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약] 전력산업 민영화의 이면: 대기업의 블루오션으로 변질된 전력산업

□ 민자발전 확대 방식의 전력산업 민영화

․수서-평택 발 KTX 분할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높음.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지하철 9호선의 요금인상 역시 논란이 됨. 국가기간산업, 네트워크(망) 산업에 대한 민자유치, 경쟁도입 방식의 민영화 정책이 국민적·사회적 폐해를 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국민의 뇌리에 또렷이 각인시켜준 ‘사건’들임.
․그러나 전력과 가스 등 필수공공재인, 에너지 산업의 민간확대 방식의 민영화 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음. 기본 생활 영위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공공 서비스에 민간자본이 진출하여, 민간기업의 이윤추구 논리에 따라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키고 공급 안정성을 위협한다면, 나아가 지하철 9호선과 같이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협박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대책 없이 ‘당해야’ 할 조건임. 결과는 지하철보다, 철도보다 훨씬 참혹할 것이 분명함.

□ 전력산업 민영화 촉진의 배경: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한국의 전력산업은 2년 단위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여 전력수급의 기본방향, 장기전망, 전력설비 건설계획과 전력수요관리 등에 대한 사항을 결정함. 2012년은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되는 해임. 지난 해 9.15 전력공급 중단 사태 이후 전력예비율이 낮아 설비를 증설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된다면 발전소 증설 계획은 5차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
․민자발전 시장의 확대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결과임. 전력산업에 도입되었던 분할 매각식 민영화 정책은 2001년 4월 2일 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남부․중부․동서․서부 발전회사 6개로 분할되면서 중단되었음. 같은 날 전력거래소가 설립되면서 발전회사가 입찰하여 한전에 전량 판매를 하는 거래시장이 형성되었음. 전력산업의 분할 매각식 민영화 정책이 중단되고 구조개편 정책이 표류하자, 민간회사들은 서서히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행방을 탐색하여옴.
․2010년 제5차 전력산업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복합화력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경기북부 민자발전 시장이 전면 허용되었음. 민자 최초의 석탄화력 시장이 열리기도 하였음. MB 정권 말기, 제6차 계획을 둘러싼 민간자본의 행보는 5차에 비할 규모가 아님. 해당 지자체를 파트너로 하여 심지어 기존의 공기업인 발전자회사가 오히려 하위파트너로 인입되는 양상임.

□ 전력산업 민영화의 특혜와 4대 메이저: 포스코, GS, SK, 메이야
․포스코, GS, SK와 100% 중국계 자본인 MPC가 주요 6대 민자발전 회사의 주인임. 이들 대부분은 1996년 이후 민자발전 확대 계획을 통해 진입 허용을 받은 회사임. 또한 전력산업 민영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고, 가스산업의 우회적 민영화인 직도입을 통한 수혜를 받은 기업들임. 민자 발전회사는 PPA 계약, 민영화 정책 추진으로 인한 각종 특혜, 전력거래소의 SMP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 굳이 분할을 해서 전력거래 시장을 만들어, 민자발전만 고수익을 챙겨가는 형태가 되고 말았음.

□ 민영화의 결과: 민자발전과 발전 5개 자회사의 수익
․민자발전과 발전 5개 화력 자회사 간의 수익 차이는 전력거래 시스템에 의해 발생함. 첫째, 현재의 전력거래 시스템이 발전회사의 고정비와 변동비를 보장해주는, 순이익을 보장해주는 체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임.
․둘째, 발전자회사는 한전과의 수익률 조정을 위해 소위 보정계수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음. 원가보다 낮은 산업용 전력요금, 유가의 고공행진에 따른 원가부담 등 최종 리스크를 한전이 안는 구조이기 때문임. 발전회사를 민영화하겠다고 분할을 하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임.
․셋째, 현재의 전력거래 시스템 상 민간 발전회사는 소위 ‘빨대만 꽂아놓으면 알아서 수익을 빨아내는’ 고수익 사업임. 고정비와 변동비를 PPA, CP, SMP 등의 방식으로 보장받고 있기 때문임.
․넷째, 더욱이 K-Power(주)와 같이 가스 직도입을 하여 연료비가 낮을 경우 엄청난 수익을 얻는다. 현재 가스산업 직도입에 너도나도 뛰어들겠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임.

□ 전력산업 민영화의 급격한 확장: 민자발전 시장 확대

․기존의 4~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특징은 첫째, 민자발전 회사의 성격에 있음. SK, GS, 포스코, MPC 등 기존 민자발전 회사와 달리 STX,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태영건설, 동부그룹 등 건설 자본을 중심으로 하여 민자발전 참여 회사가 확장되고 있음.
․둘째, 기존 발전 자회사의 행보의 변화임. 정부가 발전회사 독자적으로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아, 민자와 손을 잡고 있으나 발전자회사가 오히려 토사구팽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함. 결과적으로 하위파트너로 전락하고 있음.
․제6차 전력수급계획을 둘러싼 민자발전 건설계획의 특징은 첫째, 기존 계획과 달리 상당히 거대화, 대형화되었다는 점에 있음. 복합화력 중심의 건설계획이 아니라 석탄화력을 중심으로 복합에너지 및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복합에너지 지역단지 조성 등으로 사업규모가 확장되었음. 보통 3~4조에서 8조원대에 이르는 계획이 제출되고 있음. 민자발전 자본의 흐름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결과에 의존하여 전력 '시장'을 노리기보다 본격적으로 전력산업의 '열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급진적 계획 수정으로 해석할 수 있음.
․둘째,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결과에 따라 전력산업의 공공적 소유․운영의 지형이 상당부분 바뀔 수 있음.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민자발전 추진계획이 상당부문 반영된다면 민자 시장이 전력산업 전반에서 차지할 영역은 1/3을 넘는, 실질적 민영화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임.

□ 전력산업 민영화, 이대로 둘 것인가

․그 동안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민영화 정책이 전력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음. 전력산업 구조개편 10년이 경과한 지금, 끊임없는 발전설비의 고장, 트립, 정지사고에 이어 인명사고까지 발생함. 적자를 빌미로 한 한전의 요금인상 시도도 계속되고 있음.
․전력산업의 재통합을 통해 한국의 전력산업은 합리적이고 공공적 체계로 전환해야 함. 민영화를 위해, 경쟁도입을 위해 설치한 전력거래소와 전력거래 시스템을 폐지, 중단하고 계통의 안정성을 수립하고 경쟁체제를 중단해야 함. 다만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FIT를 강화하고 소규모 발전회사 및 기존 민간회사에 대해서는 적정한 가격으로 한전이 매입하는 구조로 돌아가면 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