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2027년 대만 침공설과 핵무력 증강, 분석과 평가
강대국 간 핵 통제의 부재, 위기로 치닫고 있는 NPT 체제
2026년 동북아 정세분석은 두 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추겠다. 첫째는 중국의 ‘2027년 대만 침공설’이다. 2020년대 초반부터 미국 조야의 저명한 인사들이 구체적으로 2027년을 짚으며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 가능성을 언급했다. 2027년이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그 가능성과 현재 상황을 살펴본다. 둘째는 중국의 급속한 핵무력 증강이다. 중국이 궁극적으로는 무슨 의도인지, 어떤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두 가지 문제에 관한 분석과 평가를 제시하고자 한다.
1. 중국의 2027년 대만 침공설
2027년 이내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꼭 짚어 언급한 인사는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었다. 그는 2021년 3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대만은 중국이 야심차게 노리는 정치군사적 목표고, 그 위협은 향후 6년 안에 분명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후 이와 같은 맥락의 말이 여러 최고위 인사의 입을 통해 이어졌다.
예를 들어 2022년 10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 국장은 CBS 인터뷰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끝내라는 지시를 군에 내렸다”고 말했다. 2024년 3월 존 아퀼리노 인도 태평양사령관은 “모든 징후는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치라는 지시를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올해, 2025년 1월 인사청문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도 (시기를 늦추기는 했지만) “중국의 계산에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향후 5년 안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러 최고위 인사가 지목했던 바로 그 2027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중국이 군사력을 급격히 증강하며 대만 통일을 강조하게 된 배경이나,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에 강력히 반대하는 대만인의 의지를 여러 차례 자세히 다루었다. 우리는 중국의 권위주의와 팽창주의가 대만 침공이라는 위험천만한 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자 했다. 이번 글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관한 최근 분석, 특히 군사적 측면의 분석을 살펴보고, 그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1) 중국의 대만 점령은 군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
중국의 정치적 동기가 얼마나 강렬하든 간에, 미중 간의 종합적인 군사력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중국의 대만 점령은 군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많다.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이고, 숨겨진 지출을 더해 2% 수준이라고 봐도 미국의 지출액에 비해 1/3 수준에 머문다. 해군력을 비교해 본다면 2024년 6월 현재 해군 함정 총톤수에서는 미국(360여만 톤)이 중국(155여만 톤)보다 2.3배 우월하다. 미국의 항공모함은 11척 모두 핵 추진이지만 중국의 3척은 재래식 추진이고 함재기 규모도 적고 운영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미국이 보유한 69척의 잠수함은 모두 핵 추진이지만 중국이 보유한 71척의 잠수함은 16척만 핵 추진이다. 미국이 보유한 69척 중 55척이 공격형 잠수함(SSN), 14척이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SSBN), 4척이 순항미사일 발사 잠수함(SSGN)이다. 또 미국은 미국 본토를 제외하고도 140여 국에 374개 군사기지를 확보해 운용하는 반면 중국은 해외 군사기지가 지부티 한 곳에 불과해 군사 보급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
흥미롭게도 2025년 1월 25일 러시아 연방정부의 싱크탱크,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RIAC)가 발표한 보고서 「중국 2049 미래학적 분석」은 중국이 공격적으로 해군력을 늘리고 있으나 미국과 20년 이상의 격차가 난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와도 10년의 격차가 있다고 했다. (“러시아, 부풀려진 중 해군력”, 《서울경제》, 2025년 2월 2일.) 다만 중국이 핵 전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어 2035년경에 미·러와 대등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중국의 핵전력 문제는 뒤에서 다시 다룬다.
(1) 2023년 1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워게임 분석
: 대만과 미국, 일본이 단호하게 대응하면 중국의 대만 점령은 불가능
그렇지만 종합적인 군사력 비교만으로 단기전의 결과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2023년 1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의 대만침공 워게임을 분석한 보고서, 『다음 전쟁의 첫 번째 전투』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미 국방부가 많은 워게임을 수행했지만 결과는 기밀이고 제한적 정보만 알려져 있다며, 국가안보 커뮤니티에 통찰력을 제공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독자적으로 워게임을 수행하고 보고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국내 언론에서도 “中, 대만 침공 성공 못해… 해군은 궤멸 美가 ‘워게임’ 해보니”(《조선일보》, 2023년 1월 9일), “중국의 대만 침공 워게임... 미-중 진영, 1만 명 이상씩 숨진다”(《한겨레》, 2023년 1월 12일)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언론에는 그 개요만 소개되었는데, 함의를 따져보기 위해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보고서가 가정하는 개전 초기 상황은 이렇다. 중국군이 개전 몇 시간 동안 막강한 화력으로 선제공격을 퍼부어 대만의 해·공군력 대부분을 파괴한다. 중국군은 곧바로 해군을 대대적으로 동원해 대만을 에워싸고 모든 해상로를 봉쇄한 뒤 지상병력을 대만 해안에 상륙시킨다. 또 공군 항공기들은 대규모 공수부대를 대만 해안선 너머 내륙 깊숙이 침투시킨다.
보고서는 대전략, 전략, 작전·전술 수준 각각에서 다음과 같이 표준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그와 다른 변형 시나리오를 제시하여, 총 24회의 워게임을 실행한다.
[그림] 중국의 대만 침공에 따른 전쟁 시나리오 (자료출처: 《한겨레》)
[그림] 워게임 개요를 보여주는 작전지도와 지상전투지도 (자료출처: CSIS)
■ 대전략: 정치적 의사결정
- 중국이 침공하며, 개전일을 결정한다.
- 대만의 저항은 강력하다.
- 미국은 자동으로 전쟁에 개입한다. * 변형: 미국이 참전하지 않아 대만이 고립된다. / 미국 폭격기의 참전이 개전 후 4일까지 지연된다. / 미국의 참전이 개전 후 14일까지 지연된다.
- 미국은 대만에 사전에 주둔해 있지 않다. * 변형: 미국의 연안작전 해병연대가 사전에 배치되어 있다.
- 일본은 미국이 자국 내 미군기지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허용한다. * 변형: 일본이 중립을 유지한다.
- 일본 자위대는 중국이 일본 영토 내부를 공격하면 반격한다. * 변형: 일본 자위대가 개전일에 바로 참전한다.
- 일본 자위대가 전쟁에 개입한 후에는 모든 작전에 참여한다. * 변형: 일본은 방어적 태세로 남는다.
- 필리핀은 관여하지 않는다. * 변형: 필리핀이 군사기지를 제공한다.
- 호주가 유일한 동맹/파트너로 관여한다.
- 이 기회를 틈탄 다른 국가(예를 들어 북한)의 공격은 없다. * 변형: 미국은 동시적 위기를 감내해야 한다.
■ 전략: 전투서열, 동원, 교전규칙
(전투서열)
- 중국: 변형 시나리오에서는 중국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이 증대한 경우와, 전술탄도미사일(단거리탄도미사일)을 유지하는 경우를 다룬다.
- 대만: 변형 시나리오에서는 대만의 하푼미사일(대함 유도미사일) 보유량 증대가 지체되는 경우를 다룬다.
- 미국: 변형 시나리오에서는 일부 잠수함이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를 다룬다.
(동원)
- 중국: 개전 30일 전
- 미국: 개전 14일 전 (즉 미국은 중국의 은밀한 침공 준비를 주시하며,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14일 전에 항모전단을 오키나와와 도쿄에 보내고, 괌에 폭격비행단을 배치한다.) * 변형: 미국은 개전일에 동원을 시작한다/미국은 무력시위를 하지 않는다.
- 대만: 즉각적인 동원 * 변형: 대만은 대응이 지체되어 개전 후 4일까지는 무력하다.
(교전규칙)
- 미국, 일본 영토에 대한 중국의 공습은 승인된다.
- 중국 본토에 대한 미국의 공습은 승인된다. * 변형: 미국은 중국 본토에 대한 공습은 승인하지 않는다.
■ 작전과 전술: 운영능력, 무기, 인프라 (작전 운영능력)
- 중국 상륙군: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동일하다. * 변형: 중국 상륙군의 운영능력이 떨어진다.
- 대만 지상군: 중국과 동일하다. * 변형: 대만 지상군의 운영능력이 떨어진다.
- 중국 공군: 미군과 동일하다. * 변형: 중국 공군의 공대공 운영능력이 떨어진다.
(무기효율성)
- 미국 JASSM(삼군 공용 공대지 장거리 미사일)의 대함 타격 능력: 작동한다 * 변형: 작동하지 않는다.
- 미국과 중국의 함정 방어능력: 기대치만큼 작동한다. * 변형: 기대치에 비해 미흡하다.
- 위성공격무기와 사이버공격: 중간 정도의 효율성
- 5세대 항공기: 미국과 중국이 동등하다. * 변형: 미국의 5세대 전투기가 우월하다.
