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소식을 듣고 오늘 정말 정말 일찍 일어나서 공항으로 맞이하러 나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오늘도 또 늦잠을 자버렸어요. 맨날 늦잠에 지각.. 생각해보면 언니랑 만나기로 하거나 같이 하는 일정이 있을 때 내가 먼저 도착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 가는 길 배웅인데 오늘도 또..
언니랑 저랑 텔레그램으로 한 마지막 대화가 뭐였는지 기억하세요? 11월 둘째주 월요일에 같이 술먹고 제가 옷 벗어둔 채로 갑자기 집으로 사라져서 언니가 옷 챙겨놨던 거 윤영언니 통해 잘 받았다고. 정신차리고 살라고 했었죠. 아니 왜 이렇게 마지막 대화마저 한심한가 싶어요. 그래도 그 일이 한동안 언니한테 웃음이라도 드렸다니 다행이에요.
11월에 둘이 술 마셨을 때 언니랑 둘이 따로 술먹은게 거의 1년 만이라고, 사무실 나갔다고 연락도 잘 안한다고 배은망덕한 년이라고 했는데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언니한테 받은 건 많은데 제가 먼저 나서서 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요 며칠 기분이 너무 들쭉날쭉하고 엉망이에요. 어떻게 이렇게 훌륭하고 멋진 활동가를 먼저 거둬가는지 화가 나기도 했다가, 언니를 알 것 같은 사람들에게 침착하게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가, "어떡하니.."한 마디에 웃고있다가 갑자기 울기도 하고..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황망한 상황이라서, 믿기 어려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이제보니 마지막까지 또 저는 언니에게 하소연만 하며 짐을 남기고 있는 것 같네요..
언니는, 정말 멋진 활동가였어요.
삶의 어느 부분에서도 열정을 다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머리론 알고 있지만 삶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훌륭한 덕목들을 언니는 묵묵히 실천하고 있었어요.
그런 언니를 닮고 싶으면서도 내가 저렇게 살긴 힘들 거라고 지레 포기했어요.
언니 저는 언니가 저기 따뜻한 나라에서 그동안 열심히 묵묵히 살았던 데에 대한 보상으로, 이제 느긋하게 쉬고 있다고 생각할래요.
그리고 저는 이제부터라도 묵묵히 열심히.... 제몫을 해내는 것부터 시작할게요.
언니 조금 이따 봐요.
공항엔 늦었지만, 그동안 맨날 늦었지만..
세브란스에선 먼저 가서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