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장기투쟁 사업장 승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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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지난 9월 5일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 근로시간단축특위 공익위원안이 보고된 이후 '주5일제'를 둘러싼 자본 및 양대노총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테러사건 및 경제불황에 대한 우려를 빌미로 정부와 자본은 '노동시간단축' 자체를 사회적 쟁점에서 기각하려 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에 쫓기면서도 양대노총은 각각의 이유에서 공익위원안으로 대표되는 노사정위의 주5일제 논의에 대해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연월차휴가 축소에 따른 임금감소가 특히 장기근속자들에게 민감한 문제인만큼 내부적 반발을 수습하기 위한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노총은 현재의 주5일제 논의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를 비롯하여 무급장시간노동의 강요와 임금삭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의 심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판단 속에서 개악안의 일방통과 시도시 총력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을 제출하고 있다.

그런데 양대노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같다. 한국노총은 기자간담회를 비롯한 여러 통로를 통해 연월차축소에 대응하여 장기근속자에 대한 임금보전방안만 타협된다면 일괄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지난 2월의 전임자 임금지급과 맞바꾼 복수노조 금지유예 합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단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서 합의를 하게 되면 국회 통과까지는 거의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단병호 위원장에 대한 재구속 및 노사정위 복귀 강요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주5일제를 둘러싼 현재의 논의상황은 민주노총의 행보를 압박하고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변수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반기 투쟁이 놓여 있는 조건

민주노총은 하반기에 민중연대전선의 강화를 통해 정권퇴진투쟁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주5일제, 비정규직 노동자 기본권 보장,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등의 제도개선투쟁을 전개한다는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투쟁의 동력을 다시 세워내고 흩어진 전선을 모아낼 수 있을 것인가이다. 주5일제·비정규직 대책 논의는 노사정위 차원의 제도개선논의로 제한되면서 대중적 투쟁과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노사정위를 둘러싼 논의구도 속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장기근속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대립되고 교환되는 양상으로 왜곡되고 있다.

2001년 상반기 동안 대우차노조의 투쟁을 비롯하여 6월 총력투쟁,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 등 분출했던 투쟁동력들은 전선을 형성하지 못한 채 개별화되고 고립되는 한계를 보였다. 상반기에 내걸었던 정권퇴진투쟁의 적실성에 대한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소한 각각의 투쟁동력들을 모아내고 정치적으로 상승시켜낼 수 있는 계획이 없었다는 점은 명확하다. 하반기 투쟁은 바로 이런 상반기 투쟁의 조건과 한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상반기 투쟁 내내 부재했던 계획이 채워지지 않는한 법개정투쟁이 보다 투명하게 노정간의 대립전선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도, 12월 총력투쟁에 대한 결의도 현실성을 갖기 어렵다.

어떻게 하반기 총력투쟁을 조직할 것인가

16일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상반기투쟁의 연장선에서 하반기 총력투쟁을 위한 방향성과 계획을 결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안과 연대투쟁에 대한 결의를 하고자 한다.

첫째, 주5일제와 비정규직 대책을 둘러싼 현재의 노사정위 논의는 정권과 자본의 노동유연화 전략을 폭로하는 공간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최근 민주노총이 변형근로제 확대를 비롯한 주5일제 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대책과 연계되어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현재의 법개정논의가 임금·노동시간의 탄력화와 비정규직화 같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제도화하고자 하는 시도임을 적극적으로 폭로하면서, 구조조정 반대투쟁과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연관성을 노동운동진영 내부에서부터 확보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노동법 개정 논의들을 관통하고 있는 노동조건 삭감, 노동기본권 후퇴, 비정규직화 경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선전하는 속에서 대중적 투쟁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의 투쟁의 승리는 향후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을 확장시킬 수 있는 실제적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리해고와 분사화에 맞서 싸우고 있는 한통계약직노조, 간접고용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삭감에 맞서 싸우고 있는 방송사비정규노조, SK인사이트코리아노조, 대송텍노조, 캐리어사내하청노조, 자본이 강요하는 특수고용형태에 맞서 노동기본권 인정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린나이서비스코리아노조, 보험모집인노조, 학습지노조 등 현재의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요구와 전망을 둘러싼 치열한 경계탐색을 하고 있는 투쟁일뿐 아니라 그 자체가 노동기본권의 확대를 위한 투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투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총연맹 차원의 구조조정 분쇄·비정규직 철폐투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노동자투쟁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민중연대전선으로 확대되기 위해 구조조정 반대·노동기본권 쟁취투쟁을 보다 보편적 요구로 상승시켜낼 수 있어야 한다. 10월 26일부터 민주노총을 비롯한 여러 노동·사회·복지운동단체 주최로 열리는 [민중복지,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연대한마당]은 그러한 하나의 시도가 될 것이다. 지역노조연대회의도 전태일 31주기를 맞이하여 다시한번 불안정노동자의 권리를 부각시키면서 현재의 노동법 개악시도를 폭로하는 투쟁들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자리 지키기를 넘어서서 "안정적이고 떳떳한 일자리" "노동권·생활권의 주체로서의 노동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투쟁들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비정규직 철폐투쟁이 전체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전체 과제로 부각되지 못한 탓에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주체도 지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투쟁하는 비정규직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일차적인 주체였고, 민주노총의 미조직특위나 조직담당자들이 그 투쟁을 지원하고 함께 해왔으며, 정치조직과 노동·사회단체의 구성원들이 그 투쟁에 지원 연대하면서 투쟁의 한 주체임을 자임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쟁은 '비정규직 투쟁사업장에 지원 연대하는 것'으로 국한되어왔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투쟁을 하는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자립화하면서 전체 노동운동 속에서 비정규직 투쟁이 갖는 위상을 제대로 잡아나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투쟁노조들로의 협소화와 전문화 경향들을 극복하고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주체를 확대·강화해야 한다. 특히 2002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하는 투쟁의 전형을 만들어내기 위해 의식적인 교육과 공동투쟁을 위한 준비가 반드시 하반기에 진행되어야 한다. 이런 준비 속에 무엇보다 앞서 말한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의 승리를 위한 연대투쟁과 노동법 개악에 대한 반대투쟁이 실천적인 계획으로 배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출처 : 파견철폐공대위
2001년12월03일 21: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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