(인프라)
- 일본의 항공기 강화 격납고(HAS): 현행 프로그램 수준. * 변형: 일본 내 강화 격납고를 늘린다.
- 일본 민간공항 사용: 군 부대당 오직 1개의 지역 민간공항만 사용할 수 있다. * 변형: 미국과 일본은 대규모 일본 공항들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림] 재즘(왼쪽)과 군산 강화격납고(오른쪽)
재즘(JASSM, Joint Air-to-Surface Standoff Missile, 삼군 공용 공대지 장거리 미사일)은 미 공군과 해군이 운용하는 자율형, 스텔스 기능을 갖춘 장거리 재래식 공대지 정밀 타격 미사일이다. 이 무기는 200해리(약 327km) 이상의 사거리에서 방어력이 높은 고정 또는 이동식 목표물을 파괴하도록 설계되었다. 길이 4.3m, 무게 1,022kg으로, 완전 자율형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 방식으로 운용된다. 태평양공군사령부는 2020년 7월 31일 제8전투비행단이 군산기지에서 강화격납고(HAS) 준공식을 개최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번에 구축된 HAS는 모두 20개동이다. 특히 HAS는 북한군의 미사일·화학무기 등 공격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격납고 건설에는 총 51개월이 걸렸고 전체 예산은 1억 2,500만 달러(약 1,480억 원)에 달한다. (자료출처: 《뉴스1》)
보고서는 24번의 워게임 결과를 ▲ 표준 시나리오 외에, ▲ (미국과 파트너에 유리한) 낙관적, ▲ (중국에 유리한) 비관적, ▲ 대만 고립, ▲ 라그나로크(즉 매우 비관적) 시나리오까지 총 다섯 가지 범주로 나눈다.
① 먼저, 표준 시나리오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분명한 중국의 패배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 중국군이 대만의 항구와 공항을 점령하기 전에 미국, 대만, 일본의 대함 미사일이 중국의 상륙선을 파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상륙함대의 최소 90%가 파괴되었고, 상륙한 중국 부대는 항구나 공항을 점령하거나 사용할 수 없어서 공중투하로만 보급을 받을 수 있었다. 14일간 지속된 전투 후 종료시점에 상륙한 부대는 3만 명 정도며 대만 영토의 7% 정도만 통제하는 데 머물렀다.
그렇지만, 표준 시나리오의 결과가 중국의 패배라고 하더라도 양측이 입는 손실은 심대하다. 짧은 전투기간을 고려하면 미국 공군의 손실은 베트남 전쟁 이후 최대이고, 미국 해군의 손실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다. 일본도 열도에 걸쳐 있는 이착륙장이 공습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다. 대만의 인명, 인프라 피해는 막대하다. 중국의 손실도 충격적인데, 대규모 항공기와 사실상 함대 전체, 수천 명의 병력이 포함된다.
미국은 세 번의 표준 시나리오 워게임에서 168~372대의 전투항공기를 잃었는데, 대부분은 지상에서 파괴되었다. (따라서 미중 간의 공대공 능력은 워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만의 비행거리 내에 미국과 동맹국의 공군기지가 부족하여 소수의 기지에 전투항공기가 밀집해 있었고, 게다가 이들 기지에는 강화 격납고가 없었기 때문에 중국의 미사일은 미국, 대만, 일본의 항공기 다수를 파괴할 수 있었다.
미 해군은 2척의 항공모함과 7~20척의 주요 수상함(구축함과 순양함)을 잃는다. 이는 시나리오가 사전에 중국을 억지하려는 무력시위를 위해 두 척의 항공모함과 수상전투단(SAG)이 오키나와 주변의 취약한 위치에 배치하면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 현대 대함 미사일의 일제사격에 수상함이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상함의 미사일 방어가 매우 훌륭하게 작동하더라도 공격 미사일의 수가 너무 많아 방어용 무기고가 소진되어 요격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더욱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데, 모든 군사자산이 중국의 대함 미사일 시스템 사거리 내에 있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미 공군과 해군의 막대한 피해는 중국의 집중적인 선제공격에 의한 것이다.
[표] 시나리오 종료 시점에 대만 연안에 상륙한 중국군의 상황 (자료출처: CSIS)
[표] 시나리오별 미국, 일본, 중국의 손실 (자료출처: CSIS)
② 다음으로, 미국과 그 파트너에게 유리한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동일한 결과, 즉 분명한 중국의 패배라는 결말이 나오지만 더 신속하고 사상자도 적다.
낙관적 시나리오 중 첫 번째는 ▲ 일본의 공항과 항구에 대한 미군의 접근권이 확대되고, ▲ 함선의 방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 중국의 미사일을 억제하고, ▲ (중국의 선제공격 전에) 괌에 폭격기와 항공모함이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고 가정했다.
두 번째는 ▲ 일본의 공항과 항구에 대한 접근권이 확대되고, ▲ 함선의 방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가정 외에 ▲ 일본이 개전일 참전하며, ▲ 중국의 상륙 작전운영능력이 떨어지며, ▲ 미국의 5세대 항공기가 우월하며, ▲ 미국의 조종사 훈련이 우월하다는 가정을 추가했다.
③ 중국에게 유리한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전투가 연장되는데, 그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즉, ▲ 중국의 결과적인 패배, ▲ 중국이 피해를 입은 항구와 공항을 통제하는 가운데 이어지는 교착상태.
18번의 비관적인 워게임은 모두 JASSM-ER(JASSM의 사정거리 연장 개량형)이 대함 공격능력이 없다고 가정했다. 4번은 이러한 가정만 포함하고, 나머지 14번은 다음 중 최소한 3개의 비관적 가정을 추가했다. 즉, ▲ 미군의 동원이 지연된다, ▲ 미군의 참전이 늦어진다, ▲ 대만의 작전운영능력이 떨어진다, ▲ 대만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 미국은 중국 본토를 공격하지 못한다, ▲ 중국의 중거리마시일 수가 증가한다, ▲ 일본은 영토 내부가 공격 받더라도 공세적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④ 대만이 고립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중국군이 꾸준히 진군하여 대만 전역을 점령하여, 중국이 확실하게 승리를 거둔다.
보고서는 대만이 미국의 직접적인 지원 없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 탐구하기 위해 대만 고립 시나리오를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워게임 결과, 중국은 대만 남쪽에 군대를 상륙시키고 느리지만 꾸준히 전진하여, 10주만에 타이베이를 점령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워게임 결과가 교훈을 준다고 말한다. 대만이 싸울 의지가 있다면, 중국군이 주요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대만군과 장기간의 전투를 벌여야 하고, 이는 국제외교나 미국의 개입을 위한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는 뜻이다.
⑤ 라그나로크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의 공군력을 사전에 완전히 무력화할 때만 중국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보고서는 대만의 저항과 미국의 참전이 있더라도 중국이 승리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라그나로크, 즉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계했다고 말한다. 중국이 승리를 거두려면 중국은 미국의 공군력, 즉 전투기와 폭격기를 완전히 무력화해야 한다. 먼저 전투기/공격기의 경우, 일본이 엄격히 중립을 유지하여 미군이 일본기지를 활용할 수 없다면 효과적으로 작전에 참여할 수 없다. 공중급유기와 괌 기지를 이용할 수 있으나, 괌 기지는 중국탄도미사일에 의해 파괴될 수 있고, 공중급유기도 요격에 노출될 수 있다. 폭격기의 경우, 중국이 무력화하기 어렵다. 중국 지상발사 미사일의 사거리를 벗어난 곳에 기반을 둘 수 있고, 여러 방향에서 접근하여 방어용 지대공 미사일의 사거리 밖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에 기반을 둔 전투기가 폭격기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미국 폭격기는 사정거리가 매우 긴 공대공 미사일을 보유한 중국 전투기에 취약할 수 있다.
미국의 공군력이 무력화된다는 라그나로크 시나리오 워게임에서는 중국군이 승리한다. 중국군이 상륙할 때 대만의 대함 순항미사일과 미군의 핵추진잠수함으로 큰 피해를 입으나 초기 전력의 2/3를 상륙시킬 수 있었다. 미국의 대규모 함대가 대만을 구제하기 위해 접근했으나, 공군력이 없는 상태에서 대부분 파괴된다. 보고서는 라그나로크 시나리오가 (중국군의 상륙을 저지하는) 대만 방어에서 일본이라는 기반과 대함 순항미사일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이와 같은 결과에 따라 보고서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2026년 중국의 대만침공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첫째, 대만이 반드시 중국군에 격렬하게 저항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머지 조건은 소용없다.
둘째, 미국은 반드시 수일 내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적대행위에 대응해야 한다. 지연이나 어중간한 조치는 방어를 더 어렵게 하고, 미국 사상자를 늘리며, 중국이 대만 내에 확고부동한 점령지를 창출할 위험을 높인다.
