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민영,

당신이 불의의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 잘하지 않던 텔레그램과 페북을 놓을 수가 없게 되었어요.

사실 나의 삶은 당신의 삶과 동선이 닿지 않아서, 애써 이 슬픔의 기운을 밀어내려고 하면 밀어내고 sns따위 딱 안하고 덮어두면 될 것을 그렇게 되지가 않네요 도저히.


오늘 새벽6시 즈음은 민영이 인천공항에 오는 시간일텐데 도착은 잘했는지, 거기엔 누가 갔는지,
마중 나간 사람들은 괜찮은지
이것저것 모든게 궁금해서 속보 확인하듯 눈을 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내 왼팔을 베고 곤히 자는 아이의 잠은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오른손으로만 핸폰을 통해 당신의 소식을 접하려고 자세를 취해 봅니다.

내가 당신들과 같은 후배들과 운동의 현재와 전망을 같이 낼 수 없다는 그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고 자책감이 들어서, 이런 저런 자리에서 만날때마다 쉽게 먼저 말을 걸지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늘 그대들의 삶을 눈팅으로만 지켜봤지.

솔직히 나는 페북의 좋아요도 쉽게 못누르겠더라고. 내가 좋아요를 누를 만큼의 관계를 만들고 그 고민을 나눌 자신이 없어서..

그러함에도 페북에서 인스타에서 같이 있었던 단톡방 등등에서 민영의 재기발랄한 모습에 제대로 된 응원 한번 못해준게 너무 미안하네. 별로 어려운것도 아니었는데.

인스타를 보면서 어찌 이리 맛집을 많이 아는지, 같은 사진을 올려도 어쩜 이리 맛있어보이고 예뻐보이게 잘찍는지,
올리는 글과 사진 모두 다 엣지 넘치고 감각적이라 늘 동경했었는데,
인스타는 늘 민영의 게시물 보는 재미로 들어갔는데.
그래서 방콕사진도 계속 올라올줄 알았는데.......

요즘 세살난 딸아이를 보면 민영이 생각을 더욱 많이 하게 되네요.
민영의 부모님은 민영이가 세살일때 어디가 제일 예뻤을지
키우면서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은 언제였는지
이제는 다 커버린 딸이 지금도 얼마나 애지중지할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면 슬픔이 더욱 차올라요.

승하의 말처럼 민영은 그렇게 서른 남짓만 살기 위해 이 세상에 나온건지.

그렇게 세상의 온갖 재주를 다 가지고 있었으면 차라리 좋은 사람이질 말던지....


어떤 소설의 뮤즈가 될만큼 반짝반짝하게 살아온 송민영은 이제 남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전설이 되버렸네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 등으로 민영에게 더 다가가지 못하고 당신의 삶과 투쟁을 눈팅으로만 지켜봤던 못난 선배들(나 말고 또 누군가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을 좀이라도 이해해주길.

민영의 후배들과 동지들이 슬픔을 꾹꾹 참으며 사무실에 갤러리도 만들어놨고 추도식도 준비하고 있어요.
대견하다 해주고
늘 지켜봐줘요.

나도 맨날 죄책감 운운하지 말고
할수 있는 것들은 하고,
도울 수 있는 것들은 돕도록 노력해볼게요.
그러면서 이번달에 무슨 일정이 있는지 더듬더듬 떠올리고 있어.
오늘 총궐기, 19일 서울지부 송년회, 29일 오늘보다 독자평가모임 등.
내가 가서 자리를 지키는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자리가 있다면 이제 주저하지말고 달려가야지.


당신의 부재는 누구도 채울수 없겠지만
당신의 부재를 채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또 새로운 길을 만들거에요.


오늘 민영을 만나러 갈게요.

높은 곳에서 늘 행복하길.
이제 힘든 거 모두 다 내려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