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공무원 노조 합법화,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의 현재적 의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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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연대와 전망]26호

2002.4.26

사회진보연대 인천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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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노조 합법화,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의 현재적 의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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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동조합 결성, 90만 공무원들의 노동자로서의 주체성 선언


지난 1년간 대우차 노조지도부와 정리해고자들에게 투쟁의 보금자리가 되었던 부평 산곡성당에, 지금은 공무원 노조 지도부 3인이 들어와 '공무원 노조 합법화'와 '공무원 노동3권 쟁취',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 중지'를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중이다.
발전노조 투쟁이 정점에 이르고 있던 지난 3월 23일, 고려대학교 대강당에서는 90만 공무원들이 '노동자'로서의 주체성을 선언하는 공무원노동조합 창립총회가 개최되고 있었다. 당일 총회는 그 역사적인 의미만큼이나 정부와 경찰의 대응도 강경했다. 학교안으로 경찰병력이 투입되고, 급기야는 총회장까지 납입하여 참석 대의원 전원을 연행하였다. 이런 가운데 애초 상정되어던 창립총회 안건 중 위원장 선거는 유예되었고, 비밀리에 지역마다 치루어진 투표를 통해 4월 3일 차봉천 위원장, 이용한 사무총장을 초대 지도부로 선출하였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10여 개의 공무원노조 지역지부가 출범, 4월내에 지역지부 출범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조직화와 조직강화를 우선적 과제로 하여 이를 바탕으로 5월말까지 집중적인 대정부투쟁을 벌여낼 것을 결의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건설투쟁의 역사

공무원 노조건설의 흐름이 가시화 된 것은 지난 90년대 후반 경이지만, 공무원노동자들의 단결권, 노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은 87년 투쟁 이후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노조민주화, 제반 노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것이었다. 당시 민주노조운동진영의 투쟁과 단결을 가로막는 각종 악법조항의 철폐를 위한 지난한 투쟁들이 진행되었는데, 복수노조 금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노조 정치활동 금지, 공무원과 교원의 노동기본권 불인정 등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일명 '노동법개정투쟁'이라는 이름으로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던 이러한 투쟁들은, 96,97년 총파업투쟁 이후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관련 조항의 (일부)개정, 99년 노조 정치활동 금지 조항의 큰 틀에서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1999년 당시의 법개정으로 교원노조 관련법이 일부 개정되어 전교조합법화를 쟁취하게 되었고, 결국 현재까지 남아 있는 쟁점은 대학교원(교수노조)문제와 공무원 노조의 법적 지위 문제인 것이다.
공무원노조 허용은 김대중정권 집권 당시의 공약사항이기도 하였으며, 98년 1기 노사정 노사정위가 출범할 당시의 이른바 '사회협약'을 통해 1단계(직장협의회 설치, 99년 시행) - 2단계(노동조합 허용)라는 대원칙이 합의된 바 있다. 그 후 99년 초부터 6급이하 공무원들이 지역별, 직장별로 직장협의회를 조직하기 시작하였고, 2001년초 전공련(전국공무원 직장협의회연합)이 출범할 당시, 340개 직협에 9만명 정도의 공무원노동자들이 가입을 하였다. 법적으로 볼 때, 직협체계는 가입 대상자의 범위나, 활동, 권리 등에 있어서 지극히 한계적인 협의체 수준으로 노동자들의 권리 옹호를 위한 노조에 준하는 활동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한 규제중심으로 조직체계이다. 이러한 많은 한계를 안고 있었던 전공련은 2001년, '공무원노동기본권회복'을 기치로한 몇차례의 '불법'집회 개최, 작년 12월 경의 노조결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 및 준비작업을 통해 3월 23일 결성에 이르게 되었다.