셋째, 미국은 반드시 일본 내 자국 기지를 활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은 자국의 수많은 전투기와 공격기를 활용할 수 없다.
넷째, 미국은 반드시 충분한 수의 공중발사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보유해야 한다.
보고서의 결론은 중국의 집중적인 선제공격으로 미국과 일본의 공군력과 해군력이 심대한 타격을 입더라도, 대만과 미국, 일본이 단호하게 대응한다면 중국에 대만에 대규모로 상륙하고 나아가 대만을 점령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결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읽혔다.
한편, 보고서가 한국에 관해 언급하는 대목은 많지 않다. 보고서는 한국이 중국의 힘을 우려할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초점을 흐리려 할 목적으로 북한 지도부가 감행하는 (또는 중국이 배후에서 유도하는) 북한의 적대적 도발 행동도 걱정한다고 본다. 그래서 한국군은 대만에서의 무력충돌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달리 말하면, 한국군은 언제나 기본적으로 북한군을 상대하는 게 주된 임무다. 다만 시나리오에서 미국은 한국에 배치된 미 공군 4개 비행대대 중에서 2개 대대를 (오키나와에 이동배치한 후) 대만에 투입하는데, 그래도 2개 대대는 북한 억지를 위한 목적으로 한국에 남겨둔다. (비행대대는 보통 12-24기의 비행기로 구성된다. 2023년 시점에 한국에 배치되었던 전투비행대대 1개는 24기의 전투기로 구성되었다.)
(2) 2024년 1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전문가 설문조사
: 중국이 대만을 격리·봉쇄할 수는 있어도 침공할 수는 없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워게임 결과를 발표하고 1년이 지난 후인 2024년 1월 22일, 이번에는 미국의 전문가 52명과 대만의 전문가 35명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역시 국내 언론에 “중국, 대만 침공 역량은 아직... 봉쇄하면 대만 1~3개월 버틸 듯”(《한국일보》, 2024년 1월 23일)과 같은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보고서 발표 얼마 전인 1월 13일 16대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주석이 승리를 거두기도 했기 때문에 중국-대만 관계의 긴장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보고서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설문조사의 첫 번째 질문은 중국이 대만을 효과적으로 격리, 봉쇄, 침공할 역량을 현재 보유하고 있다고 보냐는 것이었다. 답은 대체로 ‘중국은 대만을 효과적으로 격리 또는 봉쇄할 수 있으나, 침공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나왔다. 여기서 격리(quarantine)는 비군사 행위자, 예를 들어 해안경비대, 해상민병대가 주도하며 ‘사법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상품의 유출입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군사적 봉쇄에 비해서는 제한적이며, 예를 들어 세관검사라는 이름으로 일부 항구에서 운송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반면 봉쇄(blockade)는 군대가 주도하는 다영역 활동으로, 상품의 유출입을 강력히 제한하며 군사적 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말한다. 봉쇄 활동의 범위는 다양한데, 상선과 적대적 군사력의 차단부터 대만의 항구와 공항의 파괴에 이를 수 있다.
답변을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이 대만을 격리할 역량도 갖췄다고 평가한 이들은 미국 전문가의 91%와 대만 전문가의 63%였고, 봉쇄할 역량의 경우도 미국 전문가의 81%, 대만 전문가의 60%였다. 반면 중국이 대만을 효과적으로 침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전문가의 27%와 대만 전문가의 17%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또 다수의 전문가는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봉쇄할 능력이 있으나, 군사적 봉쇄만으로는 강제적 통일을 실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60%, 대만 69%.) 군사적 봉쇄는 결국 확전, 침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거나, 대만의 항복을 강요하려면 침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다. 군사적 봉쇄만으로도 강제적 통일을 달성할 잠재력이 있다고 답한 전문가들도 (미국 35%, 대만 31%) 대만이 침공을 확실히 믿을 만큼 중국이 위협을 가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화제를 돌려, 보고서는 앞으로 5년 내에 중국의 일차적 목표가 대만의 특정 행동이나 정책을 응징하고 변화를 강제하는 것이라면 (즉 즉각적인 강제적 통일이 아니라면) 어떤 수단을 택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선택지는 ▲ 대만 외곽섬(금문도, 마조도) 격리, ▲ 대만 본섬 격리, ▲ 대만 외곽섬 강제 점령, ▲ 원거리 합동 봉쇄, ▲ 고강도 봉쇄, ▲ 대만침공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전문가는 외곽 섬 격리를 가장 많이 택했고(66%), 대만 전문가는 본섬 격리(71%)를 가장 많이 골랐다.
그리고 각각의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얼마나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미국 전문가는 무력침공의 경우 96%가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완전히 또는 꽤 신뢰한다고 답했고, 46%가 완전히 신뢰한다고 답했다. 대만 전문가는 완전히 또는 꽤 신뢰한다는 73%이고, 완전히 신뢰한다는 49%였다. 보고서는 미국에 비해 대만 전문가가 신뢰도가 낮은 이유를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역사적으로 미국의 정책이 양안관계의 현상유지를 선호했고 따라서 대만을 언제나 무조건 지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며, 둘째는 최근 중국이 미국의 정책에 관한 틀린 정보나 조작된 정보를 유포하기 때문이다.
[그림] 봉쇄나 침공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높은 신뢰가 존재한다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앞으로 5년 내에 이러한 시나리오가 발생한다면, 중국의 목표 달성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기꺼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얼마나 신뢰하는가? ” (자료출처: CSIS)
흥미로운 대목은 외곽 섬에 대한 중국의 격리나 강제적 점령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는 답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다. (‘완전히’와 ‘꽤’를 합쳐서 격리는 미국 전문가 17%/대만 전문가 17%, 강제적 점령은 미국 전문가 29%/대만 전문가 35%.)
1979년에 제정된 미국의 대만관계법은 미국이 대만 지역 주민의 안보나 사회·경제 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강압적 수단에 저항할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지리적 적용 범위에 금문도와 마조도를 포함하지 않았다. 따라서 외곽 섬들의 방어 문제에 관한 한 여전히 전략적 모호함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림] 금문도, 마조도, 팽호도
금문도는 대만과의 거리는 약 210km에 달하지만 중국 대륙과의 거리는 불과 1.8km에 불과해 매우 가깝다. 마조도는 19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국 대륙과의 최단 거리는 약 9km다. (자료출처: 《뉴스메이커》)
이런 맥락에서 2024년 8월 14일, 미국 전쟁연구소와 기업연구소는 라이칭더 총통 취임 이후이자 미국 신임 대통령 취임 직전 시점인 6개월 내에 (즉 대만과 미국 각각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할 때) 중국이 금문도를 격리하는 조치를 실시하고 결국 강제적으로 장악하여 일국양제의 시범지역으로 삼는 가상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보고서가 경고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는 않았으나 이와 같은 우려는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것이다.
2) 미국 군사력에 틈이 있다는 시각
(1) 중국의 군사력 추격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워게임 보고서를 발표했던 때와 같은 해인 2023년 8월, 미국 온라인 뉴스레터 《워존》은 해군정보국이 작성한 ‘중국 해군 대 미국 해군 전력 배치’라는 제목의 슬라이드 한 장을 공개했다. 슬라이드 오른쪽 위에 ‘기밀 아님’(unclassified)이라고 쓰여 있듯이 아무도 몰랐던 사실이 폭로된 것은 아니지만, 단순명쾌한 이미지가 준 충격이 있었다.
[그림] 2023년 미국 해군정보국이 작성한 ‘중국 해군 대 미국 해군 전력 배치’
슬라이드를 설명해보자. 맨 위를 보면 2020년부터 2035년까지 5년마다 미 해군과 중국 해군의 주력함 전력을 비교한다. (주력함은 전투함, 잠수함, 기뢰전함, 대형상륙함, 대형 전투지원 보조함으로 정의한다.) 중국은 355척에서 475척으로 증가하는 반면, 미국은 296척에서 305~317척으로 증가하는 데 그쳐 격차가 더 커진다. 오른쪽의 그래프 중 위의 것은 주력함의 수를 표시한 것인데, 이미 2015년쯤에 중국이 수에서 앞지른 것이 보인다. 아래는 톤 수로 비교한 것인데, 미국이 2040년까지 톤 수에서는 여전히 앞서지만 중국이 꾸준히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실 더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중국의 건조 능력’이었다. 중국 조선소의 건조 능력은 2,325만 톤인 반면, 미국은 10만 톤으로 중국이 미국의 232배다. 또 조선업 매출비중에서 해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은 70% 수준인 반면, 미국은 95%로 추정한다는 설명도 있다. 미국 조선업이 거의 해군 발주에 의존할 만큼 쇠퇴했다는 뜻이다.
