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현대차 비정규직노동자 자결과 화물연대노동자 분신
불법파견 철폐! 노동3권 쟁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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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열사정신 계승! 불법파견 철폐! 원청사용자성 인정! 노조탄압 중단!
전국사내하청노조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기자회견


우리는 결연한 심정으로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
지난 9월4일 극심한 노조탄압으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故 류기혁 열사가 노조 사무실 옥상에서 목을 매 숨져갔고, 일주일도 채 안된 9월10일 생존권과 노동기본권 박탈에 항거하며 화물연대 부산지부 김동윤 조합원이 분신자결하여 13일 새벽 끝내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우리는 알고 있다. 故 류기혁 열사와 故 김동윤 열사의 죽음은, 불법파견을 자행하고도 직접고용·정규직화 시정조치는커녕 죽음을 부르는 노조탄압을 자행한 거대자본 현대 재벌과, 비정규직 확대양산만을 꾀하며 비정규노조탄압을 수수방관하거나 앞장서 진두지휘한 노무현 정부에 의한 사회적 타살임을! 노무현 정부와 거대자본의 더러운 횡포를 박살내지 않으면, 제2의 류기혁 제3의 김동윤이 탄생할 수밖에 없음을!

오늘 우리 전국의 사내하청·불법파견 노동조합 대표자들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정권과 자본의 더러운 탄압에 맞서, 故 류기혁 열사와 故 김동연 열사의 죽음 앞에 결연한 공동투쟁을 선언하고자 한다.
노무현 정부 스스로 불법파견임을 판정한 현대·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하이닉스매그나칩, 경마진흥협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직 불법파견을 정규직화하고 실제 사용주인 원청 자본이 교섭석상에 나와 대화에 응하라는 너무나도 정당한 요구를 했음에도, 집단폭행과 고소고발·손배가압류는 물론이고 노동자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일자리마저 모조리 빼앗는 무자비한 탄압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현대하이스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업체 자체를 폐업시키는 가공할 탄압을 받으며 모조리 길거리로 내쫓기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극악한 탄압만행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을 짓밟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기아차 화성공장에서는 비정규직지회의 합법적인 파업에 원청 관리자들이 폭력위협을 가하며 파업파괴책동을 벌이고 있다. 술취한 관리자들의 행패, 관리자를 가장한 파업파괴 깡패들까지 동원하려 한다. 지도부 고소고발과 400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제기하겠다며 협박과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는 현대재벌의 관리자와 경비대 수백명이 사내하청지회의 지회장을 납치·폭행하였을 뿐 아니라 이를 가로막는 조합원을 차로 깔아뭉개는 살인미수를 저질렀다. 조합원이 차 밑에 들어가 납치·폭행을 저지하려 했으나 원청 경비대들은 이를 무시하고 차를 몰고간 것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비정규노조의 투쟁이 벌어지면 어김없이 수백명의 원청 관리자들이 몰려나와 집단폭행과 파업파괴책동을 벌였고, 115명의 해고와 280여명에 달하는 징계, 200억의 손배가압류와 각종 고소고발, 위원장·사무국장 납치연행, 지도부 체포영장 발부 등 그야말로 ‘노동탄압백화점’이라 할 만큼 극한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현대차 전주공장에서는 안전교육시간에 관리자들이 조합원들을 폭행해놓고, 돌연 자신들이 폭행당했다며 사무장·조직부장 등 노조간부 4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했고, 노조 지도부에 집회시위금지가처분을 넣었다. GM대우차 창원공장에서는 3개월 계약직 17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하였고, 파업시간 라인순회를 이유로 형사고발을 자행했으며, 해고자들에게 출입금지가처분을 넣었다. 불법파견에 맞서 십여일 넘게 공장점거투쟁을 벌여온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 12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었고 공권력 침탈이 자행되었다.

