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주노동자 퇴직금 도둑인가

[낮은목소리](12) 고용허가제법 개정안의 문제점

 
지난해 12월 30일 ‘외국인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법)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1월 28일 공포되었다. 7월 29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법률 내용의 큰 부분은 이주노동자 퇴직보험금(출국만기보험)을 ‘출국 후 14일 이내’에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3월 중순이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정작 당사자들이나 관련 단체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바뀐 것이다. 

출국만기보험이란

이주노동자들은 퇴직금을 보험금 형태로 지급받는다. 이는 사업주의 퇴직금 체불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즉 사업주가 이주노동자 월급액수에 따라 퇴직금을 매월 보험금 형태로 삼성화재에 적립을 하고 이주노동자가 퇴직할 시에 그 보험금을 수령하게 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매월 적립금은 대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 기본급 기준으로 액수를 내기 때문에 초과근로 수당 등이 포함되지 않아서 실제 퇴직금 액수보다 보험금이 적다. 예를 들어, A라는 노동자가 1년 일했을 때 보험금으로 받는 퇴직금이 100만원 이라면, 실제 퇴직금은 150만원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노동자는 보험금과 실제 퇴직금의 차액인 50만원을 별도로 사업주에게 청구해야 한다. 퇴직금 계산법을 잘 모르는 이주노동자는 차액을 청구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냥 보험금만 받고 말기도 한다. 그러니 현재도 이주노동자가 퇴직금을 전액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에 대한 통계는 없다. 퇴직금 상담을 노조나 단체에 와서 받게 되면 물론 차액을 사업주에게 청구하게 된다. 

출국 후 14일 규정의 문제점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은 4년 10개월 동안 일할 수 있다. (‘성실 근로자 재입국 제도’로 인해 작년부터는 사업장을 한 번도 바꾸지 않은 노동자에 한하여 사업주가 재고용하면 3개월 출국했다가 다시 들어와서 또 4년 10개월을 일할 수 있게 되었다. 형식적으로는 최대 9년 8개월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고용기간 만료일이 다가오면 귀국준비를 하는 노동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출국 전에 받을 임금, 퇴직금을 다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돈 받을 시간을 벌어야 하므로, 출입국관리소에 가서 비자를 한 달 정도 연장한다. 그래야 보험금과 실제 퇴직금의 차액을 사업주에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런데 보험금 지급 시기를 아예 출국 후 14일로 규정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 개정 법률대로라면 공항출입국심사대를 나가야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출국장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본국에 돌아가 계좌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첫째, 퇴직금 수령비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주노동자가 공항에서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을 잘 모를 수도 있고 본국의 금융시스템이 미비하여 계좌로 수령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주노동자 공동체 회의에서는 “퇴직금 금액이나 삼성화재 보험사의 업무처리 등에 문제가 있어 피해를 보았을 때, 본국에서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도와줄 기관이 없어 피해를 볼 수 있다.”, “본국의 금융환경이 한국처럼 편리하지 않고, 특히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의 경우 불편함이 심하다.”, “본국의 금융기관을 포함한 행정기관을 신뢰하기 힘들어서 퇴직금수령 과정에서 불이익 혹은 불편함이 예상된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둘째, 실제 퇴직금과의 차액을 청구하기가 거의 어려워진다. 즉 출국 후에야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면 사업주에게 받아야 하는 차액을 청구할 기회 자체가 거의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본국에 돌아가서 한국의 사업주에게 돈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미등록 체류 사전예방?

이 개정 법률이 목적으로 하는 것은 보험금을 수령하고도 출국하지 않는 미등록 체류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고용허가제 기간이 만료하고도 출국하지 않는 이주노동자가 만료자의 30%정도 되어서 미등록 체류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금을 미끼로 한 꼼수를 찾아낸 것이다. 즉 ‘출국만기보험을 받으려면 미등록 체류를 하지 말고 출국을 하라’는 것이다. 하다하다 안되니 별 희한하고 유치한 협박 수단이 다 나온다. 미등록 체류 문제는 고용허가제가 보장하는 최초 노동기간 자체가 짧아서 발생하는 문제 아닌가. 그런데도 제도를 개선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이주노동자한테 ‘너네 안 나가면 퇴직금 안 줄거야’라고 협박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퇴직금과 출국 시기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다. 이를 연계해서 출국하지 않으면 퇴직금 안주겠다는 것은 엄연한 노동법 위반이며 인권 침해다. 설사 이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가 실시된다고 해서 미등록 체류 숫자가 줄어들까? 필자 생각엔 큰 효과가 없다고 본다. 미등록 체류를 마음먹은 사람은 ‘퇴직금 안 받더라도 돈을 더 벌면 되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아무짝에 쓸모없는 개정

결국 이러한 법 개정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불편만 가중시킨다. 이주공동행동 성명서에서 잘 지적했듯이 “일한 대가인 임금을 청구할 권리는 국민의 권리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인간의 권리’이다. 미등록 체류의 사전예방은 이주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의 개선, 출입국관리제도의 합리적인 운영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청구권을 침해함으로써 해결해서는 안 된다. 이는 법무부의 외국인출입국관리업무의 편의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의 재산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며, 고용허가제로 입국하지 않은 다른 이주노동자, 내국인 노동자들과의 차별로 평등권도 침해하는 것이다.”

현재 이주노동자 공동체들은 이 문제에 관해 굉장히 분노하고 있고 무언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회사를 퇴사했으면 14일 이내에 퇴직금 전액을 한국에서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요구이고 당연한 상식이다. 시행령을 만들지 않든지 법 자체를 재개정하든지 해서 이주노동자 퇴직금마저 앗아가려는 짓이 현실화되면 안 될 것이다. 한국 정부가 퇴직금 도둑, 이주노동자 임금 도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영섭, 참세상뉴스. 2014.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