아래에는 추가적인 설명이 더 붙어 있다. “중국은 세계 조선업에서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상업 조선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은 0.5% 미만이다. 중국에는 75개 이상의 ‘저명한’ 상업 조선사가 있고, 그 중 20개가 중국 해군의 건조프로그램에 참여한다. 50개 이상의 중국 드라이 도크는 항공모함을 물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중국해군의 수상함 생산업체들은 군수용과 상업용이 혼합되어 있으며, 이와 관련된 건조는 대부분 중국국영조선공사 시설에서 완료된다는 설명도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업 재건에 매우 큰 관심을 보이고, 한국 정부가 마스가(MASGA), 즉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제안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그림] 주요 국가 해군력 증가의 누적량
다른 한편, 위 그림을 보면 이러한 중국의 군사력 추격, 추월은 특히 시진핑 주석 시기에 집중적으로 달성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주요 국가 해군력 증가의 누적량’을 보면, 중국의 경우 시진핑 1, 2기에 해당하는 2013~22년, 9년간 증강된 해군력이 1999~2022년 23년 증강된 해군력의 70%를 상회한다. 시진핑 지도부의 해양강국 건설이 허언이 아님이 수치로 드러난다. 또 그림 ‘미국과 중국의 시기별 전투함 건조 척수 비교’를 보면 시진핑 1~3기에 해당되는 2010년부터 2024년간 중국이 가장 많은 신형 전투함을 건조했고, 이들이 전체 전투함의 7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림] 미국과 중국의 시기별 전투함 건조 수 비교
반면 같은 기간에 건조된 미국의 신형 전투함은 25%에 불과하다. 그래서 중국 전투함의 평균 선체 연령은 14.9년인데 반해, 미국 전투함은 24.2년으로, 미국이 10년 정도 노후화되어 있다. 특히 잠수함의 경우는 수상함보다 훨씬 더 노후화되어 있는 상태다. 미국이 보유한 69척의 잠수함 중 2027년까지 퇴역하는 10척의 평균 선체연령은 38.2년이고, 2028년에 퇴역하는 4척의 평균 선체연령은 42.5년, 2029년 퇴역하는 1척은 39년이다. (핵추진 잠수함 원자로의 수명주기는 42년이다.) 미국은 신형잠수함 건조를 해군의 최우선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퇴역과 취역의 균형이 흐트러져 현행 69척에서 42척까지 줄어드는 기간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중국은 71척에서 76척으로 늘어나는데, 5척이 모두 핵추진 잠수함이다.
미국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21년 9월 바이든 미 대통령이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원한다면서, 오커스(AUKUS)의 창설을 발표했다. (오커스는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된 필라1과 첨단군사기술 공동개발과 관련된 필라2로 구성된다.) 필라1의 핵심은 ▲ 2030년대 초반부터 미국이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SSN) 3~5척을 호주에 판매하고, ▲ 2030년대 말까지 영국이 설계하고 건조한 1척의 공격형 핵잠수함을 호주에 양도하며, ▲ 2040년대 초반까지 영국의 지원으로 호주가 1척의 공격형 핵잠수함을 건조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로 교체되면서 오커스 계획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2025년 12월 4일 트럼프 행정부가 5개월간의 재검토 끝에 오커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12월 8일 미국-호주 외교-국방 장관급 회의에서는 “호주가 미국의 잠수함 생산 능력 확장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10억 달러(약 1조5천억원)를 조만간 제공한다”라고 발표했다.
그렇더라도 오커스가 계획한 일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며,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상당 기간 전력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아펙(APEC) 한미정상회담 다음 날, 10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는데,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력 공백이라는 맥락에서 그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또 이는 미국이 일본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도 지지할 수 있다는 강력한 암시이기도 하다.
(2) 중국의 추격이 함의하는 바
이처럼 중국의 급속한 군사적 팽창과 이와 대비되는 미국의 군사적 틈을 고려할 때, 중국의 무력침공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 논거를 살펴보자.
첫째, 전통적인 세력전 이론에 따르면 도전국의 해군력이 지배국의 80~120%까지 추격, 추월하는 군사력 전이가 발생했을 때 도전국은 전쟁에서 누가 이길지 불확실하므로 싸워볼 만하다고 판단하고 전쟁에 나선다. 반면 인정투쟁 이론에 따르면 지배국과 도전국의 상대적 격차가 크더라도 자국의 군사력 증강에 고무된 도전국이 선제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특히 군사력을 추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폭력적인 현상타파 욕구가 더 커질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05년 러일전쟁이다. 일본이 본격적으로 해군력을 증강한 1872년 당시 일본의 전투함 총 톤 수는 9,935톤으로 러시아 93,815톤의 1/10 수준이었다. 러일전쟁 직전 1903년 시점까지 일본은 23만여 톤으로 240% 증가했고, 러시아는 53만여 톤으로 78% 증가했다. 1872년에서 1903년까지 일본과 러시아의 절대적 격차는 더 커졌으나, 상대적 격차는 일본이 러시아의 약 19%에서 44%까지 추격했다. 또 러시아 해군은 북방, 발트, 흑태, 태평양, 카스피 5개함대로 구성되었는데, 러시아 태평양함대와 비교할 때 일본 해군이 우위를 점했다. 일본은 제물포, 블라디보스토크, 뤼순에 분산 배치된 러시아 태평양 함대를 각개 격파하고 이후 증파될 발트함대를 함대함 결전을 통해 제압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러일전쟁의 결과는 일본의 승리였다. 비유를 해보자면, 미국의 해군력이 여전히 압도적인 지표가 많으나 중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군사력을 추격하고 있고 (어떤 지표에서는 중국이 앞서는 부분도 있다), 미국의 6개 함대는 세계 각지에 분산 배치되어 있다.
둘째, 앞서 CSIS 워게임에서 기본 시나리오의 경우에도 미중 양측은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미국은 전투항공기 270기, 전투함 17척(항공모함 2척과 주요 구축함, 순양함 등), 중국은 전투항공기 155기, 전투함 138척(상륙함 86척). 그렇지만 미국과 중국의 조선업 역량 비교에서 드러나듯이 손실된 전력을 복구하고 투사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resilence)에서 미국이 오히려 뒤쳐져 중국이 빠른 시일 내에 재침공을 시도할 때,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3) 소결: ‘전쟁 이하의 강압’이 무력충돌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나?
시진핑 주석이 2021년 7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행한 연설에서 나온 말, “외세가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져 피 흘릴 것이다”(外勢欺負, 頭破血流; 외세기부 두파혈류)이 두고두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시진핑 주석이 중화민족의 부흥과 함께 대만 통일을 역사적 당위로 거듭 공개적으로 천명했기 때문에, 아무런 업적도 남기지 못한다면 감담해야 할 정치적 후과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2027년 21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4연임이 결정되기 전에 모종의 행동이 있지 않겠냐는 예측이 따라온다.
[표] 동중국해에서 중국 해공군과 미국 해군의 활동 비교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 인민해방군(PLA) 전투기와 함정의 동중국해 활동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2024년 전투기의 대만 해협 중간선,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침범 횟수는 각각 2307회와 3705회다. 중국 함정의 대만 해협 중간선 침범도 급증하여, 2024년 2507회에 이르렀다. (자료출처: 김지용, 「중국의 해군력 증강과 대만 침공 가능성 분석」, 《국제지역연구》, 2025년.)
그 모종의 행동은 무엇일까. 2024년 1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설문조사처럼 무력침공이 아닌 격리나 봉쇄가 될 것인가. 미국 스팀슨 센터가 2025년 9월에 낸 보고서, 『중국의 위협을 다시 생각한다: 왜 중국은 대만을 침공하지 않을 것 같은가』에서도 전면 침공이 아니라 ‘전쟁 미만의 강압’(coercion below war)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이 제시한 논거는 이렇다.
첫째, 중국 공산당은 군사적 행동의 실현 가능성을 좌우하는 중국 내부의 경제, 인구, 정치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다. 먼저 경제 측면을 보면, 무력침공을 개시하면 공산당은 관심과 자원을 경제 문제 해결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돌려야 한다. 그러나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중국 대중은 대만 통일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지지보다 중국의 경제적 실적에 더 큰 관심이 있다. 현재 중국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때 무력침공이 야기하는 위험부담은 공산당 통치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무력침공이 개시되면 대만해협과 말라카해협을 통해 중국 본토를 오가는 해상운송이 취약해진다. (2021년 수에즈운하 6일 봉쇄로 중국은 630억 달러의 GDP 손실을 입었다.) 덧붙여 경제제재와 비공식적 금수조치가 가해질 수 있고, 주요 작물의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식량안보가 위협을 받아 대중의 지지가 취약해질 수 있다.
인구 측면을 보면, 중국은 인구고령화와 가족계획정책의 여파로 전투가능인구(17~35세)가 크게 감소했고, 현재 군인 대부분은 형제자매가 없다. 중국인이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혈통이 군인으로 동원되었다가 전쟁으로 사망하여 단절되는 비극보다 대만 통일이 더 중요하다고 설득할 수 있을까. 젊은층은 호전적 방안보다 평화적 견해를 더 선호한다.