하이닉스매그나칩에서는 수십명의 조합원들이 경찰의 폭행에 난자당했고 노조결성에 주력이 되었던 업체를 모조리 폐업시켜 조합원들을 길거리로 내쫓았다. 이러한 업체 폐업은 현대중공업의 극악한 만행으로부터 배운 것으로, 최근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에도 똑같은 탄압을 자행하고 있으며, 비제조업 사업장인 마사회 불법파견 경마진흥협회 노동자들 역시 올해 1월1일 모조리 길거리로 내쫓기고 말았다.

이 모든 탄압은 거대 재벌인 원청 자본에 의해 자행되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는 탄압을 수수방관하거나 체포영장 발부·가처분 수용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본의 불법행위를 감싸주고 있다. 아니, 정부 스스로 불법파견임을 판정해놓고도 비정규직노조 탄압에 협력함으로써 비정규직 전체를 사지로 몰고 있다!
그러나 탄압은 오히려 비정규직노동자를 ‘철의 노동자’로 더욱 단련시켜줄 뿐이며 불법자본의 수명을 단축시킬 뿐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비록 비정규투쟁에 함께 해야 할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노동조합이 매우 실망스러운 임단협 타결을 이루며 비정규직철폐투쟁전선에서 이탈해갔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결사항전은 바로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정규직노조의 잠정합의에도 불구하고 원청 자본을 교섭석상으로 끌어내고 임단협 체결을 위해 죽음을 불사한 독자파업을 오늘 감행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전주공장비정규직지회는 부당해고와 노조탄압에 맞서 잔업거부투쟁을 오늘 결행했다. 오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노조는 불법파견 철폐와 부당해고 철회를 내걸고 지도부 및 해고자들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하이닉스매그나칩·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경마진흥협회노조 역시 길거리에 내쫓긴 상태에서도 현장진입투쟁과 상경투쟁, 전국순회투쟁을 전개하며 전체 노동자들의 연대를 조직하고 있다.

전국의 사내하청노조들은 다음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공동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조직할 것이며,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투쟁을 지지·엄호하며 노무현 정부와 거대재벌 원청 자본의 탄압을 전사회적으로 폭로하고 타격해 갈 것임을 분명히 선언한다.

하나, 故 류기혁 열사와 故 김동윤 열사의 죽음에 현대 재벌 및 노무현 정부는 유족과 노동조합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라!
하나, 노조탄압·불법파견을 자행하는 원청 자본 우두머리인 재벌총수를 즉각 구속수사하고,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하나, 집단해고·고소고발·손배가압류·집단폭행·파업파괴 등 지금까지 행한 모든 탄압을 철회·중단하고, 사내하청·불법파견 노동자에 대한 실사용주인 원청 자본은 비정규직노조의 교섭요구에 즉각 응하라!
하나, ‘비정규보호입법’이란 미명 하에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파견법 개악안, 기간제법 개악안을 당장 폐기하고, ▲파견법 철폐 ▲원청사용자성 인정 ▲특수고용 노동자성 인정 ▲기간제사용사유 엄격 제한 등을 담은 비정규직 권리보장입법에 즉각 나서라!

두 열사의 목숨을 건 항거에 화답하는 것은 열사들이 못다한 염원을 쟁취하기 위해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사내하청·비정규직노조의 공동총파업을 조직하여 전국적 총파업의 도화선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내하청노조대표자회의를 거쳐 추석 직후 공동총파업을 일정에 올릴 것이며,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투쟁을 전국화하고 사회쟁점화 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우리는 기필코 성사시키고 류기혁, 김동윤 열사의 이름으로 노무현 정부와 거대 재벌들을 단죄할 것이다!

