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배출권 거래제도 신화 깨기》는 아탁(Attac), 탄소거래감시(Carbon Trade Watch), 캐나다․브라질․우루과이․모잠비크의 지구의 벗(Friends of Earth) 등 세계 각국의 40여 개 단체가 함께 펴낸 보고서다. 2013년 영어로 발간된 보고서를 이번에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가 우리말로 번역하였다.
 
한국 정부는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도를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본 보고서에서 지적하듯이 유럽연합에서 시행된 배출권 거래제도의 배출 감축 효과는 증명되지 않았고, 오히려 온실가스 대량 배출 기업들에 큰 이윤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본 보고서는 온실가스를 사고판다는 아이디어의 근본적 결함 때문에 유럽연합 배출권 거래제도가 “개혁될 수도 없으며 모방되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국 정부가 설계한 배출권 거래제도가 유럽의 전례를 상당 부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의 실패 사례를 한국에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보고서는 배출권 거래제도의 신화 다섯 가지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신화 1> “EU ETS는 배출 감소를 위한 최선의 수단이다.”
현실 ⇒ 배출은 1단계(2005~2007)에서 증가했고 2단계(2008~2012)에서 배출이 감소된 것은 EU ETS가 아니라 세계 경제위기 때문이다.
 
<신화 2> “EU ETS는 청정기술과 저탄소 해법에 대한 주요한 투자 유인으로 작동한다.”
현실 ⇒ 1단계와 2단계는 친환경 재생 에너지나 저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 변화를 촉발하지 않았다.
 
<신화 3> “EU ETS는 의도대로 기능하고 있고 유연한 시스템이다.”
현실 ⇒ EU ETS는 복잡하고 반응이 없는 메커니즘이며 스스로의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신화 4> “EU ETS는 비용 효율이 좋은 배출 감소 제도이다.”
현실 ⇒ EU ETS는 공공과 소비자 양자에게 비용 효율이 좋지 않았다.
 
<신화 5> “긍정적인 것은 배출권 거래제도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현실 ⇒ EU ETS는 사기꾼들의 천국이며 세금회피, 사기 등의 범죄행위를 조장한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유럽연합이 배출권 거래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을 결정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이 산업계의 로비에 의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잉 할당되고, 산업계는 공짜로 받은 배출권을 사용하여 실질적인 감축 노력 없이도 상당한 이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배출권이 금융 상품으로 거래됨에 따라 투기의 대상이 될 것이다. 배출권 거래제도보다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직접 규제, 재생에너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 효과가 입증된 정책이 사용되어야 한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박근혜 정부가 배출권 거래제도 시행 계획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출권 거래제도가 일단 시행되면 산업․금융․탄소컨설팅 기업들이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기득권을 형성하기 때문에 되돌리기 힘들다. 저탄소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 배출권 거래제도는 시행하지 않는 것이 답이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도가 개혁될 수 없으며 모방되어서도 안 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14.9.4.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