정치 측면을 보면, 만약 무력침공에 의한 통일이 실패한다면 당의 정통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단 한 명의 지도자에게 책임을 돌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정통성 문제는 세계 무대에서도 제기될 것인데, 중국의 국제적 평판을 훼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 인구, 정치 측면을 고려할 때 전쟁을 막는 요인은 중국 외부가 아니라 중국 내부로부터 나오는 것일 수 있다.
둘째, 설령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점령한다고 하더라도 24만 명이 아니라 2,400만 명의 대만 주민이 남아 있다. 막대한 규모의 민간인 사상과 대만 기반시설 파괴는 중국의 대만 통치를 어렵게 할 것이다. ‘상처 뿐인 승리’를 한 중국은 군사적 공격을 받고 식량, 에너지, 디지털 기반시설을 박탈당한 2,400만 명의 대만인을 통치하는 데 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셋째, 중국공산당은 미국과의 갈등이 핵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넷째, 대만의 지리적 현실을 보면 대만을 점령하기 위한 군사작전은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복잡한 군사작전이 될 것이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건너 해안교두보를 확보하는 것만도 엄청난 난관이다. 그 다음 험준한 지형을 가로지르는 지상작전을 수행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대만은 중부산맥이 섬 전체 면적의 60%를 차지한다. 따라서 중국이 정치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시간 내에 대만을 점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과거 사례를 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일본 본토 침공을 위해 대만(포르모사)를 장악하는 ‘코즈웨이 작전’을 구상하기도 했으나 작전상의 어려움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결국 포기하고 다른 목표물로 대체했다.
스팀슨 센터의 보고서는 중국 지도자들이 막대한 인적, 물적 손실을 감당할 의향이 있다면 어쩌면 군사적 도전은 결국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핵과 정치 경제적 비용이라는 측면만 보더라도 무력침공은 비현실적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전쟁 미만의 강압’은 무엇인가.
▲ 수출통제: 행정적인 방식을 통한 대만의 수출입에 대한 금지 또는 제한. 대만으로의 운송 지연을 노린 세관과 해상 법 집행. 중국 기업의 대(對)대만 핵심 품목 수출이나 투자 제한. (핵심 품목을 집적회로, 석탄, 원유로 단계적으로 확대.) 대만의 대중국 수출 차단. (농산물, 정제 구리, 니켈.)
▲ 해상격리/봉쇄: 외곽섬 해상 격리와 나아가 강력한 봉쇄. 대만 국제무역의 일부 또는 대부분 차단. 물·에너지·금융서비스 등 핵심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공격, 해저케이블 공격. 대만 정치지도자와 국민에게 심리적 충격을 가하고, 대만이 해상 격리나 봉쇄를 뚫거나 해저케이블 근처에서 활동하는 의심스러운 중국 선박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가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 징벌적 타격/작전: 봉쇄보다는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으나 전면침공보다는 수위가 낮은 조치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만 공군, 해군을 국제해역으로 유인하여 교전을 유도할 수 있다. 대만의 방공망이나 정치적으로 상징적인 목표물, 에너지 시설, 통신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할 수 있다. 외곽섬 하나 이상을 강제적으로 점령할 수 있다.
▲ 쿠데타/쿠드망(coup de main, 기습공격): 이 역시 강압외교보다는 현실성이 낮지만 전면적인 상륙작전보다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중국 특수부대는 대만 정부청사를 장악하고 최고지도자를 생포하기 위한 작전을 시도하고, (실제든 상상이든) 대만 내 중국 지지자들의 쿠데타를 유도하고자 할 수 있다. 이는 여러모로 1968년 북한의 청와대 습격(이른바 ‘김신조 부대 사건’)과 유사할 수 있다.
스팀슨 센터의 보고서는 전면적인 무력침공보다는 더 개연성이 높은 분쟁 시나리오에 입각한 군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아주 빠른 시일 내에, 또는 다른 모든 ‘전쟁 미만의 강압’ 수단이 소진되기 전에 중국의 전면적 침공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잠정적 판단을 우리가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검토를 통해 몇 가지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시진핑 시대 중국의 급격한 군사력 증강과 중국이 (대만을 포함하여) 주변국에 행사하고 있는 ‘전쟁이 아닌’ 강압 캠페인은 밀접한 상호관계가 있다. 이를 두고 얼마 전까지는 ‘회색지대 전략’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 중국 해군, 공군이 대만해협 중간선,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서 과거와 달리 공격적인 행동방식을 보이는 모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둘째, 따라서 중국이 당장 즉각적인 전면 침공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수준에서 전개될 수 있는 강압 캠페인의 수위를 앞으로 점점 더 높일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24년부터 금문도와 마조도 해역에서 자유롭게 법 집행과 순찰을 실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그 후 이 섬들을 완전히 자국 영해에 통합하기 위해 법 집행, 군사, 경제, 법률 등 다양한 수단을 이미 동원하고 있다.
셋째, 이러한 중국의 강압 캠페인이 군사적 충돌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있는가. 예들 들어 중국이 대만의 외곽섬을 군사적으로 봉쇄하거나 점령하려고 한다면, 대만이 이를 포기하지 않을 때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고 또 격화될 수 있고, 미국이 중국의 행동을 전쟁행위로 해석하여 개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따라서 여전히 높은 긴장을 이어가고 있는 대만해협과 미중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필자는 2021년 대만 문제를 보는 기본 관점을 이렇게 쓴 바 있다.
“대만에서 전개된 민주화와 사회경제적 개혁 요구는 궁극적으로 대만이 주권적 실체로 남아 있어야만 계속 진전할 수 있다. 대만이 주권적 실체가 아니라면, 주권이 외부에 종속된다면 시민들의 변화 요구를 직접적으로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민주주의와 주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2014년, 2019년 홍콩 시위를 보며, 중국이 말하는 일국양제가 대만인이 기대하는 수준의 민주주의와 주권에 대한 요구를 반영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따라서 직접적인 대만 독립선언은 아니더라도, 주권적 실체로서 대만의 지위를 지키려는 사회 저변의 흐름은 앞으로도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흐름을 지지한다고 할 때, 대만에서 주권적 실체를 지키며 지속해서 사회경제적 개혁을 추진하려는 사회운동의 흐름을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또한 만약 이러한 흐름에 중국이 군사적 위협을 가한다면, 그러한 위협을 강하게 비판하지 않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여전히 이런 관점은 유효할 것이다.
[박스기사] CSIS 워게임의 권고안
물론 CSIS 워게임은 중국의 선제공격이나 그 후 대응과정에서 겪는 타격을 줄이기 위한 정책권고도 빼놓지 않는다. 이를 도출하기 위해 먼저 보고서는 표준 시나리오와 변형 시나리오 간 차이를 낳는 변수 각각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를 그림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위에서 언급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나, 전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의 중요도를 고려하여 보고서는 정치·전략, 교리와 태세, 무기와 플랫폼 분야별로 다음과 같은 권고안을 제시한다.
■ 정치·전략
- 일본과의 외교 군사적 관계를 심화하는 데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
- 전쟁계획을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 군사계획은 위기상황에서 미국이 다른 국가의 영토에 연안작전 해병연대(MLR)나 육군 다영역작전부대(MDTF)를 미리 배치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듯하다. 그러나 호주와 일본을 제외하면 다른 국가는 미중 전쟁에 연루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중국은 미중이 발표한 세 번의 공동성명에 따라 대만 내 미군 주둔을 인정하지 않고 격렬하게 반응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이에 관한 명확한 내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해도 작전을 지속할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절정기에 미국은 하루에 3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번 사례에서는 기본 시나리오의 경우 하루 140명이다. 2차 세계대전 때 300명이었다. 평화로운 환경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상황에 가까운 위험을 내포한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 중국 본토를 타격하는 계획을 세우지 마라: 중국 본토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은 핵전쟁의 위험을 고조시킨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대만 공격에 직접 관련되는 항구와 공항에 대한 공격에 한정했다.
- 대만 지상군을 강화해야 한다. 대만 해군과 공군은 비대칭전을 향해 전환해야 한다: 중국의 로켓, 공군, 해군의 힘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이 광범위한 대칭 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고슴도치 전략’의 가치는 워게임에서 입증되었다. 예를 들어, 해안방어 순항미사일, 이동식 지대공미사일, 기뢰는 중국의 봉쇄에 대응하는 데 효과적이다.
■ 교리와 태세
- 일본과 괌의 공군기지 역량을 요새화하고 확대해야 한다.
- 미 공군의 지상에서의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교리와 조달을 재구조화해야 한다.