2005년 9월 15일

전국 사내하청노조 대표자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일동
■ 사내하청비정규노조 :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 /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 현대자동차(울산)비정규직노동조합 /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 현대자동차전주공장비정규직지회 / GM대우자동차창원공장비정규직지회 /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 경마진흥협회노동조합
■ 노동시민사회단체 :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 민주노동당 / 민주노총 /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 민중연대 / 사회진보연대 /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서러운 하청 인생과 노조활동 탄압이 부른 참혹한 비극!
고 류기혁 조합원의 자결에 대한 현자비정규노조 성명


1. 오늘(9월 4일) 저녁 6시경,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맞은 편 골목에 위치한 우리노조 사무실(3층 건물) 옥상에서 류기혁 조합원이 줄에 목을 매단 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2. 류기혁 조합원은 2003년 6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2공장 사내협력업체 보광기업에 비정규직 노동자로 입사하여, 지난해 같은 공장 사내협력업체 부경기업으로 소속이 변경된 후 올해 6월 17일 해고를 통보받을 때까지 성실히 근무해 왔다.

3. 류기혁 조합원은 지난해 2월 당시 우리노조 2공장 대의원대표를 만나 “월차를 쓰고 싶은 데 하청업체 관리자들이 못쓰게 한다”며 하소연했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싸우자”는 권유를 받고 흔쾌히 노조가입원서를 작성했다. 그 후 노동조합의 지침에 따라 출퇴근 투쟁, 각종 집회 참여에 최선을 다했다. 특히 지난해 9월 22일 불법파견 판정이 떨어진 직후 우리노조가 정규직화 투쟁에 돌입하자, 더욱 열심히 투쟁에 참가했다.

4. 이 과정에서 류기혁 조합원은 사측 관리자와의 마찰이 심해졌다. 노조에 가입한 순간부터 “너는 노조에 이용만 당한다”, “노조가 너를 끝까지 보호해 줄 수 있을 것 같냐”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고, 보광기업에서 부경기업으로 소속이 바뀌는 과정 또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조합원을 축출하려는 해당 업체 관리자의 명백히 의도적이고 일방적인 전환배치였고 노조활동 탄압이었다. 당시 류기혁 조합원은 2공장 21라인 16반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보광기업 소장이 15반으로의 배치전환을 강요해 본인은 완강히 거부했으나 집요한 압박에 시달린 끝에 15반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으며, 15반에서 근무하던 보광기업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부경기업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5. 불법파견 판정이 내려진 지난해 9월 22일부터 우리노조가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총력투쟁에 돌입하면서, 출·퇴근투쟁과 크고 작은 집회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는데, 류기혁 조합원은 거의 빠짐없이 참가했다. 노동조합 일정에 충실히 참여하기 위해 잔업·특근 등의 연장근로를 못하게 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 때문에 해당업체 관리자들과 잦은 다툼이 일어났다. “넌 간부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자주 빠지냐”, “사람 없어서 절대 못나간다”는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8시간 노동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관리자의 횡포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관리자들은 “기혁이 때문에 너희가 더 힘들다”며 동료들로부터 왕따까지 조장하기도 했다.

6. 극심한 관리자의 횡포와 괄시, 이로 인한 이른바 왕따에 극심한 중압감을 견디지 못했던 류기혁 조합원은 지난 6월 초 “회사 가기가 너무 싫다”는 말을 반복했고, 결국 연이은 결근으로 이어졌다. 눈엣가시였던 류기혁 조합원이 잇따라 결근하자 사측은 호재를 만난 듯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류기혁 조합원을 괄시하고 왕따시키던 관리자들로만 구성된 징계위원회를 열어 6월 17일 해고를 통보했다. 재심신청서에서 징계위원회의 부당성을 충분히 알리고 엄중히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해고시키기로 작정했던 사측 관리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7. 류기혁 조합원은 해고를 통보받고 매우 괴로워했으며, 심리적 불안과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직접적인 해고사유는 근태지만, 내용적으로는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이었으므로 현대자동차에서 다시 일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류기혁 조합원은 고향 영덕에 홀어머니와 남동생을 두고 객지에 나와 돈을 벌어왔는데, 집안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혼자뿐이어서 해고사실을 홀어머니께 차마 알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8. 너무나 심각한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며 불안에 떠는 탓에, 우리노조는 류기혁 조합원이 해고된 이후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지내게 하며 안정을 찾도록 노력하기도 했고, 마음이 안정되면 함께 복직투쟁을 하자며 달래기도 했지만, 류기혁 조합원의 고통스런 마음을 치유할 수는 없었다.

