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하는건지 한참을 고민했지만- 침묵으로 이 슬픔을 대신하려고 했는데, 오늘 아침에 통장을 정리하다가 고인이 보낸 술값을 보면서 왈칵 쏟아지면서- 여기에 이렇게라도 적어둡니다.

처음 보고, 몇번인가 모임을 하면서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언젠가 어떤 회의자리를 연기하게 되어서, 미안한 마음에 후배와 함께 민영동지와 같이 점심을 먹었었는데- 미안함이 가득한 자리였는데도, 그런 기색없이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 정성과 진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함께하지 못했던 많은 자리들속에서 언제나 웃는 얼굴로 응시하는 사진들을 보며 어떤 활동가가 있다면 저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칙이 무너진 시대에- 사람을 대한다면, 다른 사람이 외롭지 않게 저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끔 보는 술자리에서도 반갑게 인사하고 말을 건네주어 그게 참 고마웠습니다.

한달쯤전에, 갑자기 함께하게 된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술값을 나누어내기로 했는데, 고인이 현금이 없다며 나중에 통장으로 보내준다고 하고 그렇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며칠되지 않아- 통장으로 돈을 보내신다며 계좌번호를 물어보셔서 보내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야 될까 그냥 계좌번호를 적어 보낼까를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직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니까' 라고 생각하고, 계좌번호를 적어 보냈습니다. 돈을 보냈다는 문자에 어제 함께 했던 술자리에 대한 이야기와 가게 이야기를 적어 보내며, 안부를 물었습니다. 다녀오면 또 술 한잔 하자고 이야기하며, 그 때는 내가 사야지, 지난번에 만나서 했던 이야기들도 더 해야지. 그날은 연락처도 주고 받아야지. 다른 사람 이야기 말고, 동지 이야기를 많이 물어봐야지. 좋은 술을 먹어야지... 이런 말들을 전하지 못하고, 그저 '다음에는 조금 더 친해질꺼야. 시간은 많으니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은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떠날지는 몰랐습니다.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사무치게 아프게 느껴집니다.
동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외롭지 않았으면 ,춥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