군사동맹 직전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논의 중인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과 물품·서비스상호제공협정(ACSA)이 체결된다면 한일 군사관계는 군사협조의 완성 또는 준 군사동맹으로 돌입 단계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이제 일본은 한국의 명실상부한 두 번째 군사우방국가가 된다.

한일 비밀군사정보 보호협정과 미사일 방어망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 일본 내 주둔기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동아시아 주둔미군은 하와이 서편, 인도양, 중동, 아프리카 동안에 이르는 지역을 커버한다. 미군의 일본 주둔기지는 미군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군사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핵심 거점이다.

하지만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북한과 중국의 미사일 개발은 일본에 주둔한 미군기지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주로 언급하지만,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능력 향상을 더 큰 위협 요소로 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가는 일본 주둔기지 방어를 강화할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미군은 주력을 괌으로 이동시키거나 오세아니아의 여러 섬과 동남아시아 기지로 분산하거나 아예 하와이로 철수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에 따라 미국은 일본, 한국, 대만을 잇는 미사일 방어망(MD) 구축에 매우 큰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지난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미사일 요격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미국 MD계획, 과연 ‘신의 방패’인가?” http://www.redian.org/archive/6799) 미사일 발사를 최대한 빨리 감시, 추적해야 하며 요격미사일을 요격 가능한 궤도로 진입시켜야 하며 유인장치로부터 탄두를 식별하여 파괴해야 한다.

전임 한미연합사령관 벨은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이 한국 작전지구를 지나 일본, 혹은 태평양을 날아갈 경우 빈틈없이 작동하는 체계가 대응해야 한다”, “몇 분, 몇 초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핵심문제는 북한 미사일의 목표점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는 “한미일이 미사일을 공동으로 방어하는 새로운 지위통제 체계를 갖추자”라고 제안했다. 그 진의는 무엇인가? 혹자는 한국 영공을 비행 중인 미사일 요격 시도를 한국군뿐만 아니라 일본 자위대가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일본 측에서 보기에 미사일이 일본 영공으로 들어온 후 요격하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 능력은 일본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일본은 3기의 독자적인 군사 정보수집 위성을 보유하고 있으나 한국은 없다. 또한 일본은 이지스함에 장착된 위상배열 레이더와 항공자위대의 대공레이더 FPS3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의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은 요격미사일(SM-3)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고 미사일 방어망 훈련 경험도 없다. 반면 일본은 MD 체계를 탑재한 이지스함을 6척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미국과 공동으로 최신형 요격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2007년 12월 17일 하와이 카우아이의 태평양 미사일 발사장에서 일본해상자위대의 이지스 적재 구축함 곤고가 미사일 요격실험에 성공했다. 일본은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해상의 배에서 격추시킨 최초의 미국 우방국이 됐다. 목표 탄두는 태평양 상공 약 160km에서 격추됐다.)

따라서 한국이 독자적인 미사일방어망(KAMD)을 구축하고 유사시 미군 이지스함이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이 지연되거나 척수가 부족한 경우 일본 이지스함의 지원으로 수도권과 해안 인구밀집도시를 방어해야 한다는 구상이 등장했다. 5월 30일 일본 언론은 “방위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예고가 있을 경우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을 발사지점의 주변해역(한국 서해)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고 이를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검증보고서(안)’에 명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는 한국 미사일 방어망의 한 축을 일본 자위대가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예고한다.

결론적으로 한일 비밀군사정보 보호협정은 통합적인 동북아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향후 일본 자위대는 일본 또는 미국을 향해 비행하는 미사일을 한국 영공에서 요격하거나 한국 미사일 방어망의 한 축을 직접 담당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일본 평화헌법의 실질적 무력화

하지만 이러한 한미일 3국의 구상이 실현되기에는 여러 난제가 있다. 한국의 반대 여론은 이미 분명히 나타나고 있고 중국, 러시아, 북한의 강력한 반발도 당연히 동반된다. 또한 일본의 미사일 방어망 구상은 일본 평화헌법이라는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

전쟁 포기, 전력(戰力) 보유 금지, 교전권 부인을 골자로 하는 일본 헌법 9조에 대한 일본정부의 해석에 따르면 일본이 집단자위체제에 참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제삼자(예를 들어 미국, 한국)를 방어하기 위해 미사일방어능력을 활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따라서 전 총리 아베 신조는 9조의 변경을 강력히 옹호했다. 그는 헌법 재검토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고, “미국을 목표로 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일본이 미사일방어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에 대해 위원회가 권고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2007년 9월 내각에 권고안을 제출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2007년 7월 상원선거에서 아베의 자민당이 대패하고 아베가 2개월 후 사퇴하자 위원회 권고안의 결정이 유예되었다. 후임 총리 후쿠다 야스오는 헌법 해석을 바꾸는 문제에 대해 전임 총리만큼 열정적이지 않았다. 위원회는 2008년 6월 일본이 집단자위를 실행할 권리가 있다는 권고안을 제출했지만, 어떤 변화도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과 미국은 미국을 향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BLOCK ⅡA를 개발하고 있다. 만약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기술능력이 개선된다면 이와 같은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일본 평화헌법의 조문은 아직 수정되지 않았지만 평화헌법의 기본취지에 따라 일본의 군사능력을 제약했던 여러 요소들이 해체되는 와중에 있다. 평화헌법이 이제 다양한 우회로를 거쳐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형국이다.

일본 MD 체계의 핵심을 이루는 군사위성도 마찬가지 사례다. 우주의 군사적 활용을 제한하는 일본의 기본방침은 미사일방어능력 개선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2008년 8월 27일 발효된 <우주기본법>은 방위 목적의 우주공간 활용에 대한 금지를 제거했다. 30년 전 일본 우주청이 설립되었을 때 일본 의회는 오직 평화적 목적에 따른 우주공간의 활용만을 허용한다고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여기서 ‘평화적’ 목적은 ‘비군사적’ 목적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우주기본법은 ‘평화적’을 ‘비공격적’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항공자위대가 탄도미사일방어와 같은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자신의 위성을 제조, 소유, 운영하는 게 가능해졌다.

한일군사협력을 강화하자는 한국 측 논자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일본의 군사력 지원을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일본의 미사일방어망 능력의 지원뿐만 아니라 소해(기뢰제거) 능력, 잠수함 탐지능력 등 한국에 비해 월등한 자위대의 군사능력을 활용할 방안을 계속 ‘발견’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앞장서서 일본 평화헌법 체제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일본 평화헌법 체제의 해체를 재촉하는 한국 측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한국 정부는 그 역사적 과오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이제 한일군사동맹은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 한국과 일본의 평화운동이 일본 평화헌법의 해체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듯하다. 한국과 일본의 평화운동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