9. 우리노조는 결국 노조활동조차 본인의 의사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처참한 하청 신세와 노조탄압이 류기혁 조합원에게 죽음을 강요한 것이라 판단한다.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정규직화를 실시하라는 정당하고 절박한 호소에도, 판정 내린 당사자인 노동부도 외면하고 현대자동차(주)는 극악무도한 탄압만 일삼으며 불법행위를 계속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서 류기혁 조합원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결뿐이었다. 따라서 류기혁 조합원의 한과 설움을 깨끗이 씻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을 완전 철폐하는 투쟁의 단초인 불법파견 정규직화 쟁취 투쟁을 더욱 거세게 전개해 갈 것이다.

10. 노무현 정권과 현대자본은 똑똑히 듣길 바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억울하고 처참한 죽음과 눈물을 보아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정당한 요구가 왜 관리자들의 눈 밖에 나는 짓이 되어야 하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까지 왕따 당하는 신세를 자초하는 것으로 둔갑해야 하는가? 노조를 믿고 따랐던 순박한 노동자가 왜 해고를 당해야 하고 자결을 선택해야 하는가?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반드시 천배만배로 갚아줄 것이다. 끝내는 거대한 선언과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이 철폐되는 새세상으로 전진해 갈 것이다.


2005년 9월 4일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 동지들에게 드리는 전비연 호소문]

지금 당장 민주노총 열사대책위를 구성하고
불법파견·노조탄압 끝장내는 투쟁을 조직합시다!

또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이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자 하는 이들은 그 동지가 스스로의 의지로 죽어갔다(‘자살이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죽음에 책임이 있는 가해자와 살인자가 따로 있음을!

서른살 순박한 청년 노동자의 죽음

경북 영덕 시골 출신 순박한 노동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故 류기혁 열사는 이땅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800만 비정규직 중 한명인 평범한 노동자였습니다. “관리자들과 소장이 월차 하나도 못쓰게 한다”며 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 진단서까지 떼어 연월차와 병가 등 법에 보장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획득하며 한발한발 노조활동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조합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쏟아지는 현대자동차 원하청 자본의 탄압은 서른살 청년노동자 류기혁 동지에게 너무나도 큰 아픔과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만들었습니다. 집회 한번 참석하려 해도, 주변 동료들과 모여 얘기하는 것조차도 관리자들의 횡포와 방해, 협박으로 번번이 무산되었습니다. “너 때문에 다른 작업자들까지 피해본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아질 것 없다”며 심지어 동료 작업자들 사이에서 왕따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류기혁 동지를 더욱 힘겹게 했던 것은 조합활동을 함께 했던 간부와 동료들이 회사로부터 엄청난 탄압을 받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일입니다.

불법파견 판정 이후 비정규직노조가 올 1월부터 파업투쟁을 벌이자 5공장 농성단 80여명 전원이 해고되는 것을 보았고, 노조활동을 이끌던 안기호 위원장과 서쌍용 사무국장이 경찰도 아닌 현대차 경비대에 의해 집단구타를 당하고 질질 끌려 체포·구속되는 과정을 함께 했으며, 손배·조합비가압류·고소고발 등으로 수백명의 조합원들이 사법처리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故 류기혁 열사는 그때부터 5공장 농성장에 매일같이 드나들며 잔심부름부터 시작하여 농성물품 수발, 5공장 집회와 선전전에 참여하며 5공장 투쟁에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참여했습니다. 故 류기혁 열사가 너무나도 열성적으로 5공장 농성에 함께 하자, 현대자동차(주) 사측은 5공장 해고자 80여명을 상대로 ‘출입금지 및 퇴거단행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신청대상 맨 끝자락에 류기혁 열사의 이름을 집어넣기까지 했습니다. 류기혁 열사의 활발한 활동 여부를 떠나 현대자동차 원청 입장에서 얼마나 눈엣가시였으면 5공장 해고자도 아닌 2공장 조합원에게 출입금지가처분신청을 냈겠습니까!