- 중국 본토 상공을 비행할 계획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
- 연안작전 해병연대(MLR)나 육군 다영역작전부대(MDTF)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들 수의 제한을 두어야 한다.
-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방배치는 취약성을 창출하므로 회피해야 한다: 전략가인 토마스 셀링이 말했듯이 “훌륭한 억지력은 훌륭한 표적이 될 수 있다.” 1941년 초, 미국은 일본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태평양 함대의 본거지를 하와이로 옮겼으나 그 결과는 비극적이었다.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대결에서 미국의 전진배치는 중국의 선제공격을 유혹할 수 있다.
■ 무기와 플랫폼
- 더 작고, 더 생존가능한 함선으로 바꾸어야 한다. 불능상태가 된 함선과 다수의 침몰자를 구하기 위한 구조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한다.
- 잠수함과 여타 해저 플랫폼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 원거리 대함무기 비축량을 충분히 조달해야 한다.
- 극초음속 무기의 개발과 배치를 지속해야 하지만, 그것은 틈새 기능을 할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극초음속 무기는 비싸고 다수의 순항미사일을 대체할 수 없다.
- 전투기보다 폭격기 부대를 우선 유지해야 한다.
즉,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권고안은 미일동맹의 강화, 대만군의 비대칭전력(고슴도치 전략) 전환에 초점을 맞춘다.
2. 중국의 핵무력 증강과 핵경쟁·핵전쟁의 위험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미중 워게임 보고서를 내고 난 얼마 후, 2023년 4월 18일, 《워싱턴 포스트》에는 “미중 경쟁, 실존 위험은 핵전쟁”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공화당) 매파 정치인이나 미국의 대중 모두 핵전쟁 가능성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시나리오 역시 지나치게 순진하다”고 주장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워게임도 핵무기 사용은 배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대만 침공이 핵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을지, 그렇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누구라도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먼저 중국의 급속한 핵무기 보유량 증대와 현대화 프로그램 문제부터 살펴보고, 그 다음 미국의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도 검토한다. 그 다음으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핵전쟁 워게임 보고서의 제목 ‘아마겟돈’(종말의 날)에 담긴 뜻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
1) 중국의 급속한 핵무기 보유량 증대와 현대화 프로그램
[표] 중국의 핵전력 (자료출처: 《핵과학자회보》)
《핵과학자회보》의 “중국의 핵무기, 2025”는 중국이 “9개 핵보유국 중 가장 빠르게 핵무기를 증강하고 있는 국가”이며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 중 유일하게 핵무기 보유량을 상당히 늘리고 있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의 핵무기(핵탄두) 보유고는 2010년대 중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2020년대에 급팽창했다.
그렇다면 2025년 현재 중국의 핵무기 보유고는 얼마나 될까. 《핵과학자회보》는 “중국의 핵전력 추정치는 핵 관련 정보 투명성이 높은 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2025년 중국의 핵탄두 수를 600개, 발사장치의 수를 804개(지상발사 탄도미사일 712기,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72기, 폭격기 20기)로 추정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두드러지는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은 2020~21년부터 간쑤성, 신장 동부, 내몽골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대규모 격납고를 새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어떤 ICBM 기지보다 중국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으며, 미국 순항미사일의 사정권 밖이다. 그리고 ICBM 연료를 액체에서 고체 기반으로 전환하여, 즉각적인 보복 능력을 높이고자 한다. 간쑤성, 신장 동부, 내몽골에 있는 320개의 격납고에다가 DF-5 용도의 48개 격납고를 합치면 현재 러시아가 운용하는 격납고 기반 ICBM 수를 넘어서며, 미국의 전체 ICBM 전력의 3/4에 해당한다.
[그림]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격납고 위치
왼쪽 상단부터 오른쪽 순으로 하미, 위먼, 위린이다. 중국은 2020~21년 이 세 곳에 대륙간탄도미사일 격납고를 새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간쑤성에 위치한 위먼은 2020년 3월 건설되기 시작했으며 격납고 개수는 120개다. 신장 동부 지역에 위치한 하미는 2021년 3월 건설되기 시작했고 격납고 개수는 110개다. 마지막으로 오르도스(내몽골) 지역에 위치한 위린은 격납고 90개 규모로 2021년 4~5월 건설되기 시작했다.
둘째, 괌과 동북아시아의 주요 미군기지(일본과 한국)는 물론, 러시아의 상당 부분과 인도 전역을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DF-26)의 발사장치 수를 크게 늘렸다. DF-26의 사정거리는 4,000km다. 2018년 이후 DF-26 발사장치의 수는 18대에서 250대로 늘었고, 2024년 이후로 5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DF-26은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 양자 모두 탑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중역할 수행능력은 위기상황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DF-26 발사 준비나 실제 발사는 핵무기 발사로 오인되어 상대편의 핵 보복이나 선제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핵추진 잠수함 전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기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JL-2를 대체하여 사거리가 1만km에 달하는 JL-3을 사용하면 중국 북부 해역에서 미국 북서부 지역을 타격할 수 있으며, JL-2와 달리 JL-3는 미사일 한 발당 다수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중국은 094급을 대체하는 096급 핵추진 탄도미사일잠수함(SSBN)을 개발,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2018년 이후로 중국 공군은 전략폭격기의 개량, 개발을 진행 중이다. (로켓 전력이 향상되고 구형 중거리 폭격기가 핵전쟁 발생 시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군 공군의 핵 임무는 2018년까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현용 장거리폭격기를 개량한 H-6N은 최근 공중발사탄도미사일(ALBM)을 운용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H-6N은 공중급유 능력이 추가되어 작전범위가 크게 늘어났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비행거리 10,000km 이상의 신형 H-20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하여 H-6을 대체할 계획이다.
이로써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지상기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해중기반), 전략폭격기(공중기반)로 구성되는 ‘핵전력 삼축체계’(nuclear triad)를 구축함으로써 핵무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덧붙여 중국은 최근 수년간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있는 로프누르 핵실험장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하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이 지하 핵실험을 실제로 실행한다면 서명은 했으나 비준은 하지 않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따른 책임을 위반하는 일이 될 것이다.
2) 중국의 핵무기 보유, 앞으로는 얼마나 늘어날까
미 국방부의 2024년 보고서는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2030년까지 1,000개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앞서 미 국방부의 2022년 보고서는 2035년까지 약 1,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림] 중국의 핵보유고 예측
중국의 핵무기 비축량 증가 예측은 새롭게 건설되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용 격납고가 어떤 미사일로, 얼마나 채워지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출처: 미국과학자연맹)
그런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의 신규 핵탄두 증가율을 적용했을 때 2030년 1,000개, 2035년 1,500개라는 수치가 나온다. 《핵과학자회보》는 이러한 예측에는 여러 불확실한 요소가 걸려 있다고 말한다. 즉, 중국은 ▲ 최종적으로 얼마나 많은 미사일 격납고를 건설할 것인가? ▲ 건설한 미사일 격납고 중에 얼마나 많이 실제 미사일을 채울 것인가? ▲ 각 미사일은 몇 개의 탄두를 탑재할 것인가? ▲ DF-26 중거리 탄도 미사일은 총 몇 대가 배치될 것이며, 그 중 몇 대가 핵탄두 탑재 임무를 수행할 것인가? ▲ 중국은 몇 척의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배치할 것이며, 각 미사일은 몇 개의 탄두를 탑재할 것인가? ▲ 중국이 운용할 폭격기의 수와 각 폭격기가 탑재할 핵무기의 수는 얼마나 될까? ▲ 중국은 얼마나 핵분열성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이 위먼(간쑤성), 하미(신장 동부), 위린(내몽골) 3개 지대에 새로 건설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격납고 총 320개를 2035년까지 3탄두 미사일로 꽉 채울 경우, 2035년 중국이 보유하게 될 핵탄두의 수를 1,500개로 예측한다. 만약 격납고 중 절반 즉 160개를 1탄두 미사일로 채울 경우는 800개 미만으로 예측한다. 앞으로, 중국의 핵 관련 정보를 앞으로 좀 더 폭넓게 수집한다면, 예측치도 좀 더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3) 중국의 핵전력 증강 의도는 무엇인가: 핵무기 선제사용 옵션의 보유인가?
그렇다면 중국이 이처럼 2010년대 중반 이후 핵전력을 급격하게 팽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곧 소개할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핵전쟁 워게임 보고서는 네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 중국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2차타격(second-strike) 능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2차타격 능력이란 적국으로부터 핵공격을 받은 후, 신속하게 핵으로 보복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중국은 미국의 정보·감시·정찰(ISR), 재래식 타격, 미사일방어 능력이 향상되면서, 중국의 2차타격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인식한다.
