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우리 곁을 떠난 날 그 아침. 국회에선 명절휴가비가 100만원 예산안이 통과됐어. 새벽부터 일어나 출근해 팩스보내고, 소식지를 만드느라 컴퓨터에 코박고 있었어. 어느 때보다 바쁜 아침이었어. 그러다 유미와 재영이에게 메세지가 왔어. 난 너무도 담담하고, 묵묵히 내 일을 했어. 믿겨지지 않아서, 그러다 형은선배가 "태형아, 들었어?"라는 나즈막한 말 한마디에 난 무너졌어. 그렇게 몇번 무너지고 나서, 누나를 염려하며 밤마다 홀로 집에서 술을 들이키며 카톡을 주고받았던 민주누나와 만났어. 민주누나를 만나러 가는 길조차 발이 떨어지지 않더라....

그리고 어제...떠날 때보다 더욱 추워진 한국으로 누나가 돌아왔어.누나를 마중나가는 대신 난 또 내 일을 했어. 담담하고, 묵묵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선전물을 만들었어. 도형을 기울이고, 사진을 찾으며... 누나를 더욱 떠올렸어. 나중에 누나한테 자랑할 수 있게 글씨체도 한 100번은 키웠다 줄였다 반복했어. 아침부터 선전물을 만지작 거리다 민중총궐기에 참가헀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데, 누나가 떠올라 혼났어. 여지껏 못해도 천 번을 불렀을 그 노래를 부를 때, 누나가 떠오를 줄 생각도 못했는데.... 목이 간지럽고, 따가울 정도로 구호를 외쳤어.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휘날리는 공공운수 깃발들 하나하나를 더 유심히 지켜봤어. 누나도 지켜봤지?

장례식장에 들어서자마자 떨리는 몸을 가눌 수가 없었어. 그래서 턱밑까지 넘치도록 소주를 부었어. 나도 울면서, 우는 사람들보고 그만 울라 호통치고. 여기저기 사람들한테 헛소리하며, 장례식장을 휘젓다 새벽 3시... 병근이형 집에서 오늘 정오까지 잠을 잤네... 지독한 악몽을 꾸면서 말야. 교실마다 내가 만나야 하는 학교비정규직 선생님들이 일을 하고 있어. 그리고 난 교실 문을 하나 하나 열며, 노동조합에 가입하자고 말해. 그런데 반대쪽에서 핫핑크색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사람이 내 방향으로 다가오며 하나 하나 교실 문을 열어... 조급한 마음으로 내달리다 잠에서 깼어. 어제 들이부은 소주로 머리는 아프고, 속이 쓰려. 누나를 잃은 고통을 나는 더한 고통으로 잊으려하나봐. 그런데, 누나를 잃은 고통보다 더한 건 없어. 숙취도, 악몽도 오히려 누나를 더 선명하게 기억하게 했어.

난 민주누나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에 왔어. 민주누나가 보고싶어서. 곧 출발할께. 좀이따 봐.
오늘은 술을 조금만 마실께. 그리고 웃을께.
어제 윤영누나랑 그런 말 했어. 누난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울기 바라지 않을 거라고. 오히려 웃으면서 춤추고 놀길 바랄지도.

사랑해 누나. 고마워 누나.