노동3권 보장과 유리된 노조 허용은 껍데기일 뿐이다

1기 노사정위 합의 이후, '시기상조', '국민 여론' 등의 말만을 되풀이하던 정부와 노사정위는 전공련이 출범한 이후에서야 전공련과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압박에 밀려 '공무원노조 허용방침'을 제시하였고, 이에 따라 노사정위 논의가 재개되었지만 이렇다할 논의의 진전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공무원 노조 출범을 코앞에 둔 지난 2월에서야 구체적인 정부 실무안이 제출이 되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면 ▶ 연내에 특별법으로 입법 추진하되, 3년의 유예기간을 둔다(2006년 허용) ▶ '노조' 명칭이 아닌 '단체'또는 '조합' 명칭 사용 ▶ 관리직을 제외한 6급이하 가입가능(군인, 경찰, 소방관, 인사, 예산담당 공무원 제외) ▶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인정(단체협약 체결권, 단체행동권 불인정) ▶ 교섭단체 단일화를 전제로 복수 노조 허용 등이다. 사실상 껍데기뿐인, 아니 '노조'라는 명칭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허울뿐인 이러한 정부측의 입장을 거부하고 공무원 노조는 법외노조서의 출범을 강행한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공무원 노조 투쟁의 핵심 쟁점은 노조의 '허용' 그 자체에 있지는 않다.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 원칙적으로 노동자들의 자주적, 민주적 조직인 노동조합의 결성에 있어 가/부를 결정할 권한이 애초부터 정부측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한 시대착오적이고 독재적인 권력과 그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악법조항들에 맞서 노동권 쟁취, 단결권 확대를 위해 투쟁해온 피나는 민주노조운동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한 현실적인 쟁점으로서의 노조 허용 문제만을 놓고 보더라도, 노동3권과 유리된 그것은 아무런 실내용이 없는, 사실상 '종이 호랑이'를 만들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10여년간의 투쟁을 통해 합법노조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전교조를 보더라도 단체행동권이 없는 노동조합이 노동자로서의 권리제기에 있어서 원천적으로 많은 한계를 가진다는 사실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공무원노조에 대해 노동3권 중 사실상 1.5권만을 허용하겠다는 정부측 주장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실상 노조설립 자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무원노조 노동기본권 쟁취는 현재의 노동법 개악저지 투쟁과 별개이지 않다

공무원 노조에 대한 정부측의 기만적인 대응은 사실 우리에게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필요한 때면 '합의' 운운하며 테이블로 끌어들여 발목을 잡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언제나 자본과 권력의 편에서 손을 들어주고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는 그 익숙한 수법말이다. 또한 '합의'를 통한 문제 해결이 전체 노동자계급에게 끼친 영향에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거슬러 올라가 90년대 중반의 노동법개정투쟁이 노동악법 조항들의 점진적인 개정 절차를 만들어온 과정만을 보아도, 그 이면에는 총파업철회라는 역사적인 패배의 경험뿐만 아니라, 이후 노사정위가 안착화되고 그로 인해 각종의 반노동자적인 제도들이 법제화되는 현실이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그 노사정위를 통해 정리해고제, 근로자 파견제가 법제화되었고, 과거 일부가 개정되어 나머지 반쪽으로 남아있던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금지조항의 경우 소수 노동자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되고 말았던 것이 바로 작년의 일이었다. 또한 그 후로 모성보호법, 여성관련 근기법 개악 등 불안정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치명적으로 후퇴시키는 일련의 법제도들이 정비되어 왔다. 지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노총 주도하에 소수의 대규모 사업장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전체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맞바꾸려는 소위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노사정위를 통해 급물살을 타고 있고, 이에 맞서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희생없는'이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민주노총 측의 대응 역시 사태의 본질에서 한참은 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 노조의 투쟁의 의의는 글자 그대로의 합법성을 쟁취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무원연금법 개정, 기능직 공무원들의 구조조정, 개방형 임용제 실시, 성과급제와 연봉제의 추진 등 공무원 사회 및 공무원의 근무여건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공무원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은 수십년간 유지되어온 공공'서비스' 제공자라는 공무원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 정권의 통제와 관리위주의 정책 속에서 대책없이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여기에 생존권과 노동권을 옹호하기 위한 공무원노동자들의 조직적 구심으로서 공무원 노조의 역할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이를 위해 노동3권 쟁취는 절박한 과제이기 이전에 지극히 정당한 권리이다.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기만적인 노사정위의 논의에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의 기조로 맞서야 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노동악법 철폐, 단결권 쟁취를 위한 투쟁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역할이 작지 않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의 단결권과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조합원들의 투쟁이 없는 가운데서의 '합의', 또한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로부터 유리된 실리주의적 투쟁들 이 가져오는 비극적인 결말을 지난 역사의 오류와 그것의 현재적 재현에서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50년 굴종의 역사를 깨고 노동자 계급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한, 출범 한달만에 지도부 5인의 구속과 3인의 수배라는 투쟁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어깨에 지워진 임무가 무겁다.
2002년05월03일 22: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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