둘째, 중국의 강대국 지위와 시진핑 주석이 말하는 ‘신형 대국관계’를 뒷받침하려는 목적이 있다. 시 주석은 2015년 (제2포병부대에서 개편된) 인민해방군 로켓군(PLARF) 창설식에서 이 부대가 “우리나라의 강대국 지위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켓군은 핵탄두를 포함하여 탄도미사일과 전술미사일을 운용한다.)
셋째, 대만 위급 상황에서 미국의 전술핵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중국 지도부와 전략가들은 대만 분쟁 상황에서 전술핵 옵션을 검토하는 미국 내 논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미국의 분석가들은 역으로 질문한다. 중국은 첨단 핵기술을 보유하면, 대만 분쟁에서 미국의 개입을 억제하면서도 재래식 공격을 펼칠 수 있다고 믿는가?
넷째, 핵정책을 결정하는 중국 내 관료정치에 변화가 있었다. 전통적인 핵정책 전문가 집단에 비해 군부가 정책결정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커졌다. 시 주석은 핵 현대화를 막던 모든 제약을 없애며, 군부가 신속하게 핵 개발을 달성할 수 있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했다. 이는 군부 외부의 감시를 어렵게 했다. 게다가 중국 군부의 핵 개발은 상당 부분 대만 해협의 위기상황을 염두에 둔 것인데, 이는 미중 관계에 큰 함의를 지닌다.
한편 이와는 다른 각도의 분석도 있다. 협소한 군사적 관점이 아니라 지정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 중국이 급속한 핵 증강이 추구하는 진정한 목적은 ‘아시아에서 미국 동맹 시스템의 해체’라는 것이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은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회색지대 전략, 또는 ‘전쟁이 아닌’ 강압 캠페인을 동시다발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 궁극적인 목적은 중국이 대륙적 고립을 피하고 태평양에서 미국의 동맹 시스템을 약화하거나 해소하는 것이다. 중국은 점점 더 정교해지는 핵무기가 파국적인 강대국 전쟁을 촉발하지 않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더 많은 지렛대를 제공한다고 본다.
실제로 중국의 군사이론가들은 현대적 핵무기를 두고, 지역사안에 외부의 개입을 막는 ‘카드’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의 핵 강압/핵협박(nuclear coercion) 때문에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깊이 개입할 수 없었다고 보고, 중국의 핵무기도 비슷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여긴다. 따라서 중국이 핵타격능력을 점점 더 강화한다면,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의 틈을 파고들기 위해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을 폐기하고 싶은 유혹을 점점 더 강하게 느낄 것이다.
《핵과학자회보》의 결론은 신중하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나, 어떤 경우에 중국이 핵 사용 명령을 내릴지는 불확실성과 모호함이 존재한다”. 그런데 《핵과학자회보》 역시 중국의 핵전력 현대화가 중국의 핵전략과 핵정책에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대만에서 미국의 개입을 제한하는 ‘반개입’ 전략으로서 ‘핵무기’를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냐는 질문을 낳는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레드라인이 무엇이든 간에, 중국의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은 높은 문턱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지도부가 비핵 전력의 현대화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 정책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음을 시사한다.” “많은 전문가는 미국과 같은 군사 강대국과의 재래식 충돌에서 중국이 선제 핵공격을 통해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극히 드물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과 같이 이해관계가 중대한 상황에서는 중국과 미국 모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선제공격을 포함한 핵무기 사용 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미국의 핵전력 현황
이제 미국의 핵전력 현황을 보자. 아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현재 미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냉전 시대에 비하면 훨씬 적고, 2000년대 이후로도 감축이 있었지만, 2007년 이후의 감축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다. 2017년 이후로는 거의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1월 현재, 미국은 탄도미사일과 항공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약 3,700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유한 핵탄두 다수는 실전 배치된 상태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미사일과 항공기에 탑재할 수 있도록 보관되어 있다. 현재 실전 배치된 핵탄두는 약 1,770개로 추산된다. 나머지 1,930개의 핵탄두는 기술적으로, 또는 지정학적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여 이른바 ‘헷지’ 차원에서 보관 중이다.
[그림] 1945~2024년 미국의 핵 보유량
2024년 7월 23일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이 발표한 기밀해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023년 9월을 기준으로 보유한 핵탄두는 3,748개다. 이는 핵무기 보유량이 정점에 달했던 1967년 말의 3만1,255개보다는 88% 감소한 규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천명하고 재임기인 2009년부터 2017년 사이 핵무기 비축량을 공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핵무기 보유량을 다시 기밀로 지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해에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따랐으나 2021년부터 2023까지는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2024년 3,708개는 미국 과학자연맹의 추정치다. (자료출처: 미국과학자연맹)
[표] 미국의 핵전력
DCA는 이중용도 항공기, LGM는 격납고 발사 지상공격 미사일, MIRV는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비행체, SERV는 안전강화형 재진입비행체를 뜻한다. 총 재고 5,177기는 총 보유량 3,700기에 해체 예정인 1,477기를 더한 것이다. (자료출처: 《핵과학자회보》)
미국의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은 ① 3대 핵전력의 고도화: △LGM-35A 센티넬 대륙간탄도미사일, △B-21 레이더 스텔스 폭격기, △콜롬비아급 잠수함 ② NC3(핵 지휘·통제·통신) 업그레이드, ③ 핵탄두 성능개량, ④ 핵무기 생산 인프라 개선으로 구성된다.
덧붙여 2026년 예산요구안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주안점을 두는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특히 ▲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핵심 전략핵탄두 W93 개발 예산, ▲ (전술핵무기로 분류될 수 있는) 지하침투형 핵 중력폭탄 B-61-13 생산 예산, ▲ (역시 전술핵무기로 분류될 수 있는) 해상발사 핵순항미사일(SLCM-N) 개발 예산이 크게 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B-61-13, SLCM-N은 실전에서 사용가능한 핵무기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5) 대만을 무대로 미중 핵전쟁이 벌어진다면: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핵전쟁 워게임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특히 대만에서 강압을 위한 지렛대로서 핵무기를 활용한다는 사고가 점점 더 공공연해지고, 미국이 사용가능성을 고려하는 핵무기 개발, 생산을 이어간다면 정말로 우리는 핵전쟁의 발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2023년 1월 워게임 보고서가 핵무기 사용을 배제했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보고서의 저자들은 2년이 지나기 전인 2024년 12월 미중 핵전쟁 워게임을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다. 제목은 『아마겟돈에 직면하다: 워게임을 통해 드러난 대만 미중 충돌의 핵억지와 그 실패』 였다. 2023년 보고서와 달리, 어떤 이유에서인지 2024년 보고서는 국내 언론에 별로 소개되지 않았다.
워게임의 기본가정은 2023년에서 가져왔다. 중국이 30일 전에 동원에 착수하고, 미국은 그로부터 15일에 대응을 시작하고, 일본은 공격을 받지 않은 한 중립을 유지하되 미국이 일본 내 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다른 적대세력이 기회주의적 공격을 하지 않는다. 다만 공격 연도는 2028년이다. 이전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85명의 게임 참가자들은 정부, 싱크탱크, 학계, 군 출신의 전문가였고, 워게임은 총 15회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각각 미국, 일본, 중국팀에 속했는데, 가급적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작전목표를 달성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목표달성에 실패할 경우 국가적, 개인적 후과가 따를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각 팀은 핵 태세, 핵무기 사용, 정치적 출구전략에 관한 최종결정권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국가지휘기구에 권고를 제시할 수 있었다. 통제팀이 국가지휘기구 역할을 하여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통제팀은 가능한 한 많은 경로를 탐색하기 위해 각 팀이 제안한 권고를 모두 수용했다고 한다. 15회에 걸친 워게임의 핵 사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핵공격의 유형은 목표물에 따라 ▲ 상대방의 도시·인구·인프라를 표적으로 삼는 ‘대(對)가치’ (countervalue) 공격, ▲ 상대방의 핵전력을 표적으로 삼는 ‘대(對)전력’(counterforce) 공격, ▲ 항만과 공군 기지, 지상군, 해상 함정 등을 표적으로 삼는, ‘작전 중인 재래식 전력’(operational conventional target) 공격으로 나눌 수 있다. 또 특수한 경우로 ▲ 상대방의 지휘통신망을 표적으로 삼는 고고도 전자기 펄스(HEMP) 공격이나 ▲ 비핵동맹국에 대한 공격도 있다. 필자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대가치 공격을 ‘도시인구 공격’으로, 대전력 공격을 ‘핵전력 공격’으로 옮겼다.
결과를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총 15회의 워게임 중에서 핵무기가 사용된 경우가 10회, 사용되지 않은 경우가 5회다.
-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결과는 중국의 단계적 철수 3회, 휴전 후 대만 내 중국의 영토 확보 1회, 미결 1회다.
