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막 잠자리에 들려는 찰나에 사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작은 일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다음날 오전에 부고 문자를 받았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민영 동지의 사진과 글을 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도착할 때까지도 계속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울면서 걸어가는 길에 반대쪽으로 걸어오면서 저처럼 서럽게 울고 있는 여자를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녀도 저와 같은 소식을 들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민영동지와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었던 시간이 적지 않았을 텐데도 워낙 무심한 제 성격 탓인지, 민영동지와의 구체적인 추억을 떠올리려고 해도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회의하러 가는 길 사무실 입구에서 마주쳤을 때, 슬리퍼 차림에 목욕 바구니를 들고 헬스 다녀온다고, 우와 헬스도 다니냐 나도 운동해야하는데, 멋쩍게 인사했던 장면. 서울지부 영화모임에서 항상 후배들을 데리고 와서 챙겨주는 모습. 어느 여름 집회에서 벙거지 모자를 쓰고 깃대를 꼭 붙잡고 있던 그때, 그 뜨거웠던 날씨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던 서울역. 그 정도. 작년 서울지부 가을 소풍날에 함께 있었다는 것도 얼마 전 애숙이가 만든 영상 마지막 장면에서 딱지를 넘기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그때 참 오랜만에 즐거웠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꺼내서 보여줄 만한 민영동지와의 특별한 추억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지금의 비탄을 조금도 상쇄해주지는 못합니다.
참 좋은 사람, 훌륭한 활동가라는 사실을 저를 비롯한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래오래 세상에 남아서 좋은 기운을 더 멀리 퍼뜨려야했는데. 더 오래 우리 곁에서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며 힘을 줘야했는데.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이 감각이 저에게는 아직 낯설기만 합니다.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얘기를 나누다가도, 어느 순간 민영동지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참조하자면 몇 년 전 부처님 오신 날에 훌쩍 떠난 한 친구가 떠오릅니다. 동갑인 친구가 영정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던 장례식장에서.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너덜너덜하게 갈겨 쓴 앞뒤 한 장짜리 쪽지를 몇 번씩 되새겨 읽으며, 이 말들을 평생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지 다짐했었습니다.
이제 그 옆에는 민영 동지가 남긴 말과 표정들이 자리할 것 같습니다. 그 친구가 만들었던 영화에 나오는 장소를 종종 지날 때마다 그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지듯이 민영동지와 만났던 사무실 앞 골목길을 지날 때, 영화모임에서, 집회에서, 페이스북에 종종 올렸던 음악을 들을 때, 종종 아름다운 어떤 장면을 볼 때. 항상 민영동지가 생각날 것 같습니다. 그럴 때는 비록 당장은 볼 수 없는 곳에 있지만, 또 그리 멀지는 않은 곳에서,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활동가 민영 동지. 보고싶고 그리운 동지. 좋은 곳에서 늘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도 항상 그 눈빛과 표정을 간직하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