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아...
이렇게 다정하게 불러본 적이 있던가. 술잔 부딪히며 우스개 소리하던 기억밖에 안난다, 어쩌면...

나 너에 대해 많이 알지 못 해.
있겠다 싶은 자리에 너는 항상 웃으면서 있어서 네 고민이 뭘까 아픔이 뭘까 한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어.
그냥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너와 정말 많이 닮은 네 베프를 통해 추측할 따름이야.
나 역시 나 잘난 맛에, 아니 오기로 아득바득 내 눈 앞의 운동에만 몰두하다 뚝 꺾여버린 사람이라서
따뜻하고 지혜롭고 다정했던 너를 잘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근데, 사람이란 정말 자기밖에 모르는 동물이라서 어쩔 수 없이, 네가 살아왔던 것을 보며 나를 돌아보게 되나보다.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서 마음이 너무 복잡하구나.
하지만 사회진보연대 운동에 있어 너라는 존재가 해왔던 역할, 의미... 남아있는 사람들과 언젠간 꼭 깊게 얘기해봐야겠다 생각해본다.

어제 네 이름 앞에 '고' 자가 달린 문자가 왔을 때 눈발이 엄청나게 날리고 있었는데 하나도 아름답지가 않더라.
하필 종로경찰서 근처를 지나고 있었어.
주말 신출귀몰할 진압작전을 준비중인, 백년전부터 무고한 백성들과 독립인사들을 사찰하고 탄압했던 유서 깊은 그 곳 말이야.
세상이 전혀 아름답지가 않게 보여.
성인이 된 후로는 데모밖에 모르고 살았던 네가 이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아니 데모도 알고 춤도 알고 사랑도 알았던 젊고 예쁜 네가 이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그런데 세상이 아름답지가 않아 보이다가도 갑자기 모든 게 너무 생생해지더라.
집에 있는 화분들을 들여다보자니 얘네들이 나한테 말을 건네는 듯 하더라.
목 마르다, 흙을 갈아달라, 햇빛을 쏘여달라...
그리고 또 뭐 알아듣지 못할 뭔가 말을 계속 하는 것 같았어.

갑작스러운 너의 부재를 두고 뜬금없이 내가 다짐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그래도 여기는 사회진보연대에 마련된 추모게시판이니까.
네가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너와 한솥밥을 먹는 선후배,친구들이 보는 것은 확실하니까.
아름다운 청춘을 다 바쳐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모였던 우리가,
서로 어떤 고민을 하고 살아가는지는 알고 살아야겠어.
내가 다시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지금으로선,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네 장례를 준비하며 울고 있는 너의 친구들, 동생들을 어떻게든 지키고 싶다는 마음 뿐이야.

민영아... 조심히 와. 다들 기다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