-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미국에 유리한 결과가 많은데, 2023년 워게임이 대체로, 초반에 중국이 기습공격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이 승기를 잡는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유일한 ‘휴전 후 중국의 대만 영토 확보’ 사례는 7회차로, 미국이 초반 손실에 충격을 받고 개전 1주일 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② 핵무기를 사용한 10회 중 중국이 선제사용한 경우가 9회, 미국이 선제사용한 경우가 1회다.
- 미국이 선제사용한 단 한 번의 경우는 6회차로, 미국 팀이 초반 손실에 충격을 받고, ‘부활을 위한 도박’의 방편으로 중국의 핵전력을 공격대상으로 삼았다. 그렇더라도 이로 인해 중국에서 최소 1천만 명의 즉각적인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이고, 방사선과 기타 원인으로 수 배에 달하는 추가 사망자도 생길 것이다. 미국 팀은 이로써 중국의 핵보복 능력과 의지를 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으나, 중국은 핵보복을 가해 미국에서도 수백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 결과 미국이 대만 내 중국의 영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③ 중국이 핵무기를 선제사용한 9회 중에서 대만(경우에 따라 하와이 앞바다, 일본, 태평양)의 재래식전력을 목표로 삼은 경우가 6회, 고고도 전자기 펄스(HEMP) 공격으로 시작한 경우가 3회다.
- 중국의 HEMP 공격은 전쟁 극초반이나, 중국이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한 후 이뤄졌다. 미국은 HEMP 공격을 받더라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거나, 동일하게 HEMP 공격을 가하거나, 재래식 작전을 계속했다. 따라서 HEMP 공격은 분쟁을 핵확전이나 출구로 몰고가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시나리오 4의 경우, 중국이 HEMP 공격 이후, 또 다시 대만 재래식전력에 대한 핵공격을 가했기 때문에 사태가 대화염으로 이어졌다.)
④ 결론적으로, 15회의 워게임 중 핵전쟁이 개시되는 가장 다수의 사례는 중국이 대만의 재래식전력을 목표물로 삼아 선제 핵공격을 가하는 여섯 번의 경우다. (시나리오 4도 포함한다면 일곱 번이다.)
- 왜 그런가: 2023년 워게임 결과, 초반에 중국이 기습공격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이 승기를 잡는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중국팀 쪽이 ‘부활을 위한 도박’으로 핵무기 사용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그렇다면 중국은 무엇을 목표물로 삼는가: 도시인구나 핵전력을 목표물로 삼기보다는, 재래식전력을 목표물로 삼았다. 재래식전력 중에서도 대만 지상군을 목표물로 삼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해상전력은 한 차례(10회차)뿐이었고, 일본을 목표로 삼은 경우도 한 차례(11회차)였다. 도시인구에 대한 공격에는 금기가 존재하고, 미국 핵전력에 대한 공격은 그 대상과 수단이 마땅치 않다. 해상전력은 이미 개전 초기에 대부분 파괴되었을 것이고, 남은 해상전력을 핵무기로 파괴하려면 정밀도가 매우 높아야 한다. 일본 군사기지에 대한 핵공격은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낳을 것이며 즉각적 핵보복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만 지상군에 대한 공격도 다수의 사상자를 낳는다. 대만 지상군에 대한 핵공격에 따른 군인 사상자는 17개 대대, 약 1만7천 명이고, 대만의 지형을 고려할 때 민간인 사망자는 8~35만 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중국의 핵공격 후 미국은 어떻게 대응했고, 어떤 결과를 낳았나: 핵으로 대응하지 않은 경우가 3회, 핵으로 대응한 경우가 3회였다. 먼저 핵으로 대응하지 않은 경우를 보면, 두 번은 즉각 또는 얼마간 재래식전쟁을 이어나간 후 철수했고, 대만 내 중국의 영토를 인정했다(9회차와 13회차). 또 한 번은 중국의 조기경보체계에 재래식공격을 가했으나 그러나 결국 전략핵교환, 대화염으로 이어졌다(10회차). 핵으로 대응한 경우를 보면, 2회차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핵공격한 후 일본에 대해서도 핵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자 미국이 중국의 도시인구를 공격하는 식으로 대응했고, 전면적인 전략핵교환, 대화염이 발생했다. 5회차에서는 미국이 대만 내 중국의 상륙거점을 핵무기로 보복공격했고, 전쟁 이전 상태로 전쟁이 종결되었다. 물론 이는 대만의 막대한 피해를 수반했다. 11회차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핵전력을 공격했고, 중국은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다시 공격하여 양국 모두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중국이 대만 내 영토를 확보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보고서의 저자들이 말한 것처럼, 핵전쟁의 전개 양상을 탐구하기 위해 통제팀은 참가팀들이 제안한 권고를 모두 수용하여 가능한 한 핵전쟁의 다양한 경로를 탐색했다고 했다. 하지만 핵공격이 동반되는 ‘다양한 경로’는 사실 모두 엄청난 사망자와 막대한 피해를 동반했다.
그렇다면 보고서의 저자들은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가. “핵전쟁은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통제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핵 선제사용은 ‘부활을 위한 도박’의 방편으로 사용되었으나 진정 도박이었다. 어떤 경우는 도박이 성공했으나 다른 경우는 다른 어떤 결과와도 비교할 수 없는 끔찍한 파국이었다. “핵무기의 사용은 처음으로 핵무기를 사용한 팀조차 놀라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상대방의 행동을 추동할 것이라고 믿었던 요소는 작동하지 않았고, 개별 행위자의 신념과 배경이 상황의 구조만큼이나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적 요인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또, “중국-대만 문제와 핵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세 번의 워게임조차 [그들의 계산과 달리] 수억 명이 사망하는 전면적인 핵교환, 대화염으로 끝났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필자는 저자들의 결론을 ‘워게임 결과로부터 승리하는 핵전쟁의 일반적인 도식을 도출하려 하지 마라’라고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달리 말하면, 워게임 결과를 두고 ‘이런 조건에서 저런 방식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면 승리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보고서의 제목에 ‘아마겟돈(종말의 날)에 직면하다’, ‘핵억지의 실패’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일 테다. 또한, 저자들은 핵전쟁이란 조건에서 ▲ (무력충돌이 벌어진다면) 완벽한 승리를 추구하며 상대방을 굴욕에 빠뜨리기보다는, 그래서 상대방이 핵공격을 감행할 극단적 상황을 연출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주고 일정하게 양보도 고려하는 ‘출구전략’을 항상 준비해야 하며, ▲ (무력충돌 이전부터) 핵 확전의 예측 불가능성에 관한 상호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상대방과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저자들은 워게임 참가자들이 직면했던 어려움이 미국 핵무기의 양적 우위가 모자라서나, 획기적으로 새로운 핵탄두 투발수단(예를 들어 핵순항미사일)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 전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이는 미국이 추진하는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저자들이 근본적인 의미에서의 반핵론자는 아니다. 저자들은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의 ‘과잉’이 더 긴요한 군사안보 프로그램의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할 뿐이다.)
6) 소결: 강대국 간 핵 통제의 부재, 위기로 치닫고 있는 NPT 체제
세계가 점점 더 핵 무정부상태(nuclear anarchy)로 빠져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중국은 가차없이 핵무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핵통제 테이블을 거부한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통제 협력은 이미 위기에 빠졌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위협을 반복함으로써 더욱 악화되었다. 미국은 이러한 흐름에 반응하여 핵태세를 수정하고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무질서상태를 막기 위한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유일한 메커니즘이지만, 핵무기 국가의 행동, 비핵무기 국가의 환멸, 핵프로그램을 구축하려는 일부 국가들(대표적으로 이란. 다른 한편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저울질 중이다)의 의도는 NPT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미국-러시아 간 뉴스타트 조약도 2026년 종료 이후 새로 갱신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렇다면 1972년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이후 처음으로 미국-러시아 간 핵 경쟁을 규제하는 어떤 협정도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아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취임 직후인 2025년 1월 24일, 러시아, 중국과의 핵군축 협상을 두고 “우리는 비핵화(denuclearize)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데, 나는 그것이 매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그 후로도 이와 유사한 발언을 이어갔다. 아펙 정상회담 전인 10월 22일에도 시 주석과 “핵에 관해서도 거래를 맺을 가능성이 있다”며 ‘핵 군축’을 주요 의제로 삼을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시 주석과 회담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다른 나라들(중국, 러시아, 북한)의 핵실험 프로그램 때문에 전쟁부에 우리도 동등한 수준에서 핵무기 실험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라는 글을 갑자기 올려 다시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 푸틴 대통령, 시진핑 주석 시대에 미국, 러시아, 중국 간 의미 있는 핵통제/핵군축 대화의 시작을 기대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듯하다.
2026년은 11차 NPT 평가회의가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냉전의 종결 이후, 다시금 핵무기 경쟁이 국제정치의 핵심적 이슈로 부상하고, 심지어 ‘2028년 핵전쟁 시나리오’마저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계 사회운동은 토론과 적극적인 활동의 장을 함께 열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