그러던 그가 결국 9월4일 저세상으로 떠나갔습니다. 홀로된 어머님과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이던 그가 스스로 목을 맸습니다. 퇴근하면 꼬박꼬박 찾아오던 애정어린 노조 사무실 옥상에서 숨져갔습니다. 왜, 어째서, 이토록 순박하고 연약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음에 이르게 됐단 말입니까!

현대차 비정규직 1만여명 불법파견 판정, 올 1월부터 불법파견 투쟁 8개월째, 납치체포구속 2명, 체포영장 4명, 해고 및 징계 217명, 손배 200억, 조합비 가압류, 150여명 고소고발 ……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류기혁 동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진짜 살인자는 불법파견과 노조탄압의 대명사인 현대 재벌임을! 불법적인 비정규직 1만명 사용으로 무려 1조원대의 재산을 축재하고 노조탄압으로 수많은 비정규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감옥에 가두도록 만든 정몽구 회장임을! 바지사장 내세워 온갖 괄시와 멸시, 왕따와 협박을 사주한 현대자동차 사측임을!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류기혁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현대 재벌을 역사의 이름으로 단죄하고 지금까지의 모든 탄압을 원상회복할 뿐 아니라, 불법파견 전원 정규직화를 쟁취하는 데에 민주노총 전체가 사활을 걸고 싸워야 할 이유에 대해 무슨 덧붙임이 필요하겠습니까!

이토록 괴로움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과 연대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조운동에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혁신, 혁신, 목이 터져라 외쳐보아도 바로 우리 곁의 비정규노동자들의 죽음을 외면하고서 무슨 쇄신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러나 류기혁 동지 자결 이후 울산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저희들을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동지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류기혁 동지를 열사로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논란에 빠져, 이 서럽고 비통한 죽음의 가해자인 현대 재벌과 노무현 정부를 향한 칼끝이 무뎌지고 있음을! 류기혁 동지가 죽음에 이르게 된 명명백백한 이유를 놓아두고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입장차’ 운운하는 동안 현대 재벌의 불법파견과 노조탄압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음을!

거창한 선언과 그림이 아니라, 당장의 실천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류기혁 동지 자결 이후 각종 언론에서 “민주노총 비정규직투쟁 앞당겨지나” “노동계 움직임 분주해져” 등등의 분석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네, 좋은 얘기들입니다. 모두들 한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민주노조운동이 대중적 분노를 조직하고 투쟁을 벌이겠다는 선언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현대 재벌의 불법파견과 노조탄압으로 인한 류기혁 동지의 죽음이 분명함에도, 이 사안에 대한 상급단체 차원의 대책위원회 구성조차 난항에 빠져있습니다. 심지어 울산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류기혁 열사 죽음에 대해 현대 재벌에게 준엄한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이 진행되는데도, 상급단체 차원에서는 그 흔한 기자회견 한번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은 이시간까지도 그 어떤 공식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 4명의 조합원 동지들이 태풍과 비바람 속에서 21시간 동안 사투를 벌이며 송전탑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류기혁 동지 죽음에 대한 동료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있는데 도대체 우리 민주노조운동진영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단 말입니까!

민주노총 차원의 열사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현대 재벌에 대한 전면전을 감행하자!

답은 간명합니다. 관계가 어떻고 조건이 어떻고 그림이 어떻고 … 제발, 이제 그만 좀 따집시다! 계산기 두드리는 일 좀 그만합시다! 불법파견과 노조탄압으로 인해 한 동지가 죽었는데 무슨 분석이 더 필요하단 말입니까!

민주노총 차원의 열사대책위원회를 즉각 구성하고, 류기혁 열사의 죽음 성격을 명확히 합시다! 불법파견과 노조탄압을 일삼으며 류기혁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현대 재벌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하고 조직합시다! 양재동 본사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고 전국 동시다발 현대자본 타격투쟁을 만들어 냅시다!

전비연이 앞장서겠습니다.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은 지난 3~4일 간부수련회와 대표자회의를 통해 “민주노총 11월 총파업투쟁에 가장 모범적으로 선봉에 선다”고 결의하고, 그 징검다리로 10월16일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대회를 상정해놓고 있습니다.
“해봐야 얼마나 하겠느냐” “또 큰소리만 치는구나” … 얼마든지 감수하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이번 류기혁 열사투쟁에 전비연은 단연코 최선봉에서 싸우겠습니다. 오는 수요일 양재동 본사 앞 현대자본 타격투쟁과 토요일 울산집결투쟁을 조직하겠습니다.

몇 명이 구속되고 수배되고 피해를 입는 한이 있더라도, 전비연은 이번 열사투쟁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나서겠습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및 원청사용자성 책임이라는 요구를 돌파해내는 것이 800만 비정규직 권리보장의 중요한 교두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이 싸움에서 패배할 경우 권리입법쟁취라는 슬로건은 공문구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 동지들!

지금 당장 열사대책위를 구성하고 현자비정규직노조 동지들의 처절한 투쟁에 함께 합시다!
류기혁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현대 재벌 정몽구 회장과 최고책임자들을 감옥에 쳐넣읍시다!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노조탄압 분쇄를 내걸고 민주노총의 모든 투쟁동력을 집중합시다!
현대 재벌의 불법파견 노조탄압이 빚어낸 비극, 류기혁 열사를 천만 노동자 가슴에서 되살립시다!

2005년 9월 6일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서 올려진 글입니다.

지금 이순간
나는 가슴이 미어집니다
지금 이순간
나는 마음이 쓰라립니다

그 어떤 말로도
그 어떤 표현으로도
형용할수 없는 청천병력같은 자결소식에
나는 넋을 잃었습니다

류기혁 동지...
그는 너무도 순박한 시골 청년이었습니다
비정규직 조합원이 되고서 인간 많이 되고 있다며
스스로 대견 스러워 하던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지난 6월 갑자기 해고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류동지는 여러차례 나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였습니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간다고 분명히 전화 했다고 하는데
하청업자는 무단결근 했다며 해고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500여만원 그동안 일 열심히 해서 벌어 놓아 집세 걱정은
없다고 했는데
나에게 부당해고 투쟁을 힘차게 해보겠다고 했는데
순박한 그에게 현실은 너무도 참혹했나 봅니다
결국 이렇게 세상을 등지고야 말았습니다
결국엔...

나는 지금 너무도 가슴이 아픕니다
나는 지금 너무도 가슴이 아립니다
만날때마다 따뜻하게 대해준다고 대했지만
좀 더 챙기지 못한 죄가 너무도 큰거 같습니다

집구석에 있으면 늘어져서 안됀다면서
늘 노조 사무실에 들러 비정규직 노조의 일을 돕던 그였습니다

그는 자살한게 아닙니다
그는 살해되었습니다
불법파견이 그를 살해 했습니다
비정규직이 그를 살해 했습니다

정말 이 무지막지한 세상이 싫어 집니다
정말 이 빌어먹을놈의 자본주의 사회구조에 환멸이 느껴집니다

류기혁동지...
그는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에 처음에 죽으러 간게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무도 없이 문잠긴 노조 사무실...
냉정한 자본주의 세상...
원하청 자본의 비열하기 짝이없는 개별면담에 노동탄압...
비인간적으로 비아냥 거리는 하청업자의 작태...

결국 인간차별이 또 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강제 해고하고 죽음으로 내 몰아 버린 것이었습니다

불법파견 철폐하라!
비정규직 철폐하라!
인간차별 중단하라!
노동탄압, 노동착취 중단하라!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투쟁!
2005년09월06일 19: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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